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새 규칙 (36/65)

# 새 규칙

며칠 지나지 않아 장남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는 올린을 어린애 취급하던 정규와 샌드백 취급하던 정환을 배제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받았다. 액받이를 다루기 위한 전통적인 규율들은, 이제 액받이로 소용될 수 없는 올린에겐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대신 오직 두 가지의 규칙만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하여 소변을 지리거나 음식을 탐하는 못된 버릇을 다스렸고, 그것들이 고쳐진 후에야 새로운 규칙을 하나씩 더하기 시작했다.

정아는 올린을 다룰 때 칭찬과 체벌을 함께 사용했다. 비단 음식뿐 아니라 따뜻한 말에조차 굶주렸던 올린은 한마디의 칭찬으로도 몹시 고무되었다. 스쳐 지나듯 받는, 말 잘 들어서 예뻐, 정도의 말로도 여러 날을 황홀해하며 더 말 잘 들으려 힘껏 애썼다. 체벌의 경우는 달랐다. 늘 모질게 매 맞으며 살아온 올린에게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은 그 정도가 고약한 수준을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

매일 저녁 목욕 후, 올린은 제 잠자리로 쓰이는 다락에서 훈육을 기다리며 훌쩍훌쩍 울었다. 조용히 우는 모습이 예쁘다고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그는 예전처럼 숨을 죽이고 우는 방법을 다시 기억해 냈다. 잘못이 있든 없든 당연히 매일 맞아야 하는 열 대의 매는 아무리 볼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도 꼭 엉덩이에 맞았다. 그리고 나서는 그날의 잘못을 고해바치고 그에 적합한 매를 다른 부위에 맞는다.

만일 다른 도련님이 훈육한다면 매질 후엔 당연히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할 텐데, 정아는 조금 달랐다. 그는 혼나고 우는 올린을 상냥하게 위로해 주었다. 눈물을 닦아 주고, 맞은 곳을 살펴 주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준 다음에는 매를 맞아 덥게 달아오른 항문에 자지를 넣어 주었다. 가끔 정아가 몹시 피곤한 날에는, 올린을 매질한 후에도 자지가 저절로 서지 않기도 했다. 그럴 땐 손으로 대신해도 될 텐데, 올린에게 빨아 달라고 하거나 스스로 용두질을 해서 일부러 세운 후에라도 꼭 넣어 주었다.

그다음에는 너무 깊지 않고 너무 빠르지 않게 후벼 주었다. 느릿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자지가 젖은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가 다정하게 기분 좋은 곳을 쓸고, 그리고 다시 나갔던 자지가 조금 전에 쓸었던 곳을 너무 괴롭지 않은 즐거움으로 자극할 때면 올린은 어린애가 부모로부터 사랑받는 것처럼 나른하고 안전한 기분이 되어 졸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면봉으로 귀를 파 주는 시간, 딱 그런 정도의 안온한 쾌감을 느껴 올린이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달콤한 신음을 흘리면 정아는 사정하지 않은 자지를 빼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주사를 놓아 주고, 잠자리에 들게 해 주었다. 그대로 새벽까지 곤히 자는 날은 행복한 날이었다.

그러나 한밤중 해괴한 꿈을 꾸다 문득 소스라쳐 깨어나는 때가 있었다. 사방이 막힌 칠흑 같은 어둠 속, 좁디좁은 잠자리에서 홀로 숨만 할딱이고 있으면, 낮 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망상 속의 19번이 기어 나왔다. 원치 않는 논쟁 속에 이제 더 이상 굶지도 않고 몹시 사랑받고 있으니 이것으로 괜찮지 않으냐고 하면, 19번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대화는 대개 못된 소리를 하는 19번에게 화가 나, 올린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다행한 일인지 액받이의 별채에 머무를 때와 달리, 잠자리에 누워 징징거리는 것은 부정 타는 짓이라고 야단치며 끌어내어 명상을 시킬 고용인은 곁에 없었다. 울다 잠들고, 다시 깨면 어느새 19번도 사라지고 없었다.

해가 바뀔 즈음에 올린은 정아의 방식대로 재창조된 것 같이 보였다. 하루 세끼를 거르는 법 없이 행복하게 먹은 다음엔 정아가 보는 앞에서 그가 지정한 약들을 제 손으로 하나하나 혀 위에 올려놓고 보여 준 다음 삼켰다. 보얗게 살 오른 얼굴 아래는 얼핏 평범해 보이는 단정한 옷을 입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두 손을 얌전히 무릎 위에 올려 둔 채 공손한 눈빛을 하는 것을 보면, 비록 엄격하게 다뤄지고는 있되 예전과는 달리 점잖은 방식으로 사랑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올린은 오늘도 정아가 골라 준 예쁜 옷을 입은 채 응접실의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색 엷은 바지에 단정한 셔츠, 카디건을 입고 실내용 로퍼까지 신은 올린은 얼굴의 상처도 아물어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다.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다리를 모으고, 동그랗게 구멍 난 두 손을 무릎 위에 둔 모습이 각잡혀 있는 데다 움직임이 없어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같이도 보였다. 응접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정면과 좌측면, 그리고 우측 하단에 설치된 작은 카메라로 올린의 태도는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었다. 정아가 설치한 것들이긴 했지만 전송되는 영상을 가장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정아가 아니라 정환이라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제 발끝으로부터 두어 걸음 앞의 바닥을 향하던 시선이 조금 들렸다. 예전에 액받이로서 별채에 살 때는 대기 시간에 산책도 하고 원하는 곳에 앉아 쉴 수도 있어 꽤 자유로운 편이었으나,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늘 같은 장소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러므로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를 구분하는 것은 올린에게 있어서 언제나 가장 중대한 일이었다. 저 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바로 1분 뒤에 겪을 일과 취해야 할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활기찬 걸음걸이는 오늘 아침 외출하셨다가 이제 돌아오시는 정규 도련님이었다. 올린은 그가 응접실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겉옷을 벗어 복도의 콘솔에 아무렇게나 놓았다는 것도, 차 키는 던지지 않고 습관처럼 붕붕 돌리는 것도 알았다. 가끔 정규 도련님은 차 키의 고리 장식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마치 칼 따위의 날카로운 것인 양 올린의 등허리를 그을 때가 있었다. 당연히 발간 금이 생길 뿐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그래도 가끔 그 악의 없는 장난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다.

“아가, 잘 지냈어?”

응접실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는 쾌활한 목소리를 했다. 올린이 가구처럼 앉은 곳은 응접실의 구석이지만, 들어서는 사람들이 바로 볼 수 있고 또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장소이기도 했다. 올린은 누군가 먼저 말을 걸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도록 훈련받고 있었다.

“정규 형.”

“혼자 외로웠지. 이리와.”

“응.”

도련님, 에서 형, 으로 호칭이 바뀐 역사는 길지 않았다. 한 달 전쯤, 정아가 올린은 액받이가 아니고 저택의 고용인도 아니니 도련님이라는 호칭은 이제 허락할 수 없다고 선언했었다. 정환은 저년한텐 다른 어떤 호칭으로도 감히 자신을 부르게 허락해 줄 수 없다고 생트집이었고, 정규는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뿐 말이 없었다. 정아가 의견을 취합하듯이 물었다.

“그럼 정환이는 생각 좀 해 보고, 정규는 뭐가 좋겠어?”

그때,

“형이지 뭐. 형밖에 더 있어.”

했던 것은 정규가 아니라 19번의 되바라진 목소리를 한 올린이었다. 정규가 어이없어 입을 다물지 못하자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올린이 한 말들이 가관이었다. 아저씨는 아직 아니지 않냐는 말부터, 예전에 눈썹에 귀고리를 단 남자가 나한테 형 애인이냐고 물은 적 있지 않냐는 이야기, 그리고 예전에 있던 애한텐 호형을 허락했는데 나라고 안 될 게 뭐냐는 질문까지의 말이 하도 빠르고 쉼 없어 그 문장에 현혹된 정아가 본인도 형으로 불리겠다고 나선 게 그대로 굳어졌다. 정환은 아저씨라고 불릴까 봐 지레 그러는 거 아니냐고 낄낄거렸지만, 정아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매일 먹는 약의 효과인지, 잘 훈련받은 탓인지 지금의 올린은 스스로를 19번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함부로 혀를 놀리지도 않는다. 제정신에 가까운 올린은 호칭을 바꿨던 그날 자신의 입으로 형, 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던 것을 떠올리면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기분이 되곤 했다. 아무리 미쳤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했었지, 하고 멀쩡해 보이는 올린은 생각한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자신은 이미 도련님들께 말을 놓은 지도 오래다. 정아는 그 말투를 몹시 귀여워하여, 한 번도 교정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

정규의 턱짓에, 올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잠시 아랫입술을 오물거리며 의자를 잡았다. 팔걸이 없는 의자의 앉는 부분에 두 손을 단단히 짚고 팔을 밀 듯하며 상체를 일으키자, 그제서야 의자 바닥에 붙은 것이 느리게 그 길고 까만 몸을 드러냈다.

올린은 예전과 다르게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평상복들을 입었다. 정아가 주로 구매하여 고용인들이 수선하는 옷들은 정규의 말에 따르면 약간 고리타분하긴 해도 매무새가 단정하고 색이 예뻤다. 그런데 그 옷들의 엉덩이 부분은 하나같이 트여 있다. 가만히 서 있거나 얌전히 걸으면 그 트임새가 눈에 띄지는 않지만, 큰 보폭으로 뛰거나 허리를 숙이면 트인 곳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히도 엉덩이의 갈라진 골이다.

그리고 올린은 늘 그렇듯이, 자신의 전용 의자에서 바지의 트인 사이로 딜도를 물고 있었다. 의자에 따로 부착한 것이 아니라 일체형으로 나온 물건이었다. 단단한 나무로 심이 만들어지고 소가죽이 씌워진 딜도에는 확장 외의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 그저 길고 굵고 아래를 자극하는 모양새로 딱딱하게 뻗어 있을 뿐인 그것이 흠뻑 젖은 이유는, 올린이 그것을 아래에 물고 있는 동안엔 호흡 한 번에 한 번 꼴로 항문을 조였다 푸는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이가 길어서 서둘러 앉거나 일어나면 내벽을 다칠 수 있다.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몸 안에서 오랫동안 장액에 불어 보드라워진 딜도의 겉가죽이 바지 아래쪽에 문질러져 지저분한 자국이 남는다. 몇 번의 경험 끝에 실수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여 신중하게 일어난 올린을, 정규는 손에 꼈던 가죽 장갑을 이로 물어 뱉듯이 벗고 겨울바람에 언 것 같은 바지 지퍼를 내리며 재촉했다.

“아가. 형 자지 얼었어, 좀 걸었더니 추워.”

“응, 형.”

올린은 서둘러 걸어갔다. 정규는 도련님들이 응접실에서 올린을 사용할 때 가장 선호하는, 창가의 테이블 앞에 서서 이미 넣을 준비를 마친 채였다. 보통 정규는 올린을 테이블 위로 올리고 팔다리로 자신을 꽉 붙잡게 한 다음 삽입하는 것을 좋아했으나, 오늘은 급해서인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올린은 성급한 정규의 차가운 손가락에 팔이 잡혀 테이블 위로 손바닥을 짚은 채 허리를 숙였다.

걷는 동안에는 잘 여며졌던 둔부의 옷깃이, 그런 자세를 취하자 활짝 벌어졌다. 정규는 구멍을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손가락 세 개를 넣어 앞뒤로 두어 번 흔들더니, 손가락을 빼는 동시에 다짜고짜 자지를 맞춰 대었다. 익숙한 위치, 익숙한 감각, 익숙한 조임새의 항문이 망설임 없이 활짝 열려 차가운 자지를 맞이했다.

“아, 시발….”

“미안해, 잘할게 형.”

뜨거운 속이 기분 좋아서 뱉은 욕설에 올린이 겁을 먹고 빌었다.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게 안쓰럽긴 했으나 가여운 목소리는 꼴리는 데가 있었다. 정규는 특별히 오해를 풀어 주지도 않고 올린의 등 위로 쓰러졌다. 크흑, 무거운 몸에 깔리는 순간 팔꿈치로 테이블을 짚고 버티는 몸으로부터 억눌린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발기했어도 차가운 감각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안에서 더욱 크게 부풀었다. 정규는 한동안 올린의 등허리에 체중을 실은 채, 내내 실내에 있었던 따끈한 몸을 마음껏 주물렀다. 허리는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자지는 안에서 꿈틀거렸다. 올린은 이제 보기 가여울 정도로 마른 몸이 아니었으므로, 거구의 정규가 힘껏 기대는 무게에도 납작하게 짜부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따뜻하다.”

그는 차가운 손을 셔츠 아래로 넣어 더 예뻐진 몸을 더듬었다. 비쩍 곯은 모습이었을 땐 키 크고 날씬한 여자 같기도 하던 애가 잘 먹이니 금방 장골이 도드라지고 복근이 선명해지는 게 신기했다. 배꼽을 더듬던 정규가,

“또 뚫었구나. 아팠겠다.”

하고 어제저녁 정아가 뚫은 피어싱을 더듬었다. 옷 입었을 땐 보이지 않는 곳만 골라 뚫더니 죄다 최고급 다이아몬드를 박아 놓았다. 정규는 바로 오늘도 병원에서 만났던 관장님이 올린의 폐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상의해 오던 것을 기억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곧 죽을 놈한테 뭐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저도 모르게 냉정한 생각을 해 놓고 좀 미안해졌다. 그러나 이 몸에 달린 보석들의 어마어마한 가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만한 생각이기는 했다.

사용된 후에는 구멍을 세척하러 가야 하는데, 정규가 놓아주지 않고 희롱하는 바람에 올린은 항문을 바짝 조인 채 저녁 식탁에 앉게 되었다. 정비가 있을 때는 대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 형제들은 정찬을 위한 장소보다는 작은 식당을 선호했다. 고용인들도 가끔 앉곤 하는, 원탁이 놓인 가족 식당은 밝고 아담했다. 올린까지 동석하면 서로 팔꿈치가 스칠 정도로 좁은 곳이지만, 자발적 가택 연금 상태인 정아는 하루 세 끼를 꼬박 이곳에서 챙겼다. 아침과 저녁은 대개 정환과 정규도 함께였다.

엉덩이에 힘을 주고 무릎에 두 손을 올린 채 나머지 두 도련님들이 식당으로 내려오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따뜻하고 순종적인 몸을 핥고 빠는 사이에 몸이 덥혀진 정규는 맞은편에 앉아, 이젠 올린에게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고 무언가를 읽으며 식전 와인을 마셨다. 올린은 입술을 말아 물고 지금이라도 허락을 받고 정액을 씻어 내러 가는 게 나을까, 하고 고민했다. 오늘은 정환이 일찍 귀가하는 날이니 저녁 식사가 끝나면 그에게 사용될 텐데, 구멍이 깨끗하지 않다는 트집이 잡혀 얼마나 혼쭐이 날지를 생각하면 초조함을 가눌 길이 없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식사 시간이 되었다. 정시에 맞춰 정아와 정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둘 다 너무너무 무서웠다. 정환은 요새도 개 패듯이 팰 때가 있다. 사용할 때도 얼마나 모질게 구는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며 매번 손찌검이었다.

얌전히 제자리에 앉아 있던 올린의 뒷덜미를 다짜고짜 끌고 가, 저택 메인홀의 긴 계단 꼭대기에서 밀어 데굴데굴 굴린 적도 있었다. 보고 있던 고용인들이 다 놀랄 정도로 위험한 짓이었지만, 그는 이마가 깨지고 발목이 뒤틀린 올린을 무섭게 얼러서는 도로 계단 위까지 스스로 기어 올라가도록 했었다. 두 번째 구르기 전엔 계단참을 붙잡고 엉엉 울며 고개를 저었었다. 그날 울다가 실금하는 바람에 결국에 어떻게 되었느냐면, 뒤늦게 나타난 정아가 말려 주어 계단에서 또 구르는 것만은 면했으나 실금한 벌로 허벅지를 몹시 맵게 맞아야 했다. 정아는 정환에게 다시는 얼굴에 상처입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지만, 그러한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올린은 끝내 몰랐다.

곤봉처럼 생긴, 짐승의 좆으로 만들었다는 가죽 매로 마구잡이 매질을 하는 바람에 사지가 빳빳해지고 구멍이 조여들어 자지가 들어가지 않게 된 적도 있었다. 그날 정환은 올린에게 근육 이완제를 놓아 달라고 정아에게 부탁했었다. 정아는 올린의 상태를 검사하여 뼈가 부러진 데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환에게서 올린을 매질할 때는 정해진 도구를 사용할 것을 다짐받았다. 그런 후에야 근육 이완제를 놓아 정환이 올린의 구멍을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걸론 때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정환은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벌벌 떠는 올린을 깔아뭉갠 채 형에게 물었고, 정아는 피식 웃으면서, 그래, 했었다. 당연히 가죽 매는 올린의 항문에 들어왔다. 그때 맞아 생긴 흉측한 피멍들은 아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아 정규가 올린을 쓸 때마다 혀를 차게 만들었었다. 츳, 하고 못마땅해하는 소리를 들으면 올린은 잔뜩 주눅이 들어 용서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정아는 정환과는 다른 양상으로 무서웠다. 지켜야 할 새로운 규칙들을 정한 것도 그이며, 그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훈육하는 것도 그다. 작은 실수더라도 두 번째 반복되는 순간 체벌이 내려지므로 그 앞에서는 말 그대로 숨조차 마음껏 쉬지 못한다. 요즘 올린은 그가 가르치는 것들에 제법 익숙해져서 취침 전 훈육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하루의 잘못을 몰아 혼나느라 늦은 밤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아무리 싹싹 빌고 앞으로 잘할 것을 진심으로 다짐하며 울고불고해도 정해진 매를 덜어 주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엄한 매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그는 정아를 실망시키는 게 두려웠다. 올린은 대개 정아가 정한 규칙을 잘 따랐지만, 노력해도 도무지 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자신의 전용 의자에 앉아 쓰임을 위해 대기할 때, 그는 의자와 일습으로 만들어진 가구가 되어야 했다.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눈을 연이어 두 번 이상 깜빡여도 안 되고 숨을 크게 쉬어서도 안 되고 눈동자의 방향을 정해진 곳에서 돌려서도 안 된다. 그런데 대기 시간에 올린은 두 가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는데, 그것은 자꾸 뜻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과 자꾸 자세가 왼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는 것이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음을 고백할 때, 혹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자세의 뒤틀림을 정아가 지적해 주었을 때, 온화한 정아의 얼굴에 어리는 희미한 실망감이 괴로웠다. 그런 얼굴의 정아는 자지를 넣어 줄 때조차 미묘하게 차가웠다. 웃고 있어도 느껴지는 미세한 다름이 있었다. 잘 먹고, 겉으로 보기나마 잘 입고, 마치 사랑받는 것처럼 다루어지는 것은 이전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특권이었다. 자신에게 실망한 정아 형이 그 사랑을 거두어 갈까 봐 올린은 그 표정을 볼 때마다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바로 그 얼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단절된 것 같은 그 얼굴이 올린으로 하여금 절박하게 매달리게 했다.

두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 당연스럽게도, 올린은 바짝 긴장했다. 빳빳하게 굳어 자세를 바로 하는 모습을 정규가 눈동자만 들어 바라보았다.

식사 자리에서는 별일 없었다. 정규가 오늘 낮에 정비를 만나러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정아가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들었다. 올린은 그가 이 세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단 한 가지, 정비의 안부를 훔쳐 듣느라 입안에 든 것이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정비의 상태가 혼수가 아닌 어떤 다른 것으로 바뀌었으며 몇 가지의 검사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좋은 소식인 것 같았다. 그 검사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묻고 싶었다. 혼수와 혼미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올린이 입을 열려고 눈을 든 순간, 그는 정아의 시험하는 듯한 엷은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 올린은 울대가 크게 일렁이도록 마른침을 삼켰으나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질문은 내뱉어지지 못했다.

평소보다 더 빨리 식사를 마친 정환은 올린이 자신의 몫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세 도령 사이에 어떤 엄격한 약속 같은 것이 정해졌는지, 아무도 올린을 굶기거나 식사를 하지 못하도록 명령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저런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끝까지 먹을 수 있을 만치 대범한 간담도 아니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수저를 내려놓았다. 정환이 턱짓하여 바로 옆, 조리실로 이어지는 복도로 불러냈다. 딱히 식사 시간 중에 사용하는 게 금지된 일은 아니므로, 정아와 정규는 올린이 쓰임을 받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저희들끼리의 대화에 여념이 없었다.

조명이 낮은 복도에 선 정환의 얼굴은 늘 그렇듯이 못되게 이지러져 있었다. 그는 올린을 볼 때마다 불덩이 같은 화가 차오르는지, 아무 이유 없이 한 대를 꼭 때리고 시작했다. 그에게 맞기 위해 다가가면서도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러든 말든 정환은 배를 걷어차 바닥에 쿠당탕 소리를 내며 구르게 만들었다. 올린은 신음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가 정환의 다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 정환의 학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달아나면 안 된다. 도망가면 정환은 반드시 쫓아와 한층 악독하게 때리지만, 반대로 제 몸에 달라붙으면 똑같은 주먹질을 하더라도 조금 힘을 풀어 준다.

“정환아. 디저트 남았어. 올린이 좋아하는 거야.”

안쪽에서 느긋하게, 정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래도 새 액받이 구하기 힘들어서 어떻게든 사용 기한을 연장해 보려고 살살 고쳐 보는 중인데 네놈이 영 비협조적이라 곤란하구나, 다 먹고 나서 패도 되지 않겠니, 올린에게는 그 목소리가 그렇게 들렸다. 저를 편들어 주는 소리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환은 다르게 생각할 터였다. 그는 정환의 기분을 풀어 주려 볼을 다리에 비비고 두 손으로 그 허벅지를 애무했다. 그리고 가장 순종적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지… 빨아 줄까? ….”

정환의 얼굴이 대뜸 빨개졌다. 씨발년이, 하고 그가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어떤 때는 이렇게 하면 자지만 빨게 하고 끝나는데, 오늘은 아닌 모양이었다. 올린은 멱살이 잡혀 일으켜졌다. 얼굴을 벽 쪽으로 한 채 거칠게 밀쳐지며 그는,

“윽!”

하고 아픈 비명을 질렀다. 정환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올린의 바지를 벗겨 냈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거친 손길에 협조하자, 손에 든 바지를 마구 구겨서 올린의 다리 사이를 문질러 닦았다. 늘 헐어 있는 항문이 마구잡이로 닦이는 것도 아픈 일이었지만, 바지에 얼룩이 남는 것도 큰 걱정이라 올린은 숨을 들이켰다. 매일 저녁 옷을 깔끔히 간수했는지를 검사받고 그에 따라 취침 전 매질의 대수가 정해지기도 하는 올린으로선 지금 저 바지가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얼마나 아프게 맞아야 할지 아찔해졌다.

“아!”

그러나 저녁의 매질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정환은 올린의 다리 사이에서 묻어 나온 액체를 보라는 듯이 벽 쪽으로 들이대더니, 바지를 올린의 얼굴에 문지르고 복도 끝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작스트랩 아래 훤히 드러난 볼기를 커다란 손으로 잡아 뜯듯이 꼬집었다. 저녁마다 매를 맞아 늘 부어 있는 곳을 꼬집히니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허리를 배배 꼬며 손길을 피하려다 손목이 잡히고, 볼기를 치우려 들썩대다가 혼이 났다. 차라리 때리는 게 덜 아플 것 같은데, 형들이 듣지 못하도록 꼬집는 손길이 미웠다. 올린은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는 말로 하지 말라고 애원하며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요 썅년, 울어? 어? 우냐고. 야. 야. 보지 가려워서 울지? 어? 쑤셔 줘? 어?”

올린이 울자 정환은 더욱 신이 난 것 같았다. 못된 얼굴로 피멍에서 피를 짜낼 듯이 세게 비튼다. 통통하게 살이 붙어 동그래진 볼기를 주무르는 손맛에, 정환은 어쩔 줄 모르고 아파하는 몸에 대한 괴롭힘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다리 사이에 손가락 네 개를 한 번에 쑤셔 넣었다. 엄지손가락이 항문의 입구에 닿을 정도로 깊었다. 사정을 봐주지 않고 좌우로 마구 흔들어 대자 안을 채웠던 정액과 함께 올린의 장액이 질퍽거렸다. 올린이 발뒤꿈치를 들었다 놨다 하며 죽는소리를 쳤다. 피하려는 몸짓에 벽에 저절로 가슴이 문질러졌다. 장액의 방울이 마구 튀기도록 희롱한 정환은 어떤 신나는 것을 마무리라도 하는 듯이 항문을 철썩, 때리고는

“뒤돌아.”

하고 명령했다. 꾸물대면 더 혼난다. 아픔을 무시하고 재빨리 뒤로 돌았다.

“차렷. 눈 감아. 입 벌려.”

연이어 떨어진 명령에 그렇게 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입이 벌어졌다. 정환은 그것으로 부족하여 올린의 턱을 잡고 당겨 입술이 더 많이 벌어지도록 했다. 입술을 빠는 소리는 축축하고 집요했다. 올린은 그 게걸스러운 소리에도 발씬거리는 제 몸을 어쩌지 못해 차려자세인 채 움찔움찔 떨었다. 실컷 빨고 혀끼리 비벼 탐욕스러운 소리가 나게 한 다음엔 정환이 늘 하는 짓이 있다. 그는,

“아, 해.”

하고 지시해서, 크게 아, 하듯 입을 벌린 올린의 입 안에 제 침을 탁, 뱉었다. 그걸 삼키는 것까지를 확인한 다음에 정환은 손가락을 올린의 카디건에 문질러 닦고 아직 디저트가 남았다던 식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올린의 바지는 복도 반대쪽 끝에 구겨진 채 놓여져 있었다. 그는 그쪽을 향해 절뚝절뚝 걸어가 구겨진 바지에 다리를 꿰다, 한순간 멍하니 섰다. 그리고 다시 바지런히 움직여 옷을 마저 입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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