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욕조 (35/65)

# 욕조

매로 길들인 후에야 취하려던 생각이 바뀌었다. 취한 후의 매질도 길들이기 충분할 정도로 아플 것이다. 바닥보다 낮게 설계된 욕조에 더운물을 받는 동안 그는 올린의 몸에 남은 니트를 마저 벗기고 가랑이의 거품을 씻어 냈다. 천천히 물이 차오르는 욕조 바닥에 팔을 짚게 하고, 무릎은 욕조 밖의 타일 바닥에 꿇도록 엎드린 자세를 지정해 주었다. 높이 들린 두 볼기 사이에 숨은 항문을 싹싹 핥기 전에, 먼저 동그랗게 올라붙은 불알을 쓸고 한 차례 사정 후 다시 서기 시작한 자지를 다시 쥐어 잡았다. 좀 전에는 위아래로 쓸었지만, 이번에는 젖을 짜기 위해 소 젖을 마사지하듯 네 개의 손가락으로 살며시 주물렀다.

“아으으… 흐윽,”

보드라운 자지가 손안에서 착실히 부피를 더해 가는 것을 느끼면서 정아는 먼저 혀의 심을 세워 항문을 닦아 내듯 핥았다. 어제 몹시 맞았다더니 피멍이 들어 부풀어 오른 항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고집스러운 주름들은 펴질 생각이 없다는 듯이 저항이었다. 그러나 전략을 바꾸어, 힘을 빼어 느물느물해진 혀끝으로 주름이 모인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를 살살 쓸어 달래듯 하자 고집스럽던 곳에 조금씩 피가 몰렸다. 너무 빠르지도, 지나치게 느리지도 않고 모든 주름을 다 펼칠 것처럼 집요하게 움직이는 혀끝에서 침방울이 흘러 올린의 회음에 맺혔다.

주름을 쓸어올렸다가, 아주 작게 빠끔히 벌어지려다 마는 곳을 중심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보채듯이 가운데를 폭폭 쑤시더니 좌우로 비비며 아래로 향하는 혀의 움직임은 키스하는 것처럼 섬세했다. 올린은 우는 것처럼 들리는 신음을 흘렸지만, 때때로 그 얼굴을 확인하면 잔뜩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수치심보다는 쾌감 때문에 맺힌 눈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는 욕조의 물에 똑똑 떨어지고, 비슷한 듯 매순간 전혀 다른 혀의 움직임에 농락당하는 구멍이 개폐를 점차 빠르게 반복할수록 벌어진 다리 안쪽은 달달 떨었다. 매를 맞지도 않았는데 장액이 속으로부터 솟아나 주르르 흐르는 느낌에 올린은 팔꿈치로 짚었던 욕조 바닥을 아픈 손바닥으로 짚고 상체를 쳐들며,

“아, 하, 아! 학, 으읏!”

하고 애타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에 도리어 가학심이 든 듯, 정아는 항문 아래에 동그랗게 올라붙은 열매 두 알을 입에 담고 쭉쭉 빨았다. 강하게 흡입되느라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아픔 속에도 희열은 피어올랐다. 올린은 저도 모르게 한쪽 손을 들어 제 아래를 어떻게든 방어해 보려다, 도저히 다친 손 하나로는 거꾸로 물구나무서다시피 한 자신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욕조 바닥을 두 팔로 짚기를 반복했다.

쩔쩔매는 그 모습을 잠시간 즐긴 후에야 정아는 괴롭히던 것을 그만두고 명령했다.

“들어가서 무릎 꿇고, 허벅지 사이에 자지 넣어. 그리고 눌러서 자위해 봐.”

올린은,

“힘든데….”

하고 훌쩍거리면서도 순순히 욕조로 기어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네가 힘든 게 무슨 상관이야.”

조금 전까지의 다정하고 은밀한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말투의 핀잔에 기가 죽었으면서도 올린의 입은 살아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말해 봤어….”

정아가 웃음을 참는 동안 넓은 욕조에 허벅지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곧게 선 자지를 제 허벅지 사이에 끼운 올린은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물어뜯어 가며 허벅지를 비볐다. 두 손은 아주 예전부터 도련님들이 압박 자위를 시킬 때 주로 지시했던 것을 기억하여 허리 뒤로 얌전히 모아 잡았는데, 정아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손은 머리 뒤에.”

하고 지시했다. 헐떡이며 두 손을 머리 뒤에 두고, 양 팔꿈치를 모으지 않도록 주의하며 꿇어앉아 허벅지를 움키는 모습은 너무 야했다. 찰방찰방, 올린의 몸짓을 따라 흔들리는 물결의 상쾌한 소리를 들으며 정아는 한 손으로는 자신의 자지를 흔들고 다른 손으로는 올린의 젖꼭지를 비비며 한 차례 사정했다. 얼굴에 정액이 뿌려지고도 올린은 지시받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아흐… 주, 죽겠어.”

발칙하게도 바로 저 앓는 소리가 정아의 심금과 자지를 동시에 울린다는 것을 잘 아는 올린은 원하는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아는 그 말에 방금 정액을 토해 낸 자지를 벌떡 세운 채 욕조 안으로 달겨 들려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성을 되찾아 욕조에 발만 담근 자세를 그대로 유지해 냈다. 그리고는 아슬아슬하게 미소를 잃지 않은 얼굴을 두 손으로 쓸고, 자신의 턱을 받쳤다가, 슬슬 손을 아래로 향해 괴롭히기 너무나 좋게 생겨 먹은 젖꼭지를 두 엄지손가락으로 비볐다. 아흐으, 살려 주려는 손길에 더 빨리 죽겠다는 듯이 올린이 신음을 토했다.

젖꼭지의 성감이 잘 발달한 올린은 조금만 유두가 괴롭혀져도 아래로 질질 싼다. 정말 집요하게 괴롭혀 주면 장액이 얕은 분수처럼 세 번, 네 번에 걸쳐서 쫙 쫙 뿜어져 나오는 때도 있었다. 그렇게 느끼게 해 준 다음 삽입하면, 아래는 평소보다 뜨끈하고 보드랍게 달아올라 있다. 본래부터 상대를 가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아에게는 아주 편리하고 흡족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게다가 본인이 괴롭혀 달라고 이렇게 가슴을 내미는 데야, 사양할 이유가 없다.

“싸, 고 싶어….”

그는 목 안으로 끙끙대며 열심히 허벅지를 조이는 올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방금 한 번 쌌잖아. 정액이든 오줌이든 또 싸면 매 열 대 추가할 거야. 게으름 부려도 열 대 추가.”

하고 경고했다. 자지를 압박하면 자연히 사정하고 싶어지는데, 그런 순간 압박을 덜어 내는 짓도, 그렇다고 좆물을 싸지르는 짓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미친놈에게도 가학심이 사그러지기는커녕 더욱 못되게 솟아오른 정아는 오늘 올린이 죽도록 느끼면서도 끝내 더는 싸지 못하는 모습을 기어코 보고 말 작정이었다. 그 경고에서 결심을 알아챈 올린이 울상을 하면서도,

“알았어, 알았으니까 때린다는 말 하지 마….”

하면서 다리를 조이고 물속에서의 허릿짓을 계속했다.

입술을 내려 왼쪽 젖꼭지를 한 번 빨았다. 진득하게 젖은 젖꼭지 끝을 뾰족하게 세우듯 빨아당기며 입술을 떼고 응시하자, 유두 끝의 조그만 구멍이 발름대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통통하게 커진 젖은 그 자체로 아주 작은 성기같이도 보였다. 조그만 데다 뭐라도 쑤셔 박아 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젖에다 좆을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정아는 발기한 젖을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듯 세게 비비고, 잠시 너무 심한 짓을 한 것을 사과하듯이 검지만으로 살금살금 쓰다듬어 주다가 다시 툭툭 두드렸다. 손가락을 튕겨 몹시 아픈 딱밤을 먹인 것도 아니고, 그저 검지를 세워 일정한 간격으로 때려 주었을 뿐인데 이미 통통하도록 부풀었던 젖꼭지가 더욱 성을 내며 발기했다.

간지럽고 뜨거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된 올린은 허벅지 사이의 자지를 비비다가, 벌름거리는 항문을 조이느라 볼기에 힘을 주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나 정아는 그 배배 꼬는 몸짓을 보면서도 쉽게 본 게임을 시작해 줄 생각이 없었다. 자위하다가 문득문득 닥쳐 오는 찌릿한 쾌락에, 감전된 사람처럼 파드득 떨다가도 이내 자세를 되찾곤 하는 올린은 벌써 지친 듯도 보였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더 음심을 자극하는 법이다. 액받이 턱을 잡고 뺨을 치듯, 엄지로 아래를 받친 채 좌우로 젖꼭지를 때리던 검지에 점점 힘이 실렸다. 거세게 쓰다듬는 것 같기도 한 두드림에 올린은 마침내 허벅지를 잔뜩 모은 채 허리를 굽히고, 어깨마저 움츠리며

“그렇게 자꾸 때리지 마, 밑에가 너무 뜨겁단 말이야….”

하고 정아의 팔에 얼굴을 비볐다.

하마터면 바지를 입은 그대로 욕조로 들어갈 뻔했다. 정아는 이를 꽉 문 채 바지를 벗고 이미 올린의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욕조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욕조 가에 팔을 집게 했다. 날씬한 허벅지 사이에서 눌린 채 자극받던 자지가 놓여났다. 그걸 한 손으로 감싸며, 엉덩이를 뒤로 내민 올린의 뒤에 바싹 붙었다. 따뜻한 물 속에서 등뼈와 갈비뼈가 도드라진 등에 몸을 겹친 것만으로도 저절로 신음이 샜다.

“빨리이, 빨리.”

올린은 얌전히 있지 못하고 보채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정아는 지금 당장에라도 삽입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고 최대한 느리게 움직였다. 느리게 할수록 성감은 높아지고 교합은 뜨거울 것이다. 팔꿈치로 욕조 밖을 누르듯 기대어 지탱하느라 도드라진 날개뼈의 가장자리를 꼭꼭 깨물어 주면,

“응!”

하고 목을 젖히며 올린이 신음했다. 그럴 때면 골반 아래 동그랗고 조그만 엉덩이 근육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게 너무 생생해서, 정아도 꾹 다문 잇새로 함께 신음했다. 정아가 도저히 삽입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올린은 벌써 앞서 느껴진 사정감을 참느라 허리를 마구 뒤틀어 대고 있었다.

도드라진 척추를 중심으로 납작하게 평행한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노려보던 정아가 자지를 동그란 계곡에 문질렀다. 이미 아까의 고집을 버린 항문은 문질러지는 것만으로도 벌어질 만큼 노곤하게 풀려 있었다. 단단한 성기가 누르듯 훑고 지나가느라 헤집어졌다가 다시 안타깝게도 다물어져 버린 구멍이 물속에서 해파리 따위가 발광하듯 활짝 피었다. 그러자 정아는 잠시 허리를 떼었다가,

“헉!”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도록 거세게 박아 넣었다. 묵직한 몸짓에 자지와 함께 더운물이 몸 안으로 밀려들었다. 한번에 뿌리 끝까지 들어온 흉기에, 세차게 올려 쳐진 올린은 순간 주륵 미끄러지는 것 같다가도 곧 정신을 차렸다. 제 것과도 통하는 욕망을 받아 내기 위해 무릎에 단단히 힘을 주고 팔과 어깨를 긴장하며 버텼다. 솟아오른 엉덩이를 내려다보며, 정아는 들어올 때보다는 다소 느리게 빠져나갔다가, 자비 없는 몸짓으로 또 한 번,

“헉!”

쳐올렸다. 올린은 단 두 번의 허릿짓에 나가떨어지듯 고개를 처박았다. 축축한 타일에 이마를 쿵, 부딪친 채로, 붉은 입안을 부끄러움 없이 모두 보이며 그는 울었다. 정아가 보는 방향에서는 제 자리가 어디인지 모르고 뾰족하게 일어서서 바르르 떠는 혀가 참으로 사랑스럽게 보였으나, 정아 역시 올린처럼 단 두 번의 왕복에 뒷골이 어찔해져 차마 입을 맞춰 줄 정신은 없었다.

올린의 벌어진 사타구니와 항문은 비록 멍투성이지만, 그래도 자지를 넣어 주느라 정아의 골반뼈가 때리는 매질은 잘도 견뎠다. 이토록 기분 좋은 것을 먹여 주면서 때리는 매는 참을 만하다뿐인가, 몇 번이고 청하여 더 맞을 정도로 반가웠다.

올린이 혹독한 매질로 사타구니에 피멍이 맺히든, 한창 두렴증이 돋아 남의 손을 타는 것에 숨조차 히끅히끅 넘어가며 무서워하든, 아침마다 고용인들은 올린의 자지와 불알과 항문까지를 제모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미 액받이로 쓸모가 없더라도 도련님들 모두가 구멍만은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필요한 일이었다.

그 결과로 털 한 가닥 없는 올린의 아래에, 정아의 음모가 세차게 닿다 못해 그 음모의 가닥가닥의 모양새대로 올린의 피부가 달아오르도록 강하게 밀어붙여졌다. 그럴 때도 올린은 뜨겁고 따가운 아픔을 반가워했다. 구멍이 아플수록 몸 안은 덥게 달아오르고, 애타게 간지럽던 성감은 더한 아픔이 있어야만 비로소 후끈하게 긁히듯 해갈된다.

자신이 느끼는 만큼이나 박아 주는 사람의 쾌감이 큰 것 또한 기뻤다. 귓가에 와 닿는, 자제하려 하나 하지 못하는 남자의 신음을 통해 올린은 자신의 광증을 이해한다던 정아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가 비록 견딜 만한 고난만을 주겠지마는, 자신의 구멍이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그가 마음을 바꾼다면 언제고 폐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곧이어 박혀 들어온 좆이 쏟아부어 주는 묵직하고 세찬 기쁨에 날아갔다.

“헉, 아욱, 아흐, 허억.”

“귀여운 올린이, 벌렁대는 구멍아,”

“흐윽, 아! 아아, 허헉, 응, 큿!”

“이렇게 쫄깃, 하고, 이렇게나, 잘 씹고,”

“아흐흐윽! 허억, 아윽, 응, 윽.”

“아래론, 질질 싸는 주제에, 착하게도, 잘, 참고,”

“아앙! 아악, 으응핫, 으윽!”

“미쳤어도, 열심이고, 약 없이도, 쓰기 좋아, 너무 예뻐, 예뻐 올린이, 내가 너, 망가뜨릴 거야, 엉망으로, 만들 거야, 예뻐해 주고, 예뻐해 줘서, 죽고 싶게, 만들 거야, 그래도 너, 살아야 돼, 으응, 예쁜아. 살아 있는 올린아.”

잠꼬대하듯 두서없이 애정을 털어놓은 정아는 올린의 가슴을 모아 주무르던 손을 풀었다. 다리 사이로 팔을 넣고, 한쪽 허벅지를 오줌싸는 수캐처럼 들어 올렸다. 물에 잠겼던 한쪽 다리가 물 밖으로 들어 올려지자 덕분에 구멍은 조금 더 넓어졌지만, 삽입각이 바뀌는 바람에 비교적 얕은 곳을 묵직하게 찔려 올린은 비명을 질렀다. 순간 의도하지 않던 곳을 찌른 좆은 금방 물러났지만, 올린은 방금 좆머리에 얻어맞은 아랫배의 안쪽 어딘가는 짙은 멍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픈 좆질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순조로이 깊이 들었다가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몸짓이 미웠다.

구멍을 쑤시는 좆이 올린의 마음까지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정아는 높이 든 허벅지를 올린이 스스로의 다리 힘으로 유지하게끔 손을 놓아 버렸다. 팔을 짚고는 있으나 외다리로 선 채 좆을 받게 된 올린의 내전근이 발발발 떨었다. 잘 쑤시던 구멍을 넓히려는 듯 말랑말랑한 볼기를 붙잡아 찢을 듯 잡아당기더니, 빠끔하게 속살을 내보이며 열린 구멍에다가 제 손가락을 욱여넣었다. 보글보글 소용돌이치는 물 안의 기포가, 열린 구멍에 간지럽게 닿아 터졌다.

이미 뻐근하도록 아픈데 손가락까지 들어오니 정말 찢길 것 같아서, 올린은 정아가 손가락을 꽂아 넣은 채 다시 허릿짓을 시작하자 아래를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무서워할수록 아래는 쉬이 벌어지고 부끄러울 정도로 크게 뻐끔거린다. 정아의 좆이 뿌우욱 빠져나가는 압력에 안에 함께 들었던 물이 함께 휘몰아쳐 나갈 때는 내장이 함께 쏟아질 것 같은 끔찍하고도 황홀한 상상마저 드는 것이다.

“아윽… 올린아, ….”

철퍽거리며 함께 드나는 벌건 교합부를 내려다보던 정아는 달아오른 눈가를 찡그리면서도 헛 헛 하고 웃었다. 그러나 둘이 함께, 같은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처지가 달라, 올린은 웃기는커녕 심한 고통을 참는 사람처럼 입술을 말아 물었다가, 이를 악물었다가, 눈 사이로 액체가 새도록 꾸욱 감았다가, 하느님을 찾는 사람처럼 흰자 드러나도록 위를 올려다보기를 반복했다. 얼굴은 그런 주제에 아래의 옴찔거림은 빠르고 격렬했다. 넣어 주는 것은 죄다 삼키겠다는 듯이 야물딱지게 벌름거리는 구멍에 협조하듯 요분질 치는 허리도 그랬다.

정아는 흐흣, 흣, 하고 벅찬 숨소리 사이로 소리 내어 웃으면서도 좆질을 멈추지 않았다. 뜨끈하게 달아오른 몸이 좆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을 뿌리치며 확, 빠져나왔다가 파도처럼 깊고 거세게 박아 넣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금 전에 그토록 매몰차게 버림받은 내벽은 배알도 없이, 더운물을 가득 안고 돌아온 좆을 부둥켜안고 다시는 가지 말라는 듯 꼬오옥 조인다. 오랜 학대 끝에 마음은 열게 되었지만 몸만은 이토록 순애보적인 건 올린의 수천수만 가지 사랑스러운 됨됨이 중 겨우 하나에 불과했다.

무자비할 정도의 쾌락에 몸부림친 후에 대개 그렇듯이 멍한 상태가 찾아왔다. 올린은 그대로 쓰러져서 자 버리고 싶은 기분을 견디며 제 안에서 소리치던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라졌음을 느꼈다. 아까부터 있었던 이곳이 낯설었다. 혼란한 고요함이었다. 멍한 감각 속에 자신을 욕조에 내버려 두고 샤워 부스로 들어가 버리는 정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욕조의 물을 빼는 동시에 쭈그리고 앉아 항문을 채운 정액을 빼냈다. 입구가 다물어지지 않도록 풀린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안에서 갈고리 모양으로 굽혀 벌렸다. 아직 굳지 않은 탁한 액체가 순조로이 흘러나와 욕조 물에 섞였다.

자신의 사용자가 샤워를 마치기 전에 제 몸을 다 씻고, 물기 없이 마른 욕실 바닥에 깔린 러그에 꿇어앉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원하든 그렇지 않든 얕은 흥분감이 밀어닥쳤다가 서서히 밀려 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결국 두 번째의 사정을 하지 못한 자지가 발갛게 달아오르며 조금씩 부풀고, 항문은 깨끗이 씻은 보람 없이 다시 점도 낮은 장액으로 젖어 들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정아는 올린이 러그 위에 꿇어앉은 것을 보고도 모르는 척 지나쳤다. 회색의 러그 위로는 올린의 아래에서 스며 나온 장액이 벌써 조그만 둥근 반점을 그리고 있었다. 물이 많은 체질 때문에 자주 저런 실수를 하기 때문에, 예전의 올린이라면 감히 러그나 카펫 위에 꿇어앉을 생각은 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미묘한 어긋남이 있을지라도 예전에 가르침 받았던 대로 행동하려는 것을 보면, 마음을 위로해 주고 달래 준 것이 예전의 생활 양식을 기억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반만 올린인 상태의 얼굴은 멍청해 보이기는 했으나 덜 슬퍼 보여서 나쁘지 않았다. 그는 올린을 먼저 내보내고, 핸드폰을 들어 밖에 있을 정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정규는 비틀거리면서 걸어 나오는 몸을 보자마자 그가 19번이 아님을 알아챘다. 그렇다고 천치 바보 같은 눈도 아니었다. 정규는 너 지금 누구냐는 질문을 다시 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 질문이, 지금의 올린에게는 어려운 문제일 터였다. 저런 상태로 체벌을 견딜 수 있을까 싶어서 형의 메시지에 답신했다.

‘묶어야 하지 않아?’

‘괜찮아.’

형이 판단할 일이었다. 그는 정아가 부탁한 대로 식탁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 골반이 걸치도록 엎드리게 올린을 도와주었다. 앞 허벅지를 맞다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 허벅지 뒤쪽을 때릴 심산인 것 같았다. 의자의 앉은 부분에 정수리를 박듯이 머리를 숙인 올린은 두서없는 짧은 말을 몇 마디 중얼거리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따랐다. 뒤늦게 나온 정아가,

“오줌싸개, 오줌 싼 벌은 허벅지 몇 대야.”

했을 때는

“여, 열 대야….”

하고 대답하는 태도 또한 얌전했다.

섹스 후에 맞는 매는 섹스하기 전의 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비록 사용하고, 사용되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살 부딪치던 사람이 회초리가 휘둘릴 거리만큼이나 물러나는 것은 싫은 감각이었다. 두 형제도 올린이 삽입 섹스 후의 매질에 유독 많이 운다는 것을 알았다. 섹스 중의 실수를 트집 잡혀 제대로 봉사하지 못했다고 혼나면서 맞는 일도 있지만, 지금처럼 섹스와 상관없이 원래 예정되었던 매를 맞을 때에는 더 많이 서러워했다.

“잘못했,”

정아가 케인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손잡이를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끄트머리를 휘듯이 잡아 그 탄성을 최대로 올린 순간 올린은 미치지 않았어도 했을 만한 소리를 꺼내 놓았다. 그러나 그 다 죽어 가는 듯한 사죄의 말은 정아의 귀에 미치지 않았다. 미쳤다고 해도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독살스럽게 공기를 찢고 내리쳐진 모진 매에, 올린은 저도 모르게 상체를 쳐들고 말았다. 물론, 곁에 섰던 정규가 그 동그란 뒤통수를 조그만 공이라도 되는 듯이 손바닥으로 탁, 받아 도로 의자 바닥에 처박았다. 콩, 이마를 박는 소리가 자그맣게 울렸다.

한 번의 매질에 허벅지 한가운데의 여린 살이 벌겋게 부풀었다. 그리고 그 부푼 상처는 순식간에 붉게 잘 익은 피멍으로 변했다. 내리친 매의 굵기는 겨우 손가락 하나 정도인데, 부푼 상처는 그 두 배는 되도록 두꺼웠다. 타는 듯한 통증에 올린은 손을 뒤로 뻗어 맞은 데를 확인하고자 했다. 미치지 않은 상태의 것이라도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너무 뜨겁고 아픈 매를 맞으면 보통 순간은 정신이 나가기 때문이다.

“아악! 흐어어엉….”

한쪽 손목은 정규에게 붙잡히고, 다른 손은 그나마 뒤늦게 차린 정신으로 의자 바닥을 짚은 채 올린은 두 다리를 힘껏 뻗었다. 아킬레스건으로부터 날씬한 가자미근까지가 도드라지도록 종아리가 곤두섰다. 정아는 다시 케인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아직 태형이 남아 있는 먼 나라의 집행관처럼 자세가 곧았다.

올린은 매웠던 첫 번째의 타격을 기억하고, 겁에 질려 치켜뜬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헐떡였다. 곧, 이제 곧, 잠시 후면, 엄청난 아픔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끄으, 흐으으….”

“잘 참아서 예뻐.”

느닷없는 칭찬의 말에 긴장이 풀린 순간 두 번째의 매질이 떨어졌다.

“끄아아아악!”

“그런데 우리 올린이 소리도 잘 참잖아. 그렇지?”

정아의 매질은 정확하고 빨랐다. 그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 첫 번째 매 자국의 바로 아래에 겹치지 않도록 평행한 상처를 내며 케인을 내리쳤다. 벌겋게 부푼 멍 바로 아래에 불그스름하게 부풀었던 살이 터질 듯이 솟아올라 두 개로 갈라진 피멍으로 그려졌다.

“아악, 으으윽… 흑! 응, 잘, 참아.”

길들이기 위한 칭찬이라도 굶주린 마음에는 달았다. 그 대답에 만족한 정아가 다음 매를 휘둘렀을 때, 당연히도 올린은 이를 악물고 혀를 깨물며 소리를 참았다. 이전의 뜨거운 아픔이 가시기 전에 새롭게 떨어진 고통이 눈 뒤가 번쩍거리도록 거세게 치고 올랐지만, 그는 정말 소리를 잘 참긴 했다. 그 후로 더 떨어진 매질에도, 목 안으로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발가락을 바짝 세워 바닥을 밀어내듯 할지언정 처음 두 번의 매를 맞았을 때처럼 큰 소리로 울지는 않았다.

정아는 잠시 팔을 쉬고 쩔쩔매는 몸을 달래 주기로 했다. 어깨너비로 벌린 발 덕분에 볼기 사이의 구멍을 만지는 게 과히 어렵지 않았다. 엉덩이가 아니라 허벅지를 맞았기 때문에, 볼기에는 새롭게 생긴 상처는 없었다. 그 말은 항문을 쑤셔지는 쾌락을 얻으며 올린이 감수해야 할 고통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아는 흠뻑 젖은 항문에 중지를 가만히 가져다 댔다. 봉긋하게 솟은 데서 느껴지는 맥박은 대단히 빨랐다. 손가락에 힘도 안 주고 슬쩍 쓸었을 뿐인데 그 손끝을 따라 아래로 벌어지는 항문은 그 주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확실히 삽입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렇게 심한 매질을 하면서 몸의 부탁마저 거절하는 건 지나친 일이라고 정아는 생각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넣고 쑤걱쑤걱 쑤셨다. 슬그머니 검지와 약지를 더해 부피를 부풀린 세 개의 손가락들은 애태우거나 뜸을 들일 생각도 없었다. 욕실에서 달아오른 몸은 아직도 식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만 자극해 주어도 황송해하며 사정없는 환락에 오르는 것이 금방이었다.

“흐으… 윽!”

쉽게 느껴 버린 몸이 볼기와 허리를 함께 움찔거리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그 경련이 멈추자 케인을 다시 허벅지에 문질러 주었다. 기쁨을 느끼는 중에 내리칠 수도 있었지만, 이건 아픔을 대비하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움찔거리는 몸은 그다음의 매질에는 조금 다른 소리를 냈다. 분명 아픔은 존재했으나, 아픔이 너무 커서 차마 그것에서 끄집어내지 못한 희열을 찾아낸 음란한 몸은 그렇지 않아도 질척거리던 항문을 함빡 적시고 다리 사이를 타고 종아리까지 이르도록 장액을 질질 흘렸다. 몇 번이고 거센 매질을 내리던 케인이 오금 언저리를 흐르는 액체 방울을 훑어 올렸다가, 항문 사이를 가르듯 빠르게 긁었다. 이미 극렬한 고통과 뜨거운 쾌락을 느끼던 몸은

“으흑… 아, 아파….”

하고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새로운 액체의 방울을 튀겼다. 가여운 일이기는 했다. 엊저녁에 맞은 데는 비록 사타구니로, 허벅지 내전근 중심으로 찢겼을 뿐 뒤쪽 허벅지에 이르는 타격이 크지는 않았었으나 그래도 멍든 데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 위를 찢는 케인은 더없이 잔인하게 이미 상처 입은 곳을 벌하고 있다. 그리고 그 벌에 흥분하여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것은 애욕의 증거다.

뜨거운 아픔 속에 질질 싸는 몸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더 상처입히면서 정아는 위험하더라도 저택에 돌아가야겠다고 결정했다. 한 번 돌아가면 당분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야겠지만, 그 자발적인 가택 연금의 기간에 올린을 새롭게 길들일 생각에 다음번 타격은 조금 더 경쾌한 소리를 냈다.

이제는 헐떡이기만 하는 몸에 힘이 바짝 들었다가 다시 풀어졌다. 반쯤은 실신한 상태로 흐느끼는 몸은 사랑스러웠다. 마지막 매를 내리기 전에는 엉덩이 아래로부터 오금 바로 위까지가 다 터진 허벅지를 오랫동안 쓰다듬었다. 고통을 느낄 줄 모르는 그는 고통이 삶의 증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가진 올린, 고통할 줄 알며 그러므로 가장 살아 있는 올린이 좋았다.

그는 그가 하는 대부분의 선택이 그러하듯, 이번에도 호기심에서 기인한 충동으로 사랑을 고백했다. 기억하기로는 예전에도 한 적 있는 고백이었다.

“올린, 나는,”

뜨거운 상처를 쓰는 손을 느끼며 길고 연약한 울음을 울던 올린의 귀에 들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고통을 느낄 줄 아는 것들을 사랑해.”

그 순간 올린의 벌어졌던 항문이 힘껏 오므라들었다. 미쳤어도 올린은 영민했다. 그의 끔찍한 사랑 고백 뒤에 숨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다뤄질 것인지에 대한 예고를 알아들은 올린은 그러나 욕실에서 들었던 모든 말들을 하나하나 다 믿을 정도로 사람을 잘 믿는 순진한 성품이기도 했다. 올린은 마지막 매를 맞기 직전에, 정아의 얼굴조차 올려다볼 수 없는 괴로운 자세인 채 그렁대면서도 분명히 말했다.

“약속했어, 굶기지는 않기로.”

“그래, 그래.”

정아가 대답하고, 마지막 매를 휘둘렀다. 쌔액, 공기를 찢듯 날카로운 소리로 휘둘려 올린을 때리는 무자비한 케인을, 정규도 함께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 오늘 네게 생수 여섯 병을 먹이기로 결정했었어.”

뒷머리를 내리누르는 정규의 손에서 놓여난 올린은 엉망이 된 얼굴로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로 앉을 수 없어 비스듬한 자세로 엎드린 올린은 카펫에(@변경:바닥에) 얼굴을 묻고 고개만 겨우 내저었다. 정아는 그러나 힘이 다해 흐물거리는 몸과 달리 기운이 넘쳤다.

올린은 기저귀가 먼저 채워진 다음, 몹시 힘들게 생수 세 병을 더 마셨다. 그리고 허벅지의 매 맞은 상처가 아프도록 쿠션 없이 딱딱한 의자에 앉혀졌다. 그가 울면서,

“너무 아파, 무서워….”

하고 애원했으나 정아는

“알아.”

하고 위로라기엔 모호한 말로 대답하며 올린의 발목과 허리와 양 손목을 의자와 함께 묶었다. 눈이 가려진 채 홀로 남겨진 올린은 아주 오래 참았다. 등 뒤의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던 햇살이 방향을 바꾸어 처음과 다른 각도의 빛을 쏟아부을 때까지 참았다. 참다가 기저귀를 적실 때에는 멈췄던 울음이 다시 터져 안대도 함께 젖었으나, 그를 두고 정아와 함께 집을 떠나던 정규가 걱정했던 것처럼 거품을 물고 발작하지도 않았다.

늦은 오후의 따갑고 붉은 노을이 거실에 길게 늘어질 때, 양손 가득 식재료를 사 들고 돌아온 정아는 빵빵하게 부푼 기저귀를 찬 올린이 그 자리에 그대로 얌전히 앉은 것을 발견했다. 내내 그를 비추고 있던 화면에서와 같은 모습이었으나, 실제로 보는 모습은 더욱 가련하고 처량했다. 이번에도 실금하였으니 올린은 상처 입은 허벅지에 또 매질을 당해야 했다. 정아는 매를 덜어 줄 생각도, 부위를 바꿔 줄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올린은 그 매를 견딜 수 있었다. 눈가가 다시 짓무르도록 울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새롭게 매질하기 전에 정아가 올린을 위해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요리해 줬기 때문이었다. 올린이 지켜보는 앞에서 낯설고도 향기로운 음식들을 요리한 정아는 올린과 마주 보고 앉아 함께 식사했다. 이번에는 올린이 그토록 소망했던 것처럼 식사의 양이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린에게 주어진 스테이크는 정아의 것보다 배는 컸다. 허벅지의 피부를 찢고 피를 흘리게 하도록 모진 매질이지만, 바라던 대로 배불리 먹은 올린이 버티지 못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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