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 도련님 외전-# Christmas time is here (6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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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 Christmas time is here

# 백일몽

# 체벌

# 프리스트

# 끝갈망

# 올린이는 임신중

# Christmas time is here

서너 군데의 행사에 눈도장을 찍고 집에 돌아온 것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둘째 도령은 보나 마나 혼자 틀어박혔을 형과 한잔하려는 생각으로 방문을 두드렸다. 고용인으로부터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분명 전해 들었는데,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물론 둘째도 만만한 성격은 아니어서,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없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방은 비어 있었다. 액받이가 벌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안쪽에 달린 작은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씻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액받이의 옷과, 늘 항문에 쑤셔 박고 다니는 딜도, 그리고 속옷 대용으로 쓰는 폭이 좁은 비단 끈을 발로 슥슥 밀며 벌 받는 놈에게 다가갔다. 방 꼴을 보니 형에게 한 차례 질펀하게 사용된 모양인데, 또 무슨 트집이 잡혀 벌을 서고 있는지 물을 심산이었다.

그는 벌거벗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보아하니 벌 받는 자세가 힘들어 그런 것 같았다. 엎드려 뻗친 자세와 비슷하되, 팔꿈치를 땅에 대고 양 발가락으로 몸을 지탱하는 자세는 엉덩이만 위로 살짝 들어 올리면 무게 중심이 분산되어 편안히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뒷머리로부터 종아리까지 이르는 선을 직선으로 유지하는 게 정석인 터, 올린의 성격이라면 형이 씻으러 들어갔어도 요령 부릴 줄을 몰라서 내도록 이 상태였을 것 같았다.

“앉아.”

명령이 떨어지자 올린은 일어서지 못하고 옆으로 퍽, 쓰러졌다. 대리석 바닥이 미끈거리도록 땀을 많이 흘린 몸이 바르작거리는 꼴을, 둘째는 손에 든 잔을 홀짝거리면서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올린은 벌벌 떨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팔다리의 경련이 좀처럼 멎지 않는데도 바르게 앉으려는 태도가 기특했다.

“또 뭐야. 또 왜.”

애먼 건으로 생트집이 잡혔겠거니 싶어 웃으며 물었는데, 어느새 씻고 나온 형이 저 멀리서 대답했다.

“올린. 넌 인제 죽었어. 정비 오기 전에 차라리 나한테 맞고 끝냈어야 했는데.”

돌아보니 형은 가슴에 곰돌이가 너덜너덜한 가운을 걸친 채 머리를 타월로 문지르고 있었다. 오래된 것을 선호하는 성격상 형의 옷은 하나같이 목이 늘어지고 보풀이 일어나 있었는데, 저 바쓰 가운 또한 십 년은 묵은 물건이라 아무리 빨아도 꼬질꼬질해 보였다.

“제발 그 가운 좀 버리쇼.”

“너나 정장들 갖다 버려. 요새 어느 CEO가 그런 옷을 입고 다녀… 꼰대 소리 들으려고.”

“액받이는 또 왜 이러고 있고.”

“물어봐, 그놈한테.”

둘째는 아직도 벌벌 떠는 올린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겁먹은 개처럼 힐끔 눈을 들어 눈치를 살피더니, 묻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며 웅얼댔다.

“…습니다.”

“안 들려. 크게 말해.”

“눈사람 따 먹었습니다.”

눈을 질끈 감으며 큰 소리로 대답한 올린이 목을 잔뜩 움츠렸다. 둘째는 형을 향해 눈을 돌렸다.

“눈사람을… 뭐?”

경악한 물음에

“눈사람 모양 쿠키에 있는 단추 말하는 거야, 따 먹었거든. 서른 개 쿠키에서, 단추 서른 개를.”

하는 답이 돌아왔다. 아, 하고 납득하던 둘째의 이마에 다음 순간 줄이 팍 그어졌다.

지금 올린은 금식 중이었다. 눈 오는 날 맨발로- 신발이 한 켤레도 없으니 당연히 맨발일 수밖에 없었지만- 정원을 나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액받이로서의 지각이 없다고 야단친 후 사흘간 금식하라고 명령한 게 바로 자신이었다. 혹시 감기 몸살이라도 걸리면 그동안은 네 형제가 사용할 수 없게 되니 조심시킬 심산으로 좀 엄한 벌을 내린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불복할 줄은 몰랐다.

배곯는 놈이 빵 한 조각 우유 한 모금씩 야금야금 탐내는 일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한 번에 쿠키 서른 개에 손을 대다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갈 땐 살림살이를 다 박살 내는 모양이다. 불복종에, 도둑질에, 허락받지 않은 음식에 대한 취식까지, 머리가 아파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는데 형이 그 꼴을 보고 신이 나서 올린을 얼렀다.

“거봐, 올린, 인제 넌 죽었어. 쟤 매질 한번 하면 봐주는 법이 없거든. 예전에 어느 액받이는 정비한테 매 맞다가 글쎄,”

“아, 쫌! 그만해요 형.”

첫째는 동생에게 한마디를 듣고 히잉, 하며 입을 다물었다. 징그러운 소리에 둘째 도령은 물론 올린까지 순간 움찔했다. 둘째는 한숨을 쉬고 타박했다.

“형은, 내일모레가 불혹인데 술만 먹으면 애가 돼서… 장남이 자꾸 장난이나 치고 그러니까 정규 정환이 앞에서 위신이 안 서잖아요. 좀 어른스럽게 말할 수 없수?”

“힝입니다.”

둘째는 그는 무시하고 올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보다 액받이의 태도가 차라리 어른스러웠다.

“올린, 별채에 가서 붉은 회초리 가져와, 7분 준다.”

하고 명령했다. 올린은 벌벌 떠느라 몸을 일으킬 때 두 번이나 헛발질하고서도 후다닥 뛰어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둘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재밌어 죽겠는 얼굴을 한 형에게 물었다.

“무슨 쿠키를, 어떻게 서른 개나.”

“쿠키를 서른 개 먹은 게 아니라, 쿠키 서른 개에 달린 아몬드를 떼 먹은 거야. 왜, 응접실 트리에 쿠키 매달려 있잖아. 배고픈 놈한텐 그 냄새가 달콤했겠지.”

둘째는 가여운 생각이 들었음에도 짐짓 코웃음을 쳤다. 거기 달린 지 열흘은 넘었을 먼지 쌓인 게 먹을 것으로 보였다니 밥 굶는 게 고달프긴 한 모양이었다. 앞으로 뭘 잘못하면 차라리 때릴지언정 굶기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첫째는 동생이 가져온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술꾼처럼 빨간 얼굴로 낄낄거렸다. 둘째는 물었다.

“응접실에 늘 차려져 있는 간식이나, 콘솔의 과일바구니도 탐 안 내면서 갑자기 쿠키는 왜.”

“제 딴엔 안 걸리려고 머리 쓴 거야. 단추도 세 알 중 맨 밑에 것만 다 떼 먹었어.”

“서른 개면 한 번에 먹은 것도 아니네, 며칠간 몰래 먹은 거야?”

“어.”

그러더니 그는 눈물까지 흘려 가며 웃었다.

“상또라이 아니냐.”

정비는 굶주린 올린이 응접실의 트리 근처를 얼쩡거리는 것을 상상했다. 처음에야 떼어 먹은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먹었겠지. 설탕 입힌 아몬드가 달아서 황홀해했을 표정을 생각했다. 그다음엔 고용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몰래 쿠키에서 단추 하나를 똑, 떼어 내서는

“옴뇸뇸 아껴 먹었겠지? 다람쥐처럼.”

첫째가 말하는 사이에, 올린이 차가운 공기를 몸에 한가득 묻히고 돌아왔다. 한겨울의 정원을 발가벗고 뛰어온 바람에 콧잔등이며 무릎이며 발가락이 빨갰다. 두 손으로 움켜쥔 것은 손잡이에 붉은 가죽이 감긴 회초리였는데, 몸체는 따로이 기름 먹이지 않았는데도 하도 많이 사용되어 반질반질 윤이 났다.

“7분 준다고 했는데, 9분 걸렸네.”

속도 모르는 형이 즐거워하는 목소리로 올린을 놀렸다. 올린은 갑작스럽게 따뜻한 곳에 들어오는 바람에 놀란 폐로 히끅, 하고 딸꾹질을 했다.

“눈사람 단추 서른 개 따먹었으니까 서른 대에, 2분 늦었으니까 두 대 추가하면 몇 대야.”

“도, 도련님! 서른 개는 정말, 아닙니다….”

다급한 목소리를 내고 다시 딸꾹, 하는 게 정말 하찮고 비루해 보였지만 올린은 절박했다.

“주방에 확인했어. 눈사람 서른 개 달았다던데?”

“아닙니다, 도련님, 위에 있는 것들은 손이 안 닿아서 못 따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무 앞에 있는 건 안 먹었어요….”

두 도령은 올린의 자기변호에 입술을 어금니를 깍 깨물고 눈을 질끈 감으며 웃음을 참았다. 그 인내의 끝에, 감쪽같이 목소리를 갈무리한 둘째가 물었다.

“그럼 몇 개나 먹었어.”

“여, 열셋… 아 아니, 열, 네엣… 잘못했습니다….”

둘째는 대나무 회초리로 엉덩이를 후려칠 횟수가 열네 번에다 두 대 추가, 총 열여섯 번으로 준 것에 크게 안도했다. 굶는 놈을 서른 대나 때려 주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그런 기색을 보이지는 않고 엄한 목소리를 했다.

“금식 중 섭식에, 도둑질까지 하다니, 올린, 벌 받을 각오는 했겠지?”

각오 같은 거 했을 리가 없었다. 배가 너무 고픈 데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마침 손 닿는 곳에 쿠키가 달려 있어 눈이 뒤집혔을 뿐이었다. 아몬드를 오독오독 씹는 현장을 첫째 도령에게 걸리지만 않았어도 매 안 맞을 수 있었다. 각오 한 개도 안 했다. 맞기 싫었다.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올린은 대답을 교묘히 피하며 바짝 엎드렸다. 둘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초리를 받아 들며 명령했다.

“책상 위에 팔꿈치 대고 엎드려.”

*

셋째 도령은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꽤 마음에 들었던 애인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크리스마스이브에 애인을 차는 독한 인간도 있다니, 그는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소리 내 불평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맞고 차여도 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양다리 걸친 것을 들켰기 때문이었다.

양다리의 상대는 한 살 위의 형이었다. 그러나 그와는 그저 쿨하게 즐기는 사이고,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몰차게 자신을 쫓아낸 여자다. 갈 데 없어진 그는 순간 형한테 지금이라도 연락해 볼까 하다가, 생각만큼 동하지 않아 그만뒀다. 이럴 땐 말 잘 듣고 귀여운 액받이나 데리고 노는 게 장땡이다.

“애기 어딨어요.”

별채에 쳐들어가 물었다. 큰형에게 불려 갔다는 말을 듣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길이 멀었다. 본채 현관에 머플러를 떨구고, 코트를 벗어 고용인에게 아무렇게나 안겼다. 시계는 풀어 복도의 콘솔 위에 툭 던졌다. 계단에 장식된 큼지막한 금 종을 하나 뜯었다. 검정 공단 리본에 붉은 열매와 푸른 잎 장식이 같이 딸려왔다.

“형, 나 들어가요.”

아직 안 자는 거 다 알았기 때문에, 말하는 동시에 문을 열어젖혔다. 올린을 안고 있으면 같이 뛰어들려는 심산이었는데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진짜 잘못했어요, 이제 안 그래요 도련님, 흐어엉-.”

이쪽을 향해 단단한 등을 보이고 선 것은 둘째 형이요, 긴 의자에 반라로 드러누워 킬킬대는 것은 첫째 형이다. 그런데 둘째 형 앞에 바짝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비비는 건 어디서 주워 온 물건인지 모르겠다.

“엉엉,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올린은 태도가 좋은 편이었다. 가풍을 교육받은 역사가 짧은 것치고는 늘 단정하고 침착한 걸 보면 태생이 그런 모양이었다. 무섭고 아픈 일을 당해 눈물 콧물을 쏟더라도, 품위 없이 손바닥을 비벼 가며 매를 덜어 달라고 애원하는 천박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의 그는 빌다가, 제 울음을 먹느라 힉, 힉, 하는 불쌍한 소리를 내다가, 다시 빌고 있었다. 처음 보는 꼴이 우습고 놀라웠다.

“형 쟤 돌았어요? 왜 저래?”

심기가 불편할 둘째 형을 건들지 않으려, 셋째는 첫째에게 살그머니 물었다. 첫째도 살그머니 대답해 줬다. 술에 취한 채였다.

“맞을 짓 해서 맞기 전에, 내가 술 한 잔 먹였거든. 그랬더니 저러네.”

“아니 애를 얼마나 팼으면. 난 액받이가 저러는 거 처음 봐.”

“패긴 뭘 패, 올린 저거 지금 딱 한 대 맞았어.”

큰형은 웃으면서 졸린 듯 눈을 비볐다. 키득키득 웃는 얼굴을 보다 올린을 향해 선 둘째 형의 등을 바라보니 부들부들 떠는 것도 같았다. 원리 원칙 따지는 둘째 형이 지금 얼마나 열 받았는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셋째는 그 화를 부채질하고 싶어져서 큰 소리를 냈다.

“아, 거- 참, 애를 잡네 잡아, 크리스마슨데 좀 봐주쇼!”

올린의 추태에는 반응하지 않고 보기만 하던 둘째 형이 스으으, 돌아봤다. 살벌한 눈빛에 기가 살짝 죽으면서도 셋째는,

“봐-줬-으-면-좋-겠-다! (짝) 봐-줬-으-면-좋-겠-다! (짝)”

하고 옛날 사람 티를 내며 깐족댔다. 동시에 회유도 잊지 않는다.

“형도 손 아프잖아요. 우리 그냥 아가한테 쇼 하나 시키는 거로 봐주자.”

“안 돼. 애 버릇 나빠져.”

“흐엉- 안 그래요-.”

숨죽였던 올린이 다시 우는소리를 했다. 둘째가 움칠했다. 셋째가 우쭈쭈, 하며 달랬다.

“아가, 궁뎅이 많이 아프니?”

“흐끅, 네에, 도련님.”

“볼기 좀 보자, 도련님 잘 보이게 엎드려 봐.”

네발로 기어 엉덩이를 쳐드는 몸짓이 재발랐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면 저렇게 재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엉덩이 한가운데 그어진 짙푸른 매 자국은 물론 대단히 아파 보이긴 했다. 단 한 번에 저렇게 피멍이 들고 부풀어 오를 정도니 더 맞는 게 엄두가 안 날 만도 했다.

“몇 대 더 맞으면 피 나겠어, 형 그러지 말고 이번만 봐줘요.”

“맞아, 술 먹었잖아.”

술 먹인 본인의 눈치 없는 지원에 둘째 형은 오히려 위협하듯 회초리를 쌔액, 휘둘렀다. 올린은 엉엉 울며 바닥을 짚은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버렸다. 분홍색 발바닥 위에 얹힌 말랑말랑한 볼기가 움찔움찔 떨었다. 아몬드 열네 알의 덕인지 볼기가 아주 조금 토실토실해진 것도 같았다.

“안 돼. 그럴 생각 없어. 올린, 팔꿈치 책상 위에. 자세 유지 못 했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첫째와 셋째가 동시에 아, 하고 탄식했다. 정말 안타까워서라기보다는 재미있어하는 목소리였다. 올린은 눈물과 콧물을 크헝 흐킁 들이마시고 개마냥 낑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느릿느릿 책상에 팔을 짚고 맞기 시작하는데 소리가 심상찮았다.

“아흐흐흑, 스으읍-.”

평소 조용하던 올린은 어디 갔는지, 매 한 번 맞고는 힘껏 고개를 젖히며 매운 것 먹듯 혀 위로 찬 숨을 들이켜는 게 요란스러웠다. 휘익, 짜악 하고 내리친 둘째는 순간 그 태도에 할 말을 잃고 바로 내리치려던 회초리를 허공에 멈췄다. 올린은 심상찮은 기색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발을 자꾸만 들었다 놨다 했다.

“입 다물어. 올린 너 지금 왜 혼나고 있어.”

“으흐으. 금식 기간에, 명령을 어기고,”

겨우 제정신을 차려 대답하던 도중에 연달아 세 대의 매가 떨어졌다. 악, 아흐, 아악, 예상치 못한 순간에 떨어진 강한 매를 맞은 살갗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어리광부리느라 흐르던 눈물이 순수한 고통으로 인해 수도꼭지 연 듯 퍽, 터져 나왔다. 저도 모르게 책상을 짚은 팔이 떨어져 엉덩이 쪽을 향하자 도련님이,

“올린. 손.”

하고 경고했다. 터진 살을 한 번 쓰다듬지도 못한 손을 책상에 다시 가져간 올린이 끅끅거리며 서러운 울음을 울었지만, 혼내는 사람은 가차 없었다.

“혼나는 이유.”

“금식 기간에, 흐윽, 눈사람 과자….”

말이 떨어지자 또다시 아픈 매가 떨어졌다. 손속을 두지 않고 후려친 매질은 앞의 세 번과 같은 자리를 때리고 떨어져 나갔다. 맞아서 부은 데에 새로운 멍이 더해지는 고통에 올린은 저도 모르게 책상 모서리에 하반신을 바짝 붙이며 도망쳤다. 매질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하체가 흔들리는 동안,

“아흐, 으흐… 흐….”

하는 신음을 흘리는 게, 마치 자지를 모서리에 비비며 수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자세, 엉덩이 내밀어. 고개 들어.”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움츠러든 자세를 바로잡는 지시가 떨어졌다. 올린은 콧물과 눈물이 칠갑 된 얼굴을 들고, 간신히 어깨를 내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더. 더 내밀어. 팔꿈치 책상에. 어허, 똑바로 못 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말로만 교정하던 도련님이, 마지막 물음에는 회초리로 등허리를 꾹 눌렀다. 놀라서 얼른 엉덩이를 쑥 내밀고 상체를 조금 더 숙인 올린의 뒤로부터 느긋한 첫째 도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항문 안 보인다, 올린. 다리 벌리고 맞자.”

흐극… 울음을 삼키는 몸이 상체를 더 숙이고 다리를 벌리자 벌써 장액으로 젖은 채 빠끔히 열린 구멍이 드러났다. 그 자세로 잠시 가만히 두니 서러웠는지, 울다가 히끅, 하고 숨을 들이켤 때 항문이 한 번 크게 열렸다가 꼬옥 닫혔다.

“우리 아가 구멍 벌렁거리네, 불쌍해라 얼마나 자지가 고팠으면… 형, 지금 박으면 안 되죠?”

“되겠냐. 벌 끝나고 박아.”

“지금 딱 좋게 젖었는데….”

셋째 도령이 아쉬워하는 소리에 올린은 크흑 하고 코를 들이켰다. 둘째 도령은 그런 소리는 무시하고, 올린을 향해

“계속해.”

했으나, 올린은 차마 말하지 못해 우물쭈물했다. 왜 혼나는지 말할 때마다 회초리가 떨어지는 것을 두 번이나 겪었으니, 너무 무서워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올린.”

“모, 몰래… 훔쳐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매가 늦었다. 벌린 다리 사이를 회초리가 훑는 느낌에 허벅지를 벌벌 떨다가 불시에 맞이한 매는 무자비하고, 빠르고, 뜨거웠다.

“아흑, 아윽, 아흐으-윽!”

이번에는 세 대로 끝나지 않았다. 고개를 젖혔다가 숙이고 허리을 뒤틀고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이며 남은 매를 연이어 맞았다. 맞는 순간의 신음이 울음 섞인 비명으로 변하는 동안 희던 볼기에 푸르고 굵은 매 자국이 새겨졌다.

둘째 도령은 길어지는 체벌이 지루하고 짜증스러워 빨리 끝내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쉼 없이 몰아쳐진 올린은 조그맣고 동그란 볼기짝을 제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어 대야 했다. 아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몸이 자세를 과하게 무너뜨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자세!”

하고 단호히 지적하면서도 매는 끊이지 않았다. 올린은 아이처럼 울면서도 그런 소리에 반응하여 엉덩이춤을 추던 것을 간신히 멈추고 다시 볼기를 내밀었다. 시퍼렇게 부풀어 오른 자국들에서 타는 듯한 아픔이 피어올랐다.

“흐아!”

마지막 매는 유독 아프게 느껴졌다. 올린은 속으로 헤아리던 매가 끝나자마자 큰 숨을 들이쉬고는, 덜덜 떠는 허벅지를 모아 붙이며 주저앉았다. 그나마 손은 책상 모서리를 겨우 붙든 채였다.

둘째 도령은 맞을 때에 비해 조용히 울고 있는 몸을 내려다보았다. 웅크린 등에 갈비뼈가 돋을 정도로 마른 몸이 들썩이는 꼴이 입맛이 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 잘못에 사흘이나 굶긴 건 과했다. 그러나 과한 명령이라도 복종해야 하는 게 액받이의 도리, 지금의 벌은 아니 줄 수가 없는 벌이었다.

“뭘 잘했다고 울어, 뚝 그쳐.”

그는 회초리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치려고 애쓰느라 끅끅거리는 몸은 그러나 단번에 울음을 갈무리하지는 못했다. 달각 소리를 내며 굴러간 회초리가 멈추자, 첫째 도령이 말했다.

“벌은 끝이네.”

말없이 손을 주무르던 둘째가 끄덕였다. 서럽게 울음을 먹던 올린에게 새로운 지시가 떨어졌다.

“자, 그럼 올린, 이제 침대에 올라가 좆 받을 준비해. 예쁘게 맞았으니까 도련님 자지 넣어 줄게.”

“예쁘게 맞기는, 자세 엉망이었는데.”

으극, 크흑, 울음을 삼키려 애쓰는 그대로 비틀비틀 일어선 올린을 내려다보며 둘째가 말했다. 신랄한 말투에 목을 움츠린 올린은 감히 둘째를 올려다보지도 못하고 절뚝거리다 셋째의 손에 붙잡혔다.

“잠깐만, 이거부터 하고.”

목이 조금 졸리도록 꽉 둘러진 것은 그가 들고 온 금색 종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딸랑거리는 게, 안에는 방울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빨간 열매와 초록 나뭇잎으로 장식된 종만 목에 단 채 발가벗은 올린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린 셋째는 킥킥 웃었다.

“존나 귀여워. 아가, 허리 손, 해 봐.”

어린아이들이 율동하기 전에 취하는 자세처럼 손을 올려 주는 대로 올린은 선선히 따랐다. 사실 아직 콧물을 들이켜 가며 우느라 몸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잘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는 울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쿨쩍거리면서도 손을 허리에 올리고, 셋째 도령이 좌우로 흔드는 대로 몸을 놀렸다.

“이 녀석, 성의가 없네. 자지가 휘둘리도록 세게 움직여야지.”

무릎까지 굽혀 가며 좌우로 움직이는 어설픈 움직임에 웃음이 터졌다. 올린의 매 맞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여태 미간을 찡그리고 섰던 둘째마저 웃었다. 시퍼런 멍이 올라온 볼기가 씰룩쌜룩 노는 리듬에 따라 자지가 출렁출렁 흔들렸다.

“그렇지. 이제 율동하면서, 캐롤 불러 봐.”

“흐윽,”

“징글벨, 그거 불러 봐.”

올린은 코를 훌쩍이며 시키는 대로 했다. 아직도 볼기가 너무 뜨거운데, 목에는 종을 매달고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자지를 휘두르며 춤을 추려니 그것만으로도 고역이었다. 그치만 노래를 하라시니, 하는 수밖에.

“징글, 힉! 벨- 징글, 벨- 으응….”

다음의 가사를 몰라서 웅얼거리는 소리에 셋째 도령이 소파에 자빠지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술 냄새가 훅 끼치도록 취한 막내가 머리에 루돌프 뿔 모양 머리띠를 쓴 채

“올린 여깄다매여!”

하고 소릴 질렀다. 그리고는 갈지자로 걸어와서는 올린의 정수리부터 목덜미까지를 묵직하고 아프도록 쓰다듬다가,

“아이 우리 올린이 예쁘다.”

하면서 제 머리에 올려져 있던 머리띠를 올린의 머리 위로 옮겨 씌웠다. 술 냄새 나는 입술이 올린의 눈물과 콧물을 빨아 없애고 떨어져 나갔다. 셋째가 웃으면서 올린의 사진을 찰칵찰칵 찍고는 친절하게도 알려 주었다.

“종소리, 울려라, 라고 불러.”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또 가사를 몰라 웅얼거리는 걸 내내 보고만 있던 첫째 도령이 뒤로부터 다가와, 올린의 다리 사이를 철썩 올려 치고 손바닥으로 항문으로부터 낭심까지를 은근하고 거세게 압박하여 흔들었다.

“으흐응….”

올린은 허리에 올린 손을 내리지 못한 채, 그 압박에 굴복하여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움찔거렸다. 목에 달린 금종이 딸랑딸랑 울었다.

“모, 못해서, 죄송,”

“괜찮아. 넌 뭘 잘해서 예쁨 받는 게 아니니까.”

그는 엉덩이를 맞는 동안 잔뜩 젖어 질척대는 항문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마구 흔들며 그대로 올린을 몰아 침대에 눕히고는, 이미 벌어진 가운 사이로 고개를 내민 거대한 자지를 항문에 맞추어 댔다. 둘째는 안 할 것 같이 시침을 떼더니 벌써 벨트를 철컥거리며 무릎걸음으로 침대 위를 오르고 있었고, 제일 늦게 들어온 주제에 제일 발 빠르게 올린의 가슴에 자리 잡은 막내는 벌써 올린의 젖꼭지를 이로 잡아당겨 제 입에 꽉 채우도록 물고 빨았다.

“아 씨, 나는.”

볼멘소리와 달리 별로 급하지 않은 기색으로 다가든 셋째 도령은, 아픈 엉덩이로 첫째 도령의 자지를 받느라 발발 떠는 하반신과, 한쪽은 쭉쭉 빨리고 다른 쪽은 꼬집히는 젖꼭지, 그리고 거대한 둘째 도령의 자지가 비벼지고 있는 흰 얼굴을 주욱 훑어보았다.

올린은 방금 자신을 아프게 매질한 도련님의 자지를 받겠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둘째 형은 삽입할 생각이 없는지 올린의 감긴 눈을 쿡쿡 찌르고 동그란 뺨을 퍽퍽 치고 귀와 귀로부터 이어진 수손한 얼굴의 선을 따라 그었다. 물론 손이 아니라, 육중하게 부푼 자지 끝으로였다.

“으응… 응….”

막내는 모유에 고픈 어린애처럼 젖 나올 리 없는 판판한 가슴에 집착했다. 발기한 유두에 딱밤을 먹이고 꽉 잡아 쥐어뜯으며, 다른 쪽은 날름날름 핥고 쭉쭉 빨았다. 손가락 사이에서 짓뭉개진 유두는 납작하게 눌린 채 솟았다가, 다시 모진 손가락에 팍 퉁겨졌다. 젖이 약한 올린이 그 아픔에 아래를 꽉 조이자 자지를 아래에 처넣던 첫째 도령이 으윽, 하고 한순간 신음했다.

“올린, 힘 빼.”

명령받자 바로 그대로 했지만, 올린은 마음대로 구멍을 조였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다. 첫째 도령의 손이 방금 매 맞은 볼기를 한 손으로 쥐어짜듯 비틀었다.

“흐앙, 으으… 으앙….”

한 손은 둘째 도령의 손과 깍지를 끼고 있었으나 다른 한 손은 자유로웠다. 올린은 그 손으로 고문당하는 볼기를 구원하려 더듬거리다가 더 혼이 났다. 첫째 도령이 그 손을 잡아 올려 깨물려다가 막내의 항의를 받고 행동을 멈췄다. 막내는,

“하지 마!”

하고 자리가 좁다고 짜증을 내며 젖꼭지에 탐닉할 자리를 확보했다. 내내 보고 있던 셋째가 첫째에게 물었다.

“내가 깨물어요?”

“어. 정신 차리게.”

“손 말고 팔 문다?”

“올린아, 정규가 네 팔 물 거야, 피 날지도 몰라.”

순간 바짝 긴장하여 눈을 뜬 올린의 기척을 알아본 둘째가 만류했다.

“살살 물어, 애가 놀라서 구멍 좀 조일 수도 있지 뭘 그리 하나하나 쪼잔하게 벌을 줘.”

아몬드 몇 알 훔쳐 먹었다고 엉덩이가 터지도록 회초리질하신 분의 말씀이었다. 덕분에 올린은 셋째 도령의 잇자국이 빨갛게 남을 정도로만 팔을 물린 다음 그 손이 셋째 도령의 자지를 잡고 흔드는 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었다.

셋째 도령은 자꾸만 늘어지는 올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덧대어 잡고 자위하듯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러면서 바라본 올린의 아랫배는, 첫째의 자지가 들 때마다 불쑥불쑥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자지가 들었을 때 때리면 안이 뒤집어 놓은 뱀처럼 꿈틀댄다던데, 정말 그런지 보고 싶었다.

“형, 하아… 형 자지 들어갈 때 애기 배 때려도 돼?”

첫째는 흐린 눈으로 동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쑤시던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뒤로 몸을 뺐다가, 엉덩이에 힘을 잔뜩 주며 콰아악 쑤셔 넣을 때 셋째가 주먹을 들어 올린의 배를 쾅, 내리쳤다.

“아아악!”

“헉!”

“야.”

“아, 형, 아 씨.”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되, 각자 리듬을 갖고 흔들리던 네 명의 몸이 일제히 멈췄다. 올린의 몸이 반사적으로 오그라드느라 둘째 도령의 자지를 이로 긁은 모양이었는데, 그는 귀두에 긁힌 상처를 살필 뿐 올린에게 화풀이하지는 않았다.

막내는 올린이 온몸을 힘껏 뒤트는 바람에 입에 물었던 젖꼭지를 실수로 찢었다. 여린 살에서 피가 흐르는 걸 빨아 주며 그는 존나 변태같이 애 배를 왜 패냐고 중얼거렸다. 그러는 그도 예전에 올린을 묶어 놓고 배꼽을 과녁 삼아 야구공을 던지는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다.

“으윽… 정규야 한 번 더 해 봐.”

올린의 배 속에 든 자지를 함께 얻어맞아 헉, 하는 소릴 지른 첫째가 요구했다. 입구뿐 아니라 안쪽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조여들어 꿈틀거리는 감각이 마음에 들어 한 요구에 동생은 되바라지게도,

“형 자지도 같이 맞는 느낌이라 좋수?”

하고 장난스럽게 웃다가 볼이 쥐어 잡혀 흔들렸다. 둘째와 막내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와중에 첫째가 쿠욱, 깊이 삽입하고 그 아랫배를 셋째가 쾅, 울릴 정도로 주먹질하기가 여러 번, 올린의 배에 둥글고 검은 멍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첫째가 만족스럽게 토정하는 걸 본 그들은 자리를 바꾸기로 했다.

배를 주먹질 당하는 액받이의 속이 얼마나 꿈틀거리는지 느끼기 위해, 도령 중 하나는 올린의 머리 위에 앉아 두 팔을 구속했다. 다른 도령은 젖꼭지를 번갈아 꽉 꽉 깨물고 쭉쭉 빨아 올린의 아래가 더 젖도록 도왔다. 또 하나는 삽입하고, 마지막 도령이 배를 주먹질하는 동안 빨갛게 달아올라 빳빳하게 섰던 올린의 자지 끝에서 묽은 액체가 흘렀다.

“싸지 마, 올린, 참아.”

다정한 목소리가 주의를 주었다. 올린은 들어 올려진 채 꽉 잡힌 자신의 팔에다 얼굴을 비벼 눈물을 닦아 내며, 배에 떨어지는 벅찬 주먹질을 받아 냈다. 내장이 위로 치받쳐 오르는 삽입 중의 매질은 안을 온통 엉망으로 헤집고 뒤집어 놓는 고통을 남겼다. 그런데도 나중에 받을 호된 벌을 감수하고서라도 뱉어 버리고 싶은, 자지 끝에 맺힌 열기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도련님들이 모두 씻으러 가셨지만, 올린은 씻는 걸 허락받지 못했다. 머리카락과 얼굴, 겨드랑이와 배꼽, 항문과 오금, 발가락 사이까지 정액에 젖은 채 올린은 홀로 남겨졌다. 입 안에는 초콜릿 한 조각이 물려 있었다. 정액 범벅의 혀 위에서 초콜릿은 달게 녹았다.

잘 빨면 초콜릿 준다는 셋째 도련님의 말씀에 성심성의를 다했다. 거꾸로 뒤집힌 얼굴에 낭심부터 들이대는 바람에 그것부터 입에 넣고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세게 빤다고 야단하시던 분이 나중 갈수록 더 세게 빨지 못한다고 혼을 내셨다.

“잘, 빨면, 상을, 주마….”

헐떡이며 하시는 말에,

“무슨 상 줄 건데?”

한 것은 올린이 아니라 다른 도련님 중 한 분이셨다. 셋째 도련님은 한동안 으윽, 크흑, 으읏… 하고 올린의 목구멍을 쑤시다가 문득

“초콜릿 한 조각이면, 으윽, 족하지 않겠어.”

하셨다. 올린의 야망이 고개를 들었다. 초콜릿, 반드시 먹고 말겠다.

식도로 삼킨 자지를 조이기 위해, 올린은 제 목, 울대 위에 얹힌 금색 종을 자기 손으로 눌렀다. 특정한 각도로 삽입한 후 울대 위를 세운 손날로 눌러 목 조르듯 하며 삼키면 안에 든 좆에 극상의 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예전에 조교들에게 배웠다.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올린은 제 손목만 한 굵기의 실리콘 딜도를 목에 처넣고 몇 날 며칠을 공부했다. 못하면 가느다란 회초리로 울대와 쇄골뼈를 후려 맞았다.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크흑… 으, 올린, 잠깐.”

울대를 누를 때마다 딸랑딸랑, 종에서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더 세게 누르며 안에 든 것을 삼켰다. 셋째 도령이 문득 올린의 양 손목을 잡기에, 올린은 울대를 누르던 손을 멈췄다. 제 호흡에 스스로 가하던 학대가 멈추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올린은 눈을 깜빡여 눈물을 털어 내며 쾌감에 젖은 셋째 도련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도련님들이 정액을 분출하실 때 짓는 표정들이 있었는데, 그 얼굴들은 다들 달랐지만 하나같이 귀여웠다. 잔뜩 화가 난 사람처럼 이를 악물고 콧등 위에 주름이 지도록 찡그리는 도련님의 얼굴을 감상하면서 올린은 생각했다. 초콜릿 획득이었다.

그렇게 얻은 귀한 초콜릿을 깨물어 먹을 수는 없는 법, 정액의 맛과 섞인 달콤함을 천천히 음미하며 올린은 얌전히 기다렸다. 많이 맞은 아랫배를 양팔로 감싼 채였다. 사슴뿔 머리띠 위에 얹혔던 정액이 느리게 흘러 눈썹에 고였다가 다시 아래로 툭, 떨어졌다. 질척거리는 구멍에서는 도련님들의 정액이 질질 새는 감각이 미지근했다. 네 명의 정액이 여러 번 흩뿌려진 몸에 자지는 아직도 비스듬히 서 있었다. 당연하게도 올린은 한 번도 사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린은 슬쩍 손을 들어 목을 꽉 조인 공단 리본과 피부 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조금 만들어진 틈으로 숨을 트니 살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자지가 저절로 가라앉을 것을 알았으므로 아래의 뜨거운 근지러움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네 분 도련님 중 가장 먼저 올린 곁으로 돌아온 정환은 달랐다. 그는 아직도 머리가 젖은 채, 상쾌한 향기를 풍기며 걸어 들어와서는 온몸이 정액 범벅인 올린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으, 정액 냄새. 엄청나구만.”

자신들이 싸 놓은 것을 모르는 양 경멸하는 목소리가 가차 없었다. 그러나 올린은 지쳤을 뿐 부끄럽지는 않았다. 원래 액받이의 일이 이런 것인데, 자신의 소임을 열심히 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올린아 자지 만져 줄까?”

그는 못된 소리를 한 직후에 은근한 눈을 했다. 발갛게 달아올라 솟은 자지에 손을 뻗어 툭 때리면서였다. 요새 정환은 툭하면 올린의 자지를 가지고 손장난질이었다. 원하지 않는 사정을 할 때마다 죄를 짓는 기분에, 올린은 부디 하지 말라고 빌고 싶으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입안에 가득 찬 초콜릿의 맛 때문이었다.

막내 도령은 탄력 있고 잘생긴 좆을 손안에 살며시 쥐었다가,

“아으, 느낌 존나 좋아.”

하고 감탄하며 다시 손을 더 단단히 감았다. 올린은 이제 꼼짝없이 막내 도련님의 손에 사정 당하겠구나 생각하며 체념했다. 좋을 대로 하시어요, 하는 눈으로 눈을 떨구자 도련님은 킥킥 웃으면서 귀두 근처를 엄지손가락으로 쓸고, 이내 느리게 위아래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령들이 싸 놓은 정액이 자지에도 묻어 있었으므로, 손으로 문지르는 동작이 뻑뻑하지 않았다.

올린은 떨군 눈을 질끈 감았다. 철벅철벅 소리가 나도록 자지를 흔들어 대는 손은 크고 따뜻하고 아주 조심스러웠다. 잘못 만지면 곧은 자지의 모양새가 잘못되기라도 할 듯, 쫙쫙 뽑아 대는 것 같은 용두질이 섬세했다.

올린은 목 안에 둥글려 올라오는 신음을 마음껏 흘려 내다, 정말 이제 곧 사정할 것 같은 순간에 흐린 눈을 뜨고 도련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단히 열중하여 아랫입술을 조금 내민 얼굴에 옆으로 길고 예쁜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아주 어렸을 적에 보육원에서 같이 자랐던 동생이 개미 볼 때 지었던 표정하고 비슷했다. 흥미로워하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싸, 올린. 지금.”

명령과 동시에, 올린은 무리하여 참지 않고 정액을 내보냈다. 핏, 피핏, 솟구친 정액이 이제 막 샤워를 마친 도련님의 앞머리에 튀었다. 그것을 떨어 내려 하다가 도련님이 웃었다. 다른 도련님 몰래 올린을 사정시키곤 하는 도련님은, 올린이 열락에 오른 직후에 덩달아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올린은 잠시 기운이 빠져 허리를 구부정하게 웅크린 채 헐떡였다. 사정의 순간 저절로 튀어나온 혀끝이 뾰족했다. 세모나게 보이는 발간 혀를, 도련님이 가만히 다가와 핥았다. 올린의 얼굴에 범벅된 정액이 자신에게 묻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혀를 가만히 빨고 입술에 입술을 맞추어 주는 태도는 정중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윽고 그 입술은 물러났다. 흐린 눈을 한 몸을 훑어보았다. 이미 정액 항아리에 담겼다 빠져나온 듯 젖은 몸에 올린의 정액 한 움큼이 더 튀었다고 해서 사정한 게 티 나지는 않았다. 형들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 확신한 막내는 기분이 더 좋아졌다. 손에 들었던 머그잔을 올린의 입가에 대어 주며,

“마셔. 너 먹이려고 일부러 가져온 거야.”

하고 생색을 냈다. 오늘은 매를 맞긴 했어도, 대단히 횡재하는 날인 모양이었다. 다디단 초콜릿 음료를 꼴딱 꼴딱 얻어 마시며 올린은 연신 문 쪽을 흘깃거렸다. 아직 둘째 도련님의 금식령이 거두어지지 않았다. 원래의 명령이 유효하다면, 올린은 이 음료도 마셔서는 안 됐다.

엉덩이가 부르트고 피멍이 돋도록 매를 맞아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술기운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거절당하긴 했어도 난생처음 회초리를 거두어 달라 빈 것도 마찬가지였다. 올린은 아무리 취했더라도 자신이 미친 짓을 해 대는 것은, 금지된 것들을 틈틈이 제공하면서 이렇게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는 정환의 영향도 없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입가에 묻은 것을 닦아 주는 손길에 남탓 대장의 목에 걸린 종이 딸랑 딸랑 울었다.

첫째 도령과 셋째 도령은 각각 큼지막한 지팡이 모양 박하사탕과 화려한 초콜릿 상자를 들고 왔다. 올린은 아랫입에다 사탕을 먹여 주겠다는 첫째의 말에 정액이 가득한 엉덩이를 번쩍 치켜들었다.

사탕을 넣기 전에 안을 청소하기 위해 첫째는 새 칫솔을 하나 뜯었다. 거친 모가 안을 박박 긁는 동안 올린이 제 볼기를 쥐어 벌리고 울며 버티는 것을 그는 사랑스러워했다. 삭삭 칫솔이 점막을 할퀴는 소리에,

“아욱…. 흣,”

하는 꽉 눌러 참는 신음이 섞였다. 플라스틱 모 한 올 한 올이 내벽을 할퀴어 내는 따가움 끝에 굳어 가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잘 참는데? 다음에는 변기용 솔로 세척해 보자.”

마지막에는 거즈 손수건을 칫솔에 감아 안을 훑어 내면서 첫째 도련님이 중얼거렸다. 칫솔질에 심드렁한 얼굴을 하던 정환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어디 지저분한 공용 화장실에다가 발랑 뒤집어 묶어 놓고, 구멍에다가 소변을 싼 다음에 변기 솔로 안을 쑤셔야겠다는 영감이 순식간에 머리를 채웠다. 친구들을 동원해서 진짜 변기처럼 취급하면 재밌을까. 아니, 그런 뒷맛 떫은 짓은 그만두더라도.

실제로는 새 솔로 쑤시겠지만 다른 변기를 청소하던 더러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아 줄 것이다. 그걸로 얼굴을 먼저 문지른 다음, 젖꼭지를 싹싹 비빌 것이다. 그럼 올린은 울겠지. 아주 많이 울 거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올린은 못된 짓을 구상하는 게 분명한 정환의 얼굴을 곁눈질하며 불안해했다. 그리고 첫째를 향해 얌전히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지팡이처럼 끝이 굽은 박하사탕은 꽤 컸다. 못해도 올린의 손으로 한 뼘은 되어 보였다. 끄트머리가 사탕치고는 굵다고 하나 평소에 들락거리는 것들에 비해서는 가늘었기 때문에, 올린의 엉덩이는 그걸 쉽게 물어 삼켰다.

항문 밖으로 둥글게 굽은 손잡이 부분만 남겨지자 첫째 도령이 그걸로 안을 쑤셔 주었다. 처음에는 그저 딱딱한 막대 같던 것이 체온에 녹자 아래를 홧홧하게 달궜다. 박하의 뜨겁고도 차가운 느낌에 안 그래도 칫솔에 상처받은 내벽이 자극받아 올린은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으앙 앙 응 울었다. 셋째가 아하하, 귀엽게 뭐야, 하면서 으앙 앙 응 하고 방금 올린이 낸 소리를 따라 했다.

둘째 도령이 들고 온 것은 잣죽이었다. 금식을 지시한 분이 주신 음식이 그나마 가장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배가 고파 쿠키에 달린 아몬드까지 떼어 먹을 정도로 방치한 것을 속으로만 미안해하며, 그는 김이 오르는 잣죽을 올린의 앞에 놓아 주었다. 셋째가 선곡한 캐럴이 흐르고, 네 도령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즐겁게 환담을 나누는 동안 올린은 개처럼 혀를 사용해 죽을 싹 비웠다. 잣죽이 담겼던 그릇 바닥을 설거지하듯 싹싹 핥을 때, 쳐들린 궁둥이에 삐죽 솟아 나온 지팡이를 문 항문이 뻐끔거렸다.

잣죽 그릇을 빼앗은 셋째 도령은 파자마 바지를 던져 버린 채 벗은 아래를 올린의 입가에 들이댔다. 물론, 그 전에 들고 온 초콜릿 상자를 보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까 그거 맛있었지? 이번에도 잘하면 이거 전부 네 거야.”

한때 식도를 열지 못해 모질게 매 맞은 적이 있던 현재의 펠라 마스터는 결연하게 눈을 빛냈다. 불알부터 핥아 가는 그 얼굴을 보고 술 마시던 도령들이 와, 저놈 성심을 다하는 거 봐, 저거 저거 저 혓바닥에 기합 들어간 거 봐, 하는 농담들을 하며 하하 웃었다. 정환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애 좀 쉬게 해 주지!"

하고 형들을 타박했다. 그런 주제에 자신은 위에 입었던 반소매 티셔츠를 벗고, 엎드린 올린 뒤에 딱 붙어 서고 있었다. 올린은 곧 후배위로 박힐 생각에 정환이 뒤에 꽂힌 박하사탕 지팡이를 빼내 주시려나, 아니면 이대로 박아 안에서 사탕을 깨뜨려 버리시려나 하고 궁금해했다. 어느 쪽이든 몹시 아프고 무진장 기분 좋을 것 같았다.

정환의 자지는 살짝 위쪽으로 휘어서, 후배위할 때 쑤셔지는 곳이 딱 특정적으로 있었다. 도련님들의 몸에 익숙한 올린은 아직 넣기도 전에 곧 눌릴 그곳이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정액 묻은 젖꼭지가 제멋대로 발기했다. 올린의 손이 두 개의 발기체 중 하나를 제 손톱으로 슬며시 긁었다. 왈칵 아래가 젖어 들었다. 이제 곧 정환의 자지가 배 속, 척추에 가까운 어디쯤을 수백 번이나 짓이겨 줄 것이다. 거기가 두근두근 울며 빨리 해 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슬슬 한 번 더 놀이를 시작하려는 동생들을 향해, 반쯤 드러누웠던 첫째가 몸을 일으켰다.

“어, 얘들아- 형이 깜빡했다, 잠시만.”

술이 떡이 되어서는 만류하는 목소리마저 흐릿했다. 그는 순간 멈칫한 동생들을 밀치고 올린에게로 걸어가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입을 벌려 안의 점막을 확인했다. 그리고서야 서가에서 꺼내 온 것은, 은색 케이스에 고이 들어 있던 주사약이었다. 막냇동생을 툭툭 쳐서 비키게 한 그가 벌어진 채 움찔거리는 올린의 항문에 손을 넣고 흔들어, 내벽에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내며 흐린 음성으로 말했다.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형님이 개발한 히트 상품 중 하나로-.”

올린은 정환이 투덜거리는 소리와 첫째의 취한 음성 사이로 안에 든 사탕이 두 조각으로 뽀각, 쪼개지는 감각을 느꼈다. 도련님이 바깥쪽의 것을 뽑아 냈지만 안에 남은 것은 이제 도련님이 항문에 좆을 박아 주시는 내내 안에 박혀 뾰족한 잘린 단면과 녹아 흐르는 화한 액체로 올린을 괴롭힐 터였다. 아, 진짜 그런 거 다 괜찮으니까 빨리 좀 쑤셔 줬으면 좋겠다.

“구멍을 확장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단 말이지.”

그는 바늘을 안의 점막에 찔러 넣었고, 올린이 느닷없는 뜨끔한 기운에 놀라 퍼뜩대는 것을 말 한마디로 제압했다. 올린, 얌전히. 칫솔로 후벼지고 박하사탕이 박힌 아래에 바늘마저 꽂힌 올린은 얌전하려고 애쓰느라 아랫입술을 깨문 채로 첫째 도련님의 뻐기는 듯한 설명을 들었다. 아래로 약이 흘러들어 갈수록 하반신이 치즈처럼 늘어나는 것 같은 기이한 탈력이 덮쳐 왔다.

괄약근의 이완을 도와 아무리 거근이라도 워놀추수칙이 가능케 하는 약, 이라고 첫째 도련님은 설명했다. …그런데 워놀추수칙이라니 그게 뭘까. 몸의 노련함에 비해 아는 것이 적은 머리가 슬슬 오르는 약 기운 속에 홀로 고민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고민은 별 의미가 없었다. 첫째 도련님의 설명을 들은 나머지 세 분 도련님이 환호하고, 대단히 기뻐하는 기색으로 올린에게 다가드는 걸 보면 아마도 도련님들은 그게 뭔지 잘 아시는 데다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아까 몰래 한 번 사정한 자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올린은 도련님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면 덩달아 기뻤다. 단것도 잔뜩 먹은 데다 사랑하는 네 분 도련님과 함께 있으니, 워놀추수칙을 시작도 하기 전에 자지가 빨딱 설 만큼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메리, 크흑, 아… 몰라, 제발 빨리요 도련님. 올린의 입이 아니라 아래가 재촉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도련님들이 해 줄 때, 희고 기다란 목에 걸린 금 종이 딸랑거리며 오래도록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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