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야, 오늘 술 한잔할래?”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챙기던 현성이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2학년에 들어서 동기들 중에서 그나마 친하다면 친한 놈이었다. 가끔씩 이렇게 술을 먹자고 제안을 해 오지만 현성은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집엘 가야 했다.
“미안. 집에 가야 돼서.”
“집에 뭐 숨겨 놨냐? 맨날 수업 끝나자마자 집에 가야 된대.”
매번 제안을 거절하는 현성이 짜증 났는지, 동기가 볼멘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현성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미안. 여보가 기다려서…….”
“여보? 너 여자 친구랑 같이 사냐?”
“응, 애인이랑…… 개 한 마리랑.”
“와. 씨발 대박이네. 예쁘냐?”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우리 여보가 잘생기긴 했지. 현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기는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찡그렸다.
“부러운 새끼.”
욕을 툭 내뱉고는, 다른 상대를 물색하러 사라졌다. 방해꾼이 사라지자 현성은 가방을 마저 챙기고 황급히 강의실을 나섰다.
“이현성!”
그리고 후문을 통과해 나가려는 순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우뚝 멈춰 섰다. 차에 기대어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진우가 보였다. 현성은 하루 중에 제일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진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진우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마구 그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진우는 진정하라는 듯 현성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슬며시 밀어냈다.
“자기야, 학교 사람들이 봐.”
현성은 진우가 자신을 만류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쪽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퍼부었다.
“나는, 봐도 상관없어.”
“나중에 후회한다니까. 집 가서 마저 하자, 응?”
진우는 현성의 손을 잡고 조수석에 그를 태운 뒤 운전석에 올라탔다. 현성은 진우가 타자마자 다시 진우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퍼부었다. 진우는 현성의 키스를 받아 주며 그의 것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말랑한 살덩이가 아니라 딱딱한 것이 손에 닿았다. 진우는 현성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드로어즈 사이에서 현성의 것을 꺼냈다.
현성의 성기에는 그의 아빠, 현우도 가지고 있는 정조대가 채워져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요도를 막고 있는 마개의 끝에 반짝이는 보석이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얼마 전 사귄 지 1년 되는 날을 기념해 진우가 특별히 선물을 해 준 것이었다. 현성은 자신을 생각해서 이런 선물을 준 진우가 너무 고마워 그만 눈물까지 글썽이고 말았다.
“쉬야 안 마려워?”
“으응, 마려워…… 아까 커피 마셨더니…….”
“그러네. 싸고 싶어서 여기가 땡땡 부었어.”
진우가 정조대 안에 갇혀 괴로워 보이는 성기를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오전에는 2학년 전담 교수님과 상담이 있었다. 교수님이 사 주신 커피라 안 마실 수가 없어 전부 들이켰더니 마지막 수업이 시작할 때부터 미친 듯이 소변이 마려웠다. 하지만 아래를 막고 있는 것들 때문에 속 시원히 배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얼른 집에 가서 해피한테 처리해 달라고 하자.”
“응…… 해피한테 잔뜩 싸 주고 싶어.”
집에는 기르는 개, 해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우가 현우 대신 현성을 선택했을 때부터 현우는 자신의 이름을 잃고 해피라고 불리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 안에서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실에서 대여섯 명의 장정들이 해피를 둘러싸고 있었다. 해피가 개가 되기로 결정한 날 이후로 달라진 건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진우가 자신의 친구라는 남자들을 여러 명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현성은 처음에 그들이 무서웠으나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고 있었다. 진우가 그들에게 어느 정도 돈을 받고 해피를 데리고 놀 수 있게 해 주는 모양이었다. 이전까지 해피가 프리랜서로 벌어들이던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지라 현성은 퍽 만족스러웠다.
진우와 현성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해피를 데리고 놀고 있던 남자들이 길을 내 주었다. 온몸이 정액과 알 수 없는 액체로 뒤덮인 해피가 이지를 잃은 눈으로 현성을 올려다보았다.
“하으, 읏, 흐응, 자, 자지 주세요…… 자지…….”
해피의 넓게 벌어진 구멍에서도 정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정액을 먹었으면서도 아직도 자지를 찾고 있다니. 현성은 해피가 어지간히 발정이 심한 개라는 생각을 했다.
진우는 현성의 성기를 갑갑하게 조이고 있던 정조대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요도 마개를 빼 주었다.
“흐으으읏……!”
꽤나 굵은 크기의 마개였다. 진우는 1년 동안 정성 들여 현성의 요도를 길들였다. 덕분에 이제는 요도만 자극해 줘도 쉽게 사정할 수 있었다. 장미의 가시처럼 마개의 기둥에는 뾰족한 돌기가 솟아 있었다. 예전에 해피가 진우에게 선물받는 것을 봤을 때는 저런 걸 어떻게 넣냐 싶었는데. 이제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무시무시한 마개를 요도 안에 넣고 하루 종일 지내고 있었다.
진우는 직접 현성의 성기를 잡고 해피의 입 안으로 겨냥해 주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의 시선이 닿자 현성은 긴장했는지 쉽게 오줌을 싸지 못했다. 그러자 진우가 현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기 오줌이 안 나와?”
“으, 응…….”
“내일까지 다시 마개 처박고 있을래?”
“아, 아니……!”
내일까지 오줌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현성은 마구 도리질을 했다. 그러자 진우가 다정한 척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얼른 싸자. 해피 목마르겠다.”
“응, 응…….”
두 사람이 없는 사이 해피는 이미 배가 터지도록 남자들의 정액과 오줌을 마셨지만 두 사람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현성은 오줌을 못 싸고 하룻밤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오줌을 싸는 데 집중했다. 그러니 다행히 졸졸, 오줌이 새 나왔다. 벌어져 있는 해피의 입으로 오줌이 흘러들어 갔고, 해피는 익숙하게 그것을 꿀꺽꿀꺽 마셨다.
해피가 처음부터 오줌을 이렇게 잘 마신 건 아니었다. 1년 동안 철저하게 훈련을 시킨 결과였다. 처음에는 오줌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심했는데, 물 대신 마실 것을 오줌밖에 주지 않으니 본인도 버티지 못하고 그것을 잘 마실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해피야, 맛있어?”
진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해피는 오줌을 꿀떡꿀떡 삼키면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피는 현성의 오줌을 다 받아 마시고 현성의 귀두에 매달려 있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들인 뒤 입을 열었다.
“오, 오줌 주셔서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현성은 제게 감사 인사를 하는 해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잔뜩 정액을 묻히고 있는 더러운 남창이 보였다. 현성은 괜히 심술을 부려 해피의 뺨을 짝, 소리 나게 내리쳤다. 해피의 하얀 얼굴이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
“아읏, 가, 감사합니다…….”
해피는 맞을 때마다 감사 인사를 하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현성은 인사를 듣고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진우는 현성이 해피를 때리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현성의 성기에 다시 요도 마개를 밀어 넣고 정조대를 채웠다.
“야, 권진우. 그 새끼는 언제 따먹게 해 줄 거냐? 애비랑 아들이랑 같이 눕혀 놓고 번갈아 따먹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불쑥 들려온 한 남자의 목소리에 현성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자신을 따먹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현성은 서둘러 진우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 여보가 그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 없었는데, 현성은 왠지 불안했다. 진우는 싸늘한 눈으로 그 남자를 응시하더니, 이내 재미없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 한쪽 입꼬리만 올려 삐뚤게 웃었다.
“무슨 개소리야. 내가 우리 현성이를 왜 돌려.”
그러고는 굳어 있는 현성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는 말했다.
“현성아, 가자.”
“으, 응…….”
진우는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해 보이는 현성을 억지로 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단둘이 있을 때는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현성은 불안한 상태였지만 일단 진우와의 약속대로 주섬주섬 옷을 벗었다. 물론 그런 현성을 쳐다보는 진우는 옷을 전부 갖춰 입은 상태였다. 진우는 모두 탈의한 현성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입술을 겹쳤다. 현성은 진우의 허리에 팔을 두르면서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에 입을 열었다.
“여, 여보 진짜 나 안 버릴 거지……?”
그 말에 진우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확 구겼다. 진우의 감정 변화에 현성은 안절부절못하며 입을 열었다.
“여, 여보 의심하는 게 아니라 해, 해피도……!”
짜악, 현성이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기도 전에 진우의 손이 날아왔다. 워낙 힘이 센지라 현성은 휘청거리다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진우는 그런 현성의 몸 위로 올라타며 다시 현성의 뺨에 손을 올렸다.
“아읏……!”
“자기야, 현성아.”
“으, 응…… 여보…….”
현성은 더 심하게 얻어맞을까 봐 얼른 대답을 했다. 하지만 대답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한번 진우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짝, 매서운 파열음과 함께 현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잘, 잘못했어, 잘못했어…… 다신 여보 의심 안 할게, 흐읍, 흑…….”
현성은 겁에 질려 손바닥을 마구 비비며 애원했다. 진우는 그런 현성을 물끄러미 보다가 현성의 양쪽 볼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맞아서 열이 오른 볼이 따듯했다. 진우는 현성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현성은 진우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기 무서워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자기가 그렇게 내 마음을 의심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진우는 정말 서운하다는 듯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더 이상 현성의 뺨을 때리지도 않았다. 현성은 그런 진우의 반응에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피는 해피고 현성은 현성이였다. 해피가 버려진 건 진우가 현성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이유 없이 해피와 자신을 겹쳐 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진우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현성은 크거나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진우에게 체벌을 받곤 했다. 해피가 잘못해서 얻어맞는 걸 몇 번이나 봤음에도 막상 자신의 일이 되자 현성은 왜 자신이 맞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진우는 그런 현성에게 네가 미워서 벌을 주는 게 아니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설득했다. 조금 납득은 갔지만 그래도 완전히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그런데 현성은 지금 차라리 진우가 때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잘못했으니 차라리 진우에게 그에 맞는 벌을 받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진우가 먼저 몇 대를 맞을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
“여, 여보. 나, 뺨, 계속 때려 주세요…….”
현성은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제 스스로 때려 달라는 말을 내뱉었다. 진우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비죽 올려 웃었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나갈까 봐 목을 가다듬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뺨은 왜.”
“응, 왜냐하면, 내가 멋대로 여보 의심하고 상처 줬으니까…… 잘못했으면 여보한테 맞아야 돼요…….”
“…….”
현성은 진우가 말이 없으니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버려지는 거 아닐까. 현성은 다급하게 진우의 손을 잡아 제 볼 위로 가져다 댔다.
“여보 얼른 뺨 때려 주세요…….”
진우는 다시 때려 달라고 재촉하는 현성에게 여전히 화가 난 척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몇 대 맞고 싶은데.”
주눅든 현성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보 화 풀릴 때까지…….”
“백 대 때리면 백 대 맞을래?”
현성은 잠시 어깨를 움찔 떨었다. 예전에 해피가 엉덩이가 터지도록 얻어맞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다가올 고통에 대한 공포보다는 버려질까 봐 두려운 게 더 컸다. 현성은 망설이는 모습을 들킬까 봐 서둘러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여보 마음 풀리기만 하면…….”
“백 대 맞으면 내일 자기 얼굴 퉁퉁 부어서 학교도 못 가겠네.”
진우는 현성의 부드러운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렸다. 진우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솜털이 바짝 서는 게 느껴졌다.
“응…… 학교 안 가도 돼. 가라앉으려면 2주는 걸리겠지? 그럼 2주 동안 여보 정액만 받으면서 살래…….”
“말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지?”
진우는 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현성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현성은 진우가 자신을 용서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현성의 왼쪽 허벅지 밑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다리를 들어 올려 벌어진 다리 사이에 드러난 구멍으로 제 성기의 끝을 맞췄다. 현성은 이제 꽤 진우와의 관계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젤 없이 성기를 삽입하는 건 아직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진우는 제 말을 듣지 않았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벌을 주곤 했다. 뺨을 때리는 대신 이런 식으로 아프게 하려는 모양이었다.
“으으윽……!”
굳게 닫힌 구멍으로 묵직한 성기가 파고들자 현성은 괴로운 듯 허리를 들썩거렸다. 진우는 공중으로 떠오른 현성의 배를 큰 손바닥으로 꾹, 내리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현성의 안을 채우는 제 성기를 손으로 느꼈다. 현성은 안팎으로 느껴지는 압박감에 고통스러웠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오늘은 진우에게 잘못을 한 것도 있어 꾹 참았다.
진우는 끝까지 제 성기를 밀어 넣고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현성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감상했다. 역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처음 진우가 현성의 얼굴을 본 것은 사진을 통해서였다.
진우는 카페 손님으로 자주 오던 해피의 예쁘장한 얼굴에 끌려 접근을 했고 해피는 아주 손쉽게 진우에게 넘어왔다. 진우는 함락하기 쉬운 상대에겐 금방 질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진우는 그냥 몇 번 가지고 놀다 버릴 예정이었던 해피를 생각보다 오래 만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해피의 방 안에서 보게 된 두 부자(父子)의 사진 때문이었다.
사진 속 현성은 해피보다 키가 조금 크고 더 섬세하게 생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미인이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던 해피보다 더 완벽히 제 취향에 들어맞는 현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진우에게 꽤나 큰 호재였다. 그래서 진우는 그날부로 해피에게 현성과 만나고 싶다는 말을 만날 때마다 꺼냈다. 바보 같은 해피는 그저 진우가 현성에게 제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줄 알고 혼자 설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을 만나게 된 진우는 꽤나 공을 들여 현성을 손에 얻게 되었다. 처음 날을 세우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완전히 강아지처럼 자신만 보면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현성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흐으윽……!”
배 속을 꽉 채운 성기가 꽤나 버거운 모양인지 눈썹을 찌푸리는 모습조차도 예뻐 보였다. 진우는 현성의 양쪽 허벅지를 꽉 누르며 좀 더 제 체중을 실어 현성을 짓눌렀다. 몸이 반으로 꺾이는 자세에 현성은 고통스러운지 진우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절대 하지 말라는 둥, 그만하라는 둥 듣기 싫은 소리는 하지 않는 게 기특했다. 해피는 약해 빠져서 틈만 나면 아프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진우는 여러모로 해피는 개로 살아가는 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야, 나 봐.”
현성은 진우의 목소리에 꾹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진우는 현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허리를 뒤로 물렸다가 단번에 퍽, 강하게 쳐올렸다. 현성이 느끼는 포인트를 정확히 찍어 올린 탓에 극렬한 쾌락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현성의 눈앞이 잠시 새하얗게 변했다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으흡, 윽……!”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바람에 현성은 이까지 꽉 다물고 앓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진우는 그런 현성의 이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현성은 자연스럽게 진우의 손가락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입을 벌렸다.
“이 너무 세게 깨물지 마.”
현성은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 있는 것 같아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속도를 높여 허리 짓을 하기 시작한 진우 때문에 정신이 날아가 그럴 수 없었다. 현성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오는 쾌감에 뭐라도 붙잡을 것이 필요해졌다. 손으로 주위를 더듬다가 손에 걸리는 침대 시트를 꽉 움켜잡았다.
진우는 너무할 정도로 계속해서 똑같은 포인트를 짓눌렀다. 가뜩이나 성기가 커서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큰 쾌감이 느껴졌다. 굵직한 귀두로 전립선을 묵직하게 비벼질 때마다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계속 느끼고 싶은 양가감정이 들었다.
“아읏, 흑, 흐앙, 거, 거기만 계속, 찌르면, 아흑, 읏, 못 참겠……!”
현성은 좋아서 미칠 것 같다가도 이렇게 계속 쑤셔지다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팔로는 진우의 어깨를 밀어내고 다리로는 진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진우는 그런 현성이 귀여워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을 터트렸다.
잘 느끼고 솔직한 건 해피를 닮아서 다행이었다. 처음 몸을 섞기까지가 시간이 좀 걸렸지 그 뒤로는 간단했다. 현성은 이제 진우의 것이 없으면 살 수 없었다. 그런 주제에 버려질까 봐 의심을 하는 현성이 괘씸했다. 물론, 사람 마음이라는 게 늘 한결같지 않아서 나중에 현성이 질리면 해피처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뺨을 백 대씩이나 때릴 마음은 없었지만 어느 정도의 교육은 필요할 것 같았다.
“현성아.”
진우는 허리 짓을 멈춘 채 현성을 불렀다. 현성은 가픈 숨을 헐떡이며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진우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여보…….”
“사랑한다고 말해.”
“사, 사랑해…….”
현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겨우 한 번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진우는 현성에게 자신이 누구의 것인지 확실히 각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우는 무감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짜악, 매서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다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보, 흐윽, 흡, 으흑…….”
“현성이, 누구 거야?”
“나, 나는 여, 여보 거…….”
“그래. 넌 내 거야. 내가 널 왜 버려. 알겠어?”
현성은 말없이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현성의 볼을 감싸던 손이 슬며시 밑으로 내려와 가는 목을 졸랐다. 현성은 숨이 막히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한 방울 떨어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현성은 섣불리 진우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진우를 의심해서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으니 이번엔 진우를 믿어야만 했다. 현성은 숨이 모자라 기절하기 직전까지도 진우가 알아서 타이밍을 재서 손을 놔줄 거라 생각하며 견뎠다.
진우는 현성이 반항 없이 얌전히 저에게 몸을 맡기고 있으니 만족했는지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현성은 마침내 숨통이 트이자 크게 숨을 들이켜다가 사레가 들려 거친 기침을 쏟아 냈다.
“하아, 하아, 케엑, 크윽…….”
진우는 현성의 기침이 멎을 때까지 그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쓸어 내려 주었다. 그러고는 조금 진정이 된 듯 숨만 조금 가쁘게 몰아쉬는 현성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떼어 주었다. 현성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얼룩져 엉망이었지만 진우가 보기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앞으로는 나 절대 의심하지 마. 너 버리는 일 절대 없을 테니까. 알았어?”
“믿, 믿을게, 믿어요……. 의심해서 미안해, 흐으, 흑, 잘못했어…….”
진우는 조금 빠져나온 자신의 성기를 다시 한번 현성의 깊은 곳까지 푹, 찔러 올렸다. 현성의 민감한 엉덩이가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진우는 힘없이 누워 있는 현성의 양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진우는 흐느적대며 무너지려는 현성의 상체를 양팔로 결박하듯 끌어안았다. 얼결에 진우의 위로 올라탄 현성은 제 체중이 실려 좀 더 깊숙하게 들어온 성기에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인형처럼 진우의 품에 안긴 채 반항하지 않았다.
진우는 얌전한 현성의 행동에 만족하며 그의 귓불을 입술로 잘근 물어뜯었다. 간지러움을 동반한 자극에 현성의 어깨가 얕게 떨렸다. 진우는 그런 현성의 어깨에 살짝 입을 맞춘 뒤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현성, 넌 내 거라고…….”
세뇌라도 할 작정인지, 진우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응, 응…….”
현성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텅 비어 버린 눈동자로 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