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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린이는 임신중 (65/65)

# 올린이는 임신중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어느 귀하고 명망 높은 댁에 한 액받이가 살았습니다. 액받이가 모시는 도련님들은 모두 네 분이셨는데, 하나같이 절륜하셔서 액받이는 날마다 몹시 애쓰는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액받이는 행복한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도련님들이 하나같이 자지가 너무 커서 아래가 다물릴 날이 없는 데다 매질을 한 번 하시면 정신이 오락가락하도록 심하게 때리시기는 하지만, 종이접기도 가르쳐 주시고 맛있는 것도 챙겨 주시고 재밌는 것도 구경시켜 주시고 가끔 몰래몰래 사정도 시켜 주시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좀처럼 저택에 들어오시는 법 없이 매일같이 바쁘신 회장님께서 모처럼 아들들을 살피러 돌아오셨습니다. 액받이는 당연하게도 회장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잔뜩 긴장한 채 도련님들의 뒤에 서 있었는데, 회장님께서 액받이를 손짓하여 가까이 부르셨습니다. 너무너무 무서운 얼굴의 회장님께 다가가는 발길이 주춤거렸습니다. 들켰다가는 치도곤을 안을 일을 아주 아주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었습니다.

액받이는 회장님을 뵙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입적했을 때 예물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 편지를 올린 것 외에는 말씀을 올린 적도 없었습니다. 긴장하여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액받이를 유심히 바라보시던 회장님이 이윽고 무언가를 확신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네년이 앙큼하게도, 얼마나 속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느냐.”

갑자기 듣는 야단에 다리에 힘이 풀린 액받이는 털썩 주저앉듯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고용인들과 도련님들이 술렁거렸습니다. 액받이는 사실, 별채의 뒤뜰 툇마루 아래에다가 사탕 단지를 숨겨 놓고 고용인들의 눈을 피해 때때로 꺼내 먹고 있었습니다. 사탕 단지를 마련해 주신 것은 둘째 도련님으로, 그것은 액받이와 둘째 도련님만의 비밀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회장님의 눈은 속일 수가 없었습니다. 액받이는 역시 사탕 단지가 들키고 말았구나 싶어 오줌이 마렵도록 긴장을 하여서,

“잘못했습니다. 회장님.”

하고 납작 엎드려 빌었습니다. 액받이 주제에 허락받지 않은 먹을거리를 숨겨 놓고 야곰야곰 먹다니, 케인 서른 대 패들 서른 대 채찍 서른 대를 모두 함께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죄였습니다. 액받이는 너무 무서워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와중에 눈물마저 짤끔짤끔 흘렸는데, 회장님은 진노하시어 생각에 잠기신 듯이 액받이를 노려볼 뿐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둘째 도련님을 힐끔 돌아보니 자신은 관계없다는 듯이 시치미였습니다. 그때, 막내 도련님이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사정해도 된다고 한 것은 접니다! 올린을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액받이를 포함한 모두가 경악하여 막내 도련님을 돌아보았습니다. 막내 도련님은 액받이가 사정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시시때때로 자지를 빨아서 사정하게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둘이 있을 때만 일어나는 일이라 결코 들켰을 리가 없는 터, 어리석고 물색없고 헛다리 잘 짚는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막내 도련님은 그만 제 발이 저려 사탕 단지보다 더욱 커다란 죄를 폭로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무어라고? 사정도 했느냐? 아니 그럼, 저놈은 대체! 액받이로서 쓸모가 없지 않으냐!”

대로하신 회장님이 명령하셨습니다.

“여봐라, 저년의 볼기를, 안 되지 저 등짝을, 아니지 종아리를 매우 칠 테니 회초리를 대령해라!”

고용인들이 체벌대를 날라 오고 등나무로 만든 회초리들을 날라 오는 동안, 액받이는 무릎을 꿇고 어깨를 웅크린 채 겁에 질려 홀짝홀짝 울었습니다. 인제는 죽었습니다. 회장님은 한번 매질을 시작하시면은 절대로 봐주시는 법이 없다고 누누이 들었습니다. 맞다가 실신을 해도 깨워서 맞을 매를 전부 맞게 하신다는 분이셨습니다.

올린은 울면서 일으켜지고, 고용인들의 부축을 받아 횃대같이 생긴 체벌대에 올라갔습니다. 동그란 발뒤꿈치가 발발발 떨었습니다. 오금부터 종아리까지가 훤히 드러나도록 고용인이 옷깃을 잘 여미어 올린의 손에 단단히 들려 주었습니다. 다른 고용인이 지금 당장에라도 매를 칠 태세로 회초리를 들자, 회장님께서 뒷짐을 진 채 다가와 물으셨습니다.

“네 이년, 대체 언제부터였느냐!”

액받이는 물으시는 말씀의 뜻을 몰라서 훌쩍거렸습니다. 멍청하게 있다가 종아리를 한 대, 맵게 얻어맞고,

“아이코 아야 아파라!”

하는 비명을 지르며 발뒤꿈치를 위로 아래로 몇 번이나 까딱대고 나서야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사정한 것이 언제부터였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그것은 결단코 제 독단이 아니오라 바로 저기 계시는 막내 도련님께서어-.”

거기까지 대답했는데 또 매질이 떨어졌습니다.

“아야 아이코야 살려 주세요!”

죽이는 것도 아닌데 죽는소리를 하는 액받이를 멍청한 막내 도련님이 가여워 죽겠다는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그게 아니니라! 언제부터 숨겼느냐고 묻고 있잖느냐!”

역시, 사탕 단지였습니다. 액받이는 사탕 단지 맨 밑에 남은 초록색 사탕을 생각하며 엉엉 울었습니다. 포장에 멜론이 그려져 있었으니 멜론 맛이었을 텐데… 올린은 태어나서 멜론을 먹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역시 젤 먹고 싶은 거는 아껴 두는 것이 아니라, 젤로 먼저 먹었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넉 달, 정도 되었습니다….”

둘째 도련님이 사탕 단지를 선물하신 게 넉 달 전이었습니다. 처음에 안에 들었던 사탕은 모두 열두 개였는데, 액받이는 정말로 마음이 힘든 날이나 아니면 눈물이 그치지 않도록 심한 벌을 받은 날에만 먹을까, 말까, 먹자, 아니야 아껴 두자, 아주 오래 생각한 다음에 한 알씩 아껴 먹었습니다. 그토록 아껴 먹었는데도 이제는 한 개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튼 사탕 단지를 숨긴 지는 사 개월이 되었습니다.

“어엉? 넉 달이나? 배가 안 나왔는데?”

회장님은 깜짝 놀라 다가오시더니, 액받이의 납작한 아랫배를 살금살금 쓰다듬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엄한 표정이 되어 고용인에게,

“저년이 바로 말할 때까지 매우 쳐라!”

하고 명령하셨습니다. 찰싹, 찰싹, 종아리를 맞으면서 액받이는 몸을 배배 꼬고 발을 팔딱팔딱 움직이고 엉엉 울었습니다. 하얀 종아리에 빨간 금이 부풀어 올라 푸른 멍이 돋도록 맞는 매가 너무 매워서 손이 저절로 종아리로 내려가니,

“네 이년, 그러다가 다치면 어떡하려고! 똑바로 서서 맞지 못할까!”

하는 호통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똑바로 고하지 못하겠느냐!”

하고 야단이셨습니다.

액받이는 흑흑 흐느끼면서 고개를 숙였다가, 뒤쪽에서 보고 있던 첫째 도련님이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도련님은 방글방글 웃으면서 손을 까딱까딱 흔드셨습니다. 옆에 둘째 도련님은 무척 화가 나신 듯 인상을 쓰고 계셨습니다. 그 표정이 자신을 딱하게 여기시는 얼굴임을 압니다. 그래도 액받이는 둘째 도련님께 몹시 야속한 마음이 들고 말았습니다.

하고많은 날 저렇게 약을 올리는 첫째 도련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둘째 도련님마저 가만 계시다니요. 당신께서 선물하신 사탕 단지 때문에 이토록 고초를 겪고 있는데 자기 혼자 쏙 빠져나가서는 시치미 떼시는 표정이 아주 일품이셨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탕 단지 숨긴 것은 액받이인 올린이 홀로 지은 죄일 때야 이렇게 모진 매를 맞게 되도록 큰 잘못이지마는, 도련님께서

“내가 줬소.”

하고 멋있게 나서만 주신다면야 별일 아닌 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액받이는 발을 동동 굴러가며 아픈 매를 견디다 못해,

“둘째 도련님이!”

하고 일러바쳤습니다.

“둘째 도련님이 하사해 주셔서!”

결연한 고자질에 셋째 도련님이 눈썹을 스윽 올리더니, 둘째 도련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회장님은 심문의 대상을 액받이가 아니라 둘째 아들에게로 바꾸셔서 노성을 지르셨습니다.

“뭐어, 정비가아? 정비 네 이놈, 네놈이 액받이를 임신시켰겠다!”

회장님을 뺀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난데없는 소리를 들은 둘째 도련님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툭 떨어뜨렸습니다. 액받이는 너무 놀라 체벌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습니다. 그 꼴을 본 회장님이 외치셨습니다.

“아이고, 애 떨어지겠네!”

첫째 도련님이 웃으면서 명령했습니다.

“여봐라, 액받이를 데려다가 폭신한 데다가 눕혀 두고 의원을 부르도록 하여라!”

*

“임신입니다. 이제 5주가 되셨네요.”

의원은 사람 좋은 얼굴로 허허 웃었습니다. 멀리서 보고 계시던 회장님이 떼잉, 하고 수염을 쓰다듬으셨습니다. 액받이 곁에 둘러앉았던 네 도련님의 얼굴에 각양각색의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액받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습니다.

올린은 베타였습니다. 모든 액받이의 기본 조건이 베타이니 너무나 당연한 노릇이었습니다. 미혼 알파들의 횡액을 쫓고자 집안에 들여앉혀지는 존재인데, 모시는 상전의 애라도 배게 되면 낭패입니다. 오메가라면, 아무리 체질이 좋아도 액받이로서는 탈락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신이라니, 모두가 경악할 일입니다. 올린은 오메가이면서 베타인 척 속이고 좋은 집안에 들어앉았다가 임신을 하여 마님이 된 액받이에 대한 동화를 들은 적은 있었습니다. 그 애는 주인과 혼인하여 잘 살았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감히 주인을 속이다니, 그런 액받이는 쫓겨나거나 폐기되는 게 당연할 겁니다. 애는 애대로 뺏기고 비참한 신세가 될 생각을 하니 눈물이 절로 흘렀습니다. 아니 그 전에, 베타인 몸으로 임신이라니요.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올린은 억울하여,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억울합니다! 저는 베타입니다!”

하고 부르짖었지만, 의원은

“허허 아닌데 오메간데 무슨 소리시람.”

하고 웃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믿었던 도련님들마저 등신 같은 얼굴들을 하고서는 하하 허허 헤헤 히히 웃는 게 아니겠습니까. 첫째 도련님이야 액받이가 무서워하는 것만 보면 저렇게 행복해하며 웃으시니 그렇다 칩니다. 그렇지만 늘 표정 없는 둘째 도련님이나, 사리 분별 명확한 셋째 도련님이나, 화내고 짜증 내는 게 일상인 막내 도련님까지 웃고 계시는 건 너무한 일이었습니다.

올린은 도련님들이 자신을 귀여워하는 줄로만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곤경에 처하니 도와주시지는 않고 웃기만 하시는 걸 보고 너무너무 서럽고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입술을 꼭 다물고 도련님들로부터 고개를 홱 돌린 채,

“애고애고, 나는 인제 죽었고나.”

하고 통곡을 했습니다. 도련님들은 액받이가 아무리 울어도 싱글벙글 웃기만 했습니다. 어쩐 일인지는 모르나 멀쩡한 베타에게 애를 배게 해 놓고도 웃고 앉았다니, 정말이지 파렴치한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액받이는 퀭한 얼굴로도 얌전스레 복식을 갖추었습니다. 매일 하던 대로 젖꼭지에다가 실을 동여맸지만, 아무것도 나오는 것이 없었습니다. 오메가들이 임신하면 찌찌를 조금만 눌러 줘도 애기 먹일 우유가 나온다던데 자신의 젖꼭지는 실에 묶인 게 아파서 빨갛게 곤두설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납작한 배도 살그머니 만져 봤습니다. 안에 애기가 들었다면은 그래도 조금은 볼록할 것 같은데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올린은 배를 통통 치며,

“거기 누구 있느냐?”

하고 묻다가, 생각해 보니 만일에 배 속에 든 게 도련님들의 애기씨라면은 한낱 액받이인 자신이 감히 반말을 해선 안 될 노릇이지 싶어,

“거기 누구 계신가요오?”

하고 정정하여 물어보았습니다. 당연히 대답은 없었습니다. 정말 임신이 맞을까, 오진 아닌가 의심도 했지마는 의원도 임신이라고 했고 알파이신 회장님께서 척 보고 알아채셨으니 틀릴 리 없습니다. 같은 알파더라도 도련님들이야 매일같이 안는 올린에게서 엷게 배어 나오는 페로몬을 모르셨을 수 있습니다. 아, 절륜하신 네 분 도련님께 매일같이 안기던 생각을 하니 눈물이 또 앞을 가렸습니다. 그는 인제 열 달 후에 애기를 낳고 나면은 꼼짝없이 폐기 처분입니다.

맨발로 계단을 타박타박 걸어 내려와 식당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올린은 코를 훌쩍이며 울고 있었습니다. 저택에서 내쫓겨 아주 무서운 곳으로 보내질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 다정하신 네 도련님께 버림받을 생각을 하니까 서러움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도련님들과의 섹스가 조금 아프기는 해도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인제 자신은 그걸 못 하게 됩니다. 별나라 달나라를 매일같이 다녀오도록 해 주시는 사랑스러운 도련님들이랑 헤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눈물을 잘금 잘금 흘리면은 고용인이 애써 치장해 준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액받이는 다람쥐랑 밤톨이 곱게 수놓인 가제 손수건을 눈 아래에다 대고, 눈물이 나오는 족족 흐르지 않게 눌러 닦았습니다. 이 손수건은 셋째 도련님이 예전에 선물해 주신 것인데 별채에 쌓인 호사스러운 비단 손수건보다 눈물이 잘 닦이고, 무엇보다 자수가 아주 귀여워 마음에 쏙 듭니다.

“흑흑… 이제 섹스도 못 하고… 우와.”

울며 걷던 액받이는 그러나, 차려진 식탁을 보고 눈물을 뚝 그쳤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호화롭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잔뜩 차려진 식탁이라니요. 올린은 순간 아침인데 연회라도 열리는 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액받이 혼자 지내는 별채의 식탁에 연회상이 차려질 리가 없는데도 그랬습니다.

액받이의 식사는 별채의 식당에서 하루 두 끼, 차려집니다. 고용인 셋이 지켜보는 가운데 늘 혼자서 하는 것이 규칙인데, 식사의 질은 아주 좋되 양이 몹시 적습니다. 그래서 올린은 가끔 도련님들이 내어 주시는 정액조차 맛있게 받아 삼킬 만큼 항상 배가 고픕니다. 액받이란 본래 너무 많이 먹어서도, 너무 많이 자서도 안 되고 늘 어느 정도의 고행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본분이라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식탁은, 평소 올린이 먹던 양의 열 배, 아니 스무 배는 될 법한 호사스러운 음식이 가득합니다. 올린이 좋아하는 달콤한 과일과 없어 못 먹는 맛있는 고기, 먹어 본 적이 없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요리들이 정갈하고 예쁘게 차려져 있는 것을 보니 눈물 콧물은 쏙 들어가고 군침이 사악 돕니다. 당장 맛보고 싶은 것을 꼬옥 참고, 올린은 저의 감시자이자 시종이자 선생이자 하여튼 무서운 모든 것인, 엄격한 최 집사님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오늘부터는 식사량을 넉넉히 하라는 지시가 있으셨습니다.”

하고 전—-부 먹어도 좋다는 뜻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세 가지 종류의 고기와 함께 밥을 두 공기나 해치우고, 좋아하는 딸기랑 포도랑 복숭아를 옴뇸뇸 먹고 있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올린이 큼지막한 딸기를 입에 쏘옥 넣고 무릎 꿇느라 제 엉덩이에 깔린 발바닥을 움칫거리면서 행복해하고 있을 때, 식당 입구에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셋째 도련님이셨습니다.

“아가.”

올린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도련님들 계시는 데서 음식을 우물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왠지 부끄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입안에 든 것을 뱉을 수도 없어서 올린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도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나붓이 숙여 절했습니다. 도련님은 올린이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을 올려다볼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침은 다 먹었느냐?”

하고 다정하게 물으셨습니다. 올린은 커다란 딸기를 이미 꿀꺽 삼킨 다음이었습니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 그럼 도련님 자지 넣어 주마, 따라오너라.”

하고 다정스럽게 앞장서셨습니다. 올린은 얼른 고용인이 건넨 향기로운 차로 입안을 헹구고 두근두근 잔뜩 기대하며 도련님을 따라나섰습니다.

날은 따사로운 늦여름입니다. 셋째 도련님은 올린을 쓰실 때, 뒤뜰로 향하는 미닫이문을 활짝 연 채 마루에서 하시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아예 뒤뜰에 내놓은 낮은 평상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이불도 없이 딱딱한 바닥에서 커다랗고 무자비한 자지를 받다 보면 무릎 같은 데 멍이 드는 건 예삿일이지만은 시퍼런 멍이 드는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을 만큼 셋째 도련님과의 섹스는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도련님도 다른 도련님들처럼 자지 넣는 동안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거나 가끔 무척 야속한 말씀도 하시지만 그런 거야 액받이니까 당하는 게 당연하고요.

올린은 도련님이 눈짓만 해도 무슨 뜻인지 다 알아듣습니다. 이렇게, 턱을 슬쩍 올리시면서 웃는 듯한 얼굴을 하시면은 얼른 옷을 홀랑 벗고 엎드려야 합니다. 여름이어도 아침의 볕은 따갑지 않고 기분 좋습니다. 선선한 공기가 흐르는 중에 올린은 순식간에 속옷까지 벗고, 젖꼭지에 달랑거리는 실매듭 장식만 남긴 채 바짝 엎드렸습니다. 벌써 발랑거리며 속부터 젖은 아래가 부끄럽지만, 음탕한 몸이라 오히려 쓰기 좋다던 게 셋째 도련님이셨습니다.

“요년, 밑에가 아주 함빡 젖었구나. 왜 이렇게 되었느냐?”

올린은 다리 사이를 더듬으며 하시는 짓궂은 물음에 강아지 앞발같이 모은 두 손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리다가 찰싹, 하고 허벅지 안쪽을 한 대 맞고 말았습니다.

“아앙!”

아프기도, 기분 좋기도 하여 우는 소리에 도련님이 목 안으로만 웃는 소리가 덮였습니다.

“으응? 똑바로 고하지 못할까?”

“자지, 넣어 준다고 하시는 말씀에 설레어서 그만….”

올린은 몸이 그렇게 된 이유를 정직하게 고해바쳤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 긴장되기도 하지만, 저절로 이전에 있었던 기분 좋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머릿속에 떠오른다기보다는, 아래에 새겨져 있던 기억이 자르르, 하고 전기가 오르듯이 상기된달까요. 젖는 게 당연합니다.

“요년! 요년! 이렇게 음란해서야!”

도련님은 웃으시면서도 짐짓 야단이셨습니다. 요년, 하고 한 마디씩 꾸중하실 때마다 커다랗고 따뜻한 손바닥이 빠끔히 열린 구멍 입구를 감싸듯이 때렸습니다. 맞는 데가 달구어지는 것 같은 따끔따끔한 감각에 더해, 묵직한 압박감 같은 것이 구멍 안쪽까지 이르러 안쪽 내벽이 바르르 진동하는 느낌입니다. 올린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조금 더 치켜들면서,

“아응, 음란해서 죄송합니다아….”

하고 기분 좋다는 시늉을 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이런 정숙하지 못한 태도는 아주 혼쭐이 나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그렇지만 셋째 도련님은 크게 꺼리지 않으시고 때리던 데를 조금 더 문지르다가 아래에다 쪽, 하고 입을 맞추어 주셨습니다.

평상 위에 무릎 꿇고 엉덩이를 잔뜩 치켜든 몸을, 바닥에 선 도련님이 고개 숙여 애무하는 광경은 고용인들에게도 낯선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올린은 도련님의 점잖지 못한 혓바닥이 구멍의 주름 사이를 가르고 안을 폭, 찌를 때,

“꺄흥…!”

하고 저가 듣기에도 망측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바짝 하늘로 젖혔습니다. 그 바람에 엉덩이가 조금 내려가자, 도련님은 포동포동한 볼기를 찰찰 소리가 나도록 때리시면서 자세를 교정해 주십니다. 올린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다시 원래대로 구멍을 쳐들고, 겹친 두 팔을 베듯 얼굴을 돌렸습니다. 아래를 핥아 올리다가 안을 헤집듯 하는 혀의 움직임과, 입구에 와 닿는 보드라운 도련님의 입술과, 그리고 도련님의 가쁜 숨결이 촉촉하게 밑에 와 닿을 때마다 올린의 하얀 얼굴에는 발긋발긋한 홍조가 올랐습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부옇게 흐린 채 뜨고, 다시 질끈 감았다가 뜨길 반복하다 저어기 멀리 늙은 할머니 고용인이 관목에다 몸을 반쯤만 가린 채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끔 고용인들이 올린이 도련님을 잘 모시나 못 모시나 감시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자기 기분 좋은 데만 심취해서 도련님께 폐를 끼치는 짓을 하고 나면, 그날 저녁에는 물이 참방거리도록 가득 채운 놋그릇을 머리에 이고,

“본분을 기억하셔야지요!”

하는 소리를 들으며 종아리를 맞습니다. 도련님들이 때리는 매질보다는 덜 아프지마는, 그런 잘못을 저질러 혼이 날 때는 정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혹독하게 야단을 맞고 반성문까지 써야 하므로 올린은 고용인이 보고 있는 걸 알 때면 온몸에 기합이 바짝 듭니다. 생각을 해 보세요, 한지에다가 붓글씨로

‘액받이의 자지란 주인의 장난감이요, 함부로 사정하는 물건이 아니옵니다.’

라는 문장을 백 번이나 쓰는 건 정말 고단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글씨가 잘 마르도록 방안 사방에다가 저 글이 쓰인 한지를 널어 두고, 그 한가운데 앉아서 훌쩍훌쩍 울어 가며 글을 쓰고 있는데 첫째 도련님께 그 모습을 딱 들켰을 때는, 정말이지 딱 죽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첫째 도련님이 젤로 좋아하시는 게 그런 식으로 야단맞는 액받이를 골리는 장난이거든요. 이를테면,

“이건 줄이 삐뚤빼뚤하니 쓰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로구나.”

하면서 대여섯 장이나 되는 종이를 공처럼 똥그랗게 구겨 버린다든가,

“네가 정말 정비랑 자면서 사정을 했단 말이냐?”

하고 물으면서 벌 받는 도중에 자지를 마구 주물러

“도련님 안 돼요, 진짜 안 돼요, 또 사정하면 불알에다 매질하신다고 했단 말이에요.”

하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또 사정하게 하신다든가 하는 그런 장난이요.

어찌되었든, 그런 일도 있었거니와, 저어기 관목 뒤에 빼쪽 튀어나온 무서운 할머니 고용인의 눈빛도 너무나 날카로워서 올린은,

“도, 도련님! 제가, 제가 빨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내리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렇게 도련님이 아래를 빨아 주시는 걸 그냥 받고만 있는 것도 혼날 일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으잉?”

하지만 도련님은 영 생각이 다르셨습니다. 그는 볼기를 귀엽게 좌우로 흔들어 대며 발씬거리는 구멍을 괴롭히는 데 재미를 들리던 중에 난데없이 액받이년이 구멍을 싸악, 감추는 행태에 어이가 없어,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자세 얼른 다잡지 못할까.”

하고 엄한 목소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올린은, 감히 저가, 도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이 집에 들여앉혀진 저가, 도련님이 아래를 빨아 주시는 황송한 일을 받으며 응앗 응앗 소리나 내구, 아래로 질질 장액이나 싸고 있다가는, 오늘 밤에도 몹시 매를 맞게 될 거라고 생각한 나머지,

“아니 됩니다! 도련님, 제가, 제가 도련님 자지, 빨아 드리겠습니다아….”

하고 제멋대로 도련님의 바지 지퍼에 찰딱 달라붙었습니다. 올린이야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마는,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액받이를 셋째 도련님이 그냥 둘 수 있었겠습니까. 그 다정스럽던 손으로 올린의 젖꼭지에 묶인 매듭을 잡아 흔들며,

“요년이 임신 좀 했다고 아조 돌았구나, 여봐라, 요년을 몹시 혼을 낼 터이니 다리를 활짝 벌려 기둥에 매달도록 하여라!”

하고 명하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아래에다 입을 맞추며 몹시 귀여워해 주시던 도련님이 내린 난데없는 명령에, 올린은 뒤늦게 제가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했는지 깨달아 버렸습니다. 아무리 고용인에게 혼날 게 무섭다고는 하지만, 도련님이 자세를 딱, 잡으라고 했으면 딱, 잡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올린은 툇마루의 기둥에 등을 대고, 다리가 개구리처럼 벌려지고 두 팔은 뒤로 묶인 자세로 꽁꽁 묶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여러 개의 날카롭고 가느다란 싸리나무 회초리를 다발로 묶은 매가 날라져 왔습니다. 저 매로는 필시 젖꼭지랑 자지를 맞게 됩니다. 말씀만 잘 들었으면 지금쯤 도련님 자지가 아래에 들어와서 별나라에 이르렀을 텐데, 올린은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고 멍청하고 그리고 말도 안 듣는 몹쓸 액받이인지를 되뇌면서 발발 떨었습니다.

“네 이년, 네 본분을 잊었느냐!”

“아니옵니다, 도련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네년이 복중 아기만 믿고 제멋대로 굴고자 하니, 내 오늘 호된 매질로 그 교만한 마음을 다스리겠다!”

“흑흑, 도련님, 그런 게 아닙니다, 용서해 주셔요….”

“여봐라, 요년이 정신이 바짝 들도록, 자지를 서른 대, 오른쪽 젖을 서른 대, 왼쪽 젖을 서른 대 매우 쳐라.”

“도련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아악!”

셋째 도련님이 이렇게 모진 매를 내리시는 일은 드문 일입니다. 그리고 매질을 하시더라도 직접 때리시지, 고용인의 손의 맡기는 건 셋째 도련님의 스타일이 아닙니다. 올린은 그저 제가 도련님께 봉사 받는 게 과분한 일이라 생각하여 도련님을 기분 좋게 해 드리려다가 큰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는 도중에 벌써 매질이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살을 긁고 할퀴는 아픈 회초리에, 너무 억울하고 구슬픈 마음이 들어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흐릅니다.

도련님은 연초를 입에 물고 성냥을 찾았습니다. 이제 볕이 따가워지기 시작하지만, 도련님이 앉은 평상 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듭니다. 올린이 묶인 데는 햇빛이 아주 잘 들어, 땀에 젖은 상앗빛 피부가 매를 맞는 동안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아주 잘 보입니다. 자지랑 불알이 있는 데를 매섭게 내리치는 회초리에도 다리를 오므릴 수 없이 활짝 벌어진 사타구니가 발발 떱니다. 챡, 챡, 빗자루처럼 단단히 묶인 회초리 더미가 보들보들한 살을 내리칠 때마다 올린은,

“아읏! 악! 으읏!”

하고 가냘픈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좌우로 잘래잘래 저었습니다. 도련님은 그 땀에 젖은 예쁜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것을 보면서 지퍼를 열고 자지를 꺼냈습니다. 거대하고 굵은, 핏줄이 마구 돋아 어디 넣기만 해도 안이 긁힐 것 같은 험상궂은 물건으로 수음하며 도련님의 눈은 올린이 매 맞는 광경으로부터 떠나지 않습니다.

올린의 하얗고 단정한 자지에, 가엾게도 빨갛게 긁힌 상처가 잔뜩 남았습니다. 이제 올린은 당분간 도련님들이 올린의 자지를 가지고 놀 때마다 몹시 아파서 엉엉 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그게 액받이의 운명인 것을. 게다가 끝이 아닙니다. 아직 젖꼭지에 대한 매가 남았습니다.

고용인들이 액받이의 젖꼭지에 동여매어진 실매듭을 풀고, 기름 바른 손으로 빨갛게 부은 데를 문지른 다음에야 매질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나요, 하는 소리에 동시에 양 젖꼭지에 매질이 떨어지고, 둘이요, 하는 소리에 또 떨어지는 동안 올린의 뱃가죽이 할딱할딱 오르내렸습니다. 매가 끝난 후, 도련님이 거대한 자지를 덜렁거리며 다가와 올린의 얼굴에 마구 비벼 댄 후에 사정하셨습니다. 올린은 몸에 깊이 밴 습관대로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내밀어 정액을 받아 삼켰습니다.

묶인 그대로 다리만 풀라 하셨으므로, 올린은 기둥 뒤로 손이 묶인 채 날씬한 다리만 쭉 펴고 도련님의 자지를 받았습니다. 도련님은 사정한 후에 바로 일어선 두툼하고 큰 것을 올린의 상처 입은 젖꼭지에 쿡쿡 문지르다가, 엉덩이 아래 마룻바닥이 다 젖도록 촉촉이 적셔진 구멍에다가 은근히 자지 머리를 대고 문질렀습니다. 올린은 눈물범벅인 얼굴을 들고,

“도련님, 잘못했습니다.”

하고 매 맞는 동안 반성한 것을 말했습니다. 도련님은, 제멋대로 군 것 다 용서해 주겠다는 듯이 올린의 입술에 입술을 맞춰 주시고는 굵은 좆을 좁은 틈새에 끼워 넣으십니다.

“하아, 학!”

몇 번을 몸을 맞추었지만 버거운 것은 버거운 겁니다. 올린은 매끈한 아래, 구멍의 입구가 경련하도록 긴장한 채로 도련님의 자지를 받았습니다. 좁은 데를 가르고 쑤우우욱, 끝도 없이 들어오는 굵다란 것이 올린의 속 깊은 거기, 누르면 발작하듯 사지가 떨리는 기분 좋은 그곳을 슬쩍 건드렸습니다. 올린은 그만 그게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제 길고 하얀 다리를 도련님의 허리에 바짝 감아, 도련님을 재촉하듯 꾸욱 당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버릇없음은 셋째 도련님이 기꺼워하는 행동인 터, 도련님은 액받이년이 재촉을 하는 대로 끌려가 주며, 바라던 그곳을 몇 번이나 미끄러지며 쓸고, 종래에는 꽈악 꽈악 눌러 주며 올린의 벌어진 입에서

“하앙, 아앙, 흐아앙!”

하는 예쁜 소리가 별채의 담을 넘도록 모진 쾌락을 선물하는 것이었습니다.

*

고용인이 관목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올린이 혹여 너무 지나친 짓을 당할까 봐 경계하였음이었습니다. 올린은 도련님이 만족하도록 파정하시어 개운한 얼굴로 물러가신 뒤에, 서둘러 기둥에서 풀려났습니다.

올린도 사경을 헤매는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까닭은 매 맞은 데가 아파서가 아니라, 도련님이 선사해 주신 깊은 쾌락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서였습니다. 그는 마루에 바로 눕혀져서도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한 채, 구름 위를 누운 것 같은 기분으로 반쯤 정신이 나가서 이따금씩 온몸을 바르르 바르르 떨었습니다.

고용인들은 그의 긴 오르가슴이 가라앉을 때가 될 때 즈음, 매 맞은 곳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와 습포 따위로 상처를 잘 덮었습니다. 뒷물하듯 아래를 살뜰히 씻어 준 후에는 혹여나 애기씨가 떨어지기라도 했을까 봐 배를 따뜻하게 하는 찜질팩을 가져다가 아랫배를 잘 덮었습니다. 얼굴에는 자상스러운 부채 바람이 와 닿기는 했으나, 올린에게는 참 고역이었습니다. 더운 날에 찜질팩을 배에 안고 있으려니 땀이 뻘뻘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올린은, 감시가 조금 덜어진 틈을 타, 찜질팩을 고용인들이 못 찾도록 이불 속에다가 꼭꼭 숨겨 놓고 산책에 나섰습니다. 한낮에는 도련님 네 분이 모두 나가시기 때문에 저택의 정원을 조금쯤 거닐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사철 집에만 갇혀 사는 올린에게는 참 다행한 일로, 저택은 무척이나 넓고 정원 또한 아름답습니다. 그는 수국이 필 때도 좋고 작약이 필 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장미 정원이 젤로 좋았습니다. 붉은빛, 분홍빛, 노란빛의 장미꽃 사이에 앉아 있노라면 은은한 향기가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날이 아니었습니다. 올린은 쩌어기 장미 정원 한가운데서 저 예쁜 꽃들을 마구 꺾고 계시는 정환 도련님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정환 도련님은 이 댁의 네 분 도령 중 나머지 세 분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둥이 도련님이신데, 성품이 포악하고 떼가 말이 아니라 모시기가 보통 힘든 분이 아닙니다.

기분이 좋다가도 금방 나빠지시고, 예뻐하시다가도 이유 없이 매를 때리시며, 특히 구멍을 쓰실 땐 너무나 집요하게도 금지된 사정을 자꾸만 시키셔서 올린은 정환 도련님이 무섭습니다. 오늘이 목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지금 시간에는 대학에 가셔서 강의를 듣고 계셔야 할 터인데 아니 대체 무슨 중헌 일이 있어 장미를 꺾고 계시는 걸까요. 올린은 저 제멋대로의 도련님이 무슨 꿍꿍이일까 싶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벌벌 떨렸습니다.

얼른 장미 덤불 속에 몸을 숨겼습니다. 지금 돌아온 길로 다시 되짚어가다가는 정환 도련님한테 딱 걸려서 시비가 붙기 십상입니다.

“네년, 어디 갔다 오느냐!”

“너 얼굴이 오늘은 왜 이렇게 반질거리느냐!”

부터 시작하는 정환 도련님의 시비는 끝이 없습니다. 레퍼토리도 다채롭습니다. 입은 옷, 눈빛, 걸음걸이로부터, 저가 사 준 향수를 안 뿌려서 매질, 저가 선물한 입술 연지를 안 발랐다고 매질, 저가 하란 대로 머리카락을 가다듬지 않았다고 매질, 그냥 기분이 그렇다고 매질이니 정환 도련님 눈에는 안 띄는 게 상책입니다.

“얘! 올린아!”

아뿔싸, 그러나 글렀습니다. 정환 도련님은 장미 덤불 사이로 숨어드는 올린의 비단 옷자락을 발견하시고 말았습니다. 더없이 해맑게 이름을 부르시는 정환 도련님을 모르는 척하고 달아나 버릴까, 1초 고민하던 올린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접었습니다.

“네에에, 도련님.”

짐짓 무섭지 않은 척, 반가운 얼굴을 홱 든 올린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정환 도련님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었습니다. 도련님은 커다랗고 철없는 개처럼 꺄륵꺄륵 웃으며 이쪽으로 달려와서는, 품 안 가득한 장미 꽃다발을 쑤욱 내밀었습니다.

“이거 너 주마.”

장미꽃은 아름다웠으되 가지에 가시가 그대롭니다. 올린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들려다가, 손가락 찔리는 것은 괜찮지만, 비단옷에 흠이 생기면 또 그건 그것대로 혼이 날 만한 일이었기 때문에 잠시 망설였습니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가시 돋친 가지 부분을 둘둘 감아 안으니 정환 도련님이 사랑을 베푼 저 자신에게 흡족해하는 것이 분명한 앳된 웃음을 헤헤헤 웃고는,

“잘 어울리는구나.”

하고 입술을 포개 왔습니다. 올린은 그냥 별채 마루에 가만히 누워 낮잠이나 잘걸, 하고 후회하면서 입을 벌려 도련님의 혀를 맞이했습니다.

스무 걸음만 걸으면 장미꽃 만발한 아치형 정자가 있습니다. 거기에 늘어놓인 철제 의자 위에는 오프화이트의 커버가 씌워진 푹신한 쿠션도 있습니다. 그곳에 올린을 눕혀 주면 조금 덜 괴로울 것을, 어린 정환 도련님은 그런 배려 같은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분입니다.

올린은 정환 도련님 손에 벗겨진 제 비단옷을 잔디 위에 깐 데다 드러눕혀졌습니다. 도련님은 올린의 젖꼭지랑 자지에 가득한 매 자국을 어루만져 주다가,

“그러게 말을 좀 잘 듣지 그랬느냐.”

하고 위로인 듯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을 해 대며 올린을 옆으로 눕게 만들었습니다. 올린은 모로 누운 채 도련님이 하시는 대로 다리 한쪽을 들어 올리고, 아까 고용인들이 주의를 시켰던 것처럼 아직 납작하여 임신한 태도 안 나는 아랫배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습니다. 애가 들어설 수 있는 몸인 줄도 몰랐으며 바라던 애기씨도 아니지마는, 이왕 들어선 애가 떨어지면 분명 큰 노여움을 사게 될 테니, 도련님들께서 자지를 넣어 주실 땐 꼭 아랫배를 주의하라는 당부였습니다. 정환은 높이 들어 올린 다리를 제 어깨에 짊어지고 모로 벌어진 구멍에다가 자지를 맞추어 대다가,

“배는 왜 쥐고 있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올린은 그것마저도 책잡혀서 혼이 날까 봐 무서워하며,

“다름이 아니오라, 아까 김씨 할망이, 요렇게 하지 않으면 애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하고 변명같이 우물쭈물 대답했습니다. 정환 도련님은 그만 몹시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어 버리셨습니다. 그는 빳빳이 선 자지로 보드라운 구멍 입구를 헤집으려다 말고,

“무어라고? 애, 애가 떨어질 수도 있어? 자지를 받다가 말이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올린은 왜 저렇게 놀라실까 싶어 무서워하면서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글쎄, 올린의 손목 둘레보다도 더 굵게 발기했던 정환 도련님의 자지가 피시식 그냥 풀이 죽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올린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습니다. 정환 도련님의 자지가 넣지도 않은 채 가라앉는 것은 세상 처음 보는 일이었습니다. 자지 크기야 특출나신 둘째 도련님을 제하면 세 분이 비등비등하실 정도로 모두 크지만, 그중 제일 오래가고 하룻저녁에도 여러 번 세우시는 것은 가장 어린 정환 도련님입니다. 그런데 도련님의 자지가 넣기도 전에 기양 죽어 버리다니요. 올린은,

“도,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하고 정환 도련님의 아랫도리를 살며시 잡았습니다. 정환 도련님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는,

“그러면, 손가락으로 하면은 그것도 애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하더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아하, 올린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정환 도련님은 애기가 정말 좋으신가 봅니다. 그렇다면야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김씨 할망은 그랬습니다. 도련님들이 몹시 세게 자지를 넣으시려고 하시거든, 예쁘게 웃고 다정스럽게 자지를 물어서 입으로 빨아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게 싫다고 하시면은, 입 대신 손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습니다. 8주가 되기 전까지는 자지로 아래를 너무 심하게 헤집지 않는 게 좋고, 매를 맞더라도 엉덩이나 특히 항문 주위를 매 맞지 않게, 되도록 말을 잘 듣고 공손히 간청해 두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올린은 그 말 속에서 손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기억해 내어서, 자랑스럽게,

“손으로 하는 거는 나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하고 고해바쳤습니다. 정환 도련님은 눈에 띄게 화색이 돌며,

“오, 그래? 핑거링이 괜찮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로구나, 나는 그게 참 좋거든!”

하며 제 손에 침을 탁, 뱉었습니다.

올린도 안심을 하여 도로 상체를 눕혔습니다. 아래에 정환 도련님의 손마디 굵은 손이 와 닿았습니다. 아래는 잘 풀려 있었지마는, 도련님이 기다란 손가락을 쑤욱 넣으시니 조금 아팠습니다. 내벽의 도돌도돌한 돌기들을 손톱으로 긁으며 도련님은 심술궂은 소리를 했습니다.

“자지를 못 넣으니 내가 너 오늘 손가락으로 아주 죽여주마.”

올린은 도련님이 대체 어떤 작정을 하신 것일까 걱정하며 제 손등을 물고, 간지럽고도 따뜻하고도 아직까지는 기분 좋은 압박감을 견뎠습니다. 도련님은 손가락 두 개를, 손등뼈가 입구에 조금 먹히도록 깊게 넣었다가 쑤욱 빼고, 다시 넣어서는 안에서 크게 휘젓다가 파다다닥 흔들어 대고, 올린이

“아응, 응, 읏! 응, 하….”

하는 소리를 내며 끙끙대자 손가락을 도로 꺼내셨습니다. 그리고는 손가락 하나를 더해 쑤욱, 그다음에 또 하나를 더해 쑤욱, 넣으시더니, 내벽이 피아노 건반이라도 되는 양 연주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올린은 어느새 눈을 감고 윗니로다가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었습니다. 그 꼴을 도련님이 보고 토끼 같다고 생각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손가락이 안을 휘저을 때마다 토끼의 얼굴 근육이 따라서 움칠 움칠 튀었습니다. 아픈 중에 느껴지는 쾌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둥실둥실 떠올라 저 멀리 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씹할 년, 아래에 홍수 났구나!”

정환 도련님은 몹시 흥분하시면 욕설을 하시는 습관이 있습니다. 올린은 위로 한껏 쳐든 발끝을 발발 떨면서,

“죄송해요, 도련님, 너무 많이 싸서 죄송해요.”

하고 빌었지만 사실 도련님이 그게 싫어서 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도련님의 손재간은 자지의 힘센 것 이상이라서, 안에를 누르고 휘저을 때면은 장액이 왈칵왈칵 터지듯 밀려 나오다가 종래에는 몹시 추운 날 콧물처럼 줄줄줄 샙니다. 그럴 때는 살 없는 제 허벅지 안쪽이 함께 떨고, 그리고 구멍의 입구가 활짝 벌어졌다 다물리고 또 벌어졌다 다물리기를 반복하는 움찔거림을 올린도 다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은 아래의 물이 찌익, 찌익, 무슨 분수가 오르는 것처럼 튀기도 하는 겁니다.

정환 도련님은 올린의 아래에 물 많은 것을 가지고 놀듯 손바닥으로 찰박찰박 때렸습니다. 아아아앙, 올린은 맞는 것이 싫은 건지 좋은 건지 아직까지도 잘 모릅니다. 분명히 아픈 것은 싫고 매 맞는 것은 무서운데, 이렇게 가지고 놀 듯 마구잡이로 때리실 때는 내장이 마구 뒤틀리고 머릿속에 자지가 드나드는 것처럼 어지러운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통과 쾌감은 한 끗 차로 올린을 점령했다가 물러납니다. 그러니까 우리집에 왜 왔니 아세요, 그 놀이, 그거라도 하는 양, 올린은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이쪽 편의 쾌감과 저쪽 편의 고통이 제 몸을 번갈아 쓰다듬는 것을 버팁니다.

“아, 앙, 읏!”

올린은 도련님이 손목까지 쓰며 마구 흔들어 대는 손짓에 바닥의 잔디를 마구 쥐어뜯으며 숨찬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쇳소리처럼

“꺄흥, 꺙, 악!”

하는 바람에 제 일 하던 정원사 하나가 슬쩍 이쪽을 확인하고 도련님이 올린을 사용하는 중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멀어졌습니다. 도련님은 올린이 아래에서 물을 핏 핏 쏟아내도록 손목을 크게 움직여 대면서 올린의 옆에 바짝 붙어 누웠습니다. 그리고는 귀에다가 헐떡이는 숨을 쏟아 냅니다.

“이 씨발년, 애까지 배고, 씨발 존나, 기특한 년, 애기 아빠 누구야, 응? 나지? 나랑 해서 생긴 애지?”

“모, 몰라요, 도련님, 저 정말 몰라요….”

“미친년, 네가, 오메간 줄 알았으면, 이 개년아, 으응? 내가 진! 작에! 아윽, 임신시켰을 텐데,”

“저도, 몰랐어요, 몰랐어요 도련님….”

“애 밸 수 있는 거, 알았으니까, 내가 앞으로 임신, 시켜 줄게, 평생, 요 배 속에 애 없는 날, 없게, 애 계속 낳게 해 줄 테니까,”

“아앙, 싫어, 무서워요, 도련님….”

“무섭긴, 뭐가 무서워, 미친년이, 애 낳는 거, 남들도 다 하는 건데….”

그런 말을 하시며 아래를 마구 쑤시신 도련님이 다 젖은 손을 올린의 머리카락에 마구 문질러 닦습니다. 그리고는 올린의 허벅지를 단단히 모아 뒤에서 엉덩이랑 허벅지 사이의 살에다가 자지를 쑤셔 박듯이 합니다. 올린의 마른 허벅지가 달달 뜨자, 손을 앞으로 돌려 무릎 언저리를 한 손으로 콱 쥐어 포개고, 다른 손으로는 자지를 꽉 욱여 잡아 옴짝달싹 못 하게 해 버렸습니다. 올린은 제 아래와 허벅지 사이, 포개어지면 오동통하게 탐스러워지는 그곳에 닿는 도련님의 뜨거운 양물에 달뜬 숨을 뱉었습니다. 넣으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쑹덩쑹덩 비비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아응, 아응, 으으응, 흐응,”

막, 밑에가 뜨겁구, 그 아래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구, 아래 구멍이 발씬거리는 데다가, 구멍 안쪽이 하나의 기다란 길이라도 되는 듯이 옴찔거리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도련님 자지가 너무 크고 딱딱해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자지의 끝이, 젖은 살을 쓸고 허벅지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올 때, 그 귀두 부분이 달랑거리는 불알을 콱 찌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아응!”

올린은 허리도 머리도 뒤로 콰학 젖히면서, 제 허리랑 가슴을 끌어안은 도련님의 단단한 팔을 부여잡았습니다. 울끈불끈 핏줄 돋은 뜨거운 팔은 올린의 손이 닿으면 닿는 대로 또 화를 냅니다. 부르르, 떨다가 덥석 올린의 손을 잡아 쥐고, 아주 옛날에 몹시 혼이 나느라고 손바닥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에다 손가락을 겁니다. 그 구멍에 뭐가 들고 나는 것조차 아래가 벌렁거리도록 근지럽고 뜨거워서 올린의 손은 속절없이 끌려갈 뿐입니다.

이제 올린은 두 손이 도련님의 손에 꽉 잡히고 허벅지는 도련님의 다른 손에 잡힌 채, 꽁꽁 묶인 사냥감 같은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구속될 때면 무섭기도 하지만 또 그것만으로도 모종의 충족감 같은 게 있습니다. 철없기가 민폐 수준인 정환 도련님이지만, 그래서 올린이 무서워하며 슬슬 피해 다니기는 하지만, 올린은 정환 도련님이 자신을 아주 좋아하는 걸 사실은 잘 압니다.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놓고 목덜미에 코를 묻은 채 냄새를 맡는 것처럼 킁킁거리다가 부드럽게 핥으며,

“올린아, 예쁜 년, 기특한 년, 요 발칙하고 야한 년, 내가 너만 보면 서는 거 알아 몰라, 으응?”

하고 정환 도련님 방식의 사랑 고백을 듣고 있노라면 올린의 눈물 젖은 뺨 위로도 수줍은 미소가 오릅니다. 정환 도련님이 장미 꽃다발을 만드실 때 가지에서 가시를 훑어 낼 깜냥이 없으신 것도 올린은 밉지는 않습니다. 아직 올린보다도 훨씬 어린, 이제 갓 성년이 된 꼬마 도련님인걸요.

하지만 정환 도련님은 올린만큼이나 임신이라는 자연의 신비에 무지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세 분 도련님이 올린을 아주 점잖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동안 정환 도련님은 몇 번이나 애기가 들어 있는 그 동그란 배에다 제 손가락을 밀어 넣다 못해, 주먹까지 쑤셔 넣고야 말았습니다. 올린은 그 덕에 두 번이나 다리 사이로 피를 쏟았습니다마는, 첫째 도련님의 욕설 섞인 각고의 노력으로 애가 떨어지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린은 아랫배가 도독하게 불러 제법 임신한 태가 나는 초겨울까지 거진 넉 달을 별채의 제 침소에 갇혀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함부로 쏘다니다가 귀한 아기씨를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테니 그리하라는 명령은 청천벽력이었습니다만, 그 덕에 올린은 한동안 아래에 자지도, 손가락도, 장난감도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로지 목구멍으로만 도련님들께 봉사하면 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올린에게 좋은 일이었냐고 묻는다면, 뭐, 몸에야 좋았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평생 남자 좆 안 받고 이틀을 넘겨 본 일 없는 올린의 입장에서는 아래가 허전하기도 하고 가렵기도 하여 참으로 어색하고 괴로운 나날이었을 겁니다.

그런 올린이를 쥐면 꺼지랴 불면 날아가랴, 가장 애지중지해 주신 것은 둘째 도련님이었습니다. 도련님은 회사의 수장이면서 일은 어떻게 하고 맨날 그렇게 일찍 퇴근하시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원래 올린이는 액받이 된 도리로서 감히 신을 신거나 편안한 옷을 입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부른 배를 한 올린이가 너무너무 답답한 나머지 별채의 뒤뜰을 맨발로 거니는 것을 본 도련님이 안에 양털이 든, 따뜻한 신을 사 와 발에 신겨 주었습니다.

올린은 툇마루에 앉은 채 아래 디딤돌에 무릎 꿇은 도련님이 신을 신겨 주는 동안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발가락을 꼼질댔습니다. 도련님이 발갛게 언 발가락을 쪽쪽 빠는 바람에 저 혼자 툇마루에 발랑 뒤집혀서, 구멍에 뭐가 든 것도 아닌데

“아앙, 아앙.”

하고 새된 소리를 지르며 동그란 뒤통수를 마룻바닥에 마구 굴려 대었습니다. 그리고는 올린은 도련님 손목을 붙잡고,

“도련님, 밑에를 조금만, 긁어 주세요….”

하며 도련님 팔을 제 다리 사이에 끼우고 교미를 원하는 수캉아지라도 된 듯 아랫도리를 까딱까딱했습니다. 그 꼴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법도 했지만, 자상하신 도련님은 임신하면 호르몬이 이상하게 작용한다더니, 하며 몹시 딱하게 여기셨습니다.

“여기는 바닥이 차구나.”

도련님이 말하고 올린을 안아 들었는데두, 정신 나간 액받이는 도련님의 목을 끌어안고 할딱거리기만 했습니다. 따뜻한 침소에 올린이를 데리고 간 도련님은 책상다리하고 앉아 제 무릎 위에다가 배부른 채 발정 난 임산부를 앉혔습니다. 배가 커다라니 조신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을 수는 없습니다만, 그런 이유로 그런 것치고 올린이는 다리를 좀 지나치게 활짝 벌린 채 도련님의 굵은 팔뚝에다가 제 얼굴을 마구 비벼 댑니다.

하얗고 곧은 자지가 발딱 선 것을 도련님은 손으로 만져 주시고, 그담엔 희게 드러난 목 구석구석을 빨아서 등줄기에 소름이 쪽쪽 끼치도록 기분 좋게 해 주셨습니다. 올린이는 제가 깔고 앉은, 아니 거의 타고 앉다시피 할 정도로 굵은 도련님의 자지가 점점 딱딱해져서는 아래위로다가 꺼떡- 꺼떡-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떻게든 도련님이 넣을 맘이 생기셨으면, 하는 철없는 마음에 볼기 사이의 골에 그것을 끼우고 박을 타듯 앞으로 뒤로 슬근슬근 움직여 보았습니다. 자지는 아주 성을 내는데 도련님은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올린이의 좆을 잡고 흔들어 주는 손에도 과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올린이가 한 번 싸구, 두 번 싸구, 그 담에는 울혈이 잔뜩 남은 목을 돌려 도련님의 입에 입을 맞추면서 도련님의 자지 위에서 또 허리를 요란스럽게 흔들어 대며 세 번째 세우도록 도련님은 올린이의 아랫구멍에는 관심을 둬 주지 않으셨습니다. 이때 올린이는, 도련님들을 모시면서 세상 처음으로

‘어쩌면 세상에 이럴 수가, 그 사이에 고자가 되어 버리셨나!’

하고 도련님을 흉보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게 떡하니 제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으니 진짜로 고자가 되었다고 믿어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그저, 자기가 이렇게나 좆을 받고 싶어 가지고 안달복달을 하고 온갖 난리를 치는데 넣어 줄 생각은커녕 성에 차도록 세게 비벼 주지도 않으니 골이 나서 혼자 몰라 흉을 본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날 밤에는,

‘그 지경으로 도련님 몸에다 비벼 대다니, 내가 드디어 돌았구나. 미친 게 분명하다.’

하는 생각과 함께,

‘배가 부르니 꼴 보기가 싫어 더 이상 소용하지 않으시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홀짝홀짝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눈치를 보아 둘째 도련님이 쉬시는 날에, 고용인을 조르고 졸라 도련님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향기 좋다 해 주셨던 로션을 바른 다음에 본채의 가족실에 가서 둘째 도련님 앞에를 알짱거렸습니다. 둘째 도련님은 한없이 어진 눈으로,

“올린아, 아래가 또 근지러워 힘들어 그러느냐? 애기를 생각하면 참아야 한단다.”

하시면서도 올린이를 책상 위에 눕혀 놓고 자지랑 불알이랑 구멍을 오랫동안 빨아 주셨습니다. 따로 자지를 넣지도 않고 빨라고 시키지도 않으셨습니다.

“도, 도련님, 빨아 드릴까요?”

했더니 임산부는 꿇어앉으면 힘들다며 올린이더러,

“가서 쉬어라.”

하고 홀로 걸어가시는 뒷모습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금 절룩거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올린이는 불안해하다가도 잊고, 잊었다가도 불안해했지만, 둘째 도련님이 올린이가 좋아하는 포도랑 딸기랑 멜론이랑을 매일같이 보내 주시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어차피 애기 낳고 나면 쫓겨날 거니까 막 살기로 결심한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게 볼에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배도 봉긋이 솟아올라 행복한 임신 기간을 보내던 어느 초겨울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의원의 내진이 있었습니다. 귀한 댁에 내려온 애기씨라 주수에 맞게 상태 검사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태중 아기씨의 형질을 알아보는 검사였습니다.

올린은 의사가 하라는 대로 요렇게 누웠다가 저렇게 엎드렸다가, 다리도 벌렸다가 입도 벌렸다가 하면서 말을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 결과를 확인한 의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의원의 곁으로 무릎걸음을 해 다가간 김씨 할망마저 얼굴이 하얘지다가 퍼레지다가, 종래에는 시커멓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올린만 원래대로 말갛게 하얀 얼굴인 채 의원과 고용인들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말똥말똥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올린은 별채에서 머리채가 잡혀서 끌어내어졌습니다. 고용인 여럿의 손에 질질 끌려 앞뜰의 녹나무 밑에 무릎이 꿇려서, 올린은 솟아오른 배를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네 분 도련님이 심각한 얼굴로 모여선 앞에 의원이 오늘 검사한 결과를 갖다 바쳤습니다. 네 분 모두 우성 알파요, 올린 또한 우성 오메가로 형질 결과가 나왔을진대 올린이 품은 애기씨는 글쎄 열성 알파로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우성 알파의 씨앗은, 우성 오메가와 만나든 열성 오메가와 만나든 무조건 우성으로 발현됩니다. 우성 알파가 될 수도 있고 우성 오메가가 될 수도 있고 남성형이 될 수도 있고 여성형이 될 수도 있지만,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알파든 오메가든 열성으로 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 속의 애기가 열성 알파라는 것은 곧, 올린의 아기집에 든 애기의 아버지가 여기 계신 네 분 도련님이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액받이 주제에, 임신을 한 것도 모자라, 주인의 씨가 아닌 외간 남자의 씨앗을 품은 것입니다.

올린은 입을 딱 벌리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그런 적이 없습니다, 흙바닥에 이마를 비비며 부정을 부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네 분 도련님들의 눈빛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고, 착잡하고, 혐오스럽고, 노여워하는 네 분의 눈빛이 올린의 몸을 따갑게 훑어 대었습니다.

고용인 말고도 부엌에 오가는 사람들, 도련님들의 친우분들, 온갖 점잖은 체하는 손님들, 액받이는 그 많은 남자를 만난 적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도련님의 명령으로 손님들께 봉사한 적도 있지마는, 그건 주로 입으로 자지를 빨아 드리는 일이나 손님들의 손에 아래가 만져지는 일로, 외간 남자의 자지가 구멍에 들어온 일은 결단코 없었습니다. 아니, 없었나? 올린이는 돌이켜봅니다. 결단코는 아니구 아마도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잘 모릅니다. 젠장헐, 알 리가 없잖겠습니까. 가끔 도련님들은 올린을 약을 멕여 재워 놓구, 자는 몸을 손님에게 맛보이기도 했거든요.

자신 없이 대답하는 올린의 얼굴을 보며, 첫째 도련님이 웃었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재미 삼아 올린을 괴롭히는 걸 무척 좋아하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누가 보아도 올린을 고문하여 애 아빠가 누구인지를 알아봐야 할 타이밍이었습니다. 올린은 부른 배를 꼭 끌어안은 채 의자에 묶여 모진 핍박을 받았습니다. 손가락이 고문 기구에 조여지고 발톱 밑에 뾰쪽한 바늘이 꽂혀가며 몹시 무서운 추궁을 당하다 못해,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월의 그 연회 때, 손님 여러분을 모신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고 고해바치고 말았습니다. 액받이들을 데리고 모인 손님들 앞에서 야한 옷을 입은 채 춤을 추었었거든요. 그다음에 여럿이 보시는 앞에서 기둥에 묶여 아래에 얼음으로 만든 장난감을 물고 몹시 오래 괴로움을 당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자지를 아래에 넣은 적만은 없었건만, 올린은 그날이 아니라면 도무지 다른 날을 생각할 수가 없어 엉겁결에 그렇게 말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자지가 구멍에 들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도련님들은 탄식했습니다. 의원에게 거푸 물었습니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 사이에서는 생길 수가 없는 열성 형질의 애기씨가 귀여워하는 액받이 배 속에 들었다는 이야기는 도련님들께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일이었습니다. 저 동그랗게 부푼 데 든 게 우리의 애기가 아니라 엉뚱한 알파 놈의 애기라니, 도련님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분노했습니다.

올린은 이제 손과 발이 꽁꽁 묶여서 별채의 체벌실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몹시 고통스러운 자세로 거꾸로 매달리거나 아니면 바로 달려도 관절 하나가 어긋날 정도로 아프게 묶어 두었을 텐데, 그래도 배부른 물건이라고 얌전히 손발만 묶어 두었습니다. 그래도 어두운 실내에, 밥도 하루에 한 끼만 주며 사흘을 갇혀 있는 동안 올린은 점점 빼짝빼짝 말라 갔습니다.

도련님들이 애기를 죽일지도 모릅니다. 배를 절굿공이 같은 것으로 마구 내리치거나, 얼음물에 오래 세워 두거나 아니면 구멍으로 무시무시하고 뾰족한 것을 쑤셔 넣어서 애기가 빨간 핏덩이가 되어 흘러내리게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건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무섭고 괴로웠습니다. 자신의 처분이야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지만, 이제 배 속에서 가끔 도근도근 발질도 하고 올린이 속닥거리는 소리에 마주 대답하는 것 같은 귀여운 애기씨가 죽임을 당하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올린은 제 손을 묶은 비단 끈을 이로 끊어 내어 본채의 부엌 뒤편의 창고에 숨었다가, 새벽녘 식자재를 배달하러 온 아저씨의 트럭에 숨어들었습니다. 평소에 입고 지내는 옷은 하도 야하여 바깥세상에서는 기이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 고용인들의 작업복을 훔쳐 입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멀어지는 저택의 기다란 담장을 몰래 내다보며, 올린이는 홀짝홀짝 얼굴을 훔쳐 가며 울었습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부정을 저질러 도련님들께 몹쓸 일을 해 버렸기 때문에 달아나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 가장 슬펐습니다. 정말이지 액받이 주제에 임신해 버린 것부터, 그 애기씨가 사랑하는 도련님들의 것이 아니라 다른 외간 남자의 것이라는 점까지, 자신은 쓸모가 없어도 너무 없는 물건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 없는 아기가 벌을 받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올린은 김씨 할망의 지갑을 뒤져 훔쳐 온 현금으로 멀리 가는 버스표를 샀습니다. 배부른 임산부가 버스 안에서 멀미하고 있자니 가엾게 여긴 승객들이 귤도 주고 주스도 주고 옥수수수염차도 주었습니다. 올린은 옴뇸뇸 먹다가 토하고 꼴딱꼴딱 마시다가 토하고 그러다가 이내 지쳐서 잠들기도 하면서, 이름도 처음 들어 본 낯선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눈만 돌려도 바다가 넘실대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골일수록 오메가에 대한 시선은 각박한 것을 올린은 알지 못했습니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서로 다 아는 시골 마을, 낮은 돌담과 슬레이트 지붕이 이어진 곳에도 장기 투숙할 수 있는 민박은 있었습니다. 올린이는 여기서 머물면서 어떻게든 혼자서 애기를 낳아 잘 키워 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한밤 조그만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 아래 웅크리고 누워 고요한 태동을 느끼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그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네 분 도련님이 너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잘못하여 돌아갈 수도 없는 저택이 그리웠습니다.

어여쁜 오메가 하나가 임신한 채 마을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자, 착한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도 올린이 머무는 집을 기웃거렸습니다. 보나 마나 애비 없는 아이를 배, 갈 데 없이 떠돌다 기어든 것이 분명하니 동정과 경멸을 한데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린은 동그란 배를 안고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세수하다가도 낮은 담 밖에서 자신을 넘겨다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공연히 아는 체하여 화를 부르느니 아무것도 모르는 척이었습니다.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처럼 굴며 내숭 떠는 것은 저택에서부터 익혀 온 기술이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은 올린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마을 회관에서 시루떡을 해 먹을 때 올린이도 불러 먹여 주고, 안감이 터진 누비옷 같은 것을 버리지 않고 입으라며 가져다주곤 했습니다. 올린이는 민박 주인아주머니 덕에 취직도 했습니다. 민박집에서 걸어서 삼십 분이면 갈 수 있는 바닷가에 해물 백숙을 파는 욕쟁이 할머니네 가게가 있는데, 거기가 올린의 일터였습니다.

잡일을 하며 월급으로 이십오만 원을 받아, 가장 먼저 애기 낳을 때 병원비로 쓰려고 한 달에 팔만 원씩을 미리 빼서 모았습니다. 그담엔 방값도 내고 배 속 애기가 자꾸 먹고 싶다고 하는 메로나도 사 먹고 시장에서 안에 보들보들한 털을 댄 방수 쓰레빠도 사 신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저택에선 둘째 도련님이 사 준 진짜 양털 부츠도 있었는데 이 신발도 그만큼 따뜻하긴 했습니다. 올린이는 털쓰레빠를 사서 신고 오던 날에, 이게 만오천 원이니까 둘째 도련님이 사 준 양털 부츠는 이만 원도 넘는 엄청나게 비싼 물건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도련님들은 정말 무섭긴 했지만 참 좋은 분들이셨어요.

할머니는 올린이를 귀여워는 해 주었지만 일은 아주 알뜰하게 시켜 먹었습니다. 올린은 새벽같이 일어나 양치랑 세수를 하고 물주머니에다가 따신 물을 가득 담아 배에다 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출근했습니다. 시멘트 발린 가게 앞마당을 비로 싹싹 쓸어 청소하고, 평상에다가 장판을 못 따위로 박아 만든 손님 자리를 꿇어앉아 기어 다니며 걸레질을 하고, 그날 쓸 보리찻물을 부글부글 끓이면서 그 앞에 놓인 낮은 목욕탕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잠시 졸고 있으면 주인 할머니가 나와서 청소 상태를 검사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청소를 차암 잘했다며 아침으로 같이 먹는 누룽지에다가 쬐깐한 조기까지 구워 먹어도 된다고 허락해 주기도 했지만, 날이 궂어 허리나 다리가 몹시 쑤신 날이면 똑같이 해 놓은 청소도 손이 야무지지 못해 못쓰겠다며 올린이를 쥐잡듯 잡았습니다. 올린이는 둥그렇게 부른 배를 해 갖고도 할머니가 화난 목소리로 부르면 죄지은 똥강아지처럼 쭈뼛쭈뼛 다가갔습니다. 할머니는 국자로 올린이의 하얀 이마를 땅! 소리가 나도록 때려서 똥그랗고 조그만 멍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손바닥을 내밀라고 눈을 부라려서 나무 주걱으로 찰싹찰싹 때리며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임산부라고 연탄집게같이 무시무시한 것으로 때리는 법은 없었지만, 올린이는 한 달 이십오만 원의 월급을 받느라고 매일같이 매를 맞고 눈물을 닦으며 일을 해야 했습니다.

서울 같은 데서야 오메가라고 해서 고용주가 함부로 손찌검하면 안 되는 세상이 왔습니다만, 시골에서의 오메가는 길 가다가 낯선 사람한테 머리를 쥐어박혀도 할 말이 없는 하찮고 비루한 몸입니다. 알파 없이 혼자 사는 오메가는 나 잡아 잡수쇼 하는 거나 다름이 없구, 오메가 주제에 돈푼 벌어 보겠다고 가게에 나와 있는 것일랑 몸 파는 거나 진배없습니다. 사실은 그런 게 아닌데두 그런 취급입니다.

손님들은 임신한 오메가가 빨간 다라이 앞에, 조신한 자세로는 도저히 오래 앉아 일할 수가 없어서, 다리를 쩍 벌리고 쭈그리고 앉아서 백숙에다 넣거나 찬으로 올릴 조개들을 칫솔로 빡빡 닦아 손질하며 홀짝홀짝 울고 있으면,

“조고 조고 울고 앉았네?”

하고 놀리는 소리를 해 댔습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하도 게으름을 피워 싸서 내가 아침에 밑에 좀 꼬집어 줬다. 저년 저거 밑에가 따가워서 저러는 거여. 통통하이 부었을걸.”

하면서 없는 얘기를 지어내서 손님들이 한마음으로 껄껄 웃게끔 하곤 했습니다. 어떤 손님은 그카면 구멍 얼마나 부었는지 함 볼까 하면서 못된 소리를 하기도 하고 아래가 아플 때는 알파 손을 타야 낫는다며 이리 와 보라고 손짓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부끄럼을 타는 성격인 것 같으니 여기서 보이기는 그럴 거 같구 저기 뒷간에 가서 네 손가락을 아래에 집어넣은 다음에 와서 손가락 냄새를 맡게 해 달라구 희롱하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상태를 알 수 있다나요.

올린은 그러면, 너무너무 수치스러워서, 그런 거 아닙니다, 하는 말도 못 하고 고개를 푸욱 숙여 버렸습니다. 그런 말 해 봤자 분명,

“그카면 아픈 데가 구멍 아니라 젖꼭진가? 임산부 젖은 남한테 보이는 거 부끄러븐 게 아니다, 애기 밥통이니까는, 샤쓰 한 번 홀랑 걷어 본나. 퍼뜩 안 하나!”

하거나

“오메가 년이 아침나절부터 재수 없게 처울어 싸는 걸 오냐오냐 봐줬더니, 니 머를 잘했다고 꼬박꼬박 말대꾸고? 이리 함 와 본나!”

하는 소리나 들을 겁니다. 오라고 해서 가면 또 무슨 좋을 일이 있겠어요. 시골에서 알파 없이 혼자 사는 오메가는 동네 똥강아지보다 못한 취급입니다. 이마에 딱밤 맞는 걸로 끝나면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몹쓸 소리를 들으며 대거리도 제대로 못 하고 다라이 안으로 들어가 버릴 것처럼 고개를 숙인 오메가가 불쌍해서 가끔 천 원씩 팁을 주는 손님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금방 마음이 풀려서 고맙습니다 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서둘러 더러운 손을 제 앞치마에 문지른 다음에 그 돈을 감사히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돈은 할머니도 빼앗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그냥 욕쟁이일 뿐, 나쁜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진짜 나쁜 사람들은 임신한 오메가도 오메가라고, 한번 따먹어 보려는 알파들이었습니다. 올린이는 저녁 늦게 할머니가 싸 준 귤이나 조청 유과 같은 것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퇴근하는 길에 몇 번이나 술 취한 알파들한테 걸려 곤욕을 치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무섭고 싫어서 무작정 달아났었는데, 그러다가 몇 번 붙잡혀서 아주 호된 꼴을 당한 다음엔 그냥 걸리면 얌전스럽게,

“밑에다가 넣으시면 애기 죽어요….”

하고 고분고분한 목소리로 말한 다음에 입으로 빨아 주었습니다. 거친 돌담 벽에 등을 대고 선 낯선 알파의 자지에서는 탁하고 괴로운 냄새가 났습니다. 임신했으니 알파의 냄새가 싫은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저택에 있을 때 김씨 할망이 말했던 것처럼, 애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으로 하는 게 훨씬 나았습니다.

올린은 알파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구역질도 참으면서 정성껏 빨고, 제 손으로 알파 지퍼까지 채워서 보낸 다음에 종종걸음으로 뛰어와 집에서 토악질하고, 양치질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또 슬슬 배가 고파져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품 안에 소중히 품고 온 조청 유과를 오독오독 깨물어 먹다가 잠들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에는 웬일로 퇴근길에 몹쓸 치를 만나지 않아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아니 웬걸 민박집의 바깥으로 난 조그만 제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시커먼 장정 둘이었습니다. 올린은 그대로 방 밖으로 뛰어 달아나려 했습니다. 원래 발이 날래기도 하니까 자신이 있었습니다만 임신한 몸으로 발정한 알파 둘을 따돌리는 건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올린은 도로 제 방에 끌려들어 가며, 동네에 말이 날까 봐 큰 소리로 울부짖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아랫배를 호되게 주먹질하여 애기를 아프게 하고 말 거라고 무서운 으름장을 놓는데 어떻게 반항을 할 수 있었겠어요.

“애기 죽어요, 애기 아파요!”

올린은 한 손으로는 커다란 배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제 아래를 가렸습니다. 그렇지만 알파 중 하나가,

“니가 잘하면 덜 아퍼.”

하며 발목을 잡고 주르르 당기는 바람에 억억 울며 장판 위를 굴렀습니다. 도무지 엎드리거나 바로 누워 자지를 받을 수 없었으므로, 올린은 옆으로 누운 채 두 명의 자지를 받았습니다. 정말 무섭고 싫고 역겨웠는데도 아래는 알파의 자지를 느끼자마자 바르르 젖어 들었습니다. 파렴치한들은 밑에를 손가락으로 후비다가 함빡 젖은 손가락을 확인하고는,

“좋아하는구먼?”

하고는 마구잡이로 굴었습니다. 올린이는 혹시 제 소리가 밖으로 새어, 동네에 이상한 말이 나돌고, 그럼 갈 데도 없는데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게 될까 봐 입에다가 베개를 물고 소리를 참았습니다. 조용한 방 안에 절벅절벅 퍽퍽 하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올린은 섧게 울면서 네 분 도련님을 생각했습니다. 도련님들의 향기, 그 청결하고 고요한 향기가 그리워 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올린이가 가장 염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시골 마을에 젊은 오메가에 대한 소문이란 참 심술스럽게도 퍼지는 법입니다. 올린이에 대한 소문은 이상하고 괴이하고 아주 음탕했습니다. 글쎄, 외지에서 들어온 눈이 촉촉하고 입술이 빨간 임산부 오메가 하나가, 야심한 밤마다 남의 집 알파들을 꼬여 내서 자지를 빨러 다닌다는 흉한 소문이었어요. 올린이는 제가 걷는 곳마다 뒤에서 들리는,

“쯧쯧,”

하는 혀 차는 소리나,

“저년이여?”

하는 악의 가득한 목소리들을 못 들은 척 꿋꿋이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사달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올린이는 빈방 구석에 혼자 앉아 밑에다 바세린을 바르고 있었습니다. 몹쓸 알파한테 걸려서 아래로 자지를 받았는데 조그만 자지에다 구슬을 박았는지 울퉁불퉁한 데에 살이 눌리고 쓸려 몹시 아팠습니다. 민박집 주인이 잔소리가 심해 밤에는 전깃불을 못 켜 놓게 하니깐 조그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제 퉁퉁 부은 아래를 들여다보고 있었지요.

후시딘 같은 연고를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마는 한 푼이라도 아껴서 난중에 애기한테 우유도 사 주고 하려면 그럴 돈은 없습니다. 바세린도 어떤 알파가 자지 넣을 때 쓸라고 들고 왔다가 두고 간 겁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바르는 것보다는 바세린을 바르고 손부채질을 한참 해서 말린 다음 아랫도리를 벗고 자면 빨갛게 부은 데가 조금 가라앉아서 다음날에 걸어 다닐 만은 합니다.

꽝, 하는 소리가 들려 올린은 깜짝 놀라 손에 든 바세린 깡통을 떨어뜨렸습니다. 허리를 숙이고 들어와야 하는 조그만 문 안으로 사람 여럿이 들어와 섰습니다. 신발도 안 벗구 들어와 선 사람들은 모두 동네 오메가들이었어요.

제 알파를 꼬여 내어 밑으로 위로 좆을 받는 년을 혼쭐을 내줄 작정으로 왔기 때문에, 다들 손에는 몽둥이나 부지깽이 따위를 들었습니다. 그중 팔뚝이 굵고 험상궂은 얼굴을 한 오메가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다짜고짜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윽, 올린은 깜짝 놀라 쿠당탕 쓰러지면서도 부른 배를 껴안았어요.

“네년이 동네 알파들 좆을 다 빨고 다닌 외지 년이냐?”

올린이는 와들와들 떨었습니다. 너무 억울했지마는 동네 못된 알파들 중 올린이의 입에 자지 안 넣어 본 이가 없었으니 그 소문이 완전히 새빨간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시골이라 혼자 사는 젊은 오메가에게 몹쓸 소문이 붙는 것은 금방입니다. 올린이는 임산부라 그런 가혹한 입질을 피해 갈 법도 했지마는, 귀한 댁 액받이로 소용되었을 만큼 훤칠하고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 이런 시련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아니요, 좆 안 빨았습니다, 하는 소리가 바로 나오지 못하자 오메가들의 눈에 번개 같은 불빛이 번쩍번쩍 빛났습니다. 올린이는 벗은 아랫도리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마을 회관까지 구르고 넘어지며 끌려갔습니다. 오메가라고는 하지만 남자의 몸이라 허옇고 곧은 자지랑 불알이 달랑거리도록 드러난 채 끌려가는 동안 올린은 아프기도 아프거니와 몹시 무섭고 수치스럽고 또 한편 억울하여 이를 깍 깨물고 크윽크윽 울었습니다.

“아이코!”

보름달만큼이나 봉긋한 배를 꼭 껴안은 올린이는 회관 구석에 내팽개쳐졌습니다. 좆이 들락거린 아래를 검사한다고 홱, 옷깃이 들춰지자,

“이러지 마세요!”

하는 애원이 절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두 손을 모아서 빌어도 소용없습니다. 안 그래도 좀 전에 몹쓸 짓을 당하여 퉁퉁 부은 아래를 들킨 올린은,

“제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유혹한 것이 결단코 아닙니다!”

하고 필사로 저를 변호했지만, 오히려 화를 더 돋울 뿐입니다. 사실 이곳에 모인 사람 중 올린이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제 알파들이 이토록 곱고 어여쁜 오메가를 탐한 것이 화가 났으나, 감히 오메가 된 자들이 알파를 향해 대들지를 못하여 가여운 올린이를 잡는 겁니다.

회관 밖에 모여든 알파들은 저마다 어색한 눈짓만 서로 교환하고 섰습니다. 다들 찔리는 구석이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누구 하나 나서서 그년이 음탕한 것이 아니라고 해 주지도 못합니다. 그 말이야말로 그년이 아니라, 그년을 강제로 범한 내가 음탕한 것이요 하고 자백하는 셈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원래 시골 마을에서는 행실이 나쁜 오메가는 이불로 말아서 꽁꽁 묶은 다음에 다같이 달려들어 매질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배부른 올린을 이불로 말려고 하다가, 그래도 애기까지 욕을 보일 만큼의 인심은 아니라 이불 말이만은 면했습니다. 그렇지만 차라리 이불 말이가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발가벗겨져서 사람들 다 보는데 이 아래 좀 보라고 축축하게 젖어 가지고 이렇게나 빠끔거린다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덜 수치스러웠을 겁니다. 오메가들은 제 알파를 가로챈 년을 벌준다고 잔뜩 독이 올라서 구둣주걱이나 부지깽이나 먼지떨이 따위로 벌어진 구멍을 찰싹찰싹 때렸습니다. 알파들은 알파대로 예쁜 오메가 구멍을 때려 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꺼운 손바닥으로 철썩철썩 때렸습니다.

아래가 퉁퉁 부어 걷지도 못하게 매를 맞은 올린이는 머리가 쑥대밭이 된 몰골이어도 예뻤습니다. 누구 하나가 저년 머리를 밀어 버리자고 하는 말에 어깨에 넘실거리도록 길어진 머리카락마저 썩둑썩둑 잘릴 때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머리가 짧아지자 똥그랗고 어여쁜 두상이 드러나 더 예뻐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예쁜 년은 어떻게 해도 어여쁘니 젠장맞을 노릇이었습니다.

올린은 도톰한 젖꼭지가 다 보이도록 찢긴 옷을 제 손으로 여민 채 회관 앞마당에 꿇어앉아 동네의 나이 지긋한 노인들에게 오랫동안 오메가로서의 법도에 대해 훈계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한 오메가들에게 뺨을 돌아가며 한 대씩 맞은 다음에, 밤새도록 벌벌 떨며 무섭게 벌을 섰습니다.

너무 기가 막히고 무서운 꼴을 당하여 복중의 애기가 힘들다고 마구 요동을 하는데도 오며 가며 말을 보태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성 알파의 씨앗을 받아 밴 애기라 그런지, 산부가 모진 고초를 당하는 와중에도 다리 사이로 피 한 방울 비치지 않습니다. 애기마저 모질고 독하다고 욕을 먹을지언정 제가 품은 든 애기가 우성 알파의 씨라는 걸 꿈에도 모르는 올린은 애기가 튼튼한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다음날 점심이 되어서야 올린이는 찬 바닥에 꿇어앉은 신세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밤이 낮이 되고 끼니때가 두 번이 지나도록 물 한 모금 못 얻어먹은 올린이를 구해 준 것은 욕쟁이 할머니였습니다.

“남의 가게 직원을 데려가 머 하는 짓들여!”

소리를 지르며 쳐들어온 할머니는 기다란 곰방대로 보란 듯이 더벅머리가 된 머리통을 깡, 때려 커다란 혹을 만들더니,

“아랫구멍이고 윗구멍이고 함부로 못 돌리게 내가 이년 간수 잘 시킬 테니까능!”

하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올린이를 데리고 나와 주었습니다. 올린이는 그 길로 민박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할머니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아주 경을 쳤으므로 헛소리마저 해 대며 앓는 동안 할머니는 뜨끈뜨끈한 죽을 끼니마다 해다 주며 보살펴 주었습니다. 올린이는 할머니의 죽이 너무 맛있어서 그릇 바닥까지 싹싹 핥아 먹고, 사흘 만에 벌떡 일어났습니다. 할머니는,

“애기 애비를 도련님이라고 불렀셔?”

하고 물었습니다. 올린이가 정신을 잃은 동안 도련님을 무진 찾으며 불러 대어서 아주 신경에 거슬렸다는 소리를 덧붙이면서였습니다.

그날부터 올린이는 할머니 가게의 부엌방에서 눌러살게 되었습니다. 물론 방세만큼을 월급에서 미리 빼고 주었으므로 월급은 이십오만 원에서 십팔만 원으로 줄었습니다만, 더는 퇴근할 때 외간 알파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은 없었으므로 올린은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니년이 처먹은 죽에 전복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었는지 알기는 아느냐며,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도 커다란 바구니 하나랑 손잡이가 빠진 낡은 호미 하나를 들려 바닷가로 쫓아냈습니다. 그래도 깎은 머리에 바람 들면 안 된다고 뜨개실로 얼기설기 얽은 비니를 씌워 보내긴 했으니 타달타달 일하러 가는 뒷모습이 밤톨처럼 귀엽기는 했습니다.

올린이는 그 바구니가 다 차도록 바지락이며 키조개를 채워 가지 못하는 날에는 가게 손님이 있든 없든 매를 맞았습니다. 할머니는 아픈 사람은 돌봐 주지만, 돈 받는 년은 돈값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배가 남산만 하게 부푼 임산부가 평상 위에 꿇어앉아 발바닥을 회초리로 맞으며 울어도 손님들은 저 오메가년 게을러 터져서 벌 받는 꼴 좀 보라며 웃었습니다. 올린이는 발바닥이 퉁퉁 부어서도, 손님이

“여기 소주 한 병!”

하면 절뚝절뚝 달려가

“참이솔로 드릴까요, 마지막처럼으로 드릴까요?”

하고 살갑게 여쭈었습니다. 주정뱅이 손님들은 오메가년이 눈치가 느려서 얻다 써먹느냐고 공연히 혼을 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메가가 임신씩이나 해서 집구석에 들여앉혀지지 못하고 밖에 나와 돈 버느라 고생이 많다며 천 원씩 이천 원씩 팁을 주는 손님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팁을 주는 손님들은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치 올린의 동그란 볼기나 사슴 같은 허벅지나, 아니면 옷 위로도 탐스러이 보이는 자지 같은 데를 조물거리곤 했습니다. 드물게 귀나 손가락 같은 데를 살며시 만지작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배가 불러도 워낙 생긴 것이 예쁘니 희롱할 맛이 나는 모양이었습니다.

올린이는 그 팁을 모아설랑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무서운 것도 참았습니다. 우습게도 하고 싶은 것이란 백숙을 한 번 얻어먹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애기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멜론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부리는 통에 메로나를 사 먹어 가며 소증을 달래었으나, 백숙만은 정말이지 꼭 먹고 싶었습니다. 자기가 일하는 가게의 주 메뉴가 해물 백숙이라서 손님들이 먹는 것을 보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습니다.

딱 한 번 식탐을 이기지 못하고 손님상에 남은 음식을 탐낸 적이 있습니다. 살코기는 다 발라 먹고 뼈만 남았지만, 국물이 조금 남아 있었거든요. 조그만 냄비에 노란 닭기름 동동 뜬 국물을 던 다음 팔팔 끓여서 밥 말아 먹으려던 찰나 할머니한테 걸려서 얼마나 혼이 났는지 모릅니다.

할머니는 손님상에 남은 것을 훔쳐먹는 것은 아주 장사 말아 먹을 짓에다 부정 타는 짓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이제 막 한술 뜨려고 꺼낸 쉰 밥이랑 조그만 냄비에 담긴 닭국물이 얹힌 개다리상을 뒤집어엎었습니다.

옛날식 부엌이라 아궁이 옆의 뜨끈한 자리에 걸터앉아 고단한 노동을 끝내고 너무나 먹고 싶던 닭국물을 맛볼 생각에 싱글벙글했던 올린이는 남은 것을 먹는 게 도둑질에 들어가는 줄은 참말로 몰랐었습니다. 도둑년을 쫓아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라는 꾸중을 남기고 할머니가 안방으로 들어가고 나자, 올린이는 엉망이 된 부엌 바닥에다 눈물을 똑똑 흘려가며 싹싹 물청소하고 나서 고픈 배로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날 밤에 할머니가, 임신부한테 심한 소리를 한 게 미안했는지 부엌방으로 건너왔습니다. 누룽지 쪼갠 것을 주면서, 물린 상의 것을 먹으면 안 되는 까닭을 옛 전설을 곁들인 미신으로 알려 주고, 정히 먹고 싶으면 원래 해물 백숙이 육만 원인데 오만오천 원만 주면은 손님상이랑 똑같이 끓여 준다고 했습니다.

올린은 월급에서 오만오천 원이나 따로 떼어 쓸 수는 없으니까 팁을 모아서 할머니 백숙을 한 번 꼭 먹어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린이는 오늘도 낯선 알파한테 손목이 잡혀 곱다 고와 소리를 수십 번이나 듣고 뒤통수로부터 엉덩이에 이르기까지를 수백 번이나 주물러지고 나서 받은 이천 원을 포함하여, 그동안 모은 팁을 세 번 네 번 세어 보고 손수건에 잘 단도리하여 비키니 옷장 제일 깊숙한 데 밀어 넣습니다.

저택에 살 적에 올린이는 엄격한 생활 규범 속에, 몹시도 호된 취급을 받으며 살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택을 벗어나니 동네북이요 공공재처럼 취급받는 데다 고된 노동까지 하고도 애기가 먹고 싶다는 백숙을 한 번 먹어 보지 못합니다. 아무리 바지런을 떨고 성실하게 살아도 신세는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뭐 대단히 잘 먹고 잘살고자 달아난 것은 아니었지만, 덜컹거리는 버스에 앉아 낯선 동네로 들어올 때 올린은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누구도 때리거나 아래에다가 함부로 자지를 들이대지 않는 삶, 애기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 삶, 사랑하는 애기랑 둘이서 오손도손 살 수 있는 그런 삶이면 참 좋겠다고 감히 생각했었습니다.

올린이는 좁은 잠자리에 누워, 애기한테 이런저런 말을 존댓말로 걸어 보다가 문득 팔자라는 게 사람한테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모진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이 제 팔자에 맞게 살지 않고 뒤늦게 오메가로 발현을 하구, 모시던 분들이 아니라 엉뚱한 알파 씨앗을 품구, 그런 것도 모자라 주인의 댁에서 달아난 죗값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까지 이르자 올린이는 마음이 한없이 괴롭고 슬퍼졌습니다. 애기한테도 미안하구 저택에 두고 온 도련님들께도 죄송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제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부른 배로 옆으로 누워, 옴폭 파인 눈물샘가에 자꾸만 고였다가 도로로록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상처 입고 부르튼 손으로 훔쳐 내었습니다. 그럴수록 떠오르는 것은 도련님들 모습이었습니다. 네 분 모두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

한편 저택은 올린이가 사라져서 난리가 났습니다. 짐작하셨듯이, 검사 결과가 잘못된 거였으니까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의원의 검사는 정확했으나, 뒤늦게 발현한 올린이의 형질이 우성이 아니라 열성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올린이의 배 속에 든 애기가 열성인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유월에 손님을 모셨다던 액받이의 말을 듣고 아무리 찬찬히 짚어 보아도, 임신한 시기이든 그전의 시기이든 도련님들은 올린의 아래에다가 외간 알파의 자지를 넣도록 허락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올린이가 품은 든 애기는 네 분 도련님 중 한 분의 애기가 맞습니다.

안 그래도 예뻐하던 액받이인데다가, 귀한 애기씨를 밴 소중한 몸이 사라졌으니 네 분 도련님은 눈이 벌겋게 돌아가도록 올린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올린이가 카드를 썼을 리도 없구, 누구 하나 기댈 데 없던 올린이가 남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이 홀로 도망을 하였으니 그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제 곧 올린이의 산달이 가까워 오는 데다가 이 엄동설한에, 홑몸도 아닌 오메가 아이 혼자서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도련님들은 애가 타고 목이 멥니다. 그러다가 결국 올린이를 찾아낸 것은 첫째 도련님이셨습니다. 첫째 도련님이 워낙 오만 데 재주가 좋으시거든요.

하지만 첫째 도련님은 성정이 못돼 처먹어서, 속을 아주 다글다글 끓이고 있는 동생들에게 올린이를 찾았다고 알려 맘을 달래 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저 혼자서만 올린이를 데리러 내려갔습니다. 요새도 이런 데가 있는가 싶을 정도의 시골 바닷가 마을, 애 밴 오메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으나 외지인에게 쉬이 말해 주지도 않았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방글방글 웃는 낯으로 돈을 써서 올린이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구두쇠 욕쟁이 할머니네 해물 백숙집에서 노비나 다름없이 아주 호되게 부려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게에 갔더니 할머니는 마뜩잖은 눈으로, 그년이 밥을 많이 먹어서 데리고 있는 동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불평이었습니다. 곰방대를 탁탁 치던 할머니는 첫째 도련님이 두툼한 봉투를 선물로 내밀자 냉큼,

“아 고년이 내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려도 매일같이 키조개를 캐러 저기 뱀머리만 쪽으로 간다지 뭐유. 고년 때문에 원래 멀쩡하던 호미 손잡이도 빠지고 쩝.”

하고 거짓부렁을 해 버렸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호미 손잡이가 원래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면서도, 저런저런 내 오메가가 그런 실수를 하였나요, 하면서 자신이 대신 갚노라며 봉투에 호미값 백만 원을 더해 주고는

“자 그럼 이제 우리 올린이가 이 댁에 진 빚은 다 갚은 셈이 되겠지요?”

하고 따뜻한 목소리의 차가운 말을 남겨 둔 채 뱀머리만이라고 불리는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이제 내일모레가 예정일인 올린이는 남산만 한 배를 껴안은 채, 질퍽거리는 뻘에 맨발이 발목까지 잠긴 채 조개를 캐고 있었습니다. 겨울 뻘이 얼마나 찬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만, 올린이는 안에 털 댄 방수 쓰레빠에 뻘이 들어갈까 봐 아끼느라고 항상 맨발로 일했습니다.

여기 선 사람이 둘째 도련님이었다면 올린이가 저러고 있는 걸 보자마자 달려가서 번쩍 안아 들어 데리고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첫째 도련님은 못돼 처먹은 사람이라 미의식도 참 이상했습니다. 배부른 올린이가 아등바등 추운 데서 고생하는 것을 먼 데서 한참이나 바라보는 그의 눈에 황홀감이 어렸습니다.

생둥하니 여윈 뺨에 조그만 코가 빨갛게 얼어서도 열심인 눈동자가 보기 좋았습니다. 제 처지를 서러워할 시간도 없이 바쁜 손길을 첫째 도련님은 아름답게 여겼습니다. 일이 손에 익어서 손잡이 없는 호미로도 능숙하게 뻘을 파헤치는 모습을 그는 한동안 감상했습니다.

도련님이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올린이는 새 다리처럼 가늘어진 발목을 한 채 엉금엉금 몇 걸음 오리걸음을 하여 뻘을 헤집고, 겨우 손톱만 한 바지락을 캐서 바구니에 넣고, 또 먹이를 찾는 비루먹은 새처럼 도리반도리반하다가 호미질을 합니다.

몇 번이나 반복한 다음엔 바구니가 얼마나 찼나 확인하며 그제야 부른 배를 쓰다듬고 허리를 좀 펴는데, 오늘도 도련님이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매질을 당할 만큼 바구니는 텅 비어 반도 채 차지 못했습니다.

한참이나 일하던 올린이는 배가 아파 오자 잔뜩 웅크리고 낑낑 앓으며 거친 바위를 찾아 기댔습니다. 아래를 대고 앉으면 아래에 냉기가 오를까 봐 똑바로 앉지도 못한 채 쉬다가, 좀 살 만한지 한 발은 바위 위에 둔 채 다른 발바닥으로다가 뻘을 찰박찰박 디뎌 판판하게 만드는 장난질을 합니다.

보고 있던 도련님은 기가 찹니다. 조개 캐는 시간보다 바위 주위의 뻘을 동그랗게 판판하게 만들며 장난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습니다. 도련님은 올린이가 조개를 많이 못 캐 가면 매를 맞는 가혹한 생활을 하는 것도 모르지만,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가 차서 아이고 저 철딱서니, 하고 헛웃음을 마구 웃는 겁니다.

장난칠 땐 멀쩡하던 놈이 조개를 다시 캐기 시작하니 또 비실거립니다. 아래가 차갑고 배가 아파 더 하지를 못한 채 매 맞을 각오로 비척거리며 일어섰습니다. 바닷물에 바구니를 씻어 들고 나오는데 발아래 디딜 곳을 보느라 도련님 곁을 지나치면서도 알아보지를 못합니다.

첫째 도련님은 못돼 처먹은 사람이라서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치려는 올린이를 며칠 더 고생시킬까 하다가, 안 그래도 여윈 얼굴이 피죽도 못 얻어먹은 사람처럼 허옇게 뜨고 눈 밑에 발갛게 눈물 자국이 난 것을 보고 마음을 돌렸습니다. 액받이를 골리는 것은 진짜 재미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일부러 더하지 않아도 괴롭힐 방도는 널렸습니다.

“올린아.”

도련님은 가만히 올린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올린이는 잠시 오똑 멈췄다가, 조그맣고 허연 얼굴을 들어 올려 도련님 있는 데를 바라보았습니다. 한순간, 처절한 반가움이 눈 안에 일렁였지만, 다음 순간에는 공포가 들어찼습니다.

올린이는 여즉 제 배 속에 든 애기가 네 분 도련님들의 씨가 아니라, 영 낯선 외간 알파의 애기씨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올린이는 무서우신 첫째 도련님께서 자기를 찾아내어 애기를 죽이려고 왔다고만 생각하여,

“도, 도련.”

말을 하다 말고, 맨발인 채 콘크리트 길 위를 뛰어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탁탁탁탁 맨발이 땅에 부딪는 소리가 바닷가마을의 낮은 돌담에 울립니다. 아니 무슨 세상에 임신한 애가 발이 저렇게 빠르담, 첫째 도련님은 바람같이 날랜 몸짓으로 달아나 저기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올린이를 보고도 믿기지 않아 눈을 껌뻑거렸습니다.

올린이는 첫째 도련님을 피한답시고 골목길을 돌아 남의 집 담벼락의 올록 튀어나온 빗물받이 뒤에 기대섰습니다. 저가 달려온 방향으로 도련님이 오겠지 싶어 고개를 그쪽으로 빼쪽 내밀고 할딱할딱 숨을 몰아쉬는 동안에도 한 손은 배 아래를 받쳤습니다. 도련님은 그러나, 반대쪽으로 느긋하게 걸어 올린이의 비쩍 마른 뒷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카키색 얇은 누비옷을 잠바 대신 걸쳐 입은 위에 허름한 수건을 목도리 삼아 감고, 그래도 배를 보온한답시고 어디서 구한 건지 털실로 얼기설기 뜬 복대 같은 것을 차고, 그 밑에 추리닝 바지는 보풀이 다 일어난 데다 어떻게 봐도 겨울용 옷은 아닙니다. 가출했으면 잘 살든가, 하고 있는 꼴이 아주 거지꼴입니다.

“올린아.”

그는 올린이의 뒤에 기척을 죽이고 다가들어, 한숨을 섞어 이름을 불렀습니다. 경악한 하얀 얼굴이 천천히 돌아봅니다. 셋째 도련님이라면 요때라도 바로 껴안아 주며, 네 배 속에 있는 애가 우리 넷 중 하나의 애기씨니 너는 지은 죄가 없으며 나는 애기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말해 주었겠지요.

하지만 다시 말하건대, 첫째 도련님은 못돼 처먹은 사람이구 액받이를 골리는 게 세상에서 젤로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렇다고 도련님이 올린이를 예뻐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예뻐하는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골리고 싶어 하는 이상 성욕자일 뿐입니다.

겁먹은 올린이는 너어어무 귀여웠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올린이가 발발발 떨다 못해 다리 사이로 오줌을 지리며 주저앉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임산부니까 애기가 방광을 짓눌러 조금만 뛰어도 오줌이 짤끔짤끔 새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올린이가 소변을 지리는 이유는 무서워섭니다.

올린이는 잔인무도한 첫째 도련님이 애기를 죽이고 자기도 죽일 거라고 믿어 비통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여태 들고 있던 호미랑 바구니를 툭 떨어뜨리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무릎 위까지 동동 걷어 올린 바짓단 때문에 올린이는 맨다리로 꽁꽁 언 겨울 땅에 무릎을 꿇은 꼴이었습니다.

도련님은 말없이 올린이를 번쩍 들어 공주님 안기로 해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습니다. 성미 같으면 어깨에 짊어졌겠지마는 배부른 사람을 그럴 수야 있나요. 올린이는 너무 무서운 도련님의 옷깃을 부여잡은 채로,

“놓아주세요 저 정말, 없는 듯이 살게요….”

하고 애원하면서 울었습니다. 저 뒤에 그렇게 아껴 신던 털 달린 방수 쓰레빠가 버려져 놓여 있는데 그게 아까운 줄도 모르고 끌려갑니다. 아니 뭐, 끌려가는 건 아니고 들려 가는 거지만요.

도련님은 제 차에다 올린이를 실은 다음에, 심술궂은 눈에 웃음을 가득 채운 채 올린을 바라보았습니다. 많이 여위고 거칠어지긴 했으나 사지가 멀쩡하고, 이렇게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태중의 애기를 잘 지켜 내고 있는 게 기특해 죽겠습니다.

예전에도 귀엽고 사랑스럽던 올린입니다. 거지꼴이지만, 혼자서도 이 험한 세상에 씩씩하게 살고 있었다는 게 더욱 예뻐서 도련님은 올린이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도, 한북로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올린이에게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았습니다. 예쁠수록 많이 많이 괴롭히고 싶거든요.

혹시 고속도로에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릴까 봐 도련님은 올린이의 손발을 묶었습니다. 그리고 임산부니까 앉은 자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예쁜 얼굴에다가 쪽쪽 뽀뽀도 해 주었습니다. 그런 채로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몇 시간을 운전하는 동안, 곧 닥칠 무서운 운명을 상상하느라 올린이는 울며불며 초주검이 되었습니다.

눈물 콧물 묻은 얼굴로 도련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도련님은 기분 좋은 얼굴로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올린이는 그게 곧 자신을 몹시 매질할 생각에 들뜬 얼굴로 생각해 버렸습니다. 자신이야 원래 학대당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지마는 배 속의 애기가 불쌍해서 죽겠습니다. 올린이가 묶인 손목을 풀어 보려고 마구 당기는 바람에 손목에는 핏자국이 났습니다. 그걸 본 도련님이 겨우 한마디 해 주십니다.

“안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애기를 생각해야지.”

올린이는 까무러칠 듯 놀라서는,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애기만은… 제발 애기만은….”

하고는 그때부터는 감히 무엇을 해 볼 생각도 않은 채 시체처럼 가만한 채로 실려 갑니다. 내리감은 눈에서 더운 눈물이 흐르지만, 이제 그는 흐느끼는 소리조차 내지 않습니다.

저택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고용인들과 세 분 도련님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보고야 상황을 판단한 올린이는, 뒤늦게 긴장이 풀려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다리 사이에 흐르는 피를 보고서야 첫째 도련님은 내가 너무 겁을 줬나 하고 멋쩍은 듯 웃었으나 이틀을 고열에 시달린 후 올린이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도 첫째 도련님이었습니다. 도련님은,

“올린아?”

하고 부르더니,

“섹스하자.”

하고 달려들다가 뒤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던 둘째 도련님한테 덜미가 잡혔습니다. 애기가 너무 놀라서 피를 많이 쏟았으니 임신부를 고생시키면 안 되거니와, 아래에다 자지건 뭐건 넣는 삽입 섹스는 엄금입니다. 첫째 도련님은 그러나,

“안 넣고 하면 되지….”

하고 중얼거리며 아직 힘이 없어 축축 늘어지는 올린이의 옷을 들추고 볼그스름한 밑에를 살금살금 만졌습니다. 올린이는 옆으로 누워 개가 오줌쌀 때 그러듯 한쪽 다리만 허공으로 쳐든 채,

“으응, 흐으으….”

하고 억눌린 신음입니다. 둘째 도련님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따뜻한 차를 가져다가 먹여 주었습니다.

이제 올린은 책상다리를 한 둘째 도련님에게 반쯤 기대어 앉은 채 첫째 도련님이 하시는 대로 다리를 활짝 벌려 주었습니다. 도련님은 힘없어 미끄러지는 올린이를 단단히 잡아 준 채, 한 손으로는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조물조물 만집니다.

세게 누르니까 아주 조금, 탁한 액체가 나오지만 올린이는 몹시 낯선 아픔에 바르작거립니다. 원피스형의 환자복 자락 아래로 고개를 들이민 첫째 도련님은, 어디서 챙겨 왔는지 조그만 펜 모양의 손전등을 딸깍거리며 켜고는

“우리 애기 얼굴 미리 한 번 볼까.”

하고는 손가락으로 살금살금 벌려가며 구멍 안쪽을 비춥니다. 올린이는 정말로 애기가 손전등 빛을 보고 놀랄까 봐,

“애기, 놀라요… 도련님, 애기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하고 울먹였지만 첫째 도련님은 다리나 좀 더 벌리라며 구멍 옆을 찰싹, 때릴 뿐입니다. 보다 못한 둘째 도련님이 말려 주려고,

“형, 형님. 그만해요.”

하면서 은근히 한 발을 쭉 뻗어서 장남의 어깨를 밀었습니다. 그러면서,

“올린이 젖 나와요.”

하고 형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리를 하는데, 올린이의 배에서 구르르륵 하고 기이한 소리가 났습니다. 첫째 도련님이 탁한 액체가 한 방울이나마 떨어지라고 젖을 꼬집듯이 쥐어짜면서 무심한 목소리를 했습니다.

“올린이 배고파?”

그 말을 듣자마자, 올린이의 마른 가슴팍이 크게 요동치며 흐흐흐흑, 하고 숨을 들이켭니다. 깜짝 놀라 첫째 도련님은 올려다보고 둘째 도련님은 내려다보자 여위어서 더 조그만 얼굴이 다 젖도록 큼지막한 눈물이 몇 방울이나, 한 번에 떨어집니다. 두 도련님이 멈칫한 사이에, 올린이가 전에 없이 큰 목소리로, 허나 그래 봤자 마구 떨려 형편없이 들리는 음성으로 소리쳤습니다.

“백숙, 백숙 먹고 싶어요…!”

*

임신부가 닭을 먹으면 애기 피부가 닭살로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에, 올린이가 대성통곡을 하며 백숙을 먹고 싶다고 호소한 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올린이는 백숙이 오른 상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네 도련님이 모여서 백숙을 줘도 되네 마네 싸우는데 올린이가 울며불며 백숙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하는 양을 본 첫째 둘째 도령은 까짓것 좀 먹이자, 그 꼴을 보지 못한 셋째 넷째는 애기를 생각해서 참으라고 하자고 갈렸습니다.

결정을 내려 준 것은 뜻밖에 액받이 따위가 임신을 하였다고 노발대발하시던 회장님이셨는데, 회장님은 어떤 루트로 백숙 사건에 대해 들었는지는 몰라도 친히 네 도령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내시어

‘백숙, 해 먹여라.’

한 마디로 사태를 정리해 주셨습니다. 고용인들은 제일 좋은 재료로 가장 맛있게 백숙 요리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했고, 셋째 도련님이 올린이가 백숙 먹는 거 구경한다고 따라와서 옆에 앉았습니다.

“와.”

도련님 먼저 드시라고 사양하는 듯하던 올린이가, 식욕 하나도 없이 너 보러 왔단다 하고 생글생글 웃어 보이는 셋째 도련님 앞에서 조심조심 손을 뻗더니 야무지게 닭 다리를 뜯어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큰 것을 조그만 입을 왕 벌리고 넣는데,

“좆 빠는 것 같애….”

하는 희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물오물 씹어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도련님은 손에 들었던 손수건으로 입가를 한 번 훔쳐 줄 뿐 더 이상의 희롱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먹고 싶었던 게 들어가서 그런지 올린이의 배 속 애기가 마구 꿈틀거리는데, 올린이는 그것을 느껴 보라는 듯이 셋째 도련님의 손을 잡아 끌어 제 배 위에 턱 올려놓습니다. 손안에 선명히 느껴지는 태동에 셋째 도련님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 사이에 올린이는 백숙 국물을 호록호록 호로록 여러 번이나 떠 넣더니 그제야 젓가락질을 시작했구요.

살을 발라 호록 빨아 꼭꼭 씹어 먹는 모습을 셋째 도련님이 영상으로 찍는 동안 올린이는 딱 한 번 카메라를 쳐다봤을 뿐 백숙 담긴 그릇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그 영상을 받아 본 나머지 세 도련님들은 올린이의 먹방을 퍽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끼니마다 백숙에 멜론을 잔뜩 먹었지만, 막달이 되도록 산부의 팔다리는 가늘어지기만 했습니다. 임신하고 낯선 데서 너무 오래 고생을 한 데다 원래 말랐던 몸이라 애기한테 영양분을 쏙쏙 빼앗기는 것 같았습니다. 도련님들도 이제 공식적으로는 올린이를 액받이로 쓰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고용인들은 애기를 낳은 뒤에도 도련님들 사랑을 받으려면 몸단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닥달입니다.

올린이는 힘없는 몸으로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관장하고 제모하고, 손톱 발톱을 곱게 다스리고 퀭한 얼굴에 간소하나마 엷은 빛깔 입술을 바른 채로 별채에 얌전히 앉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태교를 하느라고 고운 것을 보고 따뜻하게 지냈으니 달아났을 때보다는 평안한 나날이었습니다. 물론 애기 낳은 뒤에 껍데기만 남은 몸으로 쫓겨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 수시로 찾아와 각양각색으로 괴롭히는 네 도련님 등쌀을 견디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야밤에 몰래 와서는,

“한 번만 보자.”

하고 자꾸만 아래를 들춰 보고 쪽쪽 빨았습니다. 통통하게 부어오를 때까지 빨리던 올린이가,

“도련님, 애기가….”

하면서 도련님 머리를 밀어내지도 못하고 살포시 짚으면 그제야 킬킬 웃으며 물러나는 겁니다. 그러면 조금 전 장남이 다녀간 것도 모르는 둘째 도련님이 나타나,

“올린아….”

하고 은근한 소리를 하면서 뒤에서 껴안고 허벅지 사이에 자지를 끼워 넣습니다. 아무리 오메가지만 남자의 몸이라 임신을 해도 납작한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데, 올린이는 예전부터 젖꼭지를 자극받으면 아래가 금세 젖고 자지 생각이 나게끔 훈련을 받은 바람에 그게 또 고역이었습니다. 아프지는 않되, 아래가 두근두근하고 울도록 집요하게 만져 댄 도련님이 올린이의 허벅지 사이에 토정하고, 향기로운 비누로 싹싹 씻겨 준 다음,

“고생했구나, 자라.”

하고 물러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셋째 도련님입니다. 도련님은 앞서 두 형님이 다녀가신 것도 모르고, 저가 오늘 첫 밤손님인 줄로만 생각하고 올린이의 다리를 베고 눕습니다. 이때쯤 되면 올린이는 도련님이 배에다 대고 무슨 말씀을 속살거리든 그게 다 의미 없는 소리같이 느껴지며 까무룩 잠이 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아래가 아픈 것 같아 깨어나면,

“왜, 더 자.”

말간 눈을 한 막내 도련님이 삽입하면 안 되는 아래에다가 손가락을 서너 개나 쑤셔 넣고 자는 몸을 한창 희롱하는 중인 겁니다. 그런 식으로 밤잠 자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는 어느 날 아침, 막내 도련님이 발발 떠는 허벅지 안쪽을 찰싹찰싹 때려 가며 밑이 붓도록 쑤시다 말고,

“너 오줌 싸? 하하.”

해맑게 놀려 대는 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올린이는 그것이 소변이 아닌 줄을 알고, 하얗게 질려 밖에서 기다리던 고용인을 부릅니다. 허둥지둥 들어온 김씨 할망은 손을 떨며 이것은 소변이 아니오라 양수가 터진 것이라 아뢰었습니다. 막내 도련님은 놀라기는커녕

“그래애? 이제 애기 나오는 건가!”

하고 반가운 얼굴을 하는데, 올린이는 겁을 와락 집어먹고선 벌써 얼굴이 울상이었습니다.

액받이가 출산하는 건 이 가문에도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정일보다 이르기도 했거니와 베타였다가 늦게 형질이 발현된 열성 오메가이고,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몸이니 보통 난산은 아닐 터입니다. 둘째 도련님이 병원으로 옮기고자 하였으나 올린이,

“병원은! 병원은- 무섭습니다….”

하고 부르짖어 모두 움찔했습니다. 올린이는 신생아일 때 병원에서 납치되어 평생 액받이로 나돌며 자라온 몸이니까 그럴 만도 합니다. 둘째 도련님이 오냐 오냐 무서운 데로 안 데려가마 하고 도닥이자 올린이는 바르르 떨며 도련님의 목을 안고 늘어졌습니다.

산실은 별채에 꾸며졌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김씨 할망이 예전에 애를 받아 본 경험도 있고, 서둘러 모셔 온 의사 선생님도 두 분이나 되십니다. 김씨 할망은 하얀 무명천을 대들보에 걸어 올린이 거기에 몸을 의지하여 진통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막내 정환 도련님이,

“저게 다 뭐야 지금이 조선 시대야…?”

하다가 셋째 도련님한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았습니다. 도련님 네 분은 올린이의 출산을 보고 싶다고 하나같이 떼를 쓰셨지만, 산실에 들었다가 산모나 아기에게 나쁜 것을 옮길 수도 있다는 염려에 산실 밖 복도에 줄을 지어 앉았습니다.

올린이에게 무통 주사가 놓이지 않은 것은 네 분 도련님의 의견이 다들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도련님 네 분 중 둘째 도련님과 셋째 도련님은 발목이 부러질 것처럼 가는 몸이 진통하는 게 너무 가엾고 불쌍하여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며 주사를 놔 주자고 했지만, 막내 도련님은 원래 애기 낳는 건 아픈 거 아니냐며 아-무 생각이 없었고, 첫째 도련님이

“난 올린이가 디게 아프게 애기 낳는 걸 꼭 보고 싶다! 애 낳는 것보다 아픈 건 이 세상에 없댔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어!”

하고 두 눈을 부릅뜨는 바람에 어영부영 그렇게 되었습니다.

올린이는 입에다가는 재갈을 물고 하얀 무명천에 박박 애를 쓰며 매달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감히 무통 주사 놔 주세요 하는 애원 한마디 하지 못합니다. 도련님들께 뭘 요구한다는 건 올린이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마는, 사실은 너무 무섭고 너무 아파서 다른 애기 낳는 오메가들처럼 무통 주사, 맞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애기 낳고 나면 미역국도 한 그릇 얻어먹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마 자신은 애기를 낳고 나면 미역국은커녕 물 한 잔 못 얻어먹고 쫓겨날 거라고 올린이는 착각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자신은 애초에 액받이로 이 댁에 들어왔을 뿐, 도련님들의 욕정을 풀고 액을 받는 미천한 몸을 마님 삼아 주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낯선 동네에서 추위에 떨고 매를 맞고 굶으며 고생을 한 시간이 길었던 탓에 사지가 빼빼 말라 힘이 하나도 없는데, 옆에서는 자꾸만 힘을 주라고 합니다. 서러운 울음이 자꾸 나와서 무명천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다 빠져 죽을 것 같은데, 얼굴에 핏줄 터지면 보기 흉하다고 자꾸 얼굴로 힘주지 말고 배로다가 힘을 주라고 닦달입니다.

“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올린이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대꾸를 해 가며 깔딱깔딱 넘어가는 숨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산실로 고개를 들이민 막내 도련님이, 안 그래도 허옇던 올린이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희게 질린 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이제라도 무통 주사 놔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했지만 무통 주사라는 건 때가 있습니다. 이미 애기 나올 길이 열린 다음에는 주사를 맞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손을 소독하고 머리에다가 비닐 모자를 뒤집어쓴 채 선실에 들어와서는, 하얗게 질려서 곧 죽을 사람처럼 하악하악 하는 올린이의 얼굴부터, 뼈가 도드라지도록 마른 팔로 무명천을 부여잡은 모습이랑, 무릎 안팎의 뼈가 불거진 다리를 훤히 벌리고 그 가운데 구멍이 벌겋게 달아 열린 모습을 죄다 핸드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애기가 나오는 장면을 초고화질로 찍어서 두고두고 감상할 생각에 첫째 도련님의 눈이 번질번질 신이 났습니다.

“아아아악!”

올린이는 정말 죽을 둥 살 둥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애기를 낳을 때의 진통은 그러니까, 도련님들께 체벌로 관장을 당할 때 그 배설감이 둥글게 밀려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기분하고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백배 천배는 더 괴로워서 아래가 갈래갈래로 다 찢기다 못해 내장까지 누가 손을 집어넣어서 마구잡이로 주무르는 느낌입니다. 그냥 피스트퍽이 아니라, 더블 피스트퍽에다가 손가락 스무 개로 핑거링을 함께 하는 뭐 그런 느낌인데 거기에서 쾌락만 빼면 비슷할 겁니다.

그동안 하도 고생을 해서 올린이는 영양실조 상탭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을 주어도 애기가 밀려나질 않습니다. 옆에서 의사들이 애기 머리가 아래로 보일락 말락 들락날락한다고 안타까이 말합니다. 조산사가 배 위를 체중을 실어 누르며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을 더 주면 애기가 곧 나올 거라고 하지만, 하려고 해도 못 하는 올린이한텐 약 올리는 소리로도 들립니다. 시간이 갈수록 올린이는 힘이 빠지고 힘주라는 말에 준다고 주는 힘은 점점 미약해져만 갔습니다.

오랜 시간 진통한 후 고생은 고생대로 한 올린이가 제왕절개를 하게 된 건 그동안 몸이 많이 축난 탓이 컸습니다. 어느새 슬금슬금 산실에 들어온 셋째 도련님은 귀여운 제 액받이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눈물을 훔치며,

“그냥 수술시켜 줍시다! 예?”

했습니다. 그가 눈물을 닦을 때 비닐 모자가 빠스락빠스락거리는 소리가 올린이의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다른 쪽 손은 둘째 도련님이 잡고 있었습니다. 도련님은 울지는 않았지만,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담은 진한 눈으로 올린이의 얼굴을 내내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머리 위에도 똑같이 얹힌 비닐 모자가, 고개를 조금 움직일 때마다 아니나다를까 빠스락빠스락 소리를 냅니다. 정환 도련님은 다리 사이에 빠스락거리는 고개를 디밀고,

“와 씨발 벌어진 거 봐 존나 야해….”

하고 별, 개, 좆같은 소리를 다 합니다. 첫째 도련님이

“막내야 대가리 좀 치워 줄래?”

하고 말하는데 그의 머리 위에서도 비닐 모자가 빠스락빠스락… 아 올린이는 산통보다도 바로 저 빠스락 소리가 듣기 싫어서 딱 죽겠습니다.

올린이는 오랫동안 도련님들께 순종해 온 시간이 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제 곧 쫓겨날 몸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어요. 그렇지만 솔직헌 심정으로는 네 놈 다 꼴도 보기 싫으니 다들 손에 손잡고 꺼져 주었으면 딱 좋겠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그런 심정을 담은 올린이의 얼굴마저 영상에 담으며 히죽히죽 웃다가 이대로 뒀다가는 애기도 산모도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아 그래?”

하고 되물으며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해 주었습니다.

올린이는 그러니까 자연 분만하는 산모들이 느끼는 진통도 전부 다 느끼고 제왕 절개하는 산모들이 느끼는 수술의 고통까지 죄다 느끼면서 겨우겨우 사랑스러운 애기를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애기 하나 낳는 게 이렇게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야 하는 일인 줄은 올린이는 정말로 꿈에도 몰랐습니다. 물론, 네 분 도련님은 죽을 때까지도 영영 모를 겁니다. 자기들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정신없이,

“애기 진짜 족쿠맣구 예쁘다. 올린이 또 임신시키자.”

하는 천인공노할 소리를 웅성웅성 해 대면서 태어난 애기가 닳도록 입을 헤벌리고 보고 있는 거겠죠.

산부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알파로 태어난 귀여운 딸내미는 네 분 도련님들이 먼저 안아 보았습니다. 올린이는 마취에서 깨어나며 죽을 것 같은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애기씨는요? 네에? 애기씨는 무사한가요?”

하고 허둥지둥 아기를 찾아,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습니다. 물론 애기는 무사하다마다, 손가락도 열 개 발가락도 열 개, 얼굴은 올린이를 닮아 어찌나 어여쁜지 모릅니다. 올린이는 애기를 안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애기씨를 안아 보는구나 하는 오해 속에 으흐윽 하는 가여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애기가 덩달아 울자, 곁에 섰던 고용인이 애기를 달래려고 데리고 갑니다. 올린이는 허전한 품을 쥐어뜯으며 엉엉 울었습니다.

산모가 계속 울고만 있으니 모두 당황합니다. 아래도 찢기고 배도 갈랐으니 자꾸 울면은 회복이 너무 느려질 텐데 올린은 벌벌 떨면서 눈물만 흘립니다. 곧 버림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우는 것이지만, 버릴 생각이 없는 네 도련님도 속이 탑니다. 그러다가도 밥때가 되어 미역국으로 한 상 잘 차려 주니 그건 또 잘 먹고 또 웁니다. 그러고는 곧 꺼질 듯한 목소리로다가,

“애기 한 번만, 더 안아 보면 안 되나요?”

하고 매달리는 소리를 하는 참에 요번에 새로 고용한 베테랑 산후 조리사가 애기씨를 데리고 들어와

“산부님 애기 맘↘마↗ 주실 시간이구요오.”

하며 답싹 안겨 줍니다. 올린이는 콧물을 훌쩍이며 애기를 안고 방싯 웃습니다. 그러면서 얼핏, 쫓겨나지 않아도 될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당연하지 않겠어요. 네 도련님 모두 올린이를 그렇게 귀애하시는 데다가, 귀하디 귀한 애기씨를 낳은 사람인데 어떻게 내쫓을 수가 있겠습니까.

첫째 도련님의 진두지휘하에 올린이를 액받이 아니라 뒷방 마나님으로 들여 앉히는 절차는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오메가 하나를 알파 넷이 공유하는 일은 흔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신분이야 보장받게 되었지마는, 그것과 별개로 애기를 낳고 나서도 올린이는 참 고생을 했습니다. 막내 도련님이 애기 줄 젖을 저가 다 빨아 먹는 바람에 젖꼭지 퉁퉁 부은 데가 아프고 애기한테도 미안해서 눈물 바람을 하기도 했고요, 자연분만을 시도하느라 찢긴 아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셋째 도련님이

“괜찮아, 어허, 도련님 못 믿니, 괜찮대두.”

하는 소리를 하면서 손가락을 집어넣고 마구 흔들다가 종래에는 자지까지 넣는 바람에 실밥이 터져서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도련님은 자기 자지가 큰 걸 알아서 양심껏 넣지는 않았습니다마는, 밤이고 낮이고 회사에를 안 나가고 애기만 쳐다보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좀 고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산후 조리사가,

“자꾸 애기를 안고만 있으면 손을 타서 안 돼요.”

하며 제발 요람에다 좀 내려놓으시라고 할 정도로 온종일 안고 둥가둥가 하는 바람에, 애기가 사람 품이 아니면 잠을 못 자게 되어서 다들 둘째 도련님을 욕을 좀 했습니다. 결국 애기 만날 봐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요.

첫째 도련님은 올린이한테 와서는,

“올린아, 배 까 봐 봐, 제왕 절개한 수술 자국에다가 자지 넣고 싶어. 딱 세 번만 넣었다 뺐다 할게. 살짝 넣었다가 빼고 도로 꿰매면 되잖아.”

하는 소리를 하는 걸 고용인한테 들켰습니다. 올린이는 새하얗게 질려서 안 된다는 말도 못 하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는데, 밖에서 듣던 김씨 할망이 그러면 산부 죽는다고 아뢰어서 목숨만은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첫째 도련님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독자님들께서 보셨으면 한 대 치지 않고는 못 견디셨을 겁니다. 그는,

“그런데 일부러 살 찢어서 자지 넣는 사람들도 되게 많아. 난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이왕 찢어진 거 겸사겸사 해 보자는 거였지.”

하고 변명처럼 구시렁거리면서 나중에 혼자 보면서 한다고 수술 자국을 위에서 아래서 좌에서 우에서 여러 각도로 사진 찍어 갔습니다. 착하고 유순한 올린이도 속으로,

‘진짜 자기 배 아니라고 존나 너무하네.’

하고 욕할 정도로 못돼 처먹은 심보였습니다.

모든 것이 행복하게 되었으니 이제야 하는 말입니다만, 원래 베타였던 올린이가 오메가로 발현한 것은 죄다 첫째 도련님이 개발한 신묘한 명약 덕분이었습니다. 첫째 도련님은 올린이가 몹시 예쁘고 사랑스럽지만은 액받이로 들어온 베타의 몸이라 몇 년 못 쓰고 폐기되어야 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올린이를 폐기하도록 그저 두기 아까운 나머지, 임신시켜 저택에 아예 들여앉힐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 최초로 임신할 수 없도록 태어난 베타 남성을 임신할 수 있는 몸인 오메가로 형질 변형시킬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게 되었던 겁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노벨상감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첫째 도련님의 약은 어둠의 경로로만 유통되는 바, 도련님은 노벨상은 받지 못하더라도 이 희귀하고 신비한 약을 유통하여 더욱더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도련님은 옷에도, 차에도 돈을 쓰는 법은 없어 맨날 똑같은 셔츠에 올 풀린 니트를 입고 다니셨지만, 요 나라 조 나라에 집을 사 두고 언젠가 올린이랑 요기도 와 봐야지, 조기도 가 봐야지 하는 계획을 위해 돈을 쓰는 데는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바닷가 마을은 역시 첫째 도련님이 통째로 샀습니다. 거기다가 머 공단을 짓는다던가 개간 사업을 한다든가 했는데, 원래 그 마을 출신이던 알파들을 싹 다 고용해서 험한 일을 많이 맡겼습니다. 헌데 이상하게도 공사장에서 자꾸 알파들이 사고로 죽어 나간다고는 합니다. 주로 자지가 잘리는 사고가 잦다는 걸 보면 조만간 굿이라도 크게 하지 않겠습니까.

여튼 거기가 지금은 이름난 오메가 과부촌이 되었다는 소문이에요. 해물 백숙집 욕쟁이 할머니는 그래도 죽지 않고 근근이 살아는 있나 봐요. 근처 알파들이 씨가 말라서 가게는 망해 가지만요.

또 한 가지 올린이가 모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올린이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 바로 그날 네 분 도련님들이 한데 엉겨 치고받고 싸웠다는 겁니다. 도련님들은 올린의 귀여운 배에 들어 있는 애기씨가 바로 자신의 애기라며 다투기 시작했는데요, 저마다 날짜 계산을 해서 임신이 된 것이 이때가 틀림이 없으니 바로 내 애라는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첫째 도련님은 임신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주의 화요일에, 둘째 도련님은 수요일에, 셋째 도련님은 목요일에 올린이를 쓰셨고, 막내 정환 도련님은 화요일이랑 목요일에 다 썼거든요. 그래서 네 분은 사격, 승마, 마작의 세 종목을 겨뤄 최후의 승자가 애기 아빠인 것으로 하자고 합의를 보았으나 당연한 결과로 모든 종목이 무승부였습니다. 늘 운이 좋은 셋째 도련님이 제비뽑기로 아빠를 정하자고 했던 제안은 모두에게 무시당했으니 시도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네 분이 모두 애기의 아빠가 되기로 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애기는 올린이의 얼굴을 닮았으나, 귀는 첫째 도련님을 닮고 손은 둘째 도련님은 닮고 배꼽은 셋째 도련님을 닮고 발뒤꿈치는 막내 도련님을 닮아서 누가 아빠라고 해도 이상한 점이 없었습니다.

올린이는 본래 네 분 도련님께 소용되는 액받이로 이 댁에 들어왔습니다만, 떡두꺼비라고 하기엔 너무나 미모가 빼어난 알파 애기를 낳구 그다음 해에 오메가 쌍둥이를 낳구, 또 그다음 해에 알파 애기를 하나 더 낳아서 네 명의 자식을 둔 마나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래 도련님들 시중을 들다가도 매를 맞거나 혼이 나거나 벌서는 게 일상이던 예전의 지위와는 영 달라졌습니다.

일단 굶는 일은 없었고요, 옷도 올린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었고요, 외출을 하고 싶으면 도련님 중 한 분과 함께한다는 전제로 어디든지 나갈 수 있었습니다. 도련님들은 예쁜 꽃이며 아름다운 보석 따위를 올린에게 선물하다가, 올린이의 취향이 그쪽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마카롱이며 케이크며 초콜릿 따위를 잔뜩 사다가 바쳐 올린이를 행복하게 해 주곤 했습니다.

심지어 어느샌가 그날그날 동침하고 싶은 도련님이 누구인지 정하는 건 올린이가 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청하면 그분이 올린이 거하는 별채로 방문하여 뜨거운 밤을 보내는 방식으로 성생활도 바뀌었으니, 올린이의 타고난 팔자가 아주 나쁜 팔자는 아니었나 봅니다.

아참, 그렇다고 올린이가 평생 아예 매도 안 맞고 혼도 안 나고 벌도 안 선다면, 독자님들도 그렇거니와 올린이도 몹시 섭섭한 일일 테니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번 이야기에서 왠지 제일 비중이 적었던 것 같은 둘째 도련님과 올린이가 어떤 방식으로 동침하는지 살짝 엿보자면-

올린이는 그날따라 네 분 도련님 중 자지가 젤로 크신 둘째 도련님과 동침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비 도련님께,

‘정비 형, 오늘 퇴근 늦어?’

하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넷째를 낳고부터는 도련님들께 은근슬쩍 말을 놓게 되었거든요. 물론 호칭도 도련님은 적합하지 않으니 형이라고 부르고요. 아, 막내 도련님만은 올린이보다 연하니 정환아 정환아 반말을 합니다. 막내 도련님은 툴툴대면서도 내심 좋아하구요. 심지어 올린이 형이라고 부르며 징그러운 응석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하여튼 정비 도련님은,

‘아니, 지금 갈까?’

하고 다소 급발진한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비 도련님은 올린이와 동침하는 횟수가 가장 적은 편이에요. 가장 다정하고 자상한 데다 올린이가 하자는 놀이에 장단도 잘 맞춰 주지만, 딱 한 가지 자지가 지나치게 크다는 결정적인 단점 탓에 올린이에게는 좀 부담스러워 자주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지금 애들이랑 쿠키 굽고 있으니까 퇴근하고 천천히 와요.’

부드럽게 지금 오지 말라고 분명 일렀건만, 정비 도련님은 그날 조퇴를 하고 일찍 저택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올린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한 상자 사 들고 말입니다. 올린이는 정말 못 말린다는 얼굴로도 애기들을 고용인에게 맡기고, 슬며시 정비 도련님을 체벌실로 이끌었습니다. 오늘은 ‘실수투성이 귀염둥이 비서 놀이’를 하고 싶었거든요.

올린이는 미리 준비해 둔 타자기 앞에 앉았습니다. 그 기대에 찬 얼굴을 보고 정비 도련님은 슬며시 오르던 웃음을 감추고 냉담한 표정을 했습니다. 그래야 상황극에 몰입이 되잖겠어요. 얼토당토않은 문서를 불러 주며 받아 적으라고 시켰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며 애국가를 4절까지 길고 길게 불러 줍니다. 올린이는 바른 자세로 앉아 잔뜩 긴장한 채 도련님이 부르는 말씀을 받아 타이핑하는데, 이 시간의 긴장감마저도 올린이의 좆과 구멍을 발씬거리게 합니다.

“올린 씨, 작성한 문서 가지고 오세요.”

하고 지시하는 목소리는 진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아 정장 차림이니 진짜 같은 느낌, 완전 장난 아닙니다. 올린이는 바들바들 떨며,

“네, 사장님.”

하고 타자기에서 종이를 빼다가 부욱 찢었습니다. 타자기를 써 본 적이 없으니 종이 빼는 방법도 모르거든요. 그치만 너덜너덜한 것을 무시하고 어쨌든 종이를 가져다가 정비 도련님께 바치니, 정비 도련님은 종이 찢긴 걸 언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그건 무시하고 말씀하십니다.

“마르고, 달도록? 다 밑에 지금 받침을 뭐라고 쓴 겁니까?”

“다, 밑에.. 받침, 리을 썼습니다. 사장님….”

“하, 이올린 씨.”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도련님의 얼굴은 살벌합니다. 웃는 기색 하나 없이 노여운 눈으로 그는 올린이의 공손하게 모인 손 위로 문서를 던지다시피 합니다. 올린이는 앗, 아앗, 하는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문서를 받아 안습니다.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난 내 비서가 맞춤법을 틀리는 게 아주 싫습니다.”

“네, 사장님….”

“게다가 이 글자는 지난번에도 잘못 써서 지적받은 거 아니었나요?”

“네, 사장님… 잘못했어요, 사장님….”

“내가 요새 올린 씨를 너무 오냐오냐했지. 때때로 매질하여 가르쳤어야 하는데.”

매질, 이라는 말이 나오면 올린이의 등골이 오싹합니다. 올린이는 ‘액받이와 도련님’ 놀이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체벌 상황극이 좋습니다. 올린이의 취향을 네 분 도련님도 잘 아시기 때문에, 체벌실에 설치된 온갖 흉악스러운 물건들은 하나도 불태워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사장님….”

“입 다물고 테이블에 엎드려. 그 예쁜 엉덩이를 내밀라고.”

“사, 사장님, 아아, 제발 매질만은, 흐흑….”

올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테이블에 바짝 엎드립니다. 바지를 내리고 앙큼스럽게 그 아래 입은 작스트랩을 꾸물꾸물 끌어 내립니다. 애기를 넷이나 낳았는데 아직도 탱글탱글 올라붙은 볼기 사이로, 벌써 젖은 채 발랑거리는 아래가 분홍색으로 부풀어 있습니다.

정비 도련님은 달려들어 그 아래에 입을 맞추고 손가락을 쑤셔 넣어 꿀쩍꿀쩍 소리가 나도록 흔들어 대고 싶은 것을 참습니다. 왜 참느냐면, 지금 올린이가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라 볼기짝이 새빨개지도록 아픈 회초리질이니까요.

올린이는 패들도 좋아하고 케인도 좋아하고 채찍도 좋아하지만, 어떤 종류의 회초리가 되었든 볼기를 맞기 전에 도련님은 꼭 손바닥으로 올린이의 보드라운 볼기를 달구어 줍니다. 예열하지 않고 때렸을 때 상처가 더 아프게 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매질할 때 서로의 살이 부딪치는 그 감각은 올린뿐 아니라 도련님께도 기분 좋은 흥분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매를 맞고 난 다음 구멍에 비벼지는 자지의 감각을 느낄 때면, 올린이는 아무리 상황극에 몰입하였을지라도 어쩔 수 없이,

“아응!”

하고 잔뜩 기대하여 달아오른 교성을 지릅니다. 얼굴은 빨개지고 아래는 촉촉해집니다.

네, 그렇습니다. 행복한 올린이는 오늘도 매를 맞고 혼이 나고 벌을 섭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고난은 예전과 달리,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라는 것들입니다. 때문에 예전과 달라진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원해서 받는 체벌일지라도 견디기 힘들 때 외칠 수 있는 세이프 워드입니다. 예전엔 본래부터 모든 체벌은 견디기 힘든 게 당연하니, 세이프 워드 따위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볼기를 내리치는 회초리가 더는 즐겁지 않고 고통만을 주게 되었을 때, 올린이의 세이프 워드 한 마디면 그 회초리는 멎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도련님의 입술이 아픈 데를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그리고는 고통 없이 즐겁기만 한 시간이 시작되는 거예요. 매번 눈물이 쏙 빠지도록 느끼는 올린이가 애기를 더 낳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

“안에, 싸지, 마아!”

하면은 네 도련님들의 반응은 각자 다릅니다.

“저런. 벌써 쌌는데 어쩌니.”

하는 거짓말을 해서 올린이가 덜덜 떨게 만든 채로 계속하는 것은 첫째 도련님이요,

“…크읏.”

하고 애처로운 수컷의 참는 소리를 내면서 시키는 대로 올린이의 배에다 싸는 것은 둘째 도련님,

“왜에 예쁜아, 애기 하나만 더 낳자아….”

하면서 뻔뻔하게 허릿짓을 계속하는 건 셋째 도련님,

“형은 왜 맨날 형 맘대로만 하려고 해? 존나 나도 내 맘대로 할 거야.”

하고 일부러 안쪽 깊은 곳에다 싼 다음에 커다란 딜도로 막고 임신 잘되라고 엉덩이를 하늘로 가게 하는 자세로 꽉 안은 채 아무리 바동거려도 한참을 안 놔주는 인간은 막내 도련님입니다.

도련님들이 이딴 식으로 나올 때는 세이프 워드고 뭐고 다 소용이 없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요.

아 참, 그 세이프 워드 말이지요, 네 분 도련님은 같은 세이프 워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담, 올린이가 외치기만 하면 매질이 그치는 그 마법의 단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 이야기를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며, 마나님이 된 행복한 액받이의 이야기는 이만,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네 도련님 完]

네 도련님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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