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낮에 대기하던 동편 윙의 응접실이 아니라 서편 윙의 가족실로 가야 했다. 응접실은 해가 잘 들고 환한 느낌이라면, 가족실은 다소 어둡고 무서웠다. 층고가 높은 공간에 벽을 따라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는 철제 난간이 붙은 서가가 빼곡하고 한 편에는 벽난로와 동물 박제 따위가 있는데, 올린은 그 박제들의 눈이 특히 싫었다.
그러나 도령들은 저녁 시간엔 가족실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가족실에 오면, 낮에는 내내 응접실 구석에 놓여 있던 올린의 의자가 이곳으로 옮겨져 올린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의 자리는 사슴 박제 바로 옆이었다. 화려한 뿔을 자랑하는 수사슴 박제 옆에, 올린의 의자 바닥에 솟은 흉물은 어린 사슴의 갓 자라나는 뿔처럼도 보였다.
정환은 벽난로 옆의 긴 의자에 드러눕듯 앉고, 정규는 서가 앞에 섰다. 올린은 자신의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바로 옆의 수사슴처럼 죽어 있어야 했다. 가구처럼 생명 없이, 호흡의 기색을 숨기고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수사슴의 죽은 얼굴을 마주 보며 작게 심호흡을 하고 그 곁에 앉으려는데, 정아가 말했다.
“올린, 옷이 구겨졌네. 다락에 올라가서 파자마로 갈아입고 내려와.”
올린은 엉거주춤한 자세를 펴고, 정아를 바라보았다. 목욕하지 않았는데 잠옷을 입으라는 것도, 어차피 곧 세 형제에게 사용될 터라 옷은 상관이 없을 텐데 갈아입으라는 것도, 구겨진 것을 지적하면서 바로 혼내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정환에게 올린의 사용법에 대해 주의를 주기 위해 잠시 내보내려는 의도임을 올린은 알지 못했다. 그는 다녀오겠다고 얌전스레 대답하고 방을 나섰다.
조용한 발소리가 멀어지자 시작된 잔소리에, 정환은 싫은 얼굴을 하고서도 묵묵히 들었다. 올린을 매질하거나 구속하여 고문하는 것은 형제들의 권한이다. 그러나 배나 머리처럼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곳을 함부로 때리는 것이나 다음 날의 사용이 곤란한 지경이 되도록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형의 말에 정환이 입을 삐죽였다. 정아는,
“어쨌든 쓰는 동안에는 소중히 다뤄야지.”
하고 다정한 듯 그렇지 않은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정환이 물었지만 정아는 속내를 감추듯 고개를 갸웃하고 웃을 뿐이었다. 계단을 올라 다락으로 향한 올린이 그런 대화를 짐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올린은 긴 복도를 지나, 긴 긴 계단을 올랐다. 꼭대기 층의 복도 끝, 다락으로 드나들 수 있는 두 개의 문 중 하나를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 가장 꼭대기의 다락방은 층고는 낮으나 방 서너 개를 합쳐 둔 것처럼 넓은 공간이다. 한쪽 벽이 기울어지지만 않았으면 다락이라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낮에는 햇빛이 잘 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다만 밤에는 오로지 달빛에만 의존하여 사위를 분간해야 하는 데다가 저택에서 사용하지 않는 가구들을 흰 천을 씌워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이긴 하다.
올린이 액받이로서의 몫을 못 하게 되어, 별채에서 지내는 게 합당치 않다고 판단한 정아가 그의 잠자리로서 지정한 것은 바로 이 다락에 있었다. 올린은 유령 같은 모습으로 선 가구들을 지나, 기울어진 벽의 창문으로부터 드는 달그림자 아래에 오똑 서 있는 수납장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밤마다 가두어지는 침구이자 고문 도구는 안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바라보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네 개의 우아한 다리가 달린, 빅토리아 시대의 거실 정경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인데다 몸집도 아담했다. 올린이 들어가 팔다리를 웅크리고 옆으로 누우면 움직일 틈 없이 꼭 맞는 크기다. 여닫이문이 두 개 달린 수납장의 문에는 가구에 비해서는 둔탁한 현대식 자물쇠가 달려 있다. 비밀번호는 올린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면 안에 들어 있는 올린이 그 비밀번호를 아무리 잘 알고 있어도 열 수 있을 리가 없다. 가끔 밤에 나타나는 19번은 그 점을 지적하며, 이 저택에 불이 나면 너도 상자째 타 죽을 거라고 조롱하곤 한다. 그런 환청이 들이는 날이면 올린은 밤새 울었다.
수납장의 위에는 저녁 훈육 때 쓰이는 몇 가지의 매와 함께 고용인들이 저녁마다 가져다 놓는 파자마가 있었다. 입었던 옷을 모두 벗고 잘 개어 같은 자리에 올려놓은 후, 바삭바삭하게 잘 마르고 청결한 향기가 나는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서둘러 돌아서다가 창문 밖의 달이 유독 밝아 발을 멈췄다. 아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정비의 상태를 떠올렸다. 그로부터의 구원을 바랄 만큼 올린은 염치없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의 상태가 고통스럽다고 여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정신이지도 못했다. 그저 자신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을 밟았던 사람이 이제 삶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기뻤다. 그가 무사히 돌아와서 누려야 할 합당한 것들을 온전히 누리길, 마음으로 바랄 뿐이었다.
*
가족실의 문이 열렸다. 도령들이 각자 하던 말을 멈추고 동시에 문 쪽을 돌아보았다. 짙은 남색의 파자마를 입은 올린이 들어서다 잠시 주춤했다. 각자 할 일을 하느라 바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들 쳐다볼 줄을 몰랐다. 올린은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끼며 등 뒤로 문을 닫았다.
벽난로 앞에 드러누워 손에 쥔 공을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던 정환이 벌떡 일어났다. 그가 야구공을 든 채 올린에게 다가가자, 올린은 시선을 피한 채 몸을 굳히고 가만히 맞을 준비를 했다. 팔을 들어 막을 태세를 취한 것도 아니고 단지 온몸을 굳히며 어느 곳을 맞든 놀라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했을 뿐인데 정아와 정규는 그 반응을 보고 웃었다. 정환은 올린의 어물거리는 팔을 치우게 하고 납작한 아랫배를 둥글게 쓰다듬다가 옷자락을 들췄다. 아까 자신이 걷어찬 자국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거봐. 멍 들었지. 어제 배꼽 뚫었는데 그거 안 찢겼어?”
“옆구리 찼어, 배꼽 아니라. 괜찮아.”
정환은 올린의 기다란 배꼽 위에 붙은 투명한 보석을 톡톡 건드리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직 발갛게 부은 데를 건드리는 손길에도 올린은 차분하려고 노력했다. 정환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는 듯이, 올린의 바지를 조금 더 내려 톡 도드라진 골반 근처를 드러냈다. 자지 바로 위의 치골까지를 손가락으로 검사하듯 더듬으며 그도 불만 가득한 소리를 했다.
“하지만 형도 배를 때린 적 있잖아. 이것 봐, 채찍 자국.”
“있지. 가죽 벨트로, 정해진 대수만큼, 자세 유지시키면서.”
그렇지만 너처럼 힘껏 발로 차는 건 정말 위험해, 장파열되면 며칠은 못 쓴다고, 하는 말은 생략했다. 세 남자는 이전의 대화를 계속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제 방에 들어온 올린은 자신을 두고 그들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 불안해했다.
“그럼 얼굴은요.”
“뺨을 때릴 수야 있지. 하지만 머리에 심한 충격을 주지는 말라는 얘기야. 아직 약 먹는 애잖아.”
아무래도 자신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훈육과 별개로, 도령들은 얼마든지 올린을 매질할 권한이 있다. 예전부터 누누이 들어 왔던 것처럼 그는 잘못할 때만 맞는 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액받이가 아니게 된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도령들은 삽입하거나 삽입하지 않는 수백 가지 방법으로 올린의 몸을 통해 자신들의 쾌락을 충족했는데, 그중 하나가 올린에 대한 고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의자에 앉혀진 채 촛농으로 허벅지와 자지가 몽땅 덮일 정도로 뜨겁게 괴롭혀진 적도 있었으며, 몹시 매운 냄새가 나는 액체를 항문에 담은 채 벌을 서야 했던 적도 있었다. 당연히 매질 또한 일상이었으나, 정환은 마구잡이로 패기만 했지 회초리를 들고 대수를 헤아리며 매질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런 것은 정규나 정아의 취향에 가까웠다.
올린은 형들에게 곱지 못한 말을 들은 정환이 생각에 잠긴 듯 인상을 쓰는 것을 보고 안절부절못했다. 보나 마나 자신의 처분에 관한 이야기로 주의를 들은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인 척 제 자리에 가 앉을 수는 없었다. 겁먹은 표정으로 정환의 앞에 얌전히 서 있자, 정환은 뺨을 때리려는 듯이 손을 쳐들었다가, 그 손으로 올린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더니 다시 벽난로 앞으로 가 버렸다. 등받이 없는 긴 의자에 드러누운 채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걸 보면 이제 올린에게 관심을 끈 것도 같았다. 올린은 사슴 박제 옆의 제 의자에 가서 앉았다. 올린은 오늘은 어쩐지 심하게 매 맞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조만간 정환의 화가 제게로 향할 것을 예감했다.
정아가 올린에게 다가와 선 것은 올린이 마음속으로 거미가 줄을 타는 노래를 백 번쯤 불렀을 때였다. 지시대로 일어서자, 항문에 물렸던 딜도와 항문 사이에 투명한 액체가 길게 늘어지다 끊겼다. 그는 올린으로 하여금 조금 전까지 항문에 들어갔던 딜도를 입으로 물도록 시켰다.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쭉 펴고, 허리를 숙여 입을 크게 벌렸다. 두 손으로 의자 바닥을 짚으면 훨씬 쉬우련만 정아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자세 때문에 자연히 딜도는 입을 스치고 목구멍 입구까지 깊숙이 들어왔다. 목을 사용하여 딜도를 무는 것은 올린에게 익숙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편한 일일 리가 없었다.
두 손이 뒤에서 묶였다. 정아는 올린의 손바닥에 난 두 개의 구멍을 손수건으로 꿰어, 두 엄지손가락이 겹친 위에서 매듭지었다. 속박이 아주 아프거나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움직임을 제한하기에는 충분했다. 정아는 올린을 껴안듯이 하느라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자지 아래 불알을 쥐고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하는 손가락들이 모여들어 살을 조여 주었다가 다시 풀어 주었다. 엄지손가락이 기어 올라와 요도구 근처를 부드럽게 한 번 쓸고, 소대를 손톱으로 긁은 다음 손 전체가 귀두로부터 아래까지를 쥐고 살그머니 위아래로 쓸었다. 손바닥과 자지 사이에는 땀조차 없이 파우더를 바른 듯 가뿐하게 보송했다. 축축하게 젖었을 때 자극받는 것과는 또 다른, 보드랍고 유연한 어루만짐이 좋았다.
정아는 올린이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했을 때, 등을 위로 고양이처럼 둥글게 마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런 자세를 하면 항문이 자연히 아래로 숨겨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감히 가장 훤하게 드러내야 할 곳을 숨기려는 움직임을 용납하지 못한 정아로부터 여러 차례 회초리로 맞으면서 혼이 났기 때문에 올린은 항문을 힘껏 쳐들어 허공으로 노출하고 허리의 골이 쏘옥 패도록 힘을 주었다. 그런 상태에서 자지를 자극받으니 가만히 견딜 수가 없어서, 올린은
“으, 응, 앙… 읏…!”
하고 응석을 부리는 듯한 신음을 하며 엉덩이를 삐쭉 빼쭉 흔들었다. 입안에 커다란 게 물린 채로 지르는 신음은 듣기 우스웠지만, 정아는 그 모습을 퍽 예뻐하며 다리 사이, 회음의 피어싱을 살짝 잡아당겨 좌우로 흔들어 주었다. 이것 또한 정아가 얼마 전에 달아 준 것으로,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아 가만히 두어도 아팠다. 불붙은 것같이 불안한 고통이 불알 아래까지 이르렀다.
“응앗!”
저도 모르게 양 허벅지를 모았다가 도로 폈다. 정아는 이번엔 볼기 사이의 빠끔대는 구멍을 핥아 주려다가,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한 모양인지 올린을 일으켜 세웠다. 목구멍 깊숙이 들었던 딜도가 꿀쩍대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그는 올린의 항문에 중지를 깊숙이 넣은 채, 볼기를 밀듯이 올린을 몰아 대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게 했다. 책상 앞이었다.
올린은 높은 곳에 올려지는 것에 유독 흥분하는 편이었다. 가족실 한쪽 구석의 동그랗고 좁고 높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손을 들고 벌선 적이 있었다. 젖꼭지에 작은 클램프만 물려 두었을 뿐, 아래에 넣은 것도 없이 만져 주지도 않고 딱 삼십 분 방치해 두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얼굴이 발갛게 익어서는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자지를 꺼떡거리다가 아래에서 분수처럼 장액을 쌌을 정도다. 아니 아가가 왜 저 난리야, 혼자 자지러진 모습을 보고 정규가 한마디 했는데 올린은 더 크게 앙앙 울부짖으며 무릎을 발발 떨다 주저앉아 사정해 버렸다. 이제 액받이도 아니니 사정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 아니었지만, 벌 받다 가 버리는 글러 먹은 태도에 몹시 실망한 정아가 올린의 항문을 제 손으로 벌리게 해서 아주 새빨갛게 될 때까지 매질하고, 자지가 불쌍하도록 엉망으로 꽁꽁 묶어 재웠었다.
책상 위에 올라가는 것도 비슷했다. 위에 똑바로 세워 놓고 벌을 세우든, 무릎꿇려 놓고 박든, 다리를 벌린 자세로 쪼그려 앉혀 방치하든 올린은 제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어떤 강렬한, 수치에서 비롯한 쾌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올린은 제 허리보다도 높고 제가 누워도 공간이 충분한 커다란 책상에 손이 묶인 채 비틀비틀 올라가면서 벌써 와들와들 떨었다. 그 요동은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다가올 쾌락에 대한 기대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보고 있던 형제들은 아주 잘 알았다. 자지와 항문에서 동시에, 비슷한 질감의 맑은 액체가 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올린은 정아가 시키는 대로 책상 위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파자마 바지를 무릎에 걸치고, 상의는 그대로 입은 채였다. 머리를 숙여 책상 상판에 박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뒤로 묶인 두 손을 허리에 얌전히 모은 자세에서 올린의 몸은 가장 예뻐 보였다. 보기 좋도록 전시되어 무력하게 노출된 늘씬한 몸을 세 남자가 욕정 맺힌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규는 책장 옆에 섰고, 정환은 벽난로 앞에 앉았으나 그들의 눈은 올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잘 먹이기 시작한 것은 올린의 식이 강박을 안정시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용자들에게도 탁월한 만족을 주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짐승 살찌우듯이 하루 종일 앉혀 놓은 것도 그랬다.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에는 후배위로 박든 정상위로 박든 맞닿는 곳에 뾰족한 뼈가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저체중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아주 예쁘게 올라 엉덩이가 빵실했다.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 아니라 다른 곳은 여전히 섬세한 근육이 쪼옥 갈라지고 뼈가 돋은 데도 많지만, 저 조그맣고 동그란 엉덩이만큼은 한 대 때릴 때마다 푸짐하게 출렁거려 보는 사람도 때리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항문이 잘 보이도록 볼기 사이를 활짝 벌린 자세인데도 동그랗게 올라붙은 엉덩이는 매일 얻어맞은 멍이 알록달록한 장식처럼 보일 만큼 탐스럽게 어여뻤다. 그 사이의 항문이야 살이 빠졌을 때도 엷은 분홍색으로 산뜻했다. 늘 사용되어 다물리지 못하고 살짝 벌어져 있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키스를 갈구하여 뾰쪽이 내민 입술처럼 야하고도 귀여웠다. 시도 때도 없이 질질 흐르는 장액도 이 몸의 귀염성에 점수를 보탰는데, 지금도 여지없이 정아의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구멍은 빠끔거리며 기대에서 비롯한 맑은 액체를 올칵올칵 내보냈다.
정아는 미식가다. 요리를 할 때에도 시간을 들이는 편이며 음식을 즐길 때 또한 아주 천천히, 모든 감각을 살려 음미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취향은 올린의 몸을 맛볼 때도 어김없었다. 그에겐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을 범하는 취미는 없었다. 대신 아주 느리게, 바닥부터 성감을 달아오르게 하고 저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올린이 머리끝까지 녹은 것 같은 상태에서 천지도 자아도 분간 못 하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아는 지금 제 눈높이보다 조금 아래에 놓인 발그레한 구멍을 보고 있다. 발갛게 벌름거리는 안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이미 녹진히 풀려 있긴 하지만, 여기가 더 뜨거워지기 위해서 올린에게 필요한 것은 가벼운 핸드 스팽이다.
그는 올린의 볼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손가락 끝으로 항문도 누르듯 쓸어 주다가 너무 아프지 않게 볼기를 때렸다. 찰싹, 울리는 소리에 올린이 발정기 고양이처럼 구멍을 쳐드는 동시에 정규가 고개를 들었다. 찰싹, 다시 볼기를 얻어맞으며 올린은 물기 어린 눈으로 제게 다가와 책상 앞 의자에 앉는 정규를 바라보았다. 찰싹, 체벌이 아니라 예열을 위한 매질이므로 손바닥은 엉덩이 전체를 골고루 때려 달굴 태세였다. 찰싹, 엉덩이는 따갑다기보다는 묵직하게 더운 느낌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찰싹, 정아가 올린의 엉덩이 쪽에 선 채 그 항문의 쭈뼛거리는 개폐를 바라보며 매질하는 동안, 찰싹, 정규는 올린의 얼굴이 위치한 쪽의 의자에 앉아 결 좋고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찰싹, 과히 아프지 않은 매질이지만 맞을 때마다 무른 신음이 흘렀다. 찰싹, 정규는 그 가엾고 귀여운 얼굴을 한 손으로 받쳐 책상이 아니라 제 손바닥에 기댈 수 있도록 했다. 찰싹, 찰싹, 연이어 항문 주위를 얻어맞은 올린이 아앙, 하고 작게 우는소리를 하며 정규의 손바닥에 뺨과 이마와 콧등을 마구 비볐다.
정규는 올린의 입을 벌리게 해서는 그 안을 손가락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항문만큼이나 자주 입안을 빨아 준 형제들 덕에, 올린은 자신의 목구멍 가까이에, 누르면 미끈하게 꿀렁이는 연구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곳이 간지럽혀질 때 그는 온몸의 소름이 오도도 돋아나는 성감에 몸부림쳤다. 윗니 뒤쪽, 봉긋하고 단단하게 선 경구개는 혀로 쓸렸을 때는 별 감흥이 없지만 손톱으로 아프도록 긁히면 너무 좋았다. 젖꼭지가 짜르르 울리고 자지 밑동부터 불알 사이를 가르고 항문까지 이르도록 뜨끔뜨끔한 전율이 내달렸다. 손톱 세운 손가락으로 혀를 잡혔을 때는 좀 무섭긴 했다. 하지만 막상 잡혀 끌어내어지는 혀끝에서는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쾌락이 시작되어 그것이 목구멍 깊은 곳까지 바르르 떨리게 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본래 음식을 먹고 말을 하기 위한 기관을, 그저 위에 달린 성기로만 여기도록 만드는 갖가지의 희롱은 엉덩이를 진분홍으로 물들게 하는 매질과 더불어 올린의 마음을 몸으로부터 떼어 내는 것 같았다. 멀쩡치 못한 마음은 온갖 잔혹하고도 호화로운 물건들로 꾸며진 넓은 공간 안, 단단하고 커다란 책상 위에 엎드린, 오로지 사용되기 위해 예쁘고 아픈 꼴을 한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오롯한 쾌감과 흐릿한 수치 속에 허공을 떠도는 것 같았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혼백이 되어 높은 데로 삐져나온 것 같은 기분의 올린은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조차 아득히 멀게 느꼈다.
“으응, 흐으… 아우, 으….”
볼깃살이 푸르르 떨리는 아래에 드디어 정아의 입술이 와 닿았다. 정규는 정아보다 조금 더 급해, 흐린 눈의 올린의 고개를 좀 들게 하고 제 자지를 물렸다. 손가락에 잔뜩 달궈진 입천장을, 뜨거운 자지가 짓누르듯 쓰다듬으며 들어왔다. 올린은 그 감각에 감격하여 턱을 바르르 떨었다. 입안을 뿌듯하게 채울 만큼 굵고 울퉁불퉁하게 핏줄이 솟은 자지가 예민한 살을 긁으며 들어갔다 나오고 또 들어갔다 다시 나왔다. 버겁도록 꽉 찬 삽입에 아래로 장액을 흘리듯 입가로는 길게 늘어지는 침을 가다듬지 못했다. 질걱이듯 어쩔 수 없이 울려 나오는 올린의 입술 소리와는 다르게, 정아는 별 소리도 내지 않고 올린의 구멍을 빨고 핥았다. 혀를 내어 구멍 사이를 가르고, 안의 촉촉하고 봉긋하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난만한 붉은 빛의 속살을 밀어내듯 문질렀다. 앞뒤의 아찔한 감각에 이리 밀리고 저리 잡아채어지는 올린은 허리 뒤로 모아 묶인 두 손을 자꾸만 꾹 쥐었다 풀기를 반복했다. 책상 위를 딛고 밀어 대는 발가락 끝까지 힘이 바짝 들어갔다.
마침내 정환은 관심 없는 척을 그만두었다. 그는 허공에 던졌다 받던 공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몇 번 튀다 구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정규 형이 올린의 조이는 입안을 참느라 일그러진 얼굴을 젖히는 것을 바라보며 그들의 희롱에 동참하기 위해 다가갔다. 사실 정아는 올린의 아래가 동전 크기만큼 열린 채 흐물거리며 안의 발간 살을 드러내 보일 만큼 빨아 준 다음에, 자신의 성기가 아니라 장난감을 삽입할 생각이었다. 올린을 위한 바이브레이터는 수십 가지 종류가 있었지만 올린은 가시가 돋힌 것이나 아주 굵은 것보다, 윗부분이 크게 휜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것을 삽입하고 뱅글뱅글 돌려 주면 저 안쪽, 깊은 곳이 빠듯이 벌어지는 아픈 감각에 컥, 컥, 숨 넘어가는 소리를 하다 자지며 구멍이며 할 것 없이 핏핏 싸기 시작하는데, 정아는 바로 그때 자신이 들어가서 경련하는 안을 헤집으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동생이 다가온 이상, 함께 즐기기 위해 몇 가지의 단계는 양보하기로 했다. 그는 동생이 바지 앞섶을 풀어 헤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지퍼를 열며, 저보다 키가 큰 동생의 어깨를 안듯이 잡았다. 올린의 구멍은 남자 둘의 자지 정도는 찢기지 않고 받아 낼 수 있을 만큼 사용된 경력이 길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동시에 삽입하려면 두 개의 자지 사이에 벌어지는 틈이 크지 않아야 한다. 높이 들렸던 엉덩이를 내리라는 뜻으로 볼기를 두어 번 때렸다. 앞으로 정규를 빠느라 정신없던 올린은 한 박자 늦게 움찔움찔 떨어 대며 엉덩이를 내렸다. 정규는 올린의 목으로부터 턱까지를 두 손으로 감싼 채 목구멍에 박아 넣는 속도를 빨리하고 있었다. 컥, 컥, 하는 소리마다 항문이 함께 벌렁거렸다.
정환은 올린의 묶인 팔을 단단히 당겨 잡았고, 정아는 올린의 왼쪽 골반을 잡았다. 형제들은 하나의 몸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익숙한 만큼 서로의 성기가 부대끼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두 개의 자지가 하나의 거대한 자지인 양 함께 올린의 몸을 파고들기 위해 서로의 허벅지가 얽히고 불알이 서로 부딪치는 것에도 어느 정도의 성감을 느꼈다. 정아는 성급히 들어가려는 동생을 손으로 제지하며 올린에게 명령했다.
“올린아, 다리 더 벌려.”
정환이 폭력적인 성욕을 억누르느라 화를 참는 것 같은 소리로 덧붙였다.
“보지 찢어지기 싫으면 어서, 자지 두 개 들어간다.”
정규는 자신의 자지에 쏠려 있던 올린의 정신이 자지 두 개 들어간다는 말에 번뜩, 뒤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올린의 뺨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 주고, 바로 턱과 함께 목을 잡은 두 손에 살짝 힘을 주어 숨을 제한하자 올린이 칵칵 체한 강아지 같은 소리로 울었다. 철벅거리며 목구멍 깊은 곳까지 들어간 자지의 드나듦이 더욱 빨라지는 와중에, 정환이 예고한 일이 벌어졌다. 정규는 형제들의 삽입을 지켜보며 고양되는 흥분감에 올린의 머리채를 집어 뜯듯하여 목구멍 안쪽의 각도를 뒤틀었다. 올린은 이때 벌써 발가락을 마구 밀어 대고 눈물 콧물을 흘려 대며 사정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쾌락을 위한 도구일 뿐 액받이도 뭣도 아니니 사정한다고 해서 벌을 받을 걱정은 없었다.
합을 맞춰 본 것이 여러 번인 데다 올린의 구멍도 잘 풀려 있었으니 형제의 자지 중 하나가 어긋나 빠지는 일은 없었다. 다만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삽입한 자세 덕에 올린의 구멍이 옆으로 쪽 찢어질 듯 벌어지다 못해 안쪽이 너무 꽉 차서 움직이는 게 원활하지 않았다. 올린이 숨 막힌 입으로 아픈 신음을 질러 대며 벌어진 무릎을 더욱 넓게 미끄러뜨렸다. 함께 삽입한 사람들이 꽉 낀 공간에서 움직이려면 번갈아 가면서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박자를 굳이 맞추지 않고도 수월히 쑤실 방법은 있었다. 거세게 몸짓하되 넣을 때는 깊이 넣고 뺄 때는 얕게 빼면 된다. 형제들의 자지는 굵기만큼이나 길이도 상당했으므로 자잘하게 쑤셔도 자극되는 범위는 넓었다.
게다가 두 개의 자지가 휜 방향도, 험상스럽게 도드라진 핏줄의 모양도 다르다. 올린은 제 입을 가득 채워 뻑뻑 소리가 나게 움직이는 자지의 부피감과 아래의 모든 곳들을 골고루 긁고 할퀴고 누르고 뭉개는 꽉 찬 감각에 벅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세 형제는 올린의 손가락들이 무작위로 주어지는 쾌감에 뜻과는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뒤틀리는 모습과, 살 없이 늘씬한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에 힘이 바짝 들었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장관, 그리고 마른 등 위에 촉촉하게 배어 나와 아름다운 몸을 더욱 미끈하게 돋보이도록 하는 땀 같은 것을 눈에 담으며 이것의 쾌락을 기꺼워했다.
비록 제 뜻이라고는 조금도 반영되지 못하고 오로지 휘둘리기만 하는 성교를 당하는 입장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올린은 사용자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여 괴로울 만큼의 쾌감에 올라 온몸을 꿈틀거렸다. 올린이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도령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어쩌면 더없이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인 육체로부터 영혼이 풀려날 정도의 즐거움을 그들이 선물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올린은 배움 적은 머릿속으로, 사람들이 나중에 나중에 삶이 끝난 다음에 결국 이르고 싶어 하는, 꽃나라 별나라 달나라 혹은 천사들이 노래하는 천국이 어쩌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이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난 이미 그곳에 도달하였으니 그 대가로 어떠한 학대도 상관없어, 아니 그냥 지금 죽여 줘, 천국에 이른 이 순간에 살도록 날 죽여 줘, 하고 미친 사람이기 때문에 할 법한 횡설수설한 소망까지 품었다. 반만 제대로 뱉어 내어진 말들에 정아와 정규와 정환이 번갈아 가며 대답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갓난애의 옹알이에 정을 담아 응, 그랬어, 저러언, 하고 마음 아는 척해 주는 것처럼 너그러운 목소리들에 올린은 왈칵 눈물을 쏟듯 또 한 번 사정했다.
강박과 망상의 증상이 거의 가라앉은 것으로 보이는 올린은 미쳤을 때와 큰 다름이 없이 사랑스러웠다. 정아는 그가 오물거리며 무언가를 씹는 모습을 볼 때, 그 입술 안에서 마구 터지고 으깨지는 음식이 가끔은 부러웠다. 올린의 모든 행동은 단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가 먹고 울고 참는 모든 것은 오로지 살기 위해 이루어졌다. 정아는 올린의 삶을 위해 작은 조각들로 쪼개져서 저 애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것은 올린의 일부가 되어서 올린이 느끼고 있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은 희망 사항 같기도 했다. 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을 정도의 환경을 아무리 열심히 꾸며 주어도 올린은 살고 싶어 한다. 올린의 지옥을 창조하는 그의 실험은 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만 끌고 있었다. 대체 이놈에게 주어진 비참한 삶에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삶을 갈구하는 건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올린의 삶을 지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올린을 죽이지 않는 것 자체가 악행으로 치부될 수 있음을 알았다. 정아야 본래부터 액을 받네 사람 아닌 물건이네 하는 소리를 믿지 않았으니 액받이로서의 효용 가치가 떨어진 것은 둘째 치자. 그것을 제하고서도 자신을 포함한 형제 넷이 모두 이것에게 반해 온갖 사달이 나고 있으니 올린은 그 본인의 무구함과 선량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악,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데리고 오자마자 폐기하는 편이 여러모로 효율적이었음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한 것조차 정아는 악이 으레 갖게 마련인 힘의 영향일 수 있다고 자조적인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릇된 믿음에 대해 논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만들어 파는 사악한 약처럼 물리적인 것을 포함하여, 원래 모든 종류의 악한 것들은 그들의 추종자를 현혹한다. 올린은 정아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하고, 정비를 죽음 가까이에 이르게 하고, 정규의 형제들에 대한 두 개의 양가적인 감정-사랑과 열등감이 서로 싸우게 하고, 정환의 마음을 미치게 해 놓고도 여태 살아 있었다.
그런 것을 인지하고도 이 사랑스러운 악마를 그대로 두는 까닭은, 흐음, 정아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그는 지금 막 올린에게 저녁 훈육을 마친 참이었다. 유순하고 가여운 얼굴의 악마는 정아가 명령한 대로 매를 맞을 때의 자세 그대로 벌을 서고 있었다. 창문으로부터 비쳐 들어오는 파르스름한 달빛 아래,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은 몸에는 자신이 어떤 미움도 섞지 않고 오로지 다정한 사랑만을 담아 내리친 매 자국이 어지러웠다. 올린은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정아의 마음을 홀렸다. 목덜미를 덮도록 자라난 머리카락을 피 묻은 회초리 끝으로 뒤적이며 정아는 생각을 이었다.
이 사랑스러운 악마를 그대로 두는 까닭은, 자신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정비의 귀환은 아니었다. 올린의 몸에, 억 소리가 나는 가치의 보석들을 달아 주기까지 하면서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 애가 자신의 손을 벗어나는 그 순간이었다. 나가서 살든 나가서 죽든 흥미로운 일을 벌여 주었으면 했다. 세상만사가 흥미 일색의 놀이인 정아에게 올린처럼 흥미로운 존재도 드무니, 이것이 자신을 조금 더 웃게 해 주기를 바랐다.
정아는 올린을 사랑하는 정규가 듣는 자리에서, 올린이 네가 아니라 다른 형제들을 더욱 의지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흘렸다. 정환과의 정사를 통해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올린의 모습을 정규의 눈앞에 전시하기도 했다. 올린이 울다 잠든 깊은 밤, 홀로 몰래 다락에 올라와 올린이 갇힌 조그만 가구 옆에 기대앉아 오랜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감상적인 동생이라면 마음이 흔들려 올린을 빼돌려 줄 것으로 생각했다. 서자로서의 동생의 열등감을 긁고 그를 통해 재미를 좀 보려 했지만 정규는 생각보다 오래 참는다.
올린을 사랑하는 정환에게도, 자신이 올린의 폐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여러 번 흘렸었다. 정환이 올린의 사랑을 되찾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는 폭력을 동생으로부터 제한하며, 정환이 조여드는 시간제한을 인식하고 더욱 초조해하기를 바랐다. 정환은 예전에 이미 액받이 하나를 데리고 달아난 전적이 있었다. 데리고 나가 이곳보다 더한 지옥을 창조하더라도 정아는 그편이 자신에게는 훨씬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기이할 정도로 성실하려 애를 쓰는 성격 하나로 형제 넷을 사로잡은 애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몰려 정규와 정환 중 어느 쪽의 손을 잡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다. 정규는 정아가 기대한 것보다 강인하였으며, 정환은 정아가 생각한 것보다 유약했다. 둘 다 올린의 손을 잡고 저택 밖으로 뛰쳐나가는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동생들의 등을 떠밀려면 아무래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면 적어도 지금 이 상태가 유지되지는 않을 터였다. 정규가 올린의 손을 잡고 떠날 수도 있겠고, 정환이 그럴 수도 있겠고, 둘 중 하나가 올린을 죽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둘 다가 올린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아는 우는 올린을 일으켜 안아 달랬다. 이미 말랑하게 벌어진 구멍에 수월히 자지를 꽂아 너무 빠르지 않게 쑤셔 주었다. 사정액을 입으로 받아 삼킨 뒤, 조그만 가구로 스스로 기어 들어가기 전에 올린은 정아의 뺨에 굿나잇 키스를 남기다가 콧물을 조금 묻혔다. 정아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닦아 내며 청량하게 웃었다. 어린애같이 파자마를 입은 몸이 잔뜩 구겨져서 옴쭉달싹하지 못하는 모양으로 웅크린 것을 들여다보고, 잠자리를 봐 주듯 손과 발의 겹쳐진 모양새를 바로잡았다. 어둡고 좁은 데 누운 올린의 눈에는, 밝은 데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정아의 모습이 아주 크게 비칠 것이다. 손을 넣어 턱 언저리를 만지며 귀여워해 주고 여닫이식의 문을 닫았다. 자물쇠를 걸고, 가구의 상판을 톡톡 쳤다.
“좋은 꿈 꿔.”
인사하자 가구 안에서 숨 막힌 흐느낌이 대답처럼 전해졌다. 정아는 좁은 잠자리로부터 멀어지는 자신의 발소리가 올린의 귀에 전해질 것을 의식하며 천천히 다락방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가족실로 도로 내려갔다. 동생들에게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일이 생겼다고 알릴 생각이었다. 올린의 상태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려면 약을 잘 챙겨 먹이는 것과 함께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는 점을 당부해 두어야 했다. 담담히 생각했던 것을 전하며 그는 정규의 얼굴도, 정환의 얼굴도 살피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새로운 일이 벌어지기를, 그래서 이 지루한 자신의 악행이 종료되기를 바랄 뿐, 어떤 종류의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예측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자신이 가장 흥미를 갖는 대상이 자신을 즐겁게 해 줄 만한 사건 속에서 춤추는 것뿐이었다. 휘말리든, 휘두르든,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