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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손의 떡 (57/65)

# 양손의 떡

한번 사정하고도 아래가 발씬거릴 정도로 성심을 다해 빨아 준 것은 정환이었건만, 스스로 편 이불 위에 날씬한 다리를 아무렇게나 펴고 앉아 둘을 기다리던 올린은 정규를 향해 먼저 손짓했다. 하는 수 없이 정환은 올린의 뒤쪽에 자리 잡은 후 함부로 손이 닿지 않도록 허리 뒤로 제 팔을 모아 쥐었다. 희고 긴 목덜미에 입술만 조심스레 누르고 눈을 든 정환은, 자신에게 아무런 지시도 해 주지 않고 정규와 입 맞추기 시작한 올린의 무심에 충격을 받아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정환은 올린의 아래나 목이나 발에는 입 맞출 수 있었지만, 아직 입술을 맞대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초대를 받은 정규는 망설이지 않았다. 원래 사랑이라는 게 그 속도가 저마다 달라 어느 순간 어떤 진전을 맞을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반년이 지나도록 손 한 번 잡지 못한 것을 잊은 듯이 정규는 벌어진 올린의 도톰한 입술에 제 웃는 입술을 겹쳤다.

기울어지는 하얀 얼굴을, 정규의 손이 받쳤다. 감은 눈을 뜨지 않고 혀를 얽어 대던 올린이 그 손바닥에 살며시 기대자, 깃털처럼 가벼운 키스로 올린의 귀를 애무하던 정환이 으르렁거렸다. 올린은 정환이 아래를 빨아 주다 허벅지에 손이 닿았을 때, 매몰찬 태도로 다리를 오므리고는 다시 벌려 주지 않았었다. 이후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 두 손을 허리 뒤로 구속하게 된 정환이 보기에, 올린은 형에게만 너무 많은 것을 허락해 준다. 억울한 동물 같은 소리에 입을 맞추던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떴다. 정규는 힐끔 시선을 들어 올린을 함부로 만진 형을 노려보는 동생을 향해 웃어 주었으나, 올린은 돌아볼 필요조차 없다는 듯이 도로 눈을 감았다.

거의 울상이 되었던 정환은, 정말로 삐쳐 버리기 직전에 방치에 대한 위로를 받았다. 올린이 뒤쪽을 향해 가만히 손을 뻗어 준 것이다. 구멍 난 손이 샤워 후 덜렁 하나만 입고 나왔던 정환의 반바지 위를 쓰다듬었다. 헉, 하고 숨 들이켜는 듯한 탄성이 정환의 폐 깊은 데로부터 터져 올랐다. 한껏 몸을 곧추세웠던 자지가 부드러운 손길에 춤추듯 반응했다. 우쭐우쭐 끄덕이는 자지를 천과 함께 살짝 쥐었다 놓은 올린의 손이 바지의 타이트한 고무밴드 안으로 기어들었다.

올린의 손은 아직 젖어 있었다. 물기 묻은 손끝이, 바지와 맨살 사이를 미끄러져 자지를 더듬기 전에 음모를 한번 문질렀다. 예전에 그들이 나누었던 적나라한 방식의 성애와 비교하자면 아무것도 아닐 그 손짓에도 정환의 조용한 울대는 크게 움직였다. 올린은 정환의 몸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숨을 자꾸만 참았다 터뜨리는 갈급한 파열음을 들으면서도 자지를 쥔 손을 물리지 않았다. 주무르고 잡아당기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 누르며 가지고 놀다가,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든 순간 아프도록 움켜쥐어 정환이 파드득 허리를 굽히도록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내내 입술을 마주하던 정규에게는,

“벗어요.”

하고 명령했다. 그 사이에도 정환은 올린의 뒷덜미에 코를 묻고 헐떡였다.

정규는 올린의, 한여름의 볕 속에서 바라보면 녹빛이 섞인 것처럼도 느껴지는 갈색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셔츠와 바지를 벗었다. 지난 반년간 정규는 올린의 손도 잡지 못했지마는, 간식을 가지고 오는 토요일에는 항상 모종의 기대를 갖고 예쁜 속옷을 골라 입었다. 올린은 이 저택의 남자들이 참으로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것을 잘 알고 있다. 액받이 전용의 그 속옷 같지도 않은 속옷을 제외하면, 볼기짝이 훤히 드러나는 작스트랩을 자신에게 입히는 것을 제일 선호했던 것도 기억한다. 예전에는 자신이 입었던 야한 속옷을, 오늘은 정규가 입고 왔다. 자신과의 동침을 기대하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일 보기 좋은 것으로 골라 입은 결과일 터다. 이 집안 남자들은, 정말로, 귀여울 때는 한정 없이 귀엽다.

“형 원래 이런 거 안 입었잖아.”

올린은 정규의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를 받쳐, 잘 발달한 엉덩이 근육을 돋보이게 하는 속옷을 한 번 잡아 튕기며 놀리듯 말했다. 정규는 과거 액받이 올린과 외출할 때 단정한 옷 안에 야한 속옷을 입혔지만, 정작 자신은 평범하고 실용적인 것을 착용했었다. 그때 정규는 액받이의 외설스러운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용자였을 뿐, 제 몸을 돋보이도록 꾸며 올린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해 봐요, 왜 이렇게 야한 걸 입었어?”

허리 뒤로 얌전히 모아 잡은 두 손을 아직도 풀지 않은 정환은 이제, 깊은숨을 들이쉰 채 딱 굳어 있다. 올린의 엄지와 중지가 귀두 아래를 꽉 조이고 검지가 귀두 위의 매끈하게 솟은 살을 쓰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힘없는 약지와 소지조차 놀지 않고 좆대를 오르내린다. 가여운 정환의 자지가, 자극을 참지 못해 터질 듯이 움찔대는 것을 느끼면서도, 올린은 정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정환이 밤마다 별채에 찾아오는 바람에 하고많은 날 붙어 있으니, 딴엔 조심을 하느라 자주 오지 못하던 정규에게 심술궂은 질문을 하는 게 지금 올린에게는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정규는 정환이나 정비처럼 뻣뻣한 성격은 아니다. 이런 놀림을 태연히 받아치는 것은 정아보다도 오히려 정규가 더 익숙할지 몰랐다. 연애 경험도 많고 애인들의 짓궂은 놀림에도 익숙하니 이런 질문에 답할 레퍼토리도 다양하지만, 오늘의 그는 조금 과장된 솔직함을 보이기로 했다. 탄탄한 제 허벅지를 무방비한 다리 사이로 은근슬쩍 밀어 넣어 둘의 사이를 좁히며,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하고 올린의 콧잔등에 제 코끝을 살며시 문지른다. 그리고는 살짝 물러나 눈을 들여다본다.

“올린이, 너한테.”

올린과 헤어지고 나서 연기를 그만두었다고 들었는데, 요망스러운 눈동자는 과연 배우다. 올린은 응석을 부리는 태도로 진심을 고백하는 잘생긴 얼굴과, 절제된 듯 과감하게 다가오는 태도에 그만 반쯤 섰던 자지를 빳빳하게 키우고 말았다. 먼저 놀려 댔으면서 도리어 할 말을 잃은 올린은 순간 당황하여 정규의 눈을 피하며,

“…그럼 형이랑 정환이랑, 누가 더 예쁜지 한 번 볼까요.”

하고 의도하지 않은 소리를 뱉고 말았다. 해 놓고도 스스로 놀라 헉, 했는데 정규는 못된 말을 하는 입술조차 좋다는 눈으로 그저 웃을 뿐이었다.

“원하신다면.”

올린은 네 형제의 액받이였지만, 네 명에게만 봉사한 것은 아니었다. 액받이 문화를 공유하는 계층의 모임이 있을 때는, 호스트가 손님들께 액받이를 내놓는 게 보통이었다. 커다란 홀에서의 파티가 끝날 무렵 젊은 남자들이 모여 정치니 스포츠니 돈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에는 카드 테이블과 마작 테이블과 당구대 따위의 유희거리가 준비되었다.

그리고 남자들의 취향에 맞게 독주와 시가가 준비된 구석에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장한 올린이 언제든지 사용될 수 있는 상태로 놓였다. 액받이로서의 복장 그대로 세워지기도 했고,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다른 신사들과 하등 다를 것 없는 연미복 따위가 입혀진 채 앉혀지기도 했다. 어떤 복장을 하더라도 그의 쓰임은 같았다. 독주와 시가처럼, 일종의 기호품으로써 제공되는 사람 모양의 물건이 손님된 자신이 마음껏 즐겨도 되는 주인의 호의임을 모르는 남자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꿇어.”

“벌려.”

“빨아.”

“조여.”

하고 아주 간단한 명령으로 올린을 썼고 올린 또한 그 지시에 영민하고 유순하게 따랐었다. 쓰임을 받다 눈물을 흘리는 것까지는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 아니었으나, 손님의 요구에 불복하는 것은 자신을 제공한 주인들의 체면을 상하게 하는 짓이었다. 물론 사용자들도 자신을 초대해 준 집 주인의 물건이니 입에 자지를 넣거나, 젖꼭지를 잡아당기거나, 구멍을 쑤시거나, 올린의 곁에 준비된 가벼운 채찍 혹은 패들을 사용하여 엉덩이나 가슴을 매질하는 정도로 즐길 뿐 심한 짓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가끔 초대받은 손님 중 누군가가 자신의 액받이를 동반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저택에서는 전원이 액받이를 동반하여 잔인한 윤간을 스포츠 삼는 행사가 벌어진 적은 없으니 그런 종류의 모임과는 조금 다른 경우다. 정겨운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갈 때 귀한 와인 따위를 선물 삼아 들고 가듯,

“이번에 새로 들인 액받입니다. 한번 맛보시라고 데리고 왔지요.”

하고 액받이를 동반하는 남자들이 간혹 있었다.

그럴 때는 필연적으로, 파티의 주최자가 손님들을 위해 내놓은 액받이와 손님이 데리고 온 액받이가 비교당하게 된다. 호의를 베푼 주인들의 체면을 생각하여 어느 쪽이 더 쓰기 좋고 다른 쪽이 품질이 덜하다고 우열을 가리는 품위 없는 짓을 하지는 않지만, 생산연도가 다른 두 병의 와인을 번갈아 시음하듯 서로의 취향을 비교하며 노는 재미는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린은,

“자 아기들, 이제 올라가서 옷 벗자."

하는 명령에, 연미복을 입은 남자들 여럿이 둘러싼 테이블 위에 올려진 적이 몇 번 있었다. 옆에는 손님이 데려온 다른 액받이가 올린과 비슷하게 겁먹은 얼굴로 서 있었다. 그 후에는 둘 중 어떤 녀석이 더 험상스런 물건을 넣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거나, 번갈아 항문을 채찍질 당할 때 어느 쪽이 먼저 자세를 무너뜨리는지를 비교하거나, 발기한 자지에 무거운 것을 매달아 어느 쪽이 더 오래 떨어뜨리지 않고 버티는지 보거나, 아니면 목구멍으로 남자의 자지를 물어 어느 쪽이 더 먼저 정액을 받아 내는지를 시험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보통 신체에 대한 비교가 그 요란스러운 희롱의 시작이었다.

“24번 자세, 무릎 굽히고.”

하고 신사들이 요구하면, 올린과 낯선 액받이는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무릎을 바깥쪽으로 열어 굽혀야 했다. 두 손은 머리 뒤에 두되, 팔꿈치를 앞으로 모으지 않고 양쪽 귀와 평행이 되도록 활짝 여는 자세였다. 짓궂게는 발바닥을 바닥에 대는 것도 불허하고 발가락으로만 체중을 버티게 하거나, 그런 자세를 취하게 한 채 장시간 방치하여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면 그것을 구실로 벌을 주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되면 연미복 입은 신사들은 이 발가벗은 액받이들의 얼굴로부터 목덜미, 쇄골과 그 아래 솟은 유두, 복근의 모양과 배꼽의 파인 정도, 자지의 색깔과 모양과 크기, 불알 두 쪽의 모양과 주름의 상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항문의 벌름거리는 모양새까지를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흥이 오르면 손님 중 너스레 잘 떠는 이가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럼 어느 쪽의 몸이 더 취향이신지 한 번 살펴보실까요.”

과장된 말투의 사회를 보기 시작하며 볼기를 잡아 활짝 벌리고 그 사이에 숨은 구멍을 드러내며,

“이 물건은 보지가 토실토실한 편이네요. 색은… 글쎄, 2등급 정도? 1등급이라는 분들도 계시는군요. 연분홍과 진분홍 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름 간격도 일정하고 잘 젖는 건 이미 많이들 확인하셨을 테고요. 심상의 액받이니 최상품은 확실한데, 어디, 거기 최 이사님께서 이년 보지에 손가락을 한 번 넣어 주시겠어요? 쫄깃쫄깃한가요? 보들보들한가요? 자, 아가, 느낌이 어때? 이렇게 하면 아프니?”

하고 안에서 손가락을 둥글리기도 했다. 그러면 올린은 남자들 뒤의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제 친구의 말재간은 아무도 못 말린다는 듯이 유쾌하게 웃는 정비 혹은 정아를 눈물 찬 눈으로 바라보며,

“아프지는 않습니다.”

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었다. 그리고는 항문을 손바닥으로 쩍 쩍 소리가 나도록 모질게 얻어맞거나, 남자가 미리 들고 올라온 채찍으로 허벅지 안쪽 같은 데에 동그랗고 빨간 멍이 오르도록 서너 번 매질을 당하거나, 자지 끝이 보라색으로 물들 정도로 세게 꼬집히며

“크게 말해야지, 신사분들이 네 목소리를 기다리고 계시잖아.”

하는 야단을 듣고서야

“아프지, 않습니다.”

하고 조금 더 커진 목소리로 고해바쳤었다. 그러면 그는 곁에 섰던 액받이에게 다가가, 올린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볼기를 잡아 벌렸다. 좀 전 것과 달리 확실히 이제 막 액받이로 쓰이기 시작한 놈이라 보지 색이 좀 더 연하다거나, 혹은 주인으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은 만큼 보지가 길게 벌어진 채 닫히질 않는다던가, 잘 열리지만 안은 조금 빡빡한 느낌이라던가, 너무 넓어서 아무것도 안 해 줬는데도 이런 것까지 들어간다는 소리를 듣는 다른 액받이와 더불어 희롱당하는 것은 네 형제 앞에서 비교 대상 없이 검사받는 것과는 또 다른 괴로움이었다.

나는 이 애가 취향이니 나는 저런 애가 더 잘 맞니 하는 비평을 들었다. 아무렇게나 만지고 쥐어뜯고 주무르는 여럿의 손을 탔다. 그 상황이 정말 무서운데도 좆이 발딱 서고 항문이 촉촉하게 젖다 못해 다리 사이에 조그만 웅덩이를 이룰 정도로 장액을 질질 흘리며 흥분해 버리고 난 다음에는, 평생을 멸시당하고 살아 제 안에서 완전히 마비되었던 것 같은 모멸감이 다시 살아났었다. 그때 올린이 느꼈던 것 중에는, 옆의 액받이에게 은근한 경쟁심을 가진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있었다. 몸이 충분히 예쁘지 않거나 자지를 받는 기능이 이전만 못 해지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비참한 불안도 자리했었다.

그러니 올린은 정말이지 두 남자를 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어떤 기준이든 다른 것과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말, 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동물에게도 못 할 짓이다. 믿고 용서하고 함께 있으려 돌아왔음에도 과거가 여즉 아파 속 좁은 화풀이를 하고 있었을 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멸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저 정규의 능글거림에 흥분감이 치솟는 바람에 놀라고 당황했을 뿐인데, 그런 순간 튀어나오는 말이란 예전에 듣고 살던 소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제 말에 스스로 놀란 올린과 달리,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는 정규의 얼굴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올린의 앞으로 돌아 나오는 정환의 눈에도 수치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올린은 태연하고도 자신만만한 기색으로 제 앞에 나란히 서는 두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왠지 긴장해 버린 평가자의 눈앞에서, 자신들의 물건을 자랑할 기회가 기쁜 듯 보이는 두 남자는 아랫도리를 마저 벗었다. 정규는 예쁜 속옷을 벗을락 말락 애를 태우듯 아랫입술을 깨물고 유혹하듯 올린을 바라보다가 쑥스러워하는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 얼굴이 어찌나 상쾌하던지 올린은 순간 얼굴에 확 피가 몰리는 기분을 누르려 눈을 돌렸다.

그러나 눈을 돌린 곳에도 다른 남자가 있었다. 정환은 아까부터 입고 있던 반바지를 뜸들이지 않고 홀랑 벗어서는 올린의 머리 너머로 휙 던져 버렸다. 옷이 날아가는 방향을 따라 올린의 고개가 돌아갔다가 앞으로 돌아왔다. 정환은 제 자지를 자랑하듯 쑥 내민 채 덜렁덜렁 좌우로 흔들고는 제 손으로 쓰다듬어 좀 더 단단히 세웠다. 삐뚜름하게 젖힌 입술을 실룩이는 얼굴은 어린애 같았지만 자지는 결단코 그렇지 않았다.

올린은 네 개 자지의 모양과 크기와 색깔과 감촉을 똑똑히 기억한다. 모르긴 몰라도 눈을 가려 두고 자지만 삽입하더라도 넷 중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두 개의 자지를 나란히 두고 비교해 본 적은 없었다. 동시에 둘 이상의 자지를 받은 적은 많았으나 무서워하느라 곰곰이 살펴볼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린은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하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려다, 그랬다간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 남자들에 비해서는 한참 작은 제 좆이 훤히 드러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버렸다. 서로 자지를 깐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이제 와서 망측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 어쨌든 올린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홑이불을 주섬주섬 끌어당겨서는 은근슬쩍 앞을 가렸다.

티셔츠라도 걸친 올린과 달리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었는데도 두 남자는 당당하기 이를 데 없다. 수없이 몸을 섞었지만 훤한 대낮 여름의 볕이 드는 방 안에서, 보란 듯이 자지를 내밀고 선 모습은 낯설었다. 훤히 열린 창밖, 한 줄기 여름 바람이 일어 정원수들이 나뭇잎 부딪는 솨아아 하는 소리로 울었다. 바람은 방 안에도 느리게 흘러들어 햇살 받은 건장한 몸들을 훑었다. 올린은 이불에 점점이 박힌 노란 털을 잡아 뽑으며, 무표정을 꾸민 얼굴로 둘의 아랫도리를 흘끔거렸다.

정규 체모의 색이 정환의 것보다 조금 옅다. 예전에 화송에서 만났던 손님들은 대부분 체모가 구불구불한 데다 굵고 따가웠는데, 이 집안의 남자들은 체모가 그렇게 굵지도 않고 심하게 곱슬거리지도 않는다. 정환은 까만 눈만큼이나 털색도 짙은 편이었지만, 정규는 오히려 올린과 색이 비슷할 정도로 엷은 대신 숱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그 아래 자지는 사실,

‘하긴 저렇게 당당할 만은 하지….’

크다.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정비야 너무 굵고 길어서 사람의 것 같지 않은 게 단점이긴 하지만, 나머지 셋은 모양과 색의 차이는 있으나 다들 사이즈가 상당한 편이다. 액받이 시절에야 감히 콘돔 같은 것을 꿈꿀 수 없었지만, 남자들이 남의 액받이를 쓸 때라든가 사람 애인과 섹스할 때 쓰기 위한 콘돔이 아무렇게나 놓여진 것은 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것은 맞는 게 없어 외국 걸 공수해서 쓰는 게 분명했다. 올린은 그 상자에 적힌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 글씨를 구경하면서, 우리 도련님들 자지가 너무 크셔서 참으로 불편한 점이 많으시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저택에 오기 전에 있던 업체에서는 손님들께 봉사하기 전에 무식할 정도의 주입식 교육을 받았었다. 올린은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을, 젖꼭지에 집게를 물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딜도가 달린 기계 앞에 네 발로 엎드린 채 아래가 다 헐도록 개발당한 적도 있었다. 교육생 여럿이 나란히 그 꼴로 묶여 뒤로 느끼는 연습을 하느라,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울고불고 고생을 했었는데 나중에는 기계가 돌아가는 위이잉 소리만 들어도 자지가 서고 아래에서 장액이 질질 흘렀었다.

그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벌거벗은 남자들이 몹시 아프게 매를 맞고 뒤가 뚫리는 포르노 영상을 봤다. 영상 속 서양 배우들의 자지는 올린의 구멍을 넓히는 딜도와 크기가 다르지 않았으므로, 처음으로 손님을 받고 자지의 실물을 봤을 때는 애기 것처럼 조그맣고 색깔도 너무 까매서 깜짝 놀랐었다. 올린은 저택에 오기 전에 손님을 수백 명은 받았던 것 같은데, 그중 누구도 이 댁의 네 남자들처럼 커다랗고 단단하고 잘생긴 좆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네 연인의 자지는 화송에서 봤던 포르노 영상 속의 배우들보다 크면 컸지 절대 작지 않다.

‘그래도 길이는 정환이보단 정규형이 조금 더 긴가.’

손에 모인 노란 털을 뭉쳐 손톱보다 작은 헤어볼을 만들며, 올린은 문득 이제껏 참을 만하다고 느끼던 더위가 몹시 견디기 힘들어졌다. 엉금엉금 두 걸음을 기어가 오늘 아침 아무렇게나 던져 두었던 부채를 가지고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올린은 정규의 자지 위, 보기만 해도 딱딱한 복근 아래쪽에 굵게 핏줄이 꿈틀거리는 걸 보고 말았다. 평생 남에게 감상의 대상이 되어 왔으므로 올린은 자신이 자지를 잘 먹는 것만 알았지 남자의 몸 중 어떤 부위가 자신을 흥분시키는지, 어떤 식의 태도가 자신의 마음을 녹이는지는 잘 몰랐다. 이제 막 더듬더듬 알아 가는 참인데, 그 과정이 너무 더워 부채를 두어 번 파닥거리자 정규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척 얼굴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

예전에는 흠씬 매질하고서라도 꽉 안아 주던 정환이가 제일 좋았었다. 하지만 이제 네 명 모두가 올린을 인간답게 바라봐 주니 정환의 그런 점은 별달리 특별하지도 않다. 역설적이게도 정환에 대한 화가 생각보다 쉽게 풀린 것은 예전만큼 그를 특별히 사랑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고, 올린은 헷갈리는 제 마음을 나름대로 헤아려 보았다.

그러고 보면 아무래도 자신은 정규처럼 천연덕스럽고 능글거리는, 애교를 담은 태도를 좋아하는 것 같다. 탄탄한 아랫배에 돋은 핏줄 외에도, 발기한 자지를 보란 듯이 퉁퉁 튕기는 손등 위의 푸른 핏줄도 핥고 싶을 만큼 예뻐서 더 그렇게 여겨지는 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지의 핏줄만 보자면 정규보다 정환 쪽이 더 엉망진창으로 뻗어 있어서,

‘흐으… 죽겠어.’

올린은 그 굵은 핏줄이 속을 긁어 주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발끈거리는 아래를 가라앉히려 두 눈을 꾹 감았다. 귀두의 융기가 도톰하게 도드라진 것은 두 개의 자지가 비슷하다. 그렇지만 정환이가 굵기는 정말 굵다. 아래를 후빌 때 아플 만큼 자극적인 것이 정환이 쪽인 까닭은 아무래도 성미 급한 정환의, 두들겨 박아 넣는 듯한 태도의 영향도 있겠지만 저 굵다란 좆대에 그려진 핏줄의 험상스런 돋음새도 한몫할 것이다.

하지만 정규의 자지가 올린은 아주 쬐끔 더 좋은 것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린이 가장 격렬히 느끼는 데는 보통보다 조금 더 깊다. 길이가 긴 정규가 더 쉽게 닿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과격하게 쑤셔 박는 것을 좋아하는 정환과 달리 정규는 일부러 애를 태우는 일은 있더라도 작정하면 바로 그, 느끼는 곳만을 아주 집요하고 끈질기게 누르고 짓이기고 후벼서, 그 버튼과도 같은 곳 아래 숨은 쾌락을 깊이 파내고야 말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 올린이 액받이로서 기능할 때 정규는 좀처럼 올린에게 자지를 박아 주지 않았었다. 정규는 그때 올린을 사람이 아니라 오나홀이라고 생각하고, 물건에다 생자지를 박는 것을 좀 꺼린 것도 같다. 그러나 간혹 맛보게 해 줄 때, 정규의 자지는 너무 달았다. 섬세한 공격에 온 얼굴이 눈물로 젖도록 통곡을 하고 나면 너무 심하게 느껴서 아픈 머리로 기절하듯 잠든 적이 많았다. 그렇게 극상의 희열을 느끼고 난 다음에 잠들면, 누가 흔들어 깨우지 않는 이상 열두 시간은 거뜬히 숙면할 수 있을 것 같았었다, 감히 그럴 처지는 못 되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예전에 저수지에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규를 결국 공항까지 가서야 떠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정규의 잠자리 기술도 있을 것으로 올린은 여기고 있었다. 달아나다 잡히면 다시 정규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심정이 반, 무섭기는 해도 정규가 박아 준 아래가 너무 기분 좋아서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고 싶었던 심정이 반 정도이지 않았을까. 그러니 저걸 흡입하는 걸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색은 정환이 것이 더 예쁘지.’

정규의 피부색이 밝은 편이니 당연히 자지의 색도 그러하다. 정환은 네 남자 중에 피부색이 가장 짙은 탓인지 자지도 아몬드 색에 가까운 갈색인데, 올린은 그 색이 정말 멋있다고 늘 생각했었다. 자신의 몸에 달린 자지는, 누가 봐도 훌륭한 모양에 크기도 네 남자보다 못할 뿐 평균을 웃돌지만, 너무 애기 좆 같은 핑크색이라 그 점만은 별로다. 정규의 색도 솔직히 말하면 올린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짙은 정도다. 그러니 좀 더 늠름해 보이는 색은 정환이의 것이라고, 올린은 속으로만 점수를 매겼다.

두 남자는 각자의 좆을 꺼떡거리며, 보지 않는 척 내숭을 떨면서 찬찬히 자신들을 곁눈질하는 올린을 내려다보았다. 올린은 본래 얼굴에 마음이 아주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다. 액받이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은 조금 더 그렇게 되어 때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알쏭달쏭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눈치 없는 정환조차 확실히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어지러이 올린의 얼굴에 오르내리는 것은 자지를 향한 탐심이었다.

발간 입술이 마른 듯, 조그만 혓바닥이 슬쩍 나와 아랫입술을 쓸었다. 갈색 눈가는 서러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씩 촉촉해졌다. 아랫도리야 올린이 홑이불을 덮어 가려 버렸으니 알 수 없지만, 올린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아까 개싸움을 말리려 물을 뿌리느라 젖은 티셔츠 아래로, 조그맣고 동그랬던 젖꼭지가 이제 젖은 천을 뚫을 듯이 솟아오른 것이었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두 남자와, 그들의 몸을 보느라 흥분한 아래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맥박에 어쩔 줄을 모르는 올린이 함께한 방에는 매미 소리만 울렸다. 보자고 해 놓고 정말 희롱을 해 주어야 할지 아니면 이제 되었으니 앉으라고 할지, 조금 더 자신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엄히 굴어야 할지 아니면 이제는 솔직하게 자신도 예전처럼 섹스하고 싶다고 실토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 올린은 저기 저렇게 구애의 노래를 하는 매미들도 혹시 지금 자지를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현실 도피에 가까운 망상에 이르렀다.

정규와 정환은 서로를 흘끗 바라보았다. 얼굴이 발개져서는 흥분한 게 분명한 올린에게 재촉을 해도 좋을지 몰라 둘 다 약간 곤란한 기색이다. 벌거벗고 나란히 서 있어도 자신만만한 두 남자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의 죄를 씻고 올린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연인으로서의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몸을 가능한 한 많이 쓰는 게 좋았다. 가진 많은 것 중에 그들의 육체는 다른 어떤 것보다 훌륭하니 남자의 맛을 아는 올린이 탐내는 것이 당연하다. 올린이 이미 허락했으니, 다정히 어르고 달래어 정신이 아주 쏙 빠지도록 끈적거리는 씹질을 해 준다면 올린은 그 쾌락에 지금 세워 둔 마음의 벽을 낮춰 줄 것이다.

둘이 모종의 합의를 보았으므로 정규는 입을 열어,

“올린아, 말해 봐, 어느 자지가 더 마음에 들어? 뭘 먼저 넣고 싶어?”

하고 물으려 했었다. 아니면,

“올린아, 혹시 봐서 모르겠으면, 빨아 볼래? 맛도 보면 뭐가 더 좋은지 알게 될 수도 있잖아.”

혹은,

“올린아, 잘 모르겠으면 일단 세 번씩만 넣었다 빼 볼까? 구멍에 들어갔을 때 느낌으로 뭐가 더 좋은지 보려면은 말이지,”

하는 개수작을 부릴까도 했었다. 그러나 타이밍 나쁘게도 정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래층 현관으로부터 쩌렁쩌렁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으므로 그는 김샌 한숨을 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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