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패착 (23/65)

# 패착

잠에서 깨며 올린이 들은 것은 세 남자가 다투는 소리였다. 올린은 익숙한 별채의 잠자리에 똑바른 자세로 눕혀져 있었다. 집에 왔다. 속 깊은 데서 한숨이 올라왔다. 싸우는 소리는 미닫이문 건너편에서 들렸으므로, 소리가 퍼져 말소리는 모호했다. 으레 자리끼로 놓이는 도자기 주전자와 조그만 찻잔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가, 반대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첫째 도련님을 뒤늦게 발견했다. 놀란 나머지 이상한 숨소리를 내며 자세를 다잡는 걸 소리 없이 웃으며 보던 첫째 도련님이 입 모양과 손짓으로 말했다.

‘조용히 하고 밖에 소리 들어 봐.’

그리고는 주전자에 있는 찻물을 따라 찻잔을 입에 대 주었다. 올린은 꼴깍거리며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교육하랬지 흠을 내랬나, 애가 열이 안 나게 생겼어요, 지금?”

하는 건 정환이었고,

“그것만 해도 고소감이던데, 난 아까 보고 올린이 애 낳고 온 줄.”

하는 건 셋째 도련님이었는데, 두 동생을 상대로 외로이 싸우는 건 둘째 도련님 같았다. 그는 계약서의 내용을 읊으며,

“입소 계약서에 항문 열상 발생 가능성 언급 있어, 이게 무슨 고소감이야. 액받이라면 당연히 겪고 살 일이지.”

하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쟤들 한참 걸려. 원래 싸우는 걸 좋아하거든.”

첫째 도련님이 속삭였다. 올린은 아래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너무 지쳐서, 맥없이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워 버렸다. 첫째 도련님이 은근히 다가와 올린의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이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도련님의 차가운 손은 처음엔 좀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가만히 엉덩이 사이를 지분거리는 아픈 감각이 되레 편안하여 올린은 마음을 놓았다. 도련님은 가슴을 올린의 등에다 딱 붙인 채 밖의 동생들이 떠드는 소리를 배경으로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찢어진 아래가 어설프게 붙었던 것을 벌리며 손가락은 침입했다. 그것만으로 벌써 뜨끈하게 흐르는 것이 피였다. 올린은 한 손가락을 입에 물고 버티다가,

“도련님, 피, 손에….”

하고 꺼질 듯한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도련님은,

“괜찮아, 나중에 올린이가 핥아 주면 되지.”

하고 너그러운 목소리를 했다. 둘 다 도련님 손에 피 묻을 것만 생각하고 올린의 구멍 찢긴 것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었다.

도련님은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지 잘하시는 것 같았다. 종이접기도, 실뜨기도, 종이 오리기도 올린은 첫째 도련님께 배웠다. 게다가 거미처럼 기다란 손가락으로 아래를 매만져 주실 때랑 속에까지 이르러 스치기만 해도 아플 정도로 부어오른 곳을 눌러 주실 때는 얼마나 소름 돋게 시원한지, 올린은 깨문 손가락에 잇자국이 멍으로 새겨지도록 꼭꼭 눌러 물며 버텨야 했다.

조금씩 누르며 안을 넓히고 들어온 손가락들이 앞뒤로 바지런히 드나들다가, 아래의 철퍽철퍽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를 달구고, 쑤시는 열감이 올린의 아랫배를 익힐 때쯤엔 심술궂게 올려치기 시작했다. 고작 손가락 네 개인데 온몸이 위로 밀려날 정도로 힘이 세서, 올린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받쳤던 베개를 끌어안고 아읏, 앗, 앗, 하며 버텼다.

그렇지만 이불에서 벗어나 올린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도록 밖의 세 도련님은 싸움에 열중한 듯했다. 누군가 들어오면 첫째 도련님은 금방 손가락을 빼 버렸을 터이므로, 누구 하나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도련님은 올린의 어깨에 코를 비비고 집요하게 향기를 맡으면서 손가락을 벌리고,

“너 캠프에서 벌 많이 받더라.”

하고 놀리면서 단단한 자지 끝을 항문에다가 마주 대었다. 아, 올린은 이렇게 좆이 항문 입구에 닿는 순간이 정말 좋았다. 넣어 주지 않을 듯이 약 올리는 감각도 좋고, 아니면 아래를 찢어발길 듯이 으르렁대며 푹푹 쑤시는 느낌도 좋았다. 어느 쪽이든 그는 마음껏 울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프도록 엉엉 울어도 야단맞지 않았다.

오늘 첫째 도련님은 귀두 끝만 항문에다가 담근 채 빙글빙글 돌렸다. 마치 안이 좁아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듯 한가로운 몸짓에 내벽을 넓히려 애를 쓰면서, 올린은

“네, 네에… 벌 많이 받았어요, 도련님….”

하고 인정했다. 캠프에서는 거의 모든 활동이 조별로 이루어지는데, 3인 1조일 때도, 5인 1조일 때도, 6인 1조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조원 중 누구 하나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다 같이 매를 맞고 벌을 서는 게 규칙이었다.

“제, 일 무섭고 힘들고 아팠던 벌이 뭐야…?”

도련님은 이제 잘게 잘게 허리를 흔들어 자지를 점점 깊이 담가 주셨다. 몸 안에 빠듯이 들어찬 좆이 올린의 기대처럼 느리게 움찔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잠시 대답하지 못했던 올린이,

“대답, 안 해?”

하는 소리와 함께 퍽, 올려 쳐지자 아아하아, 하고 단숨을 뱉었다.

“그, 2인 1조로 받았던 벌인데…”

“응, 응.”

“양쪽에 머리가 달린 딜도, 를 11번 입소자랑, 같이 물고… 끝까지 삽입했, 어야 했는데,”

“응.”

“결국, 못 해서… 죄송합니다, 도련님….”

물컹거리는 기다란 딜도를 항문에 물고 있던 사진을 떠올리며, 도련님은 올린의 명치까지 쾅, 울리도록 다시 한번 올려 쳤다. 올린은 제 허리를 꽉 감은 도련님의 팔에 의지하면서 하읍, 하고 신음을 삼켰다. 아래가 벌벌 떨리고 축축하도록 장액이 솟았다. 핏물하고 함께 엉망으로 젖어서 이불 속이 더러울 터였다. 그러나 올린도 도련님도 개의치 않았다. 도련님이 쾅, 쾅, 때려 박아 주실 때마다 올린이 고개를 뒤틀고 목을 길게 뻗대어 가며 통증을 동반한 쾌감을 견뎠다.

“그럼 돌아가선 잘해 낼 수 있어?”

“네? 돌아가, 요?

“도련님은 올린이 무섭고 아픈 걸 다 견뎌 내는 걸 보고 싶어.”

“…전부, 다요?”

“응, 전부, 다. 끝까지.”

거기까지 말한 도련님이 자지를 깊숙이 삽입한 다음 허리를 마구 흔들어 아래를 휘저었다. 쾅쾅 때려 박히던 데를 간지럽도록 자극받은 올린이 뭉그러지는 울음을 우는 걸, 도련님이 입과 코를 한 번에 막아 울지도 못하게 했다. 그대로 쑤걱쑤걱 한동안 쑤시는 느낌은 미칠 듯한 간지러움을 동반했다. 속 시원하게 느끼지 못하도록 일부러 도련님은 가장 좋은 데를 비켜 가며 아래를 두들기다가, 사정할 때조차 동그랗게 부푼 데를 건드려 주지 않고 저가 좋을 대로만 사정했다.

“아… 으…”

도련님의 괴롭히는 방식은 변덕스러웠다. 때로는 다리를 비비 꼬며 참다 참다 이러다 죽겠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올 정도의 쾌감을 쏟아부어 주기도 하고, 또 오늘처럼 간지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도록 해 놓고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봉사만 하도록 몰아 대기도 했다. 올린은 비록 전자의 경우에도 눈물 콧물을 다 빼며 울부짖긴 했으나 후자가 더 괴로웠다. 그래도 불평할 수는 없는 노릇으로, 액받이가 주인과의 정사에서 봉사하는 것 외에 어떤 쾌감을 찾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척척하게 젖은 자지가 빠져나가는 걸, 항문이 아쉽다는 듯이 살포시 붙잡았다가 놓아주었다. 올린은 눈을 내리감은 채 아직 단전에서 요동하는 뜨거운 욕심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안쪽 깊은 데가 살아 있는 어떤 연한 동물의 주둥이처럼 뽀끔뽀끔 오골거렸다. 도련님만 곁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염치 불구 손가락을 넣어 제 손으로 긁고 후볐을 테지만, 다른 분도 아닌 첫째 도련님이다. 올린은 첫째 도련님은 특별히 심한 짓을 하시지 않아도 너무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안을 쑤시고픈 욕망도 두려움으로 내리누를 수 있었다.

도련님은 빠져나간 뒤에도 이불을 걷어 치우고, 동그란 멍이 올라앉은 볼기를 벌려 그 사이의 괄약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매를 많이 맞아 멍들고 가혹한 확장 훈련에 찢긴 괄약근은 피를 내면서도 욕심을 부리며, 올린이 숨을 쉴 때마다 느리게 벌어졌다가 다시 꼬옥 다물렸다. 다물어졌을 때 도톰하게 부은 모양새가 귀여워 손톱으로 긁으면, 다시 슬그머니 벌어져 안의 발간 살을 내보이고 또 얌체처럼 오므라들었다.

그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성욕에 사로잡힌 올린의 몸을 희롱하느라 정신없는 동안, 바깥의 싸움이 멎었다. 미닫이문을 열어 들여다본 셋째 도련님이 첫째 형을 향해, 그새 욕심껏 했느냐는 눈빛을 보냈다. 배부른 뱀이 느슨한 모양으로 앉은 첫째 도령이 여태 모로 누운 채 목덜미를 붉힌 올린을 발로 툭툭 치며,

“일어나 봐라.”

했다. 올린은 아래에 담긴 정액을 찔끔찔끔 흘리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았다. 뒤이어 들어온 둘째 도련님과 정환이 상황을 파악했다. 정환이,

“형니임.”

하고 볼멘소리를 하더니, 형한테는 뭐라고 더 하지 못하고 올린에게 다가와 발로 밀었다. 으그그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불 위에 발라당 나동그라진 올린에게,

“올린아, 엉덩이 쳐들고 보지 벌려 봐.”

하고 명령하는 목소리엔 짜증이 좀 섞였다. 올린은 온갖 체액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 호사스러운 비단 옷자락을 걷어 올리며 꾸물꾸물 몸을 돌렸다. 아직 아래의 열기가 남아 있어 행동이 둔했다.

“씨발년이, 빨리 못 해?”

재촉하며 다가와 발로 허리를 눌렀다. 허겁지겁 엎드린 올린의 옷을 직접 들추고 볼기를 둘로 쪼갤 듯이 세게 벌려 방금 쓰인 항문을 드러내는 막냇동생을 향해 셋째 도련님이 핀잔을 주었다.

“불쌍하다면서. 너 그게 불쌍해하는 거야? 형님도 그래요, 둘이 애를 아주 잡네! 잡아.”

첫째는 동의한다는 듯이 피식 웃었지만 정환은 억울했다. 그 말에 대답하듯 올린을 다그쳤다.

“내가 잡긴 뭘 잡아, 야, 올린, 내가 네 보지 좀 보는 게 너 잡는 거야?”

올린은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로 아닙니다, 도련님, 하고 웅얼댔다. 정환의 커다란 손이 공연히 볼기를 한 번 짜악 후려 때리고 움켜잡아 벌렸다.

세 명의 도련님이 올린의 축축하게 벌어진 항문을 함께 바라보았다. 정액 담긴 직장 속까지 발갛게 들여다보였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다시 뻐끔대기 시작하는 구멍 안쪽으로, 긴 세모꼴의 상처가 보기만 해도 아팠다. 회음을 향해 불알 아래까지 겉으로도 꽤 길게 찢긴 곳은 포악한 벌어짐에 다시 찢겨 난 피와 정액이 섞여 묽게 흘렀다.

셋째 도련님이 올린의 엉덩이 앞에 앉았다. 손가락을 넣어 상처 부위를 조금 벌리듯 쓸자 올린의 엉덩이가 바르르 떨었다. 상처의 형태를 보면 가위나 메스로 일부러 가른 게 아니었다. 함부로 다루어져 찢긴 게 맞았다.

“거봐, 이대로 어떻게 보내. 이거 안 돼, 망가져.”

셋째의 말에, 정환이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둘째가 말했다.

“이 정도로 망가질 물건이야 올린이?”

정환이 빈정거렸다.

“찢길까 봐 애지중지해서 삽입도 잘 안 하던 형이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게 아끼던 게 이 꼴이 됐는데, 형은 분하지도 않아요?”

첫째 도령은 동생들의 싸움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동생들 쪽으로 궁둥이를 쳐든 올린의 얼굴을 가지고 놀았다. 예쁜 이마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양손으로 눈썹을 꼭꼭 눌러 쓰다듬고, 위협하듯 눈꺼풀 위를 눌러 눈알을 도록도록 굴리도록 해 가며 만져 봤다. 달래지지 않은 정욕으로 달아오른 뺨은 보들보들했다. 함부로 대하는 손가락에도 싫은 기색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둘째 도령은 찢긴 회음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

“팔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겨우 이 정도 부상으로 퇴소시키자고? 너희 올린 귀여워하잖아. 앞으로 당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겨우 이런 정도도 못 버티는 걸 오래 쓸 수 있겠어.”

상처가 벌어졌다 다시 오므라들며 남기는 따가운 통증에 올린의 볼기에 힘이 들어갔다. 오밀조밀한 발가락들이 잔뜩 힘을 주며 버텼다.

“게다가 거기 지금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집안 애들은 다 들어와 있어. 우리 애가 걔들보다 못할 게 뭐야.”

“형 아니 다른 집 애들이랑 비교를 왜 해요.”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아껴 쓰겠다는 건데.”

두 동생의 항의에도 둘째 도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올린의 얼굴을 독차지하는 첫째 도령이 올린의 귓가에,

“도련님들 디게 웃기다 그치?”

하고 씨익 웃었다. 올린은 왠지 불똥이 제게 튈 것 같아 불안해하면서도 첫째 도련님을 따라 웃어 보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루퉁한 정환의 목소리가 엉뚱한 소릴 했다.

“그럼 올린이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막내 도령이 드물게 욕설을 섞지 않고 하는 제안에 올린이 움찔거렸다. 아픈 데를 만지작거리던 손이 떨어져 나가자 허리가 잡혀 돌려졌다. 첫째 도련님은 이제 자신 앞에 들이밀어진 볼기짝을 주무르며 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이 즐거운 첫째 도련님과는 달리, 올린은 바른 자세로 앉지 못하고 절하는 자세로 납작 엎드려 벌벌 떨었다.

“그래, 올린.”

둘째 도련님인지, 셋째 도련님인지 무서워하느라 목소리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너, 돌아가고 싶어?”

“너, 그만두고 싶어?”

거의 동시에 물은 도련님들이 서로를 비난했다. 그렇게 물으면 올린이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난이 마구 오고 가는 동안 올린은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심정으로 바닥을 파고들었다. 엉덩이는 아직도 첫째 도련님 손아귀에 쥐인 채 함부로 희롱당하고 있었다. 푸딩 같애, 넌 볼기에 있는 살은 좀처럼 안 빠지는구나, 착하기도 하지. 장남이 중얼거리는 한가로운 소리는 다른 도련님들의 귀까지는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안 혼낼 테니까 똑바로 말해.”

혼낼 거면서.

“제대로 말해, 네가.”

당연히 가고 싶지 않았다. 고된 훈련이야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여러 명의 다른 입소자와 함께 몰가치한 가축처럼 다루어지는 것은 비참하고 무서웠다. 도련님들께 안기거나 벌을 받을 때는 아무리 혹독하게 다루시더라도 사정을 봐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캠프에서는 그런 보살핌이 없었다.

그렇지만 올린이 생각하기에, 도련님들이 그 무서운 곳에 자신을 보내신 데는 생각이 있으셨을 것 같았다. 아마도 액받이로서의 효용을 더 높이려는 뜻일 것이다. 올린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어떤 이유로라도, 자신이 도련님들께 더 도움이 되는 물건이 된다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른 액받이들은 모두 견뎌 내는 것을 저 혼자만 참지 못해 도련님들을 실망시켜 드리게 된다니, 그것도 두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첫째 도련님이 분명히 말씀하셨다, 무섭고 아픈 것을 끝까지 버티는 걸 보고 싶으시다고.

조교들로부터 받은 희롱이 훈련 과정과는 동떨어진 종류의 부당한 대우인 줄 알았더라면, 있었던 일들을 고해바치고 완전히 구원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린에게 희롱과 훈련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모든 것이 그저 제 몫인 줄 알고 살아온 탓이었다.

“말해, 올린. 빨리.”

“어서.”

불벼락 같은 재촉에 버티다 못한 올린은 한참이나 혼나는 것 같은 채근을 받고 나서야 바닥에 이마를 짓누른 채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갑갑한 소리를 참지 못한 막내 도령이 어느덧 목덜미를 조금 덮을 정도로 길게 자란 올린의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묻고 고개를 휙 잡아챘다.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심정으로 벌벌 떨던 하얀 얼굴이 목이 꺾이도록 거칠게 들렸다.

“저, 저는,”

올린의 더듬거리는 입술에 네 남자의 눈이 집중되었다. 처참한 열상에 붉었던 항문을 볼 때보다 더 열 오른 눈들이었다. 사람의 눈독에 기가 질린 올린은 기다란 목을 거북이처럼 움츠리면서, 금방이라도 한 대 후려칠 기세인 막내 도련님의 눈치를 보아 가면서도 말하고 싶은 바를 말했다.

“끄, 끝까지, 견뎌 보고… 싶습니다.”

첫째는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둘째가 고개를 끄덕이고, 셋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막내는 어떻게 했느냐면,

“야 올린, 이 또라이, 병신 같은 년이.”

하고 욕하며 올린을 때리려 손을 치켜들었다가, 어깨를 웅크리고 무서워하는 꼴을 보고는 차마 치지 못해 대신 볼을 한 손으로 쥐어 잡았다. 저절로 입술이 동그랗게 열리도록 꽉 잡은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려 마구 흔들어 댔다.

“구해 준대도 그걸 모르고, 이 존나 꽉 막힌 년….”

올린은 영문을 모르고 마구 흔들렸다. 첫째가 올린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아랫구멍이 이렇게 예쁘게 뚫렸는데 막히기는 어디가.”

실없는 농담으로 받다가 막냇동생의 기세에 하하 웃었다. 올린은 볼이 잡히는 바람에 제대로 벌어지지도 다물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에, 에옹앙,이아….”

하고 사과했다. 그 엉뚱한 소릴 듣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정환이 짜악 짝 짝 소리가 나도록 몇 대 맵게 내리쳤다. 둘째가,

“이정환. 너 지금!”

하고 동생을 야단쳤지만, 이미 늦었다. 올린은 이불 밖에까지 밀려나도록 쓰러져서는 흑흑 서러운 눈물을 뺐다.

‘거봐, 혼내실 거면서.’

속으로만 원망하는 동안 맞은 데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첫째가 얼른 쫓아가 안아 주면서,

“아이고 우리 올린이 죽네, 어어 그랬어, 아이고 우리 올린이 자지 예쁜 것 좀 봐, 어어 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어어 누가 그랬어.”

하고 어린애 어르듯 과장된 소리를 했다. 달래는 척 자지를 주물거리는 기만적인 손길을 본 셋째 도령마저,

“좀 닥쳐 아가, 도련님도 존나 빡쳤는데 참고 있거든.”

하고 형에게 하는 대신 액받이를 향해 매정한 소리를 했다. 첫째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로, 우느라 정신없는 액받이의 보드라운 자지를 마음껏 주물렀다. 정환이 이 씨 진짜, 하고 투덜거리며 방을 나가고 셋째 도령이 그 뒤를 쫓아갔다.

올린의 울음이 그쳐 가는 동안, 첫째와 둘째는 은근한 대화를 나눴다.

“일주일 못 쓸 텐데, 한 번 사용하고 보내지. 찢긴 건 찢긴 대로 또 괜찮던데.”

첫째가 권하자, 둘째가

“상처가 너무 심해서….”

하면서도 올린을 받아 안았다. 올린은 울다가도 둘째 도련님의 얼굴을 흘끗 확인하더니 두 팔로 도련님의 몸을 꽉 껴안고 본격적으로 어리광이었다. 훌쩍거리면서도 풀지 않는 가늘고 힘센 팔을 슬슬 쓸다 보니 도련님의 손이 이른 데가 겨드랑이였다.

매끄럽게 쏙 패인 겨드랑이를 엄지로 어루만지자 액받이가 흠칫 놀라 팔을 물렸다. 입은 옷의 소매가 넓어 팔을 들면 겨드랑이가 다 보이는데도 둘째 도령의 손이 따라가 굳이 어깨를 끌어 내렸다. 양어깨가 다 드러나고, 아래는 벌어져 입으나 마나 한 매무시의 액받이를 이불에 눕히자, 약삭빠르게도 첫째가 날씬한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형. 아래엔 넣지 마쇼. 비비지도 마. 아플 게 불쌍하지도 않아.”

둘째가 타박하자, 그는 은근슬쩍 자세를 바꿔서

“넌 나를 뭐로 보고! 자지 빨아 주려고 그런다.”

하며 보들거리는 좆을 덥석 물었다. 올린이 흐읍, 하고 허리를 들며 쩔쩔매는 꼴을 본 둘째는

“싸지도 못할 걸 빨아 줘 봤자 뭐 해, 애만 힘들지….”

하며 손안에 쥔 하얀 팔을 잡아당겨 겨드랑이를 드러냈다.

가슴과 팔을 한데 애무하는 손가락에, 올린이 몸을 뒤틀며 빠져나가려는 듯했다. 둘째 도령이

“올린.”

하고 이름을 부르자, 퍼뜩 정신이 든 그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힘을 잔뜩 주며 머리털을 서게 하는 감각을 버텼다. 둘째 도련님이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들려, 퍼뜩 고개를 돌린 올린의 눈에 발기하여 붉은색으로 변한 자지가 들어왔다.

“너, 넣으시게요….”

조금 전까지 첫째 도련님께 넣지 말라고 하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올린이 울먹였다. 정말 넣으면 안 되는 흉기가 여기 있다. 첫째가 그 소리에 피식 웃느라 올린의 자지에 뜨거운 숨을 불었다. 으읍, 하고 꿈틀댄 올린을 향해 둘째가

“넣으면, 받을 수는 있고?”

하며 벌어진 겨드랑이에 천천히 자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예민한 살 위로 뜨겁게 스치는 감각을 버티기 어려워 발작하듯 몸을 뒤트는 올린의 손을, 둘째 도령이 끌어다 잡았다. 도련님의 손이 구멍 난 불구의 손을 깍지 끼워 주니 낯선 감각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 아흐….”

온몸으로 도련님들께 봉사하는 데 익숙한 올린에게도 익숙지 않은 행위는 있었다. 그는 하얀 팔에 긴 근육을 발딱발딱 세워 가며 겨드랑이를 쿡쿡 찌르는 느낌을 견뎠다. 뭉근하게 짓누르며 문지르는 감촉에 아픈 항문을 움찔거리며,

“으응….”

하고 몸을 뒤틀다가 제 자지를 빨아 주던 첫째 도련님께 야단을 맞았다.

“가만 좀 있어.”

도련님은 자지를 뱉어 내고 입술로 꼬집듯 귀두를 물면서 올린의 다른 손을 잡아다 쥐었다. 확장된 손바닥의 구멍에 손을 걸고 당겨 잡으려는데, 올린의 손이 먼저 깍지를 껴 왔다. 첫째 도련님은 힘없는 손이 최선을 다해 꽉 잡는 그 감각에 반해서 자지가 아니라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어졌다. 그러나 둘째가 상체를 다 차지하고 있어서 그러기 쉽지 않았다.

활짝 벌어진 겨드랑이를 희롱하던 둘째 도련님은 자연스럽게 올린의 상체를 반쯤 일으켜 안았다. 팔을 오므려 차려 자세를 취하게 한 채로, 겨드랑이를 드나드는 추삽질이 점점 빨라졌다. 올린은 이따금 어깨를 파르르 떨어가며 눈을 감은 채였는데, 점점 벌어지는 입술에서 침이 조르르 흐르는 것을 보던 첫째 도령이 재빨리 기어 올라 그것을 촙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액받이의 체액은 어떤 종류든 달았다. 갓 뽑아 낸 뜨거운 피마저 비리지 않고 향기롭다고 들었다. 함부로 사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액받이들이 주인이 아닌 자신의 쾌락에 심취할까 저어해서이기도 하지만, 체액 그 자체에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입술을 맛본 첫째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액받이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오물거리는 입구에다가 자지를 맞췄다. 흐린 눈을 한 올린이 반기는 듯 두려운 듯 알 수 없는 눈으로 첫째 도련님이 하는 양을 바라보자, 둘째 도련님이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돌렸다. 겨드랑이를 짓찧어 멍들게 하는 좆질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올린은 항문에 삽입해도 특별히 오래도록 쑤시시는 둘째 도련님께서, 고작 겨드랑이에다가 좆질을 하셔서 만족하실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도, 도련님, 그냥, 빨, 아읏! 흐응, 흐아아- 드릴, 까요!”

차분하게 시작한 말은 첫째 도련님이 아래에 자지를 짓쳐 넣는 바람에 바람 새는 교성으로 바뀌었다. 담담히 물으려던 문장 끝을 울부짖듯이 해 버리는 올린의 얼굴은 불시에 몹시 아픈 일을 당하는 사람처럼 마구 흐트러졌다. 이 애가 무슨 말을 할까 싶어 무뚝뚝하게 마주 보던 둘째 도령은, 그 야하기 짝이 없는 얼굴과 목소리에 그만,

“크으, 읍….”

사정해 버리고 말았다. 아래를 사용하시더라도 반 시간 넘게 쑤시는 게 기본이던 둘째 도련님의 사정이 일렀다. 최단기록이었다.

“아, 도련님, 아!”

둘째 도련님이 눈을 질끈 감고 몇 번에 걸쳐 많은 양의 정액을 울컥울컥 배설하는 동안, 첫째 도련님의 좆질이 시작되는 바람에 올린은 둘째 도련님의 손에 상체가 어설프게 들린 채 마구 흔들렸다. 사정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휙, 돌아본 둘째 도련님이 형이 하는 짓을 발견했다.

“형!”

“기다려. 빨리 쌀게.”

첫째 도령은 경박스럽게 보일 정도로 빠르게 허릿짓을 하면서도 차분히 대답했다. 둘째는 심하게 찢긴 아래로 형의 좆을 받는 가여운 액받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분을 참았다. 자신이 유독 커서 놀림을 당하긴 하지만, 네 형제 모두 다 자지는 상당히 큰 편이다. 자신은 아플까 봐 겨드랑이에 비벼 댔는데 두 번씩이나 제멋대로 해 버리는 형을 한 대 치고 싶었다. 그러나 올린의 얼굴을 보면, 애를 쓰고 참고 있는 기색이 너무 기특해서 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아흐, 흥앗!”

“크읏…!”

이윽고 올린의 허리가 크게 들려 휘었고, 구멍 뚫린 손이 더듬더듬 제 좆을 잡고 그 끝에 손톱을 박아 넣을 듯 세게 막았다. 혹시라도 사정하게 될까 봐 오르가슴에 오를 때도 토출구를 막은 채 가는 올린의 온몸이 벌벌 떨었다. 둘째의 눈에는 열상이 심각한 곳에다 정액을 뿜어 낸 첫째가 이기적인 양아치로 보였지만, 올린에게는 두 번째의 삽입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탁액과 핏물이 섞여 흐르는 구멍에서 빠져나온 첫째가 그대로 올린의 마른 몸 위에 넘어지려고 하기에, 둘째가 팔을 들어 형을 쳐 내고 힘없는 몸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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