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단정한 몸가짐 (5/65)

# 단정한 몸가짐

이전에 올린의 몸을 사던 손님들도 대개 대단한 부호였다. 그러므로 올린은 호화로운 집이나 화려한 방에 익숙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 가문의 저택과 같은 곳은 본 적이 없었다.

풀사이드를 벗어나며 올려다본 본채는 고급 호텔을 연상케 했다. 구석구석 생화와 밝은 조명으로 눈이 부신 공간을 지나 조용한 회랑으로 들어섰다.

둥근 기둥이 이어지고 지붕이 덮인 회랑은 한쪽 벽이 없이 트여 있었다. 정원을 감상하면서 본채와 별채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지어진 공간은 본채나 수영장과 달리 어둑어둑했다.

일본식과 영국식을 섞어 조성한 정원의 조경수들이 은은한 조명 속에 고아한 자태를 뽐냈다. 그 뒤로 보이는 여러 개의 건물들은 얼핏 담벼락 밖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정원을 둘러싸고 선 이 댁의 별채들이었다.

그러나 올린은 그런 것들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다. 여러 겹의 수건에 돌돌 말려 남의 어깨에 얹혀 가느라 시야가 뒤집힌 데다, 그를 운반하는 자가 몹시 잰걸음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고용인들은 액받이가 사람 아니라 귀한 물건인 것처럼 대했다. 목욕물이 준비되었고, 액받이의 방에 난방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액받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더라도 그에게 불요한 말을 걸지는 않았다. 거꾸로 매달린 채 우는 눈꺼풀을 벌려 상태를 확인하는 손에는 라텍스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올린이 날라진 곳은 앞으로 머물게 될 작은 별채였다. 외부인이 저택을 방문하여 정원을 거닐더라도 이곳에 출입하는 것은 막기 위하여 미로 같은 정원수 사이에 숨겨져 있다. 잘 관리된 외딴집 같은 외관이 아늑한 일본식 건물이었다.

저택의 다른 건물들과 달리 목재로 지어진 데다 천장이 낮고 공간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런 점이 좀 전에 있던 응접실과는 전혀 다른 시간으로 들어서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가구들은 예스러웠고 조명은 낮게 드리웠다. 이동하는 공간마다 유리 발린 미닫이문들이 듣기 좋은 다라락 소리를 내며 열고 닫혔다. 오랜 세월 기름을 먹고 잘 닦인 마루와 계단은 밟힐 때마다 부드럽게 나무가 울리는 소리를 냈다. 고풍스러운 정취가 느껴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이곳도 올린에게는 고문의 장소가 될 것이라 알리는 듯, 손때 묻은 나무 기둥마다 사람을 묶어 매달기에 적합한 높이에 유서 깊은 굵다란 쇠고리들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복도 끝의 나무 장식장에는 아무렇지 않게 매질의 도구들과 남근을 본뜬 훈련 기구들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정렬되어 있었다.

대들보에는 아예 잘 정돈된 밧줄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걸렸다. 올린은 흐린 눈 안에 붉은색, 까만색, 흰색의 밧줄들이 나란히 걸린 것을 담았다. 열 오른 머리로도 그것이 자신의 고문 도구라는 것을 깨달은 눈이 울지도 않고 느리게 깜빡였다.

몇 개의 방을 지나 욕실에 들어섰다. 습하고 훈훈한 공기가 훅 끼쳤다. 액받이의 욕실은 여러 명의 고용인이 동시에 시중들 수 있도록 넓었다. 한가운데 설치된 나무 욕조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도록 더운물이 향기로웠다.

올린은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져 번데기처럼 돌돌 말렸던 수건이 벗겨졌다. 살갗이 벗겨져 피가 흐르도록 매 맞은 몸으로 뜨거운 물에 넣어질까 봐 두려워 간신히 제 발로 선 액받이의 몸이 떨었다. 그러나 강압적이고 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새로운 종류의 학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러 개의 손들이 춥고 아픈 몸을 덥히고 깨끗이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뿐이었다.

발끝에 물이 끼얹어졌다. 차게 젖은 채 가을 밤공기에 노출되었던 발가락이 따뜻한 물이 닿자 찡하게 녹았다. 뜨겁게 더워진 물수건이 상처 주위를 꼭꼭 누르듯 닦았다. 묻어 나오는 것은 피와 정액 외에, 액받이의 몸이 학대로 흥분하여 흘린 장액도 있었다.

어느 정도 몸이 더워지고는 안에 든 정액을 씻어 냈다. 시키는 대로 바닥을 짚은 채 등받이 없는 목욕용 의자 두 개에 두 다리를 하나씩 올렸다. 무릎이 부드럽게 접혀 개구리가 물구나무선 꼴을 하게 된 후에는 항문이 벌어졌다.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졌던 주제에 추위에 입을 다문 항문은 다시 열리는 게 고통스럽다고 뻐끔거렸다.

따뜻한 주전자가 날라져 왔다. 주둥이가 좁고 긴 매끈한 주전자는 아주 오래된 물건처럼 보였다. 주둥이 부분은 오랫동안 다듬어져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구석은 없었으나, 올린은 낯선 도구에 조금 겁을 먹었다. 목을 돌려 그것이 항문에 삽입되는 것을 보려던 움직임은 고용인의 손에 의해 지그시 눌려 차단되었다.

관장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는 여러 종류지만, 그중 이 물건은 전통을 중시하는 이 집 가풍에 따라 가장 자주 사용되었다. 웅크려 엎드린 올린의 몸에 주전자 주둥이가 조심스레 꽂혔다. 한약재가 섞인 따뜻한 액체를 아래에 넣을 때는,

“단전에 힘을 주어 빨아들이십시오.”

하는 지시를 받았다. 아래를 통해 주입된 액체를 복근의 힘으로 내장 깊은 곳까지 흡입했다가,

“숨을 내쉬며 뱉어 냅니다.”

하는 말에 뿜어내기가 여러 번이었다. 허하고 약해진 상태의 올린은 배에 힘을 주어 한약을 내보낼 때마다 아래의 내장들이 같이 뽑혀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견디느라

“흐, 흐으….”

하는 연약한 신음을 함께 내보냈다. 그럴 때마다 고용인의 손이, 단전에 힘을 풀지 말라는 듯이 허리를 꾹 눌러 왔다.

고용인들은 아주 비싸고 모양이 섬세한 그릇을 설거지하는 태도로 올린을 다뤘다. 진료할 때는 조각난 도자기 조각을 모아 붙이듯 섬세했다. 이 손들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올린을 매질하거나 결박할 수도 있는 손이었다. 올린은 그 손들이 주인의 손인 것처럼 순종했다. 몸을 돌려야 할 때 돌리고, 머리를 들어야 할 때 그렇게 했다.

약이 발리고 붕대가 감겼다. 군데군데 터진 살에는 밴드와 습포가 붙었다. 여러 번 주사를 맞고 알약과 물약을 삼켰다. 커다란 좌약도 두 개나 넣었는데, 사실 지금 올린에게는 약보다는 배를 채울 음식이 필요했다. 사흘 굶은 끝의 매질이라 기운이 다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먹을 것은 일절 제공되지 않았다.

목욕과 진료 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남근과 빼닮은 모양의 굵은 장신구가 항문을 막았다. 옥 장신구의 겉에 돋을새김된 매화 가지가 장내를 긁으며 들어갈 때도 괴로웠지만, 장신구 자체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아래가 빠질 것 같은 감각이 더 고통스러웠다. 값비싼 세공품이라고는 하나 옥도 올린에게는 예쁜 돌일 뿐이다. 돌을 아래에 박고 움직이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 무게 때문에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려는 것을 괄약근의 힘으로 물고, 손 하나를 뒤로 돌려 엉덩이 사이를 눌러 지탱하며 올린은 고용인을 따라갔다. 고용인은 어정거리는 걸음을 혼내거나 재촉하지 않고 몇 걸음 가다 기다려 주고, 다시 몇 걸음 앞에서 기다려 주는 식으로 올린을 안내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수십 벌의 옷이 걸린 옷장이었다. 옷감만 다를 뿐 같은 형태의 옷이 여러 벌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올린은 그것들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흐느끼듯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기뻐서였다.

사치스러운 옷감이 좋아서가 아니다. 당연히 나체로 생활할 줄 알았는데 옷을 얻어 입게 된다니, 감격할 수밖에 없다. 옷을 입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나약하게 하는지는, 타인 앞에 발가벗겨진 적 없는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올린은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했으므로 옷을 입고 생활하도록 허락된 것에 깊이 감사할 줄도 알았다.

고용인이 짙은 쪽빛의 옷을 꺼내어 보였다. 마치 올린의 의사를 묻는 듯하여 당황한 중에도 고개를 끄덕였더니 옷걸이째 그것을 꺼내 잘 보이는 곳에 걸었다.

소매가 넓은 가운처럼 보이기도, 이국의 전통 의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옷은 요사스러운 기색 없이 단정했다. 위아래가 긴 천을 여미는 용도의 넓은 허리띠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아주 길고 가느다란 비단 끈이 일습으로 함께 걸려 있었다.

고용인은 비단 끈을 들어 올린에게 보여 주었다. 겉에 입을 옷과 같은 감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폭이 손가락 반 마디 정도로 매우 좁고 감촉은 매끄러웠다. 몸에 걸치는 용도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동여매기에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그것을 든 채, 고용인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속옷입니다. 스스로 착용할 수 있도록 보고 배우세요.”

올린의 낯이 창백해졌다.

올린은 무릎 높이의 대에 올려졌다. 다리를 모으고 바로 서라는 말에 그렇게 했다. 고용인은 올린의 자지를 들어 귀두 바로 아래를 꽈악 묶더니, 실패에 실을 감는 모양으로 좆대를 아주 세게 돌돌 감았다. 한 바퀴 돌리고 단단히 잡아당겨 매듭짓고, 다시 한 바퀴 돌린 후 매듭을 짓는 식의 손은 매우 익숙한 듯 날랬다.

더 감을 데가 없을 정도로 꽁꽁 묶인 자지를 조금 잡아당겨 밑동의 남은 살마저 꽉 묶어도 비단 끈은 할 일이 많다는 듯 길게 남았다. 붉다 못해 파랗게 질린 귀두는 아래로부터의 압박에 퉁퉁하게 부은 채 동그란 입을 벌렸다. 고용인이 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해 두면 불필요한 쾌락이 오를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되어, 액받이로서 정숙한 몸가짐을 갖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지 스스로 하실 수 있겠습니까?”

올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픈 것을 참느라 매듭짓는 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속옷은 저녁 단장 때 벗겨집니다. 도련님들께서 사용하실 때 번거롭지 않도록 겉옷만 입은 채 시중들고, 시중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입으셔서 늘 단정한 몸가짐을 갖추셔야 합니다.”

고용인의 설명을, 올린은 꾸중을 듣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들었다.

“속옷도 겉옷도 대부분 저희가 입혀 드립니다만 스스로 하셔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곤란하지 않도록 배워 두셔야 합니다. 고용인이 없는 곳에서 도련님을 모시게 되는 일도 있을 테고, 그럴 땐 시중이 끝난 후에 스스로 매무새를 돌보셔야 하니까요.”

고용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방금 묶은 자지의 결박을 풀었다. 묶을 때는 몹시 시간이 들었으나 풀 때는 요령 있게 비단 끈의 끝을 잡아당기는 것만으로 쉽게 풀렸다. 올린은 자지가 끔찍한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일시에 피가 통하는 고통에 숨을 탁 뱉었다.

치가 떨리는 아픔과 지나친 피로에 올린이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다시 처음부터 자지를 동여매면서, 고용인은 올린으로 하여금 한 손으로 자신의 자지를 길게 늘여 잡아당기도록 시켰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오늘 배우시기엔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것 같으니 일단 입혀 드리고, 내일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자지는 밑동까지 조금의 살도 보이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매어졌다. 고용인은 자신이 매듭지은 자지를 잠시 살폈다. 한번 감고 매듭짓고, 다시 한번 감고 매듭지은 결과로 작은 매듭이 일렬로 조로록 선 게 앙증맞은 장식 같았다. 힘껏 조여져 귀두는 부었는데 그 아래의 좆대는 평소보다 가늘어 보였다.

올린에게 그 모습을 확인시킨 고용인은, 손바닥을 들어 자지를 찰싹 내리쳤다. 자연스러운 상태라면 오그라들었을 자지가, 길게 늘어난 채 단단히 압박된 탓에 용수철 달린 듯 위아래로 마구 튀었다. 올린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고용인이 담담히 설명했다. 물건에게도 가르쳐야 할 것이 있을 땐 말을 해야 했다.

“잘 묶인 성기는 이렇게 때리면 위로, 아래로 여러 번 튑니다. 때렸을 때 탄력 있게 솟아오르지 않으면 매듭이 헐겁다는 뜻이니 다시 묶으셔야 합니다. 도련님들께서 속옷 매무새를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낮에 가끔 들러 검사하시기도 하니 혼나지 않으시려면 제대로 동여매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는 으름장을 놓았다.

“이전에는 매듭이 헐겁다는 이유로, 속옷을 비단끈이 아니라 마끈으로 바꾸는 벌을 받은 액받이도 있었습니다. 마로 된 로프에 묶일 일이 많으실 거라고는 해도, 속옷으로 그런 것을 사용하시게 되면 몹시 힘드실 겁니다. 종일 간지러워서 견디기 어렵게 되는 데다, 잘못 긁어 피부에 발진이 일기라도 하면 큰 경을 치게 되거든요.”

그다음은 고환이었다. 고용인은 자지를 묶은 비단끈을 불알 아래로 끌어내려, 뿌리를 각각 따로 옭아맸다. 각각의 고환 뿌리가 세게 동여매어지자 불알은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하고 동그랗게 불거졌다. 마치 탐스럽고 둥근 열매 두 개가 대롱거리며 달린 것 같았다. 올린은 자지가 큰 편이었으나, 자지의 크기에 비해 불알은 비교적 아담하게 탱탱했다.

고용인은 세게 묶이느라 원래보다 살짝 벌어진 불알 사이에 정성 들인 나비 모양 매듭을 만든 후, 그 매듭의 한쪽을 잡아당겨 푸는 법도 알려 주었다. 단 한 번의 손짓에 불알이 자유로워졌으나 올린은 후련해 하기는커녕 입술을 말아 물으며 통증을 견뎌야 했다. 묶을 때만큼이나 풀릴 때 아픈 구속이었다.

“다시 묶겠습니다. 이번에는 팔자 매듭입니다.”

불알을 묶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다. 고용인은 가장 기본적인 나비 매듭과 팔자 매듭을 두어 번 반복하여 차이를 알려 주고, 묶는 것은 그날 기분에 따라 원하는 대로 해 드릴 수 있다고 선심을 쓰듯 말했다.

나비 매듭은 불알을 각자 따로 쥐어 매고, 팔자 매듭은 양쪽 불알을 한 차례씩 번갈아 동이는 게 달랐다. 완성된 모습을 보면 나비 매듭 쪽이 불알이 조금 더 위에, 더 많이 벌어진 채 위치한다. 팔자 매듭은 달랑거림이 더욱 강조되어 귀여워 보인다. 어느 쪽이든 몹시 아프고 갑갑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불알을 묶은 비단 끈을 가랑이 사이로 넣어 뒤로 보냈다. 호되게 얻어맞은 후 연고가 발린 회음부를 찢을 듯 단단히 조인 비단 끈은 항문 안쪽에 든 무거운 옥 딜도 뿌리 부분에 둘러 묶인 다음, 남은 부분은 고용인의 손에 잡혔다. 딜도의 무게를 아주 조금이나마 지탱해 주어 괄약근이 조금 편해진 부분도 없지 않았다.

고용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나중에 도련님들께서 여기에 고리를 달아 주실 수도 있습니다.”

회음부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였다.

“그러면 속옷을 입으실 때 조금 편안해지실 겁니다. 불알을 묶은 끈을 고리에 한 번 고정해 두면 불알이 뒤쪽으로 덜 당겨져서 착용감이 좋다고들 하시거든요. 고리를 달 때 며칠만 고생하시면 편리한 일이 많습니다.”

올린은 회음부가 지금 당장 뚫릴 것처럼 겁을 먹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엉덩이골을 가로지르도록 바투 당긴 끈은 올린의 입에 물렸다. 끈을 올린의 잇새에 물리며, 고용인은

“단단히 물고 계세요. 제가 허리를 조여 드리는 동안 느슨해지면 허리띠를 풀었다 다시 묶어야 합니다.”

하고 엄한 목소리를 했다. 그리고는 올린의 팔을 번쩍 들게 해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 봉을 단단히 잡게 하고는,

“숨은 멈추시고, 배를 최대한 홀쭉하게 구겨 넣으세요.”

하고 지시했다. 허리를 감은 것은 심이 단단히 들어간 넓은 띠였다. 코르셋을 연상케 하는 모양으로 허리를 조이는 고용인은 땀을 뻘뻘 흘리도록 온 힘을 다했다. 이미 잘 단련되어 늘씬한 근육이 아름다운 복부와 허리였다. 그럼에도 갈비뼈 아래부터 골반 바로 위까지가 세게 조여지고 꽁꽁 잡아매어지자 더 가늘어졌다. 반대급부로 가슴과 엉덩이의 모양은 좀 더 야하게 튀어나와 보였다.

올린은 숨을 크게 들이쉴 수도, 편안하게 허리를 숙일 수도 없는 상태에서 입에 물었던 끈을 고용인에게 내주었다. 자지와 불알을 묶고 엉덩이골을 가로지른 끈은 허리를 감은 띠 아래에 함께 고정되었다. 허리를 먼저 풀어 주지 않는 이상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다음은 유두였다. 고용인은 색색의 매듭실이 담긴 나무함을 가지고 와서, 허리와 사타구니와 자지를 구속한 비단 끈의 색에 가장 어울리는 실을 골라냈다. 짙푸른 청록색이었다. 그나마 멀쩡한 오른쪽 젖꼭지를 먼저 잡아 두 손가락으로 비비고 잡아당겨 발기시킨 후에는, 유륜부터를 최대한 길게 잡아 실로 동동 감고 잡아매어 유두가 선 모양이 유지되도록 했다.

“너무 세게 감으면 살이 미운 색으로 변색될 수 있고, 그렇다고 헐겁게 감기면 모양이 단정하지 못하게 되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이것의 매듭법도 여러 개가 있으나, 지금은 가장 간단한 것으로 하겠다고 설명하는 고용인은 액받이의 속옷을 입히는 데는 도가 튼 듯했다.

왼쪽 젖꼭지가 잡혔을 때는 올린이 지레 겁을 먹어 파드득 떨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찢긴 유륜 위로 반창고가 붙은 채 실이 동여매어졌다. 조그맣던 유두가 실제 모양보다 훨씬 길쭉하고 거대해 보이도록 단단히 맨 후에 고용인은 거울 앞에 올린을 세웠다.

그리고 젖꼭지를 딱밤 때리듯 때리고, 자지를 다시 한번 손으로 내리쳤다. 올린이 눈을 질끈 감자 당황한 듯이,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하고 눈을 뜨게 했다. 다시 젖과 자지를 때려서 꽁꽁 묶인 채 위아래로 탄력 있게 튀는 모양을 확인하도록 했다.

“액받이답게 속옷을 갖춰 입으시면, 때렸을 때 이렇게 예쁘고 탄력 있게 솟아오릅니다. 한 번 스스로 해 보시겠어요?”

올린은 자신의 자지를 때려서 아픔 속에 퉁퉁 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다음에는 양쪽 젖을 차례로 딱밤 때렸다. 조그맣던 유두가 길쭉하게 늘어난 채 묶여 맞는 감각이 낯설었다. 때리자 마구 끄덕거리는 모습은 더욱 이상했다.

마지막으로 고용인은 손바닥만 한 보석함을 들고 왔다.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나무 보석함을 열자 투명한 보석으로 끝이 장식된 세 개의 금속 침이 검은 벨벳 위에 놓여 있었다. 하나는 중지의 길이보다 조금 긴 정도의 길이였으며, 나머지 둘은 그것보다는 훨씬 짧았다. 셋 다 굵기는 면봉 정도로 같고 침의 끄트머리는 뾰족한 구석 없이 둥글었다.

“다이아몬드입니다. 회장님께서 처음 들어오는 액받이에게 하사하시는 예물이에요. 지금 아래에 넣으신 옥 남근도 회장님께서 예물로 주신 건데, 혹시 들으셨습니까?”

올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는 보석보다 지금 눈앞에 놓인 침의 용도가 중요했다.

“아마 오늘 첫 매질이 길어져서 예물 전달이 생략되었나 봅니다. 내일 간단한 예식이 있을 건데, 그때 예물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회장님께 감사 편지도 쓰셔야 하고요.”

고용인은 설명하며 벨벳 위의 침 중 가장 긴 것을 들었다. 올린이 예상한 것과 다르지 않게, 그것은 소독약이 발린 다음 꽁꽁 묶인 자지의 구멍에 갖다 대어졌다. 두께가 얇아 고통이 크진 않았으나 깊숙이 들어간 이물감은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이건 조금 아프실 겁니다.”

고용인은 나머지 짧은 침 중 하나를 들어 유두의 구멍에 맞추며 말했다. 역시 소독약이 발린 다음이었다. 유두가 돋보이도록 매듭지어진 실 사이로 요령 좋게 침 머리 꿰어 고정한 후 끄트머리를 유두의 구멍에 넣을 때, 올린은 기다란 목을 뒤로 젖히며 고통을 견뎠다. 양쪽 유두 끝에도 자지 끝처럼 다이아몬드가 반짝였다.

고용인은 퍽 잘 어울리신다고 칭찬하며, 자신이 꾸며 준 액받이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자지 끝에 투명한 보석이 반짝이고, 허리가 잔뜩 조여지고, 유두는 길이가 1센티는 되도록 당겨 묶인 채 수척하고 지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이 네 명의 도령이 볼 수 있도록 업로드되었다.

그리고는 고용인은 그 사진을 올린에게도 보여 주었다. 올린은 거울로 볼 때와는 또 다르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에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훌륭합니다. 이 모습이 액받이가 집안에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 모습입니다. 아주 예뻐요.”

감사합니다, 하고 답하는 올린의 목소리는 느리고 작았다. 거울 속의 모습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말투였다. 이제는 정말, 자고 싶을 뿐이었다.

방으로 안내되었다. 잠자는 방은 넓고 휑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가운데,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이부자리와 낮고 딱딱한 베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잠자리에 눕는 데에도 순서가 있었다. 이부자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눕기 위해 요 위에 먼저 정좌했다. 양다리를 펴는 방법, 상체를 숙일 때 짚어야 하는 팔의 방향, 베개에 머리를 두는 위치, 가슴에 모은 두 손의 손가락이 어느 순서로 교차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도를 가르치는 고용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피곤하여 둔한 몸이 한 번에 따라 하지 못해도 화내거나 혼내지는 않았다.

몸의 상처가 심하여 바로 눕지 못했다. 퉁퉁하게 부어오른 엉덩이와 등의 상처를 깔고 누울 수는 없었다. 그러자 고용인은 취해야 할 자세를 바꿔 주었다. 옆으로 누운 채 두 손을 모으고 다리를 웅크리자, 엉덩이 사이를 가르는 비단 끈이 더욱 조여져 옥으로 만든 딜도가 깊숙이 밀려들었다. 자지와 불알의 속박으로 묶인 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올린은 아픔을 호소하는 어리석은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뜨거운 고통을 견디고 순종하는 것조차 그의 본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주 깊은 데까지 닿는 형태의 귀마개로 양쪽 귀가 막혔다. 아직 눈을 감아도 좋다는 허락이 없었으므로 올린은 얌전히 눈을 뜬 채 얕은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었다. 고용인은 올린의 곁에 몇 개의 낮은 초를 켜 배열하고 그 얼굴을 확인했다. 이윽고 묵직한 이불이 몸을 누르듯 덮었다.

“눈을 감고, 주무십시오.”

고용인은 말했지만, 귀가 막힌 탓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입 모양으로 명령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지독한 통증 속에서, 올린은 눈을 감고 의식을 흘려보냈다. 달콤한 잠이 찾아왔다. 아주 간절히 기다리던 휴식이었다.

*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각이었다. 사위는 아직 어두웠다. 올린은 눈을 뜨라는 말 한마디에 잠에서 깼다. 귀마개를 손에 든 채 곁에 앉았던 고용인이 올린이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떨어져 앉았다. 익숙한 얼굴이 방 안에 서 있었다. 올린을 데리고 온 늙은 집사였다.

“오늘 밤부터는 잠자리에 누울 때 손발을 결박해 드리세요. 단정하게 주무실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는 곁의 고용인에게 명령했다. 이부자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는 것을 확인한 탓이었다. 밤새 열이 나서 앓은 데다 엉덩이가 아파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건만 이불에 약간의 주름이 간 것조차 큰일이었다. 밤새 단정한 자세로 죽은 듯이 자야 할 액받이가 산 사람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집사는 마음과 달리 재빠르게 일어나 앉지 못하는 올린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상처 때문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게 어려워 비스듬히 다리를 굽힌 채 엉거주춤한 꼴을 하고 있는 데다, 조여진 데가 아파서인지 젖꼭지에 손까지 대고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이 댁에서 일해 온 집사는 수십 명의 액받이가 들고 나는 것을 보았지만, 이토록 아무것도 훈련되지 않은 물건은 처음이었다.

훈육하여 익숙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 산더미라 기관에 보낼 예정이었는데, 어제 올린을 본 도령 중 둘째와 셋째가 올린을 교육 기관에 보내는 걸 반대했다. 기관에서의 교육은 너무 가혹하므로 불쌍하다는 이유였다. 그 말인즉슨, 올린의 교육이 집사의 손에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도령들은 일이 넘쳐 나는 집사는 불쌍하게 생각해 주지 않는 것 같았다. 가능한 한 조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방문 교육을 의뢰해 두긴 했다. 그러나 그들은 특별한 교과의 선생들일 뿐, 생활 전반의 것은 집사가 직접 가르쳐야 했다.

자고 먹고 싸는 법, 입고 벗고 걷고 뛰는 법, 앉고 서고 눕고 기는 법이 모두 달랐다. 그 외의 모든 것에 법도가 있는데 이것은 갓 난 것처럼 귀여운 얼굴을 했을 뿐 아는 것도 없고,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천방지축이다.

“이불에서 얼른 내려와요. 똑바로 앉으십시오. 무릎 꿇고.”

집사는 하나씩 하기로 했다. 일단 저 앉은 자세부터다. 아침 몸단장하는 법과 식사하는 법은 고용인들에게 맡겨도 될 것이다. 액받이를 관리하는 일을 오랫동안 전담해 온 고용인 중에는 집사보다 더욱 잘 가르칠 만한 이도 있었다.

올린은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어, 엉망으로 구겨진 이부자리에서 벗어났다. 밤새 조여진 채 고문당한 자지가 풀죽은 채 달랑거렸다. 누웠던 자리가 꼴사나운 모습이라도 되는 양 곁에 있던 고용인이 얼른 이불을 바로 펴서 덮어 가렸다.

속옷 차림의 벗은 몸에 공기가 찼다. 무릎을 꿇으려면 바닥을 짚었던 손을 떼고 엉덩이에 발뒤꿈치가 닿도록 해야 했다.

“어서요.”

아플 게 두려워 망설이던 올린을 향해 집사가 엄한 목소리를 했다. 어제 고용인이 예쁘게 묶어 준 불알의 나비매듭이 엉성해진 꼴인 것도 모르고, 올린은 어제보다 더 아픈 것같이 느껴지는 엉덩이를 내려 바르게 앉으려 했다. 부기가 심해 무릎을 꿇을 때의 감촉이 평소와 다르게 둔했다.

“아흐, 그…읏.”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번쩍 들었다가, 주눅이 들어 다시 내려앉으며 올린이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부풀어 오른 엉덩이가 압박을 받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밤새 느껴지던 작열감이 짙어졌다. 그러나 집사는 봐주지 않았다. 올린은 숨을 들이켜며 어떻게든 통증에 익숙해지려고 애써야 했다. 사실 어젯밤 고용인이 잠자는 자세를 바꾸어 준 것도 큰 배려였던 것을, 올린은 미처 몰랐다.

“아니, 허리를 좀 더 펴고.”

주인들의 직접적인 명령이 있을 때는 예외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 액받이를 체벌할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물론 교육을 의뢰받은 조교나 선생은 어느 한도 내의 체벌을 할 수 있도록 계약되어 있다. 그러나 고용인들은 액받이를 감시하고 관리하고 지시할 뿐이다. 도령들의 밤 시중을 들고 액을 대신 받는 몸이므로 귀하고 중하다.

그러나 둘째 도령은 액받이를 기관에 보내는 것은 반대한 대신, 저택으로 방문할 조교들에게는 액받이의 체벌에 대해 좀 더 엄격히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집사는 그러한 지시 사항을 조교들과의 계약서에 반영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교육을 담당할 조교들은 올린을 아주 엄격한 방식으로 훈육할 것이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집사는 액받이에게 무섭게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액받이로 타고난 것들이 태생적으로 어리석어 매 맞지 않고 배운 것은 금방 까먹는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더하지 않아도 앞으로 이 가련한 물건이 겪을 고난은 넘쳐났다.

그래서 가능한 한 친절하게 대하고 있는데도 올린은 바짝 긴장한 채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마치 회초리로 얻어맞는 듯이 팔딱거리며 따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렇지만 가엾다고 해서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집사는 여러 번 지적하여 올린의 자세를 바로잡았다. 무릎을 모으고 허리를 펴고, 어깨는 내린다. 손을 무릎 위에 공손히 모으고 턱은 아주 살짝 치켜든 채, 시선은 자신의 무릎 앞의 바닥을 바라보는 기본자세였다. 올린은 맞은 데와 묶인 데가 아파서 허둥거리면서도 시키는 것은 곧잘 따라 했다.

도련님들을 기다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올린은 이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인데, 이것 하나 가르치는 것도 몹시 힘이 들었다. 집사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설명을 잘 들으라 당부했다. 알려 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겠지만, 잠자리와 기상 규칙에 대해 미리 일러 주면 앞으로가 조금 편할 터였다.

매일의 기상 시간은 새벽 다섯 시다. 전날 몇 시에 잠들었는지와 상관없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은 일정하다. 그 시간이 되면 액받이는 스스로 잠에서 깨어 고용인이 와서 방에 불을 켜 줄 때까지 누운 자세 그대로 기다려야 했다. 오늘처럼 고용인이 액받이를 깨워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에 올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있던 곳에서 배운 습관대로 했을 뿐인데 집사는 엄한 얼굴을 했다. 그 눈은 다정했으나 회초리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 올린이 얼른 입을 열었다.

“네! 네….”

집사는 말했다. 지금 고쳐 주지 않으면 조교에게 매를 맞으면서 배우게 될 것이다.

“대답은 한 번만. 대답해 보십시오.”

“네에….”

“말끝을 늘이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도련님들께서 말씀하신 사항에 대답할 때는 알겠습니다 대신 도련님, 을 붙이는 겁니다.”

“…….”

“대답하셔야지요.”

“네, 알겠습니다.”

집사는 기죽은 얼굴을 한 올린의 자세를 재점검했다. 그새 어깨가 조금 움츠러져 있었다. 그는 어깨를 펴라고 일러 준 뒤 고용인에게 눈짓했다. 얼른 액받이의 곁으로 다가앉은 고용인의 장갑 낀 손이 회초리 자국 빼곡한 어깨를 잡아 슬며시 내리누르고, 턱을 당기도록 교정했다.

집사는 이어 올린이 모셔야 할 주인들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이 댁은 이 나라 최고 기업 심상의 본가로서, 본래 심상 그룹의 수장이신 회장님과 그 부인되시는 관장님께서 네 분의 도련님과 함께 살던 곳이다. 그러나 기업을 물려주시는 절차의 일환으로 두 분께서는 각각의 세컨드 하우스에서 거하시므로 현재는 네 분 도련님께서 이 집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회장님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셨기는 하나 그 호칭은 여전히 회장님으로 하고, 관장님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호칭은 사모님이 아니라 관장님으로 한다. 그러나 네 분 도련님들의 호칭은 모두 똑같이 도련님으로 하되, 만일 네 분을 구분하여 칭할 일이 있으면 큰 도련님 혹은 첫째 도련님, 둘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그리고 막내 도련님으로 한다.

물론 네 분이 밖에서도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하시는 것은 아니다. 장남은 제약회사의 연구소에서 일하고 계시나 대개 이사님으로 불리고, 차남은 실질적인 후계자로서 여러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장님이라고 하면 대개 통한다. 집안의 고용인들이 두 분을 이사님이나 사장님으로 호칭하지 않고 큰 도련님, 둘째 도련님으로 호칭하는 까닭을, 올린은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셋째 도련님은 익히 알고 계셨을 게고,”

집사는 당연한 듯 말하며 올린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올린이 전혀 알지 못함을 죄송스러워하는 듯 시선을 떨구자 조금 놀라면서도 아주 간단히만 설명했다.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십니다.”

그제야 올린은 유독 매끈하게 잘생겼던 셋째 도련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제는 너무 겁을 먹어 미처 황홀해할 틈도 없었으나, 올린은 그렇게 잘생긴 사람을 이전에는 본 일이 없었다. 키도 크고 피부도 좋고 목소리도 아름답고, 손도 발도 흠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매끈했다. 다만 그 손이 너무 잔혹하고 무섭게 고문하는 데 익숙한 것이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다.

올린은 화송에서 일할 때 늘 공동의 숙소에 갇혀 살았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호텔이나 손님의 자택으로 이동할 때에는 고급 세단의 뒷좌석에 앉은 채 이동하긴 했지만, 그럴 때도 항상 안대를 했다. 만일 눈이라도 돌려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었더라면 셋째 도령이 상쾌하고도 무해하게 웃는 모습으로 온갖 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스쳐 지나듯이라도 볼 수도 있었을 일이지만, 지극히 통제된 삶을 살아온 올린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삼남의 직업이 그러한 까닭에, 만일 셋째 도련님과 함께 외출할 일이 생긴다면 특별히 몸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집사는 설명했다. 재벌가에서 액받이를 두는 것은 비슷한 수준의 가문 사이에서는 사실 흠이랄 것도 없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여겨지지만, 특정 계층을 벗어난 세간에는 액받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므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런 까닭에, 이전의 액받이는 셋째 도련님과 외출할 때 호칭을 형이라고 하라 허락받은 바도 있습니다.”

형이라니. 감히 입에 올리기에 과분한 호칭에 올린이 깜짝 놀라 시선을 들었다가, 다시 자세를 지적받을까 봐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집사는 그것을 크게 나무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 금번에도 동일하게 지시하실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이상할 정도로 관대하시니까요.”

올린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어제 젖꼭지를 쥐어뜯으며, 보기만 해도 진저리치도록 무섭게 생긴 기다란 막대로 항문을 쑤석거리던 셋째 도령을 향해 형, 이라고 부르는 상상을 했다. 셋째 도령은 아주 잔인하고 집요하게 괴롭히면서도, 시원하게 잘생긴 눈으로 시종일관 웃어 주었다. 형, 하자 왜 그래, 하고 답하며 웃는 모습을 떠올려 버린 올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막내 도령은 대학생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하며 주니어 구단에서 명타자로 활약하기도 했으나, 구단주 아들이 선수로 뛸 수는 없는 일이라 꿈을 이루지는 못하셨다고 말하며 집사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올린은 그 미소에서 비록 모시는 분이나 막내 도령을 귀여워하는 듯한 기색을 읽었다.

비록 어제 수영장에서 안아 주긴 했지만, 그전에 막내 도령은 올린의 엉덩이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터뜨려 놓은 사람이다. 그전에는 만나자마자 쥐어 패어 토할 지경으로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안겼을 때 그 뜨거운 몸 안에 터질 듯이 뛰던 심장의 울림이 강렬하긴 했지만, 그래서 순간 이전의 무서운 가해를 잊고 오랫동안 달라붙고 싶어질 만큼 애달픈 심정이 되기는 했지만, 올린은 여전히 그가 무서웠다. 올린이 아픈 매질을 떠올리고 안절부절못하자 집사가 웃으며,

“어제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많이 매를 아끼셨지요. 만일 막내 도련님께서 정말로 온 힘을 다해 매질하셨으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고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고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을 했다. 맞아 죽었을 거라는 말을 점잖게 돌려 한 집사의 말에 올린은 고용인을 따라 웃어 보이느라 힘없는 입가를 실룩였다.

액받이는 오로지 미혼의 남성들에게만 유효하므로, 회장님이나 관장님의 시중을 들 일은커녕 얼굴을 뵐 일조차 없을 거라고 했다. 다만 액받이가 액받이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신다면, 네 도련님의 의사와 관계없이 폐기 처분하시기도 한다고 했다. 액받이의 상태가 아들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므로 기준이 높고 엄하다는 이야기였다. 만일 회장님이나 관장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정신을 차리도록 몹시 큰 벌을 받거나 심지어 폐기될 수도 있다.

올린은 폐기보다 큰 벌이라는 말에 더 심하게 겁을 먹었다. 어제의 매는 일종의 의식일 뿐 벌이 아니었다. 만일 잘못을 저질러 벌을 받게 된다면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지시받는 대로 충실히 따르는 것이 곧 액받이의 본분이요 역할 수행이니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집사는 그렇게 말했는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그 말이 올린에게는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비록 따라야 하는 규율이 몹시 억압적이고 주인되시는 도련님들께서 무척 엄격하시지만, 그래도 평생 통제받으며 살아온 자에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순종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그 자체로 편안함이었다.

올린은 자신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잊고 매 맞는 것이나 굶는 것만큼이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도록 길들여져 있었다. 그것은 곧 액받이로서 네 도련님을 모시기에 합당한 자세이기도 했다.

집사는 도련님들을 시중들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도 알려 주었다.

낮에는 네 분의 도련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취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올린이 주로 머무르는 별채 외에 어제 응접실이 있던 본채나 또 다른 곳에서 네 분 도련님 중 그 누구에게도 봉사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당분간은 주로 별채의 훈육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조금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예의범절 훈육이 끝나는 한 달 후부터는 아침 운동과 단장 후 본채나 정원에서 사용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도련님들께서 찾지 않으실 때는 비교적 자유롭게 대기할 수 있어,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것까지도 허용된다. 너무 긴 산책만 아니면 정원의 잔디 위를 잠깐씩 걷는 정도도 괜찮다는 말에는 올린도 조금 기분이 들떴다.

그러나 밤 시중은 순번과 장소가 정해져 있는 만큼 대기할 때의 자세도 정해져 있었다. 오후 네 시가 되면 점심 겸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몸단장을 시작한다. 서너 시간을 오로지 밤 시중을 위해 치장하고, 밤 여덟 시에는 그날 모셔야 할 도련님의 방으로 간다. 도련님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고용인이 정해 주는 자리에서 무릎 꿇은 채 정좌하여 대기하는 게 규칙이었다.

도련님들은 액받이를 되도록 자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편이었다. 그러나 무척 바쁜 분들이라 집에 들어오지 못하시는 날들도 많다. 만일 그날 모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자정까지 귀가하지 않으신다면, 별채의 침실로 돌아와 간단히 씻은 뒤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까지는 낮의 교육을 마친 후 바로 잠자리에 들게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동안 큰 도련님이 한 번쯤 부르실 수도 있겠지만요.”

“네, 알겠습니다.”

“아직 뵌 적 없지요?”

“네, 아직 못 뵀습니다.”

한 번 알려 주었을 뿐인데 대답하는 법을 금방 배운 올린이 대답했다. 올린은 대답을 할 때마다 잔뜩 긴장한 채 마른 입술을 적셨다. 집사는 영특한 액받이가 귀여워 슬쩍 웃었다.

“지금처럼만 하면, 아주 귀여워해 주실 겁니다.”

올린은 귀여워한다는 말에 덜컥 겁을 먹었다. 어제 셋째 도령이 ‘귀여워해 준다’고 하고서는 했던 행동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기다란 막대기 끝에 딜도를 씌워 구멍을 쑤셨었다. 아주 여러 번, 오랫동안, 거세게 찌르고 후벼 파 연약한 안을 뒤집어 놓았다. 항문이 찢기고 뱃가죽이 뚫리는 줄 알았다. 토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런 방식의 귀여움을 받는 것이 올린의 본분이기는 해도, 괴롭고 무서운 것은 변함이 없었다. 집사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측은해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도 좋아요.”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 베푼 호의였다. 올린은 무서운 와중에도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질문 중에 가장 쓸모있는 질문을 골라 하는 능력은 없었다. 그는 첫째 도령의 취향이나 호오, 혹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질문하는 대신 그저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질문을 입에 담았다.

“큰 도련님께서도… 다른 도련님들처럼….”

집사는 느릿한 말을 기다려 주며, 계속해도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격려했다.

“어, 음… 잘생기셨나요?”

곁에 섰던 고용인이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집사도 부드럽게 웃었다. 액받이가 도령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어떤 자연의 이치인지는 알 수 없어도 그렇게 되는 일이 잦기도 했다. 극심한 학대에도 불구하고, 이 집안에서 사용된 대부분의 액받이가 자신의 주인들을 깊이 사랑했던 것을 집사는 알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그랬다.

집사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가 모시는 도령들은, 성격은 몰라도 외모는 모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남자들이었다.

“그럼요. 무척 잘생기셨습니다.”

올린은 설레는 것처럼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핥았다. 잘생긴 분. 그가 첫째 도령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아침 몸단장은 간소했다. 서너 시간이나 걸리는 저녁의 치장과는 달랐다. 올린은 발소리를 죽이고 얌전히 걷는 법을 배우며 어제 목욕했던 욕실로 안내되었다. 속옷이라고 불리는 젖꼭지와 아래의 결박이 풀어진 후에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입안과 장내를 깨끗하게 닦였다.

양치를 마치고, 부드러운 천과 거친 천을 번갈아 사용하며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닦인 후에는 가글이었다. 깊은숨에서마저 꽃향기가 날 때까지 가글을 한 후에는 아래도 같은 방법으로 씻겼다.

먹은 것도 없는 장내를 여러 번 관장했다. 항문에서 뿜어져 나온 물을 고용인들이 확인하여 완전히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반복했다. 손가락 굵기의 가느다란 딜도가 들락거려 내벽을 훑어 내렸다. 가글액과 비슷한 향이 나는, 아주 따가운 액체를 장내 깊은 곳에 머금었다가 내보냈다. 참기 힘들 정도로 아래가 화끈거렸지만, 소독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간단한 목욕을 마치고 상처를 다시 보살핀 후에는 예의 그 속옷과 침을 꽂은 후 겉옷을 입었다. 속옷 입는 방법을 어설프게나마 배운 올린은 입술을 말아 물고 통증을 견뎌 가며 스스로의 불알을 꽤 잘 동여매어 칭찬을 받았다. 유두에는 빨간 실이 매어졌다.

속옷과 겉옷을 입은 후 입술에 자연스럽게 혈색을 더하는 화장을 마쳤다. 눈썹은 모양이 예뻐 작은 빗으로 슬슬 빗어 정리했을 뿐 따로 뽑아 내거나 덧그릴 필요가 없었다. 신발이나 양말은 허락되지 않아 맨발인 채였다.

붉은 비단옷은 감이 얇고 매끄러워 유두의 모양새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교하게 깎아 낸 것처럼 아름다운 흰 손발이 함께 보이는 모습은 청초한 동시에 어딘지 선정적인 느낌이었다.

옷이며 화장이며 색이 칠해지지 않은 채 곱게 다스린 손톱 발톱이며, 무엇 하나 요란한 것 없고 어느 하나 올린의 성별을 부정하는 것이 없었다. 시키는 대로 움직일 때마다 동여매어진 자지와 불알의 실루엣이 옷 아래로 비쳤다. 어제 심한 매를 맞아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는 매끄러운 천 아래로 그 사이의 골의 모양까지 드러났다.

과한 꾸밈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요사스럽도록 아름다운 이유는, 올린이 타고나길 액받이로 타고났기 때문일 터라고 그 모습을 보던 고용인 중 누군가는 생각했다.

단장이 끝난 모습을 사진 찍히고 기다리던 올린에게 며칠만의 식사가 주어졌다. 겨우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이었다. 올린은 고용인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무른 음식을 조금씩 입에 넣고, 지시받은 대로 서른 번 이상을 씹어 삼켰다. 비었던 속에 음식이 흘러들어 가는 환희에 눈물이 핑 돌았다. 살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