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오얏꽃가지 (18/65)

# 오얏꽃가지

처벌이 끝났다. 액받이는 사흘이 넘도록 의식을 찾지 못했다. 두 손에 붕대를 감은 채 별채의 침실에 엎드린 얼굴은 초췌했으나 극심한 고초를 겪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의식 없는 채로도 후련해 보였다.

첫째 도령의 약을 사용하면 강제로 깨우는 것은 쉬운 일이었으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깨어나면 올린을 기다리는 것은 재정비의 시간이다. 짧지 않은 자유를 맛본 올린에게는 혹독한 순간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것을 재촉할 필요는 없었다.

앓는 중에도 액받이에게는 자유롭게 몸을 뒤척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서, 올린은 부드러운 비단 천으로 손발이 구속되어 있었다. 등을 보인 채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속박은 이불을 걷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으나, 고용인들이 액받이의 몸을 닦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벗은 몸을 찬 공기에 노출할 때는 단단한 매듭이 아파 보일 지경이었다.

둘째 도령과 셋째 도령이 함께 방문했으므로, 고용인들은 액받이의 상태를 보이기 위해 이불을 걷었다. 채찍 자국이 잔혹한 등에 둘째 도령의 손가락이 닿았다.

“여기부터,”

그는 날개뼈 사이를 가볍게 짚고, 척추를 훑으며 손가락을 이동하여 엉덩이골의 바로 위쪽의 옴폭 파인 곳까지를 쓸었다.

“여기까지 덮이는 거지.”

“그렇게나 까맣게 칠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아요, 피부가 예뻐서.”

둘째 도령의 제안에 셋째 도령이 인상을 썼다. 그들은 액받이의 몸에 어떤 종류의 문신을 입힐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한 번 달아났던 물건을 폐기하지 않은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아무리 제 발로 돌아와서 혹독한 처벌을 견뎠다고는 해도, 이전과 그대로의 상태로 사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액받이를 사용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몇 가지의 간단한 신체 개조였다.

신체 개조라고는 하나 수족을 자르거나 성기를 변형하는 따위의 무서운 게 아니다. 네 도령의 집안은 원래부터 액받이의 몸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사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왔다. 자연의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는 지론은 세대를 관통하여 지금 액받이를 사용하는 네 명의 젊은 남자에게도 공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먼저, 자신들의 소유물임을 증명할 만한 문신을 새기고 목덜미에 칩을 이식하는 정도의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칩이야 반려동물에게 사용되는 것과 흡사하되 인체에 이식하기 좋은 형태의 제품이 있으니 간단했으나, 문신은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막내는 올린의 처분에 대해서 여태 입을 다물고 있었고, 첫째는 어느 것이든 예쁘게만 하자고 느긋한 소리를 했다. 문신의 종류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둘째와 셋째 도령이었다. 그들은 액받이의 신체 어느 부위에 어떤 도안과 크기의 문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번 메신저로 다투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액받이의 몸을 직접 보고 논의할 시간이 생겼다.

둘째 도령은 집안의 상징인 세 발 까마귀를 새기고 싶어 했다. 그것도 날개뼈 사이에서 엉덩이골 사이까지를 몸통 삼고, 양팔 위를 펼친 날개로 삼자고 했다. 도안이야 전문가에게 맡길 테지만 셋째 도령은 등에 그토록 큰 까마귀를 짊어진 액받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입맛이 뚝 떨어졌다. 후배위로 하는 내내 까마귀가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영 내키지 않았다.

셋째 도령이 원한 것은 꽃 문신이었다. 그는 제비꽃이나 벚꽃같이 자잘한 꽃이 흐드러지게 핀 문신이 올린에게 어울릴 거라고 말했다. 꿈꾸는 듯한 소리에 둘째 도령이, 제비꽃이 우리 집안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마디 했다. 셋째 도령은 문신이 예쁘면 된 거 아니냐고 한가한 소리였다. 꽃 문신 한쪽 끝에 집안의 인장을 새겨 넣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의식 없는 몸을 함부로 뒤적거리며 셋째 도령이 설명했다. 회음과 항문을 중심으로, 양쪽 허벅지 안쪽을 따라 꽃을 문신하면 후배위를 할 때도, 정상위를 할 때도 보기 흡족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모로 눕혀 한쪽 다리를 들게 하고 옆으로 박을 때 제일 예쁠 것이다.

게다가 요새는 문신의 색상도 다채롭게 할 수 있다. 하얀 피부 위에 점점이 늘어진 그라데이션의 연보라색, 아니면 분홍색을 상상해 보라는 소리에 둘째 도령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놈이기는 하나 집안의 물건을 간수하기 위한 문신에 소녀 같은 소리만 늘어놓는 게 못마땅했다. 그러나 고집을 부릴 수만은 없는 것이, 자신의 심미안은 가끔 터무니없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들은 결국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물론 형제간의 다툼을 운에 맡겼을 때 늘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동전은 셋째 도령의 편을 들어 주었다. 둘째 도령은 셋째 도령 손등에 얹힌 동그란 학 그림을 확인하자마자 혀를 찼다. 탈색한 머리가 나폴나폴한 셋째가 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문신의 종류가 결정되고도 바로 시술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셋째 도령이 여러 번 도안을 수정하며 까다롭게 구느라 이웃 나라에서 모셔온 유명한 문신가가 학을 떼고 처음부터 다시 꽃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올린의 사타구니에 그려질 문신의 도안이 완성되었다. 못돼 먹은 성미의 남자가 선택한 것치고는 매우 섬세한, 이른 봄 자두 나뭇가지의 그림이었다.

문신가의 요구가 있었으므로, 올린은 문신을 새기는 열두 날 동안 호사스러운 아침 식사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소고기와 견과류, 과일에 고급 소금 두 알갱이를 먹고 나면 관장을 하고 아침 목욕을 했다. 그리고는 늙은 문신가가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별채의 방에 단단히 결박된 채 조용히 기다렸다.

결박은 아주 촘촘했다. 문신가는 고국의 전통 가옥과 흡사한 작업 환경을 선호했으므로, 올린은 작업대 없이 바닥에 고정되었다. 하루 사용이 끝나면 바로 태워 버리는 용도로 쓰기엔 지나치게 비싼 비단 요 위에 몸을 눕히면, 바닥에 튀어나온 여러 개의 고리를 활용해 올린의 몸이 활짝 열린 채 결박됐다.

오금에 둘린 로프와 엉덩이 아래에 넣어진 단단한 받침 덕분에, 올린은 다리를 180도보다 조금 더 많이 연 채 항문과 성기를 하늘을 향해 내민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두 손바닥은 기도하듯 마주 댄 상태로 조금도 벌어질 수 없도록 손가락끼리 마주 묶였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문신가는 두 명의 젊은 조수와 함께 일했다. 발가벗은 채 누운 올린을 작업의 대상으로 보는 눈들은 신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장골 안쪽에 자잘한 꽃잎을 새겨 넣을 때는 조수의 차가운 손가락이 항문에 들어와, 안으로부터 몸을 문질러 겉의 피부를 펴듯 했다.

문신 과정의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올린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결박을 추가하는 것도 조수들의 일이었다. 그들은 액받이에게 직접 지시하는 법 없이, 올린을 돌보는 고용인을 통해 올린에게 지시하곤 했다. 그들은 외국의 말을 사용했고, 고용인이 올린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전했다.

“지금 발가락을 오므리고 계십니다. 펴십시오.”

“눈은 감지 마세요, 힘들어도 뜨고 계셔야 합니다.”

“허벅지 안쪽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시면 안 됩니다. 몸에 수분이 빠지면 그림이 예쁘게 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몸짓조차 제한하는 지시에 따르면, 소독한 바늘의 뭉치가 살갗을 긁어내렸다. 싸악 싸악 긁는 소리가 나도록 치밀하게 피부를 상처 낸 바늘 뭉치 뒤로 조수 하나가 피를 닦으며 색소를 흘려 넣는데, 엷은 분홍의 자두 꽃송이 한 알을 그려 넣는데도 열 종류가 넘는 물감이 사용되었다.

오전의 작업은 네 시간 동안 이어진다. 오전 작업이 끝나면, 올린은 그대로 묶어 둔 채 모두가 식사하러 떠났다. 한 시간의 점심시간 동안 올린은 눈이 가려졌다. 그리고 일곱 개 강령을 백 번 외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단 한 번의 잘못된 발음조차 없도록 긴장한 채 강령을 외고 있으면 문신가와 그 조수들이 돌아오기 전에 고용인이 먼저 돌아왔다. 그리고는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쓰는 것과 흡사한 젖병에 레몬즙과 물과 소금을 섞어 만든 음료를 담아 빨게 해 주었다.

젖병을 다 비우면 안대가 풀린다. 오후의 작업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오후의 작업은 길고 오전으로부터의 피로가 쌓여 더 괴롭다. 게다가 젖병 하나만큼의 액체가 배에 담겨 있으므로 소변이 마려워 힘든 경우도 많았다. 가끔 참다못해 새큼한 레몬 냄새가 나는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문신가의 조수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명천으로 닦아 작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고, 오줌을 닦은 천을 자지 위에 덮어 두었다.

오후 작업은 여섯 시간 동안 계속된다. 열린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올린은 온종일 같은 자세로 바늘에 찔리느라 잔뜩 굳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결박을 풀려도 곧장 쉴 수는 없었다. 방 한쪽에 마련된 둥근 나무 욕조에 들어가서 문신의 색을 선명히 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절차가 있다.

안에 준비된 것은 얼음물이었다. 문신을 새긴 것은 사타구니뿐이니 하반신만 잠기게 해 준다면 좀 덜 괴로우련만, 올린은 턱까지 얼음물에 몸을 담근 채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견디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마다 조수 중 한 명이 다가와 어깨를 내리눌렀다. 올린이 훌쩍이면 문신가가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로 무섭게 호통을 쳤다. 고용인은,

“절대로 울지 마십시오. 그림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피부에 수분이 빠지면, 꽃잎이 쪼그라듭니다.”

하고 올린에게 나직이 경고했다. 올린은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다시는 울지 않겠습니다, 하고 속삭이며 울음을 참았다.

작업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 올린은 둘째 도령의 호출을 받았다. 어쩌면 잠자리 시중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고용인들이 서둘러 단장해 주었다. 얼얼한 사타구니 때문에 걷는 자세가 조금 어정거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을 받았다. 배꼽에 힘을 주고 아픔을 참으며 단정하게 걸으려고 애썼다.

둘째 도령은 올린의 몸을 사용하지 않았다. 문신 작업의 진행을 확인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올린은 그가 가리킨 자리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다리를 활짝 벌려 붉게 부은 사타구니를 보였다. 문신가는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쪽 끝으로부터 온전한 그림을 갖추어 그려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밑그림이라고 할 만한 선도 없었다.

수채화처럼 번진 색의 면들로 이루어진 섬세한 오얏꽃을 보며 둘째 도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린은 그가 문신을 따라 긋는 손짓으로부터, 액받이의 몸에 새로이 새겨진 그림을 퍽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도령은 그 황홀하도록 섬세한 색감을 오래도록 지켜본 후에,

“잘 어울린다.”

하고 다행스러운 칭찬을 해 주었다.

모두에게 힘겨웠던 문신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올린은 마지막 날 얼음물에서 나와 젖은 몸을 비단에 감싼 후 바닥에 꿇어 엎드려 절했다. 감사를 표하는 올린의 말을, 고용인이 낯선 언어로 통역했다. 늙은 문신가는 올린보다 더욱 크게 여러 번 고개를 조아리며 그 인사에 답례했다. 뒤에 엎드린 두 명의 조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신가는 도련님들께 인사를 올리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타구니의 오얏꽃이 탐스럽게 피어오르기 위해서는 그림이 자리잡는 동안 일광욕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좋은 것이 봄날의 햇살이라고 했다. 그 덕에 올린은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사방이 막힌 별채의 뒤뜰에서 햇빛을 쐬며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사타구니에 볕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취해야 하는 자세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림을 그려 넣을 때와 달리 따로이 결박은 없었다.

첫째 도령이 나타났을 때 올린은 뒤뜰의 나무 평상 위에서 일광욕하고 있었다. 벌어진 옷자락 아래 사타구니를 크게 벌린 채였다. 멀리서 보면 성교의 흔적으로 달아오른 것으로 보이는 문신은, 가까이에서 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무리였다. 올린은 사타구니 구석까지 햇빛이 닿도록 반쯤 누워 팔꿈치를 뒤로 짚고, 피부가 햇빛에 상하지 않도록 흰 천을 얼굴에 덮은 채 긴 목을 뒤로 떨구고 한가로이 눈을 감고 있었다.

도련님이 물렸으므로 고용인들은 물러간 후였다. 올린은 제 앞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전까지는 도련님이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얼굴의 흰 천을 걷어 내다 우뚝 선 남자를 알아보고는 황급히 다리를 모으며 상체를 세웠다. 그 바람에 어깨에 걸쳐졌던 비단옷이 흘러내렸다. 얼른 옷자락을 바로 하여 허리띠를 잡아매고 매듭짓는 손짓이 기민했다.

얌전스럽게 무릎을 꿇고 절하는 자태는 예전보다 성숙했다.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문신을 얻은 올린은 예전만큼 툭하면 벌벌 떨어 대지도 않았다. 단정하고 공손한 태도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조금 더 차분한 느낌이 더해져 묘하게 무르익은 느낌이었다.

첫째 도령은 아직 회복 중인 올린의 손을 먼저 살폈다. 닷새에 걸쳐 뚫린 양손의 상처는 그대로 살이 차오르도록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올린의 구속을 더욱 강화하려는 방편으로 구멍이 다물리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손등과 손바닥을 관통한 구멍이 자연적으로 오므라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직경 1센티의 아일렛을 손의 두께에 꼭 맞게 박아 넣은 채 치료하고 있다. 조금씩 직경을 넓히기로 했다. 당연히 회복은 느렸다.

그러나 꾸준히 관리하여 완전히 회복한 후에는, 올린을 묶어 매달 때 양손의 한가운데 로프를 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직경이 더 넓어지면 손가락을 꿰어 잡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근육이 다치고 뼈가 휘어 손가락들은 예전만큼 섬세하게 기능하지 못할 테지만, 어차피 액받이에게 요구되는 손의 기능이란 게 대단치는 않았다.

도련님은 평상에 걸터앉은 채 올린의 손에 난 작은 구멍에 새끼손가락을 집어넣으려 시도해 보았다. 어쩌면 손의 커다란 구멍과 사타구니의 문신을, 올린은 슬프고 두렵게 느끼고 있을지 몰랐다. 타고나기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난 그의 위로는 기묘한 방식이었다.

“올린아, KG 아니?”

그는 구멍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도련님의 손가락을 끝까지 넣기엔 구멍의 직경이 아직 너무 작았다.

“자동차 만드는 회사라면,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맞아. 거기. 그 집안은 액받이를 우리처럼 오래 쓰지 않아, 보통 한 반년 쓰고 폐기하거나 되팔지. 왜 그럴까?”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그 전에 미치거든. 그 집안은 낮에는 땅에 묻어 둔 커다란 독에 액받이를 넣어서 뚜껑을 덮어 놨다가, 밤에만 꺼내서 사용하고 깨끗이 씻어서 도로 넣어 두는 방식으로 관리해. 그러니 미칠 수밖에.”

올린은 섬뜩한 기분에 눈을 깜빡였다. 다른 액받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참한이라는 화장품 회사는 말이다,”

그의 말투는 다정했다.

“액받이의 낭심을 제거해, 제대로 된 마취도 없이 말이야.”

그는 그 이야기를 할 때 올린의 불알을 살짝 쥐어 당겼다가 놓았다.

“기능에 대해서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게 그 집안 스타일인 거야. 자지가 더 길고 예쁘게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는 돌아온 후 다시 제모를 받기 시작하여 매끄러운 좆을 귀엽다는 듯이 톡톡 두드렸다. 겁먹은 올린이 작은 진동에도 입을 딱 벌리고 아, 아, 하고 울먹였다.

“우리 올린 자지가 크고 예뻐서 다행이다, 그치?”

“…네, 네, 도련,”

“도련님이 예쁘게 보이도록 도와줘야 할 일 없이 계속 예뻐야겠어, 그렇지?”

“네, 명심하, 겠습니다….”

올린이 마침내 눈물을 조르륵 흘렸다. 그 눈물을 본 도련님은 잔혹한 기쁨에 도취하여 위로하고자 한 처음의 목적을 잊었다. 무서워하는 얼굴이 귀엽고 예뻐서 멈출 수가 없었다. 겁주는 건 때리는 것 이상의 감미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한내 계열사의 3대들은 사촌들만 열일곱 명이야. 그중 해외에 있는 세 놈 제외하면 열넷. 그쪽 집안은 액받이 여섯 명을 별장에 마련해 놓고, 사촌들이 모두 함께 공유하고 있어. 한내는 잘 모르지?”

“…자, 잘 모릅니다.”

“호텔, 리조트, 백화점, 요식업, 안 하는 거 없는 집안인데 얼마 전에 이름을 바꿔서 잘 모를 거야. 사업 수완도 하는 짓만큼 더럽지… 별장에 초청받아 갔는데, 액받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줄 상상할 수 있겠어?”

“…모르겠습니다, 도련님.”

이제 올린은 흐느끼고 있었다. 가여운 모습을 즐거이 내려다본 도련님의 손이 잘 뻗은 다리를 쓰다듬었다. 근육과 뼈의 모양이 아름답고 깡총깡총 뛰기도 잘 뛰는 이 다리, 도련님은 이런 것을 잘라 내어 그냥 내버리는 한내 것들의 사치스러움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텐데, 도련님은 생각하며 말했다.

“여섯 놈 모두, 수족을 끊어 놨어. 팔다리가 없이 테이블 위에 센터피스처럼 장식해서 올려 두고는 마음에 들면 자유롭게 쓰라고 인심을 쓰더군. 그 애들은 그 꼴을 해서도 방긋방긋 잘 웃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서 말이야. 상상이 돼? 아가. 너 여기가,”

도련님의 손가락이 올린의 벗은 다리, 무릎 조금 위쪽을 그었다.

“여기가 잘려 나갔다고 생각해 봐. 그리고 여기도.”

이번에는 팔의 접히는 곳의 바로 위다. 손가락이 금을 긋는 것을 따라 화끈거리며 그대로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올린은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팔다리를 잘라 놓고, 끝에다가는 고리를 박아 뒀어. 그게 예쁘고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올린은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생각에 도련님은, 네놈도 언제든 그 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시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묶어 두었다가, 전신 마취 후 절단 수술.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통보한 다음, 며칠을 마음 졸이게 하고 수술하기도 한단다. 회복 중에 살아남지 못하는 놈도 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대로 그런 식으로 관리한다는 거야. 얼굴들은 하나같이 우리 올린보다 못하던데, 얌전스럽기론 아무래도 그 집안 물건이 제일이지. 너도 올린아, 말 잘 들어야 해. 응?”

“…네, 도련, 님.”

“자아, 그럼 여기서 퀴즈.”

올린은 겁먹은 눈으로 도련님의 매끄러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얇은 금속테의 안경을 걸친 얼굴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부자연스러울 지경으로 온화해 보였다.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서는 무시무시한 말을 잇는다.

“도련님은 그 물건, 몇 개나 써 봤을까요.”

올린의 목이 탁 막혔다. 그 눈을 내려다보며 한 번 웃어 준 도련님이 바지 지퍼를 내렸다.

“도련님이 세 번 싸기 전까지 생각해 보는 거다?”

평상 아래에 버티고 선 도련님의 자지가 퉁겨져 나왔다. 평상 위에 앉았던 올린은 도련님이 손가락 하나로 지시하는 대로, 발바닥을 평상 바닥에 댄 채 몸을 돌려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평상의 높이가 어정쩡하므로 자지가 구멍에 편안하게 들어오도록 하려면 완전히 서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앉지도 않은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 했다.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쳐든다면 조금 쉽겠지만, 그러면 도련님이 무릎을 조금 굽히신 채 삽입해야 할 터였다. 도련님께서 불편을 겪으시도록 할 수는 없다.

올린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앞으로 쏠린 기마 자세를 취한 채, 자신의 볼기를 아픈 손으로 잡아 벌렸다. 드러난 항문을 가만히 보던 도련님이,

“우리 올린이 그리고,”

하고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를 했다.

“구멍 더 빨리 적실 줄 알아야 해.”

건조한 손끝이 마른 입구를 한 번 문지르고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에 물이 말랐나 봐, 이 꼴이 뭐야.”

나지막한 꾸중에 올린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도련님이 보이지 않는 데서 대기하던 고용인을 향해 지시했다.

“젤 가져와요!”

올린에게 참았던 신경질을 고용인을 향해 부리는 것 같았다. 미리 준비해 둔 듯 금방 날라 온 것을 항문 안에 펴 바르며 그는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

“네 몸은 구멍이 촉촉한 게 제일 큰 장점이었어, 내가 매번 네 좆 잡고 흔들어 줄 순 없는 노릇이잖니.”

“죄송합니다, 도련님, 정말, 노력하겠습니다.”

“노력만으로는 안 돼, 도련님은 약 안 쓴 날것 그대로의 네 몸이 좋았거든. 잘해야 해. 잘할 수 있어?”

도련님은 문신이 덮지 않은 볼기짝을 한 대 찰싹, 때렸다. 손자국이 벌겋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매서운 손질이었다. 올린은 입술을 말아 문 채로 항문으로 들어오는 도련님의 자지를 배 속 깊이 삼켰다. 커다랗고 매끄러운 게 속을 꽉 채워 주는 느낌은 겁에 질린 와중에도 포만감처럼 흡족했다.

“자, 이제 움직여 봐.”

도련님은 삽입 후 가만히 선 채로, 올린이 움직이기를 요구했다. 지금의 자세로 몸을 앞으로 쭈욱 빼려면 손끝을 세워 평상 바닥을 짚어야 했다. 그 상태로 다시 엉덩이를 뒤로 물려 자지를 삼켰다가, 도로 쑤욱 내보내는 몸짓은 너무 느렸다. 그것을 가만히 참아 주던 도련님이 마침내,

“재바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조금 더 해야겠다.”

하고 못마땅한 소리를 하며 올린의 엉덩이에 아랫도리를 철벅거리며 부딪쳐 오기 시작할 정도로 어설픈 몸짓이었다.

첫 번째 사정을 끝낸 도련님은 올린더러 평상에 등을 대고 누우라고 했다.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려 누운 올린의 양발을 도련님의 두 손이 각각 하나씩 들어서는 자지에 비비기 시작했다. 발바닥은 예전보다는 덜 말랑했지만, 여전히 보드라웠다.

액받이의 발을 제 손처럼 사용하여 자지를 애무하는 동안 도련님의 눈은 벌어진 사타구니의 문신과 그 아래 항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정액이 묻은 채 벌렁거리는 게 난잡하기 그지없다. 그는 곰질거리는 발가락을 들어 쪽쪽 빨며 두 번째의 사정을 즐겼다. 동그랗고 조그만 발가락은 걷지도 일하지도 않은 어린애처럼 달큰한 몸 냄새를 풍겼다.

도련님의 정액을 가슴으로 받은 올린은 가만히 누운 채 숨을 할딱였다. 뜨겁게 떨어진 정액이 겨드랑이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도련님은 넋이 나간 표정의 액받이가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다가, 느닷없이 머리채를 잡아 입술을 벌렸다. 입안에 들어오는 혀는 자지보다 더 뜨거웠다.

입안이 헤집어지는 것은 항문이 범해지는 것과는 또 다른 저릿함을 베풀었다. 입천장의 단단한 곳과 무른 곳을 간지럽히다가, 어찌할 바를 몰라 구석으로 도망간 혀를 감았다. 뿌리를 뽑아낼 것처럼 잡아당기는 혀의 힘이 너무 강해서 올린은 혀의 근육도 운동으로 단련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쓸데없는 데다 마음을 썼다.

잡생각이 들킨 모양이었다. 혀는 나무라지도 않고 물러나고 대신 보드라운 입술이 다가왔다. 맞닿는 감촉에, 도련님의 것은 촉촉한데 제 것은 거칠게 말라 있어 부끄러웠다. 늘 촉촉하고 탱글탱글하게 여물어 있어야 할 것은 자신의 몸인데 맡은 바 소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도톰한 입술 사이에 제 마른 입술이 살짝 잡혔다. 은근히 잡아 당겨질 때 그는 마냥 이끌려 가고만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게을리 굴 수는 없었다. 혀를 내밀어 도련님의 윗입술을 건드리고 문질렀다. 윗니의 가장자리를 살살 쓸어 보는 동안 어느새 몸은 평상에 도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다.

“오얏꽃, 보기 좋구나.”

성대에 울림도 없이 도련님이 칭찬했다. 올린은 감사하다는 말도 미처 하지 못한 채, 아래의 속 깊은 데를 바로 찾아 들어오는 자지에 떠밀려 고개를 젖혔다. 살덩어리라기엔 지나치게 단단하고 사람 살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기엔 너무나 따뜻한 것이, 안을 꽉 채운 채로 고맙게도 긁어 주었다. 자상한 애무에 마음이 끝없이 끌어 올려지는 것 같았다. 잡아 내리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됐다.

도련님이 부드럽게 치받쳐 들어오면, 올린의 몸도 조금 위로 밀렸다. 조금 더 깊이 박고 싶은 듯 도련님은 올린이 더 밀리지 않도록 허리를 꽉 잡았다. 날씬한 몸에 툭 튀어나온 엉덩뼈가 도련님의 손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한 기능의 손잡이처럼 그 손목 아래를 받쳤다.

허리를 잡힌 채 꽉꽉 아래로 당겨졌다. 올린은 방금 들은, 수족 잘린 액받이들을 상상하느라 팔다리를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얌전하게 굴며 정교하게 만들어진 오나홀처럼 얌전하게 자지를 물었다. 접합부에 부딪는 둔부의 감촉을 즐기느라, 가장 깊이 삽입한 상태에서 도련님이 꽉 잡은 몸을 좌우로 비비며 흔들었다. 어린애 장난질에 휘둘리는 장난감처럼 올린도 털럭댔다. 동그란 뒤통수가 나무 평상 바닥을 좌로 우로 굴렀다.

도련님의 체모에 입구가 따갑게 간지럽혀지면서도 올린의 안은 어떤 펌프가 따로 달린 것처럼 꽉 조였다 잠깐 풀었다가 다시 조이기를 반복했다. 도련님이 따로 조종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것은 바로 그 안쪽의 촉촉하고 조임새 좋은 점막뿐이었다. 그 외의 것을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금방이라도 툭툭 잘려 나갈 것만 같았다.

몸과 마음을 이토록 무섭게 제압해 주는 도련님인데도, 올린은 아래의 가려움증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다시 거세어질수록 어쩐지 조금만 아프게 매를 맞고 조금만 서럽게 울고 싶은 기분을 가다듬지 못했다. 정작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면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제에 괴롭혀지지 않을 때는 이러한 충동이라니, 자기 자신조차 이해 못 할 기이한 마음이었다.

열기에 들떠 도련님을 올려다보자, 그는 그러한 올린의 욕망은 읽은 듯 읽지 못한 듯 웃었다. 어쩌면 고통을 자진하는 마음을 들키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사실 지금 올린의 욕망에 신경이 가지 않을 만큼 자신의 욕망을 탐구하고 있는 참이었다.

애써 살고자 하는 그 많은 생명 중에 굳이 이놈이 이토록 귀여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때로는 이렇게 말고, 사는 것처럼 살게 하고 싶다. 먹이고 재우고 신발을 신겨 걷게 하고, 본래 사람으로 태어난 값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이것의 눈은 더 산 것답게 빛나고 숨결조차 더 생그러울 것이다.

또 다른 때는 손가락 하나로 눌러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살고 싶어서 버둥거리는 그 연약한 감각을 지문 아래로 또렷이 느끼고 싶었다. 그 간지럽고도 애달픈 감각은 눌러 죽여 버리고 돌아서는 순간 사라질 것이되, 그래도 성급한 충동이 때때로 밀어닥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요렇게 반짝거리는 눈인 채 팔다리를 얌전히 웅크린 걸 보면, 차마 아까워 죽이는 것을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더라도 그 비슷하게 불쌍한 꼴로 헝클어트리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아주 천천히 잡아먹고 싶은, 못돼 처먹은 자신의 욕망을 그는 알았다.

욕심껏 굴기 전에, 그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고백했다. 세 번째의 사정을 하기도 전이었다.

“사지 없는 액받이 말이다.”

“…네, 도련님….”

“도련님 그거 안 썼어, 그게 무슨 시시한 취향이니. 꼼짝도 못 하는 벌레 같은 것을.”

올린의 눈이 조금 커졌다. 마음 놓는 것 같았다.

“대신 마음에 든 것은 수술을 하루 앞둔, 팔다리 아직 멀쩡한 놈이었지. 다음 날 있을 수술을 위해 미리 수족에 보라색 금이 그어진 게 아주 재미있더라.”

아아, 올린의 멈췄던 숨이 놓였다. 바로 다음 날 수족이 잘리도록 예정된 액받이가 어떤 심정으로 낯선 이의 자지를 받았을지 그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사용하는 내내 어찌나 울던지, 몹시 딱한 생각이 들어 다정히 대해 주었더니 종래에는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해서. 참 곤란했단다. 겁먹고 우는 꼴이 귀엽기는 했어도 남의 물건을 함부로 그럴 수야 없지 않겠니.”

그리 말씀하시는 도련님의 목소리가 여전히 온화했다.

“올린아 도련님은 가여운 모습일수록 마음이 동한단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올린 네가 잘못한 건 없지마는, 그래서 도련님이 오늘은 너 좀 때려 주려고 해.”

그런 말씀을 하실 때는, 좀 전에는 바랐던 주제에 두려움이 차올랐다.

사지가 잘리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무섭다. 어쩌면 자신은 매 맞기를 바랐기보다, 자주 맞는 매가 오늘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음을 불안해한 것인지도 몰랐다. 사람은 어리석고 마음은 그 자체로 항상성을 갖는 생물과도 같아, 우울에 빠진 자는 우울을 찾고 오래도록 슬픔을 강요받은 자는 슬프지 않을 때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아래 구멍에 물도 잘 돌게 할 겸 몹시 아프게 때려 주마. 올린 너는 맞으면서, 아주 가엾게 울어 주렴. 내일 아침이면 사지가 몽땅 잘릴 놈처럼 말이야. 그렇게 예쁘게 울 수 있어?”

올린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을 가만히 떨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올린은 이 눈물이 공포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안도에서 비롯한 것인지 구분해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올린은 어쩌면, 자신을 지배하는 도련님들은 저도 모르는 제 울음의 의미를 꿰뚫어 보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관심을 둘 때의 일이지만.

체벌실까지 올린은 네발로 기어갔다. 흐느적거리며 걷는 도련님의 발뒤꿈치를 보면서였다. 익숙한 그곳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형구들과 몇 번쯤 사용해 본 형구들이 즐비했다. 고용인 둘이 있는 듯 없는 듯 따라와 대기하는 와중에 도련님은 형구들의 모양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화사하고 안락한 비단 의자에 편안히 기대앉아서 물었다.

“우리 올린이는 어딜 맞으면 물이 가장 잘 나오더라?”

정해져 있었다. 젖꼭지와, 엉덩이다. 도련님이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었다. 올린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럼 둘 중에 어딜 먼저 맞을래.”

다정한 목소리는 선택의 기회마저 주었다. 올린은 조금 전까지 후벼지던 구멍 덕에 엉덩이 전체에 남은 우릿한 자극을 조금 더 오래 느꼈으면 하는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차마 볼기를 먼저 때려 달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정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도련님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고용인들에게 명령했다.

“철봉에 매달아요, 다리는 활짝 벌리고 오금을 걸어서.”

올린은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가 떴다. 매의 아픔과 별개로, 거꾸로 매달린 채 빙글빙글 도는 신세가 되는 것은 끔찍하게 무서운 일이었다. 어지럼증을 잘 못 버티는 올린은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모든 자세를 두려워하는 데다, 후려갈겨질 때마다 몸이 뱅뱅 돌도록 결박되는 감각을 특히 견디기 어려워했다.

“우리 올린이 오늘은 고생 좀 해, 도련님이 고생시키고 싶으니까.”

당연하게도 도련님들은 그런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올린이 두려워하는 것과 그럭저럭 잘 버텨 내는 것 중에 전자를 선택한 것은 그저 도련님이 그것을 바라시기 때문이었다.

고용인들은 먼저 검은 가죽으로 싸인 철봉을 가져와, 올린의 다리를 철봉에 묶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닥에 눕혀진 채 활짝 벌린 양쪽 오금에 철봉이 끼워졌다. 발목과 허벅지가 로프로 서로 단단히 묶여 철봉에서 벗어나기 힘든 그 자세 그대로도 힘든데, 철봉 가운데 솟은 작은 고리로 철봉째 허공에 매달릴 때는 주리를 틀리는 듯한 다리뼈의 고통보다 머리로 피가 쏠리는 끔찍스러운 어지럼증에 신음을 토했다.

천장과 연결된 한 줄의 쇠사슬 끝에 철봉이 달렸다. 그 철봉에 오금이 걸려 거꾸로 매인 몸은 별다른 힘이 가해지지 않았는데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두 팔은 등 뒤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으므로 어디를 붙잡을 수 없이 견디는 수밖에 없다. 곁에서 볼 때야 도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으나 묶여 달린 사람이 느끼기엔 금방이라도 눈알이 빠져나갈 것 같이 빠른 맴이었다.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끝나자, 감긴 쇠사슬의 반동으로 반대쪽으로 조금 돌던 올린의 몸이 마침내 허공에서 잠잠해졌다. 귀에 위잉위잉하는 이명이 울리고 속이 메스꺼워 흐으, 흐으, 하는 숨소리를 내는 올린의 입가에서 침이 흘렀다. 도련님은

“어지럽니?”

하고 속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죽 패들을 손안에 쥐었다. 올린이 처음 이 댁에 들어왔을 때 받았던 예물 중 하나였다. 달아났다 다시 돌아왔으므로 예물들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지금도 매일같이 벌을 받는 중이었다. 가죽 패들을 돌려받기 위한 대가는 꿇어앉은 허벅지에 내려진 열 대의 매질이었는데, 안 그래도 아픈 몸에 모질게 떨어지는 매에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올린이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에, 갈색의 패들이 엉덩이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찬 감촉은 금방 달구어진 뜨거움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을 아는 올린이 볼기에 힘을 주었다가 풀었다. 도련님이 원하여 내려 주시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찰싹, 하는 소리가 울리면 올린의 온몸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가 빠졌다. 고통을 견딜 때 고요하도록 오래전에 훈련받은 몸은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흐르고 심지어 바깥의 생활을 경험한 후에도 그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얼마 없는 볼깃살이 출렁거리도록 세찬 매질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몸은 기특하고 가여웠다. 도련님은 그 필사의 인내를 기꺼워하며 패들을 휘둘렀다.

잘못에 대한 체벌이 아니었으므로 정해진 매질의 횟수도 없었다. 끈덕진 뜨거움을 그저 버티며 숨을 내쉬는 올린의 얼굴은 거꾸로 매달린 탓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도련님은 올린이 매질보다 도리어 어지럼을 괴로워하는 것을 알아서, 열 번 남짓한 매를 때린 후에는 한 손으로 그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올린은 그 순간만은,

“어으흑.”

하고 도저히 참지 못한 신음을 토해 냈다. 도련님은 어쩌면 거꾸로 매달린 채 토악질을 하는 꼴을 감상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같은 방식의 학대를 계속했다. 고용인들도 같은 생각을 한 듯, 언제든지 토사물을 받아 낼 수 있도록 양동이를 곁에 가져다 두었다.

엉덩이를 몇 번이나 얻어맞은 다음에는, 같은 방향으로 돌려진다. 세차게 도는 동안 오금이 걸린 철봉과 그것을 매단 외줄 사슬에서 철컹철컹하는 소름 돋는 소리가 울린다. 좌우를 번갈아 돌려 주면 조금이나마 나을지도 모를 텐데 도련님은 그런 친절을 베풀 생각이 없었다.

그는 판판한 복근이 꿀렁거리는 모습을 즐겁게 살피다가, 토해 낼 것을 빨리 토하라는 듯이 패들로 뱃가죽을 후려갈겼다. 그것으로 모자라 패들을 바닥에 던진 후에는 배꼽을 겨냥하여 퍽, 가볍지만은 않은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윽.”

거꾸로 매달려 있지 않았다면 반사적으로 굽어 들었을 상체는, 중력의 힘을 받아 제대로 웅크리지도 못한 채 아랫배에 가해지는 폭력을 받아 냈다. 한 번 주먹으로 배를 가격당한 다음에는, 그 반동으로 뱅글뱅글 돈다. 그리고 그 어지러움이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배를 얻어맞는다. 그런 식의 고문이 얼마 되지 않아,

“우우욱….”

올린의 입에서 더러운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신 작업이 끝난 후부터는 다시 식사가 엄격하게 제한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시큼한 냄새가 나는 토사물이었다.

도련님은 경련하며 구토하는 거꾸로 매달린 몸을 감상하느라 잠시 매질을 멈췄다.

‘도로 먹일까.’

토한 것을 다시 먹느라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기도 해서 못된 생각을 하면서였다. 어쩌면 살리고도 죽이고도 싶고 마구 다뤄 흐트러트리고도 싶어진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는 요물이지 않은가. 기차표 한 장 쥐여 주었다고 정말로 달아난 것도, 바깥세상에서 넉 달이나 잡히지 않고 산 것도 대단한데 와 봤자 좋을 것 없을 이곳에 제 발로 걸어들어오기까지 했다. 그 사유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도령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어리석은 책임감이라는 것조차 그에게는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즐거움이었다.

첫째 도령은 철저히 물화되어 소모품으로 쓰이는 액받이라는 것들 중에, 이토록 산 사람다운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세 동생들이 그러하듯 액받이의 사용자들은 액받이를 사람과 닮았을 뿐인 물건으로 믿고 그렇게 다룬다. 그리고 그러한 사용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다루어지는 액받이들도 자기 자신을 사람 아닌 물건으로 믿게 된다. 산 것이 죽기도 전에 생을 박탈당하는 일은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그러나 첫째 도령은 알았다. 액받이로 쓰이는 것들 또한, 사람이다. 물론 그에게 있어 사람이 다른 물건에 비해 특별히 귀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제 욕망을 풀어 내는 것에도, 사람을 도구로 여겨 신약을 실험하는 일에도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다. 그러나 액받이도 사람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잊은 적도 없었다. 이것, 또한 사람이다. 그리고 올린은 그가 처한 상황이 그러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몰아 대는데도, 아직까지도 사람다운 모습을 제법 잘 갖추고 있는 드문 놈이었다.

물건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에, 의지와 생각과 감정을 여즉 간직하고 있는 그 모습은 얼마나 희귀하고 사랑스러운지. 처음에는 예쁜 생김새에, 다음에는 의연한 태도에, 그 후에는 고통을 두려워하면서도 소임을 다하기 위해 고통 속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마음가짐에 마음이 동했다. 그리고 달아났다가 돌아온 특이한 행보로 인해, 이제 올린은 첫째 도령의 특별한 흥미를 끌게 되었다.

당연히, 흥미로운 것에 대해 탐구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남들 아는 것을 알지 못하는 비정상의 체질로 나 비정상의 성애에 익숙한 첫째 도령의 탐구란,

“어흐윽, 어윽….”

고요히 통증을 견디는 데는 일가견이 있던 올린이 동물적인 신음을 하며 토악질을 할 정도의 가혹한 고문이었다.

몇 번 토하게 한 이후에는 음심이 조금 충족되었다. 올린은 거꾸로 매달린 채 입과 코로 함께 토하느라 지쳐 가끔 경련할 뿐 잠잠했다. 도련님은 오물을 먹이려던 생각조차 잊고 자리에 앉은 채 발갛게 생채기 난 흰 몸이 느리게 회전하는 꼴을 감상했다.

얻어맞아 붉은 복직근 끝에 샐쭉한 배꼽마저 야해서, 그리로 좆을 담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벌리라면 벌리고 견디라면 견디겠지. 금속 집게 따위로 집어서 확장해 두고 손가락부터 집어넣으면 무서워할 거다.

배꼽에 귀두를 마주 대면 올린은 어떤 울음을 울까. 이를 악물고 그윽, 크윽 하는 가여운 소리를 내든 안에서 치받쳐 오르는 바람을 뱉어 내며 헉, 으헉, 하는 힘없는 숨을 쉬든 그 소리에는 일말의 저항도 없을 것이다. 찌걱거리는 음란한 소리로 범하면 항문이 그러하듯 배꼽 속도 쫄깃할까. 연약하여 뚫리더라도 힘없이 흐물거리진 않을 것 같다.

첫째 도령은 혀를 내밀었다. 혀가 성기인 듯 배꼽을 쑤시다가 입술로 덮어 빨았다. 더 세게 빨아 내고 싶은 걸 참고 물러나니 배꼽 아래 보라색 멍이 남았다. 아껴 가며 쓰느라 못하는 게 많았다. 올린은 자신이 얼마나 이 몸을 애지중지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고용인들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치우고 올린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훔친 후, 손가락 끝에 거즈 따위를 감싸 입안 구석구석을 닦았다. 헛구역질이 일도록 깊은 데까지 남의 손가락에 닦인 올린은 거꾸로 선 도련님을 가물가물한 눈 안에 담았다. 도련님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기색은 없었다. 그는 더러운 짓을 한 자신에게 아직도 욕정하고 있었다. 고맙고 미안한 일이었다. 저절로,

“도련님,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새었다. 도련님은 토하느라 부르튼 것처럼 부푼 발간 입술로 속삭이는 사죄의 말에 문득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른한 얼굴로 웃었다. 학대자를 향해, 학대를 견디지 못해 토한 것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사실 평범한 액받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만한 평범한 소리다. 그러나 이미 이것이 총천연색의 다른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 첫째 도령의 눈에는 조금 다르다.

“그래, 올린아. 도련님이 네 부족함을, 용서할게.”

짐짓 너그러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더 괴롭혀 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뻐 보였다.

도련님은 새로운 고통을 주기로 하고, 허공을 느리게 도는 몸에 가까이 다가섰다. 가느다란 몸통을 껴안듯이 밀착하여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자 거꾸로 매달린 얼굴이 도련님의 허벅지 근처에 닿았다. 그는 벌어진 다리 사이의 자두꽃 향기를 맡아 보려는 듯 아직 발갛게 부푼 허벅지 안쪽에 코를 묻고 가볍게 입을 맞추다가,

“넌 도련님한테 뽀뽀 안 해 줄 거야?”

하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했다. 순한 액받이는 도련님의 면바지 입은 허벅지에 보들보들한 입술을 몇 번이고 붙였다 떼며 귀여운 쪽쪽 소리를 냈다. 도련님은 웃는 목소리로,

“한 번 맞을 때마다 뽀뽀 한 번이야.”

하며, 이번에는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패들보다 결코 덜 아프지 않은 매운 손질이었다. 말랑한 엉덩이의 위쪽과 아래쪽, 그리고 허벅지와 맞닿은 연한 부분까지 반짝거리는 진홍색이 되도록 골고루 때리는 매질마다 다리에 문질러지는 간지러운 감각에 도련님의 팔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가장 동그란 부분의 살에 새빨갛게 터진 흔적이 남을 즈음에는 올린이 아예 도련님의 허벅지에 입술을 묻은 채 콧물이 다 묻도록 비비적거리며 울고 있었다. 조심성 없이 비벼 대는 몸짓이 어리광같이도 보였다.

뜨거운 숨결 끝에 흐느끼는 호흡의 감각이 사랑스러워서, 도련님은 달구어진 살을 가느다란 회초리로 내리쳐 날카로운 흔적을 더하고 싶어도 도구를 잡기 위한 몇 걸음을 걷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자세를 바꾸면 곧 정신을 차릴 올린이 자신의 다리에서 떨어져 버릴 것 같아서였다.

도련님은 고용인을 향해 손짓했다. 회초리를 받는 동안에도 바지에 입술을 누른 채 울던 올린은, 뜨거운 살갗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매에 맞는 순간 고개를 파특 뒤트느라 도련님의 다리를 잃어버렸다. 사슬이 철컹거리고 항문은 벌렁거렸다. 도련님은 지금 저기에 무엇을 넣든 액받이의 몸속으로 쑤우욱 빨려들어 영영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황당한 충동이 일었다.

잠시 숨을 고른 도련님이 다시 입술을 대도 좋다는 듯이 그 얼굴에 다리가 비벼지도록 가까이 다가들었다. 서럽게 우는 액받이의 엉덩이에 챡, 챡 소리가 나도록 날카로운 회초리가 파고들었다. 철썩거리던 손바닥과는 또 다른 아픔이었다.

처음의 몇 대를 고요히 맞던 액받이가

“흐.”

하고 아픈 신음을 흘렸다. 굳이 따지자면 고요한 것을 선호하면서도 그 작은 신음에는 흥이 돋은 도련님이 연이어 챡, 챠악, 챡, 소리가 나도록 세 번을 몰아치자 울면서도 소리만은 얌전히 삭이던 몸이 차마 참지 못하고

“아읏, 흑.”

하고 목을 울렸다. 도련님이 그 소리를 즐기느라 잠시 거꾸로 벌린 가랑이에 입술을 묻었다가 못된 성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빠르게 몰아 대기 시작했다. 챡, 챡, 챡, 챡, 챡, 챡, 챡, 챡, 얇고 날카로운 회초리가 쉬지 않고 떨어지자 뜨거움이 차곡차곡 쌓였다.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 같아 송아지처럼 발광하고 펄쩍거리고 싶었다.

“하읏, 으읍… 큭.”

올린의 울음은 짓누르다 못해 새는 소리였다. 가련하기 이를 데 없이 절로 흐르는 호소에도 회초리는 모질었다. 살이 헐어 피가 배고 새빨개진 피부에 얕게 찢긴 상처가 툭툭 터지는데도 도련님은 즐거이 때릴 뿐 한순간을 봐 주지 않았다.

“흐, 아윽…흑, 아흐으….”

마침내 울음을 터뜨린 몸이 옴찔옴찔 떨었다. 끝내 울어 버리기는 했으나 오래 잘 버틴 액받이에게 상을 주듯 도련님이 발기한 액받이의 자지를 입술 사이에 머금었다. 울던 몸이 퍼뜩 튀느라 입안에 든 채 반 바퀴를 돌았다.

키스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집요함으로 가지고 놀자 올린은 아픔과 닮은 쾌락에 끌려가며 울면서도 끙끙거렸다. 입천장을 툭툭 건드리며 꼼지락거릴 정도로 애무한 후에는 선단에 쪽 입을 맞추며 뱉어 냈다. 요도 입구에 혀를 박고 엘렐렐레, 애기 어르듯 놀리자 묶인 허리가 발작했다.

“아응, 앙!”

이전과 확연히 다른 비음을 따내고서야 혀를 뗐다. 더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는 올린이 사정의 죄를 짓게 될 터였다.

회초리의 굽은 손잡이를 항문에 물렸다. 가느다란 막대가 들어가기는 깊이 들어갔다. 그는 언제나 아래를 간지러워하는 액받이를 위해 면봉으로 귀를 훑듯 막대로 내벽을 꾸욱 눌러 돌리고, 쑤석거리며 안을 쑤셔 주었다. 끝이 장벽을 찢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민감한 그곳을 쿡쿡 찌르면, 아까 빨아 주어 여태 커다랗게 서 있던 하얗고 곧은 자지가 움찔움찔 끄덕였다.

“흐, 으응, 도련, 니임….”

달게 울듯 조르는 소리에 조금 더 길게 긁었다. 흥분하여 세게 긁는 바람에 안이 뚫리진 않아도 상처는 났을 텐데 올린은 좋아 어쩔 줄 모르며 묶여 달린 철봉이 철컥거리도록 몸을 흔들었다. 발목이 꽉 묶여 통통하게 부은 발바닥이 주먹이라도 쥘 듯 바짝 곱아들었다. 길고 늘씬한 종아리 근육이 단단하게 섰다.

그는 짐짓 못되게 굴며, 방금 긁은 그곳을 슬쩍 비켜나 그 옆을 갉작거렸다. 울음은 조금씩 같은 데시벨의 교성으로 변해 갔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주제에 제가 긁히고 싶은 곳을 찾아가려는 듯 묶인 채 실룩이는 엉덩이가 우스웠다. 로프에 밀려 볼깃살이 접힌 채 좌우로 흔드는 꼴이 천하고 상스러운데,

“으응….”

그런 몰염치한 짓거리에도 흥이 식기는커녕 음탕한 충동이 더 커지는 것을 보면 상스러운 것으로는 주인과 액받이가 한데 어울릴 만한 것이었다.

실컷 쑤시고 긁은 회초리는 결국 항문에 박힌 채 부러졌다. 올린더러,

“꽉 물어.”

하고 지시한 도련님이 항문에 거꾸로 박힌 회초리를 두 손으로 잡아 뚝 소리가 나도록 부러뜨리고 끄트머리의 한 뼘 반짜리를 손잡이 곁에 처넣었다. 졸지에 가느다란 회초리 두 개를 물게 된 올린의 구멍은 너무 젖고 너무 벌어져서, 이대로 내려 준다면 곧 주르륵 빠져 버릴 것 같았다. 도련님은,

“올린, 지금 내려서 무릎 꿇으라 하면 이거 안 흘릴 수 있니.”

하고 물었다. 올린은 자신 없어 하는 목소리로 여즉 흐느끼며,

“노력, 흑, 하겠습니다 도련, 님.”

하고 대답하다가 이내,

“아, 무래도, 흑, 빠질 것, 흐흑,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하고 털어놓았다. 거꾸로 묶인 채로도 항문이 이렇게 크게 빠끔대어 가느다란 회초리끼리 달각거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날 지경인데, 바로 섰을 때 아래에 힘주는 것만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할 자신은 도저히 없었다.

도련님은 울음 섞인 고백을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올린이 입었던 감 얇은 비단옷을 가지고 오게 하여 그 매끄러운 옷감을 항문에 구겨 넣기 시작했다. 홑겹의 얇은 옷이기는 하나 구기면 한 손 가득히 채우고도 넘치는 것을 집어넣기 위해 도련님의 손가락 네 개가 안쪽 깊은 데까지 들락거리다 못해, 항문에 꽂혔던 회초리 두 개가 쓰였다.

젓가락처럼 각을 이룬 회초리가 천을 눌러 안쪽 깊은 데까지 채우는 감각은 딜도나 에그같이 오로지 삽입을 위해 디자인된 물건들과는 달랐다. 빠듯하고 뻐근한 느낌이 어찌나 낯설고 아픈지, 올린은 옷감이 반 좀 넘게 구겨 넣어지자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아으-흐, 이제, 흐으, 그만….”

하고 빌다가 회음에 멍이 들도록 호되게 꼬집히고 불알에 딱밤을 맞았다. 요랬다가 조랬다가 제멋대로 군다고 혼이 나면서 가여운 액받이는 잘못했다고 울고 싹싹 빌었다.

결국, 홑겹 옷 한 벌이 배 속이 뿌듯하도록 채워지고 항문에 비단 끝자락만 살랑거릴 때가 되어서야 길고도 버거운 삽입이 끝났다. 부러진 회초리 두 조각을 천과 내벽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은 도련님이 고용인을 향해 올린의 결박을 풀어 내리라 일렀다.

도련님의 지시하에 고용인 둘이 올린을 끌어내려 바닥에 눕혔다. 오금으로만 철봉에 걸렸던 다리뼈가 욱신거리고 아래는 불에 덴 듯 버겁게 아팠지만, 두통과 현기증이 가라앉자 훨씬 나았다.

결박이 풀리는 동안 나무 바닥에 이마를 비비던 올린은 잠시의 휴식 후 무릎으로 서도록 명령받았다. 얌전스럽게 모은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편 채 양팔은 등 뒤로 모았다. 한쪽 손이 다른 쪽 팔꿈치를 잡도록 팽팽하게 땅겨진 팔 덕에 가슴이 내밀어졌다.

이제 또 젖꼭지에 대한 매질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래에 버거운 이물이 물린 구멍이 촉촉히 젖어 들었다. 아래가 젖은 만큼 눈물도 같이 고였다. 그러나 떨어뜨리지 말라고 천까지 넣어 주셨는데 그 배려를 배신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젖꼭지를 매 맞기 전에 단전에 힘을 주고 아래에 꽂힌 것을 흡입하듯 단속했다. 항문을 조이려 애를 쓰며 허리를 폈다.

일곱 갈래 채찍이 젖꼭지를 희롱하는 동안 올린은 허벅지를 서로 꾹 눌러 대며 엉덩이를 샐룩거렸다. 엉덩이에 꽉 찬 것을 혹여라도 미끄러뜨리지 않으려 하는 모양새였건만 마치 압박 자위를 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재미있게 여긴 도련님이 웃으며 올린의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액받이의 자지를 끼워 넣어 주고, 짓눌러 실컷 즐기되 사정 직전에 멈추라 단단히 일렀다.

당겨진 뿌리 부분이 아픈 것도 모르고 무아의 지경에 빠져 허벅지 사이의 자지가 눌리도록 비비고 힘주느라 예쁜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했다. 말아 문 입술, 지긋이 일그러진 미간과 눌러 감긴 채 바르르 떠는 눈꺼풀을 보고 웃느라 도련님은 정작 젖꼭지는 몇 대 때리지도 못했다. 그 덕에 항문에 물린 것이 풀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항문에 물린 게 매끄러운 다른 것이 아니라 장액을 흡수할 만한 천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마지막에 도련님은 채워 줬던 것들을 하나씩 아주 느리게 빼 주었다. 두 개의 회초리가 먼저 나온 다음, 구겨졌던 비단이 길게 빠져나왔다. 가장 깊은 곳에 들어앉았던 천에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함께 딸려 나왔다. 길게 늘어지는 맑은 콧물 같은 것을 보며 도련님이 코웃음 칠 때, 올린은 맞는 것으로 이렇게까지 젖는 제 몸의 음란함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도련님은 너그럽게도,

“타고난 체질이 음탕스러운 것을 어쩔 수 있겠니. 구멍이 몹시 간지러울 테니 도련님이 후벼 주마.”

하며 흠씬 얻어맞아 붓고 터진 볼기짝을 도닥이고 다른 손으로는 구멍에 손가락을 걸었다. 오얏꽃이 핀 사타구니를 활짝 열고 손가락을 받는 흰 몸이, 철벅철벅 소리가 나도록 후벼지며 아흐, 앙 울었다. 싸지도 못하는 주제에 최상의 열락에 올라 몇 번이나 번쩍번쩍 튀었다. 갈고리처럼 손가락을 둥글려 후비는 것만으로도 아래의 물이 다시 차올랐다가 분수처럼 튀기가 여러 차례였다.

오줌과도 다르고 정액과도 다른 맑은 물이 바닥에 질질 흐른 것도 모르고 아랫도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대는 정신 나간 몸을 도련님의 눈이 훑었다. 생긴 것만큼이나 하는 짓도 요망스레 예쁘기만 한 몸을 삶거나 굽거나 데치거나 볶아서 와그작 우적 소리가 나도록 씹어 먹고 싶어 하는 그것은, 사람 몸에 달렸으되 분명 육식 동물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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