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메트로놈 (8/65)

# 메트로놈

저택에 들어온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올린은 둘째 도련님의 명으로 채찍을 맞았다. 아직 매를 자의로 견디는 훈련이 덜 되었다는 판단하에 도련님은 올린을 의자에 묶어 다리를 활짝 벌리도록 한 다음, 서른 대의 채찍을 배꼽으로부터 성기에 이르도록 후려치라 지시하셨다고 들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잘못한 탓에 받는 체벌은 아니었으며, 이전에 있던 곳에서 달고 왔던 지저분한 멍을 새로운 상처로 덮어 지우기 위한 절차였다.

올린은 맞는 동안에도 맞은 후에도 끙끙거리며 울었다. 때때로 올린이 아픔을 못 참고 상체를 숙이면, 곁에 섰던 고용인 중 하나가 가만히 이마를 짚어 고개를 젖히게 했다. 채찍이 혹여라도 얼굴에 맞는 일 없도록 잘 겨냥하여 서른 번 때리고 나자, 본래 있던 크롭 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고 새로운 멍이 아랫배와 사타구니를 선명한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그러나 그것뿐, 도련님들은 올린을 한참이나 그저 내버려 두었다. 저녁 단장을 마치고 시중을 들러 가도 옆에 앉아만 있다가 돌려보내지는 날이 많았다. 오늘 뭐 하고 지냈느냐 물으시어 하루의 일과를 고하면, 수고했으니 이만 가서 자거라 하시는 때도 잦았다. 구멍에 자지를 넣으시는 일도 없고 도련님들의 즐거움을 위해 올린을 매질하시거나 아프게 하시는 일도 없었다. 조교들에게 훈육 받는 것은 고되고 생활 수칙은 엄했으나 훈육 중에 체벌 받는 일 외에 과히 힘든 일은 없었다.

며칠은 좋았다. 아픈 몸으로 자지를 받아 내지 않아도 되어서 기뻤다.

두 주가 되었을 때는 의아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산 적이 없었다. 아래를 쓰는 일 없고 가혹히 매질하는 법 없이 내버려 두는 것은 첫날 맞았던 매로부터 몸이 회복하기를 기다려 주시는 것이었는데, 올린이야 그런 배려를 알 리 없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달이 바뀌자 무서워졌다. 쓸모없는 물건은 오래지 않아 폐기된다. 아무리 열심히 훈육을 받고 법도를 익혀 봤자, 제 몸에서 제일 가치로운 아랫구멍을 사용해 주시지 않으니 소용을 증명할 도리가 없었다. 올린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곧바로 잠들지 못했다.

천장에 그려지는 스산한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동안 밤은 깊어졌다가 얕아지고 새벽이 찾아왔다. 온전한 일 인분에 미치지 못할 만큼 적은 양의 식사조차 삼키는 게 어려웠다. 간장 종지만 한 그릇에 담긴 흰죽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면 고용인이 그것을 엄중히 확인하고 도령들에게 보고했다.

둘째 도령의 호출을 받은 것은 주어진 음식을 전부 삼키도록 명령받은 올린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다 토한 날이었다. 고용인은 그 심상찮은 체기조차 보고하며 액받이가 모종의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소견을 곁들였다.

액받이라는 것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라는 게 뻔하긴 했다. 자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결론 내린 것은 둘째 도령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액받이를 보살펴 온 고용인이었다.

둘째 도령은 그 보고를 듣고 고민했다. 자신은 바쁘고, 액받이의 몸은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지를 받지 못해서 구토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잠자리 시중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전해 들은 올린은 오랜만에 학대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폐기를 면한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기쁨 중에 무엇이 더 강렬한지 구분해 낼 수 없었다.

공든 단장을 마치고 안내된 곳은 방이라기엔 너무 큰 공간이었다. 그 자체로 사무실처럼도, 아니면 건조하게 꾸며진 집처럼도 보였다. 둘째 도령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일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정장 차림이라 낮의 교육을 주관하는 조교들을 연상케 했다.

올린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혹시 자신을 훈련시킬 사람들인가 싶어서 겁을 집어먹은 채 무릎 꿇고 절을 올렸다. 조교들의 매질은 맵고, 훈육은 무서웠다. 다그침은 엄하고, 벌을 세울 때는 가혹했다. 도련님 앞에서 교육받는 모습을 상상한 올린은 바로 오늘 낮에도 맞았던 종아리가 다시 아려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들은 올린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바로 하던 일로 돌아갔다. 조교가 아니라 둘째 도령의 직원들인 것 같았다. 둘째 도령은 한쪽 문을 툭, 가리키며 말했다. 올린이 아니라 그를 안내하여 온 고용인을 향한 명령이었다.

“라르고. 좀 걸려. 옆에서 봐줘야 할 거야.”

액받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지시를 이해한 고용인이 고개를 숙였다.

올린은 고용인을 따라 둘째 도령이 가리킨 방에 들어섰다. 밖과는 달리 조명이 낮아 어둡게 느껴졌다. 가운데는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뚜껑 닫힌 채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그 앞에 놓인 목제 의자가 더욱 신경 쓰였다.

쿠션 없는 피아노용 의자였다. 등받이가 없고,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연탄곡을 연주할 수 있을 만큼 길었다. 의자 위에는 큼지막한 실리콘 딜도가 누워 있었다. 아랫부분이 유독 넓어 매끈한 표면에 흡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물건이었다.

고용인이 그것을 피아노 의자 한가운데 단단히 눌러 고정하는 모습을 올린은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오늘도 자신은 쓸모를 증명하는 대신 모멸과 고통만 받게 될 것 같았다. 비참함과 두려움 속에서도 아랫구멍은 발씬거렸다. 잠자리 시중을 위해 속에 발린 연고의 효능이라고, 올린은 생각했다.

의자 위에 쪼그린 자세로 앉혀졌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쪼그리느라 발뒤꿈치는 점점 뜨고 발가락으로만 체중을 지탱하는 모양새였다. 자칫 균형을 잃으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에 종아리 근육에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항문 입구에 딜도가 문질러졌다. 두 팔은 머리 뒤에 얹혔다. 팔꿈치를 모으지 않고, 양쪽 귀와 평행선상에 둘 수 있도록 고용인이 팔을 벌려 주었다.

속옷 없는 맨몸에 겉옷은 걸쳤으나 허리의 띠를 고용인이 풀어 버린 관계로 온몸이 드러났다. 차곡차곡 접힌 허리띠는 올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졌다. 옷감을 팔에 걸쳤을 뿐 겨드랑이와 사타구니가 훤히 노출된 상태로 올린은 항문에 딜도 머리를 물었다. 늘씬한 내전근이 바짝 서고 겨드랑이가 쏘옥 길게 패여 조각같이 섬세한 몸이 고용인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고용인은 재촉하지 않고 올린이 스스로 몸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입구만 겨우 머금고 망설이던 올린은 고용인의 얼굴을 살폈다. 무표정하던 얼굴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여 줄 때까지 올린은 조금씩 조금씩, 딜도 위로 엉덩이를 내려야 했다.

내려앉을수록 밀려드는 딜도는 뿌리 쪽으로 갈수록 굵어지는 긴 고깔 형태였다. 항문이 확장되고 골반이 뿌듯이 벌어지는 느낌이 거북했다. 한계에 가깝도록 내려간 곳에서 고용인이 올린의 골반 근처를 잡고 앞뒤 좌우로 각도를 바꿔 가며 조금씩 움직여 더욱 깊이 삽입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라텍스 장갑을 낀 채였다.

올린은 그가 움직이게 하는 대로 상체를 숙이거나 살짝 젖히기도 하고 엉덩이를 오른쪽 왼쪽으로 틀어 보기도 하다가,

“으흣, 갸학, 흐응!”

하는 외설스러운 신음을 목 안으로만 지르며 반 뼘이나 더 깊숙이 앉혀졌다. 올린의 단정한 얼굴이 한순간에 음란하게 흐트러졌다. 발갛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불쑥 튀어나오고 검은자위가 뒤로 넘어갈 듯 눈이 돌아가다가 간신히 제 자리를 찾았다.

고용인은 내민 혀끝에 맺힌 침방울이 길게 떨어지도록 잠시 올린을 그대로 버려두었다. 순한 액받이는 깊은 곳을 짓찔린 채로도 얌전스레 그 자세 그대로 기다렸다. 침범당한 안쪽은 온통 지긋한 둔통으로 울렁이고 그 바람에 치밀어 오른 눈물이 찡그린 눈가에 고였다. 그러나 가만히 견딜 뿐 허리 한 번 뒤틀지 않았다.

장의 굽이진 부분을 억지스럽게 펴며 침입한 딜도의 아래로 강제로 분출된 장액이 흘러내렸다. 분홍색 자지에 부르르 힘이 들어가 이내 제 주인의 아랫배를 퉁 퉁 때리도록 바짝 섰다. 곧은 몸, 탐스러운 주둥이가 울컥울컥 뱉는 것은 항문에 흐르는 것과 같이 끈적한 무색으로 빛났다.

고용인이 어디까지 삼킬 수 있는지 표시하듯 매직 따위의 펜으로 딜도에 금을 그었다. 그리고는 올린을 일으켜 어디까지 삽입해야 하는지 눈으로 보도록 했다. 올린은 눈물이 떨구어진 깨끗한 눈으로 그것을 보며 가만히 제 갈비뼈 사이를 쓸었다. 거기까지 들어왔던 것 같았다. 제 몸에 그토록 깊이 삽입할 공간이 있다니 신기할 지경이었다.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 앉았다. 고용인이 시키는 대로 다시 몸을 올렸다가 내렸다. 애써 내리눌렀건만 방금 표시한 곳까지 삼켜지지 않자 고용인이 고개를 저었다. 올린은 그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엉덩이를 올렸다가, 짧은 결심 후 쿠우욱하고 명치까지 치받치도록 내리고, 다시 올렸다 콰악 내리며 깊은 데의 어느 부분이 찔리고 항문이 어느 지경으로 열릴 때까지 움직여야 하는지를 익혔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수준까지 연습을 시킨 고용인은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던 물건을 들고 왔다. 클래식 메트로놈이었다. 전자 기계식이 아니라 삼각뿔 모양에, 네모난 추를 오르내려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된 물건이었다. 오래된 원목의 몸통에 화려한 음각의 넝쿨 무늬가 고풍스러운 물건을, 우는 눈이 경계도 못 한 채 다만 무서워만 하며 바라보았다.

고용인은 추의 위치를 Largo에 두고 바늘을 움직였다. 똑, 딱, 똑, 딱, 일정한 박자의 소리가 아주 느리게 방 안을 울렸다. 평화롭고 온건할 지경의 느린 박자였다.

올린은 고용인의 눈치를 보고, 이 박자가 자신이 엉덩이를 오르내려야 하는 때를 알려 줌을 깨달았다. 고용인은 메트로놈을 바닥에 두고, 자신은 등받이 없는 둥근 의자를 가지고 와 바로 곁에 앉았다.

똑, 하는 소리에 올린이 주춤주춤 엉덩이를 올렸다가, 딱, 하는 순간 머뭇댈 겨를 없이 쑤욱 콱, 딜도를 제 몸 안에 처넣었다. 깊은 데와 얕은 데에서 종류가 다른 통증이 치솟았다. 그러나 다시 똑, 이 이어졌고 그다음은 딱, 이었다.

충분히 깊이 삽입되지 않으면 고용인이 점잖게 숨을 들이쉬는 것으로 주의를 주었으므로, 올린은 박자를 맞춰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어 대면서도 그의 눈치를 계속 살펴야 했다.

박자는 느릿하였으나 삽입해야 하는 깊이가 상당한 탓에 올린의 몸짓은 매번 대단한 결심을 해내는 듯 거셌다. 내려앉을 때마다 도톰하게 선 젖꼭지가 위아래로 여러 번 흔들렸다. 당연히 자지도 같이 흔들렸다. 부피감이 있어 조금은 둔한 흔들림이었다.

쉼 없이 계속되는 아픈 움직임에 곱게 단장한 몸이 땀으로 젖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여덟 시부터 울기 시작한 메트로놈은 열 시 반이 넘을 때까지 네 번, 태엽이 다시 감겼다. 올린은 고용인이 태엽을 감는 동안에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잠시의 머뭇거림조차 엄격하게 재촉당했다.

끼릭대는 작은 소음 속에 숨을 몰아쉬던 몸이 다시 엉덩이를 들기 전에 올린은 작열감에 사로잡힌 구멍을 한 번 더 더듬거렸다. 생각과는 달리 찢기지 않은 것을 확인했는데도 두려움은 그치지 않았다.

통증이 견디기 힘든 수준으로 커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딜도의 표면은 돌기 없이 매끄러웠으나 그런 것이라도 오래 마찰하면 연한 점막을 충혈케 했다. 물이 많은 체질이라 건조하지도 않았건만 지나치게 오래 문질러진 구멍이 헐어 버려 바로 다음 순간에라도 찢길 것 같았다.

올린은 똑, 하는 소리에 엉덩이를 올리며 흑흑 흐느끼고 딱, 하는 소리에 최대한 엉덩이를 내리며 깊은 곳을 찔려 하앙 흐앙 허덕였다. 그러던 중 문이 벌컥 열리고,

“늦어졌군. 고생했어, 나가 봐.”

하는 둘째 도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액받이가 아니라 고용인에게 한 말이었다. 그 순간 다시 똑, 하자 올린은 흐윽, 흑흑, 하고 우는소리를 하며 엉덩이를 들었다. 고용인은 가만히 목례하고 방을 떠났다.

도련님이 그대로 선 채 바라보았으므로, 올린은 다음의 딱, 소리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눈치를 보았다. 더운 숨을 벅차게 뱉는 입술이 붉게 부푼 채로 살짝 벌어져 있었다. 도련님은 하던 것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갯짓했다. 올린은 그 입술을 말아 물고도 다음의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 고통을 각오하는 듯, 한쪽 눈가가 지그시 일그러졌다.

남자의 열 오른 눈이 홀로 방아질을 해 대는 몸을 집요하게 훑었다. 가슴이, 특히 예뻤다. 날씬한 모양으로 근육이 다듬어져 마른 중에도 흰 가슴이 도드라졌다. 얇고 길게 단련된 광배근과는 달리 다소의 부피감이 느껴지게 훈련된 대흉근을 보면 오로지 사용자의 즐거움을 위해서만 트레이닝 받은 것 같았다.

허리와 몸통은 가늘고, 가슴은 크다. 보기에 아름답고, 쥐기에 편안하다. 아무리 좋은 골격을 타고났어도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액받이는 엄청난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을 것이다. 화송의 운영 방식을 미루어 볼 때, 어쩌면 피조차 흘렸을지 몰랐다.

여자와는 다른 모양이었지만 모아 쥐면 한 손 가득 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하얀 가슴 가운데 유두는 봉긋하고 매끈했다. 한 달 전, 처음 왔을 때 떨어지기 직전으로 학대당했던 흔적은 이제 노르스름한 멍으로만 남아 있을 뿐, 유두의 분홍은 다행스럽게도 원래의 엷은 색감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액받이에게 허용되는 속옷으로서 매듭실로 동여맨 채 생활하고 있는 탓에, 유두의 크기는 처음보다 배는 커져 한결 탐스러웠다. 가학적이고 고독한 열락에도 통통하게 부어오른 유두가, 고통을 참으면서도 짓찢는 자해적인 움직임을 따라 위아래로 튕기듯 움직이는 게 보기 좋았다.

더욱 아프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싶었던 둘째 도령이 메트로놈의 추를 조금 내렸다. 박자가 달라진 것을 예민하게 알아챈 올린이 잠자코 그 박자를 따르느라 흑, 흑, 하는 숨을 더욱 빠르게 내쉬었다.

빨라진 박자를 따라가느라 이전만큼 깊이 앉지 못하는 것을 몇 번 참아 주던 도련님이 다가갔다. 눈가가 짓무르도록 꾹 감았던 눈을 뜬 올린이, 조명을 등지고 다가오는 그늘 진 얼굴을 마주 보고 앉은 채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남자의 손이 아래로 들어와 딜도와 항문이 맞물린 데에 닿았다. 피부가 얇아지도록 한껏 벌어진 채 뜨겁게 달아오른 항문과 딜도의 사이에 억지로 손가락을 끼워 넣어 벌렸다. 올린은 머리 뒤에 손을 댄 채, 양 날개뼈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활짝 벌린 팔을 모으지도 못하고 그것을 견뎠다. 아픔을 표현할 길이 없어 온몸에 힘을 주는 바람에 회초리 자국이 거의 사라져 가는 등이 꿈틀댔다.

그 손가락이 그대로 힘을 주어 살을 찢을 줄 알았다. 그러나 도련님은 딜도의 더 굵은 부분이 들어가도록 손가락으로 구멍을 벌린 채, 다른 한 손으로 골반 근처를 잡고 아주 천천히 누를 뿐이었다. 고용인이 표시해 둔 금이 구멍에 먹혀 사라지도록 깊숙이 눌러 준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너무 얕아.”

“…죄송합니다. 도련님. 잘하겠습니다.”

깊은 반성을 담아 흐느끼듯 속삭이는 목소리는 달았다. 처음의 더듬거림도 없었다. 도련님은 그가 말끝을 흐리지도, 같은 음절을 떨듯이 반복하지도 않게 되기까지 어떤 훈련을 겪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매일의 훈육에 대해서는 네 명의 도령이 모두 사진과 함께 보고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혀에 스테이플러 심이 여러 개 박혀 있던 사진은 조금 안쓰러웠다. 그러한 체벌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으나, 클로즈업되어 찍힌 얼굴이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서였다. 눈물 맺혀 더 크게 보이는 갈색 눈동자 안에 사진 찍은 기계가 선명히 보일 정도의 초고화질 사진이었다. 어떤 노고를 겪었는지 잘 들여다보였다.

뻔하고 당연한 일이었다. 말버릇이 좋지 않은 액받이는 혀가 다치지 않는 정도의 무른 집게로 혀를 집어 밖으로 고정해 두고 바늘 따위로 벌을 준다. 심할 경우 크롭으로 혀를 매 맞는 일도 있었다.

입술이 심하게 찢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혀를 얻어맞지는 않은 모양이었으나, 말을 더듬을 때마다 스테이플러로 찍히는 것은 한순간에 나쁜 버릇을 고칠 만큼 아프고 두려웠을 것이다.

잘하겠다는 대답이 무색하지 않게 올린의 움직임은 바지런했다. 곁에서 보는 도련님의 귓가에도 안을 긁고 속 깊은 데 부딪치는 설걱설걱 소리가 울리도록 엉덩이를 성실히 놀렸다. 활짝 벌어진 허벅지 안쪽이 수백 번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느라 빠듯이 서 있었다.

치골과 허벅지를 연결하는 기다란 근육이, 가위질 한 번에 싹둑 자를 수 있을 것처럼 마르고 섬세했다. 도련님의 두 손가락이 장난치듯 근육을 꼬집어 잡아당겼다. 그 힘에 엉덩이 각도가 틀어진 올린이 입매를 늘어뜨리고 울 것 같은 눈썹을 했다.

꼬집히는 것을 핑계로 잠시 쉴 법도 한데 다음의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든다. 요령 없이 외곬으로 곧은 성격이 도련님의 마음에 쏙 들었다.

액받이는 마구 몰아치는 박자를 힘겹게 따라갔다. 라르고에서 아다지오로 바뀌었을 뿐인데 메트로놈은 무척 서두르는 것만 같았다. 예쁜 젖꼭지는 그가 원했던 대로, 위아래로 출렁출렁 빛 반사를 달리하며 아프고 힘들게 움직여 주고 있었다. 그러나 땀으로 번질거리는 하체는 개다리춤을 추듯 엉망으로 떨었다. 저러다 넘어질까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만.”

둘째 도령은 세 시간이 가깝도록 방아질을 해 댄 엉덩이를 해방해 주었다. 딜도를 문 채 딱 멈춘 엉덩이가 바들바들 기다렸다가, 빼도 좋다는 명령을 받자 비로소 안에 든 것을 뱉고 옆으로 물러났다. 또 다른 명령을 기다리듯 얌전히 무릎 꿇은 몸은, 주의 깊게도 아직 팔은 내리지 않았다.

땀으로 젖은 피부가 간접 조명에 번들거려 한층 더 미끈해 보였다. 팔을 들어 올린 힘든 자세 탓에 모양이 그대로 피부 위로 돋아난 갈비뼈가 부풀었다가 가라앉으며 힘든 호흡을 이었다.

이제 딜도 옆으로 물러나 무릎을 꿇은 다리 사이로 피와 장액이 섞여 묽은 색으로 흘러내렸다. 안의 어딘가가 헐어 피가 나는 모양이었다. 도련님은 손가락을 넣어 상처가 일상적인 수준임을 확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투로 물었다.

“혼자 걸을 수 있지?”

할 수 없다고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련님이 기다리는 동안 올린은 너무 늦지 않도록 서두르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두 손으로 의자 바닥을 짚고 한 발씩 아래를 디딜 때마다 속의 뜨거운 통증이 날카롭게 치솟아서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도련님이 주시했다.

안의 살이 조금 쓸려 나와 움직일 때마다 불타는 듯 스치는 아래를 하고 긴 복도를 걸었다. 벽을 짚고 조심조심 이동하며, 앞서 걷는 남자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는 마치 올린을 안으려는 것이 아니라 잡아먹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느긋하게 걷고 있을 뿐인데 등 근육의 움직임은 마치 따르는 사람을 을러대는 것 같았다.

“누워.”

들어간 곳은 침실이었다. 도련님은 침대 위의 흰 이불을 걷어 내 누울 자리를 마련해 준 다음 명령했다. 대가 높은 침대에 기어 올라가기 위해 올린은 한쪽 무릎을 먼저 올려 꿇고, 다른 쪽 다리를 끌어올렸다. 침대 정중앙에 얌전히 누운 채 도련님이 침실 옆의 작은 옷장에서 옷을 벗어 걸고 세면대에 손을 씻는 모습을 구경하다,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쳤다.

“뭘 봐?”

미처 눈을 피하지 못한 채 질문을 받았다. 올린은 그 질문 끝에 묻은 웃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답했다.

“도련님, 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왜?”

왜 보고 있었더라. 올린은 생각하다 답을 찾아냈다.

“잘, 생기셔서….”

도련님은 웃지도 않고 돌아섰다. 탈의한 맨 몸이었다. 정장 아래 감춰져 있던 몸은 강건하고 단단했다. 몸통은 크고 대단한 장골이라 그에게 깔린다면 압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툼한 가슴에 올린의 눈이 닿았다가, 잘 단련된 복근을 지나 체모 아래 덮인 성기를 향했다.

각도를 보면 아직 반쯤 선 것 같은데, 그 크기가 경악스러웠다. 그것은 올린을 향해 걸어오는 몇 걸음 동안 조금씩 몸집을 부풀리며 마침내 아랫배에 닿을 지경으로 발기를 완성했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액받이를 향해, 도련님이 다시 한번 물었다.

“또, 뭘 봐?”

“…자지, 도련님 자지를 보고 있습니다.”

목울대를 꿀렁이느라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이번에도 왜, 하는 질문이 떨어졌다.

“크…크고, 그리고… 도련님. 무서워서 봤습니다.”

아랫도리의 흉기를 가까이 보면서 올린은 자신이 피아노 의자 위에서 보내야 했던 긴 시간이 체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호된 곤욕을 겪기는 했으나 그토록 시간을 들여 풀어 두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아래가 찢기고 말 것 같은 엄청난 크기였다. 그것을 항문으로 모셔야 하니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번에도 도련님이 웃지 않았다. 그저 올린의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어 마른 몸을 반으로 접어 줄 뿐이었다. 올린은 양발이 머리 양옆에 위치할 정도로 허리를 훌쩍 들어 몸을 접고, 양팔로 다리를 감아 최대한 눌렀다. 수치가 문제가 아니었다. 가능한 한 크게 벌리지 않으면 몸이 두 쪽 날지도 몰랐다.

침대 머리의 기둥을 땀 찬 손바닥으로 단단히 붙들었다. 손이 풀어져 다리가 오므라들면 겪을 일이 무서워 자발적으로 한 일이었다. 도련님은 더 벌어질 도리가 없어질 정도로 활짝 열린 몸 사이에 무릎으로 선 채, 양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비집어 딜도 위에 오랫동안 방아를 찧은 덕에 잘 풀린 항문의 안까지 드러내었다.

속의 빨간 살과, 좀 더 깊은 곳의 도독한 지점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열렸다. 작은 귤 정도라면 수월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된 구멍이었지만 이제부터 넣어야 할 것은 그것보다 직경이 훨씬 큰 데다 돋아난 핏줄조차 굵고 험상스러웠다. 무엇보다 길이는, 아까 피아노 의자 위에서 넣어야 했던 것보다 조금 더 길어서 그대로 입으로 뚫고 나올 기세였다.

“무서워서?”

활짝 벌린 올린의 다리 사이를 눈빛으로 뚫어버릴 듯 바라보며, 둘째 도령이 물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자지를 보는 순간부터 겁에 질려 입술을 물었던 올린이 고개를 얼른 끄덕이고 한순간 늦은 대답을 하며 혹시 이 엄청난 삽입을 미뤄 주려나 하는 헛된 기대를 품었다.

“네, 도련님, 으윽, 무서워서….”

자상한 손길이 올린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그리고는 이미 척척하게 젖은 구멍에 젤을 좀 더 짜 발라 주었다. 굵은 손가락으로 안을 꾹꾹 눌러 조금이나마 더 넓히려고 노력하고, 활짝 벌어진 장골과 내전근을 슬슬 쓸었다.

액받이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닌, 망가뜨리지 않고 잘 사용하기 위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손놀림은 건조했다. 그러나 올린은 그 거친 손바닥의 건조한 감촉에 의지해서라도 아래의 뚫린 데를 조금 더 크게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와 닿았다. 활짝 벌어져 살이 얇아진 입구에 성난 자지는 뜨겁게 느껴졌다. 닿았을 뿐 쉽사리 진입할 수 없으므로 뭉근하고 끈질기게 비벼 댔다. 올린은 예전에 삽입했던 성인 남성의 주먹과 지금 이것의 크기를 비교했다. 주먹은 끄트머리만 굵고 손목부터는 가늘어지기라도 하지, 이 물건은 그 뿌리로 갈수록 직경이 클 터였다. 정말이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뜨거운 자지가 항문을 짓누르고 비비다가 살짝 떨어질 때, 올린은 마치 지금 당장 침입당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것처럼

“하아.”

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문지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도련님은 숨을 내뱉는 바로 그 순간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 퍽, 하고 아주 조금 침입해 왔다. 오랫동안 각오했음에도 충격을 받은 내장이 울컥 올라 붙었다. 공기가 치받쳐 올라 두어 번 헛구역질을 한 올린이 덜덜 떠는 목소리로도,

“죄송합니다, 도련님,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죄했다. 도련님은 액받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가볍게 입가를 톡톡 때리는 것으로 벌을 주었다. 입술 근처를 맞았을 뿐인데 온 얼굴이 붉어져 올린은 감사하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음의 삽입에는 구역질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엉덩이를 시작으로 몸 전체가 둘로 갈라지는 것 같은 삽입에는 도무지 얌전히 견딜 수 없었다.

도련님의 자지는 인내를 가지고 시간을 들여 침입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우뚝 멈춰 거대한 압박에 창백한 몸이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조금 전진하면, 비좁던 내장이 뿌득거리며 버겁게 벌어지는 것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올린은 아주 조금 도련님이 들어오실 때마다, 뚜둑 하고 뼈가 빠지고 관절이 어긋나는 것 같은 소리를 동반한 충격에 입을 방긋 벌렸다가 다물었다. 그렇게 여러 번 쉬어 가며 반쯤 삽입했을 때 올린은 딜도를 콱, 안에 짓 처넣을 때와 비슷하게

“허억, 크읍.”

하는 감당하기 어려운 숨을 들이쉬고 내쉬려 애쓰고 있었다. 둘째 도령은 액받이의 희게 질린 얼굴을 흘끗 보고, 접합부가 찢기지 않았는지 눈과 손가락으로 확인했다. 괜찮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살짝 뒤로 물렀다가 쿠욱, 찌르고,

“아파?”

하고 물었다. 그 물음에 외치듯 하는

“도련님, 아픕, 니다, 크으…윽, 무섭습니다!”

하는 가여운 대답을 들으면서도 다시 콰악, 콱, 찌른 다음,

“지금은?”

하고 물었다. 새하얗고 기다란 목을 젖힌 채 올린은 애원했다.

“찢어집니다, 아흐, 너무, 너무… 찢어져요, 도련님.”

“계속 상태를 보고해.”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참을 수 있는 상태다. 정말 아프면 말조차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도련님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느라 애처롭게 이어지는 목소리를 배경음 삼아 묵직하고 느린 허릿짓을 시작했다.

그는 성심성의껏 시중드는 액받이가 귀여워 많이 봐주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자지의 반도 제대로 넣지 않았다. 그런데도 벌어진 발간 입 밖으로 반쯤 뭉개진 발음으로 애걸복걸하는 소리 사이에 공기가 히익히익 새고 예쁘장한 얼굴은 눈물로 젖었다.

먹는 것이 제한되어 희미해지고 여윈 복근 위로, 거근의 모양이 불쑥불쑥 솟았다. 조금 더 깊이 넣어 따뜻한 속을 쑤석거리고 싶었으나 액받이가 견딜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니, 사실이 아니다.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견디겠다는 의지는 맛보고 싶었다.

그는 올린의 얼굴을 두어 번 톡톡 때려 눈을 뜨게 했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쳐들린 채 활짝 벌어진 구멍과 그것을 들쑤시다 잠시 멈춘 자신의 자지를 똑바로 보도록 했다. 두려운 듯이 눈을 내려 한계까지 벌어진 곳을 확인하는 올린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눈매를 한 번 더 문질러 주었다.

“아직 반밖에 안 들어갔어. 보여?”

올린은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한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 얼른 입을 열어 다시 답했다.

“보입, 니다. 도련님.”

다음의 말을 이미 알아채는 바람에 눈에서 눈물이 조르르 흘러서는, 분홍색으로 달궈진 귓바퀴에 고였다. 둘째 도령은 그대로 몸을 숙여 귓가를 핥아 주고는 속삭였다.

“못 견디겠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올린은 즉답했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 하, 닙니다, 부디 넣어 주십시오, 도련님.”

둘째 도령은 바로 넣지 않았다. 대신 올린의 손을 끌어당겨, 날씬한 배 위로 울끈 솟은 자지의 머리 부분을 만지게 했다.

“지금은 여기까지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갈비뼈가 갈라지는 바로 그 지점, 헐떡이는 명치를 훑도록 했다.

“끝까지 넣으면 여기까지 닿을 텐데. 고통스러울 거야.”

올린의 눈에서 눈물이 몇 방울 더 흘렀다. 그는 숨을 들이쉬느라 크게 흐느끼고, 그러느라 항문의 접합부를 움찔거리면서도 용감하게 답했다.

“하시고자, 하는, 대로 해, 주세요, 도련님.”

다음에 이어진 말은 조교가 달달 외게 한 몇 문장의 반복이었다. 버거움에 가끔씩 숨을 멈추고 아픔에 때때로 신음하며 하는 말은 성실한 액받이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복종의 말이기도 했다.

“순종하겠, 습니다, 어떤, 고통을 주셔도, 기쁘게, 견디겠, 습, 니다, 부디, 사용, 해 주세요. 사용될, 기회를… 주세요. 네, 도련님.”

그제야 도련님은 웃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이었다. 무서운 얼굴에 번진 미소가 생경하고 아름다워 올린은 울면서도 그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련님의 큰 손에 오금이 잡혀 내리눌리고, 그 덕에 붉게 달아오른 항문 근처가 조금 더 뻐근히 벌어지는 동안에도 그랬다.

올린은 도련님과 눈을 마주친 채 지시를 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길게 내쉬었다. 길게 내쉬는 타이밍에 맞추어 아래의 버거운 것이 밀려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하아 하아 가쁘게 호흡하면, 둘째 도령이 툭툭 뺨을 치고 다시 긴 숨을 들이쉬게 했다.

내쉴 때마다 조금씩 진입한 것이 깊숙한 곳, 내장의 굴곡에 가로막혔다가, 부드럽게 짓이기는 힘으로 그 굴곡마저 펴며 들어왔다. 마침내 둘째 도령의 음모가 항문에 와 닿았을 때, 올린은 용감하게 넣어 달라고 청했을 때와 달리 숨조차 멈춘 채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눈동자가 뒤집혔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두꺼운 말뚝에 꿰인 것만 같은 극심한 고통 끝에서는 쾌락을 찾기 힘들었다.

“올린. 올린아.”

둘째 도령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올린은 몇 번이나 불린 이름에 비로소 눈알을 굴려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둘째 도령이 말했다.

“움직일 거야. 견뎌.”

올린은 눈만 껌뻑였다. 그러나 둘째 도령은 대답하지 않은 것을 벌주는 대신, 허리를 뒤로 물렸다가 다시 삽입하고, 다시 좀 더 멀리 물러났다가 도로 들어오고, 또 한 번 더 멀리 멀리 나갔다가 마침내 쾅! 하고 세차게 밀려들어 왔다.

올린은 그 반동으로 내장이 가슴 쪽으로 밀려 올라가 짜부라지다 못해, 위에 달린 구멍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착각에 빠졌다. 거대한 압박 속에 눈과 코와 입과 귀로 흘러나오는 내장을 상상하는 것은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쾅, 치받혀 오르면 그 구멍들로 빠져나왔던 내장들은 도련님이 몸을 물릴 때 잠시 구멍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다시 쾅, 하고 삐져나오는 것 같았다.

고통과 쾌감은 그 끝이 닿아 있다. 보통 올린은 매를 맞는 고통에서 비롯하여 항문 안의 쾌락을 찾는 편이었으나, 둘째 도련님과의 성교에서 느껴지는 것은 종류가 달랐다.

온몸이 찢기는 듯한 극심한 고통 끝에서 올린은 원래 자신의 처지보다 더 비참한 상태에 놓인 무력함과,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강한 주인에게 가두어져 그의 마음대로 휘둘리는 절망감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솟구쳐오르는 변태적인 기쁨을 찾아냈다.

그것은 어쩌면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되 본질은 인간인 올린의 본능 속에 파묻혀 있던 해로운 즐거움일 수도 있었다. 벗어날 수 없는 덫과 같은 삶이라도 어떻게든 살아 보려는, 연약한 한 사람으로서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었다.

올린은 배움이 짧은 머리로 기이한 쾌감의 이유를 찾아보려 찰나의 노력을 시도하다가,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짓눌리고 꿰뚫리고 고통받는 것에만 집중했다. 사실 그것이, 올린이 평생토록 배워 온 자신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크기가 거대한 만큼이나 사정이 늦은 자지는 침입할 때보다 몇 배는 긴 시간 동안 구멍을 헤집었다.

그러는 동안 도련님은 눈물과 함께 콧물과 침까지 튀기며 울어 대는 올린을 꾸짖지도,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때면 귓가에 쉬이, 괜찮아, 착하지, 숨 쉬어 봐, 하고 자상한 말들로 위로했다.

그러나 아프고 버겁게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의식이 풍화되어 가던 올린의 귀에는 그러한 소리는 닿지 않았다. 오로지 아픈 추삽질과 함께, 똑, 딱, 똑, 딱, 지금은 이미 멈춘 메트로놈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라르고에서 시작한 울림은 아다지오로, 모데라토로 그리고 마침내 프레스토로 빨라졌다. 그리고는 아주 아주 길고 긴 시간을 크고 빠르게 똑딱거렸다. 올린의 마음이 붙잡아 주는 이 없이 허공을 떠도는 동안, 그 소리와 결을 함께 한 부자연스러운 쾌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물러나고 다시 밀려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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