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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가 (15/65)

# 귀가

필봉 수타 짜장에서 정안이 사라진 그다음 날이었다. 심성가의 셋째 도령은 밖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저택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기도 전에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셋째 도령이 설렁설렁 걸어가 묻자, 수상한 남자를 정중한 태도로 쫓아내려던 경호업체 측 사람들이 곤란한 얼굴들을 했다. 저택의 외부 경비를 맡는 남자들은 그 딱딱한 정장 차림만큼이나 일 할 때도 딱딱하게 구는 경향이 있었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 최근엔 많은 경우가 셋째 도령의 팬이었다. 대개 여자지만 남자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저택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한 만남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동네는 낯선 사람이 함부로 활보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마침 누가 준 케이크가 손에 들려 있었다. 좋게 타이르고 선물을 들려 보내면 마음 상해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정장 입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던 사람을 향해 느긋하게 다가갔다. 업체의 직원들이 목례하는 사이로, 까만 모자 아래 가려졌던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올린이었다.

셋째 도령이 입을 벌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던 입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웃었다. 허탈하게 웃는 잘생긴 얼굴을, 내리깔았던 갈색 눈이 올려다보았다.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헤어스타일이 바뀌던 셋째 도련님은 머리가 엷은 색으로 탈색된 데다 부슬부슬하게 뻗어 있었다. 올린은 잠시 낯설어하다가 이내 뻔뻔스럽게도, 덩달아 웃었다.

손찌검하기 전에, 도련님은 케이크 상자를 경호업체 직원 중 하나에게 건넸다. 뺨을 때리는 거센 손길에 올린이 비틀거리면 그만큼 뚜벅뚜벅 걸어가 한 번 더 때리고, 밀려서 한 무릎을 꿇으면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 경호업체의 직원 하나가,

“도련님, 들어가셔서.”

하려다가 빙긋이 웃는 차가운 낯을 마주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정장 입은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외부인을 경계하는 동안 올린은 얼굴을 매 맞으며 포장된 주택가의 도로 위를 여러 번 굴렀다.

“아가, 너 왜, 대체 어디 있다가.”

도련님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맨손으로 사람을 패는 일에 익숙지 않은 손등을 흔들어 통증을 덜어 내면서였다. 그 손에 맞은 사람은 바닥에 네발로 엎드린 채 입안에 고인 피를 뱉고는,

“죄송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다. 모자가 날아가 드러난 얼굴은 눈가가 찢기고 코피가 흘렀다. 그 꼴을 도련님이 내려다보다 헛웃음 쳤다.

둘은 정문을 지나 돌계단을 올랐다. 정원을 지나는 동안 올린은 터진 입술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어제까지 있던 남쪽에서는 벚꽃이 이미 다 졌는데, 저택의 정원에는 이제 막 흐드러지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간도 공간도 너무나 다른 곳을 지나와 모든 것이 꿈 같았다.

고용인이 셋째 도령을 마중 나왔다. 그는 두 사람의 외투를 받으며, 올린의 얼굴을 알아보고서도 호들갑 떨지 않았다. 침착한 고용인을 향해 도련님이 지시했다.

“최 집사님께 올린이 돌아왔다고 전해요. …정환이한테도.”

고용인이 묵례하고 서두르는 걸음으로 잔디를 가로질러 갔다. 올린은 그 걸음의 끝에 막내 도련님이 있을 것을 생각하며 잠시 고용인의 뒷모습에 시선을 두었다.

철문과 유리문을 몇 개나 지나 실내화로 갈아 신는 동안, 정안도 셋째 도령도 별말이 없었다. 오래전 처음 이 댁에 들어왔을 때 최 집사님의 허락을 받고 소변을 누었던 작은 화장실은 이번엔 그냥 지나쳤다. 익숙한 복도를 돌아 도착한 곳은 그날의 그 응접실이었다. 호사스러운 가구들과 천장의 조명, 그리고 예전에 호된 첫 매를 맞았던 공간이 몇 달 만에 들어서는데도 익숙했다.

“무릎 꿇어, 14번 자세.”

명령이 떨어졌다. 올린은 카펫이 덮이지 않은 대리석 바닥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셋째 도령은 예전에 배운 예의 바른 자세를 기억하는 액받이를 지나쳐 긴 의자에 팔을 걸치고 앉았다. 고용인이, 때리느라 도련님의 손등에 난 상처를 닦기 위해 더운 물수건을 가져왔다. 액받이의 얻어맞은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허락 없이 닦아 줄 수도, 치료할 수도 없음은 올린도 잘 알았다.

티끌만 한 상처에 밴드를 붙이도록 고용인을 향해 손등을 내밀어 준 채, 도련님은 각자의 일터에 있을 두 형님께도 연락을 취했다. 유실했던 물건이 제 발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는 둘 다 금방 읽었다. 바닥에 꿇어앉은 것을 사진 찍어 보냈다. 사진까지 봤으면서 답은 없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손에 붙은 밴드를 어루만지며 올린을 바라보았다. 눈에 띄지 않는 청바지 차림은 평범하기 그지없는데 취한 자세는 야하다. 사타구니를 넓게 벌리고 두 손을 머리 뒤로 한 채 한껏 내민 가슴 위의 유두가 얇은 티셔츠 위로 도드라졌다. 수수한 차림인데도 얄미울 정도로 예쁘긴 했다.

그는 넉 달 동안 귀여운 막둥이 동생을 그토록 괴롭힌 매정한 것에게 괘씸함을 느끼는 동시에, 청순한 얼굴 그대로 돌아온 귀여워하던 것에 대한 반가움을 가눌 길 없었다. 제 손으로 코피가 나고 입술이 찢기도록 뺨을 때렸으면서 곧 동생에게 흠씬 쥐어 터질 것을 생각하면 애처롭고 딱한 생각마저 드는 모순적인 기분은 대체 어째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말없이 기다리자 복도를 걷는 막내 도령의 발소리가 들렸다. 셋째 도령은 흐흥, 하고 코웃음으로 위장한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바꾸었다. 올린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분명히 긴장하고 있었다. 숨이 조금 빨라지고 눈이 가쁘게 깜작거렸다.

올린이 사라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막둥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주의에 대해 혼난 것은 별일 아니었다. 동생을 괴롭게 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 상실감과 자책감이었다.

어린 성정에 그것을 스스로 깨치지는 못하였더라도 막내를 사랑하는 형들은 모두 알았다. 어리석고 가여운 정환은, 좋아하는 것을 괴롭혀 놓고 그걸 잃어서야 제 마음을 아는 멍청한 놈이었다. 요새는 초등학생들도 좋아하는 여자앨 괴롭히는 짓거리는 안 한다던데. 스무 살이나 되어서까지 저토록 어리고 유치한 짓이나 일삼는 것은 형들이 지나치게 귀여워한 탓이었다.

셋째 도령은 응접실 입구에 나타난 동생의 기세가 흉흉한 것을 보고 이마를 짚었다. 안에 있던 고용인들이 숨을 삼킬 지경으로 거친 눈이다. 저런 눈을 한 놈한테는, 괴롭혀 놓고 네가 더 괴로워할 거면 차라리 잘해 주라는 조언 따위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동생이 올린의 얼굴에 큰 흉을 낼 만한 일을 벌이기 전까지는 딱히 말려 줄 생각이 없었다.

막내는 꿇어앉은 것에게 다가가,

“씨발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하고 으르렁대며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올린의 눈을 들여다본 그는 이것이 자신이 잃어버렸던 물건이 맞음을 확신하고서야 벽을 향해 밀어붙였다. 이전보다 무게가 늘긴 했으나 몸에 힘을 전혀 주지 않았으므로 도련님의 손에 다루어지는 꼴이 솜인형같이 무력했다.

거칠게 밀어 붙여진 올린의 폐가 눌러 흑, 하고 공기가 샜다. 왈그랑, 쨍강 하고 무언가 값비싸고 연약한 것이 떨어져 깨졌다. 올린은 벽에 짓눌린 채 자신을 뭉개 터뜨릴 듯이 난폭하게 구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 눈 안에서, 민감한 액받이의 성정으로 확실한 무언가를 발견해 버렸다.

무감해 보이던 갈색 눈이 크게 벌어졌다. 그것을 감지한 막내 도령이 분한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올린의 멱살을 끌어당겼다가 다시 한번 벽에 쾅, 뒷머리가 부딪치도록 밀었다. 갈무리하지 못한 신음이 흘렀다. 순간 막내 도령이 입을 벌려 그 신음이 새는 발칙한 구멍을 막을 듯하다가 먹잇감을 앞에 두고 인내하는 범처럼 천천히 턱을 내렸다.

올린은 머리를 울리는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눈앞의 남자는 예전에 자신을 윤간토록 하고 손가락을 부러뜨린 다음에 길에다 버렸던 그 사람이 맞았다. 험한 입버릇도, 거친 손질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너무 말라 있었다. 눈 아래가 검었다. 동자는 젖어 있었다. 꼭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속태우느라 저 자신을 돌보지 못한 사람처럼, 가엾고도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게다가 그 눈 안에 든 것은, 너무나도 가여운 안도였다. 안아 주고 싶을 만큼 불쌍한 안심이었다.

반면 올린은 뽀얗고 예뻤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티끌만치라도 있었더라면 그토록 화사하게 살이 올랐을 리가 없었다. 방금 맞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피부는 건강하고 부러졌던 손가락은 아무런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아물었다. 눈 안에 든 것은 막내 도령이 읽어 내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단단한 각오에 가까웠다.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의 심정도, 만나는 순간의 감정도 서로 달랐다. 그것을 알아챈 막내 도령은 패배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분한 패배감보다 제 마음에 훨씬 크게 자리한 대책 없는 기쁨이 노엽도록 부끄러웠다.

셋째 도령은 바보 같은 동생과 매정한 액받이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꼴에 헛웃음을 치며, 두 명의 형들에게 울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 이모티콘을 한 번 더 보내며 덧붙였다.

‘막둥이 울겠소 빨리 오쇼들’

네 형제가 같이 모인 단톡방은 따로 없다. 복사하여 붙여 넣기로 따로 똑같이 보낸 메시지를, 둘 다 읽었으면서 아무런 답이 없었다. 셋째 도령이 혼잣말로,

“하여튼 상또라이들.”

하고 제 형들을 싸잡아 욕했다.

셋째 도령은 눈을 들어 막내가 올린의 옷을 벗겨 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얇은 티셔츠를 말아 올리는 손길에 선선히 두 팔을 위로 든 올린은 떨지도 않았다. 하얀 상체에는 누구로부터 만져진 흔적조차 없이 깨끗하기만 했다. 막내는 예전보다도 색이 엷어진 것 같은 유두를 검사하는 눈으로 훑더니, 무고해 보이는 몸으로부터 부정의 흔적이라도 찾아내려는 듯 거칠게 돌려세웠다.

올린은 목덜미와 등줄기를 꼼꼼히 살피는 눈에도 얌전했지만, 바지가 내려가고 엉덩이를 감싼 속옷마저 빼앗기자 변명하려는 것처럼 주춤거렸다. 그는,

“아, 아직, 안을….”

하고 말을 시작하려다 말았다. 막내는 그 태도에도 올린이 말하는 바를 알아채지 못했으나 셋째는 달랐다. 그는 올린의 보들보들한 볼기를 쥐어 잡고 벌려 그 안에 남은 남의 흔적을 긁어낼 기세인 막내를 만류하듯, 고용인들을 향해 말했다.

“세척해야겠어요.”

막내가 인내심을 발휘하여 물러나 앉았다. 이 댁의 도련님들은 다른 것은 가리지 않아도, 지저분한 놀이를 즐기는 취향들은 없었다.

응접실에 날라져 온 것들은 오래전 상수도가 발달하지 못했을 때 왕족들이 쓸 법한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왕족은커녕 사람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물건을 씻어 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올린은 두 분 도련님들의 시선 아래 관장약을 아래에 담았다. 안을 씻어 내기에 충분한 정도의 약을 삽입한 고용인이 물러나려 하자, 셋째 도련님이

“아직 세 팩은 더 들어갈 것 같은데.”

하는 바람에 올린은 아랫배가 불룩해지도록 차가운 것을 더 머금어야 했다. 고용인은 올린의 아랫배를 쓸어 주며 마지막 팩의 끝까지 말끔히 넣어 준 다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제 속을 청소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하게 할 것인지는 도련님들에게 달려 있었다.

막내가 굳게 닫은 입을 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린에게 명령한 것은 셋째 도령이었다. 그는 아랫배가 볼록한 채 벌써 진땀을 흘리는 올린을 무릎 꿇리고 고양이처럼 엉덩이를 쳐들게 한 다음에야 달걀처럼 솟은 마개를 꽂아 주었다. 허리를 내리누르자 아랫배가 눌린 올린이 흐윽, 흐으 하고 괴로운 신음을 내밀었다.

긴 긴 시간을 오로지 배설만을 생각하며 보내는 동안 올린은 예전에 외웠던 액받이로서의 일곱 개 강령을 외도록 지시받았다. 가장 처음의 낱말을 꺼낼 때부터 그 목소리는 축축하도록 젖어 있었다.

“하, 하나, 저는 제가 죽는 날까지 순종해야 할, 주인 되시는 분들을 위하여….”

올린이 더듬으며 잊지 않은 강령을 외는 동안 셋째는 막내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올린의 엉덩이는 응접실 입구 쪽을 향했고, 두 도령에게는 바닥에 문질러지는 얼굴이 보였다. 눈을 질끈 감은 채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둥글게 몸을 훑고 다시 사라지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얼굴이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인 양 속옷에 티셔츠에 청바지를 갖춰 입고 있던 모습하고는 너무 달랐다. 접힐 듯 찡그린 미간 아래 동그랗게 움직이는 입술은 붉게 부푼 채 빛났다. 하나하나 토막을 내듯 부위를 따로 하여 감상하더라도 야하기만 했다.

강령을 외는 올린의 목소리는 때로 다급하게 치솟았다가, 문득 멈추기도 하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장을 이었다. 그러는 동안 침착하던 강령 안에 으흑, 하으, 하는 신음이 섞이고 마침내는 울음이 되어 흘렀다. 고용인이 이십 분이 지났음을 알리자 뜨거운 숨과 함께 말들을 내어놓던 입술이 꾸욱 다물렸다. 아랫입술을 깨문 윗입술 정중앙의 작고 섬세하게 치솟은 부분이 파르르 떨었다.

“힘들어?”

올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여는 순간 아래에서 더운 것이 쏟아져 나올까 봐 걱정한 나머지 차마 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대신 목 깊은 데서 오르는 끄응, 소리를 내고 바닥에 닿은 뺨이 붉도록 비볐다.

“도저히, 못 참겠어?”

알면서 묻는 느린 목소리에는 장난기라곤 없었다. 셋째 도령은 올린의 엉덩이 바로 곁에, 놋쇠로 만든 넓은 대야를 들고 선 고용인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항문 아래 그것을 대도록 허락해 주지는 않았다.

“이대로, 쌀 것 같아? 카펫 위에다가, 전부 쏟아 낼 것 같아?”

시간을 죽이는 물음에 올린의 감긴 눈에서 가만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마도 올린이 놋쇠 대야에 배설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을 예정인 것 같았다. 카펫과 대리석에 분뇨를 싸지르게 하고, 더러움과 참을성 없음을 경멸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거 놔 줘, 이제.”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기 전에, 들린 것은 막내 도련님의 구원이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고용인이 엉덩이 아래 놋쇠 대야를 놓아 주었다. 막내 도련님은 서두르는 걸음으로 올린의 뒤로 다가와서는, 아래를 채우던 마개를 천천히 뽑아내 주었다.

“으…흡.”

그것이 나가면서 구멍의 속부터 바깥까지가 차례로 벌어졌다가 좁아졌다. 마지막으로 구멍의 입구가 확장되었다가 꼭 다물리는 순간 올린은 실수할 것 같은 초조함에 숨을 들이켰다. 막내 도령의 손이 짐짓 거칠게 올린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올렸지만, 그 손 덕에 올린은 엎드리지 않고 대신 다리 사이에 놋쇠 대야를 두고 쪼그리고 앉을 수 있었다. 어떤 자세든 주인들이 보는 앞에서 배설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굳이 꼽자면 엎드린 채 하는 것보다는 쪼그리고 앉는 편이 나았다.

“뭐 해, 싸지 않고.”

꾸중하는 것 같은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다. 버겁도록 들어찼던 액체가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밀려났다. 오래 조였던 항문 안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푸덕거리는 소리와 그것이 놋쇠 대야에 떨어지며 울리는 텅 빈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자신의 항문으로부터 밀려 나오는 냄새를 느끼고, 뒤에서 구멍을 주시하는 막내 도련님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배설을 그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눈물이 얼굴을 적셨다.

두 도령은 격렬한 수치가 화해 나오는 뜨거운 눈물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올린을 향해 고용인이 다가왔다. 아랫배를 문질러 남은 것이 흘러나오도록 돕는 손은 갓 태어난 아기의 배설을 돕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그 손짓조차 부끄러움을 더하여 올린의 깨문 입 밖으로 크흐흑, 하고 울음이 샜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배설하여 세척하고 마지막으로 물수건으로 말끔히 닦였다. 깨끗해진 아래를 검사하며 막내 도령은 별말이 없었다. 관장의 괴로움으로 붉게 달아오른 항문의 속이 여전히 깊고 여전히 뜨거웠다. 그는 그 구멍에 다른 자지가 들락거린 적이 있었더라도 이제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 기억이 지워지도록 여러 번 드나들어 주면 될 일이었다.

항문 검사가 끝난 뒤에야 올린은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막내 도령은 벌거벗은 채 피를 뽑히고 질병에 대한 검사를 받는 올린을 내내 지켜보며 이것이 오늘 처벌받지 못하게 될까 봐, 다시 여기 받아들여지는 대신 이전 다른 놈처럼 시체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봐 비밀스럽게 초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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