외전 2
건율은 옷을 걸치고 어색하게 제 얼굴을 확인했다. 까만 화면에는 조금 핼쑥한 대학생이 비췄다. 이왕이면 좋은 얼굴로 나가고 싶은데, 안색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이전 사건 이후, 불면증이 생긴 탓이리라.
건율이 한숨을 쉬며 제 뺨을 툭툭 두드리고,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까보단 나은 듯했다.
“후우…….”
거울 앞에서 고개를 돌리자 뒤에 서 있던 최무정이 건율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준비 다 했어요?”
최무정이 싱긋 웃으며 건율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건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기분 좋게 웃었다.
“갈까요, 그럼?”
“응.”
간만에 번듯하게 꾸민 건율은 제법 보기 좋았다. 비록 피로가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살이 빠져 안쓰러웠으나 그것조차 사랑스러웠다. 최무정은 첫사랑을 하는 소년처럼 뺨을 붉혔다.
둘은 차를 타고 인근 영화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최무정이 건율을 부축했다.
“괜찮아요?”
“으응.”
“손.”
최무정이 손을 내밀자, 건율은 자연스레 그 위에 손을 겹쳤다. 둘은 아무도 없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백화점 1층에서 내리자, 화려한 명품관이 펼쳐졌다. 평소 다니지 않던 곳이라 건율은 조금 주눅이 들었다가, 저와 최무정이 손을 잡고 있는 걸 알곤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왜요?”
“어? ……밖이라서, 좀…….”
그러자 최무정이 눈썹을 슥 들어 올렸다가, 손을 놓아주었다. 건율은 최무정의 뒤를 졸졸 쫓으며 침을 삼켰다.
저는 괜찮았다. 어떻게 보이든 상관이 없었지만, 문제는 최무정이었다. 최무정만큼 근사하지도 않고 부족하기만 한 자신이 그와 그런 사이로 보이는 게 싫었다. 건율은 내세울 것이 피아노뿐이었으니, 아직 손에 붕대를 하고 있는 지금 그에게 당당하지 못했다. 물론, 그 어떤 사람도 건율의 손을 보고 그가 모자란다거나, 피아노를 못 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할 리는 없었다.
그러나 건율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못나서,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외적으로라도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최무정은 저에게 과분할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입원했을 때도 손수 밥을 먹여 주기도 했고, 병원 밥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도시락을 싸 오기도 했다. 건율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다고 했으면서, 당분간 연주할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런 척일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당분간 지 오래도록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최무정의 반응은 무척 고맙게 다가왔다.
“영, 영화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더라?”
“20분이요. 가서 팝콘이랑 콜라 사고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응. 얼른 가자.”
저와 달리 최무정은 꽤 익숙해 보였다.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간 잠시 잊고 있었지만, 최무정은 키도 크고 훤칠하니 꽤 잘났다. 왜 저를 좋아하나 싶을 정도로,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최무정이 제게 고백했던 것이 떠올라 열기가 확 솟았다. 건율은 혼자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랑하지 말라는 말이 사랑하게 만들었다니. 영화에서도 그렇게 부끄러운 말은 안 할 거야.
“선배, 우리 그냥 손잡으면 안 돼요? 나 선배 손잡고 싶은데….”
최무정이 살짝 조르듯 건율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러자 건율이 뺨을 확 붉혔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제가 부족해서 그에게 이런 말을 하게 하는 상황이.
“…그럴까?”
“네.”
건율과는 달리 최무정은 빙글 웃으며 바로 손을 맞잡았다. 건율이 다친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을 잡아 주었다. 막상 잡으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지 않았다. 건율은 주변 눈치를 보다가, 맞잡은 손이 따뜻하기도 하고 무언가 빠듯하게 감정이 차올라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3층 카페에서 빙수를 먹는 커플에게로 시선이 갔다. 건율에게 카페에서 파는 빙수란, 참으로 이상한 음식이었다. 얼음을 갈아서 잔뜩 쌓고, 그 위에 과일 몇 개를 올린 게 만 원은 무슨, 만 오천 원이 넘질 않는가. 편의점 삼각 김밥도 감사히 먹는 건율에게 그런 건 사치였다.
“무정아.”
“네?”
“영화 보고 어디 가? 우……리?”
하지만 ‘데이트’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건율은 저기 앉은 커플처럼 최무정과 마주 앉아 빙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무정이 먹는다면, 얼마 없는 돈을 쪼개서 사 줄 수도 있었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건데, 왜요?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아니.”
건율은 조르는 것처럼 보일까 봐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빙수가 아니더라도, 무정과 마주 앉는다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았다. 저기 있는 연인들처럼 달콤하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걸 상상하니 두근두근했다.
둘은 곧 5층에 도착해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내내 환하던 백화점의 공간과 다르게 영화관은 입구부터 어두컴컴했다.
“선배,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시, 싫어. 내가 살 거야.”
“왜요?”
“영화표 네가 샀잖아. 팝콘은 내가 살래.”
웅얼거리듯 반박하자 최무정이 잠시 고민하더니, 단호한 얼굴로 건율을 의자에 앉혔다.
“선배, 돈 없잖아요.”
“……그, 그래도….”
“앉아 있어요, 그냥.”
적나라한 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건율은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저를 두고 앞서가는 최무정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계속 이런 식이었다. 이전에도 비용이 드는 건 최무정이 모두 다 냈고, 다친 것도 제 형이 한 짓이라며 치료비를 내주었다. 가난이라는 건 매번 저를 서럽게 만들었지만, 지금만큼 자존심이 상할 때는 없었다.
건율은 입술을 댓 발 내밀었다. 그래도 나름 형이고 선배인데, 매번 얻어먹기만 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지금 입고 온 옷도 최무정이 사 준 옷들이었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걸까 모르겠다.
건율은 최무정을 쭉 노려보다가, 다른 시선들을 눈치챘다. 영화 시작 전까지 대기하며 앉아 있는 사람들이 최무정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무어라 쑥덕거리기도 했다. 몸을 보니 운동선수 같기도 하고, 생긴 걸 보니 모델 같기도 하다는 얘기가 다수였다. 아마 피아니스트인 것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건율은 저만 알고 있다는 게 묘하게 기분이 좋으면서,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저를 만나는 게 미안해졌다. 계속해서 생각하지만 최무정은 무척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무정이 팝콘과 콜라 두 개를 들고 왔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어? 아, 아냐. 들어가자.”
건율은 최무정의 손에서 콜라 하나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 검표소에 갔는데, 직원들이 최무정의 핸드폰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행분들 같이 들어오셔야 입장이 가능하신데, 지금 들어가시겠어요?”
“일행 다 왔습니다.”
“아, ……아. 네,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묘한 눈으로 힐끔거렸다. 건율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최무정에게 물었다.
“방금…… 뭐야?”
“아, 여러 석을 예매해서요.”
“몇 석?”
“8석이요.”
건율이 눈을 크게 떴다. 여덟 석이나?
“……왜?”
“선배 옆이랑, 앞, 뒤 다 예매했어요.”
이유를 물었는데 동문서답이다. 건율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최무정의 소매를 꾹 잡아당겼다.
“더 올 사람 없지 않아?”
“네, 없어요.”
“……그럼, 왜……?”
“내가 싫어서?”
두루뭉술한 답변은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의혹을 증폭시켰다. 좌석 하나 값도 비싸서, 초등학생 이후로 영화관에 처음 온 건율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뭐가 싫어서 두 좌석을 여덟 좌석으로 늘렸단 말인가?
그러나 더 묻기도 전에 둘은 상영관에 도착했다. 건율은 더 묻지 못하고 어둑한 공간으로 발을 들였다. 스크린에서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요정 같았을 사람이 우아하게 음료를 마시며 상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리 와요, 선배.”
“응.”
건율은 최무정을 따라 중앙의 좌석에 앉았다. 여덟 좌석이나 예매한 게 거짓은 아닌 듯, 상영관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둘의 주변은 텅 비어있었다.
“이쪽이 캐러멜이고, 이쪽은 어니언이에요.”
“응.”
“선배 드린 건 콜라 아니고 환타고, 이게 콜라인데 뭐 드실 거예요?”
“환타.”
“그럴 줄 알았어요.”
한 입 마시자 오렌지 향이 가득한 탄산이 목구멍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건율은 조금 전의 의문은 잊고, 오랜만에 온 영화관에 살짝 들뜬 낯이 되어 있었다. 최무정은 그걸 힐끔거리며 눈을 휘어 웃었다.
“음악 영화예요. 선배가 좋아할 거 같아서.”
“아…….”
“싫은 건 아니죠?”
“아니, 아냐.”
음악 영화라는 말에 표정이 굳은 게 보였을까, 최무정이 몇 번 더 물어 왔다. 건율은 애써 괜찮다고 답했다. 지금은 음악과 관련된 모든 자극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 감정보다, 열등감이 재처럼 가슴 구석에 흐트러져 있었던 탓이다.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 교수님은 꽤 아쉬워하셨다. 이제 막 제대했으니 감을 잡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빨리 감을 되찾지 않으면 이전처럼 연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손가락을 다쳤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빨리 낫고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건율은 자신이 없었다. 적어도 6개월은 날릴 텐데 그 기간 동안 뒤처질 생각을 하면 막막했으니까.
“시작하네요.”
최무정의 말과 함께 상영관의 전등이 모두 꺼졌다. 건율은 애써 표정을 가다듬으며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그러자 옆에서 커다란 손이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왔다.
그날 이후로, 건율은 누군가 제 손을 만지는 것이 극도로 두려워했다. 하지만, 최무정은 달랐다. 그에게 온전히 손을 맡겼다. 최무정이 상처를 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그라면 제 인생을 완전히 망가트려도 된다는 확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 *
최무정이 화장실에 간 사이, 건율은 앞에 서서 핸드폰으로 잔고를 확인했다. 레슨도 할 수 없고, 용돈도 줄어든 마당에 돈이 남아 있을 리는 없었다. 휴학 소식에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오라며 월세도 보내 주시질 않아서 당장 집을 빼야 하는 상황인데, 빙수 하나 값이 있겠는가.
건율은 한숨을 푹 내쉬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영화가 끝난 뒤 최무정이 데리고 온 레스토랑은 인테리어 하나하나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앉은 손님들도 저와는 달리 근사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건율은 혹시 배치되어 있는 가구에 흠집이라도 낼까 싶어 내내 조심조심 움직였었다.
“가요, 선배.”
때마침 최무정이 성큼 걸어와 어깨를 끌어안았다. 건율은 또, 조금 흠칫해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순순히 최무정의 품에 안겼다.
“카페 가실래요, 아니면 우리 집 갈까요?”
“카페… 갈까?”
“그래요. ……아, 이따가 선배 집 가서 짐 쌀까요?”
“짐? 무슨 짐?”
엘리베이터에 오른 최무정이 고개를 기울이며 닫힘 버튼을 눌렀다.
“선배 집, 나와야 하니까? 우리 집으로 짐도 옮겨야 하고……. 미리 옮겨 두는 게 좋지 않아요?”
“너, 너네 집?”
“제집 말구, 우리 집이요. 제가 말씀 안 드렸어요?”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젓자 최무정이 턱을 살살 긁었다.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말 안 했나……. 우리 집 계약했어요. 선배랑 나랑 살 집이요.”
“어, 어어? ……으응?”
“오늘은 짐 싸요. 내일 옮겨 두게.”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 근사한 집을 두고 새집을 계약했다는 얘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게다가 지금 그의 집에 얹혀살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돈을 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하는.
“아, 1층이다. 내려요.”
“어……. 으응.”
얘랑 있으면, 맨날 놀라는구나.
건율은 자꾸 바보같이 대답하는 제가 민망해 뺨을 쓸어내렸다. 어쩌면 최무정이 말했을 수도 있는데,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걸지도 몰랐다. 뭣보다 사귀는 사이인데 같이 사는 건 당연했……다?
“가구 같은 거, 대충 제가 다 봐 뒀는데 원하는 거 있어요?”
“뭐, 난…… 딱히 없어.”
“침대 좋은 걸로 준비했어요. 나 선배랑 해 보고 싶은 거 엄청 많아요.”
“……음…….”
건율은 민망함에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러자 최무정이 어깨를 끌어안으며 퉁명스레 물었다.
“선배, 나랑 하는 거 싫어요? 속상하게 왜 그래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나랑 떡 치고 싶다고 말해 줘요. 선배는 맨날 이런 식이니까, 내가 불안하잖아요.”
귓가에 대고 소곤소곤 음담패설을 하는 바람에, 건율이 목을 움츠리며 뺨을 붉혔다. 그러다 밖이라는 생각에 최무정을 슥 밀어내고 고개를 푹 숙여 성큼성큼 걸음을 빨리했다.
레스토랑이 있던 호텔 건물 1층은 로비와 카페가 분리돼 있었다. 건율은 그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선배!”
그러나 다리 길이의 차이 때문일까. 최무정이 금세 따라잡았다. 건율은 붙잡힌 손목을 불만스레 내려다보았다.
“귀엽게 구는 건 좋은데, 적당히 귀엽게 굴어요.”
“…무, 슨 소리야.”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최무정이 싱글 웃던 얼굴을 굳혔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뜻이에요. 떨어져서 선배한테 좋은 거 없잖아요.”
최무정이 붕대로 감싼 손을 부드럽게 쥐어 왔다. 손끝이 본능적으로 잘게 경련했다.
“아…….”
“뭐 마실래요?”
건율은 침을 삼키며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최무정이 다시 웃고 있었다. 그제야 빠르게 뛰던 심장이 속도를 늦췄다. 건율은 최무정의 손을 맞잡은 채로 답했다.
“나…… 청포도 에이드.”
“타르트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왜 이제 봤나 싶을 만큼 각양각색의 타르트와 케이크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건율은 슬그머니 메뉴판에서 빙수를 찾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가을에 접어든 지금 일반 카페에서 빙수를 팔 리가 없었다.
“딸기…… 먹을래.”
“알겠어요. 자리 잡고 있을래요?”
“응.”
건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말한 대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만 눈동자에는 빛 한 점 들어가지 않았다. 텅 빈 눈동자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비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무정이 주문을 마치고 착석했다. 건율은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선배, 나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뭔데?”
“음……. 묶는 거요. 선배한테 안대도 씌우고.”
멀뚱히 물었던 건율이 그 말에 헉, 하고 휙휙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거리가 꽤 있어 들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건율은 빨개진 얼굴로 무릎 위 손을 말아 주먹을 쥐었다.
“그…… 그런 얘기, 밖에서…… 안 하면 안 돼?”
눈을 질끈 감고 힘겹게 제안하자, 최무정이 건율의 머리카락을 뒤로 살살 넘기며 답했다.
“부끄러워요? 더한 것도 말할 수 있는데.”
“무정아, 그니까… 공공장소잖아……? 조심, 해야지.”
“음……. 그래서, 할 거예요? 나 너무 하고 싶은데.”
건율에게 거절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건율은 터질 것처럼 시뻘건 얼굴로 작게 말했다.
“알……아서, 해.”
“어, 진짜? ……역시, 선배 생각보다 되게 음탕한 거 알아요?”
“말, 말….”
“안 그렇게 생겨서는 진짜. 나 안 만났으면 여기저기 다 대 주고 다닐 수도 있었겠는데?”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최무정이 지나치게 뻔뻔한 걸까. 건율은 결국 손에 얼굴을 푹, 묻었다.
“그럼, 나 다른 것도 할래요. 해 보고 싶은 거 엄청 많거든요.”
손에 코를 박은 채로 주억거리자 녀석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 말라고 해도 했을 테지만, 최무정은 꼭 이렇게 허락을 받는 척하는 걸 좋아했다. 서건율이 제 말을 잘 듣는다는 증거라도 되는 것 같아서 그랬다.
“선배 그러면……. 이거, 화장실 가서 열어 봐요. 어떻게 하는지는 선배도 알 거예요.”
때마침 지이잉, 테이블에 올려 둔 진동 벨이 울렸다. 건율은 제 앞으로 놓인 작은 쇼핑백을 보고 침을 삼켰다. 의미심장한 말에 괜히 보기도 전에 겁이 났다.
“하겠다고 한 건 선배인데, 그런 표정 하면 내가 나쁜 사람 되는 거 같잖아.”
“미, 미안. 그냥 좀 놀라서.”
“어서, 다녀와요.”
“알겠, 알겠어.”
시무룩한 얼굴로 화장실에 들어간 건율은 쇼핑백을 벌려 안쪽을 힐끔 보았다. 핑크색 상자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아직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세면대에서 열려다가, 건율은 왠지 모를 찝찝함에 칸 안으로 들어가 쇼핑백을 열었다.
핑크색 상자는 노란 리본으로 예쁘게 묶여 있었다. 대체 뭐길래 화장실에서 열어 보라고 했을까? 건율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가… 새파란 얼굴로 굳어 버렸다. 그 안에는 꽤나 큰 성인 용품이 들어 있었다.
계란 모양으로 된 기구는 무려 반 뼘만 한 길이였다. 에그 옆에는 일회용 젤도 있었는데, 설명을 듣지 않아도 최무정이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건율은 변기 뚜껑 위에 상자를 내려놓고 멍하니 그걸 내려다보았다.
지이잉,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건율은 최근에 최무정이 사 준 핸드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의 채팅 목록에는 최무정밖에 없었다.
[선배 손으로 구멍에 쑤셔 넣고 나와요.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줄 필욘 없죠?]
[항상 선배 좆 구멍에 처박아 줄 수가 없으니까 사 주는 거예요. 그거라도 안 박으면 딴 자지 먹고 다닐까 봐.]
적나라한 내용에 열이 확 올랐다.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대답?]
결국, 건율은 느릿느릿 자판을 눌러야 했다.
[알겠어]
다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건율은 난감하게 그걸 내려다보았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혼날 것 같은데, 도저히 제 손으로 이걸 집어넣을 용기가 없었다. 항상 최무정이 뒤를 풀어 주었기에 스스로 구멍을 만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건율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훌쩍이며 일회용 젤을 들었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가득 찬 투명한 젤을 내려다보다가, 선 채로 버클을 풀어 내렸다.
옷도, 속옷도 모두 최무정이 사 준 것이다. 요새 거의 최무정의 집에 살다시피 했으니 몸을 씻고 바른 로션조차 최무정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부에도 최무정이 사 준 걸 넣어야 했다. 건율은 미간을 찌푸리고 벽에 달라붙어 손을 뒤로 가져갔다.
젤을 구멍 위로 왈칵 쏟아 내자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구멍을 건드리자, 생각보다 뻑뻑하고 좁았다. 검지 하나를 꾹, 넣어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무지하게 아팠다. 더 깊게 넣으면 엄청, 엄청 아플 거 같은데 저걸 다 어떻게 넣을까!
“으, 흐으….”
의지와 다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건율은 입술을 꾹 맞대고 힘을 주었다. 검지를 더욱더 깊게 밀어 넣었다. 이 안에 그렇게 큰 게 들어왔었는데, 아직도 손가락 하나에 식은땀이 흘렀다. 건율은 한 마디를 겨우 집어넣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최무정이 저를 위해 사 온 걸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었다. 제가 생각해도 최무정과 관계할 때마다, 지나치게 좋아하긴 했다. 그러니 최무정이 저를 음탕한 사람으로 여겼을 만도 했다.
다른 사람과 할 생각은 없었지만, 고의가 아니더라도 이전에 그의 형에게 뒤를 대 주지 않았던가. 건율은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로 손가락을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잔뜩 부은 젤을 안쪽으로 밀어 넣자, 그제야 찌걱찌걱 음란한 소리가 났다.
“예, 부장님. 통화 가능 합니다.”
그때, 누군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꽤 중후한 목소리가 가까워지자 건율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구멍에서 음란한 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손가락을 빼고 싶었는데, 점막이 손가락에 달라붙어 쭈웁, 쭈웁 하고 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 거기요? 저번 주부터 인쇄 진행 중인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무진장… 무진장 자괴감이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온 남자는 건전하게 일 관련 통화를 하고 있는데, 저는 구멍을 쑤시고 있다니.
건율은 벽에 다친 오른손을 대고서 훌쩍거렸다. 뒷구멍에 손가락을 꽂아 넣은 채로 남자가 나가길 기다리는 것은 꽤 고역이었다. 뭣보다,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구멍 내부에 손가락이 조금 꿈틀거릴 때마다 더욱 안쪽이 간질간질했다. 조건반응처럼 아래가 젖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담당자와 통화해 보겠습니다.”
전화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건율은 이제야 끝났나 보다, 하며 눈을 꼭 감았다. 그때, 화장실 외부 문이 또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죽을 맛이다. 안쪽을 건드려 보고 싶기도 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기도 한데 자꾸만 사람이 들어와서 미칠 것 같았다. 화장실이 너무 고요해서,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발소리 하나가 멀어져 갔다. 통화하던 남성이 나간 모양이다. 건율은 숨을 죽이고 손가락을 살살 뒤로 빼냈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철컥.
화장실 외부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건율은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침을 삼키며 문 틈새로 바깥을 힐끔거렸다. 당연하게도 마개로 가려져 있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건율은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천천히 빼냈다.
그때, 누군가 정중하게 노크했다.
똑똑.
“사, 사람, 있…어요.”
건율은 식겁했다가, 겨우 차분히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야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했다. 최무정이 왜 이리 오래 걸렸냐고 혼내면 어쩌지. 뭐라고 둘러대지?
“선배, 저예요. 문 열어 봐요.”
“무, 무정이?”
“네.”
그제야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건율은 손가락을 완전히 뺐다. 그러자 쯔뿟, 하고 민망한 소리가 났다. 양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건율은 허겁지겁 바지를 올리다가 연이어 들려온 노크 소리에 흠칫했다.
“옷 입지 말고, 그대로 문 열어요. 지 구멍에 좆도 못 넣는 개새끼 뚫어 주러 왔으니까요.”
“무, 무정아아….”
“어서?”
“흐윽…….”
건율은 결국 울먹이며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칸 안을 가득 채운 빛이 가려졌다. 그림자가 건율의 몸을 온통 덮쳤다.
“그렇게 쑤셔 줘도 이거 하나 못 넣어요?”
“하지만….”
“다시.”
“……미, 미안. 잘못했어.”
“잘했어요.”
안으로 들어온 최무정은 문을 활짝 열었다. 바깥 문을 잠근 것은 알지만, 건율은 괜히 수치스러워 입술을 물었다가, 놓았다가 하며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엎드려 봐요.”
“……으응.”
너무 싫은데, 너무너무 싫은데.
그러나 건율은 최무정이 하라는 대로 뚜껑에 상체를 기댔다. 그러자 최무정이 건율의 허리를 짓누르며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렸다.
“얼마 쑤시지도 못했네.”
“읏….”
바싹 긴장한 탓에 둔부에 힘이 들어갔다. 최무정은 무표정하게 손바닥으로 건율의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쳤다.
“아, 아읏…!”
“조용히 해요. 여기서 떡 쳤다고 소문나고 싶어요?”
“아니, 아니이….”
“입 다물어요.”
건율은 엎드린 채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최무정은 건율의 허리 아래에서 에그를 손에 쥐고, 아직 반 정도 남은 젤 통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양옆으로 벌려 통의 입구를 대고 쭈욱 짰다. 플라스틱 통이 울컥거리며 투명한 액체를 내부에 쏟아 냈다.
“흐, 으응….”
“집에서 좆 끼고 다닐래요? 남자 좆에 몇 번이고 뚫려 놓고, 이렇게 엄살을 부려요?”
“미, 흐윽, 미아안….”
“어디까지 내가 다 해 줘야 돼, 응?”
굵은 손가락 두 개가, 단번에 구멍을 뚫고 들어왔다. 건율이 했던 것처럼 입구에서 깔짝거리지 않고, 곧바로 치부로 박혀 든 손가락이 건율이 느끼는 곳을 강하게 찔렀다.
“흡, 흐읏, 응…!”
급하게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자기 구멍을 왜 몰라. 이렇게 몇 번만 쑤시면 바로 좆 박힐 준비를 하는데.”
“읏, 으읏, 응, 읍….”
“그리고, 고작 그거 쑤셨다고 쓸데도 없는 걸 세우고 있고.”
최무정이 반쯤 선 건율의 물건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건율은 몸이 뜨겁다 못해 더워서, 입을 벌리고 헥헥 댔다. 최무정은 검지와 중지로 빠르게 추삽질을 했다.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단번에 빼내고 또다시 찔꺽이는 소리를 내며 내부까지 파고들었다. 미묘하게 건드려 대느라 간질간질하던 안쪽이 직격으로 찔릴 때마다 내벽이 요동치며 최무정의 손가락을 빨듯이 달라붙었다.
“으읏, 응, 흐…흣, 읍…. 아…!”
그는 얼마 쑤시지도 않고 손가락을 빼냈다. 연한 색의 구멍이 벌름거리며 당장 좆을 박아도 좋을 만큼 젖었다. 최무정이 작게 웃음을 흘리며 길쭉한 에그를 예고도 않고 깊게 밀어 넣었다.
“흐, 허윽, 응, 흡…. 읏, 윽…!”
“다 넣었어요.”
“흐으으…. 나, 나 쌀 거 같, 흑….”
“참아요.”
어떻게 빼낼까 걱정이 될 만큼, 에그가 배 안쪽까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건율은 훌쩍이며 눈가를 꾹꾹 눌러 닦았다.
“질질 싼 거 닦고 나와요, 앞에 있을 테니까.”
“흑, 알, 알겠어.”
최무정은 그대로 에그만 쑤셔 박고 나가 버렸다. 다행히 문은 닫아 주었다. 건율은 세면대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한참 듣다가, 그가 나가고 나서야 헐떡임을 멈췄다. 이 쪼그만 게 뭐라고, 꼿꼿하게 발기한 제 성기가 너무 야속해서 눈물이 고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자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건율은 무릎에 손을 올리고 얌전히 앉아 제 것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물론 그것도 쉽진 않아서 애를 먹었다.
“으…….”
건율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세면대에서 손을 열심히 씻었다. 붕대가 젖을까 봐 오른손은 멀리 피해 둔 채였다. 거울을 보니 눈가 아래가 불긋하니 운 티가 났다. 건율은 찬물로 눈두덩이를 몇 번 쓸어 주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하는데 아래의 이물질이 신경 쓰였다. 물론 너무 느껴져서 못 걷겠다거나 하는……. AV 같은 일은 아니고 넣기 전에 생각했어야 하는 걸 이제 떠올렸다.
최무정은 도대체, 왜 밖에서 이걸 넣었을까? 밖에서 섹스 할 수도 없는데 뭐 때문에 이런 걸 넣었을까?
슬그머니 화장실을 나오니, 테이크 아웃 잔을 들고 있는 최무정이 보였다. 카페에서 먹을 줄 알고 내심 기대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때마침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으로 서 있던 녀석은 눈이 마주치자 눈썹 한쪽을 슥 들어 올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잘못됐나 싶어 우뚝 걸음을 멈추자, 최무정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선배, 아직 흥분한 거 아니죠?”
“……으응?”
건율의 손에 핫초코가 대뜸 쥐어졌다. 건율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아래를 어설프게 받쳤다. 최무정은 제 잔은 잠시 옆 테이블에 올려두고, 건율의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설마설마했는데.”
“어? 아니, 아니야. 나, 나 가라앉히고 나왔는데?”
“이상할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오해를 받은 듯했다…!
건율은 말을 더듬으며 제 허리를 감싸 오는 손을 밀어 보려 했다. 물론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할 수 있는 건 팔꿈치로 살살 눈치를 주는 것뿐이었다.
설마 아직 발기해 있나, 하고 힐끔거렸는데 아래는 열심히 가라앉힌 보람이 있을 만큼 평소와 같았다. 그럼 어쩌다 이렇게 부끄러운 오해를 사게 된 것일까! 건율은 착잡하게 최무정을 다시 한번 불렀다.
“무정아, 무정아. 나-.”
“일단 차로 가요. 선배는 진짜……. 하, 왜 이래요?”
“아니, 아니.”
“내가 안 챙겨 주면 혼자 아무것도 못 해요?”
생각보다 더 건율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아니, 저였더라도 밖에서 발기하는 애인은 무척 싫을 터였다. 시간도 넉넉히 줬는데 가라앉히는 것 하나 못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안 섰, 안 섰어!”
홧김에 소리를 치고 말았다. 건율은 사색이 된 얼굴로 최무정을 올려다보고, 주변의 시선에 입술을 뻐끔거렸다. 양 뺨이 홧홧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어……!”
“……진짜 많이 아픈가 보네.”
최무정이 곧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른 건율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냉큼 두 손으로 건율의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넣고, 어깨에 들쳐 맸다. 건율의 얼굴이 이젠 빨갛다 못해 거멓게 변했음에도 놈은 떳떳하게 걸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우선 병원에?”
최무정은 그렇게 작은 편도 아닌 남자 하나를 어깨에 얹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길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빠르게 걷는 것인지 눈앞이 빙빙 돌았다. 건율은 최무정의 등에 손을 대고 뻣뻣하게 상체를 세우고 발버둥 쳤다.
“안, 안 돼. 병원에는 왜 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겠죠?”
“나? 나 안 아픈데, 무슨, 앗!”
“그니까 지 몸 아픈 걸 왜 모르고 그러고 있냐고.”
발버둥이 귀찮아진 녀석이 건율의 엉덩이를 툭, 쳤다. 최무정은 사람들이 신고해야 하나, 하며 힐끔거리는 걸 무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그 안에서도 꿋꿋하게 건율을 내려 주지 않았다. 물론 건율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귀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게 거울에 비춰서, 최무정은 혀를 쯧 찼다.
“집 근처 병원으로 갈 거예요.”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건율이 고개를 마구 저었다. 터벅터벅, 넓은 공간에 묵직한 발걸음이 울려 퍼졌다. 건율은 서둘러 최무정의 등을 쳤다.
“안 돼, 너, 그니까…… 나 지금, 그게 들어 있는데 어딜, 간다는 거야!”
아직도 뒤를 쑤시던 감각이 손가락에도, 뒤에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건율은 빨개진 눈가를 문질렀다. 어느새 차 앞까지 도착했다. 건율은 손을 뒤로해 제 엉덩이를 더듬었다.
“이거, 이거 빼 줘.”
“우선 병원부터-.”
“싫, 싫어. 엉덩이 주사 맞으면 어떡해?”
조수석에 건율을 내려놓던 최무정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눈동자만 굴려 건율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시트에 앉아 제 엉덩이를 더듬거리던 건율은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가, 내가 지금 뺄래.”
바지 버클을 내리려는 찰나, 아래에 꽉 들어찬 것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건율이 놀라 고개를 들자 최무정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뭐…. 뭐 하는, 앗, 거… 흐윽…!”
“그렇게 떡이 치고 싶었어요?”
“아니, 그…. 흐으으….”
“바로 집으로 가죠. 상비약은 있으니까.”
조수석 문이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건율은 최무정이 앞으로 빙 돌아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 벙벙한 얼굴로 그를 눈으로 좇았다. 최무정은 자리에 앉자마자 시동을 켜고, 차를 움직였다. 끼이익, 급하게 커브를 돌리자 건율의 몸이 최무정에게로 휙 기울었다.
“무, 무정아.”
“난 선배 아픈 거 배려하려고 했는데.”
“그… 그니까 이거 빼고…. 읏, 아!”
진동의 세기가 더욱 격해졌다. 건율은 급히 천장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안쪽 깊은 곳까지 들어온 진동기가 징징 울리며 내벽을 잘근잘근 짓눌러 댔다.
“흐, 앗…. 아, 이거, 흐, 이거 꺼 줘…!”
“입 다물어요.”
“읏, 흐응, 아…!”
안 그래도 아직 예민한 속살이 놀라 경련했다. 건율은 에그를 빼지도 못하고, 손잡이를 붙잡고 앓는 소리를 냈다. 아래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애써 가라앉혔던 아래가 다시 부풀기 시작하는 듯했다.
“선배, 지금 열나요.”
“흐읏, 응, 으으응….”
“아까 선배 구멍도 뜨거웠는데, 설마 했지.”
“아앗, 앗, 응, 이거, 기분, 이상…. 흣, 아…!”
“왜 날 자극하고 그래요. 얌전히 병원 갔으면 내가 알아서, 했을 거 아니야.”
평소보다 운전이 거칠었다. 건율은 헐떡이며 손을 뒤로하다가, 혼이 났다. 그래서 손잡이만 붙잡고 앓을 수밖에 없었다.
“무, 정아아…. 흣, 아, 이거, 응, 아! 그만, 흣!”
“아, 진짜.”
최무정은 속도를 내 급하게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팔에 핏줄이 한껏 돋아 있었다. 건율은 그가 화난 것 같아서 최대한 신음을 죽였다. 입술을 물어뜯어 가며 참고 있는데, 최무정이 도착하고서도 차 문을 열지 않았다.
“흐윽, 으…. 나, 이거 싫, 싫어어…. 아!”
“선배가 그렇게 싫어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으, 흐윽…!”
“아픈 거 걱정해 줘도, 씨발.”
그의 말대로였다. 언제부터 열이 났을까. 건율은 몸이 달아오르는 것과 별개로 뜨겁다는 걸 그제야 눈치챘다. 어쩐지 눈앞도 핑핑 돌았다. 심장도 콩콩 뛰었다. 건율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최무정의 팔을 붙잡았다. 제 팔보다 한참 두꺼운 팔이 무척 단단했다.
“내려, 내려 줘, 흐, 아으, 응, 무정, 아아…!”
차의 시동이 꺼졌다. 최무정이 뭘 또 만졌는지, 진동기가 내부로 파고들며 변칙적으로 진동했다. 상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자 최무정의 어깨에 이마가 닿았다. 최무정은 말없이 벨트를 풀고, 건율의 몸을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흐, 으…. 으읏, 응…!”
“날 왜 쓰레기로 만들어요?”
“그게, 아니라아…. 흑, 아!”
어느새 바지가 허벅지까지 주룩 내려갔다. 최무정은 제 무릎 위에 건율을 앉히고, 젖은 속옷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브리프를 아래로 내리자 쿠퍼액이 맺혀 꺼떡이는 성기가 드러났다.
“선배는 구멍에 아무거나 쑤셔 박아도 이래요?”
“흐으으…. 나, 나…. 쌀 거 같, 아, 흑, 아…!”
“뒤로만 간 적 없으면서.”
버클 사이로 흉흉하게 발기된 성기가 퉁, 하고 튀어나왔다. 건율은 시선을 내렸다가 멍한 얼굴로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핏줄이 유독 솟은 성기가 잔뜩 성이 나 있었다. 이전이라면 무서웠을 그것이 지금은 어서 안으로 들어와 줬으면 해서 안달이 났다.
“으읏, 응, 무정아아….”
“좀 더 벌려.”
“흐, 아으, 아….”
아직 내부에 에그가 들어차 있었다. 건율은 상체를 최무정에게 기대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다른 곳에 비해 살집이 있는 엉덩이가 살살 흔들렸다. 최무정은 발정 난 엉덩이를 커다란 손으로 내리쳤다.
“아으으…!”
“적당히 보채요, 진짜….”
“무정아, 흐, 나, 가고 싶, 어어…. 읏, 으으…!”
진동기가 애매한 곳을 빙빙 돌며 자극해서, 안달이 났다. 아까는 너무 크다고 느꼈던 것이 지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깊은 곳까지 긁어 줬으면 했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흐, 아아…!”
한 손에 들어오는 엉덩이를 붙잡은 최무정이, 단번에 건율의 몸을 아래로 당겨 처박았다. 굵직한 성기가 음부를 가르고 들어와 내벽을 확장시켰다.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진동기를 더욱 안쪽으로 밀려들어 오며 이상한 부위를 짓이겼다. 숨이 턱 멎는 것만 같았다.
“흐, 흐윽, 읏, 아…. 아, 아…!”
가는 허리를 붙잡은 손이 난폭하게 건율의 몸을 위로 들었다 내리며, 마치 기구처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쉴 틈 없이 위로 처박아 대자 머리가 멍해졌다. 쾌락의 감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흐아아…. 아, 응, 아…!”
“존나, 뜨거워.”
“흑, 으읏, 흑! 아, 아, 아으, 흑! 아!”
어서 싸고 편해지고 싶은데, 최무정이 구멍을 헤집으며 처박아도 가질 않았다. 건율은 거의 울다시피 하며 최무정의 몸에 매달렸다. 굵직한 좆이 드나들 때마다 내벽이 요란하게 조여 댔다. 아랫배가 찌릿찌릿했다. 머리가 어떻게 될까 봐 두려울 정도로 쾌감이 일었다.
몸에서 열이 나는 탓인지 건율의 몸은 평소보다 더욱 예민했다. 살갗이 스칠 때마다 성기가 꺼떡이며 파르르 떨렸다. 쿠퍼액이 질질 흘러 최무정의 셔츠를 더럽혔다. 건율은 제 것을 그의 배에 문지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정, 무정아아…. 흑, 아, 어지, 러워, 앗, 아으, 흑…. 아!”
“씨발, 진짜…. 좆에 환장해, 가지고…!”
“흐아, 아, 으응, 아, 앗, 흡, 으!”
“손도 못 쓰게 된 거, 그냥 나한테 몸 대 주면서 돈 받는 거 어때요?”
“아니, 흐으, 아니야아…. 아, 흐윽, 읏, 응!”
귀까지 새빨개진 건율이 최무정의 품에 파고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세운 채로 벌벌 떨며 앓는 소리를 냈다. 손발이 저릿저릿했다. 건율은 발가락을 힘껏 오므리고 벌벌 떨며 들썩거렸다. 최무정이 위로 치고 들어올 때마다 숨이 막혔다.
차 안은 좁고, 불편했다. 그래서 자극이 강할 때마다 도망갈 곳이 없어 안달이 났다.
“으, 우응, 웁…!”
머리채가 잡혀 뒤로 당겨졌다. 숨을 들이켜는 순간, 최무정이 입을 맞춰 왔다. 크고 두꺼운 살덩어리가 입 안으로 파고들어 와 건율의 혀를 짓눌렀다. 엉망으로 내벽을 훑고,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입과 입이 더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맞닿아 끈적한 액을 흘렸다. 입 안까지 범해지는 듯했다. 아래로 위로, 최무정의 것이 가득 차 숨이 막혔다.
너무 깊어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건율은 눈을 크게 뜨고 벌벌 떨었다. 숨을 쉬고 싶은데, 최무정이 떨어져 주질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아래에서 굵직한 좆 기둥이 꼿꼿하게 속살을 처박아 댔다. 찔꺽이는 소리가 야살스럽게 차 안을 채웠다. 성기를 빼냈다가 다시 집어넣을 때마다 마찰이 일어 아래가 뜨거웠다.
“흐으, 헉, 하아, 하, 흐읏, 아!”
결국, 건율은 최무정을 힘껏 밀어내야 했다. 고개를 뒤로 젖혀 가며 도망치자 최무정이 다시 건율의 허리를 잡아 힘주어 아래로 당겼다. 동시에 위로 쳐올리며 성기가 깊은 곳까지 억세게 파고들었다. 아래가 온통 애액으로 가득해 성기는 수월하게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살과 살이 부딪쳐 퍽퍽, 하고 거친 소리가 났다. 어질어질했다.
“무정, 아아…. 흐, 아, 아파아, 흑, 아!”
“그러, 게…. 약 처먹고, 자면… 좋았, 잖아요.”
절정감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건율은 연이어 절정 하며 벌벌 떨었다. 최무정은 아직도 제 것을 만져 주지 않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제 것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양팔이 난폭하게 잡혀, 휙 당겨졌다.
“아, 아으, 아!”
“내가 거기, 만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흐으, 흑, 아, 아아…. 하, 하지, 만…!”
예민한 몸이 자꾸만 흠칫거리며 최무정의 것을 잘근잘근 씹었다. 끈적하게 달라붙어 오는 내벽이 오물거리며 욕심내듯 성기를 빨아 들였다.
“흐아아…. 아, 아! 읏, 아!”
건율은 몸을 앞으로 푹 숙인 채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최무정이 다시 허리를 잡아 위아래로 흔들어 대며 쑤셔 박았다. 구멍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최무정의 무릎을 잔뜩 적셨다. 묵직한 성기가 속살을 범할 때마다 거대한 것에 꿰뚫리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굵은 진동기가 이곳저곳으로 미끄러지며 내부를 마구잡이로 자극했다. 건율은 흠칫거리며 발가락을 오므렸다가, 쫙 폈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하하……. 이러다 내가 감기 걸리겠는데.”
“흐윽, 읏, 응, 아! 흡, 읏!”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훑은 최무정이 건율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목덜미에 코를 박고 깊게 냄새를 맡았다. 어린애도 아니고, 비누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최무정은 홧홧하게 달아오른 건율의 내벽을 엉망으로 쑤셔 박으며 그의 몸이 망가지도록 억세게 그를 끌어안았다. 꼼짝도 못 할 만큼 꽉 안겨진 건율이 헐떡이며 풀린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가게, 흐윽, 가게 해, 줘….”
“아직이에요.”
“흐윽!”
최무정이 입을 벌려 건율의 목덜미를 세게 물었다. 하얀 피부가 살짝 찢기며 피가 맺혔다. 잇자국이 선명했다. 시간이 지나면 퍼렇게 멍이 들 터였다.
“사, 살려…. 흐읏, 응, 아! 나, 나, 흑, 그마안…. 제, 발, 흑…!”
“아직 한 번도, 안 했는데 뭘 그만, 이에요.”
보채던 사람이 이제는 무리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살려 달라고 빌었다. 최무정은 아직 가게 해 줄 생각이 없었다. 둔부 양쪽을 붙잡고 구멍이 찢어지도록 성기를 깊게 밀어 넣었다. 건율이 훌쩍이며 최무정의 가슴에 몸을 기대 왔다. 동시에 최무정이 피가 맺힌 목덜미를 혀로 훑었다. 하얀 피부에 남은 자국이 무척이나 어울렸다.
최무정이 인상을 찌푸리며 건율의 몸을 핸들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박차를 가해 그의 허리를 붙잡고 위아래로 처박아 올렸다. 마른 몸이 안쓰럽게 성기를 품고 경련해 댔다. 최무정은 평소보다 붉어진 건율의 성기를 내려다보며 마지막으로 힘껏 허리를 쳐올렸다. 건율의 내부로 끈적한 정액이 왈칵 쏟아졌다. 최무정은 그제야 한숨을 쉬며 진동기를 껐다.
“흐, 흐윽, 으….”
“올라가서, 더 해요.”
건율은 최무정의 좆을 뒤에 꽂아 넣은 채로 코트에 감싸졌다. 건율은 헐떡이며 최무정의 몸에 얼굴을 묻었다.
처음 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건율이 현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성기가 단번에 뽑혀 나가 내벽이 벌벌 떨렸다. 건율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집어 엉금엉금 기었다. 최무정이 주는 쾌락이 좋으면서도 무서웠다.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 최무정이 발목을 잡아 제 쪽으로 확, 당겼다.
“나, 나아, 그만…. 흐…읍…!”
뒤에서 덮쳐 온 몸이 무거웠다. 최무정은 건율의 구멍에 손가락을 마구 쑤셔 넣고 내벽에서 빙빙 도는 에그를 세차게 긁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위 위로 에그가 꾸욱, 눌렸다.
“흐아, 아…!”
길고 굵은 손가락이 내벽을 유린하며 에그를 잡아 급하게 빼냈다. 둥근 것이 구멍 바깥으로 뽑히자마자 허리가 벌벌 떨렸다. 버틸 힘이 없어 무너지자, 최무정은 바닥에 들러붙은 건율의 둔부를 벌려 그대로 꽂아 넣었다.
“아, 아윽! 윽, 흐윽, 응! 읏, 으으응!”
최무정은 저보다 작은 건율의 몸을 짓이기며 아래로 거칠게 쑤셔 박았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핏줄이 내벽과 입구를 마구 긁어 댔다. 눈앞에 하얀 폭탄이 몇 번이고 터졌다. 큼지막한 손은 건율을 도망치지도 못하게 허벅지를 붙잡았다. 최무정은 무자비하게 볼록한 부분을 짓이기며 성기를 마구 쳐올렸다.
침이 턱 아래로 흘렀다. 건율은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온몸이 흔들리는 거친 움직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어지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 최무정은 꼭 건율의 내벽에 제 것을 새기는 사람처럼 깊게 쑤셔 박고 뭉근하게 허리를 돌려 내벽을 긁어 댔다. 어쩌면 아래는 이미 최무정의 것대로 모양이 잡혔을지도 몰랐다.
“아, 아, 아! 읏, 아!”
“선배, 지금… 하, 구멍이, 씨발…. 존나 뜨거워. 걸레처럼 빨아들인다고, 요.”
“흑, 흐, 싫, 싫…. 싫어어, 그런, 말, 하윽! 하지, 마아…. 아! 읏, 앙!”
“좆을 이렇게 씨발, 좋아해서 어떡해요?”
연거푸 한 곳만 집요하게 찔러 대는 바람에 건율의 성기에서 쿠퍼액인지 정액인지 모를 것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옷을 다 벗지도 못한 채, 현관에서 짐승처럼 박히는 것이 조금 서러웠다. 근데 그것도 저는 좋았다. 최무정이 찔러 올릴 때마다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감당하지 못할 자극에 휩쓸려 잠겨 드는 듯했다.
“이러다, 아무나 좆 박아 준다고 하면… 좋다고, 대 주겠네.”
“아니, 야아, 흐읏, 응! 아! 아니야, 아! 흑!”
“아니에요?”
“으응, 흑, 읏, 으으읏…! 아니, 야아, 안 그, 래애, 흐으윽!”
“내 좆만 넣겠다고?”
두꺼운 손이 아랫배를 꾸욱 눌러 왔다. 숨이 턱 하니 막혔다. 건율이 눈을 크게 뜨며 벌벌 떨고 있자, 최무정이 다시 한번 단번에 쑤셔 박으며 물었다.
“여기에 내 좆만 넣겠다고, 맞아요?”
“하아, 흐, 흐으으응…. 아, 읏, 마, 맞, 아아…. 흑…!”
“아까는 장난감 하나에 질질 싸 댔잖아요.”
“흐앗! 아, 아, 으…. 아니, 흑, 아니야, 흣, 응, 아! 아, 안 그럴, 흣, 게에…!”
두꺼운 귀두가 내벽을 꾸욱, 하고 눌러 왔다. 건율이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팔을 뻗었다. 최무정은 그대로 건율의 목을 끌어안아 다시 거칠게 처박았다. 작은 구멍이 한계까지 늘어져 경련했다. 억눌린 신음 소리가 새어 나갔다.
“…그래요.”
배려심 없는 거친 움직임에 몸이 바닥에 쓸려 아팠다. 최무정은 건율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돌리게끔 했다. 열기에 가득 찬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고개를 꺾어 입을 맞추며 뜨거운 점막으로 혀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돌려 건율의 성기를 쥐었다. 단단하게 솟아 있던 물건이 커다란 손에 들어오자마자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최무정은 건율의 요도를 엄지로 막으며 다시 한번 거칠게 쳐올렸다.
그리 오래 하지도 않았는데 건율은 벌써 실신할 것처럼 늘어졌다. 최무정은 건율의 숨을 뺏어 먹으며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숨이 모자라 기절할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물들고 나서야 입과 엄지를 떼어 냈다.
“흐…아아…!”
절정에 다다른 몸이 경련하며 최무정의 성기를 잔뜩 조여 왔다. 성기의 밑단까지 잘근잘근 씹으며 정액을 쥐어짜듯이 내벽으로 빨아들였다. 최무정이 한숨을 내쉬며 깊은 곳에 씨물을 싸지르자, 건율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세차게 튀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으, 흐으… 응….”
겨우 버티고 있던 작은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축 늘어졌다. 열이 올라 발간 얼굴로 기절한 걸 보자, 최무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델 만큼 뜨거운 내벽에서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아픈 사람을 계속 몰아세울 순 없는 노릇이었다.
* * *
“흐으…….”
덥다.
살갗은 따끔거리고 머리는 징징 울렸다. 반쯤 눈을 뜨자 몸 위에 무언가 있었다. 건율은 어깨를 비틀며 앓는 소리를 뱉었다.
“무……거워…….”
“일어났어요?”
“끄응……. 으……. 아?”
더운 숨이 느껴졌다. 건율은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그제야 제 위에 최무정이 있는 걸 깨달았다. 자연스레 손을 뻗어 그를 끌어안으려다, 이상한 감각에 몸이 멈췄다.
“후우…….”
“아, 아으, 으?”
두 팔은 위로 묶여 있고, 아래엔 무언가 빠듯하게 들어차 있었다.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건율은 흐리멍덩한 눈으로 최무정을 쳐다보았다.
“미안해요. ……하지만 선배가, 꼬셨으니까.”
“……흐, 앗, 아!”
어느새 아래를 가득 채운 성기가 천천히 뒤로 빠져나갔다. 내벽이 바깥으로 딸려 나가는 감각에 건율이 저도 모르게 아래에 힘을 줬다.
“으, 선배…….”
“하아, 흐, 무, 무정아…….”
건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갛다. 하얀 나신이 발그레 물들어 예민하게 반응했다. 최무정은 제 입술을 훑으며 건율의 허리를 잡고 위로 쳐올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성기가 단번에 안쪽까지 찌르고 들어갔다.
“응, 읏, 아!”
“선배, 선배…….”
“히으, 응, 아…… 흣, 으……!”
평소보다 더 뜨겁고, 민감하게 달아오른 몸 안에 성기를 쑤욱 밀어 넣을 때마다 육벽이 파르르 떨리며 성기를 오물오물 씹었다.
“흣, 응, 아, 아!”
단지 몸의 땀을 닦아 주러 왔을 뿐이다. 열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저를 붙잡고 안아 달라 한 것은 서건율이었다. 팔을 묶은 건 한번 해 보고 싶던 것이라, 이건 건율의 의사는 아니었지만.
최무정은 혀를 차며 여린 속살을 밀어젖혔다. 건율의 허벅지가 벌벌 떨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 흐으, 무정아, 읏, 응, 읏…….”
“좋아요?”
“흑, 읏, 아……!”
막다른 곳까지 귀두가 닿을 만큼, 강하게 짓누르자 건율이 고개를 젖혔다. 가는 턱이 파르르 떨렸다. 최무정은 건율의 턱을 혀로 쓸며 천천히 입술을 집어삼켰다.
“우응, 응!”
입 안 점막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좁은 안쪽이 최무정의 혀를 버겁게 받아들였다. 입을 맞춘 채로 허리를 거칠게 움직여 내벽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 안쪽으로 좆을 쑤셔 댈 때마다 건율이 허리를 경련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묶인 팔이 불편한 듯해, 최무정은 서둘러 팔을 풀어 주고 손을 목에 감게 했다. 건율은 바로 팔에 힘을 줘 최무정을 끌어안았다.
“흐아, 하, 하아, 흐, 무정아아……. 흑, 아……!”
“선배, 잘 때도…… 아래가, 좆을 씹어 먹으려고 굴었던 거 알아요?”
“아흐, 흑, 읏, 모, 몰……라아!”
“잠꼬대로 더 넣어 달라고 그래서…… 난 깼나 싶었다고요.”
부끄러운 말에 건율이 고개를 저으며 최무정의 어깨에 고개를 박았다. 올곧게 같은 곳만을 찧어대는 움직임에 숨이 턱 하니 막혔다. 낯선 살 기둥이 안쪽을 강하게 긁어 댔다.
구멍은 성기를 빠듯하게 품고서 그가 빠져나갈 때마다 벌름거렸다. 뜨겁고, 더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늘따라 피부가 따끔따끔하고 아파서, 좆이 드나들 때마다 아래가 더욱 예민하게 경련했다. 건율의 것은 이미 뱃가죽에 달라붙을 정도로 꼿꼿하게 서서는 쿠퍼액을 질질 싸지르고 있었다.
“흐아, 아, 아읏, 응!”
최무정은 두 팔로 건율의 머리를 꾹 눌러 오며 꼼짝도 못 하게 막은 뒤, 성기를 꾸욱 밀어 넣었다. 뜨겁고 축축한 점막이 질척이며 달라붙었다. 파르르 떨며 버둥거리는 두 다리는 최무정의 팔뚝만큼 얇았다.
최무정은 상체를 들어 올리고, 건율의 얇은 발목을 한 손에 잡아 확 제게로 당겼다. 건율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멍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새빨개진 얼굴로 침을 질질 흘리는 게 퍽 야했다.
“아, 아, 읏, 흑!”
끌어안은 채로 건율의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최무정은 눈을 치켜뜨고 건율을 내려다보았다. 쾌락에 젖어 아무 생각도 못 하는, 바보 같은 얼굴이 보였다.
이젠 제가 없으면,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연인.
건율이 손을 쓰지 못해도,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좋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싶었지만……. 최무정의 마음은 건율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더 음침하고, 역겨운 소유욕이었다.
“흐아, 아아! 흣, 응, 아윽, 흑!”
직격으로 찍어 올리며 좁은 내벽에 흔적을 잔뜩 남겼다. 전립선을 치고 올라갈 때마다 건율이 성기에서 쿠퍼액인지 모를 것을 질질 쌌다. 말랑말랑한 점막이 정액을 조르듯 성기를 쥐어짰다.
“선배…… 나 좋아해요?”
“흐으, 읏, 으응, 조, 좋아……. 흑…….”
뒤쪽이 빈틈없이 가득 채워져, 이대로 배 안쪽이 이상하게 일그러지지는 않을까 싶었다. 건율은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물흐물한 얼굴로 답했다. 섬뜩할 만큼 음탕한 감각이 자꾸만 치고 올라왔다. 버겁고, 무서웠다.
“사랑해요?”
“사, 흐으, 사랑, 해, 아, 아윽, 읏!”
“나만?”
“응, 아으, 응, 무, 무정이만……. 아! 아윽, 흐으으……!”
무섭다. 정신이 나갈 만큼 기분이 좋아서, 너무 무서웠다. 시야가 흐릿했다. 안쪽이 징징 울릴 만큼 강하게 쳐올릴 때마다 정신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나도요.”
“흐, 아……!”
안쪽을 억세게 짓이기며 박자마자, 건율이 파르르 떨며 늘어졌다. 최무정의 것이 내벽에 쏟아지는 감각에 아랫배가 오싹오싹 아려 왔다. 동시에 건율도 사정했다. 붉게 달아오른 가슴이 위아래로 헐떡이며 새된 신음을 내질렀다.
몸이 터질 만큼 강하게 끌어 안겼다. 건율은 최무정의 품에서 가쁜 숨을 내뱉으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두 팔로 크고 단단한 상체를 끌어안자, 그의 심장이 뛰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다음 주에, 붕대 풀러 가요.”
“흐으…… 으…….”
“풀면, 가장 먼저 제 앞에서 연주해 줘요.”
여전히 절정의 여운에 허리가 지끈거렸다. 건율은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응…….”
쿵, 쿵, 쿵, 쿵.
최무정의 것도 저처럼 크고 빠르게 뛰고 있었다. 건율은 그게 미칠 만큼 좋았다.
무섭고, 좋았다.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두 사람의 몸이 한사람처럼 뒤얽혀 떨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털썩, 하고 건율이 축 늘어졌다. 가만히 숨을 뱉고 있던 최무정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서, 선배?”
저보다 한참 작은 몸 이곳저곳에 키스 마크인지, 멍인지 모를 것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최무정은 저도 모르게 건율의 심장에 귀를 댔다가, 잠든 것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죄송해요.”
해 달라고 해도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최무정은 마른세수를 하며 급하게 물수건을 가지러 방을 나섰다. 기절인지, 잠인지 모르게 색색 대던 건율은 좋은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공금.갠소.본문수정有.AngKemT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