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트
닫혔던 미닫이문이 열렸다. 내내 밖에서 팔짱을 낀 채 안에서 두 형이 하는 양을 듣던 셋째였다.
“실컷들 하셨소?”
비아냥대는 꼴이 빈정이 단단히 상한 것 같았다.
“이리 주쇼. 보내더라도 씻겨서 보내야 할 것 아니야.”
긴 다리로 성큼 들어와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가 정액으로 범벅된 몸을 안아 드는 셋째에게 둘째가 말했다.
“밑엔 더 박지 마.”
“안 해요, 진짜! 내가 형들이랑 같아? 액받이한테 환장들을 해서는… 하여튼 정환이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아쇼.”
미닫이문이 탁, 닫혔다. 틀린 말 하나 없었다. 장남이야 평생 제멋대로 한다 쳐도 차남은 사방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일이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조차 이럴 리가. 자기 자신을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둘째 도령은 생각했다.
셋째 도령은 고용인들의 손에 올린을 맡겨 두고, 내내 담배를 태우며 옆에서 지켜봤다. 일주일 만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것은 찢긴 데가 몹시 아픈 것을 감수할 만큼 기분 좋은 일이었다. 셋째 도련님은
“시원해?”
하고, 목욕물에 턱까지 담근 채 졸린 원숭이처럼 앉은 올린을 향해 물었다. 올린이 그렇다고 답하자 싱겁게 웃을 뿐, 몸에 손을 대지는 않으셨다.
목욕 후에는 막내 도령에게 인계되었다. 그는 마치 죽을죄를 지은 놈을 보는 것처럼 노려보더니, 앞서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눅이 들어 따라간 올린은 한두 번쯤 더 쥐어박히거나 욕을 들어 먹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물을 뿐이었다.
“진짜 갈 거야?”
“네…? …네, 도련님.”
“…타.”
심지어 조수석의 문을 열어 주기까지 했다. 올린은 엉금엉금 기어올라 아픈 데가 의자에 닿지 않도록 조금 몸을 돌려 앉았다. 운전석에 오른 도련님이 그 꼴을 흘끔 쳐다보고 차를 출발했다.
올린은 예전에 막내 도령의 차에 실려 가 비참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조수석에 오르는 것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올린은 막내 도련님도 그러하실까 하고 궁금해했다.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여섯 시간에 걸쳐 가는 동안, 도련님은 툭하면 차를 세우고 걸핏하면 어딜 들렀다. 나중에는 배가 고파 운전을 할 수가 없다며, 강원도 시골 마을 길을 꼬불꼬불 들어가 기와를 얹은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올린은 당연히 도련님 혼자 드실 줄 알았다. 저택에서도 캠프에서도 생명만 간신히 연장될 만큼의 음식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닫이문이 달린 온돌방에 수십 가지의 반찬이 차려지는 내내 올린은 얌전히 무릎 꿇은 채 음식을 탐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액받이의 앞에도 수저가 놓였다. 도련님은 아무렇지 않게 안 먹고 뭐 해, 했다. 도련님 중 누구와도 겸상한 적이 없었다. 긴장하여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막내 도련님이 버럭 성질을 냈다.
“먹으랬지, 쑤시랬어.”
호통에 놀라 쌀밥만 여러 번 퍼 넣었다. 도련님은 양 볼이 미어지도록 밥만 먹는 꼴을 눈살을 찌푸리고 보다가 갈치살을 발라 앞접시에 놓아 주며,
“재깍재깍 주워 먹어.”
했다. 문득 수저질을 멈추고 눈을 들어 도련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련님이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뭘 봐. 구멍이 그렇게 찢겨서는, 밥상머리에서 박히고 싶어서 그래.”
하는 바람에 다시 얼른 눈을 떨구었지만, 올린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련님은 정말 잘생기시긴 했다고 홀로 뿌듯해했다. 눈도 순하고 코도 앙증맞고 입술은 앵두 같다. 인상을 팍 쓰면 무섭긴 한데 그러지 않을 땐 덩치 큰 아기 같다.
그러나 그렇게 잘생긴 도련님이
“이 씨팔년이.”
하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다 말고 욕을 했을 땐 깜짝 놀랐다. 심사가 비틀리면 따귀를 수십 번도 더 때리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올린은 벌벌벌 떨며, 손에 들었던 젓가락을 상 위에 흘리듯 떨어뜨리고 얼른 납작 엎드렸다.
“잘못했어, 정환아, 잘못했어.”
“누가 밥 먹는데 남의 얼굴을 그렇게 봐.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이제 안 볼게, 용서해 줘….”
정환이 벌떡 일어났으므로 올린은 까무러칠 듯 놀라며 한 다리를 개처럼 치켜들어 제 몸을 방어하듯 했다. 며칠간 캠프에서 지낸 탓에 작은 것에도 더 잘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낑, 소리를 낸 올린을 지나친 정환은 드르륵 소리가 요란하도록 문을 열고, 바깥에서 기다리던 식당 직원에게 두툼한 현금을 건네며 뭐라고 지시했다. 직원은 공손한 태도로 돈을 받은 다음 안을 흘끔거리지도 않고 밖에서 단단히 문을 닫아 걸었다.
“이제 됐어, 바지 벗어.”
올린은 두려움에 숨을 몰아쉬며 바지를 벗었다. 정환은 밥상의 그릇을 팔로 밀어내어 공간을 만든 다음, 거기에 올린을 다리 벌려 앉혔다. 손발이 너무 떨어서 올린은 이를 악물고 떨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책상다리한 정환이 고개를 숙여 올린의 불알을 덥석 물었다. 섬찟한 쾌감에 몸을 퉁긴 올린이 벌벌 떨면서도 정환의 머리를 잡아 안으며,
“그, 그런데, 여기서 이런 거, 해도, 돼?”
하고 물었다. 정환은 올린의 잘생기고 향기로운 귀두를 쫍쫍 빨며,
“네가 그런 걱정을 왜 해. 이런 거 하려고 돈 줬으니까 괜찮아. 존나 많이 줬어.”
하고 무심히 대답했다. 그 심드렁한 말투에 겁이 가시고 마음이 놓였다. 정환은 화가 난 게 아니라 욕정이 돋은 것이었으며, 그의 도련님들은 하나같이 돈이 아주 많았다.
그것과 별개로 근심이었다. 그는 요전부터 자꾸 이상한 걸 시켰다. 이름을 부르게 하고, 사정하게 하고, 그걸 죄다 빨아먹은 다음에 다른 도련님들에게는 비밀이라고 했다. 사정한 걸 비밀로 하고 싶은 건 올린 쪽도 마찬가지라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자꾸 괴롭히니까 그건 좀 무서웠다.
게다가 좆물 싸고 도련님 이름 불러 대는 걸 걸리면 치도곤을 치르는 정도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올린은 만일 정환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다른 도련님들께 혼이 나면 그가 도와줄까,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는 척할 수도 있다. 변덕을 부려 상냥한 척 편을 들어 줄 수도, 있기는 있겠다. 그렇지만 만일 역성을 들어 준다고 해도, 정환의 말은 다른 도련님들께 씨알도 안 먹힐 것이다.
올린에게나 무서운 사람일 뿐, 마음 약하고 속 여린 정환은 형들에게 늘 하찮은 어린애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뭐 어때, 하루살이의 심정으로 올린은 생각했다. 하찮은 어린애랑 하는 놀이가 젤로 재밌고, 어린애가 안아 주는 게 젤로 아늑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정환의 정수리는 모난 데 없이 둥글었다. 화를 낼 때도, 웃을 때도 어린애처럼 잘 빨개지는 귀도 보드라웠다. 그 귀를 슬그머니 만지자,
“올린아, 내가 너 많이 봐주고 있어. 찢어진 데다 처넣기 전에 귀에서 손 떼.”
하고 욕 한마디 없는 무서운 말이 돌아왔다. 올린은 만졌을 때처럼 슬그머니 손을 뗐다. 정환이 올려다보고, 싱긋이 웃으며 올린의 양손을 잡아 귀 대신 자신의 머리를 껴안게 했다.
정환의 혀는 보드랍고 도타웠다. 키스할 때는 올린의 혀를 뽑아 낼 것처럼 구는데, 자지를 핥아 줄 때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부드럽게 핥고 적당히 압박하며 빨아 올린으로 하여금
“저, 정환아아아– 나와아아아-.”
하는 숨죽인 비명을 지르며 사정하게 한 다음엔, 요도구에 쪽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춰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내린아.”
하고 올린의 자지에다가 별 같지도 않은 별명을 지어 주었다. 올린은 하나도 안 웃기고 이상하기만 한데 혼자 쿡쿡 웃더니,
“이 개 또라이년아, 캠프엔 왜 도로 간다고 했어. 가지 말지. 지금이라도 집에 갈까?”
하면서 또 혼자 시무룩해하며 풀죽은 올린의 좆을 다시 물었다. 올린은 정환의 입천장의 완만하게 능선이 솟은 단단한 데를 지나, 오돌도돌하면서 부드러운 곳을 스치고 안쪽 철벅거리는 곳까지 닿도록 정환의 머리를 꾹 안았다. 도련님들이 자신의 목구멍에 왜 그렇게 자지를 쑤시지 못해 안달인지 알 것 같았다. 사정한 후에 문지르고만 있어도 이건 정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따뜻한 데를 슬며시 찔러 대자, 정환은 올린의 손가락으로 살며시 항문 입구를 문질렀다. 아프지만 그래도 좋았다. 모조 성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아래가 찢길까 내내 신경 쓰던 올린이 사람의 체온에 마음을 바꿔,
“넣어 줘….”
하고 요구했지만, 정환은,
“개 짖는다. 멍청한 년이.”
하고는 거절했다. 찢어진 걸 더 괴롭히고 싶지 않아 그런 것을 알면서도 서러워진 올린이 홀짝홀짝 울기 시작했다. 정환이 당혹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어쩐지 속에 차 있던 분한 마음이 폭발해서는,
“자꾸 그럴 거면, 그냥 집에 도로 데려다줘- 첫째 도련님께 또 넣어 달라고 할 거니까-.”
하는 헛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환은 잠시 멍한 눈을 했다가 킬킬 웃었다.
“넣어 달라고 한 담엔, 다시 캠프 들어가게?”
“가긴 가야지-.”
“와, 이 미친년….”
정환이 우는 올린의 배에다 얼굴을 묻었다. 배꼽에다가 입을 맞추면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다 나으면 자지 먹여 준다는 소리 같았다. 올린은 그러나 정말로 불만족하여 허공을 노려보았다. 이제 곧 캠프로 돌아가면 일주일 가까이 사람 손은 탈 수 없는데, 어차피 차가운 딜도가 배부르게 들어찰 곳에 손가락 하나 넣어 주지 않는 건 인정머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환이 흘끔 올린의 표정을 살폈다. 올린은 불만 가득한 얼굴을 들키면 따귀를 몹시 맞게 될까 봐, 얼른 눈에 힘을 풀었다. 그 애매한 얼굴을 보고 정환이 또 웃었다. 내내 웃던 정환은 식당을 나와 차에 오르면서는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도련님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올린에게 좋을 리 없었다. 올린은 정환이 채워 준 안전벨트를 두 손으로 쥔 채 내내 경직된 눈으로 창밖만 바라보았다.
“목 안 말라?”
“…?”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땐 함부로 물으면 안 됐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으니 정환은 차를 돌렸다. 조그만 시내의 복작복작한 도로에 차를 대고 그가 사라진 사이, 올린은 서울과는 또 다른 낯선 풍경에 눈을 빼앗겼다. 돌아온 정환은 노란색 차가운 음료를 올린의 손에 쥐여 주었다. 몇 모금 빨고 얌전히 들고 있으려니,
“맛, 없어?”
했다.
“맛있어.”
“그런데 왜 안 마셔?”
“…아껴 마시려고….”
말하고 보니 도로 빼앗길까 봐 걱정됐다. 달고 시원한 것을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 얼른 빨대를 쫍 빨았다. 정환은 한 입도 뺏어 먹지 않았다. 말없이 운전할 뿐이었다.
다른 차들이 죄다 앞서가도록 느리게 달린 차는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캠프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꾸물꾸물 들어선 차가 하얀 선 사이에 무사히 멈추자 정환은 잠시 무슨 말인가를 할 것처럼 심호흡했는데, 올린은 그런 기색도 느끼지 못하고 문을 열고 동동거리며 내려 버렸다.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린 정환은 허, 참, 내, 하는 소리를 내며 따라 내렸다. 여러 개 단층 건물 중 사람이 지낼 만한 곳처럼 보이는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조교들의 사무실은 그곳에 있었다.
용감하게 차에서 내린 주제에, 사무실에 들어서서 조교에게 인계된 올린은 개 떨듯이 떨었다. 정환은 조교의 명령에 순식간에 알몸이 된 올린의 자지 한 번 제대로 만져 주지 못한 채 어영부영 떠나 보냈다. 겁먹은 얼굴의 올린이 조교를 따라 복도로 사라지자 그는 올린, 아니 12번 입소자의 서류를 보고자 요구했다. 그리고 몇 가지 사항을 수정하고 수정 사항마다 일일이 서명했다.
정중한 태도의 조교를 세워 둔 채, 계약서의 몇 개 항목을 검토했다. 올린의 몸에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의 정도가 나열된 문단은 벽돌처럼 두꺼웠다. 그중 몇 개를 조율 요청했다. 재벌가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캠프 운영 센터에서, 고객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발가벗은 올린이 흠뻑 젖은 채 창밖을 지나갔다. 눈하고 코가 빨개져서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올린이 있는 곳에서는 사무실이 들여다보이지 않을 터였다. 바로 조금 전에 인계한 놈이 그새 엉망이 된 걸 보고 정환이 설명을 요구했다.
사유가 어떠하든 외출 후에는 관장해야 하는데, 저택에서와는 달리 여기는 수압이 매우 강한 호스를 사용하여 청소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올린이 비틀거리는 까닭은 그 관장을 겪은 탓이었다. 아래의 열상은 물줄기에 얻어맞아 더 찢겼을 게 분명했다. 주인은 아까워서 잘 쓰지도 못하는 물건을 다루는 방식이, 이 업체는 영 별로인 것 같았다. 맘에 안 드는 친구들한테나 열심히 추천해 줘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멀리 조명 켜진 운동장에서 네발로 기며 얻어맞는 입소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위의 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난 여기 맘에 안 듦.’
‘일단 남의 물건을 너무 함부로 다룸.’
‘교육 효과도 의문임.’
‘패도 내가 패고 말지 씨발.’
잠시 후 답신이 왔다.
‘저가 가겠다는데 어떡함.’
‘올린 걔도 정상은 아님.’
막내 도령은 웃었다.
‘둘째 형이랑 올린이랑 누가 더 미친놈 같음?’
이번엔 메시지를 읽고도 잠시 답이 없었다. 그는 정해진 답을 알고도 피식피식 웃으며 기다렸다. 셋째 도령의 메시지는 우스꽝스럽게 놀라는 아줌마 캐릭터와 함께 도착했다.
‘왜 큰형님은 빼고 말함’
‘큰형님이 젤 또라이고’
‘그담이'
‘올린 아님?’
막내 도령이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셋째 도령으로부터의 메시지도 도착했다. 그는 두 개의 색깔이 다른 메시지가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조금 더 웃었다.
‘난 그런 년은 본 적이 없음’
‘진짜 그런 물건은 처음임’
다시 한번, 동시에 메시지가 오갔다. 이번에도 같은 내용이었다.
‘ㅇㅇ 존나 귀여움’
‘또라이년 개귀엽’
회의실에서 나가자, 일하던 조교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목례했다. 그는 그 목례를 무시하고 핸드폰만 만지며 복도를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죽 잘 맞는 셋째 형과 수다를 떨면서였다.
‘밥은 양껏 먹여서 보냄? 너무 말라서 좀.’
‘근데 기껏 먹여놨더니 오자마자 관장크리 ㅅㅂ’
‘우리 아가 똥꼬 터졌겠네 ㅋㅋㅋㅋㅋㅋ’
‘비 맞은 생쥐 꼴로 존나 울면서 끌려감 개불쌍 ㅠ’
‘이제 닷새만 있으면 돼, 끝나면 맛있는 거 먹이러 가자’
‘어 스벅 망바 좋아하더라’
‘그것도 먹이고’
‘갈치 잘 먹고’
‘원래 생선 조아함’
‘회무침은 억지로 먹는 거 같던데’
‘똥꼬 상태 봐라 매운 거 먹기 싫지 지도 생각이 잇으면’
‘글쿤 괘니 먹엿나’
‘ㅋㅋㅋㅋ 갠춘할거임’
올린은 훈련받던 다른 입소자들과 합류하기 전에, 따로 운동장 구석에서 몸을 풀기를 명령받았다. 다리를 완전히 열어, 항문에 잔디가 따갑게 닿도록 스트레칭한 자세에서 조교가 올린의 등허리를 밟아 앞으로 숙이도록 했다.
가슴과 어깨까지 바닥에 닿은 채 먼 곳을 향한 올린의 눈에 막내 도련님이 핸드폰을 보며 걸어 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올린은 다음의 자세를 취하면서도 자꾸만 주차장 쪽을 흘끔거렸다. 조금 전까지 도련님의 차에 타 있던 것이 아주 오래전에 꾼 꿈 같았다. 그 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넋 놓고 보다, 올린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호통을 들었다.
“12번. 집중 안 합니까. 정신을 바깥에 두고 왔습니까.”
아닙니다, 조교님, 집중하겠습니다, 중얼거리던 그는,
“체벌 자세 16번 취합니다.”
하는 명령에 후다닥 무릎을 바닥에 대고 고양이처럼 웅크려 엉덩이를 쳐들었다.
“엉덩이 열 대 맞습니다, 맞는 동안 수를 세고 훈련에 집중하겠습니다 복창합니다, 할 수 있습니까.”
“네, 조교님, 할 수 있습니다.”
“체벌 받는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허벅지에 또 열 대 맞습니다, 알겠습니까.”
“네, 조교님, 알겠습니다.”
“그래도 자세가 올바르지 못하면 아랫배에 또 열 대 맞습니다, 이해됩니까.”
“네, 조교님, 이해했습니다.”
하루를 쉬고 오긴 했어도, 이전에 맞은 매로 엉덩이는 빨갰다. 빨간 엉덩이 위로 두툼한 패들이 와 닿았다. 뻐억, 하는 소리에 이어 하나, 훈련에 집중하겠습니다, 두울, 훈련에 집중하겠습니다, 하고 복창하기 시작한 올린의 목소리에는 금방 울음이 묻었다.
서럽게 울면서도 꿋꿋하게 바른 자세로 버텼다. 체벌은 꼭 열 대를 채우고 끝났다. 엉덩이의 작열감이 내장을 타고 올라와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 눈물 콧물이 흘렀지만 닦아도 좋다는 명령이 없어 그대로 흘려야 했다.
생각해 보면 다른 입소자들이 이렇게 고된 훈련을 받는 동안 자신은 그리운 도련님들을 만나고 올 수 있었다. 도련님들의 손길을 받고,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다. 게다가 맛있는 것도 잔뜩 얻어먹었다. 그러고도 캠프에서 잘하지 못한다면, 도련님들이 실망하실 것 같았다. 그것만은 정말 싫었다.
엉망으로 부은 엉덩이를 한 채 올린은 다른 입소자들 사이로 섞여 들었다. 개처럼 바닥을 기되 고개는 들고 시선은 멀리, 열심히 기는 올린은 잘 길든 어린 늑대처럼 보였다. 관장 직후에 다시 뚫린 젖꼭지 끝에, 명찰이 움직임에 따라 달랑거렸다. 12번, 이라고 음각으로 새겨진 명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