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의 수영장
정신이 들었을 때, 올린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바로 누워 있었다. 피가 나도록 얻어맞은 엉덩이가 바닥에 눌려 아팠다. 몸을 뒤척이려다 눈을 내려 얼얼한 아래를 확인했다.
요도에 쑤셔 박힌 유리 막대는 그대로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꼬치처럼 꿰인 성기가 아무렇게나 휘둘리는 바람에 통증이 심했다. 옆으로 누워 엉덩이를 누르는 무게를 조금 덜어 보려다 실패한 그는 숨을 죽인 채 고통을 삭이려고 애썼다.
남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린은 둔하고 멍한 머리로 남자들이 나누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글자나 겨우 읽고 기초적인 셈만 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밖에 받지 못한 올린으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 태반이었다.
남은 매의 대수를 헤아렸다. 쉰한 대, 남았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생각하자 눈가가 뜨거워졌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아 손을 들어 눈가를 닦으려 했다. 그런데 이미 온 얼굴이 눈물로 젖어 있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새 울고 있던 모양이었다.
“깼군. 일어나.”
실내화를 신은 발이 다가와서 얼굴을 툭 툭 건드렸다. 둘째 도령이었다. 그는 올린이 힘겹게 비틀대며 몸을 일으키는 시간을 참아 주었다. 올린이 바로 서자
“다리 벌리고 곧게 서. 손은 뒤로.”
하는 명령이 떨어졌다. 올린은 다리를 벌리고 똑바로 섰다. 어설프게 뒷짐을 진 손을 둘째 도령이 잡아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가르치듯 자세를 교정했다. 허리 뒤쪽에 쭉 편 손바닥을 겹쳐 댄 자세는 어렵지는 않았지만, 더없이 무력한 느낌을 주었다.
올린을 훑는 검은 눈은 깊이를 알 수 없이 시커멨다. 사용하는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듯 몸을 점검하던 그는 성기를 꿴 막대의 끝부분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성기의 뿌리에 커다란 손이 와 닿았지만, 요도 안쪽으로부터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조금의 성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올린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통증을 견뎠다.
둘째 도령의 손가락이 입술에 와 닿았다. 그는 입술의 상처를 누르듯 쓸며 물었다.
“재갈 물려 줘?”
둘째 도령은 정말로 재갈이 필요하냐고 물은 것이었다. 그의 생각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이 집의 액받이 노릇을 하게 된 물건에게는 결박만큼이나 재갈이 필요했다.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매를 처음부터 다시 맞게 된다. 최대한 그럴 일이 없도록 결박해 준 것은 자상한 친절이었다. 비명을 지르거나 애원하게 되면 같은 일이 벌어진다. 지금껏 올린은 장하게도 참아 내고 있었으나 재갈이 있다면 그 인내가 훨씬 수월해질 터였다.
지금의 올린에게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최대한 통제해 주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상냥한 배려였다. 다만 친절한 제안을 하는 남자가 너무나 위압적인 목소리와 얼굴을 하는 바람에 올린이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재갈에도 종류가 있다. 둘째 도령은 올린이 힘껏 깨물 수 있는 가죽 재갈을 생각하고 있었고, 올린은 입을 다물 수 없도록 강제로 벌리고 결국에는 입술 끝을 찢어놓는 볼개그를 떠올렸다. 그것이 무서워서 딸꾹질하며 입술을 깨문 것에 대해 용서를 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아니, 요… 죄송, 흐끅, 죄송합, 니다….”
둘째 도령은 재갈의 효용에 관해서 설명하는 대신 요도를 틀어막은 막대에 관해서 물었다.
“그래. 이건, 빼 줘? 말아?”
당연히 올린은 더듬거리며 빼 달라고 애원했다. 요도구가 힘껏 벌어져 있었고 안이 쓸려 화끈거렸다. 빠듯하여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렸다. 그것만 없어도 살 것 같았다.
둘째 도령은 이번에는 조금 더 친절을 베풀었다. 그는 올린에게, 만일 오늘 파정해 버리면 벌어질 일에 대해서 간략하고도 명확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요도를 막은 머들러가 없어지면, 사정을 참는 것은 오롯이 올린의 의지에 달린다는 것까지 말해 주었다.
폐기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두어 가지 예시를 들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담담하게 전하는 피투성이 이야기에 올린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그래도 빼 줘?”
둘째 도령의 물음은 무심했지만, 꼭 겁박하는 것처럼 들렸다. 살인 협박을 하는 것처럼 위압적인 목소리의 다정한 말이었다. 올린이 겁을 먹고 미적거리는 동안, 막내 도령이 다가왔다.
“형 진짜 회사 들어가야 해요?”
둘째 도령은 나이 차가 나는 막냇동생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올린은 얼른 눈을 떨구고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얘 걱정돼서 그래요? 제가 어떻게 할까 봐?”
“그래. 껍질만 벗겨.”
뼈는 부러뜨리지 말고, 하는 뒤의 말은 올린의 귀에 닿지 않았다. 올린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둘째 도령은 벗어 두었던 정장 상의를 입었다. 그가 가 버린다. 그럼 자지는 계속 꿰인 채일 것이다. 올린은 망설이고 망설이다, 마지막 순간에 용기를 내어 소리를 냈다.
“빼, 빼 주시면! …좋겠, 습니다.”
의외라는 듯 치켜 올라간 채 멈춘 눈썹이 무서웠다. 올린은 도로 다가오는 둘째 도령의 눈을 피하려 입술을 말아 물고 시선을 내렸다.
둘째 도령은 별말 없이 성기를 잡아, 그 끝에 삐죽이 솟은 머들러의 끄트머리를 잡고 슬슬 돌렸다. 안의 살이 따라 비틀리는 감각에 부들부들 떠는 동안 머들러는 묽은 피를 조금 묻힌 채 구멍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란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자지는 조그만 입을 빠끔거렸다.
고용인이 다가와 은쟁반을 내밀었다. 갈색 약병과 스포이트가 놓여 있었다. 둘째 도령은 머들러를 그 위에 던지듯 놓고 스포이트를 들었다. 올린의 자지를 손에 잡은 채였다.
“소독약이야.”
약병 안에 든 것이 염산이라도 되는 듯이 무서워하던 올린을 위해 둘째 도령이 말했다. 잔뜩 경직된 어깨가 슬쩍 풀리는 듯하다, 빠끔히 벌어진 좆 구멍 위를 스포이트가 조준하자 다시 굳었다.
머들러로 인해 상처 입은 요도에 몇 방울의 소독약이 흘러 들어갔다. 견디기 어려운 따가움에, 올린은 눈을 질끈 감고 흐 하 흐 하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아픔을 참을 때 엉덩이를 씰룩이는 버릇이 있는 듯, 요란스레 골반을 흔드느라 멍 사이로 분홍 항문이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숨바꼭질했다. 그 꼴을 감상하느라 자지를 놓아주자 압박 자위라도 하듯 서로 찰싹 붙은 채 배배 꼬는 양 허벅지 위로 힘 잃은 자지가 통, 통, 몇 번이나 튀었다.
낯선 아픔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보이는 초라한 가관이었다. 그 꼴에는 둘째 도령마저 피식 비웃다가,
“엉덩이 좀 그만 흔들지.”
하고 말했다. 올린은 양 볼기에 보조개가 패도록 힘을 주며 무의식적인 행동을 멈췄다. 자신이 보이던 꼴을 뒤늦게 깨달은 얼굴에 수치가 내려앉았다.
둘째 도령은 돌아섰다. 그는 나가기 전 셋째 도령에게,
“정규야, 적당히 해.”
하고 짧게 잔소리했다. 셋째 도령은
“네, 네, 다녀 오세요 형.”
하고 인사할 뿐 소파 위에 눕다시피 한 방만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둘째 도령의 구두가 대리석 위를 걷는 소리는 묵직하고 딱딱했다. 그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두 명의 도령은 조용히 기다렸다.
“갔다.”
“갔죠?”
발소리가 사라지자 셋째 도령이 먼저 속삭였다. 매끈한 피부의 잘 관리된 얼굴이 빙긋이 웃었다. 좀 더 선이 굵은 얼굴의 막내 도령이 마주 웃으며 말했다.
“형, 우리 뭐 할까?”
“일단 여기 말고.”
“별채로 갈까? 어디, 지하실?”
“아니, 뒤뜰 풀에 아직 물 안 뺐을걸? 그렇죠?”
셋째 도령이 곁에 선 고용인에게 물었다. 날이 선선해지면 수영장의 물은 빼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아직 빼지 않은 모양이었다. 막내 도령은 올린의 뺨을 쓰다듬듯 찰싹찰싹 때리며 말했다.
“우리 중고 물놀이하겠네. 이 씨발년, 존나게 좋아하는 거 좀 봐.”
때는 10월이다. 당연히, 물놀이하기엔 추운 날이었다. 올린은 아까 야외에서 옷이 벗겨졌을 때 찬바람이 몸을 때렸던 것을 생각했다.
막내 도령은 올린의 양 손목을 잡고 만세 하는 시늉을 시키며 웃었다. 개 데리고 놀 때와 똑같은 손짓이었다. 올린은 그가 시키는 대로 양팔을 들어 올리며, 아이 신난다, 아이 신난다, 하고 몇 번이나 더듬거려야 했다.
수영장을 사용할 철이 한참 지났음에도 물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고용인들이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곳에서의 놀이를 위해 선베드와 파라솔을 펼치고 커다란 타월들을 날랐다.
해가 질 무렵이다. 횃불을 연상케 하는 붉은 조명들이 모두 켜졌다. 할로겐 난로들이 보라색 불을 피워 두 도령이 앉은 근처에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수영장 물이 색색의 불빛을 반사했다.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면 딱 좋을 분위기였다.
셋째 도령은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막내 도령은 고급 와인을 병째 들고 마셨다. 그의 형편없는 테이블 매너를 셋째 도령이 나무라며 그 와인의 가치를 알고나 마시는 거냐고 실없이 놀렸다. 어린애처럼 반항하며 웃는 모습이 정다웠다.
그러나 그들이 관심조차 두지 않는 올린은 홀로 벌서듯 꿇어앉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셋째 도령의 손에 뒷덜미가 잡혀 물에 빠진 후 죽을 고비를 넘기고 끌어올려졌기 때문이었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도록 방치당하던 공포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수영장으로 데리고 온 이상, 물에 빠지는 것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아가 이제 슬슬 계속할까?”
식사를 마친 셋째 도령이 물었다. 사흘 굶은 올린은 셋째 도령이 마지막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는 모습을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느라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속이 비어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추위에 허기가 더 맹렬했다.
“씨발 너 또 입 다물었냐?”
길게 누웠던 막내 도령이 몸을 일으키려는 듯이 위협했다. 올린은 깜짝 놀라 파특 튀며, 방금 들었던 질문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대답했다.
“네! 네, 죄송, 해요.”
새파란 입술을 하고 덜덜 떨면서였다. 젖은 몸을 가을 찬바람이 스쳐 말리며 체온을 앗았다.
이번에는 밧줄이 아니라 케이블타이였다. 밧줄보다 묶이는 사람의 부담이 훨씬 큰 도구였다. 날카롭게 살을 찢는 결박흔이 마음에 들어 셋째 도령이 가장 선호하고, 바로 그 결박흔 때문에 둘째 도령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다.
거친 타일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무릎을 세워 안으라고 명령받았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는 것조차 너무 아파서, 앉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야단을 맞았다. 찰싹찰싹 소리가 나도록 뺨을 맞고 코끝이 빨개지도록 꼬집혀 가며 양쪽 무릎이 벌어질 수 없게 묶이고, 양쪽 발목도 서로 완전히 묶였다.
양팔로 허벅지를 안고, 무릎 뒤에서 양 손목이 묶이며 허벅지와 가슴이 맞닿았다. 마지막으로 무릎과 목이 서로 고정되어 상체를 펼 수 없게 되었다. 형이 결박을 완성하고서야 막내 도령이 큭큭 웃으면서 다가왔다. 빈 와인 병을 아무렇게나 던져서 깨 버린 후였다.
“아이고야, 조신한 것 좀 보게.”
조롱하는 말이었지만 올린은 또 대답을 못 해서 혼날까 봐,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막내 도령은 흡족해했다. 그는 보기와 달리 술이 약한 것 같았다. 와인에 기분이 들떠서는 발로 어깨를 퍽, 찼다. 균형을 잃고 한쪽 어깨를 바닥에 갈며 쓰러진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한다.
셋째 도령이 곁에서 동생에게 물었다.
“패들 줘?”
“아니요, 형, 케인으로 할까 봐. 대나무 말고 라탄.”
셋째 도령은 고용인이 내민 케이스에서 가늘고 긴 회초리를 골라 건넸다. 회초리를 받아 든 막내 도령은 그대로 내리칠 것처럼 허공에 휙 휙 휘두르다 올린을 보며 혀를 빼고 웃었다. 어린애처럼 천진하게도 보이는 웃음이었다.
그는 풀 사이드로 걸어가 쪼그리고 앉은 채 라탄 케인을 길게 잡아 물에 한 번 담갔다 뺐다. 그러면서 고용인들에게,
“라탄 케인 스무 개 정도만 물에 풀어요. 너무 긴 거 말고 80센티짜리. 직경 상관없어.”
하고 명령했다. 손잡이가 지팡이처럼 휘고 몸통은 날렵하게 곧은 회초리들이 날라져 왔다. 수영장 물에 와르르 풀자 회초리들은 물 위에 둥둥 떠서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흩어졌다.
스스로 수영장에 담갔다 뺐던 회초리의 물기를 털지도 않은 채 꺼내 들고 와서는 항문에 꽂을 듯 쿡, 찔렀다. 올린은 장 천공의 공포를 이를 악물고 참았다. 다행히 셋째 도령이 나서서 말렸다.
“그러다 내장에 구멍 뚫려. 이걸로 해.”
내민 것은 평범한 크기의 딜도였다. 막내 도령은 옆으로 누운 올린의 골반을 깔고 앉았다. 그것을 올린의 항문에 아무렇게나 대고 손바닥으로 뿌리 부분을 탁, 탁, 주먹으로 쳐서 박아 넣으려다가
“안 들어가네.”
했다.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쉽게 들어갈 것을, 그렇게 해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이마를 찡그린 채 명령했다.
“윗보지 열어.”
올린은 한 번에 알아듣고 선선히 입을 벌렸다. 안을 빠듯하게 채우며 딜도가 밀려들어 왔다. 흑인의 것처럼 짙은 초콜릿색인 데다 좆대의 핏줄까지 구현된 섬세한 모양이었지만, 사람의 것과 달리 차갑고 딱딱했다. 무리 없이 삼켜질 줄 알았던 것이 생각보다 얕은 곳에 막혀 잘 들어가지 않자 그는 어이없어했다.
“엑, 이게 뭐야 씨발. 윗보지 상태가 왜 이래, 너 훈련 안 받았어?”
식도를 활짝 열어 성기를 받아들이는 훈련은, 여러 차례 받았었다. 그러나 매번 혼만 났다.
“이렇게 긴, 뱀좆 같은 거 넣는 훈련. 안 받았느냐고, 씹년아, 묻잖아.”
막내 도령은 양손을 넓게 벌려 목구멍에 들락거렸을 딜도의 길이를 가늠하듯 손짓하며 물었다. 올린은 입에 모조 성기를 문 채로 어눌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다다…거여….”
“그런데 왜 이렇게 못 해 이 개보다 못한 년아, 씨발, 목구멍을 벌려야지. 야, 벌리라고, 야, 말이 말 같지 않냐, 야, 벌려, 벌려, 벌리라고.”
난폭하게 딜도를 쑤시며 야단치는 바람에 올린이 쩔쩔맸다. 막내 도령은 올린의 고개를 최대한 올리고 턱을 한 손으로 눌러 빠질 지경으로 벌렸다. 올린도 식도의 힘을 풀어 보려 했지만, 한순간에 체득되는 기술이 아니었다. 바닥에 엉망으로 짓눌려진 채 헛구역질을 하던 올린은 딜도로 세게 뺨을 후려 맞고는,
“존나 가지가지 하네.”
하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멀찍이 선베드에 앉은 셋째 도령이 참견했다. 흥미진진하게 학대를 관전하던 것치고는 느릿한 말투였다.
“정환아 그거 한 번 날 잡아서 뚫어야 돼, 뻣뻣한 애 다리 찢는 거랑 똑같아서 한 번에 확 뚫어 줘야 유연해져. 형이 다음에 해 줄게.”
“아오 씨발 존나 답답하잖아요. 보지는 태평양인 게.”
짜증을 내며 올린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벌어진 입에 딜도를 반쯤 욱여넣은 막내 도령이 고용인들을 향해 명령했다.
“덕테이프 가져와!”
두꺼운 은색 테이프가 서둘러 날라졌다. 최대한 깊이 억지로 밀어 넣은 딜도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막내 도령은 테이프를 이로 끊어 올린의 입을 여러 겹으로 막다가 뒤통수까지 둘둘, 여러 바퀴 감았다. 찌익 찍 하고 테이프가 뜯기는 난폭한 소리에 올린은 겁에 질려 고정된 몸으로도 꿈틀댔다.
“숨 쉴 구멍은 남겨 줘.”
셋째 도령이 잔소리를 할 때 즈음엔 이미 눈이 반쯤 가려지고 입술이 찌그러지고, 콧등, 이마, 귀까지 덮도록 테이프가 함부로 감겼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끊기자 제한된 시야 사이로 수영장이 기울어져 보인다. 들숨과 날숨을 간신히 이어 가는 자신의 힘겨운 호흡이 여러 겹으로 귀를 울렸다.
입은 크게 벌어진 채 완전히 틀어막혔다. 테이프 사이로 콧구멍이 남겨졌지만 우느라 코가 막혀 숨이 고팠다. 셋째 도령이 묶어 둔 다리도 테이프가 둘리자 더욱 단단히 고정되었다. 손가락까지 아무렇게나 구겨서는 둘둘 감아 꼼짝달싹 못 하게 하는 학대가 즐거워 막내 도령의 몸짓은 드세고 거침없었다.
셋째 도령은 그 꼴을 보고,
“와인 한 병에 취하셨구만. 우리 막내.”
하고는 웃으며 그냥 내버려 두었다. 막내 도령은 덕테이프 두 롤을 다 쓰도록 올린의 다리를 돌돌 말더니, 손안에 남은 심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났다. 조금 전에 항문을 쑤셨던 회초리를 찾아 든 막내 도령은 묶인 상태의 올린을 데굴데굴 굴려 물가로 데려갔다. 바닥이 젖은 곳이었다.
“이대로 굴려서 빠뜨려 볼까.”
막내 도령이 중얼거렸다. 눈동자를 치켜떠야 간신히 그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냥 해 본 말이라는 듯 짓궂게 웃을 뿐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물에 빠지는 순간은 지금이 아닌 모양이었다.
젖은 타일에 이마와 턱과 무릎을 몇 번이나 부딪치고 나서야 올린은 막내 도령이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공 차듯 마구잡이로 자세를 잡아 주었기 때문에, 타일에 부딪히고 긁혀 이미 피를 흘리는 채였다.
처음 묶인 자세 그대로 거꾸로 뒤집혔다. 무릎을 꿇은 채 등을 한껏 웅크리고, 바닥에 정수리를 박았다. 공처럼 돌돌 말려 무릎과 정수리로만 체중을 지탱해야 했다. 무릎뼈와 두개골이 쪼개질 것처럼 아팠다.
목에 묶인 가죽끈이 무릎에 고정되어 있었으므로 고개를 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앞구르기를 하듯 굴러 정수리가 아니라 뒤통수로 체중을 지탱하게 될 판이었다.
양손이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의 공간에 고정된 채 묶였으므로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솟았다. 자세가 힘들어 몰아쉬는 숨마다 봉긋이 부어올라 더 똥그란 볼기짝이 푸르르 푸르르 떨었다. 얼룩덜룩한 멍 사이로 보이는 항문은 마구잡이로 쑤셔진 적 없다는 듯이 시침을 떼고 있었다. 연한 분홍색이 앙큼스럽게 예뻤다.
막내 도령은 물먹은 회초리를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이번에는 엉덩이가 아니라, 등을 때릴 작정이었다. 아직 매질의 흔적 없이 깨끗한 등을 라탄 케인이 두어 번 쓸었다. 다시, 매질이 시작될 것을 알아차린 올린이 눈을 껌뻑였다. 배에 힘을 주자 항문이 덩달아 오므라들었다.
“…!”
높이 치든 회초리가, 휘익, 하고 바람을 갈랐다. 입을 막은 딜도 때문에 소리가 가로막혔으나 올린은 습관처럼 소리를 참으려 숨조차 참았다. 잔뜩 긴장한 어깨가 부들부들 떨었다. 착, 하고 피부를 감는 소리와 함께 마른 등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날개뼈로부터 등뼈 중앙까지를 후려치는 뜨거운 아픔에 눈앞이 번쩍 튀었다.
“카악, 학, …!”
막내 도령은 쉬지 않고 몇 대를 이어 때리고, 다시 무자비하도록 몇 번이나 이어서 매질하는 방식으로 등줄기에 매 자국을 새겼다. 단 한 번의 타격으로 피부가 찢겨 피가 흐르는 곳도 있었으나 그는 봐주는 법 없이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둘렀다.
웅크린 등은 애처로웠다. 오로지 심미적인 목적으로 단련되었던 근육은, 이 집안에 들어오기 전의 절차로 사흘간 금식한 탓에 살이 내려 평소처럼 온전히 아름다운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여위면 여윈 대로 마음을 동하게 하는 데가 있다. 갈비뼈와 어깨뼈가, 등뼈의 마디마디가 비치는 마른 몸이 물먹은 회초리로 맞느라 움찔움찔 소스라치는 가련한 꼴은 매질하는 사람과 지켜보던 사람의 음심을 함께 돋웠다.
붉은 구슬을 옮기며 매를 헤아리던 고용인은 이곳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매질의 숫자를 세었다. 고용인의 목소리에 따르면 남은 매질은 쉰한 대에서 마흔 대로, 그리고 서른 대로 착실히 줄어들었다. 올린은 공처럼 둥글게 결박되고 덕테이프로 얼굴이 온통 구속된 상태로도, 단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견뎠다.
수영장 물이 거의 말랐던 몸이 도로 땀으로 흠뻑 젖었다. 눈물과 콧물이 덕테이프 아래로 온 얼굴이 척척하도록 적셨다. 그러나 불쾌감을 느끼기엔 고통이 지나쳤다. 맞는 곳의 통증만큼이나 지독한 것은, 머리가 녹아 없어질 것같이 격렬한 두통이었다. 호흡의 제한이 심했던 탓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매질이 멈췄다. 학대자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올린은 막내 도령이 숨을 몰아쉬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호흡도 가다듬으려 애썼다. 테이프 아래로 휘파람과도 닮은 새된 히익, 히익 소리가 반복되었다. 숨이 막힌 올린이 숨을 쉬어 보려 노력하느라 공기를 들이켜는 소리였다.
그는 막내 도령의 호흡이 거칠어진 까닭을 회초리를 휘두르느라 너무 힘을 쓴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매를 견디느라 안간힘을 쓰는 올린의 모습에 마음이 동한 터였다. 죄 없이 맞으면서도 저가 맞아야 할 매를 소리 없이 견디는 태도가 가련히 느껴져 버렸다.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애의 마음을 가진 막내 도령은 자신이 고문하던 것을 변덕스럽게도, 사랑스러이 여기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랑이라는 것이 건강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만큼, 표현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훼까닥 돌아 버린 것 같이 번질대는 눈이, 취기와 음심에 흔들리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셋째 도령은 어랍쇼, 하고 웃으며 동생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막내 도령은 회초리를 휘두를 때보다 한층 기운찬 몸짓으로, 가해의 도구를 수영장 물 위로 휙 던져 버렸다. 피 묻은 회초리가 날아가 수영장 물에 챠락 소리를 내며 떨어지더니 이미 물 위를 떠다니던 다른 회초리들과 더불어 유영을 시작했다.
이어 막내는 아직 음식이 차려져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서두르는 손길 끝에 나이프를 찾아들었다. 액받이를 향해 돌아가는 손에 칼이 쥐어진 게 흉흉했다. 셋째 도령은 아이고 맙소사, 하고 두 손에 얼굴을 묻고는 끼룩끼룩 웃어 댔다.
막내 도령은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이 감았던 덕테이프를 난폭하게 떼어 내기 시작했다. 흥분한 손이 서두르며 나이프를 휘둘렀으므로, 묶인 자의 피부에는 얕게 베인 작은 창상이 여럿 남았다.
“정환아, 그러다 손 벤다.”
액받이의 피부에서 방울방울 솟는 피를 알면서도 동생의 손을 걱정하는 셋째 도령의 목소리는 웃음기가 선명하여 그다지 진지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나이프에 긁히는 건 괜찮았다. 그러나 테이프가 피부에서 떨어져 나갈 때 올린은 피부가 같이 뜯기는 것 같은 느낌에 꿈틀거렸다. 껍질을 벗겨 준다는 말이 이 뜻이었을까, 아니면 저 나이프로 사과 깎듯 살이 깎여 나가며 학대당하려나, 올린은 생각했다.
칼이 손목의 테이프를 자르고, 허벅지와 무릎을 둘둘 감은 테이프를 찢었다. 그 아래 케이블타이도 당겨 끊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감은 덕테이프를 뜯어내는 과정은 몹시 힘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테이프에 얽히고 감긴 데다 눈꺼풀이나 입술처럼 얇은 살이 찢어질 것처럼 늘어났다. 막내 도령은 제가 한 짓임을 잊은 사람처럼 신경질을 내며 테이프를 떼다 말고 그대로 버려두었다. 올린은 온몸의 결박이 다 풀리자 힘 빠진 사지로 바닥을 짚어 몸을 가누려 애썼다.
팔다리는 풀리고 시야는 조금 더 넓어졌다. 그러나 입에 물린 딜도와 그 위의 테이프는 그대로였다. 그런 꼴로 올린은 팔과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갔다. 테이프가 우악스럽게 뜯겨나간 피부가 울긋불긋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다리가 학대자의 뜻에 따라 걸어 보려다 타일 바닥에 여러 번 부딪쳤다.
선베드에 내팽개쳐졌다. 허리가 잡혀 개처럼 엎드려졌다. 엉덩이가 높이 들리고, 항문이 벌어졌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꾸만 자세를 무너뜨리자 휙 뒤집혔다. 마르긴 했으나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올린의 몸을 손쉽게 다룬다. 등을 대고 눕도록 하는 손길이 거침없었다.
“으브븝….”
숨을 몰아쉴 뿐, 잠잠하던 올린이 딜도가 가득 찬 입으로 우는 소리를 냈다. 얻어맞은 등이 눌리는 바람에 아팠던 탓이었다. 막내 도령은 그 얼굴을 한 번, 세차게 후려갈겨 소리를 멎게 했다.
그 한 번의 손찌검에 코피가 울컥 터졌다. 테이프가 감긴 아래로 얻어맞는 것은 묵직한 아픔을 주었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딜도를 문 치아가 몇 개나 빠질 것 같은 충격이 찾아왔다. 사위가 뱅글뱅글 돌도록 심한 어지럼은 덤이었다.
막내 도령은 남자의 가쁜 숨을 쉬었다. 지퍼만 겨우 내린 채 잔뜩 성난 자지를 꺼냈다. 커다란 흉기가 퉁겨져 나오듯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그것이 무력하게 벌린 다리 사이를 성마르게 비벼 댔다.
그리고 마침내 거세게 침입하는 순간, 올린의 허리가 튀었다. 푸드득, 이렇게 매 맞고 함부로 다루어져도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는 듯한 신선한 움직임에 침입자의 얼굴에 달뜬 미소가 올랐다.
“크흑…!”
다리가 막내 도령의 어깨에 올려진 채였으므로, 올린은 거꾸로 들려 선베드에 어깨만 눌렸다. 깔린 것을 산산이 부술 기세의 추삽질이 시작되자 가느다란 목이 부러질 것같이 함부로 흔들렸다. 추욱 늘어졌던 양팔이 어떻게든 무게를 분산해 보고자 선베드 위를 정처 없이 헤맸다. 별 소용없는 움직임이었다.
구멍을 범하는 남자의 까슬까슬한 음모가 매 맞은 엉덩이를 억세게 쓸고 멀어졌다가 다시 짓문질렀다. 반복되는 자극에 잔뜩 벌어진 항문 입구가 뜨거운 자지를 물고 장액을 질질 흘렸다. 안쪽의 내벽은 꿈틀거리며 들어온 것을 반겼다.
아직 느끼는 지점을 찔러 주지도 않았는데 쾌감이 물결 같았다. 바들바들 떠는 늘씬한 다리를 막내 도령이 잡아 내려 자신의 허리에 단단히 감았다. 길쭉한 허벅지 안쪽 근육이 호랑이 같은 허리를 장단 맞춰 꾸욱 꾹 조이며 매달려 왔다.
퍽, 퍽, 치내리는 몸짓은 또 다른 형태의 매질이었다. 그러나 올린은 엉덩이나 등줄기를 후려치는 회초리와 다르게, 구멍을 쥐어 박고 치대고 후려갈겨 쫄깃한 밀가루 반죽처럼 빚어 내는 살 몽둥이는 무섭지만은 않았다.
쭈왑 쭈왑 남자의 좆을 빨아당기는 항문 안쪽에서 성미 급한 쾌감이 밀려왔다가 멀어지고 다시 밀려오기를 반복했다. 극심한 두통을 잊을 만한 즐거움이었다. 손으로 쑤셔지는 것이나 딜도로 후벼 파이는 것과는 달랐다. 단 한 톨도 같은 구석이 없었다.
그는 뜨거운, 따뜻한, 사람의 몸이 좋았다.
고난 끝에 안은 체온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왈칵 치밀 정도였다. 막내 도령이 봉긋하게 부푼 눈동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눈알을 빨아 낼 듯 쭉쭉 빨아 미지근한 눈물을 마셨다. 그래도 반짝거리는 눈은 막내 도령의 얼굴로부터 떠나지 않았다. 고통받는 주제에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눈을 하다니, 이번 액받이는 맛이 가도 단단히 간 것 같았다.
제정신 아닌 놈의 입술을 빨고 싶었다. 얼굴을 반쯤 감은 채 덜 떨어진 테이프를 마구잡이로 잡아당겨 기어코 떼어 내고야 말았다. 함부로 놀린 손짓에 연약한 얼굴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입술이 찢겨 피가 흘렀다. 억지로 눌려 있던 딜도가 툭 튀어나온 것을 잡아당겨 바닥에 던졌다. 피를 쭉쭉 빨며 입을 맞췄다. 차갑게 떠는 입술의 피 맛이 좋았다. 그는 입술을 문 채로 허리 짓을 하여, 소리 없는 올린의 입안에 작게 들고 나는
“응, 응, 응!”
하는 울림을 맛보았다. 억누르는 듯한 태도가 도리어 요사스럽게 느껴지는 교성이었다.
올린은 보드라운 혀를 받으며 위태롭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안쪽의 도독한 어떤 지점을 몇 번이고 짓이기는 방아질에 정신이 머리 위로 훅 날아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도,
‘싸, 싸면, 안, 돼,’
하는 경고가 머리를 울렸다. 아프고 괴로운 와중에 바짝 일어서 바르르 떠는 제 자지를 스스로의 손으로 막으려 머뭇대다가도, 다음 순간 기분 좋은 그 지점을 짓찧여 아무 생각 없는 지경으로 끌려가기를 반복했다. 이러다가 사정해 버리는 순간에는 둘째 도련님의 말처럼 되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쾌락을 좇느라 어쩔 바를 모르는 한심한 몸이었다.
그때 막내 도령의 손이 올린의 좆을 잡았다. 좆대가 빠듯이 서서 부르르 떠는 것이 귀여웠다. 그걸 막고 싶어 올라오다 구멍이 쑤셔지는 기쁨에 자지러져 몇 번이고 실패하고 마는 손이 우스웠다. 더러운 것을 흘리지 않도록 요도를 헤집다시피 꽉 막아 주는 손길이 아프고도 다정했다.
그 순간 올린은 마치 사랑받는 것 같은 기분에 취하고 말았다. 심지어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감미로운 오해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처음 맛본 약간의 다정에 허기지고 헤픈 마음이 허겁지겁 가랑이를 벌렸다.
올린은 순식간에 좋아하게 된 무서운 사람의 자지를 기쁘게 하고자 구멍을 힘껏 조였다. 열락 속에 몸이 격하게 벌렁거리다, 한순간 공중으로 크게 휘어 멈춘 채 부르르 떨었다. 자지를 수없이 삼켜 봤어도 이런 것은 느껴 보지 못했다. 드라이 오르가슴이었다.
“아, 아학! 도련,님!”
배 속 깊은 곳으로부터 순수한 기분이 마구 터져 나왔다. 올린은 머릿속을 울리는 말이 입술을 통해 뱉어지는 것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흔들리며 속삭였다.
“정말, 아앗, …정말이지, 으흥, 감사, 합! 하아….”
마음에도 구멍이 있다면 올린의 마음 구멍은 정말, 어떻게 해 볼 도리 없이 구제불능으로 헐렁거릴 것이 분명했다.
셋째 도령은 막냇동생과 액받이의 교합을 즐거이 관음하며 좆을 세웠다. 무력한 몸이 범해지는 꼴을 보는 것도 즐겁고, 동생과 더불어 범하는 즐거움도 모르지 않으나 그는 본래부터 물건에 삽입하여 끝을 보느니보다는 액받이를 상대로 즐긴 마무리로 진짜 사람과 섹스하는 걸 좋아했다.
핸드폰의 무수한 연락처 중 하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답신이 왔다. 짧은 대화로 오늘 밤의 약속을 잡았다. 같이 일한 적 있는 여배우다.
유명 배우가 잠자리를 원할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업계의 사람일 때도, 아닐 때도 있었다. 여자일 때도, 남자일 때도 있었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도 있었지만 단지 대화가 즐거울 만큼 영민하거나 성격이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사람이었다. 물건이 아니었다. 물론, 액받이의 구멍을 쓰는 일도 잦았지만, 한낱 물건을 통하여 얻는 쾌락은 그에게 있어 자위와도 같았다. 액받이는 오나홀과 다를 게 없다. 리얼하게 디자인된 물건에 대고 혼자 헐떡이는 셈이다. 그저 그런 재미를 본 뒤에 허한 기분이 오래도록 남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동생의 자지에 꿰뚫리는 저것이 아무리 예쁘고 가엾고 유순하고 의젓하더라도, 저것의 고통이 아무리 그와 그의 가문에 도움이 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바짝 엎드려 마음도 없고 뜻도 없이 구는 것보다는 사람이 좋았다. 맹한 눈을 한 착한 물건보다는 총명한 눈빛으로 영악한 짓을 해 대더라도 사람이, 사랑스럽다. 사람 아닌 것에는, 아무리 해도 정을 줄 수 없었다.
“감사하단다.”
셋째 도령이 웃으며 막냇동생을 놀렸다. 두 도령 모두, 알았다. 그것은 모든 종류의 자기 표현이 제한된 이가 자신의 학대자를 향해 바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형태의 사랑 고백이었다. 막내 도령은 그 놀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항문에 한 번, 얼굴에 한 번 사정했다.
예쁜 얼굴에 자지를 닦듯 마구 비벼 댄 막내 도령은 헐떡이는 몸에서 손을 뗐다. 늘씬한 팔다리가 좁은 선베드에 갈무리되지 못하고 함부로 늘어졌다. 그 모습을 눈으로 훑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막내 도령은 금세 말쑥한 차림으로 돌아왔다.
올린은 무아의 상태에서 제 입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발칙스럽도록 담담한 얼굴로 숨만 몰아쉬고 있을 리 없었다. 코피와 정액으로 범벅된 낯빛이 희고 멍했다. 속눈썹에 맺혔던 탁한 액체가 느리고 길게 떨어졌다. 정액을 질금거리는 엉덩이 사이는 매 맞은 것처럼 빨간 주제에 여태 움찔움찔 떨었다.
끝내 아무 재미도 보지 못한 액받이의 자지는 신나던 끄덕거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곧고 잘생기고 보드라운 것이 주제를 모르고 설쳐 대다가, 마침내 제 처지를 깨닫고 풀이 죽어 가는 꼴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가여웠다. 막내 도령은 어쩐지 마음이 연해져서는 욕설을 섞지 않고 물었다.
“일어날 수 있지?”
올린은 팔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려 하며 네, 도련님. 하고 대답했다.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다.
“그래. 그럼 계속하자. 가서 회초리 건져 와.”
그러나 명령의 내용은 연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막내 도령의 눈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회초리들을 가리켰다. 그중 하나라도 건져 내려면 물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괴로운 명령이었으나 몸을 일으키는 올린의 얼굴은 싱거울 정도로 침착했다. 변변치 못한 상황에 놓인 주제에 태연함을 가장하는 습관은 얄밉고도 괘씸했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고쳐 줘야 할 것 같았다.
올린은 얼굴을 팔로 한 번 쓱, 훔쳤다. 말라 가던 코피가 길게 옆으로 눌어붙었다. 발을 내딛자 다리 사이로 왈칵, 액체가 새는 감촉이 느껴졌다. 절뚝거리면서도 안에 담긴 것을 흘리지 않으려 힘을 줬다. 수영장의 한쪽, 계단식으로 물이 깊어지는 곳으로 향하는 걸음이 느리고 위태로웠다.
목, 손목, 발목에 결박된 흔적은 피가 비친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패들 자국이 거무스름하다. 등줄기의 회초리 자국은 마구잡이로 붉게 찢겼다. 상처투성이의 뒷모습을 여럿에게 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고통받은 몰골을 전시당하는 것에는 익숙했다. 견딜 수 있었다.
물에 발을 담그기 전에는 머뭇거렸다. 예전에 있던 곳의 관리자들은 몸에 상처입히지 않는 방식의 체벌로서 물고문을 자주 사용했다. 물은 죽음의 공포를 맛보이면서도 피부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효율적인 고문 도구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두려움은 마음 깊이 남았다.
몇 걸음 걸어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벌써 예전 일들이 떠올랐다. 숨이 가빴다. 금방이라도 머리채가 잡혀 물속에 처넣어질 것 같은, 그대로 짓밟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상에 사로잡혔다. 한 컵의 물로 고문당한 적도 많았지만 역시 거대한 욕조에 몸이 담겼던 고문이 더 큰 내상을 남긴 모양이었다. 그러나 명령은 명령이다. 굳은 다리를 간신히 움직였다.
그러나 야속한 회초리들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떠 있다. 허벅지까지 물에 잠기도록 들어가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짜내야 했다. 좀 더 자신을 채찍질했지만 소용없었다. 허리 언저리까지 물이 닿는 곳까지, 그리고 겨우 가슴팍에 차오를 때까지, 그것도 아주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한계였다. 두어 걸음만 더 가면 회초리를 손에 넣을 수 있건만 그는 차마 더 발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슴까지 물에 잠긴 채 한참이나 팔을 허우적대며 회초리를 잡으려 애썼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을 제 쪽으로 떠내려오게 하려 참방참방 물을 젓기도 했다. 약 올리듯 유영하던 회초리는 오히려 좀 더 먼 곳으로 떠내려갔다. 올린은 겁을 먹고 젖은 눈가를 문질렀다. 도령들이 앉은 곳을 흘끔거렸다.
“물놀이 잘하네, 우리 아가.”
셋째 도령이 핸드폰을 만지며 무심히 중얼거렸다. 막내 도령이 보지도 않고 푸흐흐 웃었다.
부질없는 노력 중에 발을 헛디뎌 물속에서 넘어졌다. 고작 가슴에 미칠까 말까 하는 깊이에서 허우적대며 실컷 물을 먹은 올린은 기겁을 하고 얕은 곳으로 도망 나왔다. 혼자 꼴사나운 쇼를 하며 기다시피 물가에 닿은 채 헐떡이는 몸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회초리를 건지지도 못하고 나온다고 혼이 날까 봐 눈치를 보았지만 쫄깃한 항문에 매우 만족한 막내 도령은 보고도 그냥 두었다. 셋째 도령은 핸드폰에 열심히 텍스트를 입력하느라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얼른 다른 회초리들이 있는 곳을 눈으로 찾아 수영장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물에서 나오니 더 심한 오한이 들어 덜덜 떨면서였다.
물가에 무릎을 대고 엎드렸다. 하필이면 도령들이 앉은 자리 쪽으로 엉덩이가 치켜 들렸다. 다시 물에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손끝에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넘실대는 회초리를 건지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매 맞은 엉덩이를 공중에 흔들어 대며 팔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도령들이 비웃었다. 뻐끔대던 항문이 추위에 잔뜩 오그라든 꼴이, 방금 자지로 몇 번 쑤셔진 거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야살스러웠다.
당연한 수순으로 항문을 얻어맞았다. 셋째 도령의 지시로, 고용인 중 하나가 채찍을 들었다.
“이건, 일흔일곱 대에 포함하지 마.”
드러눕다시피 한 막내 도령이 나른하게 말했다. 오늘 때릴 일흔일곱 번의 매질은 모두 자신의 차지라는 뜻이었다. 붉은 구슬을 옮기려던 또 다른 고용인은 조용히 은수저를 내려놓았다.
항문을 내리치는 여러 갈래의 채찍을 버티며, 입술을 꼭 다물고 올린은 울었다. 채찍은 항문과 회음부와 그 아래 동그란 불알까지를 한 번에 할퀴듯 무겁게 때리고 멀어졌다가, 쉴 틈을 주지 않고 다시 내리쳐졌다. 추위에 오그라든 동그란 불알이 얻어맞아 대롱거릴 때마다 울음소리가 조금씩 높게 튀었다.
마구 범해져서 벌어졌다가 추위에 꾸욱 다물린 항문의 색이 점점 더 붉어졌다. 속살을 숨기려 잔뜩 오므라들었던 주제에, 해롭고도 날카로운 쾌락을 견디지 못하고 활짝 열려 버리는 움직임이 음탕하기 짝이 없다. 엉덩이가 리드미컬하게 씰룩이는 모습은 항문에 대한 학대를 갈구했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볼기의 시커먼 멍 사이로 달아오른 항문이 진홍색 꽃처럼 피어났다.
흐윽, 크흑, 하는 신음을 목 안으로 끙끙대며 수영장 모서리를 잡고 앞으로 밀려나지 않으려 버티는 몸은, 볼기에 채찍 갈래가 부딪치면 팔에 힘을 잃고 퍼특 넘어지려다 다시 제 자리를 찾아오곤 했다. 그 몸을 굴복시키려 채찍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엉덩이가 좌우로, 위아래로 마구 내돌려졌다. 천박하고 야한 춤을 추는 듯도 보이는 움직임은 매질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견뎌 보려는 몸짓이었다.
무게를 실은 채찍질에 조금씩 밀려나던 몸은, 상체를 물 쪽으로 쑥 뺀 째 견디다가 마침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머리부터 거꾸로 물에 떨어진 올린은 그대로 꼬르륵 가라앉았다. 찬 것이 몸속으로 마구 밀려들어 오는 따가운 감각과, 수중의 벽을 통해 귀를 때리는 일그러진 말소리가 어두운 물속에서 괴물처럼 다가와 올린의 마음을 삼켰다.
도령들은 그것을 기다렸으면서도 퍽 재미있지는 않다는 듯 무료한 대화를 나누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서야 고용인으로 하여금 머리채를 잡아 건져 오도록 허락했다. 동정받지 못하는 극심한 공포는 잊었던 서러움을 일깨웠다. 찬 바닥에 엎드려 물과 함께 서러움을 토했다. 그러고 나면 똑바로 무릎 꿇으라는 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유희가 끝난 후에는 다시 막내 도령이 회초리를 들었다. 이제는 훌쩍일 기운조차 없는 올린이 고용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회초리를 건졌다. 떨리는 회초리를 건네받은 막내 도령이
“착하다.”
칭찬하고 매 맞을 자세를 지시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자세였다. 마른 등에 다시 매질이 이어졌다.
회초리는 물을 흠뻑 먹어 더 무겁고 잘 휘었다. 탄력 있는 회초리가 채찍처럼 몸을 감으며 피부를 찢어 놓는 동안 올린은 고통과 추위를 상대로 외롭게 싸웠다. 젖은 몸에서 눈물과 피가 물에 섞여 뚝뚝 흐를 정도로 고된 싸움이었다.
등을 더 매질할 수 없을 만큼 자국이 빼곡해진 관계로, 마지막 일곱 번의 매는 무릎 꿇은 허벅지 위를 맞았다. 양쪽 유두가 클립으로 집힌 채였다. 그것도 큰 관용이 베풀어진 결과였다.
셋째 도령은 허벅지 대신 젖을 때리고 싶어 했지만, 올린이 덜덜 떨며
“저, 젖 말고, 제, 제발, 젖… 말고요…”
하고 귀엽게도 싹싹 비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남은 매를 젖에 맞을래, 아니면 젖에 집게만 물려 줄 테니 허벅지를 맞을래, 하는 질문은 심술궂기 이를 데 없었다.
올린은 정말이지 유두를 더 맞을 자신은 없었다. 이미 한쪽 젖꼭지가 덜렁거리는 게, 조금만 더 학대당하면 똑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게다가 젖꼭지를 맞으면 아래가 너무 가려워진다. 질척거리도록 젖은 구멍이 또다시 벌름거리는 꼴을 들킬까 봐 두려웠다.
선택의 기로에서 집게를 선택한 올린을 향해 셋째 도령은,
“우리 아가는 바보네.”
하고 어리석음을 놀렸다. 유두 클립이 크게 벌어졌다가 악어처럼 꽉 다물리며 가슴살을 눌러 잡았다. 푸른 멍이 들었던 왼쪽만큼이나 오른쪽의 아픔도 심했지만, 올린은 젖을 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지 않은 죄로 집게를 덜렁거리며 바닥에 엎드려 절해야 했다.
일흔일곱 번의 매질이 끝났다. 유독 모질었던 마지막 매질을 견딘 올린은 무릎 꿇은 그대로 조금씩 상체를 숙여 양팔로 바닥을 짚었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써 취한 자세였으므로 도령들도 나무라지는 않았다. 흔들리는 몸 옆으로 회초리가 툭 던져졌다. 올린은 흐린 시선으로 자신의 피가 묻은 회초리를 보면서 한동안 조용히 흐느꼈다.
셋째 도령이 개처럼 떠는 올린의 몸에 바스 타월을 던져 덮었다. 그는 짐짓 친절한 척 목소리를 꾸며서는,
“아가, 많이 춥니? 아니면, 존나 춥니?”
하고 물었다.
올린은 아까 응접실에서의 호된 가르침으로 바른대로 고해도, 거짓을 고해도 매를 맞게 된다는 것을 배운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한 치의 반항심도 없이, 단지 많이 라는 낱말과 존나 라는 낱말의 차이를 열심히 고민하다가 답했다. 바닥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였다.
“조, 존나, 춥습니다.”
두 도령이 동시에 와르르 웃었다. 잘생긴 남자들이 웃는 소리가 상쾌했다. 귀여운 대답을 내놓은 액받이를 더 이상 학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모양인지, 그들은 고용인을 불렀다. 그리고 휴식과 치료를 위해 별채로 데리고 가도록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