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2/5)

1.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다음 날 우리 집을 찾아온 것이다. 집으로 들어서는 남자를 보고 나는 귀신이라도 본 듯 놀라 몸이 굳었다.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로 자연스럽게 내게 인사했다.

“현성이 오랜만이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냥 꺼지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에게 꼬리 치는 강아지처럼 남자의 옆에 바짝 붙어선 아빠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아빠도 너무했다. 아빠는 남자가 없는 동안 내가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었건만 웃는 얼굴 한 번 안 보여 줘 놓고 남자가 등장하자마자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하아…….”

기뻐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니 혼자 고민해 온 게 우습게 느껴졌다. 나만 혼자 남자가 없는 우리 둘만의 세상을 꿈꾼 것 같았다. 아빠는 남자 없이 살아갈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보였다.

아빠는 자존심도 없는지, 남자가 또 마음이 변해서 헤어지자고 할까 봐 그의 비위를 맞추는 데 안간힘을 썼다. 심지어 나에게 남자한테 잘하라고 잔소리까지 했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남자는 이제 제가 집주인인 것처럼 굴었다. 아빠의 애정이 모두 남자에게로 갔고 나한테는 이제 관심도 없어 보였다.

갈수록 불만은 커져 가는데 두 사람의 사이는 더 좋아졌다. 아니, 이걸 사이가 좋아졌다고 표현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아빠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사이처럼 보였다.

“아들, 학교 다니느라 바쁜 건 알지만 너무 아빠한테 소홀한 거 아니야?”

식사 후에 설거지만 하고 얼른 위로 올라가려던 나를 아빠가 붙잡았다. 누가 누구한테 소홀한데. 아빠는 이기적이었다. 자기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생각도 안 하고 내가 자길 무시하기 시작한 게 기분 나쁘니까 이제야 말을 건다.

짜증이 났지만 남자가 보는 앞에서 아빠와 싸우고 싶진 않았다. 우리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면 남자는 즐거워할 것 같았다. 나는 내 허리에 팔을 두르며 붙어 오는 아빠를 밀어냈다.

“……과제가 많아서. 놔. 올라갈래.”

“너무하다, 진짜…… 과일만 먹고 올라가면 안 돼?”

아빠는 식사 전에 먼저 예쁘게 깎아 놓은 과일 접시를 내 눈앞에 내밀었다. 불쌍한 척 입꼬리를 축 늘어트리며 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는데…… 애처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아빠한테 약한지 모르겠다.

보란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영화 전문 TV 채널에서 해 주는 영화를 보려는 건지 거실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구석의 작은 조명등만 은근하게 빛나고 있었다.

3인용 소파의 한쪽 끝엔 이미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반대쪽 끝에 몸을 붙였다. 아빠가 테이블에 과일 접시를 내려놓고 중간에 앉으려고 하는데 남자가 아빠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아, 현성이 보는데…….”

아빠는 난처한 듯 웃으며 자신의 허리에 둘러진 남자의 손을 슬며시 밀어냈다.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더 힘을 줘 아빠가 자기 무릎에서 일어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빠는 웬일로 내 눈치를 살폈다. 집에서 이미 자기들끼리 물고 빨고 다 하는 걸 봤는데. 물론 내가 안 보는 줄 알고 했겠지만.

내가 겉으로 아무 내색을 안 하니 어두워서 자기들이 안 보이는 줄 알았는지 아빠는 긴장을 풀고 남자의 가슴팍에 편하게 등을 기댔다. 나는 이제 어디까지 하나 싶은 심정이었다. 내 앞에서 섹스나 안 하면 다행이었다.

내가 티브이에 집중하는 척을 하니 남자는 한술 더 떠서 아빠의 헐렁한 잠옷 바지 안으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 아빠는 당황한 듯 남자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아빠는 나에게 들키지 않고 싶었는지 크게 반항하진 않았다. 그사이 아빠의 바지 속에서 남자의 손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아빠의 것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했다. 아빠는 흥분한 건지 아니면 부끄러운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남자의 손목을 꽉 잡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의 행동에 집중하게 됐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선은 티브이에 고정한 채로 손만 움직였다. 아빠의 떨림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다가 티브이에서 잠시 소리가 멈췄을 때…….

“하읏……!”

아빠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놀라 어깨를 퍼드득 떨었다. 반사적으로 아빠 쪽을 쳐다볼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아빠는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는지 남자의 손목을 마구 밀어냈다.

“그만, 이제 그만……!”

남자는 애원하는 아빠를 보고도 계속해서 아빠의 성기를 희롱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빠는 진동 의자에 앉은 것처럼 심하게 몸을 떨었다. 아마 소리를 참으려고 하니 더 힘들 것이다. 지난번에 두 사람이 하는 것을 봤을 때 아빠가 요란하게 소리를 질러 대던 게 잊히질 않는다.

“현성아, 너 저거 전편 봤어?”

남자는 태연스레 내게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말을 걸어오니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나는 잠겨 있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아빠랑 영화관 가서 봤어요.”

“그래? 자기가 1편 줄거리 좀 설명해 줄래? 영 이해가 안 되네.”

남자는 다정한 척 아빠에게 말을 건넸다. 아빠는 몸을 앞으로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남자의 팔 덕분에 겨우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남자는 짓궂은 웃음을 짓고는 아빠를 다시 재촉했다.

“설명 좀 해 달라니까?”

“모, 몰라. 몰라. 기, 기억 안 나…….”

아빠는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말 사이사이에 신음이 끼어 있는 듯했다. 아빠는 겨우 상체를 들어 남자의 귀가에 뭐라 뭐라 속삭였다. 귀를 기울였으나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내게 들릴 정도로 픽, 소릴 내서 웃고는 아빠에게 말했다.

“산책하고 싶다고?”

“으, 응…… 산책, 산책할래. 산책하게 해 줘어…….”

갑자기 뜬금없이 웬 산책?

“이렇게 늦은 밤에 산책이 하고 싶어?”

“응, 응, 응…….”

아빠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자기는 산책하는 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어쩔 수 없네.”

남자는 아빠의 상체를 끌어안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빠는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혼자 서 있질 못했다. 남자는 아빠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고 단단히 잡아 세웠다. 남자의 팔 힘에 견인되듯 아빠는 현관문 쪽으로 끌려갔다.

“우리는 산책 좀 하고 올게. 현성이는 먼저 자.”

“……네.”

대체 나가서 뭘 하려고?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멀쩡한 집을 놔두고 굳이 밖에서 그럴 이유가 있겠어? 남한테 보이는 걸 좋아하는 변태도 아니고.

나는 혼자 거실에 덩그러니 남아 심란해졌다. 진짜 밖에서 섹스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거실을 서성이다가 문득 밖이 보고 싶어져 창문을 가린 커튼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정돈 안 된 지저분한 정원을 한번 쓱 훑어봤다. 없지? 없겠지? 나는 그들이 우리 집 정원에서 섹스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보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조용히 살피던 와중에 정원 한편에 설치해 둔 테이블이 들썩이는 게 보였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다가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드러났을 때, 두 사람의 모습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아빠를 눕힌 채 그 뒤에서 허리 짓을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남자와 눈을 마주친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테이블이 덜컹거릴 정도로 거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행위에도 느끼는지, 꽤 먼 거리였지만 나한테까지 아빠의 신음이 어렴풋이 들릴 정도였다.

남자는 이웃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걱정됐는지 아빠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아빠의 신음이 손가락에 먹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가 저도 모르게 남자의 손가락을 깨문 모양이었다. 남자는 손가락을 빼내더니 거침없이 아빠의 뺨을 내리쳤다. 아빠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다.

하지만 아빠는 잠시 아파하더니 이내 다시 달뜬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아빠의 입에 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아빠의 노력 덕분인지, 그 뒤로는 아빠가 그의 손가락을 깨무는 일은 없었다.

남자는 아빠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했다. 그러고는 아빠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휘어잡은 채로 강하게 박아 넣었다. 아빠의 허리가 꺾일 듯 휘었다. 저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지만 아빠는 그런 걱정 근심 따윈 없는지 풀린 눈을 한 채 남자가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었다. 한동안 격렬한 허리 짓이 계속되고 남자는 마지막으로 콱, 뿌리까지 깊숙이 밀어 넣은 채로 잠시 멈춰 섰다. 아마 아빠의 안에 사정을 하는 것 같았다.

사정 후에 남자는 자신의 바지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힘이 부친 듯 테이블에 힘없이 늘어져 겨우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남자는 방금까지 섹스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남자는 아직 헐벗고 있는 아빠에게 뭐라고 명령하는 듯했다. 아빠는 잠시 주저하다가 바닥으로 내려가 네발로 엎드렸다. 남자는 대체 아빠한테 뭘 시킨 걸까. 남자는 아빠의 엉덩이를 제 신발 코로 툭, 쳤다. 아빠는 움찔 엉덩이를 떨더니 이내 흙바닥을 기어 집 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잠시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대문에서 집의 현관문까지는 돌로 된 길이 나 있지만 그 주변에는 모두 흙이었다. 아빠는 그 흙길을 네발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남자가 느긋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목줄만 안 매달았지 산책하는 개와 그 주인 같았다.

나는 얼이 빠진 채 그 광경을 쳐다봤다. 어느덧 두 사람이 현관문 바로 앞까지 다가왔고 소리도 매우 가까이서 들렸다.

“이, 이제 됐지……? 옷 줘…….”

“주세요, 해야지.”

“오, 옷 주세요…….”

“그냥 이대로 들어가.”

“현성이 있으면 어떡해…….”

“뭘 어떡해. 너 발정 난 개새낀 거 아들도 좀 알면 안 돼?”

“아, 아…… 이러지 마아. 왜 자꾸 현성이를 가지고…….”

“너 내가 시키는 거 다 한다며.”

“그, 그건 그렇지만…….”

“그만할까? 헤어질래?”

“……!”

“나 말고 누가 너같이 나이 많고 애 딸린 새끼한테 박아 주겠어, 응?”

아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새끼. 말 한번 더럽게 예쁘게 한다. 아빠가 기가 죽어 아무 말도 못 하자 남자는 계속해서 아빠를 깎아내리는 말을 했다. 구멍도 조이는 맛이 없고 몸매도 형편없고…… 아빠는 가만히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눈물만 흘리는 듯했다.

“아, 알았어…… 네 말 잘 들을 테니까 나 버, 버리지 마.”

“하는 거 보고. 들어가.”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아마 남자가 아빠를 문 쪽으로 밀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들렸다. 지금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두 사람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다리 때문에 당황했다. 곧이어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떻게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간힘을 다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겨우겨우 계단을 올라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숨을 헐떡였다. 만약 밑에서 벌거벗은 아빠와 마주쳤다면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아빠를 다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게 분명했다.

앞으로도 계속 내 집인데도 남자를 피해 도망쳐 다녀야 하는 걸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

두 사람이 밖에서 기상천외한 일을 벌였던 날 이후로는 아빠가 더 이상 나에게 함께 다과를 먹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자기도 무서웠겠지. 만약 내가 그날 거실에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나도 나지만, 아빠의 정신도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사실 나보다는 아빠가 더 걱정이지. 나보다 더 여린 성격이니까.

그날 둘이 나눴던 대화를 듣자니 아빠가 확실한 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그 전에도 아빠가 더 좋아하는 관계라는 건 알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게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빠가 섹스를 좋아하고 그것 때문에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10년 동안 애인도 안 사귀고 딱히 일회성 만남을 가진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모습을 보니 아빠가 성적으로 담백한 사람인 줄 알았다.

여태까진 성욕이 별로 없었는데 그 사람이랑 한번 자고 나니 너무 좋았던 건가. 저렇게 매달릴 정도로? 한 번도 섹스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대체 얼마나 좋길래 저렇게 깊이 빠져든 걸까. 조금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그와 섹스해 보고 싶은 건 절대 아니었다.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자와 자는 거면 몰라도, 그 남자와는 절대 자고 싶지 않았다. 아빠의 애인이기도 했고, 일단 성격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완벽한 겉모습도 거부감이 느껴졌다. 사람이 어느 정도 빈틈이 있어야지 인간미가 있지.

아무튼 이젠 진짜 두 사람에게서 신경을 꺼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냥 공부에나 집중해야지. 남자가 전에 나에게 아빠에 대해서 얘기했을 땐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긴가민가했었는데……. 두 번이나 성관계를 목격했고, 아빠가 남자에게 강요받아서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진짜 원해서 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더 이상 내가 참견할 여지가 없었다.

아빠가 남자에게 너무 깊게 빠져든 건 걱정되긴 했지만 지난번에 잠깐 헤어졌을 때 밥도 굶어 가며 앓았던 걸 생각하니 억지로 떼 낼 수도 없었다. 그냥 최대한 나한테 피해만 안 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마주칠 일은 아침에 학교 갈 때와 돌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을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밤까지 학교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돌아오면 하루에 한 번 정도 마주칠까 말까 했다.

곧 중간고사여서 공부에 집중하느라 두 사람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덜할 수 있었다. 나름 바쁘게 지내느라 아빠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알아서 그 남자가 아빠를 잘 챙겨 주겠거니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열람실에서 밤 11시까지 공부를 하다 집에 들어왔다. 너무 피곤해서 뭘 할 틈도 없이 씻고 바로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몸을 뒤척이다가 결국 잠에서 완전히 깨 버렸다. 하반신에 강렬한 자극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이불을 걷어 올렸고, 그 안에는 내 것을 물고 있는 아빠가 있었다. 아빠는 눈을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아빠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아빠는 나의 것을 입에 문 채로 웅얼거리며 말했다.

“미아내…… 우읏, 읍, 이거 아나면, 안 너어 준대서…… 미아내, 현성아…….”

나는 아빠를 말리거나,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너무 놀라서 그런지 몸이 굳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다리에 힘을 주어도 허벅지만 덜덜 떨릴 뿐 발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저 멀리서 남자가 열린 문 틈으로 들어오는 불빛을 통해 우리 둘을 지켜보고 서 있는 게 보였다. 그의 입가에 걸린 비틀린 미소가 역겨웠다.

아빠를 이런 식으로 조종할 줄이야. 직접 나에게 손을 대는 것도 싫었지만 아빠를 통해서 어떻게 해 보려는 건 더 혐오스러웠다.

그 와중에 아빠는 계속해서 내 것을 핥고 있었다. 한 번도 남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곳이었으니 그 자극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다. 솔직히 손으로 자위를 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빠가 이걸 잘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으흣…….”

나도 모르게 이 사이로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내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란한 소리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미묘하게 들뜬 표정이었다. 선물을 눈앞에 둔 아이처럼 설레 하는 그런…….

나는 그의 장난에 놀아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점점 아래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흥분감에 온몸에 열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읍, 우윽…… 읏…….”

아빠는 입이 매우 작았다. 그러면서도 욕심은 많아서 한 수저 가득 밥을 떠먹다가 맨날 입가에 묻히곤 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왜 이렇게 칠칠맞지 못하냐고 내가 한 소리씩 하곤 했는데.

아빠는 그 작은 입으로 열심히 내 것을 오물거렸다. 입가에서 아빠의 타액과 내 프리컴이 섞여 흘러나왔다. 아빠는 볼을 홀쭉하게 만들어 성기를 조이면서 혀로도 기둥을 핥아 올렸다. 여러 감각이 뒤섞이니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만 다시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하으윽……!”

강렬한 쾌감에 엉덩이와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려 왔다. 아빠는 뒤로 손을 뻗어 자신의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질척이는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아빠는 얼른 뒤에 남자의 것을 넣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빠가 나에게만 집중해 줬으면 싶어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손가락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아빠의 아래를 보고 싶기도 했다.

아빠는 갑자기 입에서 쑥, 내 것을 빼내더니 손으로 말아 쥐고는 가볍게 흔들었다. 다른 쪽 손으로는 여전히 구멍을 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진우야, 나, 나 네가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얼른 넣어 줘…….”

아빠는 안달이 난 듯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남자는 천천히 걸어 바로 내 옆까지 다가왔다. 그러고는 갑작스레 아빠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내 성기 위로 아빠의 얼굴을 비벼 댔다. 아빠의 얼굴에 내 성기에 묻은 타액과 쿠퍼액이 야릇하게 비벼졌다.

“으응, 읏…….”

“누가 대충 빠는 시늉만 하래. 사정시키랬지.”

남자는 넣어 줄 마음이 없는지 단호하게 말했다. 아빠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꾸물꾸물 다시 나의 것을 입 안으로 삼켰다. 다시금 따듯하고 부드러운 내벽에 성기가 닿자 바르르 다리가 떨려 왔다. 짜릿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아빠는 좀 전처럼 열심히 내 것을 빨아 주었으나, 남자의 성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더 쑤셔 넣어. 목구멍 끝까지.”

남자는 아빠가 어떻게 해 볼 틈도 없이 말을 끝내자마자 퍽, 아빠의 머리를 세게 내리눌렀다. 들어가선 안 될 곳까지 성기가 들어간 느낌이었다. 귀두 쪽이 꽉 조여서 살짝 아플 정도였다. 그렇다고 아프기만 한 건 아니었다. 쾌감 또한 아까보다 더 많이 느껴졌다.

아빠는 괴로운지 내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고 버둥버둥했다. 하지만 남자는 봐주지 않고 펌프질하듯 아빠의 머리를 콱콱, 내리눌렀다.

“우읍, 욱, 윽……!”

아빠가 너무 힘들어해서 말리고 싶었으나 솔직히 지금 느껴지는 쾌감이 멈추지 않았으면 싶기도 했다. 아빠에게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죄책감마저도 쾌락의 일부로 느껴졌다.

“으흣, 하앗, 흐윽……!”

이제는 남자를 의식해서 신음을 죽이지도 않았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고 오로지 절정에 이르고 싶다는 감각밖에 남지 않았다. 살짝 아빠의 얼굴을 살피니 정신을 놓을 듯이 눈이 풀려 있었다. 아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아빠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왠지 더 흥분이 됐다.

“아, 빠, 나, 쌀, 것, 같, 하으으으읏……!”

나는 결국 아빠의 입에 사정하고 말았다. 내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절정에 이른 뒤에야 남자는 아빠의 머리를 놔주었다.

“우웩, 케윽, 켁……!”

아빠는 입에서 내 것을 빼내고는 격한 기침을 내뱉었다. 여태까지 숨 쉬는 게 힘들었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떡였다. 엎드린 아빠의 등이 너무 안쓰러워 보여 안아 주고 싶었다.

“입 벌려서 정액 보여 줘.”

남자는 감정이라는 게 없는지, 아직 호흡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아빠에게 변태 같은 명령을 했다. 아빠는 남자의 말을 듣고 꾸물꾸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벌려 그 안에 들어 있는 나의 정액을 남자에게 보여 주었다. 아빠의 붉은 혀 위에 한가득 뿌려져 있는 나의 정액이 보였다. 부끄러웠다. 내가 토정해 낸 정액을 직접 보는 것은 꽤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방금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나는 어디로든 숨고 싶어졌다.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마구 신음을 내질렀다.

“삼켜.”

남자가 명령하니 아빠는 잠시도 주저 않고 바로 내 정액을 꿀꺽 삼켜 버렸다.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정액을 삼킬 수 있을까. 저기에 익숙해지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아빠는 깨끗해진 자신의 입 안을 벌려 남자에게 보여 줬다. 부모에게 칭찬을 받길 바라는 어린아이 같았다.

“네가 하, 하라는 대로 했으니까 이제 넣, 넣어 주는 거지?”

아빠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픽, 웃고는 말했다.

“손으로 풀어 봐.”

자신이 기대했던 반응이 아녔는지 아빠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울상이 된 얼굴로 아빠는 떠듬떠듬 말을 꺼냈다.

“아, 아까, 손으로 다 풀었는데…… 이제 진우 거 넣어 주기만 하면 돼요…….”

“말 안 듣지.”

재깍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남자가 목소리를 한 톤 낮추자 아빠는 무서운 듯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아빠는 자신을 매섭게 쳐다보는 남자 때문에 머뭇대며 다시 자신의 구멍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다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현성이한테 보여 주면서 풀어. 네가 얼마나 발정 난 개새낀지 아들한테도 보여 줘야지.”

아빠는 이번엔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아빠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슬며시 내저었다.

“싫어? 자지 먹기 싫은가 보네.”

남자가 협박하듯 말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아빠의 성기를 손에 꽉 틀어잡았다. 이미 내 것을 빨면서 흥분해 있던 아빠의 성기는 프리컴이 흘러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벌써 이렇게 흥분해 있으면서.”

“아흣, 아파……!”

아빠는 자신의 것을 아프게 쥐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밀어냈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밀려나지 않고 계속해서 한 손으론 아빠의 성기를 쥐고, 남은 손으로는 아빠의 뒤로 손가락을 불쑥 집어넣었다.

“흐읏……!”

남자의 손은 제법 커서 손가락 세 개를 합치면 일반 남성의 성기만큼이나 커다랬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가 몇 번 쑤시지도 않았는데 아빠는 자지러질 듯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벌벌 떨었다. 아니면 아빠가 유난히 아래로 잘 느끼는 타입일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꽤나 자극적인 풍경이라 나는 지켜보면서 조용히 침을 삼켰다.

“하앗, 흐응, 아흣……!”

남자는 마치 성기를 쑤셔 넣듯이 자신의 손으로 아빠의 뒤를 유린했다. 푹, 푹, 성기가 꽂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빠의 성기가 꺼떡거리며 사정을 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그러자 남자는 동작을 멈추고는 손을 빼내려고 했다. 아마 사정하기 전까지만 아빠를 자극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아, 안 돼……!”

절정 직전에 자극이 사라져 버리니 아빠는 가고 싶어 안달이 나 남자의 손을 잡고 다시 자신의 구멍으로 밀어 넣으려고 낑낑댔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손을 전부 빼내고는 아빠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내리쳤다.

“하읏……!”

“시킨 대로 하면 자지 먹여 줄게. 어차피 손가락만으론 모자라잖아.”

아빠는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다. 쾌락에 미쳐선…… 뭘 시켜도 한다고 했을 것이다. 아빠는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현성아 미안해……. 아빠가 구멍 푸는 거 봐 줘…….”

아빠는 울먹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내 쪽으로 엉덩이가 향하게 엎드렸다. 하얗고 마른 다리였지만 엉덩이에는 그래도 제법 살집이 있었다. 아까 남자가 손으로 내리쳐서 그런지 빨간 손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아빠와 나는 살성이 비슷해서 살짝만 뭔가에 부딪혀도 쉽게 멍이 들고 자국이 남곤 했다.

아빠는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고 구멍 안으로 자신의 얇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이미 조금 벌어져 있던 구멍 안으로 두 개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빠는 익숙한 듯 손가락 사이를 벌려 가며 구멍을 천천히 늘려 나갔다. 나는 홀린 듯 숨조차 멈추고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찌걱찌걱, 야한 소리만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하읏, 흐응, 읏…….”

아빠는 자기 손가락에도 느끼는 건지, 이불에 얼굴을 비벼 가며 신음을 흘려 댔다.

계속 지켜보다 보니 좀 전에 사정을 하고 나서 진정됐던 성기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아빠의 신음은 그 어떤 포르노보다도 야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아빠가 자기 성기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성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발기해서 까딱거리고 있었고, 성기의 끝에서는 쿠퍼액이 흘러나와 실같이 늘어져 내려 이불을 적시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을 만지는 게 더 흥분되는 일일 텐데, 아빠는 남자에게 어떤 교육이라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이미 뒤쪽의 자극만으로도 충분한 것인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아빠는 착실히 자신의 뒤를 풀고 있었다. 여전히 누군가의 성기가 들락거리기엔 좁아 보이는 구멍이었으나, 더 큰 것을 원한다는 듯 야하게 벌렁거렸다. 어느새 손가락은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 아빠는 절정에 가까워졌는지,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전부 바르르 진동이 온 것처럼 떨고 있었다.

“아들 앞에서 자위하는데도 느끼네, 이건.”

남자는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자기가 시켜 놓고 할 말은 아니었다. 아빠는 그런 수치스러운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손을 움직였다. 아마 아무것도 안 들릴지도 몰랐다. 남자는 아빠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아들한테 걸레 같은 구멍 보여 주면서 자위하는 게?”

“흐앗, 으흣, 응, 조, 좋아…… 좋아…….”

제대로 남자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지만 아빠는 계속 좋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러고는 뒤를 쑤시는 손가락이 점점 더 빨라졌다.

아빠는 무아지경으로 허리를 흔들며 신음을 내질렀다. 워낙 급하게 손을 놀리다 보니 헛손질을 하기도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아빠의 구멍 안으로 집어넣을 뻔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아빠에게 펠라까지 받은 상태에서 뭘 가리냐 싶겠지만, 왠지 그렇게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 같아 참아야 했다.

“아흑, 읏, 하앗, 나, 나, 갈, 갈 것 같아, 진우야, 하읏, 앗, 흐윽……!”

아빠는 곧 끝이 다가오는지 헐떡대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 남자는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대꾸했다.

“응, 가도 돼.”

나는 몰랐지만, 아빠는 남자에게 사정해도 된다는 허락을 구한 것이었다. 아빠는 남자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사정을 참고 있었던 건지, 남자의 말이 들려오자마자 금세 절정에 이르렀다.

“하으으읏……!”

파들파들 몸을 떨며 정액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것인지 이불 위로 풀썩 쓰러졌다.

남자는 그런 아빠의 발목을 덥석 잡더니 자신의 쪽으로 끌고 갔다. 아빠는 몸이 빙, 돌아갔고 남자는 자신의 앞섶을 열고 성기를 꺼내 단번에 아빠의 벌어진 구멍에 삽입했다.

“하으윽, 자, 잠깐만, 아흣, 나, 방금 가서 예민한데……!”

“좋네.”

아빠가 버둥대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끝까지 자신의 성기를 박아 넣었다. 아빠는 악,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고개를 푹 수그렸다. 남자는 그런 아빠의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아빠는 정신을 놓을 듯 눈이 풀려선 침을 흘리고 있었다.

남자는 느릿하게 성기를 빼내었다가 다시 한번 강하게 아빠의 안을 파고들었다. 아빠의 허리는 아파 보일 정도로 격하게 꺾인 채로 남자를 받아 내고 있었다. 남자는 점점 박는 속도를 높이더니 아빠의 엉덩이와 자신의 하복부가 부딪혀 찰싹,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허리 짓을 했다.

“아으, 하으으읏……. 읏, 흐응, 하앗!”

아빠는 이제 제대로 신음을 내지도 못하고 힘든 듯 겨우 남자의 손에 의해 고개만 들고 있었다. 남자가 손을 놓으니 픽, 고개가 밑으로 떨어졌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아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아빠가 힘겹게 눈을 들어 나를 쳐다봤다.

나와 눈을 마주치니 갑자기 아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아빠가 나를 향해 손을 뻗어 왔다. 그러고는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남자는 내 쪽으로 도망치는 아빠의 뒤에 다시 달라붙어서 계속해서 추삽질을 했다.

아빠의 상체를 끌어안은 자세로 있다 보니 내 것이 아빠의 배에 닿았다. 남자에 의해 아빠의 몸이 들썩일 때마다 아빠의 배에 내 것이 문질러지며 은근한 흥분이 일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지만 아까 전에 펠라를 받으며 타인과의 신체 접촉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알게 된 후라 좀처럼 자제가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손을 뻗어 아빠의 성기를 잡은 뒤 내 것과 겹쳤다.

“으흐읏……!”

잔뜩 흥분해 있던 아빠는 자기 성기가 만져지자 예민하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빠는 한 차례 사정 후 다시 쿠퍼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귀두를 부드럽게 내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펠라를 받을 때처럼 꽉 조이면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말랑한 살덩이가 비벼지는 게 꽤 기분 좋았다. 내 것에서도 흘러나온 점액질로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하지 마, 손, 현성아, 만지지 마……!”

내가 힘을 주어 성기를 비벼 대니 이미 뒤로도 남자의 성기를 받고 있는 아빠는 미칠 지경인 듯했다. 남자는 여전히 아빠를 봐주지 않고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가운데에 낀 아빠는 내 품에 안긴 채 도망가지도 못하고 나에게 그만하라고 애처롭게 애원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만둘 마음이 없었다.

“하읏, 흑, 응, 읏, 하으윽, 그, 그만, 그만……!”

이제는 누구를 향해 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남자와 나, 둘 다 말리고 싶겠지.

“오랜만에 누가 앞에 만져 주니까 좋아? 꼴에 수컷이라고.”

남자가 이죽거리며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여전히 대답할 정신 따윈 없어 보였다. 남자의 말을 들으니 아빠는 오랫동안 앞의 자극 없이 섹스를 해 온 듯했다. 남자는 열에 들떠 허리까지 들썩이며 흥분해 있는 나를 보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내가 따라 주니 기분 좋겠지.

그가 짜 놓은 판에 그대로 당한 게 분하고 내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당장은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아래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아플 정도였다. 얼른 절정에 이르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빠르게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나의 배려 없는 손길에 아빠는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을 토해 냈다.

“하윽, 아, 아파! 아흣, 윽, 하읏, 그, 그만……!”

아빠는 자신의 성기를 쥐고 있는 내 손을 떼어 내려고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뒤에서 엉덩이를 부술 듯 강하게 박아 대는 남자 때문에 아빠는 제대로 힘을 주지도 못했다.

결국 아빠는 체념한 듯 나에게 안겨 얼른 이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듯했다. 슬쩍 들여다본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이 땀과 뒤섞여 엉망이었다. 나는 그런 아빠가 안쓰러우면서도 이상하게도 더 흥분이 됐다.

“하읏, 윽…….”

억눌렀던 신음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빠는 완전히 정신을 놓고 있었고, 더 이상 아무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타이밍이 이상하게 맞아떨어져서 남자가 처박을 때마다 내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남자와 내가 섹스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묘한 짜릿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아, 씹…….”

남자는 이제 곧 사정할 때가 다가왔는지, 욕설을 나지막이 내뱉고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박아 대더니 이내 뿌리까지 깊숙하게 박아 넣은 채로 안에 사정했다.

“하으으으윽……!”

일부러 때를 맞춘 건 아니었으나 남자가 사정할 때 나와 아빠도 함께 사정을 했다. 내 것인지 아빠 것인지 모를 정액이 뒤섞여 내 손을 축축하게 적셨다.

사정을 하고 나니 갑자기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뭘 한 거지. 빠르게 상황 파악이 되며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간 것처럼 손발이 차갑게 식어 갔다.

그에 반해 남자는 아빠의 안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자신의 정액을 아빠의 깊숙한 곳까지 집어넣으려는 건지, 몇 번이고 정성스럽게 제 성기를 꾹꾹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아주 느릿하게 아빠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대충 봐도 엄청난 크기의 물건이었다.

남자는 아연실색한 나를 만족스러운 포식자의 미소를 지으며 쳐다봤다. 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생각보다 더 즐거웠어.”

“……지랄하지 말고 꺼져요.”

나는 남자와 말을 섞을 마음이 없었다. 남자는 내 거친 언사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 보였다.

“앞으로도 종종 같이 놀아 줘.”

“꺼지라고!”

나는 남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사실 남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그에게 놀아난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그리고 아빠에게 발정했다는 사실과 그가 시킨다고 그대로 행동한 멍청한 아빠에 대한 분노. 남자는 여전히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피곤할 테니 쉬어.”

피곤하게 만든 게 누구인데……. 남자는 자기가 부모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는 기절한 듯 쓰러져 있는 아빠를 제 품에 끌어안고 방을 나갔다.

씨발, 씨발……!

내일 아빠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저 남자를 계속 보면서 살아야 되는 건지……. 앞으로의 일이 막막했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두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두 사람이 돌아간 후로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첫차를 타고 바로 학교로 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1교시 수업이 있으니 24시간 열람실에서 잠시 자다가 수업을 들으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친한 동기들도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어디 호텔에 가 있을 돈도 없었다. 계획은 없었지만 일단 속옷과 간단한 옷가지를 마구 쑤셔 넣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계단을 밟아 1층으로 내려갔다.

설마 아무도 없겠지. 이 새벽에. 아빠는 기절했으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을 게 분명했고. 남자는…… 모르겠다. 워낙 알 수 없는 인간이라.

“이 새벽에 어딜 가는 거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계단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가까스로 난간을 잡아 중심을 잡았지만 놀란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반면 남자는 태연하게 커피 잔을 든 채로 계단 쪽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반쯤 주저앉은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소릴 내어 웃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학교 가요. 1교시에 수업 있어서.”

내 말에 남자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학교 갈 시간치곤 이르지 않느냐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딱히 억지로 나를 다시 방으로 들어가게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이 남자의 모든 것이 싫었지만 저 뱀 같은 눈빛이 가장 싫었다.

나를 연구하는 학자 같은 눈빛이었다. 내 모든 행동과 말투가 다 흥미롭다는 듯한 그 시선이 소름 끼쳤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계단을 마저 내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제대로 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남자의 옆을 바로 지나치기 직전, 남자가 입을 열었다.

“겁먹지 않아도 돼.”

“……겁먹은 적 없는데요.”

“절대 강제로 널 안는 일은 없을 테니까.”

“강간은 안 하겠다고요?”

“그래. 그런 건 내 취향 아니니까.”

“……퍽이나 고상한 취향을 가지셨나 보네요.”

내 말에 남자는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강간은 안 하겠다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 말을 듣고 내가 감사의 말이라도 하길 바라는 건가. 미친 새끼.

한편으로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 한편에 남자에게 강제로 그런 일을 당할까 싶은 두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만약 남자가 나를 강제로 안으려고 했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나쁜 인간이었다. 강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인간된 도리인데 ‘취향’이 아니라서 안 한다니? 이런 미친 쓰레기 인간을 사랑하는 아빠도 똑같이 이상한 인간이었다.

대체 아빠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이 지경이 됐는지 상상도 안 갔다. 물론, 알고 싶지도 않고. 나는 남자를 쏘아보다가 몸을 홱, 돌려 현관문으로 향했다. 남자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머리 한쪽이 아프게 지끈거렸다.

* * *

“어디 아파?”

어젯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해 하루 종일 피곤했다. 전공 수업 시작 전에도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피곤하다고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어젯밤 일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탓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차라리 잠을 자고 현실 도피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잠에 든 게 아니니, 나에게 말을 건 것도 모두 들었다. 하지만 아무랑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어제 어느 대학교 애들이랑 미팅을 했느니, 끝나고 술을 마시자느니, 그런 시시껄렁한 대화를 같이하기엔 내가 너무 멀리 가 버린 기분이었다. 어젯밤에 나는, 아빠와…….

“아……!”

말을 무시했으니 곧 떠나가리라 생각했는데. 옆에서 계속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잡고 은근하게 주물렀다. 차가운 손이 닿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내 몸에 함부로 손을 댄 장본인을 쳐다봤다.

“얼굴이 많이 안 좋네.”

과대였다.

동기들 중에선 그나마 제일 말을 많이 섞어 본 놈이었다. 혼자 다니는 나를 유일하게 챙겨 주는 녀석이기도 했다. 난 타인의 이유 없는 친절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인지라 약간 다른 속내가 있을까 봐 처음엔 조금 의심스럽게 녀석을 봤다. 생긴 것도 양아치처럼 생겨서 더 부담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꽤 남을 잘 챙기고 친화력 있는 타입인지라 1학년 과 대표 맡는 것을 보고 요즘엔 경계를 좀 풀었다.

다만 가끔 너무 친밀한 척 스킨십을 해 올 때가 있어 좀 꺼림칙하긴 했다. 그래도 남들에게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겨 왔다. 그런데 어제 그런 일도 있었고, 몸에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게 그렇게 유쾌한 감각도 아닌지라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과대는 내가 아파서 그러는 줄 알고 손을 들어 내 이마의 열을 쟀다.

“열은 없는데.”

“……그냥 머리 아파서.”

“병원은?”

“그냥 두면 나아.”

“약을 먹어야지.”

과대는 다소 걱정스러워하는 투로 말하며 내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일단 잠자코 있었다. 지금 내 상태로는 싫다는 말이 곱게는 안 나갈 것 같은데 그랬다가 과대와 시비가 붙으면 나만 손해였다. 성인이 되어서 주먹다짐까지 하겠냐마는 어쨌든 과대와는 꽤 체급 차이가 나고, 동기들의 신의를 받고 있는 녀석에게 밉보였다가는 과 생활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나저나 그가 학교 앞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딱히 알고 싶지 않았는데 동기들과 떠드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너 자취한댔지.”

나는 딱히 과대와 대화를 나눌 마음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내뱉어 버렸다. 과대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자 기분이 좋았는지 씩 웃으면서 묻지도 않은 정보를 마구 쏟아 냈다. 내가 궁금한 건 그저, 진짜 혼자 자취하는지, 그렇다면 오늘 저녁에 나를 재워 줄 수 있는지 정도였다.

나도 남들이 보기엔 퍽 웃긴 인간일 것이다. 친하지도 않은데 주제넘게 스킨십을 한다고 그를 욕할 땐 언제고 나 필요할 땐 친하지도 않으면서 재워 달라고 할 궁리를 하다니.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거라지만. 나도 나 자신이 웃겼다.

“언제 놀러 올래?”

과대는 자기 장난감을 만지듯, 내 귓불을 손가락 사이에 넣고 만지작거렸다. 여전히 차가운 손인지라 온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대답을 해 주는 그를 밀쳐 낼 순 없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대는 기쁜 듯 들뜬 목소리로 자기가 맛있는 것을 해 주겠다고 했다. 자취하는 남자 대학생의 요리를 그다지 얻어먹고 싶은 건 아니었으나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였다.

나는 당장 오늘 밤 잘 곳이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빠 얼굴을 본다면 진짜 수치스러워서 자살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아빠도 내 얼굴 보기 민망하겠지. 아닌가. 수치도 모르는 발정 난 새끼라 아무렇지도 않으려나. 어쨌든 나는 아빠의 얼굴을 보기 싫었다.

“……오늘 밤에 가도 돼?”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도 염치가 있는 인간인지라, 당일에 남의 집에 놀러 가 자겠다고 묻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대는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고마워.”

나는 억지로 웃는 척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니 과대는 그답지 않게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다.

“수업 끝나고 보자.”

그 말을 남기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턱을 괴고 과대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봤다.

생각보다 쓸 만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항상 필요에 의해 친구를 사귀는 건 아니었지만, 과대처럼 나랑 잘 맞지도 않는 타입의 인간과 사귈 때는 어느 정도 그런 걸 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꽤나 쓸모 있는 쪽에 속했다.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내다가 과대와 함께 학교를 빠져나왔다. 과대는 내가 피곤하니 가방을 들어 주겠다느니, 주인을 쫓아다니는 개처럼 내 옆에 붙어 정신을 사납게 만들었다. 나는 계속 대답을 해 주느라고 더욱 피로해졌다.

“마트 들렀다 가자.”

과대는 자기가 말한 대로 자취방 근처의 마트에서 나와 함께 장을 봤다. 진짜 요리를 해 주려는 모양이었다. 딱히 식욕이 없어 밥을 먹고 싶진 않았지만 얹혀 자는 주제에 멋대로 할 순 없어 그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녔다. 다만 그가 식재료와 함께 카트에 담은 맥주는 조금 탐이 났다. 술을 진탕 마셔서 어젯밤 일을 모두 잊고 싶었다.

과대의 요리는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맥주와도 잘 어울려서 금세 사 온 맥주를 다 마셨다. 과대와 다시 편의점으로 나가 맥주를 더 사 왔다.

“현성아, 넌 왜 미팅 안 나와?”

과대는 어느 정도 술이 올라 붉어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나는 딱히 미팅에 관심 없었다.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미팅을 좋아하는 다른 애들을 폄하하는 것 같아서 그냥 대충 돌려 말했다.

“그냥. 애들이랑 별로 안 친하니까.”

“나오면서 친해지는 거지.”

“……그리고 여자한테 별로 관심 없어서.”

“아…… 사실 나도 그런데.”

과대는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기쁜 듯 웃었다. 어쩐지 수줍어 보이는 게 이상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시껄렁한 학교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사실 입학하고 나서 이런 식으로 친구와 술을 마신 적은 처음인데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현성아, 많이 취했어?”

편의점에서 다시 사 온 술도 다 마신 덕분에 나는 거의 만취가 되었다. 과대는 나보다 술을 먹어 본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겉으로 보기엔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과대는 아까 낮에처럼 제 손가락 사이에 내 귓불을 넣고 은근하게 비볐다. 술 때문에 몸의 온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과대의 손가락이 더욱 차갑게 느껴져 닭살이 조금 돋았다. 나는 괜찮다고, 멀쩡한 척하려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내 허벅지 옆에 두고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발신자를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혀, 현성아. 언제 집에 와? 벌써 1신데…….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나는 과대의 눈치를 한 번 보고 화장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

- 그게 무슨…….

“아빠 얼굴 보기도 싫어. 마음 같아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집에 안 들어가고 싶어. 이참에 그냥 자취 시작할까 봐.”

아빠는 당황했는지 말이 없었다. 너무 심하게 말했나. 아니지, 욕도 안 썼고 인신공격한 것도 아닌데. 나는 아빠한테 너무 약했다. 얼굴을 보면 더 약해지는데 그나마 전화라서 다행이었다.

- 집에 안 들어올 거라고?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 남자였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나는 한동안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남자는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남자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내 부모 노릇을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나를 강간하진 않을 거지만 아빠를 이용해 나를 길들이려 했는데 도망쳐 버렸으니 화가 난 건가.

“그래. 당신이 있는 한 안 들어가.”

-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남자는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남자는 뭔가 궁리하고 있는 듯했다.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궁금하지 않았다. 남자가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렸다.

몸과 정신은 심하게 피로했으나 다시 잠들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나는 뜬눈으로 핸드폰 화면을 켰다 끄기를 반복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혹시 핸드폰 추적을 해서 나를 잡으러 오려나? 남자는 그런 일차원적인 짓은 안 할 것 같았다. 그럼 뭐지? 어젯밤에도 아빠를 이용해 그런 짓을 했으니 이번에도 아빠를 이용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만약 내가 남자의 말을 거스르면 왠지 아빠가 나쁜 일을 당할 것 같단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지이이이이잉.

갑작스레 울린 요란스러운 진동음에 놀라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액정을 보니 메시지로 영상이 하나 도착했다. 영상의 섬네일은 아빠의 얼굴이었다. 아빠의 흰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대체 이게 뭘까. 영상을 열면 안 된다는 생각과 동시에, 호기심이 치밀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남자와 똑같이 나도 아빠의 우는 얼굴에 흥분했다. 나는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 넣고 영상을 재생했다.

남자가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찍은 듯한 앵글이었다. 화면이 조금 흔들렸지만 보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흑, 흐으윽, 아, 아파아! 진우야 이거 너무 아파……. 이제 그만 용서해 줘, 제발…….]

아빠는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지만 아프다고 칭얼대며 남자의 이름을 불러 대고 있었다. 그러자 아빠의 얼굴을 찍고 있던 카메라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충격적인 것을 화면에 잡았다. 아빠의 한쪽 유두에 링으로 된 피어싱이 꽂혀 있었다. 어젯밤 자세히 본 적은 없었으나 분명히 없던 것이었다.

게다가 새로 뚫린 게 맞는지, 피가 흘러 아빠의 유륜을 적시고 있었다. 너무 놀라 나는 영상을 끄지도 못하고 넋이 나간 채로 계속 화면을 쳐다봤다. 온몸이 굳어 버렸다. 남자는 아빠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퉁퉁 부어 있는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꼬집고 비틀었다.

[하으으읏……! 아파, 아파앗! 그만, 그마안, 진우야…….]

[네가 발정 난 개처럼 구니까 현성이가 놀라서 도망쳤잖아. 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잘못했어, 잘못했어…… 다시는 현성이 앞에서 걸레처럼 구멍 벌렁거리지 않을게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는 남자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이번엔 멀쩡한 다른 쪽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굴렸다. 설마. 그쪽도 피어싱을 뚫어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아빠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건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 마…… 하지 마…….]

[손 내려. 온몸에 구멍 뚫리고 싶지 않으면.]

[흐윽, 흐으읍…… 시, 싫어…….]

[그럼 손 내려, 빨리.]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에 아빠는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손을 내렸다. 남자는 아빠의 손을 잡고는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등 뒤로 손을 넣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 피어싱이 뚫리지 않은 쪽의 유두를 빨개질 때까지 아프게 꼬집었다. 아빠는 손을 빼고 싶은지 자꾸만 허리를 들썩거렸다. 그때마다 남자는 개한테 겁을 주듯, 씁, 하는 소리를 냈고 아빠는 기가 죽어서 다시 제 몸을 가만히 두었다.

남자는 아빠의 유두에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만지작거린 뒤 겨우 손을 떼 주었다. 유두는 빨갛게 달아오른 채 부어올라 있었다. 남자가 잠시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는지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나는 소리로 상황을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 시, 싫어, 싫어……!]

아빠가 침대에서 버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남자가 손을 휘두르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짝, 하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아마 아빠의 뺨을 때리는 듯했다.

[아흣……!]

아빠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고 연달아 뺨을 내리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남자가 계속해서 손을 들려고 했는지 아빠가 애원하는 말을 쏟아 냈다. 남자는 그제야 진정했는지 더 이상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귀를 찢을 듯한 아빠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기어코 아빠의 유두에 피어싱을 박아 넣은 모양이었다.

[흐윽, 흐으읍, 아파아, 너무 아파…….]

남자가 다시 카메라를 들어 아빠의 가슴을 화면 가득 찍었다. 양쪽 유두가 새빨갛게 부어오른 채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빠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울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아빠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툭툭, 물건 건드리는 듯한 무신경한 손길로 건드렸다. 아빠는 남자의 손이 닿을 때마다 온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네가 집에 안 들어오니까 아빠가 대신 혼나는 거야.]

나를 향해 말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났다.

나는 정신이 멍해져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아빠를 이용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짐승 같고 폭력적인 방법을 쓸 줄은 미처 몰랐다. 다른 행위는 몰라도, 이번만큼은 아빠도 전혀 느끼고 있지 않았다. 어젯밤의 행위는 그나마 아빠도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지금은 순전히 고통만 있는, 고문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남자에게 반항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있었다. 대체 남자가 어떻게 세뇌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니면 아빠는 영영 남자에게 그런 일을 당하며 벗어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과대는 나른하게 눈을 깜박이며 내게 물었다.

“뭐 해? 집에 가려고?”

“……응. 아빠가 당장 돌아오래. 안 오면 죽여 버린다고.”

아빠의 애인이 아빠를 인질로 잡고 돌아오라고 협박했다고는 말할 수 없어 대충 핑계를 대었다. 과대는 스무 살 남자애가 마음대로 외박을 못 하는 게 이상하다 여겼는지 고개를 갸웃하면서 내게 물었다.

“너 무슨, 통금 같은 거 있는 거야?”

“……어. 원래 외박도 못 하게 해.”

과대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가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보내긴 아쉬운데…….”

“……뭐 어떡하겠어.”

과대는 말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내게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어둠 속에서 걔의 눈동자만 새카맣게 빛났다. 왠지 위험할 것 같았다. 그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위험 신호가 똑같이 머릿속을 울렸다. 왜 눈치 못 챘지. 나름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홀랑 집까지 따라오고 나서야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다니.

“너도 아쉽지, 현성아?”

“……어? 다음에 또 놀러 오면 되니까.”

“너도 외박 안 되는데 굳이 우리 집 놀러 온 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네가 내 마음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

“아니야?”

그는 내 얼굴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나는 고개를 휙 꺾어 그 손을 피했다. 진심으로 위험했다. 역시, 내가 너무 순진했다. 같은 무리도 아닌데 잘해 주고, 이상하게 스킨십도 잦더라니……. 아니, 나라고 남자를 따먹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겠는가.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너도 마음이 있으니까 우리 집까지 따라온 거 아냐?”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 따져 묻고 싶었지만 덩치 차이도 꽤 있는지라 싸움이 붙으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가 다시 손을 뻗으려고 하자, 나는 화장실로 빠르게 뛰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과대가 한발 늦게 문고리를 격하게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지 않으니 제 열을 이기지 못하고 발로 쾅, 문을 냅다 걷어찼다.

“열어.”

“……너 같으면 열겠어?”

“여기 우리 집인 거 알지? 열쇠가 어디 있더라…….”

그러더니 열쇠를 찾으러 갔는지, 잠시 조용해졌다. 진짜 열쇠라도 들고 오면 큰일이었다. 문을 등지고 앉아 힘을 주었다. 씨발.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유일한 방법은, 좆같게도 그 남자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경찰에 신고해서 저 새끼가 나를 따먹으려고 했다고 할 수도 없고. 딱히 생각나는 도와줄 만한 사람이 그 인간밖에 없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남자는 자기 핸드폰인 양 아빠의 번호로 건 전화를 받았다.

“……이봐요.”

- 오고 있는 중이야?

“이리로 좀, 와 줘요.”

나는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생략하고 무작정 와 달라는 얘기 먼저 꺼냈다. 긴급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수치스러웠다. 집에 들어갔다가 남자에게 따먹힐까 봐 도망쳤는데 여기서도 이런 일에 시달리다니. 자초지종을 알게 되면 그가 나를 비웃을 게 분명했다.

- 어딘데. 주소 불러 줘.

다행히도 남자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문자로 보내 줄게요. 좀 급하니까, 빨리.”

나는 전화를 바로 끊어 버리고 문자로 주소를 보냈다. 우리 집에서 여기까지 차로 최소 20분 정도 걸릴 텐데. 그사이에 문이 열리면 나는 꼼짝없이 당하는 건가. 갑자기 두려움에 눈물이 났다. 씨발. 씨발. 무서워서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이 벌벌 떨렸다.

밖에서 그가 아직도 서랍을 뒤적이는 건지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발 못 찾아라. 제발.

“여기 있다.”

과대가 나지막이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좆 됐다. 과대는 열쇠를 찾자마자 곧장 이리로 걸어왔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최대한 힘을 줘 문을 밀었다. 덜컥, 문이 열리고 과대도 바깥쪽에서 자기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짰지만, 역시 타고난 체격 자체가 다른지라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뒹굴었다.

“이리 와.”

과대는 꼴사납게 바닥으로 넘어진 내 머리카락을 손안에 쥐고는 밖으로 끌어냈다. 머리카락이 다 뽑힐 것처럼 아팠다.

“아, 아……! 놔, 놔, 씨발……!”

그는 나를 침대로 끌고 가서 내동댕이쳤다. 정신이 없는 사이, 과대는 손을 들어 내 뺨을 내리쳤다. 아프기도 더럽게 아팠지만, 뺨을 처음 맞아 본 충격이 더 컸다. 게다가 한 대로 끝이 아니었다. 두 대, 세 대까지 연달아 내리치고 나자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아, 아파, 그만해……!”

공중으로 치솟았던 손이 뚝 멈췄다. 그러고는 내 목을 콱, 졸랐다.

“천천히 잘해 보려고 했는데…….”

“윽……!”

“내가 생각보다 인내심이 없네.”

그는 자기가 때려서 부어오르기 시작한 나의 볼을 손등으로 쓸어내렸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겁에 질렸다.

그는 공포로 굳어 있는 내 티셔츠를 벗겨 내려고 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서 그러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했다. 그러자 과대는 제 행동을 저지하는 나 때문에 짜증이 났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악……!”

“손 치워.”

고막이 터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귓속이 심하게 웅웅거렸다. 나는 또 뺨을 맞을까 봐 어쩔 수 없이 손을 치웠다. 그러자 과대가 손을 뻗어 티셔츠를 아주 손쉽게 벗겨 내고 바지까지 손을 대려고 했다. 나는 이번엔 차마 손을 대진 못하고, 말로써만 그를 만류했다.

“하, 하지 마…….”

나는 울먹이고 있었다. 내가 들어도 비굴해 보였다. 단순히 강간당할까 봐 두렵기도 했지만, 평소에 나한테 잘해 주던 놈이 이러니까 그 차이 때문에 이 상황이 더 생경하고 공포스러웠다. 언제든지 이럴 수 있었는데 그냥 참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하지 마?”

“으, 응…… 하지 마…….”

그는 꼭 들어줄 것처럼 내 의사를 확인했다.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는 자기 집 애완견 보듯 웃는 얼굴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곧바로 내 헐렁한 바지와 드로어즈를 잡아 내렸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차림이 된 게 너무 굴욕적이여서 이대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아래를 가리기 위해서 다리를 모아서 상체 쪽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과대가 내 양쪽 무릎을 손으로 잡고 힘으로 억지로 벌렸다.

“싫어, 이 씨발 새끼야, 놔, 놓으라고……!”

나는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 하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벌어진 내 다리 사이로 자기 몸을 바짝 밀어붙였다. 금세 섹스를 하는 것 같은 자세로 바뀌어 있었다. 너무 수치스러웠다. 과대는 제 바지를 허겁지겁 내리고는 성기를 꺼냈다. 씨발.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덩치만큼 커다란 좆이었다. 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씨발, 진짜 하지 마, 하지 말라고…….”

과대는 이제 제 좆을 내 엉덩이와 허벅지에 문지르고 있었다. 마치 영역 표시라도 하는 것 같았다. 곧바로 밀어 넣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기분은 삽입하는 것보다 더 좆같았다. 마치 내 몸이 걔의 자위 기구가 된 기분이랄까. 게다가 걔는 바지만 살짝 내렸지, 옷을 다 입고 있었고 나는 다 벗고 있어 한층 더 비참한 기분이었다.

“현성아.”

“흐으, 씨발, 진짜, 그만하라고…… 흡, 흐윽…….”

“넣어 달라고 해 봐. 그러면 살살 해 줄게.”

이건 또 무슨 개소린지. 어쨌든 나한텐 선택지가 없고, 어차피 박힐 거면 성질 자극하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따르라는 건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단 그 말을 하면 자존심이 박살 날 것 같았고, 애초에 나한테 넣는 것 자체가 싫었으니까.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성질이 났는지 손바닥으로 내 뺨을 또 내리쳤다.

“빨리 말해.”

“싫, 싫어. 하지 마…….”

“뒷구멍 다 찢어 버리기 전에, 얼른, 말해.”

과대는 말을 끊을 때마다 손바닥을 휘둘렀다. 정신이 멍해지고 얼굴에 이제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코 주변이 축축한 느낌인데, 피가 나는 걸까. 내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그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나는 팔로 황급히 얼굴을 막으면서 소리쳤다.

“너, 넣어 줘, 넣어 줘…… 주경아…….”

과대는 내가 자기 이름까지 애달프게 부르니 그제서야 씩 웃으면서 손을 내렸다.

“넣어 줄까?”

“으, 응…… 넣어 줘, 네 자지, 넣어 줘…….”

“알았어. 우리 현성이가 넣어 달라고 하니까, 들어줘야지. 그렇지?”

씨발 새끼…….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내 안에서 자존감, 자존심이 함께 박살 나는 게 느껴졌다. 차라리 도망치지 말 걸 그랬나. 남자는, 적어도 강제로 하진 않겠다고 했는데. 그냥 집에 남아 있을 걸 그랬나. 정말 병신 같고 이상한 관계긴 하지만 그래도…… 아빠랑 함께 있는 게 나았나.

과대는 제 성기를 감싸 쥐고 귀두를 내 구멍 쪽으로 가져다 대었다. 다가올 고통을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현관문 쪽에서 쾅쾅쾅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뭐야, 씨발 이 시간에.”

과대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내 구멍 안으로 귀두를 밀어 넣으려고 했다. 그때 또다시 쾅쾅쾅,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화가 났는지 욕을 씨근덕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현성아, 이거 물어.”

나는 뭔지도 모른 채 그가 내미는 것을 입에 물었다.

“욕실에 가서 얌전히 있어. 소리 지르면 이따가 존나 처맞는 거야. 알았지?”

과대는 자기 집 애완견을 만지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맞는다는 말에 무서워서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기다시피 해 욕실로 들어갔다. 거울로 엉망진창이 된 내 모습이 보였다.

얻어맞아 붉어진 뺨과 부어오른 눈. 심지어 과대가 입에 물려 준 건 내 드로어즈였다. 뱉어도 상관없는데, 무서워서 몸이 굳어 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다리를 팔로 끌어모아 얼굴을 묻었다. 몸의 떨림이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둔탁한 소리만 몇 번 오갔다.

“이현성.”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과대의 것은 아니었다. 내가 겁에 질려 대꾸를 하지 않자, 바깥쪽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남자였다. 남자는 나를 보더니 복잡해 보이는 눈빛을 했다. 그리고 바로 뒤돌아서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내 것인지 과대 것인지 모를 옷을 가져왔다. 나는 주는 대로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었다.

나는 남자 뒤를 따라 걸었다. 과대가 침대 구석에 뻗어 있는 게 보였다. 남자한테 얻어맞은 걸까. 남자에게 물어보기도 무서웠다. 죽은 건 아니겠지.

남자는 빌라 앞에 세워 둔 차의 운전석에 올라탔다. 남자가 안쪽에서 조수석의 문을 열어 주고 나서야 나는 겨우 조심스럽게 차에 올라탔다.

“아, 해.”

남자가 시동을 걸기 전, 내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정신없는 상태인지라 남자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입을 벌렸다. 그러자 입에 계속 물고 있던 드로어즈가 툭, 차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무 경황이 없는지라 부끄럽지도 않았다. 남자도 딱히 그것을 비웃을 생각 없는지,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남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되레 침묵이 불편해진 나는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아,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남자는 나를 곁눈질로 한 번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너나 너네 아빠나 둘 다 좆 꼴리게 생겨서.”

“…….”

“살기 힘들겠어.”

나는 남자의 말에 바지를 꽉 움켜쥐었다. 살기 힘들게 만든 게 누군데. 애초에 이 남자가 우리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했잖아. 나는, 강제로 하지 않는다고.”

“…….”

“너희 아빠한테도 물론. 오늘 그건 벌을 준 거라 예외지만.”

그러니까 감사라도 하라는 건가. 딴 데 가선 강간당할 텐데 자긴 억지로는 안 한다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린 건 알지만, 왠지 아까 과대와 있을 때보다는 한결 마음이 편한 건 사실이었다. 보호받는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이게 이상하단 건 알지만, 계속해서 비정상적인 일들을 겪다 보니 나도 뇌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 남자에게 길들여지는 느낌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집에 다다랐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아빠랑 마주하기가 껄끄러웠다. 남자는 내리려는 기색이 안 보이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내려, 아빠 보러 가야지.”

남자는 슬쩍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말했다.

“이제 슬슬 한계일 것 같은데.”

대체 뭐가 한계라는 말일까.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나를 두고 씩 웃었다.

“가자. 보여 줄게.”

남자는 나를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집 안의 불이 모두 켜져 있었다. 아빠는 방에 있는 걸까. 신발을 벗으면서 아빠가 어디 있는지 둘러보았다. 그때 내 눈에 걸린 것은, 바닥에 벗은 채로 누워 있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아빠의 자의로 그렇게 누워 있는 건 아닌 듯 보였다.

양쪽 다리는 접힌 채로 끈으로 묶여 있었고, 팔 또한 뒤로 꺾인 채로 결박된 상태였다. 엉덩이에는 커다란 바이브레이터가 박혀 있었는데 나오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막아 둔 모양이었다. 게다가 아까 영상으로 봤던 것처럼 퉁퉁 부은 양쪽 유두에 달려 있는 반짝이는 피어싱이 눈에 띄었다.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게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아빠의 배는 정액이 잔뜩 튀어 지저분했다. 도대체 몇 번이나 사정을 했길래 저렇게 정액이 많이 나왔을까. 사정을 하다가 도저히 정액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절정을 느낀 건지, 오줌과 비슷한 액체가 아빠의 몸 주변에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남자는 아빠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배려 없이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아빠는 기절하진 않았지만 거의 정신을 놓을 듯 눈이 뒤집혀 있었다. 남자는 아빠의 입을 막고 있던 천 조각을 빼 주었다.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으…… 지, 진우야, 이거, 얼른 빼 줘, 빼 줘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상태로 있었던 걸까. 최소 한 시간은 된 것 같았다.

“몇 번이나 갔어?”

“모, 몰라. 많이, 셀 수 없을 정도로……그러니까 얼른 이거 빼 주세요. 혀, 현성이도 이제 왔으니까, 응……?”

아빠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나를 담았다. 내 부어오른 얼굴을 보고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내가 집을 나갔다고 걱정하긴 했을까. 물론 남자가 아빠에게 장난을 쳐 놓고 나가긴 했지만, 쾌감을 느끼는 것만 관심이 있지 나한테는 아무 신경 안 쓰는 것 같았다. 아빠에 대한 애정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현성아, 어떻게 생각해.”

“……뭘요.”

“너희 아빠, 어떻게 해 줄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

“그럼 밤새도록 이렇게 내버려 둘까?”

“시, 싫어어……! 현성아, 아빠, 이거, 얼른 빼, 빼 줘어. 너무 느껴서 괴로워! 흐윽, 흡. 이제 그만하고 싶어, 응? 제발……!”

“시끄러워. 너한테 안 물었어.”

남자는 다시 아빠의 입 안으로 천을 쑤셔 박았다. 아빠는 정말 괴로운지 훌쩍이며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이젠 어쩐지 아빠가 우는 것을 봐도 불쌍하지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의 원흉은 아빠였다. 남자가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도, 애초에 그런 인간을 주워 와서 우리 가족을 망가트린 건 아빠였으니까.

“……일단, 빼 줘요. 그거.”

“그래.”

남자는 내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었다. 그러고는 테이프로 고정해 놓았던 바이브레이터를 뽑아 주었다. 꽤나 큰 크기였던지라 아빠의 구멍은 수축되지 않고 뻥 뚫린 모양대로 남아 있었다. 지독하게 쑤셔졌으면서도 아직도 뭘 더 처먹고 싶은 건지 구멍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아빠, 왜. 더 쑤셔지고 싶어?”

나는 아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만족을 모르는 욕심 많은 구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 세 개 정도는 거뜬하게 들어갔다. 아빠는 새로운 자극에 다시 허리를 바르르 떨며 느끼고 있었다. 요령 없이 막무가내로 쑤셔 대는데도 느끼다니, 참 대단하다. 나는 왠지 헛웃음이 나왔다.

“좋아?”

“우으, 웁…… 으붑…….”

아빠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인지, 입이 막힌 채로 뭐라 했다. 하지만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빌어도 들어주고 싶지 않았고. 아빠 때문에 오늘 과대한테 강간당할 뻔한 걸 생각하면, 아빠를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리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남자는 말없이 내가 하는 짓을 관망했다. 뭘 해도 남자에겐 재밌는 쇼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아빠를 다루기로 했다.

나는 바지를 내려 성기를 꺼냈다. 아빠를 욕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빠가 묶여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발기했으니까. 나는 이미 단단하게 일어서서 더 이상 발기시켜 줄 필요도 없는 성기를 아빠의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바이브레이터가 워낙 커서 헐렁해졌을 거라 생각했던 아빠의 안은 생각보다 조였다. 좁고, 뜨거웠다. 금방 사정할 것 같았다.

“우웁, 으우으으븝, 으으으……!”

아빠는 내가 성기를 밀어 넣으니 나름의 반항을 하려는 건지, 마구 바둥거렸다. 그러자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아빠의 목을 조르며 바닥으로 내리눌렀다. 아빠는 자기가 싼 오줌에 얼굴을 처박고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누군가의 안에 삽입한 건 처음이었다. 왜 사람들이 섹스에 환장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자위를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아빠를 강간한다는 사실이 조금 죄책감 들게 했으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 흥분이 되기도 했다. 나도 아빠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제정신 아닌 부자와, 미친 사이코 남자. 아주 기가 막히는 조합이었다.

“물어.”

남자는 아빠의 입에 물려 있던 천을 빼내고 곧장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거부하려 고개를 젓는 아빠의 머리채를 틀어잡고 억지로 성기를 삽입했다. 아빠는 중간에 끼어서 허리가 불쌍할 정도로 잔뜩 꺾인 채로 좆을 앞뒤로 받고 있었다.

“현성이 자지 맛있어?”

남자는 슬쩍 자신의 성기를 꺼내고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눈물이 고인 채 남자를 애처롭게 올려다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성질 나쁜 남자는 아빠의 뺨을 거칠게 후려치고는 다시 물었다.

“맛있냐고, 네 아들 자지 먹어 보니까.”

아빠의 하얀 얼굴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 아빠는 여전히 남자의 눈치만 볼 뿐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했다. 남자는 아빠의 뺨을 한 대 더 내리치고는, 고개가 밑으로 푹 꺾여 버린 아빠의 머리채를 다시 틀어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빠는 더 이상 얻어맞고 싶지 않았는지 황급히 입을 열었다.

“마, 맛있어…… 현성이 자지, 맛있어…….”

“그렇게 맛있어?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아들 좆 집어삼키는 것 좀 봐. 이 걸레 같은 구멍.”

남자는 손을 뻗어 이미 내 성기가 들어가 있는 구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구멍이 더 빠듯하게 조여 오기 시작했다.

“하으으읏……!”

“자기야, 현성이한테 발정 난 걸레 구멍에 박아 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아, 아파, 하읏, 으흑, 앗, 아흣……!”

“얼른 말 안 해?”

남자는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렸다. 좀 더 좁아진 구멍 탓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아빠는 구멍이 찢어질 것 같아 무서웠는지, 남자가 시키는 대로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혀, 현성아, 고마워, 더러운 걸레 구멍에 박아 줘서……! 하읏, 응, 으흣……!”

나는 아빠의 말을 듣고, 당연히 받아야 할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지면 다 좋다고 집어삼키는 구멍에 넣어 줬는데, 이 정도 인사는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빠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 발정 난 변태 새끼야. 넌 이제부터 내 아빠도 뭐도 아니야.”

“아읏, 하앗, 좋, 좋아, 현성아, 하읏, 흐윽, 앗……!”

“넌 내 좆물이나 받는 변기야. 알았어, 이 걸레 새끼야?”

“하으으으읏……!”

어이없게도 아빠는 나에게 욕을 처듣고 사정하고 말았다. 기가 막혔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사정을 할 때 내벽이 사정없이 성기를 조여 댔다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자극받은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안 깊숙한 곳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씨발…….”

사정을 하고 나니 깊은 자괴감이 느껴졌다. 내가 한 짓에 대한 후회는 없었지만 뒷맛이 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남자도 곧이어 성기를 빼내어 아빠의 얼굴에 정액을 뿌렸다. 아빠는 힘든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헐떡이고 있었다.

“자기야, 힘들더라도 자기가 싸지른 건 다 치워야지?”

남자는 다정한 척 아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는 힘겹게 눈을 들어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아빠에게 무언의 압박을 줬다. 저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손이 날아올 거란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아빠는 여전히 사지가 묶여 있는 채로 불편하게 바닥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꽤나 싸지른 게 많아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아빠를 봐주지 않았다.

바닥에 고여 있던 물기가 죄 아빠의 배 속으로 들어간 후에야 남자는 아빠의 팔과 다리를 억압하고 있던 끈을 풀어 주었다. 아빠의 흰 피부 곳곳에 새빨간 밧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쩐지 그게 굉장히 야하게 느껴졌다. 아빠는 너무 오랫동안 묶여 있어서 그런지 제 사지가 자유로운 게 어색한 모양이었다.

남자는 그런 아빠를 인형 안듯, 제 품에 끌어안고는 말했다.

“자기야. 이제부터 현성이 말 잘 들어야 돼.”

“오, 왜……?”

“안 그러면 자기한테 좋은 거 안 해 줄 거야. 알았지? 현성이가 나라고 생각하고 말 잘 들어.”

“그, 그런 게 어디 있…….”

“현성이한테 잘 못 하면, 벌줄 거야.”

남자는 강제로 피어싱에 뚫려 퉁퉁 부어 있는 아빠의 양쪽 유두를 아프게 꼬집었다. 아빠는 차마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뚫린 구멍에서 다시금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 보였지만, 딱히 동정심이 생기진 않았다.

“알겠어?”

남자는 다시 한번 손에 힘을 주면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 알았어…… 마, 말 잘 들을게, 현성이 말 잘 들을게…….”

딱히 아빠가 내게 복종하길 바란 건 바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대답 잘했다며 아빠에게 칭찬을 해 주며 보상으로 볼에 입을 맞춰 주었다. 아빠는 겨우 그런 것에도 기분이 좋은지 바보처럼 웃음을 지었다.

남자는 아빠를 안고 있으면서도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은 나에게 만족하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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