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 도련님 1-# 액받이 (1/65)

※이 작품의 내용은 모두 픽션입니다. 실재하는 인물, 단체, 사건 등과는 일절 관련이 없으며, 등장인물의 사상은 작가의 사상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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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 액받이

# 검사

# 첫날, 첫 매

# 10월의 수영장

# 단정한 몸가짐

# 큰 도련님

# 예물

# 메트로놈

# 좋아하는 것

# 자랑

# 고라니 사냥

# 설전

# 소실

# 액받이

재벌가 저택들의 긴 담장이 이어지는 거리는 한낮에도 조용했다. 새 물건을 데리고 온 늙은 집사는 주차장과 별채를 연결하는 뒷문으로 들어가려다 생각을 바꿨다. 네 명의 도련님들은 늘 액받이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기다리고 있을 그들에게 선을 보이려면 정문으로 들어가는 편이 나았다.

높은 담 안으로 들어섰다. 몇 개의 계단을 지나자 훌륭한 조경의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노랗고 붉은 낙엽이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잘 관리된 잔디 위에서 훤칠하게 잘생긴 청년이 품종 좋은 개와 놀고 있었다. 그는 공을 물어 온 개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집사도 걸음을 멈추고,

“막내 도련님.”

하고 인사를 올렸다. 집사 뒤를 따르던 남자는 예의 바른 태도로 함께 고개를 숙였다.

“새로 온 액받이야?”

막내 도령은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집사가 짧고도 정중하게 긍정했다.

“그런데 머리는 왜 이렇게 짧아. 키도 너무 커…. 그냥 사람 남자애 같잖아. 이런 물건도 액받이로 쓰나.”

겨우 귀 아래까지 닿을 정도의 짧은 머리였다. 키는 평균을 좀 넘어서는 정도였다.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긴 머리채의, 소년 같은 체형의 액받이만 봐 왔던 막내 도령이 보기에는, 여위어 가냘프게는 보이나 남자답게 잘생긴 모습이 생소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어리고.”

집사는 액받이의 나이를 간략하게 보고했다. 피부가 말개 어려 보였으나 갓 성인이 된 막내 도령보다 많았다. 그는 자신에 관한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눈을 떨군 채 얌전히 서 있었다. 막내 도령이 그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그렇구나. 얼굴은 애기 같은데. 이름 있어?”

짐짓 다정한 말투로 묻는다. 그는 막내 도령이 자신에게 물은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집사가 대답하지 않자 그제야 자신이 제때 답하지 못한 것을 알아챘다.

소처럼 순한 눈이 다급하게 깜빡이고, 가만 다물렸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그러나 당황한 나머지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꼴을 보던 막내 도령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씹- 년, 존나 엉망이구만.”

뒤늦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다가, 무서운 평가를 듣고는 숨조차 멈췄다.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지 이제라도 이름을 고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가방 손잡이를 쥔 손이 긴장으로 희게 질렸다. 집사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원래 말하는 게 금지되어 있던 아이라 대답이 늦습니다. 이름은 올린이라고 불립니다.”

올린은 눈치껏 집사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겁먹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꾸미는 태도에 막내 도령은 쿡쿡 웃더니 관대하게 용서했다.

“괜찮아요, 좋아지겠지.”

그러더니 이어 물었다.

“그런데 교육은 얼마나 걸리나? 얘 보지는 언제부터 쓸 수 있어요?”

집사는 예상되는 교육 기간을 보고했다. 그동안 올린은 보지를 쓴다는 말을 되새겼다. 물론 그에게 여성의 생식기는 없었다. 그러나 가끔 항문을 보지라고 부르는 손님들은 있었다. 애칭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집사로부터 설명 들었듯이, 여기서도 같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셔야 할 사람이 여러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네 분으로 한정된다는 것만 달랐다.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말도 안 돼. 이번에는 뭘 그렇게 오래 가르쳐야 하길래?”

막내 도령은 불만을 내뱉으면서도 개가 공을 물고 다가오자 살뜰히 예뻐해 주었다. 개가 다시 공을 던져 달라고 보챘다. 막내 도령은 멀리 던져 주고는 집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이었다. 집사는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를 보고했다.

유서 깊은 가문에 들어오는 액을 막고 좋은 기운을 돌게 하려 피와 살로 만들어진 방패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액받이를 두는 것이다.

특별한 체질의 몸을 데려다 같은 대의 남자들, 즉 형제들이 공용의 첩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몸을 통해 다른 데서 해소하기 어려울 만큼 어두운 욕망을 풀어 내는 것만으로도 가문에 좋은 기운이 깃든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쓰일 몸은 아주 엄격한 조건을 갖추어야 했다.

타고난 체질이 액을 받기에 적합해야 하는 게 첫 번째, 갖춰진 기질이 고통을 잘 참고 유순해야 하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형제들이 질리지 않고 취할 수 있도록 미인이어야 하는 것이 세 번째다.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액받이는 보통 특수한 방식으로 기른다. 이 가문에서는 주로 절에 교육을 위탁하여 엄격한 예의범절을 가르친 후에 적합한 때가 되면 집에 들였다. 그런데 이번 물건, 올린은 좀 달랐다.

지난번 액받이가 갑자기 못쓰게 된 게 문제였다. 불의의 사고였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다른 물건을 기르고는 있었으나 형제들이 취하기에 그것은 아직 너무 어렸다.

몇 년이나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온 나라를 뒤졌다. 유순한 성품을 가진 아름다운 몸은 도처에 널렸다. 그러나 체질이 액받이로 적합한 경우는 정말로 드물었다.

급하다 보니 업체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액받이를 집안에 들이기 위한 어마어마한 비용을 절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는 업체가 있었다. 액을 받아 낼 수 있는 몸을 여럿 갖추어 놓고, 고객이 원할 때마다 고객의 집에 액받이를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회원제 업체였다.

그 업체에서 운용하는 최상품 액받이 중 고르고 골라 데리고 온 게 올린이었다. 당연히 그를 데리고 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올린은 훌륭했다. 체질, 기질, 외모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정장을 입혀 놓으면 액받이가 아니라 귀한 댁 도령처럼 보일 정도로 기품 있는 용모로 특히 큰 점수를 얻었다.

다만 아무리 고급이라고는 해도 몸을 팔았던 점, 그리고 가풍을 체화하지 못한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그런 단점을 훈육을 통해 다스려 두지 않으면 앞으로 도령들을 모실 때 지장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교육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집사는 올린이 여러 고객의 액을 대신 받으며 살아왔다는 점은 생략하고, 가풍을 익히지 못한 배경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했다. 오늘 도련님들께 선을 보인 다음 결정되겠지만, 만일 올린의 교육을 전문 기관에 위탁하게 된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이다.

설명을 다 들은 막내 도령은 입은 삐죽거렸으나 납득한 것 같았다. 그는 선선히 보내 줄 것처럼 몸을 돌려 길을 터 주다 말고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그럼 젖꼭지 보여 주고 가.”

올린은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막내 도령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

“가방 내려놓고, 옷을 양손으로 들어 올려서 가슴을 보이라는 뜻이야.”

구체적인 지시가 떨어지자 올린은 정확히 그대로 행동했다. 가방을 내려놓는 조심스러운 손길에 막내 도령의 시선이 닿았다. 담담한 척하는 표정과는 다르게 길고 섬세한 손끝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가 입은 옷은 셔츠 형태였다. 단추를 열어 가슴을 드러낼 수도 있을 테지만, 명령은 옷자락을 들어 올리라는 것이었다. 올린은 셔츠의 아래를 잡고 옷깃을 손안에 구겨 쥐며 조금씩 올렸다.

가을 햇살 아래 드러난 마른 몸은 옷에 감춰졌을 때보다 가늘게 느껴졌다. 날씬한 근육이 잡힌 배도, 조그만 유두도, 오목하고 길게 뻗은 배꼽도 아주 예쁜 편이었다. 피부의 결도 곱고 색도 좋았다. 그러나 막내 도령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했다.

“그럴 줄 알았어, 중고 보지네. 누가 쓰던 거.”

배꼽 근처에서부터 아래쪽으로, 크롭에 맞은 멍이 선명했다. 멍은 바지에 감춰진 아랫도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막내 도령은 그 멍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이것은 가학적인 성애의 도구로 이 몸을 쓴 사람이 남긴 흔적이다.

“이것 봐. 맞잖아. 으, 헌 보지 냄새.”

막내 도령이 정말 냄새가 난다는 듯 코와 입을 막은 채, 다른 손으로는 올린의 바지 허리 부분을 잡고 홱 잡아당겼다. 올린은 놀라서 숨을 몰아쉬면서도 셔츠를 말아 쥔 손에 힘을 줄 뿐, 갑작스럽고 제멋대로인 도령의 손짓에 조금의 저항도 없이 순순히 따랐다. 올린이 순종하는 데 익숙한 것처럼, 막내 도령은 복종하는 몸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겁먹어 할딱이는 마른 배 위로 바지의 단추를 끄르고 지퍼를 내리느라 분주한 막내 도령의 손가락 마디가 몇 번 닿았다가 떨어졌다.

바지가 무릎 언저리까지 내려가 걸쳐졌다. 속옷은 당연히 없었다. 올린은 위로는 젖꼭지를, 아래로는 엉덩이와 자지를 훤히 드러낸 채 서 있게 되었다. 담이 높아 바깥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는 곳이라고는 하나 실외다. 두려움인지, 수치심인지 혹은 추위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이 바들바들 떨었다. 그렇게 떠는 주제에 흰 얼굴은 무심을 꾸며 단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막내 도령이 확인하고자 한 자국 위로 손가락을 따라 그리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집사를 돌아봤다. 크롭에 후려쳐진 심한 매 자국은 아랫배로부터 사타구니까지 이어져, 색이 엷고 털이 없는 좆에도 부어오른 보라색 멍으로 남아 있다. 이 가문에 팔려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았던 손님이 남긴 자국이었다.

올린은 그 손님이 자신의 몸에 자국이 남도록 매질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맞을 때 몹시 아파 울긴 했지만, 이 피멍 덕에 이틀이나 일을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올린에게는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이 지경으로 맞는 게 일이었으면 당연히 보지도 헐겁겠지. 최 집사님도 이제 별수 없나 봐요, 제대로 된 걸 구해 오시기는커녕 중고나 주워 오게.”

집사가 대답했다.

“곧 사라질 흠이 있어 당장 보시기에 흡족하지 않으실 수는 있겠지만, 체질과 기질이 특별히 좋습니다. 쓰시다 보면 이 이상 훌륭한 액받이는 없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남이 쓰던 자국 뻔한 년을. 존나 찝찝하게 씨발.”

욕설을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사나웠다.

“액받이 없이 두 달을 지내셨습니다. 오래 자리를 비워 둘 수 없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부디 이해해 주십시오.”

집사의 말이 길었다. 막내 도령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큰형은? 큰형도 알아요?”

“큰 도련님께서 최종적으로 인가하셨습니다. 도련님.”

“그렇단 말이지. 그 애를 죽이고 데려온 게 저따위 물건이라고. 얼마나 구르던 것인지도 모를.”

막내 도령은 아직도 몸을 드러낸 채 조용히 서 있는 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중고 보지, 네가 대답해. 너 남자 좆 얼마나 받아 봤어.”

올린은 질문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전에 있던 곳에서는 어떤 목적이든 말을 하면 심한 벌을 받았다. 침묵하는 습관은 공포 앞에서도 쉽게 깨지지 않았다.

“니 보지, 다물어지기는 해? 너무 많이 쓰여서 느슨할 거 아냐, 내 말이 틀려? 역시 그렇지?”

대답이 늦었다. 막내 도령은 혀를 차며 다가와 왼쪽 유두를 아무렇게나 쥐고 있는 힘껏 꼬집더니,

“묻잖아 이 씨-발년아, 왜, 말을, 안 해.”

하면서 이리저리 비틀었다. 올린은 숨을 참으며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뒤틀었다. 꼭 다문 입술 안으로 작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년 존나 고집 있는 거 좀 봐. 야, 무릎 꿇어.”

결코, 고집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꼭 다문 입안으로 낑 소리만 내어도 혼나고 벌 받는 시간을 너무 오래 산 탓에 그저 말하는 게 너무나 어려울 뿐이었다. 올린은 그런 자기변호조차 하지 못하여 색소 엷은 눈동자가 짙은 색으로 부풀도록 눈물이 배어 나오는 눈을 하고서도 명령에 순종할 뿐이었다.

무릎 꿇으라 하셨으니, 꿇어야 했다. 조금씩 몸을 낮추는데 유두를 꼬집는 손가락은 느리게 따라왔다. 너무 아파서 눈썹을 잔뜩 모으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올린은 무릎을 꿇었다. 정원의 디딤석 위에 무릎으로 선 자세를 취하자, 다시 질문이 떨어졌다.

“이제 말해, 니 보지 헐렁 보지야 아니야.”

올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물 떨어지는 눈으로 곁에 선 늙은 집사에게 도움을 청하듯 올려다보았다가 혼쭐이 났다. 막내 도령은 손안에 쥔 유두를 상하좌우로 마구 흔들며 을러대었다.

“엉뚱한 데 쳐다보지 마 이 씨-발년아, 아무도 너 안 도와줘.”

집사는 죄 없는 새 물건을 상대로 불만을 쏟는 어린 주인의 행패에도 담담했다. 막내 도령은 아직도 폐기 처분된 이전의 물건을 아까워하는 중이었다. 새로 온 액받이가 이전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트집을 잡는 건 그런 뜻이었다.

“어서 말하라고, 니 보지, 헐렁 보지야 아니야!”

올린은 입을 꼭 다문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막내 도령은 가여운 꼴을 보자 더욱 잔인해졌다. 엄지와 검지로 세게 조이던 유두를 아예 으스러뜨릴 듯 엄지로 짓눌렀다.

압력이 점점 더 세졌다. 올린은 제게 주어지는 아픔에 저항 없이 견디려, 지금 자신의 젖꼭지를 고문하는 사람에게 제 몸을 드러내고자 셔츠를 말아 쥔 두 손이 발발 떨도록 힘을 주었다. 옷자락을 쥔 채 주먹 모양으로 말린 두 손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힘이 들어가고 여윈 어깨의 뼈가 더욱 도드라지도록 움츠러들었다. 두려움을 가득 안고 온 낯선 곳에서 처음 당하는 모진 꼴이 무서워 눈물은 굵은 방울로 뚝뚝 흘렀다. 정말이지 그는 무슨 말이라도 하여 이 괴로움을 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도무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우느라 더욱 붉어진 입술만 달싹달싹, 열었다가 닫기가 여러 번이었다. 묻는 이의 질문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는 것은 반항이다. 그렇다고 묻는 바를 인정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분명 그 사실만으로도 호되게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올린은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막내 도령은 집사를 보며 빈정거렸다.

“생긴 것만 멀쩡하면 뭐 해, 냄새 나는 중고 헐렁 보지에다 말도 못 하는 천치인데.”

유두를 꼬집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거친 손짓에 올린은 무릎을 꿇은 채로 휘청거리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짚어 간신히 쓰러지는 것을 면하고는, 바닥을 짚었던 손을 얼른 다시 올려 셔츠 자락을 쥐었다. 막내 도령의 커다란 손이 올린의 머리채를 단단히 잡아 한쪽으로 기울인 자세 그대로 고정했다. 다른 손은 울며 숨을 몰아쉬느라 들썩이는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주제도 모르고!”

“컥…!”

“어딜 기어들어 와!”

평범한 대학생이긴 하나, 막내 도령은 운동이라면 야구로부터 골프까지 가리지 않고 해 온 청년이다. 만일 평범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운동선수가 되었을 거라고 형들이 우스갯소리 삼을 정도로 건장한 몸이다. 호랑이처럼 근육이 붙은 사람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날린 주먹을, 공기 새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견뎌 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첫 번째의 충격에는 눈이 크게 뜨였다. 홉뜬 눈에서는 생리적인 눈물이 왈칵 솟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튀었다. 두 번째의 주먹질에는 속에 든 것이 올라왔다. 막내 도령은 올린이 토악질을 하는 동안에는 머리채를 잠시 놓아주었다. 올린은 괴로워하며 빈속에서 올라오는 쓴 물을 토해 냈다. 그리고 구역이 잦아들자 다시 머리채를 잡혔다.

“흐으…!”

올린은 가차 없는 폭력이 또 떨어질 것을 알았다. 젖은 얼굴인 채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며 웅크렸지만, 그나마도 단단히 방어한다기보다는 힘없이 망설이는 몸짓이었다. 막내 도령은 그 손을 툭툭 쳐서 다시 옷자락을 말아 쥐게 했다. 벌벌 떨며 말려 올라간 옷 아래로 맨몸이 다시 드러났다. 다시 무자비한 주먹이 들어 올려지자 올린은 지레 겁을 먹어,

“힉!”

하고 애처롭게 숨 삼키는 소리를 냈다. 막내 도령은 주먹을 내리고 픽 비웃었다.

“맞는 것도 제대로 못 하네?”

가혹한 평가에 헐떡이면서도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세 번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얻어맞은 몸은 속절없이 쓰러져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 먹은 게 없었으므로 나오는 것도 별로 없었건만 막내 도령은 더럽다는 듯이 물러났다.

“놀고 있네. 똑바로 앉아. 야, 헐렁 보지, 똑바로 앉으라고.”

두 번이나 명령이 떨어졌지만 올린은 바닥을 긁으며 괴로워하느라 따르지 못했다. 막내 도령이 눈짓하자 집사가 얼른 올린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강제로 끌어 앉혔다. 겨우 무릎을 꿇고 앉은 올린의 눈이 혼탁했다. 눈물, 콧물, 토사물, 침으로 더러워진 모습인데도 워낙 예쁜 얼굴이라 어딘지 음심을 자극하는 데가 있다.

“셔츠 제대로 올려. 젖꼭지 내밀어. 첫날부터 다리 부러지고 싶어서 그러지? 이 씨- 발년이, 빨리 움직여!”

재촉하는 험악한 언사에 올린은 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이를 악물었다. 벌써 주먹질 당하면서 히익, 하고 숨 삼키는 소리를 냈기 때문에 더 시끄럽게 굴면 안 됐다. 이미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는데도, 길든 몸은 예전의 규칙에 얽매여 있다. 온 얼굴이 다 젖도록 울면서도 흐느끼는 소리 하나 없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지경이었지만 올린은 그런 것은 알지 못했다.

막내 도령은 착실히 명령받은 대로 옷을 말아 쥐고 몸을 드러내는, 그럼에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새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힘이 다 빠져 옷자락을 한 번 놓쳤다가 눈치를 보며 다시 쥐는 얼굴을 한 대 더 때려 줄까 하다가도 그러지 않은 이유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드러난 몸은 말랐다. 흐느끼느라 갈비뼈가 오르내렸다. 오른쪽 유두는 엷은 분홍색에 아주 작고 귀여운데 왼쪽 유두는 심한 멍이 들어 엉망이었다. 주먹으로 얻어맞은 옆구리는 붉었다. 내일이면 시커먼 멍이 올라올 것이다.

“가슴 내밀어. 젖 똑바로 내밀라고.”

시키는 대로 한다. 여윈 가슴뼈가 도드라지고 숨이 깔딱거릴 때까지 내민다.

“네 눈으로 봐. 이쪽 젖 예뻐? 어? 빨리 봐 봐.”

올린은 눈을 내려 자신의 왼쪽 유두를 확인했다. 잠깐 사이에 통통하게 불어 올라서는 발딱 서 있었다. 벌써 새파랗게 멍이 들었는데, 유두를 장식하듯 두른 연한 색의 유륜뿐 아니라 힘껏 꼬집힌 가슴의 판판한 위쪽까지 멍이 번져 있었다.

“예뻐 안 예뻐?”

올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전 질문에 대답을 못 했다가 배에 주먹질을 세 대나 당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학대를 면할 수 있을지 몰라서 울먹이자 막내 도령은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예쁜 것 같으면 다른 한쪽도 그렇게 만들어 줄 테고, 안 예쁜 것 같으면 충분히 예뻐질 때까지 도와줄 거고.”

꾸욱 다문 입속으로 다시 울음이 터졌다. 집사는 곁에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예쁘냐고 안 예쁘냐고. 야. 헐렁 보지. 야. 야. 이 씨발 이게 돌았나.”

눈알을 굴리던 올린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예, 예쁘게!”

올린은 눈치도 빠르고 영리한 편이었다. 그러나 말을 해 본 지 하도 오래라서, 그 말투만은 마치 어린애 같았다. 오랜만에 내 본 목소리는 작고 울먹이는 듯하여 더욱 어리숙하게 들렸다.

“…봐, 주세요….”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을까. 막내 도령은 웃었다. 그러더니 이제껏 관심을 두지 않던 멍든 자지를 한 손으로 꽉 쥐고, 따악 소리가 나도록 세게 딱밤을 먹였다. 올린은

“흐윽!”

하고 작은 비명을 지르고 엉덩이를 뒤로 빼 양쪽으로 마구 흔들어 대며 아픔을 참았다. 아픔 속에서는 늘 그렇듯이 항문이 벌름거렸다.

“…하는 거 봐서.”

개가 다시 공을 물고 다가왔다. 막내 도령은 만족한 듯이 올린을 놓아주곤 개랑 놀기 위해 잔디밭으로 돌아갔다. 한 걸음 물러나 있던 집사가 다가와서 왼쪽 유두와 옆구리, 그리고 성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명령했다.

“옷 입으세요.”

셔츠를 내리고 바지를 올리는 동안, 올린은 옆구리를 얻어맞은 통증으로 몇 번 기침했다. 집사가 우는 것은 괜찮지만, 기침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시켰다. 그리고 서두르는 발길로 디딤석 위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올린은 아픔과 기침을 참으며 그 뒤를 따랐다. 허리를 바로 세우고 단정하게 걸으려고 애썼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고용인들이 소리 없이 나타나 디딤석 위의 토사물을 싹싹 닦고 물을 뿌렸다. 집사가 저택의 현관 앞에 이르러 뒤를 한 번 돌아보았을 때, 이미 정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올린은 그런 것을 알아차릴 정신이 없도록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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