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라니 사냥
금요일이었다.
평소보다 공들여 오전 치장을 하는 내내 막내 도련님이 관여했다. 관장한 항문을 손가락 하나로 헤집어서 안의 살을 벌리고 색깔과 탄력을 검사하는 표정이 어딘지 화가 나 있었다. 올린은 매를 맞을까 봐 겁을 먹은 채로, 도련님이 보는 앞에서 자지 밑동에 비단 끈을 동여매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거 말고.”
그리고 던져 준 것은 면으로 된 평범한 삼각 속옷이었다. 아래에는 예물로 받은 것이 아닌, 평범한 실리콘 마개가 끼워졌다. 올린은 입어 본 기억이 거의 없는 브리프를 끌어올려 엉덩이를 가리며 어색해했다. 고용인들이 매무새를 바르게 다듬어 주었다.
젖꼭지 구멍이 막히지 않자 후련하면서도 어쩐지 허전했다. 오랫동안 실로 묶인 채 젖 마개를 하고 지낸 탓에, 젖꼭지는 봉긋하게 솟아올라 끝에는 빠끔히 확장된 구멍이 벌어져 있었다. 그 상태로 도련님이 지시한 옷이 입혀졌다. 거울 속에는 옷차림 하나로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 겁먹은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포실포실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도련님이 웃기에, 올린도 간신히 따라 웃었다.
도련님은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세단 대신 평범한 SUV에 올린을 태웠다. 재벌가 도령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액받이가 앉았다. 그러나 옷차림이 평범한 대학생 같아서, 둘은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로 보였다.
액받이를 걱정한 집사가 보낸 검은 세단 두 대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차를 세운 도련님이 세단의 운전석에 점잖게 다가가 몇 마디 하자 곧 둘 다 사라졌다. 올린은 화가 난 것 같은 도련님이 웃는 얼굴로 도로 운전석으로 돌아와 앉는 동안 안전벨트를 쥐고 조마조마해하며 기다렸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창밖을 구경하는 올린을 위해 도련님이 시트의 열선을 올려 주고 창문은 내려 주었다. 서울 시내의 평범한 도로를 지나면서 올린은 불안해하면서도 설레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천진한 얼굴을 보며 도련님이 먼저 말해 주었다.
“그래. 첫눈이네.”
한국대의 도서관 앞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학생들로 붐볐다. 올린은 도련님이 앉혀 놓은 그대로, 외딴곳의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겉보기에는 올린도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청바지에 하얀 후드티, 하얀 패딩을 입은 하얀 얼굴 위에는 도련님이 씌워 준 안경이 동그랬다. 그러나 도서관을 오가는 싱그러운 젊음들과 그는 처지가 달랐다.
저마다의 바쁨으로 오고 가는 모습을 구경하면서도 부럽다는 생각은 감히 들지 않았다. 모두에게 주어진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탐내지 않는 법은 아주 어릴 적에 깨우쳤다. 게다가 지금 올린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막내 도련님이 그를 앉혀 두고 가면서 했던 말 때문이었다.
“누가 와서 너한테 고라니냐고 물으면, 맞다고 해.”
“네, 도련님.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복종해. 나한테 하듯이.”
“…네, 도련님.”
“나한테 하듯이 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도련님.”
도련님은 올린의 귀에 대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란히 앉아 어깨를 껴안고 귓가에 속삭이는 태도가 다정하고 따사로웠다. 하게 될 수도 있는 일들의 나열을 들으며 올린은 자신의 오른 무릎에 와 닿은 도련님의 왼쪽 허벅지를 의식했다. 벗지 않은 상태에서 몸이 닿아 있던 적이 있었나. 벗었을 때보다 그 무릎은 훨씬 뜨겁게 느껴졌다.
그가 쥐여 주었던, 달콤한 음료가 담긴 종이컵이 손안을 뱅글뱅글 돌았다. 종이컵 겉면의 빨간색과 초록색 그림 위를 장갑 없는 하얀 손가락이 더듬거렸다. 도련님은 설명을 끝낸 후 올린의 눈을 보며 싱긋 웃었다. 올린도 굳은 얼굴로 따라 웃었다.
그는 그 웃음을 보고는 아직 반도 마시지 못한 그 컵을 가볍게 빼앗아 옆의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안경, 계속 쓰고 있고. 대학생 같아서 귀여워.”
컵을 든 모양으로 손을 그대로 멈춘 올린을 보고 웃으며, 머리카락을 거칠게 쓰다듬는다.
“잘할 수 있지?”
도련님이 가 버리고 말 한마디가 남았다. 올린은 거칠 것 없는 태도로 걸어가며 핸드폰에 글자를 입력하는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13시 5분 도서관 근처에 풀어놨다’
‘먼저 찾는 놈 먼저 쓰고 다시 풀어놔’
올린은 입속으로만 네, 잘하겠습니다, 하고 습관처럼 답했다. 대답을 들을 도련님이 이미 저만치 멀어진 것을 뒤늦게 깨달은 다음에는 고개를 숙였다. 다시 그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껴 마시던 단것이 아쉬워 쓰레기통 쪽을 쳐다보았다. 손바닥에는 따뜻한 종이컵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다시, 저만치 멀어지는 제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구 달려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면 도로 집에 데리고 가 줄지도 몰랐다. 눈을 부라리고 혼을 낼 테지만,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면 성가셔서라도 하려던 것을 그칠 것 같았다. 그런 짓을 하고 나면 흠씬 매를 맞고 아주 오랫동안 매달려 고통받을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는 아픔이었다.
올린은 차라리 익숙한 괴로움이 그리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벤치의 끄트머리를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낯설게도 하얀 운동화가 신긴, 제 것 같지 않은 발이 초조하게 바닥에 문질러졌다. 콘크리트 바닥 위로 구르는 모래의 감각이 신발을 신은 발을 긁었다. 올린은 발가락을 꿈지럭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불복종의 충동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일렁거리던 게 사라지자 저 멀리 저희끼리 장난치다 꺄르르 큰 소리로 웃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눈가를 손으로 쓱 훔쳤다.
“혹시, 고라니 씨세요?”
그 질문을 받은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전에도 두 명이나 말을 걸었는데, 한 명은 번호 좀 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고 두 번째 사람은 도를 믿으시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이 나타나 막내 도령이 알려 준, 정해진 질문을 한 것이다.
올린은 잠시 당황했다. 질문을 한 사람 뒤에 남자 둘이 함께 서 있었다. 모두 망설이는 기색이 없는 걸 보아 어느 정도 확신이 있거나, 혹은 틀려도 멋쩍어할 만한 성품은 아닌 것 같았다.
세 사람을 한 번에 모시게 될 줄을 몰랐던 올린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겨우 대답했다. 운 것도 아닌데 목이 꽉 멘 소리가 나왔다.
“맞습니다.”
그들이 환하게 웃었다. 거 봐 맞댔지, 이렇게 입고 있으니까 꼭 사람 같아서 헷갈렸지, 실물이 훨씬 낫네, 딱 화송상이다, 하는 말들이 빠르게 오고 갔다. 올린은 시선을 떨군 채 그 말 속에서 어떤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 애썼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였다.
낯선 손이 한쪽 팔을 덥석 잡아 일으켰다. 고개를 숙인 채 엉거주춤 따라 일어서자, 손을 댔던 남자가 턱을 들게 하고는 홱홱 돌려가며 얼굴을 살폈다. 갈색 눈이 마구 흔들리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자 남자는 웃었다. 웃음에서 비린내가 훅, 끼쳤다.
셋 중 하나가
“막 그래도 돼?”
했다. 나머지 둘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올린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남자가
“어. 그래도 돼.”
하며 올린을 향해 동의를 구하듯 웃었다.
“그렇죠 고라니 씨? 막 그래도 되잖아 너한텐?”
올린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콧잔등 위에 얹힌 안경이 흔들렸다.
“네, 그렇습니다.”
동그란 갈색 눈이 시선 둘 곳을 모르고 마구 움직였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느라 생동하게 야윈 턱 아래가 쏙 패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조금 돌리느라 하얀 후드티 안에, 희고 가늘고 기다란 목에 길게 목빗근이 섰다.
“뭐가 그렇습니다야 새끼야. 말 똑바로 해야지.”
물었던 남자가 다시 말했다. 표정은 장난스럽고, 말투는 곁을 지나는 사람들이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길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목을 가다듬은 올린이 무언가 다시 말하려고 하는 순간 다른 한 명이 말을 막았다.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내 방으로 가자. 오늘 랩실 비어.”
올린은 그들을 따라 계단을 오르고 오르막길을 지났다. 붙잡힌 채 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얌전히 따랐다. 모양이 각양각색인 건물 사이를 지나 겨울의 노란 잔디밭 옆을 걸어 꽁꽁 언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연구실로 향하는 동안, 다른 남자 둘과 마주쳤다.
“어, 고라니 맞지?”
“아 새끼들 존나 빨라.”
두 남자가 물었다. 그들은 퍽 친한 사이인 듯 웃고 장난하며 니들이 늦은 거야, 타임리밋 알지, 우리는 셋이니까 그 세 배야, 헛소리 말고 사진 인증해, 따위의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지나쳤다.
둘 중 하나가 제일 뒤를 따르던 올린의 앞을 막아서더니, 어린애를 놀리듯 위아래로 훑어보다 청바지 아래의 성기를 콱 움켜잡고는 아프도록 흔들었다. 부지불식간에 당한 일이라 걸음을 멈추고 눈을 크게 뜰 뿐 별 반응을 보이지 못한 올린의 귀에
“좀 이따 보자 예쁜아. 오빠가 존나게 예뻐해 줄게.”
하는 목소리가 닿았다. 올린은 그에게서 성기가 놓여 난 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우는 그의 머리 위로 후드가 씌워졌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길에서 울었다는 이유로, 랩실에 도착하자마자 얻어맞기부터 해야 했다.
쓰러지지 않도록 뒷목을 단단히 잡힌 채 몇 번이나 배를 얻어맞은 올린은 내장이 올라붙고 토할 것 같은 고통보다 다시 도진 어지럼증이 괴로웠다. 남자 중 유독 몸짓이 거친 하나가 쓰러지듯 무릎 꿇은 올린의 윗옷을 벗겼다. 후드 티 아래 받쳐입은 반팔 티셔츠마저 벗기자 날씬하게 단련한 몸이 드러났다.
가슴팍을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린 후, 하얀 몸을 걷어찼다. 올린은 두 팔을 들어 머리를 감싸고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떨어지는 폭력을 견뎠다. 왈칵 입으로 나온 토사물에는 아까 마셨던 음료의 들큼한 맛이 섞여 있었다. 제가 토한 것을 도로 핥아 삼키며 청소하는 동안 블라인드가 내려와 실내가 어두워졌다가, 바로 다음 순간 형광등의 쨍한 불빛이 벗은 등 위에 떨어졌다.
“왜 그런 걸 시켜, 더럽게. 야, 입 씻고 와.”
남자 중 하나가 지시했다. 올린은 쿨럭거리며 티셔츠를 도로 꿰어 입고 문밖으로 나섰다. 아무도 없는 복도 끝의 화장실로 향하는 동안 그를 감시하는 눈은 없었다.
빈 화장실에서, 위치 추적을 위해 도련님이 채워 줬던 시계를 풀었다. 물소리를 들으며 세면대에 손을 짚었다. 입을 헹구고 얼굴을 씻은 후 노려본 거울 속의 얼굴은 혐오스럽도록 유약했다.
눈 아래는 퀭하고 입술은 위아래가 다 터진 데다, 머리칼에 묻은 물방울이 흐르는 꼴마저 추잡스러웠다. 쉽게 풀린 시계를 다시 차고 스스로 조였다. 무력한 감각이었다.
티셔츠 자락에 아무렇게나 얼굴을 닦으며 나왔다. 걸어온 방향은 알겠는데, 긴 복도의 수많은 문 중 자신이 나온 문이 어느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올린은 잠시 그대로 멈춰 회색 복도에 이어진 암갈색 문들을 골똘한 눈으로 살피다, 이내 포기하고 화장실로 도로 들어갔다.
창 아래에 있는 라디에이터가 따뜻했다. 그것에 무릎을 댄 채 멍하니 서서 한가로이 창문 밖을 내다봤다. 인적 드문 산이 건물 뒤에 바싹 붙어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뻗어 있을 뿐, 볼 것은 없었다. 그 나뭇가지들로 상념을 옮겨 달며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듯 시간을 보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복도를 걷는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찾으러 오는 소리를 듣고 숨을 점점 크게 몰아쉬면서도 혀로 입안의 터진 데를 눌러 더듬는 데만 집중했다.
대체 어떤 뒤틀린 심사에서 나오는 무용한 반항인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야,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야 천천히 몸을 돌렸다. 빨리 안 오냐는 재촉에도 달리지 않았다.
도로 끌려와서는 더 맞았다. 이번엔 바지까지 벗겨진 채였다. 세 명에게 둘러싸인 올린은 멍투성이로 엎드려서는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신음을 길게 뱉었다. 주먹 위로 피 섞인 침이 길게 늘어졌다.
도련님들의 앞에서는 절대로 내지 않았던, 분노와 고통이 섞인 그 울림에 남자들이 헛웃음을 웃었다.
“고라니가 아니라 맹수 새끼 같은데.”
“정환이가 너 이러는 거 알까?”
마지막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올린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용서해 달라고, 이마를 땅에 비비며 절하는 옆구리에 발길질이 다시 떨어졌다. 숨이 컥, 막혀서 쓰러졌다.
바로 발목이 잡혀 질질 끌려갔다. 차가운 바닥에 등이 쓸리며 이동한 후에 던져진 곳은 소파였다. 부주의한 취급에 머리를 부딪쳐 흐른 핏방울이 이마로 굴러내렸다. 어지러워서 눈을 뜨기 어려웠다.
“이 새끼 엄살 좀 봐.”
“제 나름대로 귀여운 짓 하는 거야.”
“내가 입 먼저 쓴다.”
철컥철컥 벨트를 푸는 소리, 창가의 블라인드와 잠긴 문을 다시 한번 단단히 간수하는 소리 위로 시큼 텁텁한 남자의 체취가 와 닿았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느낌에 입을 벌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낯선 색깔의 자지가 입술 위를 두드리고 문질렀다. 달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어느새 올린은 낡은 가죽 소파에 길게 눕혀져 있었다. 팔걸이 위로 한쪽 정강이를 걸치고 반대쪽 다리가 허공에 띄워져 잡힌 채, 머리는 반대쪽 팔걸이에 거꾸로 놓였다.
얼굴은 하늘을 향해 뒤집히다시피 했는데 배꼽은 왼쪽을 향하게 되어 척추가 한껏 비틀린 자세였다. 그 얼굴 앞쪽에 무릎을 반쯤 굽힌 채 서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입술을 두드리던 남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 씨, 빨리 빨라고!”
하며 벌어진 입에 콱 찔러 넣었다. 그 순간 아래의, 아니 뒤집혀서 이제 위에 위치한 구멍에서는 항문 마개가 빠져나갔다. 퐁 소리를 내며 벌어진 자리에 굵은 손가락이 밀려들어 왔다.
고통 속에도 이미 젖어 있던 구멍이 질척거리는 소리를 지르며 낯선 손가락을 반겼다. 평소와 위아래가 바뀐 방향으로 목구멍을 짓쑤시는 자지에서 내뿜어진 탁액과 올린의 침이 섞여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일었다.
“씨발, 존나 신기하네.”
몇 번의 손질 만에 커다랗게 뻐끔거리는 항문에 감탄한 다른 남자가 자지를 들이밀었다. 발기한 자지는 제법 길쭉했지만 올린의 주인들에 비해서 굵기는 부족했다.
그러나 올린의 잘 훈련된 구멍은, 들어오는 자지의 직경에 맞추어 애살스럽게도 오물거렸다. 찹쌀떡같이 달라붙어서 졸깃하게 물고 늘어지는 구멍은 퍽 애교 있었다.
구멍 두 개를 친구들에게 빼앗긴 남자는 셋 중 유일하게 이 학교 학생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상에서 문구용 집게를 가지고 와서는 올린의 젖꼭지에 물리기 전에 유두를 집요하게 빨았다. 혀끝으로 빠끔한 유두 구멍을 간지럽히고 떨어진 다음에는 집게를 들어 유두를 집으려다가, 좀 더 심술을 부렸다.
유두 구멍이 더욱 크게 벌어질 수 있도록 유륜을 중심으로 빙 둘러 살을 집은 집게 덕에 잘 발달된 젖꼭지 구멍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벌어졌다.
“젖 존나, 펜꽂이로 써도 되겠다.”
하반신을 앞뒤로 힘차게 움직여 올린의 항문에 자지를 박던 남자가 젖꼭지를 보고 감탄했다. 입에 자지를 물린 남자는 두 손으로 올린의 목을 조였다가 풀길 반복하며,
“외국 포르노 보면 거기 좆도 넣던데. 펜 정도는 당연히 들어가지.”
하고 한술 더 떴다.
올린은 숨이 막혀 눈이 돌아갔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은 채로 잔인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개의 펜이 날라져 왔다. 좀처럼 뜻대로 안 되자, 항문에 한 번 싼 남자가 자지를 빼고는 젖꼭지에 붙은 남자와 자리를 바꿨다. 발기가 죽었어도 한 뼘은 족히 되는 기다랗고 척척한 게 덜렁거리며 올린의 겨드랑이를 툭툭 때렸다.
두 번째의 좆이 항문에 삽입되는 동안, 입에 붙은 남자는 아직 사정하지 않은 채 올린의 숨을 옥좼다가 풀어주길 반복했다. 그가 목을 조를 때마다 항문이 벌렁벌렁벌렁 빠르게도 움직였으므로, 이제 막 교대하여 삽입하려던 남자가 헐떡거리면서도 유쾌하게 웃었다.
“씨히이이발, 한 번 더 해 봐, 졸라 웃기네.”
“왜 뭐, 구멍?”
방금 싸 놓고도 탐욕을 덜어내지 못한 남자의 눈도 항문을 향했다. 목을 졸랐던 남자는 제 자지가 들어찬 틈으로 잠시 공기가 들어차는 히익 소리가 나도록 풀어 주었다가, 이번엔 엄지손가락 손톱을 세운 채 울대를 긁으며 지그시 조였다.
올린의 손이 소파의 낡은 가죽을 마구 긁었다. 멍든 배가 함부로 튀고, 갈비뼈는 들썩거렸다. 항문이 다시 한번 빠르게 떨듯이 개폐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한 번에 끝까지 삽입한 남자가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간 것처럼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두 개 들어갈 거 같은데.”
지켜보던 남자가 한 손으로는 제 좆을 쓸며 친구의 좆과 올린의 항문이 맞닿은 데를 눈으로 가늠했다.
“몰라 씨발.”
“해 보자.”
구멍을 쑤시는 데 열중하던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세로로 벌어졌던 날씬한 다리를 바로 했다. 입에 박던 남자가 야 이 좆만아, 빠지잖아, 하고 욕을 하며 올린의 입에 바싹 따라붙을 정도로 길게 끌어당겼다.
팔걸이 위에 엉덩이를 걸치게 하고 사타구니를 찢을 듯 크게 벌렸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날마다 몸의 이완을 훈련받는 액받이의 다리가 무용수의 것처럼 유연하게 열렸다. 항문에도 조금의 틈이 생겼다.
처음엔 번갈아 가며 떡메 치듯 했다. 확장된 구멍에 자지 하나가 깊이 쑤시고 나가면 바로 다른 자지가 들어왔다. 그다음엔 다시 처음의 자지다. 둘은 호흡을 맞추고 리듬을 타기까지 몇 번 시행착오를 겪다가, 이내 안정적인 박자를 탔다.
그리고 그 박자는 점점 빨라져서 나오는 자지가 들어오는 자지를 스치기에 이르렀다. 올린의 물 많은 아래가 질퍽거렸다. 곧 이어질 동시 삽입을 두려워하느라 액받이의 손이 소파의 굴곡진 어느 좁은 틈새를 기어들었다.
“으윽!”
“하, 씹!”
처음 시도한 동시 삽입은 실패했다. 남자들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자지 하나를 문 항문 입구에 손가락을 걸어 벌리듯 당겼다. 훨씬 큰 것을 여러 번 넣어 본 탄력 있는 아래가 빠끔한 틈을 만들 때, 올린의 다리가 가여울 정도로 떨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째의 좆이 밀고 들어왔다. 그 사이 입에 한 차례 사정한 남자가 물었다.
“두 개 들어가?”
둘 다 말이 없었다. 합을 맞춰 움직이느라 열중해서다.
“아 잠만.”
그는 올린의 목구멍에서 길게 빠져나오는 감각을 느끼느라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식도 안에서 바로 사정한 탓에 정액은 말끔히 올린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남은 것과 올린의 침이 함께 묻어 번들거리는 자지로 올린의 눈과 귀를 쑤실 듯 퍽퍽 문질렀다. 올린은 막혔던 숨구멍을 트느라 컥컥대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그 학대를 받아 냈다.
남자는 벌어진 채 허공에 흔들리는 올린의 오른발 쪽으로 다가들었다. 벗은 몸에 남겨졌던 하얀 양말을 벗겼다. 잘 관리되어 보드라운 발이지만, 발바닥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잦은 매질을 당해 통통하게 붓고 찢긴 회초리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올린의 목구멍을 쑤셨던 자지를 그 발바닥에 비비듯 발과 자지를 모아 쥐자 아픈 듯 발이 튀었다. 남자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단단히 잡고 문질러 흔들며 좆 두 개가 박힌 항문을 응시했다.
그러는 동안 올린은 제 손을 들어 입안에 맴도는 거품 섞인 침을 체모와 함께 훔쳐 내어서는 아무 데나 문질렀다. 너절하고 미적지근한 항의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위는 역하고 아래는 아파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눈이 부셔서 눈물이 흘렀다. 익숙지 않은 형광등 불빛을 피하려 두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쓰리다 못해 아릴 지경인 아래에서 장액과는 다른 액체가 흐르는 것 같았다. 좆 두 개가 둔각을 이루며 쑤셔 대는 바람에 확장되다 못해 찢겼을지도 몰랐다. 올린은 울며 견디더라도 봐달라고 빌지는 않았다. 애초에 오늘은 아프지 않고 넘어가는 순간이 없을 터였다.
막내 도련님은 어쩌면 자신이 아프라고, 오롯이 아프게 하려고 이들의 손에 맡겼는지도 몰랐다. 네 분 도련님이 주시는 고통으로는 부족하여 훨씬 괴로운 꼴을 겪어야만 간신히 제대로 기능할, 어쩌면 자신은 아주 질 낮은 물건인 것 같았다.
이제 좆들은 동시에 들고 나기를 그만두었다. 박자를 맞춰 함께 찌르기에 남자들의 흥분이 지나치게 커졌다. 각자 저 좋을 대로 박느라 엇박자로 쑤셔지는 마구잡이의 아픔에 올린은 얼굴을 가리고 오래 울었다.
돌아가며 몇 번씩 싸고 나니 남자들의 험악하던 기운이 잦아들었다. 그들은 한결 느긋하고 너그러워져서는 활짝 벌어졌던 다리를 모아 주기까지 했다.
오금이 팔걸이에 걸쳐지고 상체가 소파 바닥에 완전히 누운 올린의 가슴에서 집게들이 떨어져 나갔다. 손톱자국처럼 모질게 꼬집힌 작은 상처들이 여러 개 남은 가슴을 쭈물거리던 남자가 명령했다.
“고라니, 젖 모아 잡아 봐, 하던 거 해 보게.”
올린은 퉁퉁 부은 눈을 한 채로도 손을 내려 가슴을 최대한 모아 잡으려 애썼다. 울음이 가시니 현기증이 도졌다. 뱅뱅 도는 감각에 손이 가슴을 찾아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오랫동안 훈련하여 발달한 대흉근 위에 살은 적었지만, 힘없는 손으로라도 모아 잡으니 유륜 근처가 둥글게 부풀고 유두는 과장된 모양으로 발딱 섰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젖꼭지의 구멍이 벌어졌다. 올린의 애쓰는 손 위로 남자의 손 하나가 덮였다. 터뜨릴 듯 꽉 쥐어 잡자 압박받은 유두의 구멍이 조금 더 커졌다. 볼펜 끄트머리는 들어갔지만 삽입된 깊이가 얕아서 선 채 버티지를 못했다.
“좀 더 짧은 거 넣으면 될 거 같은데.”
두리번거리던 남자가 느릿하게 걸어가 AAA 건전지를 들고 왔다. 비닐 포장을 이로 뜯는 집요한 눈빛을 보며 나머지 남자 둘이 사정 후의 나른한 태도로 낄낄거렸다.
그거 유두에 박고 꼬마전구 연결하면 불 켜지는 거냐, 시발 이 새끼 존나 변태 같은 거 좀 봐, 얘는 아직도 자기 젖 잡고 있네, 하는 야유 속에 함부로 다루어지는 가슴은 막내 도련님을 생각했다. 굳게 닫힌 저 문을 열고, 금방이라도 그가 들어와 자신을 구해 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전지는 끝내 유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벌로 건전지가 양쪽 콧구멍 깊숙이 쑤셔 넣어진 채 조롱당하고 사진이 찍혔다. 벌건 항문 속까지 보이도록 정액 묻은 다리를 쩍 벌리고 허벅지 안쪽에 남자들의 빨간 손자국이 마구잡이로 남은 채 코에는 건전지를 두 개씩 쑤셔 넣은 꼴이었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콧구멍 안에 든 것이 빠져나오지 않아 난리였다. 남자들은 숨이 넘어가도록 웃으며 올린의 콧대를 마구 내리 문지르고 몇 번이나 코를 풀게 해서는, 피와 콧물에 엉겨 겨우 빠져나온 것을 쪽쪽 빨아 깨끗하게 하라고 시켰다.
코 위쪽에 푸르스름한 멍이 남은 채 시키는 대로 하다가 올린은 구역질을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콧물과 함께 코피가 튀는 바람에 더럽다고 욕을 먹었다.
“이게 이뻐, 아니면 이게 이뻐?”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기 전에 그들은 올린에게 사진을 고르게 했다. 구도가 똑같은 사진 두 개의 얼굴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 창피한 모습이었다. 구원을 바라는 듯 혹은 폭력을 기뻐하는 듯 눈동자가 위로 치켜 올라간 얼굴과, 뺨을 얻어맞은 직후인 듯 한쪽 눈만 감은 채 위축된 얼굴은 어느 쪽도 경멸스럽기만 했다.
물티슈로 얼굴이 대강 닦이고는 또 다른 낯선 곳에 버려졌다. 절룩이느라 걸음이 늦다고 혼이 나며 끌려와 벤치에 앉혀지자 몹시 추운 날씨에도 잠이 쏟아졌다. 병든 닭처럼 조는 모습을, 조금 전까지 가학적으로 성욕을 푼 세 남자 중 하나가 지켜보고 있었다. 단톡방에 동그마니 하얀 패딩을 입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앉아 있는 모습을 사진 찍어 올리자마자,
‘여기 생과대 쪽 아님?’
‘마즘 생과대 뒤 특수연구소’
하고 올린의 위치를 특정하는 메시지가 따랐다. 첫 번째에 비해서 두 번째는 훨씬 빠르게 올린을 찾아왔다. 아까 마주쳤던 그 남자들이었다.
“고라니야.”
불리자, 졸던 몸이 벌떡 일어났다. 눈 오는 주차장 끝에 선 남자 둘과 우뚝 선 고라니의 눈이 마주쳤다. 궁지에 몰린 동물처럼 푸른빛 형형한 눈빛에 그들이 멈칫한 순간, 올린은 달리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을 향해 달려 낯선 화단을 뛰어넘었다. 거칠게 착지할 때 아래에서 느껴지는, 칼로 저미는 것 같은 아픔을 잊을 만큼 절박했다. 계단을 훌쩍훌쩍 다섯 개 여섯 개씩 달려 내리는 남자는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은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가 어떤 것으로부터 달아나는 중인지는 짐작도 하지 못한 채, 간혹 웃기도 하고 때로 놀라기도 하며 돌아보았다.
항문에서 새어 나온 정액과 피가 바지에 감춰진 다리를 타고 종아리까지 흘러내렸다. 그래도 올린은 멈추지 않았다. 올린은 이제껏 전력을 다해 달려 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이토록 날랜 줄을 몰랐다. 한참을 달렸는데도 남자들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올린.”
그러나 그놈의 어지럼증이 문제였다. 그는 그토록 재게 달아났으면서, 한순간 허공에 울린 제 이름을 들은 것 같아 아무것도 없는 돌바닥을 굴렀다. 발을 잘못 디딘 것도 아니고 걸려 넘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늘이 핑, 도는 어지럼 속에서 올린은
“너 지금 그거, 달아나는 거 아니야.”
하는 담담하고 차분한 비난을 들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이 씨발 개….”
남자 중 하나가 거친 욕설을 뱉으며 뒤따라와서는 발길질하려 했다. 그 뒤를 간발의 차로 달려 내려온 남자가 주위를 의식하여 말려 주었기 때문에 올린은 무거운 워커에 짓밟히지 않을 수 있었다. 어질어질하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네 발로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그는 결국 스스로 일어났다.
바닥에 구르는 안경을 집어 쓰고 제 발로 걷기 시작했다. 바닥에 갈려 살갗이 쓸리고 벗겨진 뺨은 보기엔 흉했지만 별스럽게 아프지도 않았다. 남자 중 하나가 찰과상을 살피느라 머리채를 잡았다. 올린은 상처를 보이면서도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들은 탁구대가 설치된 넓은 지하공간으로 올린을 데려갔다. 공조실, 이라는 글씨가 철문 위에 붙어 있었다. 실내등을 켜고 문을 걸어 잠그자 넓은 공간에는 보일러가 작동하는 것 같은 웅, 웅, 하는 진동이 감돌았다. 징그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건조하고 더운 공기를 울렸다.
“오빠가 예뻐해 준다고 했잖아.”
남자는 올린의 겉옷과 바지를 벗기는 동안 올린의 목에 코를 비벼 대며 냄새를 맡고 귀를 핥았다. 꽃향기가 나,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이것은 올린의 향기가 아니라 도련님의 향기였다. 몸을 씻고 피부에 바르는 수십 가지의 값비싼 화장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느라 여러 개의 뚜껑을 열고 향기를 맡은 것은 그였으니까.
헐렁한 후드티만 남긴 채 아랫도리를 발가벗은 올린은 귓구멍을 파고드는 척척한 혓바닥을 참느라 눈을 감았다. 낯선 사람의 침이 귓속에 흘러들어 찌걱대며 차올랐다. 귓바퀴를 간지럽히고 구멍을 쑤시는 혀는 정액 대신 침을 싸는 모양이었다.
다른 남자가 탁구공이 담긴 상자를 들고 와서는 공 하나를 허공에 던졌다가 탁구채로 내리쳤다. 통, 소리를 내며 탁구대에 한 번 튄 오렌지색 공이 올린의 몸에 가볍게 부딪혔다가 바닥을 굴렀다.
“왜 도망을 가고 그래. 오빠들 마음 상하게.”
앞에 선 남자가 말하고, 탁구채를 든 남자도 이어 말했다.
“원래 암컷은 그래. 틈만 나면 달아나려고 하지. 도망 못 가게 하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 뭔지 알아?”
올린은 바닥에 떨어진 탁구공이 좌우로 구르다 멈추는 것을 바라보느라 답을 찾지 못했다. 남자는 짜증도 내지 않고 알려주었다.
“새끼를 배면 도망 못 가. 영영 주저앉는 거지.”
그는 올린은 새끼를 밸 수 없으므로 대신 알을 배게 해 주겠다고 선심을 썼다. 바닥의 탁구공을 구멍에 집어넣으라는 명령에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공을 집어 들었다가 머리채가 잡혀 마구 흔들렸다.
“어디 손을 써. 넌 이제 암탉이야. 손 없어.”
“바닥에 앉아서 후장으로 삼켜 또라이년아.”
손에 들었던 공을 빼앗겼다. 둥근 게 다시 바닥에 떨어져 튀었다. 올린은 공을 따라 네 발로 기어가려다,
“닭이라고. 닭 다리 몇 개야.”
하는 얼러댐에 뒤늦게 자세를 바꾸었다. 쪼그리고 앉자 퉁퉁 붓도록 학대당한 항문이 다시 벌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온몸이 벌벌 떨리도록 아팠다.
느리게 걷기 시작하자 두 손을 뒤로 모아 잡으라는 명령이 이어 떨어졌다. 한 손으로 다른 쪽 소매를 움켜잡은 모양새로 쪼그려 걸었다. 어정대는 바람에 볼기가 후드티 아래로 반쯤 드러나 살랑거렸다. 영락없는 암탉이었다.
탁구공을 쫓아갔다. 공조실의 남는 공간을 개조한 곳이라 바닥에는 초록색 방수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선명한 초록 바탕 위에 구르기를 멈춘 오렌지색 탁구공을 항문에 담으려고, 하얀 엉덩이가 바닥에 닿도록 내려앉았다. 여러 번 자지를 받았던 항문는 이미 열려 있었지만, 공은 옆으로 튀듯 밀려날 뿐이었다.
올린은 제 볼기를 잡아 벌렸다. 항문이 발갛게 벌어지는 모습을 보느라, 남자들은 모아 잡았던 손을 뗀 것에 대해 야단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대로 탁구공 위에 힘껏 내려앉았다. 양 볼기가 땅에 뭉그러지도록 비벼대고 허리를 뒤틀며 배에 힘을 주어 흡입하자 이내 아래로 공이 빨려 올라왔다.
쪼그린 채 걸어 이쪽으로 돌아오는 올린의 모습을 감상하던 남자 중 하나가 탁구공을 한 개 더 던졌다. 올린의 머리에 맞고 다리 사이로 굴러간 두 번째 탁구공을 향해 가여운 암탉이 뒤뚱거리기 시작하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올린은 안에 든 공이 미끈거리는 장액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에 속을 조이느라 애쓰다, 제 성욕에 못 이겨 뒤를 쫓아온 남자의 발에 밀려 앞으로 쓰러졌다. 하얀 후드티 등 부분에 커다란 신발 자국이 찍혔다.
바닥에 엎드러진 몸을 걷어찬 남자가 훤히 들린 엉덩이를 매질했다. 하얀 티셔츠 아래로 하얀 엉덩이가 탐스러웠다. 투박한 남자의 손에 철썩철썩 소리가 나도록 몇 번이나 얻어맞느라 손자국이 벌겋게 새겨지니 동그랗고 매끈한 모양새가 더욱 돋보였다.
“좀 더 귀여운 소릴 내면 오빠가 살살 다뤄 줄 수도 있을 텐데.”
남자가 회유하듯 투덜거렸다. 올린은 매질의 충격이 전해질 때마다 숨을 뱉는 소리를 낼 뿐, 아무 신음도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남자가 원하는 것은 여성화된 교성이었다. 새되고 간드러진 비음을 연기하는 것은 당한 적 없는 굴욕이었다. 이미 충분히 기다란 목록에 굳이 새로운 것을 추가하지 않아도 바쁘고 힘들 날이었다.
쉼 없이 떨어진 매질에 엉덩이 전체가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옷 아래 허리의 맨살이 만져지고, 감겨 일으켜졌다. 탁구대까지 걷게 해 그 위에 상체를 기대해준다면 훨씬 편할 것을, 학대를 예감한 올린의 소박한 바람과 달리 남자는 그로 하여금 스스로의 무릎을 짚은 채 상체를 깊이 숙이고 버티게 했다.
자세를 잡자 장액에 젖은 항문이 하늘을 향해 젖혀지듯 열렸다. 찢긴 데는 안쪽이라, 보이는 상처 없이 음란한 붉은 색으로 벌어졌을 뿐이었다. 탁구공이 든 속으로 자지가 침입했다. 과격한 침범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으면서도, 올린은 저도 모르게 자지가 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지에 밀려 탁구공이 깊은 곳까지 밀려드는 감각은 그곳에 이 둥근 알이 영원토록 머물 것만 같은 공포를 선사했다. 만일 지금 아래를 쑤시는 것이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이즈의 네 도련님의 것이었다면 이 탁구공은 밀리고 밀려 심장에 쿠욱 박혔을 것 같았다.
올린은 거세게 찍어 대는 남자의 몸짓에 밀려, 넘어질 듯 비틀거리다 손을 바닥에 짚었다. 그 상태로도 한참이나 쑤셔졌다. 벌을 받는 듯 버티던 자세에서 무릎이 한순간 꺾여 휘청거렸다가 허리를 세게 잡혀 끌어 올려졌다. 여태 코 위에 얹혔던 안경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도련님께서 계속 쓰고 있으라고 했었다. 그 안경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힘 빠진 몸이 꼴사납게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채 두 발목이 다른 남자의 손에 잡혔다. 머리 뒤로 발목이 넘어간 채로 엉덩이를 몇 대 더 맞았다. 빨간 엉덩이를 세차게 때린 손이 잔인한 갈고리가 되어 항문의 내벽과 회음을 함께 걸고 마구 흔들었다. 올린은 응, 앗, 으, 흑, 하는 짧은 신음을 뱉으면서도 바닥을 더듬거려 안경을 찾아 다시 코 위에 올렸다. 또 다른 자지가 불쑥 들어왔다.
두 명 중 어느 쪽인지 기억나지 않는 남자가 올린의 하체에 자신의 털투성이 다리를 딱 붙인 채 사정했다. 끈적거리고 따가운 느낌이 구멍 입구를 괴롭혔지만, 남자는 올린으로 하여금 혀를 내밀어 자신의 요도구를 닦게 한 후에는 순순히 물러났다. 바로 몸이 뒤집혔다. 또 다른 자지가 들어와 사정하고 나서 남은 정액을 달아오른 볼기짝에다 마구 문질러 닦았다.
“일어나 앉아, 암탉답게.”
명령에도 잠시 네 발로 엎드려 숨을 고르다, 간신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쪼그리고 앉았다. 덩어리진 정액이 다리 사이로 흘러내렸다.
“아직 한 개밖에 못 넣었지?”
물은 남자가 다음의 탁구공을 벽을 향해 던졌다. 통, 통, 통, 공이 튀는 방향을 따라 올린의 고개가 힘없이 움직였다. 야속하게도 공은 아주 멀리까지 굴러가 버렸다.
후드티 아래의 볼기에 정액이 묻은 채, 다음 알을 담으러 암탉은 떠났다. 걷는 자리마다 탁한 흰색의 얼룩이 뚝뚝 떨어졌다. 항문을 벌려 바닥에 주저앉아 탁구공을 쪼오옥 빨아들이면, 다음의 공이 저만치 먼 곳에 떨어져 톡 톡 데구르르 굴렀다. 그것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땀에 미끄러진 안경이 흘러내려 코끝에 걸렸다.
다섯 개째의 알을 품은 올린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채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이리저리 던져지는 탁구공을 쫓아 열심히 앉은걸음으로 가면 남자들이 심술궂게 발로 차서 또 한참을 쪼그려 걷게 했다. 좁지 않은 공간을 쪼그린 걸음으로 한참이나 돌아다니느라 다리에는 쥐가 나고 볼기에서는 경련이 일었다.
엉덩이의 각도를 맞추어 탁구공 위에 잘 앉는다고 해도, 처음처럼 공이 쉬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미 다른 공들로 꽉 찬 속에 힘을 주어 빨아들이기도 쉽지 않았거니와 안에 남은 공간도 거의 없었다.
올린은 이제 더 이상의 알을 담기는커녕 이미 장내에 든 다섯 개의 알을 떨어뜨리지 않고 걷는 것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남자들은 아까부터 탁구채를 하나씩 든 채 올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올린은 알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그 앞까지 걸어가서는,
“꽉 찼어, 이제, 때려 주세요, 엉덩이….”
하고 자진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엉덩이를 쳐들었다. 하나의 고문을 끝내려면 다음의 고문으로 넘어가야 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탁구채 두 개가 양쪽 볼기를 번갈아 치기 시작했다. 엎드려 뻗친 자세의 올린은 바닥을 짚은 손을 바르작거리고, 높이 들린 엉덩이를 내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두 다리를 번갈아 가며 굽혔다가 펴며 아픈 매를 맞았다. 볼기에 번갈아 닿는 매질은 경쟁하듯 점점 거세어졌다. 뜨거운 매 속에 더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바닥에 눈물 콧물을 칠하는 꼴사나운 울음 속에, 저기 저 철문이 언제쯤 열리고 막내 도련님이 들어와 주실까 하고 무용한 상상을 했다. 그가 구하러 와 주었을 때, 이토록 처참하고 수치스럽게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신을 보고 가여워해 주실까. 그런 상상만으로도 아픔은 견딜 가치가 있었다.
생각하는 동안 자지가 일어났다. 남자들이 발기한 액받이의 자지를 발견했다. 빨갛게 익은 엉덩이 아래로, 탱글탱글한 불알과 빠듯이 선 자지가 꺼떡였다.
올린은 양손에 겨드랑이가 들려 탁구대에 달랑 올라 앉혀졌다. 아프게 얻어맞은 볼기가 눌리는 통증에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중심을 잡지 못한 다리가 흔들리자 아예 발까지 올려졌다. 상체를 뒤로 기울여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마지막에 삼킨 탁구공이 입구에 머리를 보일락 말락 하는 항문과 꺼떡거리는 분홍색 잘생긴 자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타구니를 넓게 벌린 맨다리 안쪽에 남자 중 하나가 머리를 들이댔다. 저 좋을 대로 자지를 빠는 소리가 쭙쭙 울렸다. 뜨겁고 척척한 곳으로 흡입되는 감각이 낯설고 두려운 와중에, 섬뜩하고 불쾌한 사정감이 찌릿거렸다.
올린은 사정이 금지된 처지였다. 정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사정하는 것은 액받이로써의 효용이 떨어지는 일이므로 아주 엄격히 제한되었다. 남의 손에 의해서 사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떠밀린 탓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사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호되게 혼이 나고 큰 벌을 받게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도련님들을 크게 실망하게 해 드릴 터였다. 그에게는 도련님들께 실망스러운 물건이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운신이 힘들 지경으로 맞거나 잔혹하게 구멍이 찢기는 쪽이 나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호된 취급을 받는 중에 올린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언젠가 자신을 데리러 와 줄 도련님에 대한 망상이다. 그가 자신을 찾으러 왔을 때 더러운 좆물이나 싸지르고 있는 것을 본다면, 아마도 상심할 것이다. 어쩌면 경멸한 나머지 그대로 버려둔 채 등을 돌릴지도 몰랐다.
그래서 올린은 저항했다. 도련님들은 올린의 자지를 귀여워는 해 주나 사정할 지경까지 몰아세우는 지독한 쾌락을 쏟아붓지는 않았다. 구멍으로 느끼는 거야 올린이 음탕한 탓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좆을 대할 땐 자비로웠다. 적당히 간지럽히고 고통을 잊을 만큼 애무한 다음에는, 스스로 가라앉힐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어차피 쌀 수 없는 처지인 데야 그것 이상의 친절이 없었다.
그러나 모양 좋고 곧은 자지를 문 남자의 입은 집요했다. 저항하는 올린의 팔을 제압하는 다른 손은 엄격했다. 올린은 사타구니가 개구리처럼 벌어져 탁구대 위에 눌리고 양 손목이 다른 남자의 손에 붙들린 채 자지를 빨리는 처지가 되었다. 익숙지 않은 쾌감이 밀려왔다가 흩어지고 다시 조금 더 거세게 밀려오길 반복했다. 아랫배가 덜덜 떨고 이를 악문 채 신음하느라 침이 튀었다.
“그, 그만, 아, 안 돼!”
사정하기 직전 올린이 발작하듯 외친 말이었다. 오랫동안 싸지 못했던 좆물이 남자의 입속을 가득 채웠다. 남자는 올린의 정액을 우물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버릇없는 소리를 외친 뺨을 잡아 찌그러뜨려 찢어진 입술을 강제로 벌렸다. 침 뱉듯이 입에 담긴 것을 벌어진 입 사이에 퉤, 뱉었다.
“삼켜.”
울면서 자신의 정액을 삼켰다. 그런데도 끝나지 않았다. 다른 남자가 몸을 낮추어 기운을 잃고 늘어진 올린의 자지를 뽑아낼 듯 당겨 쥐고, 불알을 쪽 빨아 입천장과 혀 사이에 누르며 굴렀다.
올린은 뿌리가 뽑혀 나가는 듯한 통증과 터뜨려질 것 같은 초조함에 울음 섞인 비명을 여러 번 내질러야 했다. 성기 전체에 연보라색이 도는 멍이 들 때까지 시달린 후에는 찰싹, 찰싹, 후려치는 매를 맞았다. 매운 손이었다.
“미친년이, 안 되긴, 뭐가 안 돼, 좆 까지게, 빨리려고.”
입가에 침을 늘인 채 펄떡펄떡 튀는 몸은 아프디아픈 매에 울면서도 사정한 자신의 죄를 두려워했다. 익숙지 않은 쾌감 속에서, 번번이 도련님을 실망시키는 한심스러운 제 몸에 대한 부끄러움이 눈물에 섞여 흘렀다.
도톰한 젖을 부드럽게 빨아 주어 매 맞은 자지를 다시 세웠다. 원치 않는 발정에 수치스러워 떠는 몸을 돌려 쪼그려 앉혔다. 힘이 없어 탁구대 위로 자꾸만 엎어지던 몸은, 호되게 불알이 잡아당겨진 채 여길 탁구채로 매질하겠다는 으름장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쪼그려 앉은 채 아랫배에 힘을 주어 알을 낳으라고 강요했다. 침 뱉은 손바닥을 자지에 갖다 댔다. 질척거리는 감촉으로 자지가 잡히고 귀두가 조여진 채 위아래로 흔들리자 무릎이 퍼뜩퍼뜩 오므라들다가 우악스러운 손길에 벌어졌다.
“알 다 낳으면 놔줄 테니까.”
은혜를 베푸는 듯한 말투로 놀리며 남자는 예민한 살 기둥을 조이고 쓸었다. 거친 손바닥 안에서 단단하게 선 자지가 벌떡벌떡 튀었다. 올린은 눈앞이 번쩍거리는 듯한 쾌락에서 달아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아랫배에 힘을 줬다. 매일 관장을 당하는 생활이었으므로, 자력으로 변을 눌 때와 흡사한 그 밀어내는 감각이 낯설었다.
탁구공 하나가 밀려 나올 때 발간 장벽이 한참이나 함께 밀려 나왔다가, 알 낳듯 밖으로 공을 떨어뜨린 다음엔 다시 쏘오옥 구멍 속으로 빨려들었다. 탁구공은 높은 탁구대 밖으로 떨어져 점점 좁아지는 호선을 그리며 튀었다. 통, 통, 통, 통,통 소리를 내며 멀리 굴러가는 공을 남자 둘이 바라보며 킬킬댔다.
“알을 낳았으면 울어야지, 암탉은.”
탁구공 하나가 밖으로 굴러 나올 때마다 암탉의 소리를 내게 했다. 올린은 처음엔 꼬꼬댁, 하고 남자들이 말한 소리를 영혼 없이 따라 했다가 혼쭐이 났다. 귀두를 감싼 엄지와 검지가 한층 세게 조여드는 감각 속에 요도구가 뾰족이 세운 혀끝으로 들쑤셔지는 동안 싸지 않으려고 허리를 배배 꼬며
“아흣, 아흣, 아윽….”
하고 울음 섞인 신음을 내질러야 했다. 몇 번이나 사정할 뻔한 위기를 넘긴 다음엔 닭 울음소리에 열과 성을 다했다. 알이 떽데구르르 굴러 통통 튀도록 괄약근을 이완한 다음에 팔을 퍼덕이며 꼬꼬댁 꼬꼬꼬 하는 소리를 내기를 다섯 번 반복하자 속이 허했다. 이미 너덜거리던 마음 한구석이 퍼석거리며 조금 더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다행히 그다음의 사정은 없었다. 지나치게 참는 꼴이 얄밉다고 매를 맞으며 자지가 조여지고 철퍽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문질러졌는데도 이를 악물고 견뎠다. 탁구대에서 내려지기 전에 벌어진 항문이 조금 더 빨리긴 했다. 젖은 항문에 혀를 날름대는 망측스러운 감각 끝에,
“좋아? 오빠가 묻잖아, 좋냐고.”
하고 떨어진 물음에는 싫은 걸 짧게 끝내고파 좋은 척했다.
그 짓이 끝나고 난 뒤엔 탁구대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자지 냄새를 집요하게 맡아 대는 남자에게 사타구니를 벌려 준 채 한동안 쉴 수 있었다. 사정의 위기를 넘기고 천천히 가라앉아 말랑하고 따끈한 성기는, 남자의 콧등이 문질러지고 콧김이 뿜어지는 동안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는 살냄새를 들이마시며,
“넌 어떻게 자지도 이렇게 곧고 예뻐?”
하고 칭찬했다. 옷 속으로 축축한 손을 넣어 젖꼭지를 만지던 다른 남자가 덧붙였다.
“후장도 촉촉하고. 말도 잘 듣고.”
감사하다고 중얼거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탁구대에서 내려지며 돌아본 앉은 자리는 엉덩이 모양으로 습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올린이 옷소매로 그 자국을 슥슥 문질러 지우는 것을 보면서 남자 둘은 올린의 브리프를 도로 입히고 청바지를 올려 주었다. 벗겨져 날아갔던 신발도 직접 주워 와 살뜰히 신겨 주는 것을, 올린은 우뚝 선 채 내려다보았다.
눈 쌓인 야외로 나갔다. 올린이 뒤따르는 것을 의심조차 않고 성큼성큼 앞서 걷던 남자들은 올린을 홀로 버려두기 전에 번갈아 가며 머리통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중 하나가 오빠는 너 너무 마음에 들어, 착해서, 하는 소리를 웅얼댔다. 올린은 온순하게 감사하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듣고 싶어 할 만한 말과 하고 싶은 말을 섞어 말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빠.”
둘은 올린의 말에 떠밀리듯 사라졌다. 손을 흔들면서였다. 올린은 그 손을 못 본 척 시선을 내렸다. 가로등 아래 선 자신의 그림자가 작고 둥글고 진했다.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 혼자 선 채 떠는 것은 속이 텅 빈 것처럼 허하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겨운 일이었지만 혐오스러운 이들이 곁을 지키는 것보다는 혼자가 나았다.
다음 학대자를 기다리는 동안 머리와 어깨에 눈이 쌓였다.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었건만 초겨울의 폭설 속에서 자꾸만 헛 게 보였다. 속눈썹에 앉았던 눈이 녹아 흐르며 멀리 또 다른 불빛 아래에 도련님의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가 일그러뜨리고, 다시 새로이 그려 냈다.
올린은 이 윤간이 자신에 대한 벌이 아님을 잘 알았다.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없으며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것은 막내 도련님의 놀이이며, 친구들에 대한 호의이다. 도련님의 마음이 바뀌어 자신을 데리러 오는 순간 또 다른 낯선 손에 내몰리는 일은 그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머얼리 도련님처럼 보이던 그림자는 다가올수록 낯설어졌다. 마침내 가까이 선 남자가 물었다. 네가 고라니냐고. 올린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얼굴로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남자는 그의 심정을 꿰뚫어 본 듯 말했다.
“지겨워 죽을 지경인가 보네.”
올린은 무심코 그렇다고 답할 뻔했다. 그는 침묵을 지키는 올린에게 밥은 얻어먹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밥을 사 주었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엉망으로 당한 뒤라 학생들이 여럿 오가는 식당에 식판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게 비현실적이었다. 식당 특유의 음식 냄새가 떠돌았지만, 식욕은 돌지 않았다.
상대가 먹고 있는데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올린은 콩나물국을 조금 떠먹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간간한 국물에 관자놀이가 찡 울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수저를 놓았다. 입안에서 떠도는 정액의 맛은 국물과 섞여 찝찔하고 메스꺼웠다.
올린에게 남자는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화송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고 물었다. 화송에서는 정말 말을 하면 혼이 나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떤 벌을 받느냐고 물을 때는 대답을 해도 될지 몰라 침묵했다. 남자는 매를 맞는지, 굶게 되는지, 어딘가에 갇히는지를 궁금해했다. 집요한 물음에 망설이면서도 올린은,
“셋, 다요.”
하고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나마 대답했다.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잘못하는 기분이었다. 남자는 그 얼굴을 살피다가 이내 다른 주제로 넘어가,
“정환이가 잘해 줘?”
하고 물었다. 올린은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그다음엔 섹스였다. 남자는 삼촌 방이야, 하고 올린을 안심시키며 신축 건물의 교수실로 안내했다. 불 끈 방에서 올린의 옷을 벗기고 소파에 눕혔다. 익숙한 방식이었다. 적당히 아프고, 적당히 구속된 상태에서 섹스하는 감각은 안정감을 주었다. 올린은 머리 위로 들린 두 손목이 운동화끈으로 묶인 채 아래를 두꺼운 오십 센티 자로 얻어맞으며 마음 편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었다.
작은 서고와 붙어 있는 연구실에는 조그만 구식 난로가 켜져 있었다. 난로에서 새는 주황색 빛과 복도에서 새어 들어오는 푸르스름한 불에만 의존하여 바라본 낯선 남자의 얼굴은 막내 도령과 아주 조금 닮은 것도 같았다. 올린은 두꺼운 자가 항문을 때릴 때마다 움찔거리며 어서 빨리 아래가 채워지고 다시 비워지기를 기다렸다.
“여기도 자주 맞아?”
남자는 오십 센티 자의 넓은 면으로 불알을 지그시 누르듯 문지르며 물었다. 올린은 자주, 라는 말이 얼마나 모호한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어제는 셋째 도령의 손바닥에, 그제는 둘째 도령의 회초리에 맞았으니 맞는 대답인 것 같았다. 남자는 넓은 면으로 찰싹 찰싹 소리가 나도록 몇 번 가볍게 후려치다가, 자를 세워 불알 위에 보라색 금이 그어지도록 세게 때렸다. 올린은 소리 없이 입을 딱 벌리며 고개를 젖혔다. 순식간에 차오른 눈물이 뚝, 떨어졌다.
“맞을 때마다 울어?”
질문 끝에 한 번 더, 무겁게 후려 맞았기 때문에 올린은 목 안으로 숨을 참느라 대답이 늦었다. 눈물이 마구 솟아 뺨을 적셨다. 하악하악 하고 숨을 몰아쉬느라 한참이나 지나 답이 나왔다.
“어떤 때에는, 울고, 또 어떤 때에는,”
거기까지 말했을 때 자가 다시 한번 내리쳐졌다. 좁은 면에 불알과 회음을 같이 맞으면서 올린은 회음 쪽이 찢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전에 있던 곳에서 관리자 하나가 가위로 아래를 찢기 전에 말해 주었듯이, 회음부는 여러 번 찢겨도 회복이 쉬우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흐읏! 어떤, 어떤 때에는, 울지 않기도, 합니다….”
올린의 생각과 달리 회음은 찢기지 않았다. 그러나 꼭 찢어진 것 같은 짙은 상처가 남기는 했다. 남자는 자를 든 손으로 아픈 데를 쓰다듬어 주며 계속 물었다.
“울음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단 말이야?”
올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억누르지 못한 흐느낌이 터져 올랐다. 남자는 자를 세워 때리는 것은 그만두고, 넓은 면으로 항문과 회음, 그리고 불알을 여러 차례 찰싹찰싹 때려 주며 올린을 안심시켜 주었다. 아래를 맞으며 올린은 아무래도 좋을 여러 개의 질문을 받고 그 질문들에 미련할 만치 성실히 대답했다.
남자는 급하지 않은 몸짓으로 올린의 다리 사이를 갈랐다. 매끈한 것이 입구를 누르며 밀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기를 느리게 반복했다. 올린은 위로 들어 올려진 양팔에 번갈아 이마를 비비며 아래의 자극을 견뎠다. 아래가 붓다 못해 헐 지경으로 심하게 당하고 새빨간 매 자국이 남도록 얻어맞은 후였어도, 지극히 쾌감에 약한 몸은 아픔 속에서 찾은 손톱만 한 즐거움에도 발발 떨었다.
항문에 깊숙이 들어섰다가 느리게 빠져나올 때, 남자의 자지 위에 올린의 매 맞은 불알이 살포시 얹혔다. 남자는 그것을 다소 우악스레 잡아 자신의 자지 밑동에 비벼 대며 애무했다. 액받이의 몸이 아파하며 자지러지느라 구멍 안이 요란스럽게 들썩였다. 그 경련을 보며 느긋하게 진입과 후퇴를 반복하던 남자는 올린의 상체를 일으켜서는, 다정한 몸짓으로 안아 주었다.
올린은 헐떡이며 게걸스럽게 사람의 몸에 달라붙었다. 낯선 남자의 등을 꽉 껴안고, 어깨에 눈물 자국이 남도록 이마를 비볐다. 그는 체온을 느끼며 막내 도련님을 생각했다. 도련님은 아주 무섭게 혼을 낸 다음에는 꼭 안아 주었다. 막내 도련님이 네 분 도련님 중에 제일 무자비하게 혼내시는 데도 가장 좋은 이유도, 자주 안아 주기 때문이었다. 도련님을 생각하니 항문이 반응했다. 남자의 몸을 품에 안은 것이 기뻐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아래가 꿈틀대자, 안에 들어찬 것이 덩달아 기뻐하며 움직였다.
남자는 올린의 귀에다 대고, 왜 너의 주인들은 너에게 아무런 장식을 해 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액받이를 귀여워한다면 회음이나 불알에 값비싼 보석 몇 개쯤 달랑이도록 해 주는 게 보통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집에 있는 녀석은 만일 죄를 지어 발가벗겨져 쫓겨나더라도 몸에 달린 보석을 하나씩 떼어 팔면서 죽을 때까지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는 말에는 올린의 눈 안에 의아함이 들어찼다. 매듭 실에 묶여 지내 커다랗게 발달한 젖꼭지를 톡톡 얻어맞았다. 왜 여기조차 아무것도 없이 혼자 달랑거리냐는 질문을 받으면서였다.
올린은 열심히 변명했다. 원래는 보석이 달린 자지 마개랑 젖꼭지 마개를 하고 지낸다고 했다. 아주 귀한 보석들을 예물로 주셨다고도 했다. 다이아몬드도, 있습니다, 엄청 비싼 거, 하는 순진한 말투를 남자는 비웃었다.
“그거, 네 거야? 쫓겨나면 어차피 알몸으로 가게 돼. 다 두고 나가야 하는 거잖아.”
그리고 남자는 흔들리는 올린의 몸을 여기저기 꼬집듯 잡았다.
“여기도, 여기도, 그리고 여기에도 보석을 달 수 있어. 이런 곳을 구멍 뚫어서 다이아몬드를 박아 주는 주인도 있어. 뚫릴 때 아프더라도, 나중을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지. 너처럼 알몸뚱이로 지내는 애는 거의 없을걸. 정환이가 너한테 정말 잘해 주는 거 맞아?”
올린은 쫓겨난다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둘째 도련님이 폐기에 대해 언급하신 적은 있었어도, 발가벗겨진 채 쫓겨날 수도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액받이는 쓸모가 다하면 폐기될 줄로만 알았지 저택 밖에서 홀로 살아가게 될 수도 있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런, 삶도 있었다. 남자는 웃으면서 올린의 머리통을 큰 손에 잡고 쓰다듬었다.
“영리하게 굴어, 영리하게.”
올린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남자는 느리던 움직임을 빨리했다. 안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욱여넣고, 다시는 튀어나오지 않도록 눌러 두려는 것처럼 자지가 몸을 깊고 단단하게 쑤셨다. 결합부에 살 부딪치는 소리는 자로 매를 맞는 소리보다 훨씬 습했다.
사정한 후의 자지는 자연스럽게 올린의 입안에 들어왔다. 끝에 고인 조금의 정액을 살뜰히 빨아 삼키는 액받이의 순한 눈 안에 주황빛 난롯불이 일렁였다. 자지를 빨게 하느라 올린을 도로 눕혀 놓은 남자는 사타구니를 활짝 연 채 무방비한 구멍에 중지를 둥글려 넣었다. 엉덩이를 편히 내리지 못하도록 위로 끌어올리고, 엄지의 마디를 접어 불알을 눌러 터뜨릴 듯 세게 애무하며 사정 후의 나른한 학대를 즐겼다.
누운 자세로 어깨와 목으로 체중을 지탱하고 엉덩이만 들어 올린 자세는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가학을 얌전히 받는 액받이의 납작한 아랫배가 바짝 조여졌다 풀릴 때마다 복직근이 드러났다가 감춰지기를 반복했다. 통증과 긴장 때문이었다. 남자는 불알 하나를 지그시 누르는 동안, 동그란 그것이 팔딱거리며 손가락 아래를 벗어나려 미끈대는 감각을 즐기며 물었다.
“너처럼 착하고 욕심 없는 애가, 왜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는 거냐고.”
불알이 짓눌리는 아픔에 바들바들 떨던 입술 끝이 추욱 처졌다. 입술뿐 아니라 온 얼굴이, 사탕 뺏긴 어린애처럼 서럽게 실룩였다. 아래 구멍에도 물이 많은데 눈물샘조차 헐거운 모양인지, 눈물이 솟을 때는 얼굴이 다 젖는 게 순식간이었다. 올린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일시에 마음을 채운 서글픔으로 울었다. 달싹이는 입술 끝에서 흘러나오지 못하는 고백을 뱃속으로만 되뇌면서였다.
정말, 착하게, 굴려고 하는데, 무서워서, 그러지 못할 때, 도 있어요, 아아, 도련님, 저 같은 건 정말, 어떤 짓을 당해도, 싸지만요.
무섭습니다. 안아 주세요. 도련님, 저 좀 데리러 와 주세요.
남자는 올린이 팔다리를 웅크린 채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는 젖은 얼굴을 가린 팔을 내리라고 명령하여, 우는 얼굴이 드러난 모습을 사진 찍었다. 빨간 난로를 배경으로 좁은 소파에 웅크린 늘씬한 몸은 상처투성이여도 아름다웠다. 피사체가 좋으니 막 찍어도 레트로풍의 고급 포르노그래피 같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남자는 흡족해하며 메신저에 그 사진을 올리고,
‘나 취미로 찍는 거 말고 프로 작가해도 될 듯.’
‘존나 잘 찍지 않았냐.’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올린을 사용한 남자들의 후기와 사용하지 못한 남자들의 감상들이 올라오는 동안 그는 메신저에 이 물건의 주인이 등판하기를 기다렸다. 금방 나타날 줄 알았던 정환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메시지를 남겼다.
‘어떠냐 개새덜아 존나 귀엽지’
‘10시까지 도서관 앞에 갖다놓으면 수거한다’
‘형님한테 잘보이면 담에 따로 박게해줌’
주인이 데리러 와 주기만을 기다리며 서럽게 우는 액받이가 딱해질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메시지였다. 남자는 혀를 차며 바닥에 구겨져 있던 하얀 후드티를 집어 들어 벗은 몸 위에 던져 주었다. 올린은 훌쩍이면서도 주섬주섬 그 옷에 팔을 꿰었다. 눈치를 보며 티슈를 뽑아 다리 사이를 닦는 손이 벌벌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