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소실 (13/65)

# 소실

액받이가 사라졌다. 둘째 도령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만 하루하고도 몇 시간이 더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정리하기 위해, 공용의 물건을 대책 없이 내돌린 막내에게 시계의 위치 추적 장치와 연동된 앱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막내 도령이 선선히 내놓은 화면에 현재 위치는 표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위치 표시가 끊긴 곳은 한강대교 한가운데라고 했다. 감시자도 붙이지 않은 게으른 방치에 둘째 도령이 혀를 찼다. 액받이로 쓰이는 물건들이 고통 속에서도 자살하지 않고 끈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것은, 그들의 소유자들이 한가로이 굴지 않기 때문이다.

홀로 버려진 어리석은 것이 하는 선택이란 다 비슷하다. 그는 올린이 그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상상했다. 적어도 그가 그런 선택을 할 만큼의 고통을 주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으므로 할 만한 생각이었다. 비틀거리며 홀로 걷던 물건 곁에 감시자가 하나만 있었더라면. 둘째 도령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잠수부를 고용하여 한강대교로부터 서쪽을 향하는 강바닥을 사흘 동안 뒤진 후에야 액받이의 유실을 나머지 두 형제와 아버지께 알렸다. 시신이 발견되었다면야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다리 위에 버려진 안경만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건 큰일이었다.

집안 깊숙한 데 가두어 두던 것이 세상 밖에 나와 혀를 놀리기 시작했을 때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그는 액받이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닷새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마침내 열흘이 되도록 올린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집사는 새로운 물건을 구하기 위해 화송을 비롯한 몇몇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막내 도령은 부주의함의 대가로 저택에 갇힌 채 연말을 보내야 했다. 셋째 도령이 놀려 대고 깐족거리면서도 막내 옆에 자주 머물렀다. 둘째 도령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올린을 찾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첫째 도령은 늘 그렇듯이, 이 모든 일과 상관없이 온화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2권에 계속]

네 도련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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