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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2/65)

# 검사

집사의 걸음은 빨랐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올린은 좀처럼 멎지 않는 눈물을 연거푸 닦으며 현관에 들어섰다. 철문과 유리문을 몇 개나 지나 집사가 시키는 대로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매끄러운 대리석 복도를 좀 더 걷다가, 집사는 작은 문을 벌컥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라는 듯 턱짓했다. 고용인들이 간단하게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화장실이었다.

“코 풀고, 얼굴 씻고, 가글하십시오. 빨리.”

올린은 지시받은 대로 했다. 세수했더니 눈물이 그쳤다. 페이퍼 타월로 얼굴을 문지르던 올린은 잠시 머뭇거리며 집사의 눈치를 보았다.

“아, 아래도, 닦아도, 됩니까.”

집사는 고갯짓으로 허락했다. 올린은 집사의 눈앞에서 주섬주섬 바지를 내렸다. 화장지를 조금 접어 다리 사이로 가져가 닦는 손이 아직 떨고 있었다. 집사는 그제야 올린의 항문에서 나온 투명하고 끈적한 장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른 것을 보았다. 그가 매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구멍은 자지를 받을 준비를 마친 것이다. 집사는 자신이 좋은 물건을 골랐음을 확신했다. 아직 태도나 자세가 서툴지만, 이번 액받이는 도령들에게 꽤 오래 귀여움받을 것이다.

“소변도 미리 보시고.”

잠시 생각하던 집사는 지시했다. 귀염받을 사람이 첫날, 첫 매를 맞으면서 오줌을 지리는 꼴을 도령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이전에 있던 곳에서는 배변 활동이 아주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요의가 강하지 않은데도 화장실을 사용해도 된다는 지시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린은 황송해하며 변기에 조르르, 소변을 눴다.

멍이 심하게 들긴 했으나, 색이 엷고 모양이 곧은 성기는 털 한 가닥 없어 보드라워 보였다. 마치 타고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꾸준한 제모로 말미암은 결과라는 것을 집사는 알고 있었다. 발기하지 않아 길쭉한 모양으로 얌전히 늘어진 성기 끝에서 말간 오줌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집사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올린은 예전에 있던 곳에서 배운 대로 물티슈로 요도 끝을 닦을 때, 그 입구를 살짝 벌려 안에까지 훔쳐 냈다. 빠끔히 벌어진 요도구 안쪽이 올린의 입술만큼 빨갰다.

그들은 서두르는 걸음으로 대리석 복도를 지났다. 몇 번 복도를 꺾어 고급스럽게 꾸며진 응접실에 도착했다. 두 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었는데, 하나는 구김 하나 없는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캐시미어 니트에 면바지 차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무슨 이야기인가를 나누다 동시에 짧은 웃음을 터뜨린 참이었다.

집사가 인사하자, 둘은 동시에 입구를 돌아보았다. 정장 남자는 순식간에 웃은 적 없는 것처럼 냉정한 얼굴로 돌아온 것에 반해 니트 남자의 얼굴에는 아직도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올린은 예전에 있던 곳에서 배웠던 것처럼 먼 곳을 보는 듯한 시선을 하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서로 전혀 달리 보이는 두 형제가 아주 짧은 순간 자신의 머리로부터 발끝까지를 훑어보는 시선이 아프게마저 느껴졌다.

“왔네.”

니트 차림의, 웃는 얼굴의 남자가 다정히 반겼다. 셋째 도령이었다.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 배우였지만, 티브이를 본 적 없는 올린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어 그저 깜짝 놀랄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왜 그러고 있어, 인사해 봐 아가.”

그가 가만히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지만, 올린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올린을 대신하여 집사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잘 가르치겠습니다.”

“아니에요. 귀여워. 화송에서 사 왔다고 하셨나요?”

“화송 맞습니다.”

“회장님께서 돈 좀 쓰셨겠네. 아가, 절 한 번 해 볼래. 우리 집에서 액받이로 있으려면, 무릎 꿇고 얌전히 인사 올리는 법에 익숙해져야 해.”

올린은 시키는 대로 다리를 조심스럽게 접어 바닥에 낮게 무릎 꿇었다. 감히 카펫 위에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아 대리석 위였다.

“그렇지. 그대로, 상체를 앞으로 숙여 봐.”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가능한 한 단정한 자세로 절하려 애썼지만, 집사가 옆에서 하는 말을 들으니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관에 교육 의뢰할 예정이니 금방 배울 겁니다.”

“최 집사님께서 수고 좀 하셔야겠습니다.”

올린은 자리에 꿇어앉은 채로 상체를 들라 명령받았다. 그렇게 했더니 셋째 도령은 조용한 몸짓으로 다가와 올린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올린은 가까이 선 채 허리를 굽힌 도련님에게서 너무나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 데다 그 눈이 이전에 보았던 어떤 사람들보다 매끈하고 황홀하게 반짝거리고 있어서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눈을 떨궜다.

“요전 것보다 생긴 게 낫네. 키는 큰데 얼굴은 어린애 같아서 그것도 귀여워. 형님 보기엔 어때요?”

형이라고 불린 둘째 도령은 정장 차림으로 내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메일로 올라오는 수많은 보고 사항을 확인하고 재빠른 손가락으로 답신하다가 흘끗, 올린의 얼굴을 확인한 그가 웃지도 않고 말했다.

“너보다 낫다. 배우상이야.”

셋째 도령이 누굴 물건에 비교하는 거냐고 응수하며 헛웃음을 짓자, 그제서야 둘째 도령도 픽 웃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 즉 둘째 도령은 삼십 대 중반의 나이로, 고용인들에게는 둘째 도련님이라고 불리지만 밖에서는 주로 사장님으로 불린다. 보수적인 정장 차림으로 다니기는 하지만 일 처리 방식은 게임하듯 빠르고 직관적이었고, 그의 회사들은 하나같이 실적이 좋았다.

셋째 도령이 말했다.

“내친김에 몸도 확인해 보고 싶은데. 큰형님 오늘 안 들어오신다고요?”

“뭐 그렇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 형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첫날이니 매질은 해야 하잖아. 벗겨.”

둘째 도령은 여전히 핸드폰을 만지며 심드렁하게 말하고는, 망설이는 기색의 셋째 도령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걸 그냥 재울 수는 없잖겠어, 첫날인데.”

둘째 도령의 말에, 그제야 셋째 도령이 몸을 일으켰다. 올린은 가까이 온 셋째 도령이 아이를 대하듯 어르는 대로 온순하게 따랐다.

이번에는 옷깃이 훌렁 올라가는 대신 셔츠의 단추가 하나하나 풀어졌다. 올린은 셋째 도령이 자신의 단추를 푸는 동안 숨소리조차 죽인 채 얌전했다. 이어 바지도 벗겨졌지만, 올린은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것에 익숙했다. 양말만 신은 나체가 되어 원래대로 무릎을 꿇고 앉자 다정히 가르치는 목소리가 떨어졌다.

“검사받을 땐 다리를 벌려야 해. 손은 머리 뒤에 두고.”

손을 머리에 올리고, 무릎 꿇은 허벅지를 열었다. 셋째 도령의 실내화 신은 발이 다리를 아프지 않게 밀어서 더욱더 넓게 벌리도록 했다.

“더, 조금 더.”

고간이 당기도록 다리를 열었다. 셋째 도령은 아무런 착색도 없이 새하얀 사타구니와, 거기에 가만히 놓인 단정하고 예쁜 모양새의 좆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긴장한 올린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하얀 좆도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가지고 놀 만한 몸이 왔다.

셋째 도령은 가만히 발을 옮겨, 바닥에 닿도록 늘어진 좆을 밟으려는 듯이 발을 들어 장난스럽게 위협했다. 뒤꿈치를 아직 바닥에 댄 채, 발가락 부분만 슬쩍 들어 올렸을 뿐인데 올린은 눈에 띄게 겁을 먹고 움칠거렸다. 셋째 도령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얌전한 자세가 마음에 들었지만, 짐짓 야단치듯

“쓰읍-.”

하고 앞머리를 쓸어올려 쥐었다. 뒤로 젖혀지느라 저절로 들린 얼굴이 셋째 도령을 올려다보면서, 눈물을 한 방울 굴러 떨어뜨렸다. 겁을 먹은 탓이었다.

“얌전히 있을 수 있어?”

올린이 얇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도록 힘껏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 못 하는 사람처럼 입술만 벙긋거리다 턱을 조그맣게 끄덕였다. 셋째 도령이 다시 한번,

“얌전히 있을 수 있다고, 소리를 내서 말해 봐.”

“…얌, 전, 히익! ….”

“아이고 아가야.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워서 어떡해.”

이번에는 눈물이 두 방울, 세 방울, 그리고 여러 방울로 흘렀다. 셋째 도령은 가여운 마음이 드는지 꽉 잡았던 머리카락을 놓아주고, 올린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조금 전까지 무섭게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젖히던 손으로 눈물방울을 가만 가만히 훔쳐 주며,

“그럼 그냥 네에, 도련니임, 해 봐.”

하고 관용을 베풀었다. 올린은 작은 목소리로,

“…네, 도련님.”

하고 말했다. 기어들어 가는 음성이기는 했으나 발음은 정확하고 더듬지 않는 바른 발성은 듣기 좋다. 셋째 도령이 그 목소리를 들으며 빙긋이 웃었다. 완벽한 정장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비스듬히 앉아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둘째 도령도 문득 고개를 들어 얌전한 대답을 완벽히 해낸 올린을 바라보았다. 셋째 도령이 고개를 들게 하고, 팔을 바로 벌리게 하는 동안 둘째 도령이 일어나서 다가와서는, 올린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훑었다.

타고난 골격이 아름다운 몸은, 날씬한 근육이 붙어 더욱 보기 좋았다. 올린은 화송에서 하루에 네 시간씩 운동하며 몸매를 가꿨다. 훈련을 겸한 운동은 아주 혹독하여 모진 기합을 받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지만, 구체적인 운동 방식과 횟수, 정해진 시간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매일 해내는 것은 당연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올린의 앞에 앉은 셋째가 올린의 뒤에 선 둘째를 올려다보았다.

“몸이 얼굴보다 나은 것 같아요.”

“음. 예쁘네. 색도 좋고. 마르긴 했지만.”

“우리 집에서 지내다 보면 더 곯을 텐데. 지금이 딱 박기 좋은데, 아쉽네요….”

“어쩔 수 없지. 액받이니까.”

“어, 이건 뭐야. 이건 좀 흉한데.”

예의 그, 크롭으로 맞은 자국이었다. 아랫배에서 좆까지 이어진 가해의 흔적. 심하게 부어오른 유두나 주먹질 당한 옆구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멍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앞으로 올린은 매 자국을 늘 달고 살 테니까. 그런데 그 멍이 이 집안사람이 아니라 외부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문제가 되었다.

“손님한테 맞았니?”

셋째가 물었고, 올린은 고개만 끄덕였다. 둘째가 그 모습을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며칠 지나면 없어지겠지.”

“상태 보세요. 그렇게 쉽게 안 없어질 거 같아.”

“일주일 지나도 지저분하면 새 멍으로 덮도록 하지.”

의논하는 태도들이 아무렇지 않았다. 올린만이 새롭게 예정된 매질의 이야기에 마른침을 삼켰다.

올린의 긴장과는 관계없이 검사는 계속되었다. 그는 새로 집안에 들인 귀한 물건으로써, 그 주인들에 의해 구석구석 살펴졌다. 턱과 목이 커다란 손에 잡혀 이쪽저쪽으로 돌려졌다. 턱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저절로 입이 벌어지자 혀를 내밀라고 지시받았다.

혀를 내밀자 혀의 모양과 색을 관찰했다. 벌어진 입 안쪽까지 손가락이 들락거렸다. 동물의 치아를 검진하듯 뾰족한 송곳니를 눌러 보고 가볍게 흔드는 손가락이 위협적이었다. 그대로 생니가 뽑힐 것 같았다. 눈을 질끈 감자 셋째 도령이 뺨을 톡톡 때린다.

“어허, 버릇없이 어디서. 아가, 눈 감는 거 아니야.”

둘째 도령의 손이 뒤에서 뻗어 나왔다. 목 가운데 작게 솟은 울대를 쓰다듬은 손이 가볍게 목을 쥐고 묵직하게 죄었다 풀기를 몇 번 반복했다.

“크흡, 큭.”

캑캑거리느라 자세가 흐트러졌다. 셋째 도령이 가느다란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아 자세를 교정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도령들의 자지가 드나들 구멍을 확인받을 때는 무릎으로 서서 엉덩이를 뒤로 내밀라고 명령받기도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네 손으로 벌려.”

둘째 도령의 지시였다. 넓게 벌어진 무릎으로 몸을 지탱한 채, 손을 뒤로 돌려 엉덩이 살을 살그머니 잡아 벌렸다. 여차하면 앞으로 쓰러질 것 같아 균형을 잡느라 온몸이 벌벌 떨었다. 셋째 도령이 곁에 와 서는 동안 둘째 도령이 가만히 나무랐다.

“안이 안 보이는군, 전에 있던 곳에선 수줍음을 꾸미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었나 본데,”

그의 손가락이 하얀 볼기를 쥔 올린의 손 위에 겹쳐졌다. 그는 올린의 손이 좀 더 볼기를 세게 쥐고 벌릴 수 있도록 교정해 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는 달라. 여기선, 벌리라는 명령을 들으면, 네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벌려야 한다. 알아들어?”

올린은 알아들었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 안에 볼기를 단단히 쥐고 손끝에 힘을 주어 구멍이 최대한 열리도록 노력했다. 다물린 채 조그맣게만 벌어졌던 항문 안쪽에 찬 공기가 닿는 느낌이 느껴질 정도였다. 발그스름하게 드러난 속살을 두 남자가 지금 보고 있는지, 아니면 그들은 다른 데를 보고 있고 자신만 이렇게 무력한 모습으로 있는 건지 모르는 채 시간이 흘렀다.

올린은 보이는 것만으로도 구멍 안쪽 깊숙한 데로부터 촉촉한 습기가 스미는 것을 느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건조한 손길이 다가와 안쪽의 상태를 점검하려는 것처럼 구멍을 매만졌는데, 오래 기다렸던 항문은 그만 남자의 손에 반응하여 빠르게 벌름거리고 말았다. 셋째 도령이 난감한 듯 웃고, 둘째 도령은 혀를 찼다.

“화송에서 길을 이렇게 들여 놔서 그래요, 거기 있는 애들 다 이래, 얘가 특별히 별스러운 게 아니라.”

“손만 닿았을 뿐인데, 지나치군.”

셋째 도령이 올린을 변호하는 듯 웃음 띤 목소리를 했지만 둘째 도령의 목소리에는 불쾌감이 어려 있었다. 올린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제 몸의 음란함을 부끄러워하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는 제게서 멀어지며 고용인이 내민 더운 물수건에 손을 닦는 둘째 도령의 등을 바라보았다. 네 분 도련님께 예쁘게 보이지는 못할망정 벌써 그중 두 분께 미움을 산 것 같아 딱 울고 싶었다.

셋째 도령이 웃으며 올린의 자세를 바로 해 주고 말했다.

“원래 좆 받는 구멍인데, 만져지면 좀 벌렁거릴 수도 있지 뭘. 이제 단정하게 굴 거야. 그렇지?”

올린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그는 오냐, 착하지, 하고 귀여워하는 듯이 얼러 주었다. 좀 전에 맞은 옆구리는 시커멓게 변해 가고 있었다. 셋째 도령이 한쪽 손으로 구멍을 더듬으며 다른 손으로는 옆구리와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쿨럭, 쿨럭, 기침이 터졌다.

집사가 기침은 하면 안 된다고 주의시켰던 것이 생각났지만 한번 시작한 기침을 멈추는 것은 어려웠다. 급히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멈추려 애쓰는 올린을 내려다보던 셋째 도령이 푸릇하게 부은 왼쪽 유두를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아가는 젖꼭지도 예쁘네, 파랗게 부어서 더 예뻐. 막내한테 혼나는 거 여기서도 보였어. 저기, 저 창으로 도련님이 다 봤지. 많이 아팠어?”

그 말에, 눈물이 갑자기 치솟았다. 올린의 몸이 작게 들썩였다. 셋째 도령은 계속해서 유두를 부드럽게 만져 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에 이렇게 울면, 앞으로 우리 집에서 사는 게 정말 어려울 거야. 매일 맞고 벌서고 혼나는 게 네 소임인데, 그럴 때마다 질질 짜면 누가 귀여워해 주겠어? 그래 안 그래?”

올린은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도련님 말씀이 틀림이 없다고 나름대로 대답했다.

“지금도 그래. 우리 아가 오늘은 우리 집에 온 첫날이잖아. 첫날에는 몹시 아픈 매를 일흔일곱 대나 맞아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울면 도련님이 마음 아파서 어떻게 때려? 도련님 속상하게 계속 울 거야? 뚝 그쳐야지.”

어조만 다정할 뿐 무서운 말이 이어졌다. 상냥한 위로에 터져 나왔던 울음이 아픈 매, 일흔일곱 대, 라는 말을 이해하자 조금씩 짙어졌다. 둘째 도령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피식 웃었다.

“미친놈아.”

셋째 도령은 욕을 먹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기 테이블 위에 검은 상자 보여? 안에 우리 아가 오늘 맴매해 주려고 준비한 회초리가 잔뜩 들었어. 어떤 거로 매 맞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한번 볼 테야? 보고 싶으면 보여 주세요오, 도련니임, 해 봐.”

올린은 흐느꼈다. 매질에 대한 두려움과 죄 없이 얻어맞아야 하는 서러움이 섞였다. 울면서도 눈치를 보았다. 이곳에서의 규칙은 달랐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당한다.

급한 마음에 어눌한 말이 더듬으며 튀어나왔다.

“보, 보여 주, 흐으, 세요….”

“목소리도 예쁘잖아. 말하는 법은 배워야겠지만. 그럼 한번 보여 줘 볼까.”

셋째 도령은 여태 살살 위로하듯 어루만져 주던 왼쪽 유두를 거세게 잡아당겼다.

“아윽, 흣!”

엉겁결에 바닥을 짚고 네 발로 엎드린 올린이 그의 의중을 알아채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한 번 생긋 웃어 준 셋째 도령의 손이 다시 한번, 세차게 움직였다. 왼쪽 유두가 떨어져 나갈 듯이 잡아당겨졌다.

“흐으…우읏….”

올린은 자신의 유두를 힘껏 잡아당기는 손을 따라 네 발로 기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심술궂게 손을 움직일 때마다 잡아당겨진 몸이 퍼특퍼특 튀었다.

무자비한 손을 부지런히 따라갔건만 테이블 앞에 도착하여 바닥에 나동그라졌을 때는 유륜이 조금 찢겨 피가 배어 나왔다. 올린은 셋째 도령이 던져 놓은 대로 바닥에 넘어져서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 숨만 쌕쌕 몰아쉬었다.

가슴 전체가 징- 징- 울리는 것 같은 묵직한 아픔이 계속됐다. 올린은 조심스럽게 아픈 데를 더듬어 조그만 유두가 아직 잘 달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토록 잡아당겨졌는데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이 놀라웠다. 셋째 도령은 그런 올린을 버려두고 테이블 위에 나란히 진열된 케이스를 열었다. 고용인들이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아가. 똑바로 앉아. 회초리 보여 달라며.”

발발 떨며 몸을 일으켰지만 셋째 도령이 원한 만큼 재빠르지는 않았다. 아주 잠깐 참아 주던 그는 올린의 뒤로 돌아가 겨드랑이 아래로 양손을 넣어 양쪽 가슴 전체를 덥석 잡아 위로 당겨 일으켰다.

“아흣! 아흐흐….”

마르고 판판한 가슴이지만 힘껏 모아 쥔 탓에 봉긋하게 유두가 솟았다. 한쪽만 괴롭혀진 탓에 색도 모양도 짝짝이였다. 올린은 고개를 젖히고 할딱할딱 숨을 몰아쉬었다. 드러난 목줄기가 가느다랗고 하얬다.

“아가, 아파?”

손아귀에 힘을 풀지 않은 채, 양쪽 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느긋한 목소리가 물었다. 올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턱에 매달렸다가 한껏 젖혀진 목에 떨어져 굴렀다. 대답하지 못했지만 셋째 도령은 지적하지 않고 즐거운 목소리를 이어 갔다.

“정신 차리고 저것들 봐. 저 중에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갈색 눈이 더듬더듬 케이스 안을 들여다보고 커다랗게 벌어졌다. 무서운 것을 본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때 응접실 입구에 막내 도령이 나타났다. 손안에는 개의 잇자국이 여러 개 난 공을 든 채였다. 그는 문간에 기대서서 허공에 공을 던졌다가 받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둘째 형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심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셋째 형은 올린의 뒤에 선 채 마른 몸을 다리 사이에 가두고 희롱하고 있었다. 막내 도령은 몇 걸음 더 움직여 희롱당하는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슴을 난폭하게 움켜잡힌 채 엉거주춤하게 무릎 꿇은 올린과 막내 도령의 눈이 마주쳤다.

“나 로프 가지고 왔는데, 써도 돼?”

막내 도령은 올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형들에게 물었다. 둘째 도령과 셋째 도령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래.”

“안 돼.”

두 도령의 의견이 갈렸다. 셋째 도령은 둘째 도령을 향해 항의하느라 쥐어 잡았던 올린의 가슴을 내팽개쳤다. 막내 도령은 올린이 바르르 떨며 손자국이 벌건 가슴을 웅크리고 더듬더듬 바닥으로 엎드리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셋째 도령은 새로 들어온 액받이가 첫날 맞아야 할 일흔일곱 대의 매를 때리는 동안 올린의 몸을 묶어 주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그는 처음부터 결박해 주면 자신의 의지로 매를 참는 연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액받이에게 지나친 관대는 오히려 독이라고 말했다. 애를 망친다는 것이다.

둘째 도령은 단호했다. 예의범절을 잘 배운 애들도 첫날 첫 매를 맞는 동안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이 집의 방식대로 아픔을 견디는 훈련을 받아 본 적도 없는 물건을 고정해 두지 않은 채 매질한다면, 자세가 제대로 유지되기도 어렵거니와 그러한 이유로 다시 처음부터 매질을 시작하기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럴 시간 없어. 빨리 끝내고 회사 들어가 봐야 해. 결박해.”

셋째 도령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는 반대의 말을 하지 않았다. 둘째 도령의 말이 맞긴 했다. 묶어 주지 않으면, 올린은 결코 제대로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일흔일곱 번이면 끝날 매질을 계속해서 처음부터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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