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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것 (9/65)

# 좋아하는 것

한 달간 모진 훈육을 받은 끝에 올린은 제법 법도에 맞는 예절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자 도련님들도 점차 각자가 즐거워하는 방식으로 올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때에 따라 그건 올린에게도 기쁜 일이 되기도 하고, 혹은 몹시 괴롭고 힘든 일이 되기도 했다.

부르심을 받아 가자마자 무릎이 꿇리고 몇 시간 동안 혼나듯이 무섭게 사용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저녁 단장이 끝난 몸으로 종이접기 따위만 하며 놀다 오는 때도 있었다. 유독 많이 울며 쓰인 다음 날엔 달콤한 과자나 탐스러운 푸른 포도 따위가 선물이라며 보내지기도 했다.

그런 선물은 주로 둘째 도련님이 하사하시는 편이었는데, 올린은 엄격한 섭식 제한을 받고 있었으므로 포도를 받아도 딱 세 알만, 과자를 받아도 딱 한 개만 맛볼 수 있었다. 달콤한 맛이 아쉬워 밤새도록 푸른 포도알을 맛보는 꿈을 꾼 다음 날 아침에는 유독 입안이 썼다.

때때로 도령들은 올린을 보러 별채를 방문했다. 올린은 훈육을 받던 중에, 식사하던 중에, 목욕하던 중에, 허락받은 휴식을 취하던 중에라도 도령의 방문이 있으면 바로 단정하게 절할 수 있을 정도로 행동거지가 다듬어졌다. 그중 셋째 도련님은 꽤 자주 오는 편이었다. 그는 올린의 절을 감상하고 나면, 자지를 굳이 삽입하지 않고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액받이의 몸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셋째 도령은 오늘도 별채에 들어선 참이었다. 편안한 모습의 평소와 다르게 외출 후에 바로 들어온 터라 검은색 일색의 옷차림이었다. 신작 프로모션으로 사진을 많이 찍힌 날이었으므로 캐시미어 코트부터 모직 바지까지 말쑥하고 매끈했다.

그는 별채의 입구에서 구두를 벗으며 고용인들의 인사를 받았다. 고용인 중 하나가 구두를 바로 돌려 정리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다른 이는 코트를 받아 들었다. 눈짓으로 물은 액받이의 행방에 고용인들이 별채 뒤의 쪽마루에서 쉬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는 고양잇과 맹수같이 표표하고도 정정한 걸음으로 올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두운 실내에서 바라본 뒷모습은 그림 같았다. 단풍이 지는 작은 뜰을 향해 단정하게 앉은 모습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고용인이 깔아 준 방석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 어린 고양이처럼도 보였다. 어깨에 걸쳐진 소박한 겨자색 옷이 흘러내릴 것처럼 위태로웠다. 흰 목에는 들어오던 첫날 조여졌던 밧줄 자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르스름하게 흐려져 있었다.

액받이의 몸이 얼지 않도록 고용인들이 놓아 준 조그만 놋쇠 화로 안이 붉었다. 그에게 허락된 종류의 차가 한 모금도 줄지 않은 채 화로 곁에 식은 채 놓였다. 셋째 도령은 올린이 넋을 놓고 멍하니 있는 것에는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을 이미 파악했지만, 화로의 숯이 붉게 달아오르고 차가 식도록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조금 궁금해졌다.

숨을 죽인 채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 문득 액받이의 어깨가 움찔 떨었다. 셋째 도령은 그대로 선 채 눈동자만 재게 움직여 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올린이 두 번째로 어깨를 떨기까지는 뒤뜰의 평범한 정경에서 별다른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가 곁에 선 고용인을 향해 눈으로 묻자 고용인이 입 모양으로만 다, 람, 쥐, 라고 말해 주었다. 셋째 도령이 치켜든 눈썹을 그대로 한 채 노오란 뒷모습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그의 눈에도 다람쥐 한 마리가 저 멀리 나무에서 조르르 달려 내려서는 재게 사라져 버리는 게 들어왔다.

그걸 보기 위해 방석에 앉아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던 액받이가 엉덩이를 조금 들어 무릎으로 서는 것을 보고 셋째 도령은 작게 웃었다. 허락된 것이 워낙 적으니 다람쥐를 기다렸다가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큰 오락인 모양이었다.

웃음소리에 돌아본 올린의 눈이 커졌다. 무릎걸음으로 몸을 돌리는 동안 곁에 놓인 찻잔이 흔들려 받침에 닿는 달그락 소리를 냈다. 올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절했다. 홑겹의 옷 아래로 여윈 등에 갈비뼈가 도드라졌다. 많이 놀란 듯, 소리 없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셋째 도령이 양말 신은 발로 얼굴을 툭툭 쳐서 상체를 일으켰다. 바로 앉은 어깨를 조금 더 누르듯 뒤로 밀었다. 무릎 꿇은 채 상체가 젖혀진 올린은 뒤로 그대로 넘어가기 직전에 두 팔을 엉덩이 뒤의 바닥에 짚고 버티라 명받았다. 무릎을 꿇은 채 뒤로 반쯤 드러눕다시피 한 무방비한 자세로 올려다본 도련님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 올린의 눈이 놀란 듯 깜빡였다.

“아가, 왜 놀라고그래.”

도련님의 발이 얇은 옷자락을 걷어 냈다. 맨살이 드러난 허벅지를 툭툭 쳐서 벌렸다. 방석 위에 무방비하게 놓인 자지를 눌러 밟기 전에, 그는 밟을 듯 밟지 않을 듯 약 올리며 싱긋이 웃었다. 오늘 수많은 여심을 녹인 미소였다.

“너무 멋있어서 그래?”

정말이었다. 늘 부스스하던 머리는 날렵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원래도 좋은 피부엔 무엇을 발랐는지 은은하게 광이 났다. 올린은 셋째 도련님이 무척 잘생기셨다고 평소에도 생각했었지만, 오늘은 유독 가슴이 뛰게 멋있었다.

정작 저 자신도 잘생긴 것을 올린은 몰랐다. 셋째 도령은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올린을 내려다보며, 같이 작품을 찍은 아이돌 출신 배우보다도 여기 이 녀석이 천 배는 낫다고 평했다. 게다가 이놈은 얼굴뿐 아니라,

“그럼 도련님이 자지 밟아도 잘 참을 수 있겠네?”

아래 뚫린 구멍이며, 달린 자지까지 안 예쁜 데가 없었다.

어두운색 방석 위에 놓인 자지는 제 살 색만큼 흰 비단 끈에 감겨 있었다. 자지 마개 끝에 달린 진주와도 닮은 색이었다. 짙은 색의 양말을 신은 발이 힘을 거의 주지 않고 자근자근 누르는 것만으로, 올린은 겁을 먹고 허벅지를 들썩였다. 다소 신경질적으로 그 허벅지를 밟아 벌린 도련님이 말했다.

“다치겠다. 비단 끈 풀고, 마개도 빼.”

올린이 움직이기 전에, 곁에서 보던 고용인이 먼저 손을 놀렸다. 안을 채우던 마개가 빠져나오는 순간 자지 끝 조그만 구멍이 오물거렸다. 침 늘어지듯 끈적한 것이 마개와 구멍 사이를 이었다. 불알의 속박이 풀릴 때 올린은 숨을 몰아쉬며 피가 통하는 순간의 아픔을 참았다. 그 모습이 몹시 긴장하여 굳은 것처럼도 보였다.

“누가 얘 젖꼭지 좀 만져 줘. 너무 겁먹었네.”

도련님의 명령에 올린이 울상을 했다. 다른 고용인이 올린의 뒤에 앉아 옷깃을 헤치고, 양손 검지로 유두 끝을 간지럽히듯 자극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기관이 직접 연결이라도 되어 있는 듯 저절로 항문 안쪽이 근질거렸다. 긴 목을 젖히고 엉덩이를 조이는 동안 배어 나온 장액이 방석 가장자리에 조금씩 젖어 들었다.

젖꼭지에 온 신경이 쏠린 사이, 도련님이 발에 힘을 주었다. 하얗고 곧은 자지를 지그시 밟고 은근히 눌러 주자 올린의 목 안으로 하악, 하고 숨 들이켜는 소리가 울렸다. 잠시 발을 떼었다가 다시 무게를 실어 꾸우욱 밟았다.

압박을 받아 방석 위로 짜부라지는 자지 아래로, 결박에서 놓여나 오래간만에 자유로웠던 불알이 짓눌렸다. 크흡, 이번에는 숨 참는 소리였다. 탱글탱글한 열매처럼 붉게 부푸는 불알을 감상하던 도련님이 물었다.

“다람쥐 말고, 좋아하는 게 뭐야.”

길고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것이 방석 위를 마구 뒹굴며 찌그러졌다. 자지는 제 주인처럼 하얬지만 고통받는 태도는 제 주인만큼 침착하지 못해서 몹시 야단스러웠다.

도련님은 젖혀진 목의 울대가 몇 번이나 크게 움직이는 것을, 울대 바로 아래에 노랗게 사라져 가는 조여진 자국을 보았다. 갖춰 입었을 때도 위태롭던 옷자락은 앞이 벌어지자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팔로 버티느라 불거진 마른 어깨가 자꾸만 떨었다. 그 아래, 남의 손에 희롱당하는 두 개 유두는 진분홍으로 달아올라 윤이 나도록 팽팽히 섰다.

올린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여 조금 더 오래 고통받았다. 도련님이 기뻐하는 예쁜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거 말해 주면 발 떼 줄게.”

그리고 도련님의 자상한 설명이 있고서야 헐떡이며 답할 수 있었다. 부르짖듯 하는, 숨찬 목소리였다.

“…포도! …포도가, 아흑, 좋습니다!”

발이 떨어졌다. 올린은 숨을 몰아쉬며 자지를 내려다보려다, 아직 젖꼭지를 자극하는 고용인의 손에 이를 악물며 도로 목을 젖혔다. 항문 마개 사이로 흐른 장액이 바닥에 척척했다.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천박한 꼴을 보여 야단맞을까 봐 도련님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도련님은 올린이 아니라 올린의 몸을 품에 안은 채 유두를 어루만지는 고용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도? 포도를 먹여? 하는 물음에, 고용인이 얼마 전에 둘째 도련님께서 보내 주신 포도에 관해 설명했다.

“그래? 둘째 형님이 포도를 보내 줬단 말이지? 포도가 좋다고. 그리고 또?”

혼잣말하듯 말한 셋째 도령의 발이 다시 발개진 좆을 짓눌렀다. 올린은 그가 다리를 들 때부터 닥쳐올 고초에 겁을 먹어 온몸에 힘을 주었다. 허리를 세게 조인 얇은 천 위로 복직근이 빠듯이 섰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발가락으로 힘껏 문지르며 밟아 대는 바람에, 좆은 반쯤 발기해서는 발광하듯 방석 위를 펄떡거렸다. 올린은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떠올리려고 애썼다.

“포도밖에 없어?”

잠시라도 짓밟힘에서 해방되고자 열심히 생각해서 내놓은 대답은 단출했다. 그는 거의 울면서,

“…고, 고기요, …고기, 좋, 아흐흑….”

하고 대답했다가 돼지고기냐 소고기냐 아니면 닭고기냐는 질문을 들었다. 세 가지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올린은 그냥 고기라고 대답했다가 밟히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가 또 밟히고, 잘못했다고 빌면서 한 번 더 밟혔다.

도련님은 발갛게 달아오른 자지의 귀두만 밟기도 하고, 소대를 발바닥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뿌리 부분을 뽑아낼 듯 발톱을 세워 누르기도 하며 또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올린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아픔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저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애썼다. 기뻐할 일이 적은 삶에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 내기 힘든 게 오히려 당연했다. 대답이 늦어지는 건 올린이 둔한 탓이 아니었다.

“아가야, 내가 네 자지를 이십 분이나 밟아 줬거든.”

마침내 도련님은 발을 거둬 주었다. 눈짓하여 고용인에게 지시했으므로, 올린은 비로소 단단히 잡힌 팔에서도 놓여날 수 있었다. 그는 잔뜩 웅크린 채 저릿저릿한 자지와 불알을 어루만져 달래며 훌쩍거렸다. 다람쥐 구경하다가 이게 웬 봉변인지 몰랐다.

“그런데 고작 좋아한다는 게, 포도, 고기, 초콜릿, 과자? 그게 다야?”

전부 먹을 거였다. 올린은 풀이 죽어서 죄송하다고 중얼거리다, 그다음 말에는 파특 놀라고 말았다.

“자지는 안 좋아해? 남자 자지 받는 게 일이잖아. 너, 액받이가 자지 싫어해서 어디다 쓰니?”

맞는 말이다. 액받이라면 자지를 좋아해야 한다. 조교들도 도련님들의 자지를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쳤었다. 구음하는 법을 배울 때, 딜도가 목구멍을 찌를 때마다 구역질을 해 대다 회초리를 맞았었다. 감사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안 되어 있다는 죄목이었다. 올린은 당황하여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좋아합니다! 자지, 자지 좋아해요….”

“어어? 너 도련님한테 큰 소리 낸 거야?”

그럴 리가. 뒤집어씌우는 죄목이 끔찍스러웠다. 올린은 바닥에 납죽 엎드리며 잘못을 빌었다. 아무리 억울해도 도련님이 잘못 들으셨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지도 싫다고 하고. 도련님한테 목소리나 높이고.”

저 안 그랬어요. 저 진짜 안 그랬어요. 올린은 속으로만 생각하며 바닥에 이마를 비볐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도련님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는 줄도 모른 채, 올린은 또 매를 맞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셋째 도령은 회초리를 들지는 않았다.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구시렁대며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 뿐이다.

“오늘은 도련님이 자지 먹여 주려고 온 건데, 우리 아가가 자지 싫다고 하니까 안 되겠다. 요새 도련님 자지가 춥지만 별 수 없지. 싫다는 데 마구잡이로 넣을 수도 없고. 넣었다가 또 소리 지르면 어떡해.”

“아니에요, 저 정말 도련님 자지,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했으면 포도 전에 자지 나왔겠지. 자지 정말 좋아하면 빨고 싶어서 지금도 기어 올 텐데. 저봐 저봐. 도련님 자지 여기 있는데도 꿈쩍 않고 엎드려 있는 거 봐.”

능청스러운 목소리에 올린이 눈만 할끔 치켜들었다. 도련님이 올린의 시선을 의식하며 긴 다리를 천천히 접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 중심으로부터 오른쪽 허벅지 위까지 이르도록 기다란 게, 올린에게 익숙한 모양으로 두터워져 있었다.

올린은 제 둥지 속에서 나가도 좋을지를 고민하는 다람쥐 같았다. 엎드린 채 눈치를 보는 동안 도련님은 그 고민을 기다려 주며 고용인에게 한 손을 뻗어 담배를 받아 물었다. 화로에 사용하는 옛날식 성냥이 불을 그었다. 담뱃불이 붙는 동안 도련님이 올린을 바라보다, 연기 섞인 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리 위에 놓였던 오른손 끝이, 미세하게 까딱였다. 그 움직임에 힘을 얻어 올린은 머리를 들었다.

고용인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도련님이 손짓으로 물렸기 때문이다. 올린이 기어 오는 속도는 다람쥐만큼 재지는 않았다. 도련님은 그 망설이는 몸짓조차 어여삐 여겨서, 맛있게 담배를 태우며 잠자코 기다렸다. 다람쥐 같은 게 앞발 같은 손을 도련님의 허벅지에 살그머니 허벅지에 올려놓는 것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달아날 것만 같아 숨조차 멈춘 채 그대로 두었다. 사타구니로 동그란 머리통이 불쑥 들어왔다. 도련님은 재채기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지만, 다람쥐는 멈추지 않았다.

이 다람쥐는 정말로 자지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지퍼를 내리자 속옷 사이로 튀어나온 것을 혀로 한번 핥지도 않고 입술로 물기부터 했다. 자지 끝에서 흐르는 짭짤하고 미끈한 것을 맛보듯 발간 혀가 아랫입술 위를 덮은 채였다. 단단한 입천장과 말랑한 혀 사이에서 자지는 기지개를 켰다. 조금 더 굵어지고 길어진 것이 목구멍 입구에 닿아도 올린은 헛구역질을 하지 않았다.

도련님은 자지가 포도인 양 열심으로 삼키는 올린의 머리카락을 쓸며 아까 이 애가 보고 있던 풍경을 바라보았다. 축축하게 젖은 낙엽 위로 진짜 다람쥐 한 마리가 지나가다 말고 이쪽을 보는 듯 잠시 멈춰 고개를 갸웃하고는 낙엽 사이를 팔딱거리며 돌아다녔다.

도련님은 자신의 좆을 빠느라 지금 저것을 보지 못하는 올린이 안쓰러웠다. 저 모습을 본다면 퍽 기뻐하리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의 팔자에는 이러한 사소한 것까지도 운이란 도통 없는 것일까 하고 가여워했다. 그렇다고 좆 빨던 몸을 일으켜 세워서 다람쥐를 보여 줄 의향도 없었다. 그러기엔 지금 단전에서 오르는 습함과 조임이 너무 흡족했다.

올린이 보지 못하는 새 다람쥐는 한동안 뒤뜰을 뛰어놀다 사라졌다. 비로소 도련님은 올린의 뺨을 툭툭 쳐서,

“항문 마개 싸 봐, 도련님이 너 싸는 거 보고 싶어.”

하고 욕심껏 변덕을 부렸다.

꺼내라고 하면 손을 써도 된다. 그러나 싸 보라고 하는 건 항문에만 힘을 줘서 배설하듯이 밀어내는 걸 원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의 배경으로 단풍 구경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올린은 목을 꽉 채우던 것을 도로 내놓아 혀로 싹싹 훑어 원래 있던 자리에 정리해 넣은 다음 몸을 일으켰다. 도련님께서 보고 싶다고 하셨으니, 편히 보실 수 있도록 사타구니를 벌린 채 뒤꿈치를 세우고 쪼그려 앉았다. 가슴 안 보인다는 느릿한 불평에 두 손은 머리 위로 올려 상체를 드러냈다. 자신의 수치보다는 도련님의 편의가 중했다. 자세를 잡은 얼굴이 벌써 빨갰다.

오늘 아래에 넣은 것은 상아로 만든 물건이었다. 하필이면 둥근 구가 세 개, 연달아 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긴장한 채 아랫배에 힘을 주자 괄약근이 한참이나 밀려났다. 항문 입구는 매 맞은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팽팽하게 벌어지며 안의 것을 빼내려 애썼다.

장액이 묻어 반질거리는 항문 입구가 봉긋하게 솟아올랐다가, 힘이 빠져 도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 가운데 둥근 끝만 내민 아이보리색 구체가 달걀같이도 보였다. 나올 듯 나오지 않는 것은 상아에 돋을새김된 코끼리 조각이 안쪽 부드러운 살을 물고 버티는 까닭이었다.

날은 추웠지만 올린은 진땀을 뚝뚝 흘렸다. 진력하느라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올린 팔의 근육이 길게 도드라지도록 발끈 힘이 들어갔다가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도련님이 잠자코 지켜봤다. 바지 안의 좆이 거세게 꿈틀대는 게 올린의 흐린 눈에도 보이는데, 그것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담배만 피우면서였다.

“도와줄까?”

올린은 꾹 물었던 입술을 열어 작게 대답했다.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벌써 얼어 있었다. 시키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부끄러움을, 도련님이 혼내지 않고 살뜰한 말로 위로했다.

“그렇게 먹는 거 좋아하는 놈이, 양껏 얻어먹지를 못할 테니 힘이 없을 수밖에.”

고달픈 생활을 알아주는 듯한 말에 급작스럽게 치받치는 서러움으로, 올린은 벌린 팔로 다급히 기어들었다. 도련님은 몇 번 올린이 무언가를 먹는 것을 보았으되 그것이 간식인지 식사인지 알지 못하여 그저 재미삼아 빼앗아 먹은 적마저 여러 번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말은 진심의 동정이라기보다는 생각 없이 뱉는 문장에 불과하다. 허나 늘 외롭게 괴로울 뿐인 마음은, 그 정도의 위로에도 그만 또 바르르 떨고 말았다.

도련님이야 별뜻 없다. 사실 관심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로선 그저 이 액받이도 액받이답게 적게 먹겠거니 할 뿐이었다. 그러나 올린의 식생활은 그의 짐작보다도 훨씬 보잘것없다. 하루 두 끼, 아주 적은 양의 식사만 주어지는 생활로 날씬하게 보기 좋았던 몸은 수척하고 야위어 있다. 당연히 어려운 명령을 따를 만한 힘도 없는 게 당연하다.

액받이의 몸에 쓸데없는 기운이 돌지 않도록 하는 집안의 전통 덕에 칠 일에 하루는 종일 굶어야 한다. 매일같이 몸무게를 재고 어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두 끼가 한 끼로 주는 날도 많다. 나날이 살이 빠지고 있는데도 그랬다. 아침저녁으로 삼켜야 하는 수많은 종류의 약이 아니라면 배가 찰 일이 없었다.

다른 데는 욕심 없어도 식탐은 부리는 올린은 가끔 아주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잠자리에 누워서도 먹을 것을 상상했다. 늘 통제된 삶을 살아온 탓에 먹어 본 음식도 별로 없건만 그래도 먹고 싶은 것은 차고 넘쳤다. 그 쓰라린 굶주림을 알아주는 다정한 말이, 부릴 자격 없는 응석을 부리고 싶게 만들었다.

도련님은 제 품에 안겨 든 힘없는 몸을 도닥이며 돌려 안았다. 아기 똥 누이는 자세로 허벅지가 잡아 들릴 때 올린이 조금 바르작거렸다. 손으로 꺼내 줄 것으로 생각한 도움은 올린의 생각과는 달랐다. 도련님은 뒤뜰을 향해 올린의 항문이 훤히 벌어지도록 허공에 들고, 오금에 넣어 지탱한 두 손을 힘껏 잡아 벌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다시 해.”

뒤뜰에는 아무도 없었건만 올린은 보는 눈이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람쥐, 그 다람쥐가 보고 있으면 어떡해, 하는 어리석은 생각마저 들었다. 항문과 좆, 그 위에 흰 천으로 감겼으나 모양이 투명한 배꼽과 실에 묶인 채 발기한 젖이 부끄러웠다. 드러난 곳이 한 군데도 음란하지 않은 데가 없었다.

“아가, 힘 안 줘?”

“도련님, 예물이에요, 상아로 만든… 떨어지면 깨집니다.”

“그래?”

올린은 반쯤은 이 꼴을 벗어나려는 핑계로, 그리고 반쯤은 예물을 잘 간수하라는 명령에 대한 기억으로 다급히 보고했다. 이 자세에서 상아로 만든 딜도를 내보내면, 저 아래 섬돌에 떨어지며 부딪혀 깨질 수도 있었다. 염려를 방패 삼아 모멸스러운 자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도련님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손을 뻗어, 올린의 항문 끝을 둥그렇게 막은 것을 잡아당겼다. 아, 하, 하, 읏! 하는 소리가 울리도록 순식간에 뽑은 그것은 엉덩이가 딱딱한 데 마구잡이로 부딪치며 튀는 듯한 불쾌감과 뜨거운 장벽이 찬 공기 속에 잡아당겨지는 쾌감을 함께 선사하며 뿌리 끝까지 밖으로 튀어나왔다가, 짧은 순간 도련님의 눈 안에 모양을 드러내 보이고 다시 깊숙하게 틀어박혔다.

“아이보리네. 이거 그렇게 약하지 않아, 아가.”

기껏 빼 준 것을 도로 집어넣고, 한 바퀴 돌려 안착시킨 도련님이 말했다. 모양을 확인하여 정말 그토록 연약한가에 관한 판단을 끝낸 상태였다. 올린은 짧은 새 주어진 강렬한 자극에 벗은 발가락을 잔뜩 모으고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추가되는 명령을 들었다.

“게다가 이거 상당히 길잖아. 이 상태로 반만 내보내면, 나머지는 마루 위에서 싸도록 허락해 줄게.”

혹 떼려다 혹 붙였다. 진땀이 주르르 흘렀다.

처음에는 고요히 노력하던 올린이, 도련님의 채근에 점점 끙, 끙, 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가장 아래의 구는 테니스공만큼이나 커다래서 항문을 안정적으로 막고 있었는데, 그것을 괄약근의 힘만으로 밀어내려니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애 낳니. 왜 이렇게 못해.”

나직한 독촉에 대답도 못 한 채 애쓰는 올린을 도련님이 도왔다. 오금을 잡던 큰 손이 조금 위로 올라와 양 허벅지를 지탱하며 손가락으로는 볼기를 잡아 벌렸다. 빠끔히 벌어진 항문 안쪽으로 딜도의 둥근 아래가 조금 보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바짝 힘을 썼건만, 공처럼 둥근 것은 반이 좀 못되게 빠져나왔다가 다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렇게 들락날락만 여러 번이었다. 도련님이 안은 여윈 몸이 조금 전 힘을 준 여파로 흐물흐물 풀어졌다.

“아이고. 힘이 없어서 큰일이군.”

도련님은 짜증도 없이 중얼거리며 항문에 손가락 하나를 넣고 안에 든 것을 만졌다. 도톨도톨한 딜도의 표면 위로 장액이 척척하고 항문도 충분히 벌어졌건만, 속에서 미는 힘이 약하여 나오지 못하는 게 맞았다.

차라리 아까처럼 쪼그려 앉힌 자세가 중력의 힘을 함께 받아 끄집어 내도록 하기 편할 테지만, 도련님은 그렇게 해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렇게 수치스러운 꼴을 한 채 지쳐 늘어진 미인의 몸을 감상하는 것은 참 운치 넘치는 일인 것이다.

올린은 땀으로 범벅을 해서는 도련님의 팔에 동그란 머리통을 비볐다. 애쓰는 시간이 오래되어 핏줄 터진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콧대가 짧아 아이 같은 인상의 얼굴에 처연한 노고가 어린 꼴이 가여웠다.

“도저히 못 하겠어?”

묻자, 올린이 죄송하다고 웅얼대며 울음을 터뜨렸다. 흐느낄 때마다 딜도 끝이 조금씩 밀려 나왔다 다시 밀려들 정도로 확장된 구멍인데도 밀어낼 기운이 부족한 것은 노력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안 되겠네. 도련님이 해 줘야지.”

도련님은 올린이 그토록 꺼내려 애쓰던 물건을 아주 손쉽게 뽑아냈다. 오랫동안 달궈진 항문 안에서, 딜도를 따라 장액이 주르르 흘러 허공으로 튀었다. 딜도의 끄트머리에 달린 조그만 구슬 같은 것이 빠져나올 때, 올린은 저도 모르게 도련님의 팔에 바짝 매달리며 손톱을 세웠다. 고양이가 발톱을 세운 것과 같이 귀엽고도 따가워서 도련님이 웃으면서도 아프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사실은 이 물건을 반쯤만 꺼낸 채 섬돌 위에 엉덩이를 내밀게 하려는 마음이었다. 딜도를 떨어뜨리지 않게 얌전히 물고 있으라 지시하려고 했었다. 꺼내느라 애쓴 다음엔 물고 있느라 용쓰는 꼴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하기에 액받이의 몸이 많이 지쳐 있었다.

하려고 작정한 것을 못 한 것에 대한 분함은 없었다. 오히려 쇠약한 상태를 알아주지 못한 게 미안스러웠다. 올린이 응석이 많지도, 엄살을 부리지도 않는 물건임을 알아서 더욱이 그랬다.

그러나 지시를 따르지 못한 것을 벌주지 않고 넘어간다면 남은 죗값을 오래도록 두려워할 녀석임을 그는 알았다. 화가 나지도 않고 무엇을 가르칠 생각도 없었건만 순전히 액받이의 두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벌을 주기로 했다. 쇠한 몸을 더 아프게 할 수는 없고, 좋아한다던 자지를 넣어줄 수는 없으니 지금 줄 만한 벌이란, 벌 받는 놈도 좋아할 벌이었다.

엄한 목소리를 꾸며 시킨 대로 액받이가 섬돌 아래로 내려섰다. 도련님은 새로운 담배를 붙여 물었다. 입으나 마나 한 옷 따위 벗어 버리라는 명령에 겨자색 옷자락이 툭 떨어졌다. 양손으로 발목을 잡고 엉덩이는 바짝 들라 이르는 말에 겁에 질려 따르는 몸이 춥게 떨었다.

쪽마루에 걸터앉아 본 흰 궁둥이에는 아직 멍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등에 후려쳐졌던 회초리 자국은 분홍색으로 엷은 흉터가 남았다.

“여기 아직도, 아파?”

도련님은 담배를 문 채 뭉그러지는 발음으로 물었다. 양손으로 엉덩이와 그 아래의 허벅지를 쓸면서였다. 조교들에게는 주로 손바닥이나 종아리, 발바닥을 맞았으므로 엉덩이와 허벅지는 한 달 가까이 매 맞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처음 온 날 맞은 매질의 흔적은 끈질기게도 남아 있었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올린의 목소리가 오래된 아픔이 무서운 나머지 항문 입구만큼이나 젖어 있었다.

“그래도 빨리 낫고 있네. 매일 관리해?”

찢겼던 상처가 아문 다음부터는, 아침저녁으로 오일을 발라 엉덩이를 마사지했다. 처음 몇 번은 고용인들이 해 주었지만, 직접 몸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는 집사의 지시에 따라 올린이 스스로 하게 된 지 꽤 됐다.

그것을 아뢰자, 도련님이 웃었다.

“그럼 고용인들 앞에서 매일 스스로 엉덩이를 오일 마사지 하는 거야? … 흐흐, 미친.”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게 아니었음에도 올린은 네, 도련님, 하고 얌전히 답했다.

“도련님도 좀 보자. 하는 거 보여 줘.”

올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두 발을 조금 더 넓게 벌려 단단히 버텼다. 두 손으로 엉덩이를 한쪽씩 잡고 둥글게 마사지하는 시늉을 하자, 볼깃살 아래 감춰졌던 항문이 훤히 드러났다가 다시 감춰지기를 반복했다. 허, 하고 도련님의 웃음이 터졌다.

“그다음엔 뭐야. 끝까지 해.”

양 볼기를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듯 여러 번 문질렀다. 머뭇거리는 손이 치골 쪽과 허벅지 안도 누르듯 마사지했다. 마지막에는 항문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내벽을 누르며, 나머지 네 손가락을 세워 바깥에서 문지르는 것까지를 양손 번갈아 해 보였다.

도련님은 담뱃재를 떨며 내내 웃었다. 고용인들 앞에서 제 엉덩이를 쳐들고, 진지하게 저 짓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귀여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액받이를 돌보는 고용인들은 때로 지나치게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저걸 하는 올린의 손이 지금처럼 떨었다면, 아마 몹시도 야단을 맞았을 거다.

도련님은 웃다가 흐른 눈물을 닦으면서 감상평을 내놓았다.

“아, 우리 아가가 그렇게 존나게 관리해서 볼기가 이렇게 하얗고 토실토실해졌구나. 아이고 장해.”

올린은 지금 벌을 받는 중임에도, 그냥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제 딴엔 쓸모 있어지려 노력하는 게 이토록 비참하게 부끄러울 일은 아니었다. 도련님은 한참이나 볼기의 가장 높이 솟은 데 남은 멍을 담배 끼운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서야 웃음을 털어 내더니,

“이제부턴 벌 받는 거야. 얌전히 버텨.”

하고 항문을 만져 주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장액을 질질 흘리며 기대하는 곳이었다.

“흐!”

수치 속에서도 그 감촉이 좋아 뱉은 신음마저 비웃었다가는, 액받이가 정말 쪼그라들어 없어질지도 몰랐다. 도련님은 하나도 우습지 않은 척하며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 촉촉한 구멍을 손가락 두 개가 들락거리며 간지럽혔다. 어디를 눌러야 액받이의 몸이 튀고 어떻게 긁어 줘야 무릎에 힘이 풀리는지 다 알면서, 도련님은 올린이 애가 타서 엉덩이를 살랑거리도록 애먼 데만 쑤셨다.

동그랗게 벌어진 항문에 분홍 주름이 조로록 모여들었다가 안달을 내며 빠끔히 벌어졌다. 도련님은 안에 든 손가락 둘을 가위질하듯 벌려 구멍을 넓힌 후 담배 연기를 그 구멍을 겨냥해 뱉어 내며 장난쳤다. 연기가 목에 닿았을 리도 없는데 캘록캘록 기침해 대는 액받이의 몸은 늘 그렇듯 재미있었다.

“존나 젖었네? 왜 이렇게 젖었어?”

“저, 젖꼭지… 만져지면 원래,”

땡, 정답이 아니었다. 요령 없이 있는 그대로의 대답을 내놓으려다 항문 바로 아래에 딱밤을 맞고서야 올린은 정답이

“도련님 자지를 기다리느라 젖었습니다.”

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련님이 말했다.

“올린이는 멍청이야. 애교가 없어도 너무 없어.”

조금만 맘에 없는 소릴 할 줄 안다면 훨씬 편해질 텐데 말이야, 하고 이어지는 말에 대고서도 쩔쩔매며 사죄하자 도련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는 올린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긴 했다. 입에 발린 소리만 해 대는 것보다는 요령 없고 성실해서 곤란을 겪는 것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물건이 가지고 놀기 좋았다.

올린은 제발 조금만 긁어 주셨으면 하는 바로 그곳에 도련님의 손길이 닿기를 기다리느라, 가을 찬바람에 훌렁 벗은 몸으로 엉덩이를 치켜들고도 추운 줄을 몰랐다.

도련님이 벌을 위장한 위로 삼아 올린이 원하던 지점을 폭폭 쑤셔 주기 시작한 것은 느긋하게 피우던 연초를 눌러 끄고 난 뒤였다. 찬 돌바닥을 디뎠던 발바닥이 꿈틀대다 기어이 발뒤꿈치를 쳐들었다. 좀 더, 조금만 더, 애타는 곳에 닿고자 하는 몸짓이었다.

액받이의 엉덩이가 치솟고 구멍에서 흐른 장액이 꿀쩍거리도록 거센 손장난을 하는 것이, 셋째 도련님은 진심으로 기꺼웠다. 게다가 오늘은 단풍마저 흐드러지게 어여쁘고 귀여운 다람쥐도 구경했으니, 흠잡을 데 없이 좋은 가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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