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날 이후로 내가 남자와 단둘이 섹스를 하는 일은 없었다. 나도 그를 피해 다녔고, 그 또한 자기 멋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읏, 윽, 흐응, 앗, 진우야, 거기, 거기 조금 더……!”
남자와 둘이서 관계를 가지진 않았지만, 아빠와 셋이서는 종종 어울리곤 했다. 아빠는 내 것을 입에 물고, 뒤로는 남자의 것을 받고 있었다. 열락에 들뜬 아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왠지 속이 답답했다. 물론 아빠에게 펠라를 받는 것도 기분이 좋긴 했지만, 뭔가 남자가 내게 줬던 더 강렬한 쾌락이 떠올라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정을 해도 미적지근한 느낌이었다.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 남자가 원망스러웠다. 남자는 나와 섹스한 게 없었던 일인 것처럼, 나를 모르는 체했다.
나는 괜히 짜증이 나서 아빠의 뺨을 후려쳤다. 느끼느라 내 것을 잘 못 물고 있긴 했지만, 화풀이에 가까웠다. 찰싹,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에 남자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보란 듯이 다시 아빠의 반대쪽 뺨도 내리쳤다. 남자는 웃고 있었다. 내가 하는 짓이 우습다는 거지. 나는 아빠의 머리카락을 단단히 쥐고는 같은 쪽 뺨을 연달아 세 번 휘갈겼다. 아빠는 완전히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런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 걸레 새끼야. 똑바로 안 해? 이 닿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잘못, 잘못했어, 현성아……. 제대로 할게. 흐윽, 흡, 그, 그만 때려…….”
나한테 빌어 대는 아빠가 조금 불쌍했다. 괜히 남자와 나 사이의 일 때문에 고통을 받게 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씨발…….”
나는 아빠의 입에서 좆을 빼낸 뒤 바지를 추켜올리며 침대를 벗어났다.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등을 돌려 문을 열고 나와 내 방으로 갔다.
지퍼를 풀고 아직 열기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성기를 잡고 문질렀다. 아무리 세게 쥐고 흔들어도 남자에게 박혔을 때 느꼈던 쾌감은 따라갈 수 없었다. 끝내 사정을 하긴 했지만, 역시나 아쉬운 마음만 들었다. 그때 남자가 강압적으로 나오지만 않았더라도 다시 해 보자고 말을 할 텐데.
나는 또 남자에게 하자고 했다간, 그날처럼 몇 번이나 봐 달라고 빌고 원치 않는 사정을 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러다가 결국 아빠처럼 모든 통제권을 남자에게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
똑똑.
이불을 덮어쓰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무시하려고 했지만 불청객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 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문틀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키가 큰 남자가 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겁을 먹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틀에 기댄 채로 내게 물었다.
“자기가 너 걱정된다고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라고 해서.”
아빠는 내가 중간에 박차고 나온 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내가 봐도 이상하게 굴긴 했다. 그런데 남자를 시켜 물어보게 하다니. 이제 아빠 노릇도 제대로 안 하겠다는 건가.
“……그냥, 머리 아파서요.”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머리가 아픈 건 사실이긴 했다. 쓸데없는 고민들로 머리가 가득 차서 지끈거렸다.
“머리가 왜.”
남자는 내 이마에 손을 얹으려고 했다. 나는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러났다. 열이 난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마에 손을 대려는지 알 수 없었다. 불필요한 접촉은 하기 싫었다. 그날 밤의 열기가 떠올랐다. 남자는 내가 자신의 사정거리를 벗어나자 어색하게 손을 내렸다.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도와줄게.”
“……됐어요.”
나는 남자를 뒤로하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남자는 그런 나를 따라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침대 한쪽이 푹 꺼지는 느낌에 괜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도울 수 없는 일이야?”
남자는 내게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남자를 한번 흘깃 노려봤다. 남자는 자긴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무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그러니까 나가요.”
나는 옆으로 돌아누웠다. 남자가 내 쪽으로 좀 더 붙어 앉아 손을 뻗었다. 내 허리와 허벅지 쪽을 쓸어내리면서 은근하게 속삭였다.
“아까 끝까지 못 갔잖아.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이미 자위로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없어 보이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남자는 내 헐렁한 티셔츠에 손을 스르륵 밀어 넣었다. 그리고 커다란 손으로 내 상체를 매만졌다. 남자의 따듯한 손이 유두를 스치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남자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바지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 마……!”
나는 소리치며 남자의 손을 잡았다. 남자의 손이 뚝, 멈췄다.
“왜? 기분 좋게 해 줄게.”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그때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도 모르게 울먹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창피하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남자는 놀란 듯하다가 이내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 그러고는 나를 자기 품에 안았다. 밀어내려고 했지만 나를 옥죄는 남자의 팔 힘이 더 강했다. 남자는 나를 인형처럼 끌어안고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많이 서운했어? 미안해. 그때 네가 너무 예뻐서 조절이 안 됐어.”
“그걸 말이라고, 흐으…….”
“근데 너도 그때 좋았잖아. 말해 봐. 나쁘기만 하진 않았지?”
“그건…….”
남자는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그때 분명히 나도 많이 느꼈던 걸 남자도 알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이 사정을 한 것도. 하지만 그때 너무 좋았다고, 다시 하고 싶다고 남자에게 매달리고 싶진 않았다. 아빠처럼 돼 버릴까 봐 무서웠다.
“이번엔 진짜 네가 싫다는 거 안 할게. 응?”
남자는 계속 내 귓가에 속살거렸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들렸다. 남자는 방금 전까지 아빠에게 쑤셔 박았던 자지를 다시 세우고 있었다. 정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발정이 났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엉덩이에 비벼지는 남자의 것 때문에 나 또한 흥분해 버렸기에 뭐라 할 자격은 없었다.
남자는 말 없는 나의 반응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내 바지와 드로어즈를 끌어 내리고는 성기를 엉덩이 사이에 문질렀다.
“내가 그만하라고 하면 바로 그만둬야 돼, 알겠죠?”
“응, 알았어.”
남자의 대답에는 딱히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듯했다. 나 또한 그를 믿는 건 아니었다. 단지 흥분에 차 있어 그 짓밖에는 머릿속에 없어 마음이 급했다.
남자는 그때처럼 협탁에서 젤과 콘돔을 꺼냈다. 그리고 젤을 손에 쭉 짠 뒤에 다급하게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이전보다 더 거친 태도였으나 어쩐지 더 흥분되었다. 배려 없이 들쑤시는 손길에도 짜릿짜릿한 감각이 타고 올랐다.
“응, 으흣, 하윽……!”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일부러 남자를 자극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소리를 듣고 흥분했는지 남자가 이 사이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빼내고 내 엉덩이 살을 잡아 벌렸다.
“조금 덜 풀린 것 같지만, 못 참겠어.”
남자는 그러고는 가차 없이 푹, 자지를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억지로 내벽을 가르며 들어오는 감각에 허벅지가 미친 듯이 떨려 왔다. 다행히 구멍이 찢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넣으니 배가 부풀어 오른 듯한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배를 껴안고 앓는 소리를 냈다.
“하으으으읏……!”
내 체중이 실려져 다른 자세보다 훨씬 깊숙이 들어오는 성기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남자는 벗어날 수도 없게 내 상체를 강하게 껴안고 있었다. 몇 번 쑤시지도 않았는데 성기에서 쿠퍼액이 질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지경이라니. 모르는 새에 입가에서도 침이 줄줄 새 나오고 있었다.
“아응, 흣, 하읏, 으흑……!”
내 신음이 너무 크다는 걸 인지하긴 했으나, 소리를 줄일 여유도 없었다. 이를 꾹 깨물어도 잠시뿐이고 금세 남자가 포인트를 자극하면 방 안을 가득 울리는 시끄러운 신음을 쏟아 냈다. 부끄러운 것은 둘째 치고, 안방까지 소리가 들릴까 봐 살짝 걱정이 됐다. 하지만 아빠는 한번 관계를 하면 바로 잠들었고, 잘 깨지 않으니까 조금은 안심해도 좋을 듯했다.
남자는 한 번 사정한 뒤, 자세를 바꿔 나를 밑으로 깔아뭉갰다. 남자는 정신이 몽롱해지려는 나의 뺨을 내리쳤다. 제법 따가운 손길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남자는 슬금슬금 내 목으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내 목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조금씩 숨통이 막히기 시작했다.
“윽……!”
“현성아, 아, 해 봐.”
나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입을 벌렸다. 남자는 내 벌어진 입 안으로 침을 뱉었다. 난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몰라 그대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삼켜.”
일단 또 시키는 대로 침을 꿀꺽 삼켰다. 여전히 남자가 내 목을 조르고 있었기에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남자는 잘했다는 듯, 내 볼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자기보다 하등한 상대를 대하는 태도 같아서 살짝 기분이 나빴다.
“다시 벌려 봐.”
또 침을 뱉으려고?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가 무서웠지만, 받은 건 대갚음해 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침을 뱉었다. 남자는 이건 예상 못 했다는 듯 잠시 멈칫했다.
“현성아, 너는 너무 재밌어.”
남자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팔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근데 나는 순종적인 개가 좋거든.”
“켁, 크윽……!”
점점 숨쉬기가 힘들었다. 남자는 다시 속도를 높여 허리 짓을 했다. 생리적으로 눈물이 흘러나왔고, 산소가 부족해 제대로 뇌가 돌아가지 않아 정신이 멍했다. 그 와중에 아래의 자극만은 뚜렷하게 느껴져 훨씬 흥분됐다. 남자는 목이 졸려서 정신을 잃어 가는 내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즐기고 있었다. 이런 변태 같은 짓에 느끼는 나도 상종 불가능한 변태인 걸까.
남자는 내가 한계에 다다르자 타이밍 좋게 손을 떼 주었다.
“허억, 켁, 콜록……!”
나는 마구 기침을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남자는 고개를 돌린 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는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신 차리라는 듯 뺨을 내리쳤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숨을 채우느라 바빴다. 남자를 쳐다볼 겨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손바닥이 날아오고 연이어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쳐다봐.”
나는 또 얻어맞을까 봐 서둘러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눈 돌리지 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왠지 오늘은 남자에게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하라든지, 심하게 굴지 말라는 말이 쉬이 나오질 않았다. 남자는 눈물과 콧물로 엉망진창이 된 나의 얼굴을 똑바로 눈에 담으며 다시 구멍 안으로 성기를 찔러 올렸다. 무서운 것과 별개로 박힐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앗, 흐응, 느낌이, 이, 이상해, 하응, 읏, 아흑……!”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남자가 포인트를 자극할 때마다 벼락을 맞은 것처럼 허벅지가 덜덜 떨리고 발가락이 움찔거렸다. 남자는 꽤 허리 짓에 소질이 있었다. 아빠가 그렇게 된 게 이해가 됐다. 나 또한 앞으로 아빠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 쾌락에 미쳐 있어 제대로 판단이 안 되긴 했지만, 그렇게 사는 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있었을 때 쾅, 소리가 나며 내 방 문이 열렸다.
“지, 지금 둘이 뭐 하는 거야……?”
방문을 열고 들어온 아빠가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남자의 허리 짓이 뚝 멈추는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성기를 내 안에서 빼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섹스하고 있잖아. 자기도 잘 알면서.”
“섹스를 왜 둘이서 하고 있냐고……!”
아빠가 울먹거리며 소리 질렀다. 그러고는 남자의 뒤에 가려진 나를 노려보았다. 마치 자기 적을 보는 듯한 적대적인 눈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경위를 확실히 해 두고 싶었는지, 남자에게 물었다.
“지, 진우 네가 억지로 그런 건 아니지?”
남자는 나에게 대신 대답하라는 듯 턱짓을 했다.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빠.”
“그, 그럼 뭐야…… 너, 너랑 진우랑, 왜…….”
“……처음 내 좆 빨았을 때부터 예상했었어야지.”
아빠가 너무 순진한 건지, 내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처음 내 침대로 기어들어 와 좆을 물었을 때부터, 아빠는 우리 가족이 망가질 거라는 것을 예상했었어야 했다.
아빠는 내 말에 충격받은 듯 잠시 얼어붙어 있더니 이내 등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아빠가 복도를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남자는 바지를 추켜올리고 있었다.
“……어디 가요.”
“너희 아빠한테 가 봐야지. 그래도 내 애인은 너네 아빠니까.”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데요……? 이제 다신 섹스할 일 없는 거예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는 뜻일까.
“나 먹고 버리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억울해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구차하게 보인대도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그만둘 거였으면 시작도 하지 말지. 물론 아빠에게 들키는 건 나 또한 상상하지 못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나는 남자가, 나와의 관계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미련 없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둘 다 사귈 수는 없으니, 둘 중 하나는 버려야겠지?”
그 말을 듣고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버려지는 쪽이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하지만 나는 방을 빠져나가는 남자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빠의 방에서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 후 아빠의 요란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 어이가 없었다. 남자를 그렇게 쉽게 용서한 아빠도 이해가 안 갔고, 방금 전까지 나와 몸을 섞던 남자가 나를 버리고 아빠를 안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둘 중 아무라도 상관없단 말인가?
뭔가 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와 나, 둘 중에 선택하라면 당연히 내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빠는 나이도 많고, 울기만 잘 울고. 자지도 제대로 빨지 못하는데. 나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진짜 아빠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걸까. 남자가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버렸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고 배신감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남자가 내 안에 크게 자리 잡은 것 같았다. 한 번도 누군가를 마음에 둬 본 적이 없는데 이건 퍽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빠처럼 남에게 의존적인 성격도 아니고 냉정한 편이니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평소의 나대로 돌아갈 것이다. 빨리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자취를 시작해야겠다. 눈앞에 두 사람이 안 보이게 되면 좀 괜찮아지겠지. 나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 * *
“하읏, 응, 하아, 뭔가 부족해…….”
돈을 모아 자취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제는 자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절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겨우 몇 번 몸을 섞었다고 이렇게 된 게 우스웠지만, 아무리 자지를 문질러도 약한 쾌감만 있을 뿐 사정을 할 수가 없었다.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도 자존심 때문에 남자에게 다시 그 짓을 하자고 말할 순 없었다. 최근 들어 남자는 보란 듯이 내 눈앞에서 아빠와 몸을 섞기 시작했다. 내가 지나다니는 거실·부엌·화장실 할 것 없이 전부 자기네들 안방처럼 사용했다. 이젠 나를 둘 사이에 끼워 주지도 않았다. 끼라고 해도 내가 거절할 테지만.
아빠랑도 사이가 서먹서먹해져서 정말 필요한 일 아니면 서로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 그 남자 하나 때문에 이게 뭔 난리인가 싶으면서도, 왠지 그를 빼앗긴 기분이 들어 아빠를 볼 때마다 속이 편치 않아 마주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아흣, 하응, 흣, 으, 진우야, 흐응, 앗……!”
자위에 실패한 뒤 화장실에 씻으러 가는 중에 또다시 들려오는 아빠의 자지러지는 신음에 갑자기 분노가 확 차올랐다. 나는 나 들으라는 듯,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개처럼 엎드려서 남자의 좆을 받고 있는 아빠가 보였다. 팔뚝만 한 성기로 꿰뚫리고 있으면서 얼굴은 황홀함에 젖어 있었다. 이 걸레 같은 새끼…….
“아아악……!”
나는 나도 모르게 아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으로 아빠의 머리채를 쥐어 잡아당겼다. 아빠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대로 내 손에 끌려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아빠의 구멍에서 쏙 빠져나온 남자의 성기를 손에 쥐고 내 입에 밀어 넣었다.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았다.
“뭐 해, 현성아?”
나는 남자의 기둥을 혀로 핥아 올리며 그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내 혀와 그의 것이 질척하게 달라붙는 소리가 제법 야하게 들렸다.
“으음, 읏, 나한테, 넣어 줘요.”
남자는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이제는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야한 걸로 가득 차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이 모든 것이 남자가 원했던 것임을 나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몸이 따라 주질 않았다.
내가 남자의 것을 빨고 있는 사이, 아빠가 다시 침대 위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남자의 것을 물고 있는 나와,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둘이 같이 빨아 봐.”
남자는 그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미약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그럼 현성이한테만 넣어 줄 건데.”
“아, 그, 그건 싫어……!”
한창 즐기고 있던 중이었을 것이다. 아빠는 갑작스레 난입한 나를 원망스레 쳐다보았다.
“그럼 같이 물어.”
남자의 명령에 아빠가 다가와 나와 함께 남자의 것을 핥았다. 내가 귀두를 물고 있으니 아빠는 남아 있는 기둥을 혀로 쓸어내렸다. 남자는 우리 부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동시에 쓰다듬고 있었다. 아빠와 나, 두 부자가 나란히 그의 애완견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자기야, 현성이 구멍 풀어 줘.”
남자의 고환을 핥고 있던 아빠가 입을 떼고 멍청하게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혀로 핥아 줘.”
남자는 망설이고 있는 아빠의 머리를 꾹 눌러서 내 구멍에 입을 대게 만들었다. 아빠의 입술이 꾹, 아래에 눌리는 게 느껴졌다. 간질간질한 콧김 덕분에 웃음이 나왔다. 남자는 계속해서 아빠의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아빠는 코가 눌려 숨이 막혔는지, 얼른 시키는 대로 혀를 내어 내 구멍을 핥았다.
“흐으응……!”
남자가 해 주던 것에 비하면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나쁘진 않았다. 남자는 아빠가 내 밑을 핥는 동안, 아빠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그리고 단번에 그 안으로 성기를 박아 넣었다.
“하으으으읏……!”
아빠의 허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내 구멍에서 혀가 떨어지니 남자는 다시 아빠의 머리를 눌러 핥게 만들었다. 아빠는 내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신음도 흘리고, 혀로 내 아래를 핥느라 바빴다.
“하아…….”
남자는 아빠의 안에 한 차례 사정을 하곤 성기를 빼내었다. 그리고 아빠를 옆으로 밀어내며 내게 다가왔다. 무릎 뒤쪽을 잡고 위로 내 몸을 접었다. 기대로 구멍이 움찔움찔했다. 남자는 손가락을 넣어 잘 풀어졌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젤을 더 가져와서 흠뻑 안을 적셨다. 손가락 두 개가 가위질하듯 안쪽을 벌리고 있었다.
“흐응, 하으으읏……!”
얼른 남자가 넣어 주길 바라는 애타는 마음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 또한 흥분으로 눈에 불길이 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난데없이 아빠가 울먹이며 남자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혀, 현성이랑 안, 안 그러기로 했잖아…….”
구멍에서 남자의 정액을 줄줄 흘리고 있는 아빠는, 아빠로서의 권위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어디 길가에서 막 굴러먹는 남창 하나 보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대뜸 방해를 하니 짜증이 일었다. 아마 전에 남자와 단둘이 몸을 섞는 것을 들켰을 때, 남자가 나랑 다신 안 하겠다고 약속을 했던 모양이었다. 남자도 웃겼다. 왜 그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
“……잘됐네. 지금 선택해요.”
“뭐?”
“둘 중 하나를 버리겠다면서요. 선택해요, 얼른.”
나는 어느새 남자의 손가락이 빠져나가 비어 버린 구멍으로 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야한 소리를 내며 질척거리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벌렸다. 남자는 그 안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빠는 여전히 남자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매달리고 있었다.
“다 늙은 아빠를 선택할 거예요. 아니면 나예요.”
내 말에 아빠는 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는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지, 진우야. 나 안 버릴 거지, 그렇지……?”
“흐음…….”
“나, 나 네가 시키는 거 다 잘하잖아, 말도 잘 듣고. 그, 그런데 현성인 제멋대로 굴잖아…….”
아빠는 자신이 얼마나 순종적인 개인지 어필했다. 하지만 남자는 내가 이런 성격인 줄 알면서도 내게 접근했다. 그러니까, 아빠가 얼마나 남자의 말을 잘 듣든 상관없었다. 남자는 나에게 욕정 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형, 진우 형.”
나는 처음으로 남자의 이름을 소릴 내어 불렀다. 남자도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구멍 안으로 느리게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가 똑같이 천천히 빼내었다.
“형한테 박히고 싶어서 여기, 흐읏, 이렇게, 벌렁거리는데…….”
남자는 움찔거리는 구멍을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에 담고 있었다.
“얼른 안 넣어 줄 거야……?”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남자가 내 위로 달려들었다. 내 목덜미를 이로 물어뜯을 것처럼 잘근잘근 씹었다. 나는 그런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내며 말했다.
“아니, 아니…… 얼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나는 남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남자는 여전히 자신에게 들러붙어 있는 아빠를 성가시다는 듯 쳐다봤다. 그 순간의 눈빛에 아빠는 상처받은 듯 눈꼬리가 축 처졌다. 하지만 남자는 목소리만큼은 아빠를 다정히 불렀다.
“자기야.”
“나, 흐윽, 나 버리지 마…….”
아빠는 아이처럼 소릴 내어 울음을 터트렸다. 훌쩍대며 제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느라 바빴다. 남자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아빠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안 버려. 안 버릴게.”
“지, 진짜로……?”
아빠는 울다가 반색을 하며 남자를 쳐다봤다. 아빠를 버리지 않겠다고? 그럼 둘 중에 아빠를 선택하겠다는 얘긴가. 나한테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줄 알았는데.
나는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의 의중을 모르겠어, 속이 답답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곧이어 남자의 입에서 나온 어떤 말이 나를 웃게 했고, 아빠를 당혹시켰다.
“응. 우리 개가 된다고 하면.”
“뭐, 뭐라고……?”
“예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게 되면, 개 한 마리를 기르려고 했는데.”
“…….”
“진짜 개는 더럽잖아. 똥도 아무 데나 싸고 냄새나고.”
“아……!”
아빠는 충격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 또한 조금 놀라긴 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을 개처럼 기르고 싶다니. 상상 이상의 미친 인간 같았다. 하지만 나를 개로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우리가 아빠를 대하는 태도는 이미 개를 다루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그리 충격적이진 않았다.
“이현우, 어떡할래?”
남자는 여전히 목소리만큼은 다정하게 아빠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이제 평소에 쓰던 ‘자기야.’ 같은 간지러운 호칭 따윈 쓰지 않았다. 아빠의 이름 석 자를 들어 본 건 나도 꽤 오랜만이었다. 아빠는 망설이는지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달라지는 건 별로 없을 거야. 가끔, 너랑도 놀아 줄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눈치를 한 번 봤다. 가끔씩이라니까 그 정도는 뭐, 봐줄 수 있었다. 아빠도 이미 저 남자가 아니면 안 되는 몸이 돼 버렸으니까. 아예 둘이 몸을 섞지 말라는 건 가혹한 처사였다. 아빠는 고민하는 듯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아빠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