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첫 매
셋째 도령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 막내는 올린이 바라보는 앞에서 로프를 움직여 올무 형태를 만들었다. 그 손길이 젓가락질하는 것만큼이나 여상하고 수월하여 올린은 저도 모르게 그 손의 움직임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심사를 거슬렀는지 막내 도령은 만든 올무를 던져 올린의 목에 걸기 전에 올무의 둥근 끝으로 올린의 뺨을 한 대 퍽, 때려 주었다. 까슬까슬하고도 무거운 것으로 얻어맞은 하얀 볼에 붉은 자국이 생긴 채 올무를 목에 걸면서 올린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야. 헐렁 보지.”
막내 도령은 자비롭게도, 올무 끝을 잡아당겨 올린을 나뒹굴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테이블을 돌아 올린의 앞까지 와서 허리를 숙였다. 쇄골 위로 늘어진 줄을 가늠하며 올린을 부르는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화난 기색 없이 덤덤했다. 올린은 아직 눈물이 그치지 않은 눈으로 유순하게 막내 도령을 올려다보았다. 겁먹은 얼굴이 봐 줄 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내 도령은 이것에 대해 품은 미운 마음을 거둬 줄 생각이 없었다.
“너 첫날 첫 매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
막내 도령이 물었다. 올린은 고개를 저으려다, 대답하지 못해 흠씬 얻어맞았던 것을 상기하고 얼른 입을 열었다.
“모, 모, 몰라요.”
막내 도령은 로프를 장난치듯 가볍게 흔들어 조이며 설명해 주었다. 넥타이 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듯 아무렇지 않은 태도였다.
“일흔일곱 번, 네 몸을 때려서 밖에서 묻은 때를 터는 거야. 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액받이가 되어, 이 가문에 봉사할 수 있도록. 맞는 동안 울어도 괜찮아, 조금은 소리를 내도 돼. 심지어 토하는 것도 괜찮아, 다시 핥아서 삼키면 되니까. 하지만 비명을 지르거나 매를 피하려 들면 안 돼. 그건 재수 없는 짓이야, 부정 탄댔어.”
올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을 삼키느라 예, 하는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
“너는 더러운 중고니까, 특별히 고용인 시키지 않고 내가 직접 때릴 거야. 존나 껍질을 벗겨 주면 조금은 깨끗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막내 도령의 말에 셋째 도령이 웃고 둘째 도령은 흘끗, 눈썹을 치켜들며 이쪽을 한 번 돌아보았다. 올린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협박을 뒤늦게 알아듣고 더듬더듬 시선을 내렸다. 공포와 체념이 섞인 눈빛이 곧 쓰러질 사람처럼 혼미했다.
“이렇게 상세히 알려 주면 말이야, 중고야, 감사하다고 대답하는 게 예의야.”
“…가, 가, 감사,”
“시끄러워. 더듬을 거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마.”
덤덤한 목소리로 꾸중한 막내 도령이 목에 걸린 올무를 잡아 올린을 일으켜 세웠다. 응접실의 가운데, 가구가 놓여 있지 않은 공간으로 끌려가는 올린의 눈 안에 아까 보았던 검은 케이스 안이 다시 보였다. 케인, 채찍, 패들. 학대를 위한 도구들이 크기별로 깨끗하게 정렬된 모습이 기괴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무릎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막내 도령은 그가 쓰러질 줄 알고 올무를 단단히 잡았는데, 올린은 발목 접질린 사람처럼 한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을 뿐 넘어지지는 않았다.
저택 곳곳에는 손쉽게 액받이를 매달거나 묶어 놓을 수 있도록 고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체벌과 교육을 위한 별채가 따로 마련되어 있긴 하였으나 액받이의 몸은 항시 사용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액받이가 로프나 수갑 따위로 아프고 힘든 자세로 묶여 있어도, 이 댁의 고용인들은 무심히 지나쳤다. 마치 원래 거기에 있던 가구처럼 대하고 그 이상의 관심을 두는 법이 없었다. 도령들의 명령으로 고용인들이 액받이를 결박하거나 매질하는 때도 잦았으므로 관심 가질 만한 일도 아니었다.
막내 도령은 목에 걸린 올무의 한쪽 줄을 뒤로 돌려, 올린의 팔과 목을 연결했다. 그리고는 반대쪽 줄을 천장을 가로지르는 대들보 같은 형태의 구조물에 걸었다. 똑바로 서면 고개가 살짝 위로 당겨질 정도였으므로, 목에 걸린 올무가 헐거움에도 호흡에 약간의 제한이 있었다.
양다리가 벌어졌다. 어깨너비로 벌렸던 양발을 막내 도령의 발이 툭, 툭 쳐서 두 배로 넓게 벌렸다. 양 발목에 각각 밧줄이 감기기 전에 발가벗은 몸에 남아 있던 양말이 벗겨졌다. 막내 도령이 얼핏 보기에는 살가운 몸짓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보드라운 발바닥을 드러내고, 동그랗게 웅크린 발가락 끝을 조로로 쓸어 보는 동안 올린은 목에 걸린 올무에 적응하느라 할딱거렸다.
발목을 단단히 묶은 줄 끝은 바닥의 고리에 고정되어 다리의 움직임이 한정되었다. 다리를 모으고 섰을 때는 목의 올무가 심한 고통을 주지 않았지만, 다리가 활짝 벌어진 채 묶이자 목이 바투 당겨져 얕은 숨만 간신히 쉴 수 있었다. 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가 허전하고 무력했다.
올린은 어떻게든 숨을 제대로 쉬어 보려고 노력하며 눈을 굴렸다. 하지만 마치 물에 빠진 채 숨을 쉬려고 하는 듯 폐는 공기를 제대로 들이마시지 못하고, 겨우겨우 어떻게 산소가 들어오면 그것은 지독한 어지럼을 남기고 곧 빠져나가 버렸다. 그는 가쁜 제 숨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올린을 데리고 온 집사는 자리를 비웠다. 정장 차림의 고용인들이 음료를 나르고 필요한 도구들을 대령하느라 무심히 오갔다. 둘째 도령은 소파 중 하나에 앉은 채 회사 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셋째 도령은 테이블 위에 차려진 과일을 씹고 있었다.
고용인 하나가 올린이 잘 볼 수 있는 곳의 좁은 탁자에 두 개의 커다란 유리그릇을 나란히 두었다. 그중 하나에는 일흔일곱 개의 붉은 구슬이 들어 있었고, 다른 쪽은 비어 있었다. 올린이 맞을 한 대의 매질마다 구슬이 한 알 한 알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갈 것이다. 고용인은 구슬을 옮길 은수저를 유리그릇 옆에 둔 채 매질의 시작을 기다렸다.
올린의 결박을 마무리한 막내 도령은 가까이에 선 채 물었다.
“중고 보지야, 아프니?”
올린은 눈물 맺힌 눈인 채 헐떡이며, 제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막내 도령을 올려다보았다.
양팔은 등 뒤로 돌려져 겹쳐진 채 묶였다. 그러느라 어깨가 지나치게 뒤로 당겨져서 가슴뼈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왔다. 목에는 올무처럼 밧줄이 걸려 조여졌다. 두 다리는 가랑이가 찢어질 듯 심하게 벌어져 있었다. 발목을 고정한 밧줄은 안팎의 복숭아뼈 위로 연약한 푸른 핏줄이 불거지도록 무자비했다.
물론, 아팠다. 목이 아프고 손이 아프고, 당겨진 가슴도, 사타구니도, 발목도 아팠다. 그러나 올린은 목이 조여져 갑갑한 목소리로도,
“아, 아니요.”
하고 속삭였다. 막내 도령이 피식 웃더니 손바닥을 펴서 다리 사이를 올려 쳤다. 처얼썩, 무서운 소리가 났다.
“아흐흐윽-.”
올린은 작지만 길게 울부짖었다. 무릎이 반사적으로 모이려다 결박에 빳빳하게 당겨졌다. 어깨를 마구 뒤틀자 팔과 목의 결박이 더욱 조여들었다. 막내 도령은 가르쳤다.
“아프면 아프다고 대답해야지. 어디서 거짓말이야.”
죄송하다고 빌듯이 대답하는 목소리가 가련했다. 처얼썩, 그러나 막내 도령은 다시 한번 가랑이를 후려쳤다.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항문과 고환을 한꺼번에 때렸다.
“흐으읍!”
겨우 두 번 맞았을 뿐인데 사타구니가 벌겋게 물들었다. 막내 도령이 다시 물었다.
“어때, 지금은 좀 아파?”
“…흐으, 아파, 아파요.”
대답하는 것조차 목이 졸려 힘들었지만, 거짓을 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내 도령은 조금 전에 올린이 거짓을 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리 사이를 올려 쳤다. 이번의 매질은 한층 더 과격했다.
처얼썩, 처얼썩, 처얼썩.
“아흐으! 흐그윽! 크흐읍!”
맞은 부위가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구멍이 빠른 개폐를 반복하다, 울컥 장액을 뱉었다. 고환이 터진 것처럼 얼얼해서 허리를 배배 꼬며 아픔을 참으려 애썼다. 둘째 도령이 통화 중에 이쪽을 흘끗 쳐다봤다. 그것을 의식했는지 막내 도령은 더 이상의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잘해도 매 맞고, 못 해도 매 맞는 거야. 중고야, 넌 그렇게 쓰이는 물건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하고 잔인한 말을 부드러운 말투로 했을 뿐이었다.
“대답 안 하니?”
그가 재촉했다. 올린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네에….”
하고 흐느끼며 속삭였다. 순한 개처럼 축 처진 눈꼬리에서 눈물이 도르르 굴러떨어졌다. 막내 도령은 그 눈물방울을 지켜보며 형들에게 물었다.
“제가 매 골라도 되죠?”
장남이 없으므로 이 자리에서 결정권자는 둘째였다. 그는 무심하게 그러라고 했다.
케이스 안을 신중히 살피다 고른 매는 기다랗고 위협적인 나무 패들이었다. 그는 그것을 두 손으로 잡아 올린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식하며 아래에서 위로, 야구 배트처럼 휘둘러 보였다. 올린은 초점 흐린 눈으로 움칠움칠 떨었다.
큼지막하고 두꺼운 패들에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구멍이 송송 나 있었다. 짙은 나무색의 손잡이에는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천 따위가 둘둘 감겨 있었다. 깨끗하게 관리된 상태였지만, 꽤 자주 사용된 것처럼 천의 모양이 잘 잡혀 있었다.
막내 도령은 올린의 뒤쪽에 섰다. 똑바로 선 자세로 결박된 올린의 허리를 한쪽 팔로 안아 뒤로 당겼다. 목이 콰득 졸려지며, 맞기 좋도록 엉덩이를 뒤로 쑥 뺀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올린이 숨을 삼키며 매 맞을 준비를 하려는 순간, 첫 번째의, 그리고 두 번째의 매가 연이어 떨어졌다.
“……! …크, 흣!”
엉덩이를 때리는 패들은 퍽, 이 아니라 뻐억, 하는 소리를 냈다. 막내 도령은 두 다리를 단단히 버틴 채 올린이 아픔을 견딜 틈을 주지 않고 연이어 매질했다. 건장한 체격의 막내 도령이 두 손으로 패들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내리친 매였다.
고용인은 표정 없는 얼굴로 구슬을 옮겼다. 붉은 구슬이 하나, 둘, 셋… 은수저를 통해 빈 유리잔으로 옮아가는 소리가 딸그랑 딸랑 맑게 울렸다. 막내 도령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
“몇 대야.”
구슬을 옮기던 고용인이 즉시 대답했다.
“다섯 대 치셨고 일흔두 대 남았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막내 도령은 다시 패들을 휘둘러 세 번의 매를 더 내렸다. 뻐억, 뻐억, 뻐억. 큰 파열음이 울리고 맞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역시 패들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은 채였다. 고용인이 다시 말했다.
“여덟 대 치셨고 예순아홉 대 남았습니다.”
올린은 첫 매에 입을 따악 벌리며 숨을 참았다가, 두 번째의 매질에는 저도 모르게 숨을 뱉었다. 그리고 세 번째부터는 자신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울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말을 하지 않는 훈련을 받아 온 덕에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그러나 꾹 악문 잇새로 새는 소리는 갈무리하지 못했다. 크윽, 그극, 하고 끓는 듯한 울음소리가 끊길 듯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빠르게 내리쳐지는 매를 맞으며 우느라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둘째, 셋째 도령과 고용인들이 바라보았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눈물과 침이 함께 터져 나왔다.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은 마구 헝클어져 이마와 목덜미에 아무렇게나 달라붙었다.
“크흡, 흐…으읏! 아흡, 크윽….”
아픔을 참느라 온몸의 마른 근육이 바짝 조여지고 몸은 바들바들 떨었다. 고개가 번쩍 들렸다가 호흡 곤란에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뻐억, 뻐억, 엉덩이를 터뜨릴 것 같은 거센 소리가 몇 번 더 이어졌다. 빠른 속도로 엉덩이를 내리치던 매질이 잠시 그칠 때마다 고용인의 건조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열세 대 치셨고 예순넉 대 남았습니다.”
“열일곱 대 치셨고 예순 대 남았습니다.”
“스물두 대 치셨고 쉰다섯 대 남았습니다.”
고통은 엉덩이로부터 하반신으로, 그리고 배 속으로 서서히 번져 갔다. 머리가 뜨겁게 끓어 생각이 증발한 가운데 강렬한 아픔만이 침묵하는 몸을 때리듯 점령했다. 발목이 묶여 있음에도 앞으로 넘어질 듯 무릎이 굽어지고 다리가 휘청휘청했다. 그 바람에 발목이 밧줄에 조여지고 쓸려 벌써 오른쪽 발목의 피부는 보기 끔찍할 지경으로 벗겨졌다.
막내 도령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잠시 패들을 내려놓고 이마의 땀을 닦은 뒤 손목을 주물렀다. 끔찍한 폭력이 올린을 향해 떨어지던 중에도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통화하던 둘째 도령이 핸드폰을 든 채로 다가왔다. 한 손으로 쓸어 보며 매 맞은 곳을 살피더니, 허리를 가볍게 잡아 뒤로 당겨 주어 자세를 교정했다.
올린은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떨면서도 순종했다. 최대한 엉덩이를 내밀려고 애쓰느라 뒤로 구속된 양팔과 목이 조여졌지만, 꾀를 부리려 들지도 않았다.
이어 눈물 범벅인 얼굴을 관찰하기 위해, 둘째 도령은 올린의 턱을 잡아 올렸다. 온순한 눈이 둘째 도령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쳤다. 공포와 고통에 젖은 눈은 색이 퍽 엷어 홍채의 모양새가 선명히 보였다. 뜨거운 아픔에 오그라든 꽃 같았다. 속눈썹이 길고 빽빽한 데다 눈두덩이 깊어 실내조명 아래에서도 눈가에 그늘이 졌다.
콧날은 짧은 편이었다. 팔다리가 길고 훤칠한 체형임에도 어쩐지 어린애 같은 인상인 것은 작고 짧은 편인 콧날 때문인 것 같았다. 둘째 도령은 그 코 아래의 입술이 도톰하고 동그랗고 붉은 것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스러운 것을 괴롭히는 못된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입술을 깨물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괴로운 매를 맞는 올린에 대한 동정으로 그러한 음심을 참았다. 대신 빨간 입술을 손가락으로 한 번 꾸욱 눌렀을 뿐이었다.
점검을 끝낸 둘째 도령이 계속하라는 듯 막내 도령에게 눈짓하고 멀어지며 핸드폰을 도로 귀에 댔다. 막내 도령이 다시 패들을 쥐었다. 올린은 뜨거운 엉덩이에 다시 와 닿는 패들의 느낌에 무릎을 와들와들 떨며 목 안으로 끙끙 울고 진저리를 쳤다. 그러다가도 막내 도령이 엄한 목소리로,
“자세.”
한마디를 하자 떠는 중에도 엉덩이를 뒤로 주춤주춤 내밀었다. 그 가여운 꼴은 어쩐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간질거리게 하는 데가 있어 도령 셋이 동시에 와르르 웃었다.
매질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두 손이 아니라 한 손으로 쥔 탓에 이전처럼 살이 터지는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쌓인 고통 위에 더해지는 통증은 견디기 쉽지 않았다. 퍽, 하고 떨어진 매는 엉덩이 바로 아래를 연이어 강타해 선명한 매 자국을 여러 개 그었다.
“스물여섯 대 치셨고 쉰한 대 남았습니다.”
이제 올린은 온 다리를 주체할 수 없이 떨고 있었다. 와들와들 눈에 띄도록 떨리는 다리를 보고 갓 태어난 새끼 사슴에 비유하며 막내 도령이 비웃었다. 그러나 올린은 비명을 참고 고통을 견뎌 내느라 수치를 느끼지도 못했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던 장액이 끈적하게 다리 사이로 늘어졌다. 막내의 화풀이를 구경하며 별 감흥이 없는 듯 과일을 씹던 셋째 도령이 그걸 발견하고는 그제야 와, 하고 감탄했다.
“쟤 봐. 와, 쟤 물 존나 흘리는 거 봐.”
셋째 도령이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항문을 만지고는, 그 입구가 미끈거릴 정도로 젖은 것을 확인했다. 손가락 두 개가 무리 없이 쑤욱 들어가자 함부로 안을 휘저었다. 휘저어지는 몸은 반사적으로 바르르 뒤틀렸지만, 그것뿐이었다.
“제법 쫄깃쫄깃해. 손가락 넣어 봐.”
셋째 도령이 손가락을 빼지 않은 채 동생에게 권했다.
막내 도령은 올린을 사이에 두고 셋째 도령을 마주 본 채, 오른손에 들었던 패들을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과격한 매를 치느라 뻐근한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형의 손가락이 이미 들어있는 구멍에 제 손가락 두 개를 더 삽입했다. 올린은 흐윽, 하고 순간 피하고 싶어 하는 듯이 발뒤꿈치를 살짝 들었지만 젖은 구멍은 저항 없이 두 남자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습한 속살이 안에서 손가락이 비비는 대로 움찔거리며 잔뜩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두 남자의 손가락 움직임이 거칠어짐에 따라 올린의 무릎이 마치 아래를 보호하고 싶은 듯 모여들었다가 다시 벌벌 떨며 열리기를 반복했다.
“감 괜찮지.”
셋째 도령이 올린의 어깨 너머로 동생을 향해 중얼거리자,
“나쁘진 않지만.”
하고 막내가 응수했다. 그러는 사이에 손가락 사이로 장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낀 셋째 도령이 손을 빼고 묻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올린의 동그랗고 작은 머리통을 마구 쓰다듬으며 웃었다.
“미친. 질질 싸는 것 좀 봐. 매 맞으면서 이렇게나 구멍을 적시고, 하는 짓이 너무 귀엽잖아.”
그 바람에 목이 조여져 컥, 컥, 하고 숨 막혀 하는 올린의 고통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막내 도령은 자신이 터뜨려 놓은 볼기를 함부로 쥐어 벌린 채 별말 없이 쑤걱쑤걱 항문을 쑤셨다.
손가락으로 휘젓는 감촉이 남달랐다. 끈적하면서도 탄력 있게 손가락을 감는 내벽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았다. 막내 도령은 비슷한 감촉으로 세발낙지 따위의 음식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그것을 이 항문에 쑤셔 넣는 상상으로 이어졌다. 상상만으로 가슴이 뻐근하게 뛰었다.
음심이 치솟자 조금 초조해져서, 막내 도령은 손가락을 두 개에서 네 개로 늘렸다. 촉촉하고 미끈한 몸은 그마저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그는 손가락을 흔들고 앞뒤로 왕복하며 더운 숨을 몰아쉬었다. 힘껏 매질한 여파인지 성적 흥분감 때문인지 구분되지 않는 거친 호흡이었다.
“이 씹년, 야, 야, 이 개 같은, 년아.”
그는 손바닥 넓은 곳의, 엄지손가락으로 갈라지는 부분까지를 쑤셔 넣고,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한 번씩 콱콱 찔러 넣으며 올린을 불렀다. 그러나 올린은 짓쳐 오르는 거친 손에도 허억, 허억, 하고 바람 새는 소리만 낼 뿐 대답이 없었다.
“너 여기, 뭐 넣어 봤어. 너 여기 주먹 넣어 봤지. 또 뭐 넣어 봤어.”
올린은 답이 없다. 그는 아직도, 매의 고통을 견디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뜨거운 엉덩이에서 고통이 맴돌듯 뱅뱅 돌았다. 그 속도가 느려지기는커녕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았다. 어차피 대답을 기대했던 것이 아닌 막내 도령은 형을 향해 심드렁함을 꾸몄다.
“중고치곤 쓸 만한가.”
“솔직히 괜찮은 정도 아니잖아. 좆 넣으면 꽉꽉 물겠는데 뭐. 물 많아서 쓰기도 쉽고.”
“촉촉한 체질이긴 하네.”
막내 도령은 짧게 대답하며 구멍 안의 손가락을 쫙 펴 벌렸다. 안이 빠듯하게 벌어지자 올린이 입을 딱 벌리고 울었다.
“으응… 크흣….”
그러나 그가 우는 까닭은 모욕적인 대화 때문도, 아무렇게나 항문을 쑤시는 네 개의 손가락 때문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물화하여 평가당하는 건 올린이 평생을 겪어 온 일이다. 이제 와 뒤늦게 모욕감을 괴로워할 리 없다. 손가락으로 쑤셔지는 항문도, 원래 그렇게 쓰이도록 만들어진 기관이라고 늘 교육받았으므로 괴롭게 벌어지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올린이 이전에 있던 곳에서 자주 당하지 않았던 꼴은, 엉덩이의 살이 다 터지도록 때리는 심한 매질이었다. 아프게 맞은 곳을 꽉 쥐어 잡는 모진 처사였다.
하얗던 볼기 두 짝은 이미 검은 멍이 들었다. 패들이 가장 세차게 때렸던 볼기 정 중앙은 살이 검게 변하다 못해 찢기고 해져 피가 배어 나왔다. 볼기 바깥쪽으로 갈수록 멍의 색은 검은색보다 짙은 보랏빛에 가까워졌다. 볼기는 항문을 쑤시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푸들푸들 떨었다. 푸딩같이 부드럽고 탄력 있는 움직임이었다. 맞은 곳에 피가 고여 평소보다 무거워지니 볼깃살이 떨리는 움직임이 한층 요란했다. 허벅지는 도톰하게 부어올랐다. 매질의 흔적이 선명하도록 울퉁불퉁하게 상한 피부 위를 막내 도령이 왼손의 패들 끝으로 긁어 댔다. 그럴 때마다 흐으, 흐으, 하고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가련했지만, 막내 도령은 거리낌이 없었다.
구멍을 쑤시던 손등 위로 장액이 주르르 흘렀다. 무색무취의 맑고 끈적한 액체였다. 막내 도령은 오른손을 느긋하게 빼고 고용인이 접시 위에 날라 온 더운 물수건을 들어 닦았다. 손 닦는 데 썼던 물수건으로 엉덩이의 피를 대강 훔치며 비웃는 말투가 신랄했다.
“좆 받고 싶어서 우는구만.”
셋째 도령도 말했다.
“야단났네 아주. 우리 아가, 하는 짓이 너무 예뻐서 도련님이 조금 더 쑤셔 주려고 하는데, 그럼 구멍 더 적실 수 있겠어?”
셋째 도령이 물었으나 올린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지 못한 벌로 막내 도령이 쥐고만 있던 볼기를 꽉 쥐어 짜며 비틀었다. 퉁퉁 붓고 피가 맺긴 엉덩이가 뜯겨 나가는 듯한 통증에 올린은 눈을 번쩍 뜨고
“크흐읍!”
하고 울었다. 막내 도령은 볼기를 쥔 손에 조금씩 힘을 더하며 말했다.
“대답 똑바로 안 해?”
“하으, 흐으응, 크흑….”
막내 도령이 볼기를 잡아 뜯을 듯 난폭하게 구는 동안, 셋째 도령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우는 아름다운 얼굴을 즐겁게 감상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
“아가야, 쑤셔 주면 물 더 나오느냐고 물었어.”
무섭고 가혹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올린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네, 흐윽, 네에….”
“아가야 똑바로 대답해야지.”
“네, 흐으…쑤, 쑤셔 주시면, 으흑, 구멍에, 구, 구멍에… 흐흑.”
어물거리는 말투에 막내 도령의 매서운 손이 볼기짝을 때렸다. 엄한 목소리로 야단치면서였다.
“보지! 보지에.”
셋째 도령이 피식 웃었다. 남자의 몸인 액받이에게 여성기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건 이 집에서 막내뿐이었다. 유치한 집착이 귀여웠다.
철썩, 하는 야물찬 소리가 울리고 올린은 흐으으으, 하고 신음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학대는 일흔일곱 번의 매질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구슬이 더 옮겨지지는 않았다.
머리끝까지 소름 끼치는 아픔에 날카로이 숨을 들이쉰 올린이 다시 말했다.
“보지에, 쑤, 쑤셔 주, 흐으 세요….”
“잘할 수 있어? 더 질질 쌀 수 있냐고.”
“네에….”
“싸겠다고 말해. 네 입으로.”
“싸, 요, 쌀게요….”
쑤셔 주겠다는 말에서 올린은 셋째 도령이 직접 성기를 삽입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액받이로 들어오는 물건들의 몸을 가지고 노는 것은 즐겨 하나, 자신의 생좆을 넣는 것은 과히 즐기지 않고 도리어 꺼림칙하게 여기는 편이었다. 이, 사람 모양의 고기능 자위 기구를 쑤셔서 질질 싸게 하고 때려서 펄떡거리게 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교감할 수 없는 도구를 상대로 자지를 휘두르고 나면 어딘지 허탈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용인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잠시 올린을 내버려 두었다. 쉬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올린은 고통에 떨며 우느라 기력을 차리지 못했다. 막내 도령은 패들을 든 채로 소파로 다가가 색이 고운 잔을 들었다. 빨대를 쭉쭉 빨아 매질하느라 고단했던 목을 축이며 둘째 도령에게 물었다.
“형, 많이 바빠요? 쟤 하는 거 좀 봐, 되게 웃겨… 일만 하지 말고.”
둘째 도령은 심드렁한 태도로 어…하더니 양손 엄지로 핸드폰에 뭔가를 입력하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형이야 뭐…그렇지. 그런데 형님도 오늘 못 오잖아. 나까지 없으면 너희 둘이 장난 너무 심하게 칠 것 같아서 무리해서 들어온 거야.”
그리고는 핸드폰을 조금 더 만지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그런데 정환아, 완구 그렇게 된 게 저 물건 탓은 아니잖아. 화풀이가 좀 심하다는 생각 안 드니?”
그 말에 막내는 올린을 돌아보았다. 벌써 온몸이 땀으로 젖은 데다 눈은 혼미한 채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있다. 목은 때린 사람보다 울며 맞은 사람이 더 마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막내 도령의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패들에는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고용인에게 건넸다. 고용인은 젖은 천과 마른 천으로 패들을 싹싹 닦은 후 스틱형의 오일을 익숙하게 발라 마른 천으로 문질러 먹였다. 그리고는 쓰기 쉬운 자리에 조심스레 정돈해 놓았다.
“첫날 첫 매를 저렇게까지 때리는 경우가 어딨어. 결박흔도 너무 오래 남게 묶었고. 앞으로 한참 쓸 물건을.”
“…화도 났지만, 그냥 좀, 괘씸한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랬어요. 태도가 엉망이라.”
둘째도 올린을 바라보았다. 막내는 이 집안의 액받이가 갖춰야 하는 예법을 말하고 있었다. 무릎 꿇는 방법, 처벌에 감사를 표하는 방법, 인사하는 방법 모두 정해진 예법이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으므로 태도가 엉망인 것처럼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저 녀석의 잘못이 아니다. 나름대로 명령을 따르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이 기특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정말 잘 버티고 있었다.
자세야 결박한 상태이니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재갈을 물려 주는 친절까지 베풀지는 않았으므로 금방 비명을 지르거나 그만 때려 달라고 애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화송 출신이라 말하지 못하도록 훈련받은 것 하나는 확실했다. 울며 흐느끼긴 해도 찍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불시에 얻어맞아도 놀라 지르는 비명 한번 없었다. 막내 도령도 같은 생각인 듯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소리 안 내고 잘 참는 것 보니 애는 착한 것 같아요. 이제 살살 하죠 뭐.”
둘째 도령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핸드폰에 새로운 메일이 왔으므로 그는 그것을 열어 내용을 빠르게 훑으며 대답했다.
“…형 말은 그게 아니라, … 여하튼 이제 살살 한다니, 그건 안 될 말이야. 너 저 물건한테 뭐라고 했어.”
“무슨 말, 보지요? 전 그렇게 부르는 게 어울리는 것 같던데.”
“…껍질 벗기겠다고 했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막내 도령은 자신이 올린에게 했던 협박을 상기했다. 껍질을 벗겨 주마고 말했을 때 그는 진심이었다. 피부가 벗겨져 피 칠갑을 할 정도로 매질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른 대에 못 미치는 매질을 하며 막내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올린이 너무나 괴로워했고, 괴로움을 견디는 태도가 유순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둘째 도령은 마음이 풀렸다고 해서 이전에 말한 내용을 정정하면 안 된다고 딱 잘랐다.
“실현 못 할 협박은 안 된다. 하겠다고 했으면 마음이 바뀌어도, 말한 대로 해야 해.”
그렇게 말하는 둘째 도령의 얼굴은 냉정했다. 그는 막내가 올린을 미워하는 이유가 올린의 태도 때문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막내는 어려서 그런지 물건에 쉽게 정을 준다. 귀엽지만 가엾기도 한 버릇이었다. 이전 액받이, 완구에 대한 폐기가 결정된 후, 정작 죽을 날 받아 놓은 액받이는 담담했는데 막내는 며칠 밤낮을 끙끙 앓았었다. 폐기를 위해 실려 가던 액받이를 빼돌렸다. 일주일이나 잡히지 않고 도망 다녔다. 둘 다 잡혀 와 따로 갇혔다. 동생은 내내 액받이의 생사와 안부를 초조히 물었으나 액받이는 죽는 순간까지 한 번도 막내 도령을 찾지 않은 게 가장 우스운 일이었다.
액받이의 폐기가 완료된 후에 풀려난 막내는 대단히 괴로워했다. 아예 집을 나갈 기세로 깽판을 쳤다. 폐기를 결정하고 시행한 장남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형의 차를 때려 부쉈다. 그게 고작 두 달 전의 일이다. 장남은 물론 우와, 하고 감탄하며 웃고 말았지만, 막내는 웃어 버리는 형에게 더 약이 올라 괴로워했다.
아직 이전 물건에 대한 정을 떼지 못했는데 그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온 새 물건이 예쁘게 보일 리가 없다. 그러한 마음으로 얼굴을 보자마자 쥐어박고, 껍질을 벗기겠다는 무서운 협박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할 기세로 매질한 것이다.
그래 놓고서는 의연하게 버티는 모습에 쉽게 마음이 풀어진 것도 막내다웠다. 둘째 도령은 그러나 막내 또한 이 집안의 남자이므로 더는 어린애처럼 행동하게 둘 수 없었다. 그것은 동생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이 집안의 사람들은 실현하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다. 한낱 액받이에게도, 사업상 만나는 파트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죽이겠다고 말했으면 마음이 바뀌어도 죽여야 하고, 살리겠다고 말했으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살려야 하는 게 이 가문의 규칙이다.
그리고 껍질이 벗겨지도록 가혹하게 매질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막내는 매질에 손속을 둘 수 없었다. 오늘 올린은 결국 엉덩이뿐 아니라 온몸의 피부가 터지고 찢겨 피가 흐르도록 모진 매를 맞게 될 것이다.
막내는 그러한 형님의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둘째는 영특한 동생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윽고 셋째 도령이 지시한 물건이 날라져 왔다.
“수고했어요.”
셋째는 물건을 건네받으며 고용인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잡아 보는 물건을 휘휘 돌려보며, 올린을 향해 말했다.
“이걸로 귀여워해 주면, 우리 아가 물 존나 싸겠지?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도 금방 익숙해질 거야.”
올린은 눈을 들어 셋째 도령이 든 물건을 확인했다. 대걸레 자루, 혹은 창 자루처럼 보이는 기다랗고 굵은 막대기였다. 다행히 끝에는 검은 실리콘 딜도가 씌워져 있었지만, 단단하고 딱딱한 막대 끝에 꿰일 생각에 올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무 겁먹지 마, 살살 할 테니까.”
실리콘 딜도는 원래 사람의 성기 위에 씌워 쓸 수 있도록 고안된 물건이었다. 당연히 굵기가 대단하고 모양이 험악했다. 그런 물건이 막대기에 꽂혀 있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몸을 꿰뚫을 것 같이 무시무시했다. 셋째 도령은 막대기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올린의 등 뒤에서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엉덩이 더 내밀고 허리 바짝 들어 아가, 구멍 잘 보이게.”
올린은 망설이다가 목구멍에 쑤셔 넣어 줄까, 하는 말을 듣고야 등줄기가 선명히 패도록 힘을 주어 엉덩이를 들었다. 목이 꾸욱 졸렸다. 검붉은 멍이 든 엉덩이가 떨었다. 단단히 결박된 팔다리가 땀으로 번들거려 선정적인 모습이었다.
“옳지. 그 자세 그대로 버티는 거다, 착하지?”
노래하는 듯 유쾌한 목소리에 이어, 차가운 딜도의 머리가 항문에 와 닿았다. 겉은 실리콘의 감촉이지만, 안에 든 것은 강직도가 사람의 성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나무 막대다.
올린은 자꾸만 흐려지려는 정신을 붙잡고 다문 입술 안으로 이를 악물었다. 직장과 결장이 함께 범해지면 입까지 꿰뚫릴 것 같은 구역감이 괴롭겠지만, 그렇다고 입을 벌리고 있다가 자칫 소리를 내게 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항문이 미끈거릴 정도로 젖어 있었으나 삽입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딜도는 서너 번 입구를 쑤셔 대다, 이윽고 느릿하게 내벽을 짓누르며 들어왔다. 반쯤 들어왔다가 조금 후퇴하고 다시 전진하는 동안 올린은 벌써 아픔과는 좀 다른 열기가 장내 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셋째 도령은 딜도를 안정적으로 구멍에 끼운 뒤에는, 한 손으로 막대기를 잡고 장난치듯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조금만 손을 움직여도, 항문 안의 물건이 크게 전진과 후진을 반복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올린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소리를 참았다.
“흐응… 읍…아흣…응읏.”
“조금 더 깊이 넣어 줄까, 우리 아가 더 기분 좋게.”
“핫, 응…으흐….”
“대답 안 하니?”
“아읏, 네, 흐으, 네에.”
찌걱, 찌걱, 찌걱, 하고 입구를 들락거리는 딜도의 움직임이 거세어졌다. 소리는 철벅, 철벅, 하고 물기를 띄어 점점 더 외설스러워졌다. 직장 깊숙한 곳에 딜도가 닿고, 그곳을 뭉개듯 휘저었다.
직장과 결장 사이의 휘어진 부분을 강제로 침입하느라 장벽을 짓이기는 움직임은 폭력적이었다. 가장 안쪽의 딜도 머리 부분이 아주 조금 회전할 때, 항문에 연결된 막대는 크게 회전하여 입구의 붉은 살이 다 드러나도록 벌려 놓았다.
굽은 데를 시간을 들여 딜도가 파고들었다. 깊은 곳을 매질 당하는 것 같은 거친 감각이 한 번, 그리고 부드럽게 긁히는 느낌이 두 번, 이어지고 급작스럽게 다시 한번 올려 받혀졌다.
강, 약, 약, 중간, 약, 약으로 이어지던 추삽질이 갑작스럽게 강, 강, 강으로 이어질 때 올린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좀 더 내밀었다.
흠잡을 데 없이 둥근 엉덩이가 동물의 암컷이 교미할 때 하듯 유혹적으로 흔들렸다. 결박이 당겨지는 바람에 목이 조여 침이 흐르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였다.
딜도가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뒤로 빠질 때 올린의 붉은 속살이 딸려 나왔다. 그것은 수줍은 듯이 항문 밖으로 분홍색 모습을 살짝 내비쳤다가, 딜도가 다시 삽입될 때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살며시 따라 나왔다가, 약 올리듯이 도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열 오른 눈으로 보던 셋째는 얄미운 분홍색 살을 벌하듯이 내벽 한쪽을 막대기로 콰악, 콰악, 찔렀다. 올린은,
“응! 아응…그흣! 흐응!”
하고 짧은 신음을 흘리며 안쪽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열기를 간수하려 애썼다. 노력한 보람도 없이 욱신거리는 듯한 쾌락은 점점 커졌다. 멍든 엉덩이는 이제 전후좌우로 씰룩쌜룩 놀았다. 허벅지는 바들바들 떨었다. 무릎이 열렸다 닫히길 반복했다. 장액은 다리 사이로 뚜욱 뚝 떨어져 바닥에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 정도에 이르렀다.
둘째 도령과 막내 도령은 소파에 앉은 채 올린의 정면을 감상하고 있었다. 둘째 도령은 다리를 꼬고, 막내 도령은 한 팔을 소파 등받이에 얹은 채였다. 그들이 보는 방향에서는, 셋째 도령이 막대기 끝의 딜도를 올린의 몸에 찔러 넣을 때마다 불룩불룩 솟아오르는 아랫배가 아주 잘 보였다.
잔인한 용두질을 당하는 얼굴은 일견 일방적인 고통을 참아 내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부어오른 통통한 입술 사이로 흐르는 신음은 아픔으로 인한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교태로웠다. 교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숨소리와 발간 뺨, 흐리되 어딘지 갈구하는 듯한 눈빛이 달랐다.
셋째 도령은 이런 식의 고문에 능숙했으므로 막대의 각도를 조금 바꿔 장벽이 심하게 짓눌리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러 뱃가죽을 뚫을 듯 폭력적인 각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 형제가 액받이의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즐거이 여기기 때문이었다.
다리 사이로 길고 끈적하게 늘어지는 장액과 더불어, 울룩 솟아올랐다가 다시 꺼지고, 다시 불룩하게 솟아오르는 아랫배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그 아래에, 아기처럼 털 하나 없이 보드랍고 분홍색인 주제에 모양이나 크기는 제법 남자다운 좆이 벌떡 일어서 있었다.
좆 머리의 도톰한 귀두는 부풀어 올라 그 가운데 구멍이 항문과 함께 벌렁거렸다. 미끌미끌한 액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귀두 아래로 좆대는 곧고 섬세한 모양이었다. 그것은 항문을 후벼 파는 감각에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앞뒤로 끄덕, 끄덕 움직였다.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라 액받이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첫날, 첫 매를 맞으며 액받이가 사정하면 그건 폐기의 사유가 된다. 사실 액받이 주제에 좆물을 싸지르는 것은 첫날이 아니라 그 어느 때라도 가혹한 처벌의 사유가 될 만큼 더럽고 버르장머리 없는 일이었다.
액받이가 사정할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좆물 짜내는 날뿐이다. 그날 액받이는 항문을 쑤셔 주는 딜도 기계 앞에 네 발로 엎드린 채 하루를 보내야 한다. 성기에는 젖소의 젖을 짜는 것과 흡사한 구조의 기계가 조여진다.
하루 종일 성기와 항문을 마사지 당하는 호사를 누리도록 허락하는 까닭은, 지저분한 정액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말끔하게 짜내어 주인들에게 더욱 정결한 모습으로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날엔 은식기를 정액으로 가득 채울 정도로 짜내지 못하면 혼이 나고 호된 처벌을 받는다. 그렇게 완전히 짜내야 남은 한 달은 어떤 일이 있어도 더러운 것을 흘리지 않고 몸 안에 얌전히 담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을 제외하고, 액받이의 정액은 그 자체가 더러운 죄다. 봉사하는 도중 액받이의 성기가 설 수는 있어도 결코 사정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사항이라 누구도 올린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둘째는 올린의 요도구가 지나치게 벌름거리고 있는 것을 보다가, 문득 이 집안에서는 당연한 사항이 올린이 있던 곳에서는 당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딱, 손가락을 튕겨 시립한 고용인들의 주의를 끌었다. 고용인 중 하나가 정중한 태도로 재빨리 다가오자 그는 음료 잔에 꽂혀 있던 머들러를 건네주었다.
“저거 저러다 싸겠어. 좆 막아. 빨리.”
라임을 으깨고 탄산음료를 휘젓던 머들러는 투명한 유리 재질이었다. 이 집의 주인들이 사용하는 다른 물건들이 그렇듯이 화려하고 값비싼 것이었다. 머리에는 크리스털이 장식되어 있고 몸체에는 용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정장 차림의 고용인은 망설임 없이 올린에게 다가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언제든지 액받이의 몸에 손댈 수 있도록 준비해 둔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꺼내 착용하는 손길이 신속하고 절도 있었다.
그는 올린의 자지를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고, 그 끝의 빠끔거리는 구멍에 머들러를 각도 맞춰 댔다. 그리고는, 무자비한 손길로 박아 넣었다.
“크으…흐읏응!”
올린이 다문 잇새로 짐승 같은 신음을 냈다. 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꼬치를 꿰듯 무자비한 손짓이 이어졌다. 고용인의 대부분은 의료계에 종사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의 손길은 단호하고 빠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법이 없었다. 직경이 0.5센티는 족히 될 것 같은, 도돌도돌하게 겉이 장식된 머들러가 요도를 드득드득 소름 끼치게 안을 긁으며 삽입되었다.
올린은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갔다. 검은자위가 조금씩 올라가 눈이 뒤집히고 아랫배의 날씬한 근육이 경련하듯 몇 번 조여졌다. 마지막으로 머들러가 가장 깊은 곳까지 콱, 박히자 발간 성기가 꼬치 같은 꼬락서니인 채 느리게 끄덕였다. 극심한 아픔 속에서도 용케 발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싸지 않게 막아 준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어깨가 파득파득 떨고 무릎이 후드드득 움직이더니 올린은 마침내 정신을 잃었다. 그런데도 끝내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기절한 와중에도 입술을 깨문 채였다. 목 안으로 억눌린 신음은 흘렀으나 비명과 애원은 없었다. 모양 좋은 입술이 뾰족한 송곳니에 찢겨 피를 흘렸다.
퍼뜩퍼뜩 반응하는 몸을 쑤시는 재미에 한창 빠져 있던 셋째 도령이, 올린의 몸부림이 잦아들자 좀 짜증을 냈다. 재미가 없어졌으므로 천천히 막대기를 뺐다. 찌걱, 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오는 딜도 끝에 장액이 끈적하게 딸려 나왔다.
항문 입구는 통통하게 부은 채 개폐를 반복하며 빠르게 수축했다. 언제 딜도를 삼켰느냐는 듯 새침하게 다물어진 입구는, 그러나 장액으로 젖어 번들거렸다. 몰래 맛있는 것을 훔쳐먹고 시침 떼는 입술 가에 설탕 가루가 묻은 꼴 같았다. 어리석고 단정하지 못해 더욱더 사랑스러웠다.
셋째 도령은 묶어 주기 전에 한참 괴롭혔던 왼쪽 가슴을 쥐어 잡고 주물렀다. 의식 없는 몸이 부르르, 한 번 더 떨었다. 그는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도 가여운 목을 조르는 결박을 한 손으로 풀어 내 주었다.
오랜 시간 조여졌던 올가미가 풀리자 차가운 공기가 한 번에 기도로 몰려들었다. 정신을 잃은 채로도 캐액 캑 마른기침 하는 지친 몸을 받아 안으며 셋째 도령이 하얀 목에 남은 붉은 밧줄 자국에 코를 묻었다. 땀 냄새조차 들큼해서 마음에 들었다. 가지고 놀기에 손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