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시선 너머
부부가 된 건 두 사람이 함께한 지도 벌써 1년이 훨씬 넘었을 때였다. 법적으로 묶인 것 없이 동거하는 사이에 불과했기에 둘 사이에는 늘 암묵적인 긴장감이 있었다. 주형의 눈에 재연은 너무 잘나서 언젠가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 떠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고, 재연은 그런 주형이 어떤 이유로든 제게 질릴까 안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둘은 내색하지 않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다.
사계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여름을 앞둔 시기가 찾아오던 날. 주형이 월급을 받았다며 오랜만에 둘은 외식을 하러 나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형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재연을 이런 식으로 대접했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자못 달랐다. 그는 늘 입던 편한 옷이 아니라 웬일로 와이셔츠를 꺼내 입었고, 머리카락도 조금 손질한 티가 났다.
오늘따라 더 반짝반짝거리는 주형을 앞에 두고, 재연은 제 가슴 주머니 안쪽에 있는 상자를 연신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는 그냥 손수건을 꺼내어 입을 살포시 닦았다. 주형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섹스 정도야, 일상의 애정 정도야 갈구해서 매달릴 수 있지만 결혼은 또 다른 문제임을 재연은 알았다. 결혼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재연은 학대를 일삼고 난잡한 생활을 일상으로 여겼던 제 아버지 아래 자라며 결혼에 대한 신중함을 얻었다.
그러고 있으니 주형이 식사가 꽤 맛있다고 어색하게 말을 덧붙이더니,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데에는 재주가 하나도 없는 티를 내면서 갑자기 테이블보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사님, 잠시 드릴 게 있습니다.”
“응?”
재연은 주형이 웬일로 긴장한 모습에 흥미로워하며 그냥 고개를 들었다. 보드랍고 뽀얀 피부가 레스토랑의 조명과 야경에 물들어 반짝거렸다. 그러고 있자 주형이 무얼 자랑할까, 무얼 보여줄까 기대하고 있던 차에 그의 손가락에 힘이 풀렸다.
툭. 재연은 손수건을 예쁘게 접고 있던 손가락을 허벅지 위로 떨어뜨렸다. 반쯤 접혀 있던 손수건이, 주형의 이니셜이 금수로 박혀 있는 천이 스르르 날갯짓하듯 날아 재연의 다리에 앉았다.
주형은 보석함을ㄹ 들고 있었다. 둘의 손바닥보다도 훨씬 작은 것. 반지 한 쌍이 들어가면 가장 아름답게 보일 크기. 재연이 도톰한 입술을 벌리며 숨을 가늘게 내쉬었다. 잇새로 불규칙한 숨이 흐르고, 재연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아요?”
주형은 그 말에 고개를 그냥 끄덕였다. 그리고 새빨개진 얼굴로 귀를 붉힌 채 보석함을 살포시 열어 보였다.
“저랑…… 정식으로 결혼해 주십시오, 이사님.”
그러고는 잔뜩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혼인 신고는 아마 힘들겠지만, 둘이서라도 기념할 만한 일을 하면 그게 결혼인 거 아닐까 하는 바람으로. 주형은 더 이상 재연이 어디에 갈까 전전긍긍하는 삶 따위를 살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런 중에도 재연이 저를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
“생각해 봤는데, 저도 이사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
“제가 이사님 그 지랄 맞은 성격까지도 다 가지고 갈 테니까, 이사님도 저랑 같이 가 주십시오.”
주형은 책임감도, 애정도 있었다. 재연은 제가 아니면 안 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무시하고 말았을 성격이지만, 윤재연은 좀 다르게 생각했다. 제가 재연이 필요하듯이, 재연 또한 제게만 이런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었다. 주형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고백했다.
“……받아 주시는 겁니까?”
“꿈 아니죠?”
“…….”
“매일 비슷한 꿈을 꿨는데, 이것도 꿈이면 서운할 것 같아요…….”
재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윽고 당황했는지 아, 하고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었다. 흰자위에 물기가 어렸다. 그는 이렇게까지 동요할 줄도 몰랐는 듯 스스로와 낯을 가리고 있었다. 재연이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손수건을 꽉 쥐었다. 이때까지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주형도 함께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윽고 순진한 목소리로 재차 이어지는 물음에 무심코 웃었다.
“꿈 아니죠?”
“손 줘 보십시오.”
주형이 손을 먼저 내밀었다. 그러자 재연은 기다랗고 예쁜 뼈가 있는 손을 내밀었다. 얕게 붉은 기운이 있는 어여쁜 손가락이 주형의 손에 닿았다. 손가락이 서로 닿기만 했는데도 재연은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다.
“꿈에서 내가 반지를 끼워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진짜입니다.”
처음으로 해 보는 일이라 아주 낯설었지만, 둘 다 안다. 낯섦에서 흥분을 느꼈다는 걸. 주형은 조심스럽게 재연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아주 값비싼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 다이아몬드가 하나 박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심이 선 이상 한없이 돈을 모으는 것보다는 재연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앞섰기에, 주형은 자신이 살 수 있는 반지 중 가장 좋은 것을 샀다.
“현실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손이 떨릴 리가 없거든요…….”
주형은 긴장감이 그제야 풀린 듯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여전히 긴장이 되는 듯 어깨를 매만졌다. 겨우 고개를 다시 들자 재연은 겨울바람을 맞은 것처럼 뺨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손수건을 꺼내려 손을 넣었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형도 나랑 같은 마음이라서 기뻐요.”
“…….”
“사실, 나도 형이 나한테 마음을 완전히 열 때까지 기다렸어요.”
산 지는 사실 반 년이 넘었다. 동거 초반 반 년에는 무슨 디자인을 하면 좋을지, 주형의 반지 사이즈는 몇인지 알아보느라 사지 못했다. 반 년이 지난 뒤로는 온갖 보석 브랜드와 보석 상점을 휩쓸고 다니며 깐깐하게 쟀다. 그 결과 고른 것이 간결하지만 화려함이 잔뜩 묻어나 있는 이 반지였던 것이다.
재연은 사러 갔을 때의 설렘이 다시 피어 오르는 듯 조심스럽게 반지함을 내밀었다. 같은 디자인의 반지 두 쌍이 비슷한 사이즈로 놓여 있다. 누가 보아도 당신과 나를 위한 거라고,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듯 은색이 푸르르게 반짝였다. 얼마나 깨끗하고 어여쁜지 바깥의 검푸른 밤하늘 색깔마저 흡수해 반짝였다.
“나를 받아들여줄 때 주려고 미리 산 건데…… 받아 줄래요?”
“이게…….”
주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흰자위가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반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가 재연을 보았다.
“어, 이, 이걸…… 그런, 귀한 걸, 그냥 들고만 다녔습니까?”
화들짝 놀라서는 손가락으로 재연의 반지함을 가리켰다. 어버버, 입술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응. 형이 저녁을 사 주는 날에는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 전에는 서랍장에 넣어 놓고요.”
“집에 이런 대단한 걸 숨기고 있다니…… 윤재연, 진짜.”
나, 참. 주형이 자리에 다시 주저앉았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새색시처럼 뺨을 불그스름하게 한 채 수줍게 말했다.
“형은 내 영역에 함부로 안 들어오니까.”
“……그게 예의이지 않습니까? 같이 사는데.”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을 오히려 바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니 가끔은 웃겼다. 재연이 저런 말을 할 때면 주형도 그냥 웃게 됐다. ‘형이 내 옷 숨겨 놓고 출근 못 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형이 나 못 자게 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말들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가끔은 형이 내 영역에 함부로 손댔으면 좋겠어요.”
“막상 당하면 형, 하고 진지하게 화낼 거잖습니까.”
“아니에요, 형이면 다 괜찮아요.”
괜히 이렇게 승부욕을 자극할 때면, 주형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중 악독한(?) 일을 말하고는 했다.
“휴대폰 검사해도 그런 말 나오나 봅시다.”
“정말요? 검사해 줄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기대되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소년의 얼굴을 한 윤재연 앞에서는 1초 만에 무너졌지만.
“……됐다.”
내가 널 데리고 무슨 집착을 하겠냐. 주형이 푸스스 웃으며 곁에 있는 와인을 한 모금 넘겼다. 저번과 달리 오늘은 룸이 있는 레스토랑에 와 양식을 먹는다. 주형은 생전 누려 본 적 없는 호사가 아주 달콤한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끼워 주십시오.”
“…….”
재연이 스멀스멀 번지는 입가를 주체하지 못했다. 잔뜩 들뜬 어린아이처럼 만면에 미소를 짓더니,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열어 반지를 꺼냈다. 은색으로 된 바디에 포인트로 콕 박힌 다이아몬드와, 링 절반을 채우고 있는 자잘한 다이아몬드 조각이 돋보이는 반지였다. 그가 가지고 오며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정말로 예뻤다. 주형은 살다 살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 볼 줄은 몰랐는지 그저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주형의 투박한 손가락에 재연의 반지가 딱 맞아 들었다. 주형은 오른손 약지를 부드럽게 채우고 있는 동그란 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윽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해바라기가 핀 것처럼 화사했다. 재연은 그 모습을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겨 놓고 보려는 듯, 함께 천천히 마주보고 웃었다. 정말로 오래오래 보고 싶었다. 저 얼굴을 보면 화가 나도, 울음이 나도 참을 수 있었다. 어떠한 역경이 오더라도.
“형이 준 건 목걸이로 하고 다닐래요. 손에 있으면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형은요?”
손가락보다는 목이 좀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재연은 가끔 직접 추심을 나갈 때는 손에 있는 장신구를 모두 빼야 했기에.
“흠, 그러면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 돼요.”
“……왜죠?”
“카페 손님들이 자꾸 형한테 집적거리잖아요. 반지 하고 다녀요.”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긴 했지만 그런 표정을 뚫고도 주형에게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적잖이 있었다. 주형은 그럴 때마다 애인이 있다고 거절했으나, 그것도 반지가 없어 매번 그러기는 참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서 늘 귀찮다고 말하는 주형에게, 재연은 이런 증표가 생겨 다행이라 여겼다.
“목걸이로 하고 다니면 됩니다.”
“손님들이 못 알아보면요?”
재연은 연신 걱정했다. 주형이 너무 잘생긴 데다가 쓸데없이 다정한 면이 있어 신경이 쓰였다. 그냥 일을 안 하라고 할 수도 없고, 가끔은 속이 답답했다. 그러나 사랑이라 함은 이런 감정까지도 모두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재연은 가만히 참았다.
“그러면 목걸이 보여주면서 임자 있다고 하면 되죠.”
“정말로 그럴 거죠?”
“그러라고 있는 반지인데.”
시원스레 웃으며 그리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지가 마음에 드는지 만지작거렸다. 주형은 본의 아니게 반지를 두 개나 가지게 된 게 감회가 남다른지, 반지함의 반지와 제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연신 번갈아 보았다. 다른 디자인이었지만 하나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제 건 너무 싼 것 같아서 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이사님한테는 그런 것보다 훨씬 비싼 게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
“나는 싸구려를 해도 잘 어울려요.”
“지금 네 외모 자랑하라고 한 말이 아닙니다, 윤재연아.”
저 뻔뻔한 얼굴을 보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라서. 주형이 괜히 가자미눈을 뜨고 훼방을 놓자 재연이 처연한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하지만 형은 내가 누더기를 입어도 예쁘다고 했잖아요.”
“……아, 아무튼! 이사님 걸 웨딩 링이라고 생각하죠. 제 건 그냥, 사귈 때 맞춘 거라고 치고.”
실제로 한 말이라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주형은 언제 그런 말을 했나, 하고 회상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으응. 나는 형이 준 걸 웨딩 링이라고 하고 다닐래요.”
“그러면 누가 얕보지 않겠습니까? 좋은 집안 아들이 이렇게 허접한 걸로 링 했다고.”
“반지가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형이 준 게 아니면 의미 없어요.”
나는 형 손길이 닿은 것만 제대로 된 물건처럼 보여요. 재연이 그리 말하면서, 주형이 준 반지의 다이아몬드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재연에게는 명품도 재연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그저 하잘것없는 물건 같았다. 값은 비싸지만 그저 굴러다니는 재화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형이 사 준 반지, 그리고 주형이 만들어 준 요리 같은 것은 어느 명품보다도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재연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있잖아요, 형.”
“예?”
“나랑 정말로 결혼하면 안 돼요?”
“결혼?”
주형은 그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외 국적을 취득해서 형이랑 법적으로 묶이고 싶어요.”
“…….”
“형을 내 남편이라고 하고 싶어요.”
진지한 얼굴의 재연을 바라보자 정말로 사랑이 느껴졌다. 이렇게 피부와 뼈를 뚫고 재연의 사랑이 느껴질 때, 시선만으로도 쏟아지는 감정의 햇살을 느낄 때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재회했을 때만 해도 그를 찢어 죽일 듯 바라봤었는데.
“우리가 헤어지기 어려운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형이 굳게 다물린 입을 열지 않고 재연의 고백을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침을 꿀꺽 삼키고 부탁하는 재연의 목소리를 들었다. 평소처럼 달콤했지만 그도 긴장한 듯 늘 여유로운 미소가 아니라 굳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리고 있기만 했다.
“형은요?”
“저는…….”
아주 느릿느릿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윽고 금세 대답했다.
“좋습니다.”
주형은 이 나라에 미련이 없었다. 특별한 증오가 있는 것도,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버리는 건 쉬웠다. 그래서 그냥 좋았다. 재연이 그렇게 하자고 하는 게.
“응, 형.”
재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정말로 괜찮냐는 겉치레 말조차 하지 않고 덥석 주형의 대답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정말로 우리라고 할 수 있어요.”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 주형 또한 기뻤는지 은은하게 웃었다. 하지만 실감이 잘 나지 않아서, 무어라 말은 덧붙이지 못했다. 정말로…… 부부가 되는 건가. 같은 호적에 등록되는 건가. 법적으로 보호가 되는, 정말로 사랑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비웃을 수 없는 사이…….
“나, 뽀뽀.”
“이사님은 망신살이라는 게 없습니까?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뽀뽀.”
예쁘게 말했잖아요. 재연이 주형을 꼬셨다. 솔직히 딱히 신경을 써서 예쁘게 말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뽀뽀를 받고 싶었기에 애교를 부렸다. 재연은 일부러 반짝반짝한 얼굴을 가져다 대듯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뺨을 가져다 댔다. 거리가 있어 입술은 조금 힘들 듯하니 최대한 볼을 보였다.
“아으, 진짜.”
주형은 정말로 귀찮고 쓸모없다는 듯 짜증을 내면서도 뺨을 붉히고 있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며 쪽, 하고 뽀뽀를 해 주었다. 얕게 타액이 남도록 진득하게 피부를 빨아 먹듯 입술을 내밀어 뽀뽀를 했더니 재연의 뺨도 상기되었다.
“너무 좋다, 형.”
까르르 웃으며 그리 말한 재연이 만면에 미소를 보이며 또 말을 덧붙였다.
“나는 이제 생일 선물 안 받아도 될 것 같아요.”
“그래 놓고 생일 까먹으면 토라져서 밤에 안 재울 거잖습니까.”
“그것도 맞아요.”
재연에게는 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 그런 기념일을 잊으면 몹시 서운해했다. 선물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까먹는다는 걸 속상해했다.
“이사님은 도대체 언제 철 들려고 나를 그렇게 괴롭히는 겁니까?”
“철 들었으면 좋겠어요?”
“……아뇨.”
주형이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가 귀엽고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연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표독스럽다고, 가식적이었다고 생각했던 눈이 어느새 말갛고 예쁘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미워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내 취향이에요.”
지금 윤재연이. 주형은 그리 말하며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볼이 조금 봉긋해지도록 뿌듯하게 웃으며 날카로운 눈동자를 보드랍게 풀었다. 그러자 재연이 가장 좋아하는 얼굴이 나왔다. 행복과 기쁨에 잠겨 이 순간의 저를 오롯하게 받아들여줄 때의 표정.
“형도 내 취향이고, 페티쉬예요. 그것만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지키셔야 됩니다, 그 약속.”
“당연하죠. 형도 지켜야 돼요.”
“그래요.”
그렇게 둘은 우여곡절 끝에 정말로 부부가 되었다.
***
재연은 주형이 사 주었던 목도리를 풀었다. 3월이 되어 이제는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씨였으나, 그는 꾸역꾸역 식목일이 될 때까지 목도리를 꼭 하고 다니겠다고 했다. 그냥 좋은가 보다 하고 넘기기에는 상당한 집착이 느껴지는 말이라 주형은 당황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 그냥 아무거나 편할 때 쓰셔도 됩니다.’
‘형이 나한테 처음으로 준 거잖아요.’
안 돼요. 재연은 정말로 무슨 진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도리를 꼭 껴안았다. 어차피 주형이 착용하던 게 아니라서 그의 냄새 따위는 나지 않지만 왜인지 그의 손길이 묻어 있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제 아버지의 병문안을 아무렇지 않게 다녀와서 홀로 소파에 앉았다.
윤 회장은 주형이 재연과 있었던 일을 기억했던 그날 밤 쓰러진 뒤로도 몇 번이고 쓰러지더니, 어느 날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등이 떠밀려 뇌진탕을 입었다. 누구의 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원한이 원인이겠거니, 하고 재연은 성심껏 조사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윤 회장은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일상이 뒤바뀌고, 재연이 실질적으로 천국 캐피탈, 아니, 천국 그룹을 통치하는 사람이 되고 난 지도 어언 몇 개월이나 지났다.
재연은 느른하게 늘어진 동공을 이리저리 굴려 주형과 제 신혼집을 바라봤다. 몇 번 보아도 보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든다. 그러나 재연의 낯은 조금 지쳐 있었다.
전쟁터 같은 병문안을 다녀왔으니 오늘의 일과는 모두 끝났으니 마음이 편할 법도 했는데,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껴 있었다. 아직도 그가 죽지 않고 식물인간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영 못마땅했다. 그래서 그냥 새벽에 사람을 불러서 베개로 숨이나 막아버릴까 싶었다. 그런 비생산적인 고민을 하고 있으니 속이 조금 복잡했다.
“후…….”
그렇게 두 시간 동안 휴식 겸 주형을 기다리고 있으니 문득 외로웠다. 바깥엔 비가 많이 오고, 집안은 눅눅해서 불쾌 지수가 높아진다. 빈둥거리고 있는 것도 지쳤다. 비로 젖은 코트 끝과 목도리를 생각하니 괜히 또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주형과 결혼식을 올렸을 때를 회상했다.
서로 하객으로 부를 사람이 없어 결혼식은 단둘이서 성당에서 올리고 일주일간 신혼 여행을 다녀왔다. 맛있는 해산물과 처음 보는 바다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곳은 정말로 아름다웠고, 그런 해변 위를 거니는 재연의 모습도 주형의 눈에 가득 차도록 예뻤다. 물기를 맞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다, 낮은 신음을 내며 서로의 점막을 허락해주고, 지치면 음식을 먹고, 숨결 하나 아쉽다는 듯이 붙어 있다가, 문득 지는 해와 달을 바라보면서 날씨가 변할 무렵의 냄새를 이야기한다. 일주일은 느긋하고 뜨겁게 타올랐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야자수 가까이 모래를 발바닥에 묻히고 있던 주형의 뒷모습을, 아마 재연은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가 등을 돌리며 이사님, 아니, 재연아, 하고 소리를 높여 부르고 손짓을 할 때.
성급하게 발걸음을 놀려 다가가 보니 아주 예쁜 소라고둥의 껍데기를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주형은 그보다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웃으며 재연에게 내밀고 있었다. 모래를 털어 보여주고는 한국 바다에는 이런 게 없지 않냐고, 흔할 수 있는 껍데기를 어여쁘게 보듬는 손길을 보였다. 재연은 그 소라고둥이 마음에 들어서 부러 천에 싸 한국까지 들고 왔다. 그리고 지금은 장식장에 있었다.
그렇게 장식장의 소라가 한가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든 듯 영원히 침묵하고 있을 때, 재연은 함께 피곤함과 심심함에 젖어 있었다.
주형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도 집에 붙어 있지 않고 일을 나갔다. 돈을 벌 필요는 없고, 법적으로 묶여 있으니 주형이 우려하는 재연의 배신도 일어날 리 만무했지만 그는 일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임신 같은 거라도 시키지 않으면 그는 일을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것을 알기에, 재연은 그냥 주형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두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형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면 쓸쓸했다. 주형이 가끔 카페의 오픈 시간대를 맡아 오전 6시에 후다닥 나가버릴 때면 그냥 카페를 하나 차려 주고 싶었다. 오늘은 정말 불운하게도 주형이 오픈 시간대에 나가 마감 시간까지 일하는 날이었다. 사장이 시켰다고 했다.
‘죽일까.’
어떻게 사람을 16시간 동안 일하게 할 수 있지. 그건 주형에게 학대다. 가정 파괴고, 따라서 범죄다. 처치해야 하는 일이다. 정말로 잔혹하기 짝이 없다.
재연은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무심코 잔뜩 비죽거리고 있던 입술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걸어 주형과 저의 침실에 다다랐다. 이윽고 주형과 함께 쓰는 침대에 올라가 벨트를 살포시 풀었다. 포근하게 퍼지는 파우더 향기와 베갯잇 가까이 코를 묻으면 나는 주형의 머리 냄새가 좋다. 재연은 주형의 베개를 꽉 껴안았다. 주형의 냄새가 났다. 조금만 생각해도 좆이 일어났다.
천천히 손을 가지고 가 주형을 상상하며, 주형의 구멍에 제 좆을 빠르게 밀어 넣는 생각을 하며 자지를 만졌다. 손으로 꽉 억눌러도 부족해서 허리를 잘게 흔들었다. 주형과 함께 뒹굴고 온기를 나누던 매트리스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재연은 그 위에서 애처롭게 무릎과 허리를 움직였다. 분명 반나절을 못 봤는데도 한 달 넘도록 내외한 것만 같다.
“형……, 하아, 형.”
분명히 주형과 함께 한다면 그가 없을 때 느꼈던 불안이 조금씩 나아지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안일한 판단이었다.
주형이 내내 곁에 있다가 1시간 넘게 사라지니 그만 머리털이 삐죽 섰다. 형도 이럴까. 형이 이렇게 아픈 건 원하지 않는데. 재연은 숨을 가쁘게 내쉬며 주형의 베개를 더욱 껴안았다. 험악하게 돋은 핏줄이 꿈틀거렸다. 하얀색 베갯잇이 사정없이 찌그러졌다.
허리를 잘게 움직이며 손가락으로 좆을 문질렀다. 탁, 탁 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흔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도록 몰입하자 주형의 목소리가 귓전에 환청으로 들렸다. 재연아. 사랑스럽게 정액처럼 줄줄 늘어지는 목소리를 생각하니 미칠 것처럼 가슴이 탔다. 아랫배가 묵직했다.
주형과의 섹스는 달리 권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늘 비슷했으나 새로웠다. 눈이 마주치면 경우에 따라 애무를 생략하고 좆을 넣고, 좆을 넣은 채로 눈을 마주치며 마음에 있는 말을 내내 늘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거름망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상스러운 단어를 주고받을 때 서로가 흥분한다는 걸 안다. 짐승처럼 보이는 교미여도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으므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언젠가 주형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시비를 건 적이 있다. 야한 얼굴로 야, 하고 툭툭 치기에 다정하게 받아 주었더니 그 길로 키스를 해 주었다. 너무 좋았다. 매일 약을 먹이고, 술을 먹이고 싶을 정도로. 재연은 그때 주형이 취해서는 얼른 좆이나 박아 달라며, 가슴을 툭툭 주먹으로 쳤던 걸 떠올렸다.
“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감각이 선명하지 않을 정도로 흥분이 됐다. 재연은 그저 끈적하게 젖어 있던 손가락이 뜨거운 액으로 완전히 덮였음을 인지했다. 하악, 하고 거칠게 숨을 내쉬며 좆에서 손을 놓자 하얀색 시트 위로 재연의 좆물이 질질 흘렀다.
“형…….”
스스로를 몰아세워 한 번 사정을 했더니 아랫배가 얼얼했다. 잠시 포근하게 누워 주형의 냄새를 맡았다. 이런, 또 섰다. 재연은 중독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며 눈을 가물가물하게 떴다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망이 된 시트를 대충 빨래 바구니에 구겨 넣고 비적비적 발을 움직였다.
‘형 보러 가야지.’
자위를 한 이상 실물을 보고 싶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재연은 벨트를 늘어뜨린 채 느른하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무슨 옷을 입어야 주형이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줄지 고민했다.
***
근래 들어 주형은 편했다. 집에는 자칭 토끼 같은 남편이 있고-주형의 눈에는 뱀 새끼나 다름없었지만 부러 정정을 하면 성을 내므로 토끼 같은 남편이라고 하기로 한다-, 바깥으로는 꽤 괜찮은 동료들이 있었으니까. 진상 손님도 주형의 얼굴과 덩치를 보면 말이 쏙 들어갔기에 정서적으로 괴로운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장이 임금을 떼어먹지 않아서 좋았다.
“톨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 나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했더니 영 피곤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다들 졸린지 평소보다 커피 음료도 훨씬 더 많이 사 갔다.
주형은 픽업 부스와 카운터, 그리고 조리대를 오고 가며 열심히 일했다. 픽업 부스를 통해 밀려 있는 음료를 모두 나누어 주고 다시 포스기 앞으로 돌아오니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자바칩 프라푸치노 한 잔, 휘핑크림 빼고 초콜릿 시럽 두 번 넣어 주세요. 그리고 얼음은 씹히는 것 없이 최대한 잘게 부탁드려요.”
“허……. 저기요, 손님.”
주형은 까다로울 정도로 자세한 주문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오뚝한 코와 어여쁘게 뻗은 눈꼬리를 가지고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른 손님들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야릇한 비아냥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딱히 불만도 없는 듯 벙글거렸다. 오히려 좋아서 설레는 듯 귓불을 만지작댔다.
“네, 왜요? 형.”
손님인 척 당당하게 걸어 들어온 재연이 아주 엷은 비 냄새와 함께 카드를 내밀었다. 뻔뻔하고 새침한 모습에 주형이 픽 웃으며 카드를 밀어냈다. 재연에게 사게 할 마음은 없었다.
“그런 거 안 좋아하시잖아요.”
“……들켰네.”
재연의 취향은 저렇지 않았다. 저건 제 취향이었다. 카페를 갈 때마다 어떤 걸 시켜서 어떻게 먹는지 연구를 하더니 결국 취향의 완성체를 모두 배운 모양이다. 주형은 엷게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해서 드리면 됩니까.”
“응.”
형은 역시 나를 잘 알아요. 재연은 기쁜 듯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형이 자연스럽게 제 것으로 결제를 하고 있자, 재연이 뾰로통한 얼굴로 주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그냥, 내 카드 안 받아줘서요.”
제가 내지 않는다면 주형이 낼 텐데, 그건 싫었다.
“굳이 이사님 돈 쓰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좀 이따가 불러 드릴 테니 픽업 부스에서 받아 가세요.”
“으음……. 커피는 형이 줄 거예요?”
주형이 주기를 바랐다. 분명 바쁜 대형 카페이니 주형이 바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재연은 짐짓 예쁘게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그러나 그런 예쁜 짓에도 익숙해진 주형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마 안 바쁘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오는 손님 무리가 대여섯 명이나 되니 안 될 것 같았다. 재연은 확답을 주지 않는 주형이 영 못마땅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다가, 다른 손님을 위해서 비켜 주었다. 매장 창가의 소파에 앉아 늘씬한 다리를 꼬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멀리서 보아도 화보 같았다.
“……저기, 주문해도 되나요?”
“아, 네. 뭘로 하시겠습니까?”
주형은 저도 모르게 재연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려 주문을 받았고 예상대로 손님 무리가 주문한 음료는 가지각색 여러 잔이었다. 덕분에 주형은 재연에게 직접 아메리카노를 건네지 못했다.
……그 탓인가, 왠지 재연이 시무룩해 보인다. 약간 심통이 난 거 같기도 하고. 아닌가? 그냥 비가 내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바깥도 우중충하고 해도 나와 있지 않으니 평소보다 어두워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기분이 영 꺼림칙했다.
주형은 이렇게 어린 티를 내는 재연을 목격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 뭐라고 하면서 침대 위에서 반쯤 죽여 놓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연이 온 건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비와 함께 나타난 재연은 계속 버티고 앉아 있었다. 야근을 위해 미리 커피를 사 가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도 지나고, 어느덧 여덟 시가 됐다. 그동안 재연은 주형이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준 적이 있는 음료를 모두 다 주문해 하나씩 맛보았다. 덕분에 주형은 팔 근육을 열심히 써서 얼음을 갈고 설거지거리를 걱정해야 했다.
‘시발, 저거 왜 저래?’
왜 저렇게 힘든 메뉴만 시키냐? 힘든 메뉴를 시킨다면 애인이어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재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눈치 없이 한마디를 하려고 다가갔다.
“……윤재연.”
재연은 이사님이라고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타이를 때는 꼭 이름을 불러 주었다. 주형이 나름대로 터득한 생존 및 연애 전략이었다.
“응, 왜요? 형.”
그 이름 부르기에 마음이 좀 누그러졌는지 재연이 고개를 돌렸다. 금색으로 반짝이는 책갈피를 들어 책 사이에 끼운 뒤, 톡 덮었다. 그대로 손을 뻗어 주형의 허리를 그의 팔로 둘렀다. 얕게 껴안은 듯한 행위였다.
“다 먹지도 못할 건데 왜 시켰습니까, 이거.”
“형이 만드는 거 먹고 싶었어요.”
사실 주형이 요리를 가끔 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서 주형에게 요리를 자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참 힘들었다. 그래서 카페 일을 할 때만이라도 먹고 싶었다. 당연하겠지만, 예상대로 맛있었다.
“이거 먹으면 저녁도 못 먹는데.”
“그래도.”
재연은 배시시 웃으며 주형의 팔뚝을 잡았다. 전완근을 스르르 손가락으로 야릇하게 훑자 주형의 솜털이 얕게 섰다. 그리고 미끄러뜨린 손끝으로 그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튼튼한 근육이 사랑스럽고 좋았다.
“어차피 형 없으면 입맛도 없어요.”
“나, 참.”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재연이 귀여워 보였다. 주형은 푸스스 웃으며 재연을 내려다보았다. 재연은 이미 나쁜 손버릇을 한껏 자랑하듯 소파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다리를 슬쩍 주무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좆에 손을 댈 뻔해서 당황한 걸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짓이었다.
“마감 시간은 절대로 안 받아야겠네, 앞으로.”
“……정말 그럴 거예요?”
재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대했다.
“밥도 안 먹고 이러고 있는데 편하게 일이나 하겠습니까.”
“형이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주형이 하고 싶어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형과 딱 붙어 지내고 싶은데 일을 하느라 못 한다는 게 싫었다.
“퍽이나 하고 싶겠다.”
주형은 재연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쓰다듬었다. 엷게 스며 있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면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면서 그냥 패고 말았겠지만, 재연을 보면 그런 생각이 잘 안 났다. 물론 진짜 가끔은 주먹으로 때리고 싶을 때도 있었으나 그런 때는 드물었다. 애초에 이 우아하고 예쁜 왕자님 같은 얼굴을 어떻게 때리나 싶기도 하고. 주형은 재연을 향한, 알 수 없는 포용감이 생겼다.
“형, 언제 마쳐요?”
“마감조니까 11시 정도에 마칩니다.”
10시 반에 닫더라도 30분 동안 가게를 정리해야 했다. 재연은 앞으로 세 시간 더 버틸 생각에 조금 아쉬워졌다. 그동안 주형과 함께 노닥거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정말로 달콤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한가해진 틈으로 사장이 다가왔다.
“아, 주형 씨! 뭐야, 친구야?”
“아, 네.”
주형은 슬쩍 재연의 손을 떼고 멀어졌다. 재연은 어느새 붙잡을 수 없이 멀어진 따스한 근육과 살덩이를 아쉬워했다. 저렇게 쏙 나가 버리다니. 괜히 심통이 났다.
‘내가 부끄럽나? 만지는 게 부끄러운 건가?’
공공장소에서 그냥 벗겨서 따먹으면 안되겠지. 그래, 형이 싫어할 거야. 정말로 미움 받을지도 몰라. 재연은 꾹 참았다. 그러고 있으니 눈치 없이 다가온 사장이 주형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형은 내 건데.’
아무나 만지면 안 되는데. 재연은 이를 얕게 깨물었다. 그러자 턱 근육이 살포시 올라오며 짜증을 드러냈다. 머리털도 삐죽 섰다. 마음 한구석이 아주 불편했다.
“오늘 고생 많았어. 이 이후로는 나랑 수연이 둘이서 하면 되니까 그냥 갈래? 친구도 아까부터 와 있었잖아.”
“아……. 괜찮습니다, 사장님. 세 시간이나 비울 수는…….”
“신경 쓰지 마. 사실 오늘 궂은일을 주형 씨가 다 해서 조금 미안한 것도 있었거든. 아침에 식재료 옮기는 것도 주형 씨가 다 하고.”
“사장님 어깨가 안 좋으시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아무튼, 기왕 친구도 왔는데 퇴근해.”
사장은 주형과 오래 일하려면 이렇게 당근도 줘야 한다며 해맑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을 들은 주형은 여전히 조금 미안한 얼굴로 머뭇거렸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앉은 채로 그를 꼭 껴안았다. 주형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세게.
“그래요, 형. 집에 가요.”
“아…….”
“우리 같이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집 비우니까 너무 외로워요.”
내가. 재연이 눈을 접어 맑게 웃었다. 휘황하고 기다란 속눈썹이 나비의 날개처럼 반짝거렸다. 검은 속눈썹에 도는 윤기가 보석처럼 어여뻤다. 조금 몽롱한 듯 엷게 떠진 눈과 불그스름한 뺨이 유혹적으로 움찔거렸다.
남이 보기에는 그저 아름답고 고운 웃음이었으나 주형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미소 뒤에는 다소 음흉함이 가득했다. 주형은 주춤, 몸을 살짝 뺀 채 재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눈이 재차 마주쳤다. 주형이 눈을 끔뻑이자, 재연이 곁으로 껴안고 있는 주형의 옆구리에 이마를 비비적거렸다. 시선에 따라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동생 같기도 했고, 때를 모르고 애정을 쏟는 애인 같기도 했다. 사장은 주형과 재연 사이의 알 수 없는 끈적함을 알아챈 건지, 그저 바빠진 건지 갑작스럽게 카운터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 참. 머신 봐야 하지. 아무튼 알아서 유니폼 정리하고 가, 주형 씨!”
친구도. 사장은 재연을 향해 사람 좋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발을 움직여 잽싸게 머신 쪽으로 가 버렸다. 그렇게 덩그러니 남겨진 주형은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여전히 아주 아끼는 인형을 품고 놓아주지 않는 듯 저를 껴안은 재연을 내려다보았다. 재연은 주형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사장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레이저 광선이 나올 듯 화르륵 불타고 있었다. 이윽고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 주형의 어깨를 만지작거린다.
“뭡니까? 실밥 있어요?”
“……저 사람 손길 지우려고요.”
제 손길로 덮어버릴 거다. 좀 이따가 벗겨서 여기에 자국을 꼭 남겨야지. 재연은 굳건히 다짐했다. 그런 속내 같은 건 잘 모르는 주형이 푸학, 하고 시원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아뇨, 그냥…… 뭐, 이사님도 진짜 안 변하신다 싶어서.”
재연의 마음이 울렁거렸다.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건, 역시 예전부터 꾸준히 봐 왔다는 거겠지. 그런 섬세함을 문득 발견할 때면 기분이 이상했다.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주형을 보기만 해도 좆이 서는데 저런 말을 하면 참을 수가 없었다. ‘형도 역시 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자각하기만 해도 심장이 덜컹거렸다.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 재연은 주형을 재촉했다.
“얼른 집에 가요, 형.”
“예? 아, 알겠습니다.”
유니폼을 갈아입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른 다시 나왔고, 주형은 재연과 함께 퇴근했다. 주형은 조수석에, 재연은 운전석에 앉아 집으로 향했다.
주형은 밤의 도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로 잔뜩 젖은 바닥이 내보이는 조명이 알록달록 예뻤다. 빨간 신호 아래 차가 멈추자마자 다가오는 손길을 자각했다. 선명한 온기가 좋았다. 내심 기다렸던 어여쁜 손가락이다.
“이사님, 데리러 와 주신 건 고맙습니다. 기다려 주신 것도 좋고요.”
“으응. 형, 손.”
재연이 보채듯 손을 더욱 내밀었다. 주형이 고맙다고 해 주고 제게 예쁜 말을 해 주어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게다가 집에도 갈 수 있다니. 재연은 들떠 있었다.
하지만 주형은 그 손을 잡아주지 않고 대신 짐짓 냉정한 목소리를 냈다. 엄격한 형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람 많은 데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
“저도 그렇고, 이사님도 이런 걸 들킨다고 해서 좋을 건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남자랑 여자여도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만지작거리면 안 좋게 봅니다.”
아까 곁으로 껴안은 것도, 다리나 팔을 주무른 것도 모두 신경이 쓰였다. 사장이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조금 불안했다. 뭐라고 할 사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가십거리를 주는 게 싫었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에요. 다 벗고 떡 친 것도 아닌데.”
그리 말하는 순간 비가 휘몰아치며 와이퍼가 위익, 하고 거세게 작동했다. 마치 폭풍 같았다.
“후…… 떡은 안 쳐도,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각을 하는 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사님도 저도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어차피 둘이 있으면 할 짓, 못 할 짓 모두 다 하는데 꼭 남들에게도 보여 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서. 애초에 공중도덕에 위배되는 짓은 하기 싫었다. 주형이 그리 단호하게 말하자 재연은 조금 속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싫어요?”
재연 또한 공중도덕을 지킬 줄은 알았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주형의 좆을 만지지 않았고, 대놓고 야한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재연의 입장에서는 그게 지킨 거라고 지킨 거였던 거다. 그런데 주형에게 이런 차가운 말을 들으니 마음이 상했다.
“예.”
주형은 한숨을 담아 말했다.
“싫습니다.”
냉정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호불호를 표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건 사회적인 인식과 상관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주형은 일을 하고 싶었고, 재연과 잘 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단칼에 말하자 재연은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었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저 서운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이해하기 싫었다.
“…….”
“…….”
눈을 마주치자 재연이 조심스럽게 눈을 피했다. 주형의 몸이 떨렸다.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는 낯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그렇게 시선을 쫓듯 다시 한 번 바라보니 재연은 일부러 사이드미러를 보려는 듯 다시 눈길을 휙 돌렸다. 다 큰 사내가 하는 짓이라기에는 너무도 유치한 시위 짓이었다. 어이가 없지만 그랬다.
저놈……, 삐졌구나. 주형은 직감적으로 알아채며 후회했다. 그러나 후회만 할 뿐 앞으로 무슨 일이 다가올지는 몰랐다.
***
집에 와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씻기로 했다. 들어오고 나서도 필수적인 말만 하는 재연을 두고, 주형은 먼저 씻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자 평소보다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재연이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흠…….”
주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그냥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했다. 좀 쑥스럽지만 재연은 저를 꽤 좋아하고,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게 제법 지칠 거다. 그러니 꼬리를 먼저 내리고 다가오지 않을까.
‘애초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공공장소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애정 행각이 과해서는 안 된다. 딱히 과민 반응을 한 것도 아니고, 허벅지와 엉덩이 주변을 주무르고 있는 손길을 자각해서 나름대로 냉정하게 잘 말했다고 생각했다. 주형은 그러면 그런 거라고 여기며 홀로 주억거렸다. 그렇게 물을 트는 순간이었다.
달칵, 문이 열렸다. 주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샤워기를 든 채 샤워 부스 너머를 바라봤다. 욕실에 들고 올 게 있나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니 재연은 아무런 용건이 없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생각해 봤는데…….”
“씻고 나서 이야기하면 안 됩니까? 그, 땀 냄새도 많이 나는데.”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이렇게 다 벗고 있으니 대화를 할 엄두도 안 났다. 이러면, 꼭…….
“안 돼요.”
아, 씨. 이러다가 떡 칠 것 같은데. 주형은 본능적으로 드는 불안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가왔다.
“씻고 나서 하죠. 이사님.”
“형이랑 지금 이야기하고 싶어요.”
재연이 샤워 부스를 탁 열며 말했다. 샤워기에서는 물이 쪼르르 나오고 있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대뜸 들어온 재연의 행각이 당혹스러웠는지, 주형은 눈을 끔뻑이며 손사래를 쳤다. 물이 많으니 오지 말라는 듯 손짓하니 재연이 불쑥 다가와 주형을 껴안았다.
“윽! 야, 아니, 샤워기……!”
샤워기를 바닥에 엎질렀다. 물이 팍 사방으로 튀며 재연의 허벅다리와 주형의 몸을 적셨다. 주형은 바닥에서 뒹굴거리기 바쁜 샤워기를 끄기 위해 손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재연이 너무 세게 껴안고 있어 몸을 움직여 레버까지 다가가기 어려웠다.
“형 마음도…… 이해해요.”
이해하는 과정에서 속이 끓고 탈 것 같아서 괴로웠지만 주형과 살기 위해서 이런 것쯤이야 괜찮았다.
“물, 물 좀 끄고, 잠시만, 이사님!”
“근데 형이 그러니까 너무 서운해요…….”
주형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재연은 그냥 그를 꽉 껴안으며 제 할 말을 했다. 어리광을 부리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커다란 덩치로 배를 맞대고 있으니 기분이 야릇했다. 어느새 축축하게 젖은 그의 셔츠가 속살로 느껴졌다. 주형은 등줄기가 살짝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이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섰다……. 절대로 들키면 안 돼.
“이거, 놔! 물 좀 끄자고!”
주형은 내심 걱정이 되어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이 미친 물부터 좀 꺼야한다. 게다가 재연의 옷이 다 젖는 걸 원치 않은 나머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연신 파닥거렸다. 그러고 있으니 정말로 심통이 난 재연이 미간을 푹 찌그러뜨리며 신경질적으로 레버를 확 잠가버렸다. 탁,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물소리가 멎었다.
“이제 됐어요?”
“아…….”
재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흰자위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 주형은 어느새 젖어 있는 그의 눈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했다. 왜……, 저렇게, 아파하면서 상처를 받은 얼굴로…….
“이제 내 마음대로 해도 돼요?”
“그, 그게, 윽!”
재연의 손가락이 주형의 좆을 확 감쌌다. 애무처럼 느껴지지 않는 거친 손길이었다.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들어오고 나서도 주형이 계속 대화를 회피하니 괜히 화가 났다. 물론 이것마저도 어린 행동이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마음이 너무 급했다. 그런데 하나도 되는 게 없는 상황에서 주형은 꼴에 좆을 세워 놓고 있으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렇게 좆 벌떡 세워 놓고, 물 끄고 뭐 하려고.”
야해 빠져선. 재연이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을 한 채 중얼거렸다. 주형의 자지를 낚아채듯 야살스럽게 잡고 탁탁 흔들었더니 원래 몸에 묻어 있던 물기가 천천히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사님 바지, 다 젖습니, 하으, 읏.”
“바지는 빨면 되잖아요. 그냥 말리면 돼요, 형.”
재연이 은밀한 손길로 그의 귀두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약간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속살거리니 손가락에 감기는 것이 더욱 단단해졌다. 아닌 척을 해도 음란하게 느낄 건 다 느끼고 있으니 기가 찼다. 재연은 주형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원망을 느꼈다.
그렇게 냉정할 거면 이렇게 좀 예쁘지나 말든가. 처음에는 주형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너무 냉정해서 속상하다고 어리광을 부린 뒤 슬쩍 화해를 유도하며 섹스를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참기 어려우니 섹스를 하면서 화해를 해야겠다. 재연은 제 손바닥에 갇힌 좆을 느끼며 숨을 거칠게 내쉬는 주형을 코앞에서 내려다보았다.
아래서 바라보면 우월한 턱선과 콧날이, 위에서 바라보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뭉근하다. 그래서 재연은 주형을 내려다보는 걸 정말 좋아했다. 눈을 감으며 다른 손으로 주형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물방울이 똑똑 맺혀 있는 탄탄한 허리가 매만져졌다. 주형은 화를 내려던 것도 잊고 그 손길에 안겨 허리를 얕게 움직였다.
재연은 그 움직임을 느끼며 얕게 코웃음을 흘렸다. 허. 적극적인 모습이 오늘따라 원망스러울 정도로 야했다.
“이거, 놓고…… 얼른, 일단……, 하, 하려던, 말부터.”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주형이 싸기 직전처럼 음란한 얼굴로 말했다. 끊어서 숨을 내뱉는 걸 보니 이미 한계인 듯한데 나름 형이랍시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들어와서 성기를 만져 줬다고 금세 툭툭 싸 버리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말이다.
재연은 일부러 그의 좆을 꽉 쥐며 고개를 저었다. 유려하게 늘어진 속눈썹과 눈꼬리가 나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싫은데.”
형이 미운 말 해서 싫어요. 재연은 그리 말하며 입을 벌려 주형에게 키스했다. 이미 한 번 온몸에 물을 적셨는지 따스한 물방울들이 주형의 얼굴에 맺혀 있었다. 뺨을 적시는 보드라운 구슬을 핥고, 혀를 섞었다. 불그스름한 혀가 주형의 입 사이를 파고들었다. 야살스럽게 입술을 열어 주형의 윗입술부터 천천히 베어 물었다. 푸딩을 음미하듯 부드러운 것을 입술 사이로 머금고 꾹 짓눌렀다. 주형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재연의 어깨를 콱 붙잡았다.
주형은 그리 재연에게 휘둘렸다. 그러고는 억지로 떼어낸 뒤 원망 어린 눈길로 재연을 바라봤다. 그러나 재연의 얼굴 또한 석연치 않았다. 억지로 들어와 샤워를 망쳐 놓고서는 오히려 자신이 훼방을 당한 사람처럼 처량하게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아까 싫다고 해서 그럽니까?”
어느새 한 걸음 물러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재연이 어깨를 움칠 떨었다. 여전히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서툰 그가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물며 안으로 말아 넣었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말했다. 눈을 살짝 들어 주형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기도 했다.
“형.”
재연이 천천히 주형에게 다시 다가왔다. 난입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천천한 움직임이 이어지자 주형은 지쳐 있는 몸을 헐떡거렸다. 재연은 어느새 코앞에 서서 고개를 살포시 내리고, 주형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열며 주형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나는 형이 싫다고 말하는 게 너무 싫어요.”
“……읏.”
허벅지를 욕심껏 움켜쥐고 살짝 들어올렸다. 그러자 통통한 살점으로 이루어진 볼기와 성기가 훤히 드러났다. 이런 부끄러운 자세도 이제는 익숙해진 듯 주형은 달리 저항하지 않았다. 재연이 마음대로 구는 게 미울 법도 했으나 그가 시무룩한 얼굴로 꼬물거리는 게 더욱 신경이 쓰여서였다.
재연이 동그란 알을 부러 손가락으로 스치고, 여전히 붉게 달아 있는 회음을 얕게 꼬집었다. 구멍을 감싸고 있는 풍만한 살갗이 손가락으로 만져졌다. 재연은 그 감각이 못내 좋아 연신 더듬거렸다. 그리고 힘을 다시 주어 허벅지를 더욱 들어 올리게 하고, 완전히 드러난 구멍으로 손가락을 천천히 비집어 넣었다. 이제는 구멍을 쓸 줄 아는지 주름이 이완되어 있어 금세 넣을 수 있었다.
“형이 말을 할 줄 안다는 것도 아는데…….”
“흐, 으윽.”
“그렇게 말하면 왜 이렇게 불안하고 화가, 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재연이 잇새로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워낙 가라앉아 있어 잘 들리지 않았으나, 주형은 그가 무슨 마음으로 하는 말인지 이제는 알 듯했다. 섭섭한 거겠지. 모든 게 서툰 그에게 그런 말은 서운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주형이 숨을 푹 내쉬자 구멍이 옴찔대며 작게 수축했다.
재연은 물기로 조금 촉촉해져 있는 후장 구멍을 손가락으로 더욱 벌렸다. 기다란 손가락이 안을 유영했다. 끈적하고 뜨거운 속살이 틈 없이 손가락을 잡아먹었다. 손가락 하나를 더 넣어 엄지와 중지를 안에서 벌리자 주형이 흠칫 놀랐다.
“아, 잠, 시만. 재, 윤재연.”
“이제 넣어도 되겠어요.”
평소보다 훨씬 급해 보였다. 재연은 숨을 가쁘게 내쉬며 주형의 아랫도리를 바라봤다. 약간 분홍빛을 띠는 자지가 탐스럽게 끄덕거렸다.
“으, 으응…… 안에서, 벌리지, 하윽.”
주형이 거칠게 숨을 학, 학 내뱉을 때마다 구멍이 열렸다가 닫혔다. 겨우 손가락 두 개만 삽입해서 조금 풀었을 뿐인데, 벌써 넣겠다니. 원망 어린 눈길을 차마 보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자 재연의 어깨가 코에 닿았다. 하아, 하고 숨을 내쉬며 콧날을 비비적거리자 재연의 움직임이 일순 멈추었다. 잠시 뒤에는 재연의 목젖이 꿈틀댔다. 어깨로 느껴지는 주형의 얼굴이 좋아서 머리가 한순간 어지러웠다. 그는 땀 냄새가 나니 기분이 나쁠 거라 이야기했지만, 재연은 그가 품은 땀 냄새도 좋았다.
그래서 손가락을 쑥 빼냈다. 화들짝 놀란 주형이 야, 하고 겁을 먹은 목소리를 냈다. 이윽고 재연은 주형의 양쪽 허벅지를 모두 안쪽으로 움켜쥐었다. 그대로 확 들어올리자 개구리처럼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공중에 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성기가 허공에 떠서 꼿꼿이 재연의 가슴 쪽을 가리켰다. 주형은 털 하나 없이 깨끗한 제 자지와 음낭이 두꺼운 모양새를 한 채 그를 향하고 있다는 게 자못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시뻘겋게 붉혔다. 게다가 구멍조차 활짝 열려 있어 쪽팔리기까지 했다.
주형이 내려놓으라는 듯 일부러 허벅지를 내리려 애써도, 재연은 그런 건 용납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더욱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벽에 완전히 몰아붙이고, 배로 주형의 몸을 짓눌렀다. 선득하게 닿는 자지가 주형의 사타구니 가까이를 쓸었다.
“내, 려 주십시오. 이건, 좀…….”
“싫어요.”
주형의 애절한 목소리와 움직임에도 재연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구멍 가까이 좆기둥을 들이댄 채로 살살 비볐다. 구멍에 콕 박힌 좆이 끄덕거리며 자극을 주었다. 그런 중에 음란해 빠져서 구멍을 조여 귀두를 야금야금 먹는 게 야속했다. 주형은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지만. 잔뜩 젖은 셔츠가 재연의 가슴에 찰싹 달라붙었다. 가슴의 주인이 숨을 크게 들이쉬자 함께 꿈틀댔다. 조금 뒤에 일어날 일을 기대하는 듯 음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늘은 형이 싫어하는 것만 하기로 했어요.”
재연이 그렇게 말하며 주형의 구멍에 좆을 끝까지 박아 넣었다. 그저 시작에 불과한 행위인데도 주형은 몸을 파드득 떨며 가누지 못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냥 싫다고 말하지 말걸, 하고.
몇 분 동안 주형은 선 채로 박혀야 했다. 재연은 심기가 뒤틀린 건지, 그저 섹스가 좋아서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속을 쑤셨다. 헤집고, 뒤집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찾으면 그 부분만 집요하게 또 때리듯 처박았다. 주형은 얼얼한 뒤를 느끼면서도 구멍을 대주었다.
재연은 그런 주형을 안고 있다가, 주형이 힘들어서 축 늘어지면 그냥 벽을 보라고 했다. 구멍만 있으면 된다는 듯 냉정한 목소리가 주형의 자존심을 박박 긁었다. 그러다 주형은 결국 엉망진창으로 정액을 몇 번 쏟아낸 뒤, 또다시 구멍에 대고 귀두를 문지르는 재연을 향해 화를 냈다.
“이 자세 그만 좀……!”
“……싫어요?”
재연은 좆을 쥐고 있다가, 등을 돌려 앞을 바라보며 화를 낸 주형을 바라보았다. 분명 안이 질척하니 그 또한 몇 번이고 절정을 맞았을 텐데도 얼굴이 시원찮았다. 주형은 움찔, 몸을 떨면서도 또 목소리를 높였다.
“싫습니다, 씨발. 제가 이사님 좆집 취급 안 당한 지도 지금, 씹, 1년이 넘었는데!”
“…….”
“지금 이래서는 내가 이사님이랑 사귄다고, 뭐, 사랑해서 같이 산다고 할 수 있겠어요?”
주형이 씩씩 화를 내자 재연이 제 성기에서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울상인 얼굴로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턱을 다시 들고 주형을 바라보았다.
재연은 무언가를 꾹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의 눈시울이 빨개져 있었다. 불안한 듯 숨을 거칠게 내쉬고는 입술을 벙긋거렸다. 주형의 팔을 거세게 붙잡으면서. 어둠 속에서 마지막 빛을 찾는 탐험가처럼 절박한 낯을 하고 있었다. 발발 떨리는 손가락이 주형의 팔뚝에 자국을 냈다. 마침내 재연이 말했다. 억눌려 있던 울음이 목젖에 고여 있었다.
“형이, 싫다고 하는 거 싫어요.”
“…….”
“형은…… 나를, 좋아해야 하는 거잖아요.”
주형의 신음이 길게 늘어졌다. 배 가까이로 딱딱한 물건이 느껴졌다. 그는 울먹거리면서 흉물을 들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나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절대로 거절하지 못했다. 주형은 죽을 때까지 재연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순순히 다리를 들어주며 재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래서.”
더 말해 보라는 듯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은 금세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고 다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드러난 회음을 거칠게 쓸며 성기를 푹 처넣었다. 주형은 마치 고통을 참는 사람처럼 읏, 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갑작스러운 행위에 화가 날 법도 했지만 재연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 그럴 수 없었다.
“이제 형 엉덩이, 바깥에서 안 만질게요. 허벅지도 안 더듬을게요. 껴안고, 자지 만지려고 안 할게요. 그러니까 싫다는 말 하지 마요.”
재연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뽀얀 뺨에 물길이 생겼다. 보드랍고 여린 피부를 지나 반짝거리는 눈물이 그의 얼굴을 촉촉하게 덮었다. 이윽고 그가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뒤흔들며 말했다.
“형은, 형은 나를 좋아해야 하잖아요. 우리는…… 사귀고, 결혼했는데. 나는 형밖에 없는데…….”
“하아, 학……!”
“형이 싫다고 말하기만 해도 속상해서, 눈물이 날 거 같아요.”
주형은 벽에 등을 잔뜩 가져다 대며 움찔거렸다. 한 쪽 다리만 지지한 채 박히고 있으니 평소와는 다른 자세라 흥분이 되었다. 튼튼한 가슴이 얕게 흔들릴 정도로 몸이 요동쳤다. 주형은 뜨겁게 숨을 내쉬며 재연의 것을 받아들였다. 애처로운 말씨를 하나, 하나 읊을 때마다 좆이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녹진한 육벽이 다시 무너졌다. 젤리처럼 말캉한 내벽이 경련하며 자지를 빨아먹었다.
“내 세상에는 형밖에 없어요…….”
재연의 세상에는 주형밖에 없었다. 재연의 직업이나 여타 인간관계는 그의 세상에 편입되지 못했다. 그는 그런 것들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주형에게 모든 애정을 쏟고, 그를 의지했다.
그래서 이렇게 조금만 흔들려도 금세 무서워졌다. 재연이 주형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들이받듯 자지를 처넣었다. 퍽! 내장을 어지르는 움직임이었다. 주형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으, 하고 뚝뚝 끊긴 음을 내뱉었다.
“형이 너무 단호하면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죽고 싶어요. 살기 싫어요. 재연이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그럼에도 또박또박한 발음이 주형의 가슴을 툭툭 건드렸다. 재연은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언젠가는 악어의 눈물처럼, 주형에게 동정심을 사기 위해 가짜로 운 적도 있었지만 이번은 정말이었다.
주형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는 건 괜찮지만, 싫다고 하는 건 안 괜찮았다. 정말로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주형이 저의 일부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불안이 생겼다. 제게는 주형밖에 없는데.
그 고해성사와 같은 표현을 알아들은 주형은 결국 고개를 주억거렸다.
“후…… 알겠, 습니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 목소리에 재연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커다란 좆기둥이 안에 박힌 채 연한 이물감을 남겼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쯔윽, 하고 적나라한 소리가 났다.
“안 싫습, 니다. 혹시나 내가…… 하아, 싫다고 해도, 그건 다 그냥 뻥입니다.”
“진짜요?”
“그래요.”
솔직하게 말하면 밖에서 떡을 칠 것처럼 구는 건 참 싫지만, 이렇게까지 말하고 있으니 다 알아듣겠지. 주형이 재연을 바라보며 그의 허리를 천천히 이끌었다. 안 그래도 붙어 있는데 더욱 가까이 오게 하니 주형의 성기가 재연의 배에 닿을 지경이었다.
“이사님은, 늘 까먹는 게 있는데.”
“…….”
“내가 싫은 새끼랑, 이렇게 잘 붙어먹으면서 살 것 같습니까?”
주형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성격이 영 별로였다. 조금만 수틀리면 화를 내고, 딱히 배운 것도 없어서 제대로 화를 낼 줄은 모르고, 그냥 욕을 하고 만다. 그런데, 싫은 사람과 함께 산다? 말도 안 됐다. 주형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랑. 두 글자로 모든 게 해결이 됐다.
“그럴, 것 같냐고.”
“읏…….”
“아니지?”
주형이 부러 구멍을 꽉 조이며 재연을 자극했다. 그러니 재연은 드물게 당황한 듯 움찔거렸다. 거의 잘라먹을 기세로 도발하듯 자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질척거리는 안을 천천히 허락했다.
재연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늘 저보다 작은 듯 보여도 듬직하고 강한 느낌이 들어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재연의 대답을 본 주형이 후, 하고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착하다.”
주형은 재연의 목소리만큼이나 애처롭게 말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어른스러움이 묻어났으나 그도 연애는 익숙하지 않아 어색했다. 가만히 재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험상궂다고 생각할 만큼 다소 날카로운 이목구비였지만, 재연은 그런 선이 너무 곱고 좋았다. 그러나 그가 사랑한다고 말하니 쑥스러워서, 먼저 얼굴을 피하고 말았다. 눈물로 젖은 뺨이 수줍음을 드러냈다.
“으응, 형……. 사랑, 해요.”
말 잘 들을게요. 나는 형만 나를 좋아해 주면 돼요. 형이 나만 좋아해 주면 돼요. 그러면 나는 나로 있을 수 있어요. 재연이 경황없이 말하며 주형의 얼굴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쪼옥, 쪽, 하고 피부가 끈적해지도록 입술로 그를 애무하자 주형 또한 응해 주었다.
주형은 몸을 푹 수그리며 입을 맞추어 먼저 혀를 넣었다. 그리고 재연에게 가까이 달라붙어 그에게 기댔다. 재연은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무엇도 두렵지 않게, 평온하게 만드는 온기가 다가왔다. 주형이 몸뚱이가 주는 무게감이 안정을 주었다.
재연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얕게 미소를 지었다. 혀를 얽으면서도 입꼬리가 설설 올라가 어쩔 수 없었다. 주형이 위로를 해 주는 게 기쁘고 좋았다. 그리고 주형이 없다면 저 또한 죽었을 거라고 확신하며 그를 껴안았다. 부서지지 않게 껴안아도 부족해서 괴로웠지만 그럼에도 열기 어린 몸이 내내 위로를 해 주었다.
***
그렇게 몇 번 더 서로의 점막을 탐했다. 주형이 몇 번 사정을 했는지 세지 않기 시작할 무렵, 재연이 샤워 부스에서 나왔을 때는 슬슬 이 정액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야 샤워 부스에서 그렇게 치받고 해 댔으니까.
재연의 체력을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우뚝 서 있는 자지를 보자 오싹했다. 아니나 다를까 마수가 다시 다가왔다.
“잠, 시만. 그만…… 야, 그, 그만.”
“아직 더 싸고 싶어요.”
조금만 더요. 재연이 열기 어린 목소리로 주형을 뒤에서 껴안았다. 주형은 어느새 재연의 손짓에 의해 무릎을 욕조 바닥에 댄 채 엉덩이를 내민 자세가 되었다. 재연이 콘돔도 없이 구멍에 정액을 밀어 넣은 덕분에 허벅지와 둔부가 허여멀건 정액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재연은 그런 정액을 윤활유 삼아 자지에 슥슥 묻히고, 다시 볼기를 거세게 쥐었다.
이윽고 커다란 손으로 주형의 골반과 엉덩이를 함께 틀어잡았다. 재연이 하도 거칠게 잡은 탓에 주형의 엉덩이에는 새빨간 손자국이 사라질 일이 없었다. 늘 음탕하게 부어 있었고, 달아 있었다.
주형은 사정을 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지쳤다. 그래서 크게 저항하지 못하고 뒤를 흘금 바라보며 두려움을 내비쳤다. 섹스도 섹스지만 아랫배가 당겨서 힘들었다. 너무 길게 했더니 슬슬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계속 이렇게 하면……. 주형이 으으, 하며 앞을 다시 바라봤다. 고개를 푹 숙이자 주형의 허리가 자르르 떨렸다.
“그마, 윽, 으읏……!”
“형도 아직 좆 서 있잖아요. 조금만 더, 응? 조금만…….”
주형의 구멍이 한계까지 확 벌어졌다. 성기가 그의 구멍을 끝까지 푹 뚫었다. 하악, 하고 힘겹게 신음을 흘리기가 무섭게 재연은 한껏 부어 있는 속살을 헤집었다. 쓰라린 느낌과 흥분이 동시에 밀려왔다. 주형은 길어지는 신음을 어찌 수습하지 못하고 몸을 푹 늘어뜨렸다. 아랫배가 뚫릴 것만 같았다. 안 되는데. 미칠 것 같다. 주형은 욕조 내부에 달린 손잡이를 마지막 희망인 것처럼 부여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제 배를 쓰다듬으며 울먹거렸다.
“차라리, 나, 가서…… 나가서, 좀……!”
지친 목소리로 소리를 내도 재연은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연은 찰랑거리는 욕조 안에서 탐스러운 허벅지를 움찔대고 있는 주형이 좋았다. 색스러웠다. 탄탄한 사타구니에 남은 잇자국을 보자 더없이 만족이 밀려왔다.
“형, 아기 생길 것 같아? 배를 자꾸 만지작거리네요.”
함께 그의 손등을 폭 겹쳐서 더듬거렸다. 뒤에서 가슴을 묻고 배를 꽉 짓눌렀다. 주형은 성기가 더욱 꽉 차게 들어온 것 같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살갗을 조금 누르기만 해도 미칠 듯 당겨왔다. 주형은 손을 발발 떨었다. 손을 떼고 싶어도 재연이 짓누르고 있었다.
“왜요, 아기집 생긴 거 같아요?”
꾸욱, 재연이 좆기둥을 후장에 더욱 밀어 넣었다. 동시에 얕게 들려 있는 뱃가죽도 함께 짓눌렀다. 허리 짓을 느슨하게 하고 있어도 크기 때문에 들쑤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커다란 쾌락이 밀려왔다. 점막을 문지르는 감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쫀쫀하게 붙어 있는 재연의 좆대가리가 점막을 쿡쿡 찔렀다. 주형은 흠칫 놀랄 정도로 날카로운 감각이 아랫도리에 스치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잃을 듯 강렬한 성감이자, 충동이었다. 싸고 싶었다.
“그, 게 아니라, 씨발, 빼, 빼애……! 나, 아윽!”
“으응. 아기 만들어요, 형. 결혼도 했는데…….”
재연이 느른한 목소리를 내며 거절했다. 주형은 더욱 급해졌다. 속이 탈 듯이 조여왔다. 구멍을 잔뜩 조이며 버둥거리자 재연은 당황한 듯 윽, 하고 신음을 뱉었다. 그럴수록 그를 범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재연은 더욱더 놓아주지 않고 허리를 털어 댔다. 그러면서도 주형의 자지를 손에 움켜쥐었다. 꼿꼿이 서 있는 기둥과 음낭이 손바닥에 가득 찼다. 그동안 몇 번이나 사정한 덕분에 살짝 휘어 있는 좆 끝으로는 선액이 기다랗게 질질 늘어지고 있었다.
“손, 떼. 손……! 싸, 쌀 것, 흐윽, 응!”
위기감이 느껴졌다. 안 되는데. 주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눈을 휘둥그레 뜨며 흐응, 하고 울먹거리자 좆이 터질 듯 당겼다. 어지러웠다. 주형의 구멍이 옴쭉 줄어들며 재연의 성기를 꽉 물었다. 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는 당장의 일이 급해 울기 바빴다. 그런 주형의 속사정이라고는 알 리가 만무한 재연은 주형의 귀두를 손가락으로 스윽 훑으며 자극했다.
“싫어요.”
손에다 싸. 재연이 배시시 웃으며 주형의 귀에 속살거렸다. 그리고 전립선을 거세게 찍어 눌렀다. 주형이 몸을 주저앉히고 엉덩이만 내밀고 있어 더더욱 거친 움직임이 더해졌다. 허리를 잔뜩 빼서 속을 짓이겼더니 구멍 속에서 뭉쳐 고여 있던 씹물이 덩어리로 튀어나왔다. 선액이 구멍을 적시고, 육벽이 꾸물거리며 재연의 성기에 달라붙었다. 끈적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흥분한 듯 연신 좆과 점막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후장이 음탕하게 굴었다.
“하아, 이러면서, 빼라고…….”
구멍의 주름이 확 수축하며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로 조일 때가 좋았다. 이러다가 자지가 뜯기거나, 정말로 잘리는 건 아닌가 싶을 때. 한껏 흥분한 재연은 턱을 쳐들며 허리를 크게 흔들었다. 부끄러움 따위는 잊고 난잡하게 골반을 빙그르르 돌려 주형이 좋아하는 전립선을 퍽, 퍽 짓이겼다.
그 순간이었다. 주형의 좆 끝에서 물줄기가 팍 튀어나왔다. 이윽고 쪼르륵, 질척하고 뜨거운 액체가 천천히 흘렀다.
“히, 히으…… 흐.”
조금 찰랑거릴 정도로 물이 담겨 있던 욕조에 오줌이 섞어 들었다. 재연의 손 또한 조금씩 젖어 들어갔다. 생전 닿아본 적 없는 것이다. 뜨끈했다. 재연이 눈을 크게 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
재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을 내는 주형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우수에 찬 듯 아름다운 눈동자가 데구루루 구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속눈썹이 화려하게 위를 향하며 눈꼬리가 굽었다. 아……. 재연이 신음을 뱉었다. 어느 정도 발기해 있던 좆이 더욱 커졌다.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그 선연한 감각을 아직 모르는 주형은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씨근거렸다. 씨발, 씨발, 하며 계속 욕을 했다. 창피했다.
“떼, 라고…… 했, 잖아. 흑, 으으.”
재연과 헐벗고 붙어먹은 게 한두 번은 아니고, 결혼까지 한 사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체면은 지키고 싶었다. 주형은 꽤 오랫동안 참은 소변을 질질 흘리며 울었다. 씨발 새끼, 진짜……. 화장실도 못 가게 하냐.
서럽고 부끄러웠다.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주형은 흐윽, 하고 울음 어린 목소리를 겨우 억누르며 얼른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윽고 주형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와중에도 발기해 있는 성기의 힘이 튼튼해서 빼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재연도 딱히 그 자리에서 더 할 생각은 없는지 의외로 순순했다. 그렇게 얼른 다가가 주형이 물을 틀어 오물을 내려보냈다. 쪽팔려 미치겠는데 재연은 아쉽다는 듯이 흐음, 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입맛은 왜 다십니까?”
진심으로 경멸하는 표정을 지어 보여도 재연은 예쁘게 웃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수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형 씹물 나온 거 보니까 기분 좋아요…….”
“변태 새끼.”
미간을 완전히 찌그러뜨리자 쭈글쭈글한 주름이 이마에 새겨졌다. 주형은 팅팅 부은 얼굴로 오만상 짜증을 냈다. 씨이, 하며 여전히 쪽팔리고 분이 풀리지 않는지 입술도 깨물고 있었다.
“형이 부끄러워할까 봐 오줌이라고 안 했는데……, 별로예요?”
“그냥 닥쳐, 씨발!”
재연은 그렇게 틱틱거리는 주형이 귀여웠다. 평소에는 그렇게 듬직하면서도 이렇게 섹스를 할 때면 앙탈을 부리고 마는 게 좋았다. 솜털 같은 웃음을 품은 재연이 주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찌나 사랑스러워하는지, 눈에서 꿀이 떨어질 듯 달곰했다. 흰자위에 가득 차 있는 물기와 애정을 바라보면 무심코 볼 안쪽이 아렸다. 그리고 그 눈길과는 다르게 다시 다가오는 흉물을 자각하자, 순간 머리가 띵 울렸다.
“그, 그만. 잠시만, 제발.”
적어도 휴식기가 필요했다. 하룻밤만이라도 자고 또 하고 싶었다. 이렇게 물로 잔뜩 젖어 섹스만 한 시간을 넘게 하다니, 무슨 미역도 아니고……. 주형이 꿀꺽, 침을 삼키며 거절의 의사를 보이자 재연이 눈을 힘없이 떴다. 이윽고 처연한 속눈썹이 스르르 아래를 향했다. 버려진 새색시처럼 가엾고 구슬픈 낯이 물기에 젖었다.
“나 자꾸 딜도 취급할 거예요?”
“……뭐?”
“형만 싸면 다가 아니라는 거죠. 나도 형 안에 싸고 싶은데, 형을 생각해서 참았거든요.”
한 번 토정을 하면 이제 됐냐는 식으로 슬쩍 도망을 가려고 하는 주형이 밉상이라, 그 모습을 놀리고 싶은 것도 있었고. 침대에 엎질러진 자신의 정액을 보고 당황하는 주형을 보는 건 정말 재미있었다. 짐승 새끼냐며 얼굴로 욕하는 것도 사랑스러웠다.
“근데 그걸 왜 여기 안에서 하는…….”
“그런데 형은 쌀 거 다 쌌다고 나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면…… 너무 섭섭할 것 같은데.”
주형의 반문을 무시한 재연이 주형의 허리를 천천히 감싸 안았다. 그러고 마주 보고 앉게 했다. 뱀처럼 부드럽게 옥죄어 오는 손길이 자못 다정했다. 느긋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둘의 몸이 천천히 섞이고 적셔졌다. 주형은 아이 씨, 하고 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럼에도 재연을 거절할 수는 없어서, 소극적으로 그의 권유에 임했다.
‘아, 씨……. 아까 괜히 그 얼굴 봐서.’
윤재연의 우는 얼굴을 보면 미칠 듯 꼴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여파는 생각보다 길게 간다. 주형은 재연의 우는 얼굴에 몹시 약했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가 울면 움찔 떨다가, 그냥 모든 걸 놓고 달려가서 안아주며 대충이라도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진다. 주형은 곤란한 듯 눈꼬리를 늘인 채 아래를 바라보았다.
욕조는 물로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어느덧 무릎을 바닥에 대고 있는 주형의 허벅지까지 적셔서, 조금만 더 차면 구멍을 감쌀 듯했다. 몸을 움직이자 첨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재연은 수면 위로 드러난 좆이 물결에 따라 작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나름대로 기분 좋은 감각이었다. 그리고 주형에게 앉아요, 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삽입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못마땅한 듯 입술을 비죽거리면서도 재연의 자지를 손에 담고 있었다. 구멍 끝에 맞추어 엉덩이를 설설 내밀자 튼실한 허벅지에 근육이 드러났다. 주형은 이러나저러나 해도 재연을 이길 수 없었다. 얼굴만 보면 욕 나오게 좋았고, 그가 제멋대로 구는 것도 이제는 좋았다. 그냥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주형은 재연이 아무리 짜증 나게 해도 그를 때린 적은 없었다. 그만큼 애정이 깊었다.
그는 숨을 깊이 내쉬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리고 귀두에 구멍을 맞추고 천천히 힘을 풀었다. 흐으, 하는 늘어진 신음을 내자 오밀조밀 붙어 있던 주름이 팽팽하게 펴졌다. 그리고 쯔걱, 쯔윽, 하는 음란한 소리와 동시에 주형이 얕게 허리를 움직였다. 귀두를 야금야금 귀엽게 먹으며 천천히 주저앉더니, 이윽고 절반 이상 삼켰다. 불그스름한 속살은 그새 또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녹을 듯 쫀쫀하게 조이는 속살이 꼬물거리며.
“형……, 나랑 떡 치는 게 그렇게, 좋아요?”
“하으…….”
“지릴 정도면, 얼마나 좋다는 거야. 나도 지린 적이 없는데.”
형은 나보다 더 잘 느껴서 좋겠어요. 재연이 짓궂게 말했다. 재연 또한 주형과 섹스를 하며 긴 절정을 겪었던 것이 몇 번이고 있었으나 오줌을 싸지른 적은 없었다. 전립선 액이야 주형의 안에 싸서 조금 혼이 난 적은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툴툴거려도 결국 나랑 좆질 하는 거 좋다는 거잖아.”
“아니야, 오, 오래 참, 아서…… 히윽, 으!”
회음부를 지나친 굵고 긴 성기가 다시금 구멍을 뚫었다. 흉물은 죽을 줄도 모르고 검붉은 혈관을 내비쳤다. 두툼한 기둥이 주형의 사이로 꽂혔다. 이윽고 안을 완전히 짓무르며, 재연이 허리 짓을 했다. 음낭이 철썩거리며 주형의 엉덩이를 때려 댔다. 붉게 달아오르자 복숭아처럼 먹음직스러웠다.
“그래서 지렸어?”
“지린 거, 아, 아니, 흐읏!”
“으응, 내숭 안 부려도 돼요.”
주형은 가슴이 홧홧하게 타는 감각을 느꼈다. 뺨뿐만 아니라 귀도 시뻘게져서,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런 중에도 그의 것은 흥분을 놓지 않고 꼿꼿하게 발기해 있었다. 저런 말을 들으면서도 흥분을 하다니. 주형이 스스로를 변태라고 자책하기가 무섭게, 재연이 쿡쿡 웃으면서 다정한 목소리를 냈다.
“오줌 싸니까 시원하지?”
“아니, 야. 흐으…… 내, 내가, 하윽!”
“으응. 그런데 형은, 오줌 싸면서도 느껴요?”
야한 소리 내던데. 낮은 목소리가 주형을 자극했다. 그러면서 가장 깊은 육벽을 건드렸다. 짧은 간격으로 푹, 푹 빠르게 찍어 올리자 주형이 몸을 떨어 댔다. 힘에 부칠 법도 한데 재연은 주형의 엉덩이를 연신 주무르며 둔부가 성기를 감싸게 했다. 거세게 짓눌러 음낭까지 통통한 살점이 집어삼키면, 압박은 덜해도 조금은 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그러면 나 모르는 데서 혼자 가고, 그랬어?”
오줌 쌀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형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주형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울다 못해 콧물까지 흘리며 망가진 얼굴이 개새끼야, 하고 욕을 했다. 아니라고 하는 얼굴이 정신없게 엉망이 됐다. 하지만 추한 감은 전혀 없었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단정한 미남이 이렇게 무너지니 환락 같은 감정이 밀려왔다.
“아니라고……, 아, 니야. 박, 혀 있으니까, 씹, 그런 거라고……! 닥쳐, 좀…… 다물, 다물어.”
홧홧하게 몸이 달았다. 주형은 아니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저항했다. 그냥, 그냥 생리 현상이었다. 좋아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었고, 참다가 못해 결국 실수를 한 거였다. 수치심으로 가득한 몸이 죄스럽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몹시 음탕한 모습이라 재연은 더욱더 놀리고 싶었다. 재연은 주형이 부끄러워하다 못해 울먹거리는 게 너무 좋았다. 볼을 타고 눈물이 뚝, 뚝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귀여울 줄 알았다면 물을 한껏 마시게 하고 섹스를 할 걸 그랬다. 그러면 오래도록 지려서 더 귀여울 텐데. 싸다가 우는 거 아닐까.
“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또, 지리는 거 볼 수 있나?”
“아, 앙! 흐, 씹, 가, 가만……힛!”
분명 위에 올라타 있는 건 주형이니 상대적으로 관계를 리드하기도 좋은 게 그일 텐데, 재연의 힘이 너무 세서 그런 정석이 통하지 않았다. 잔인하게 이지러지는 속이 재차 뚫렸다. 주형은 입을 제대로 닫지도 못하고 연신 몸을 흔들려야 했다. 주름 사이사이를 잔뜩 적시는 정액과 좆으로 어질러진 구멍을 조였다. 구멍이 잔뜩 줄어들자 즈으윽, 하고 좆물이 찔끔찔끔 흘렀다. 안을 짜듯 수축했더니 장액이 함께 나온 듯했다.
“좆 먹는 거 보니까, 별로 먼일도 아니겠네.”
정도를 모르고 계속 놀리기 바빴다. 재연이 능욕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기분 좋게 어질러졌다. 망가진 주형의 얼굴만큼 흥분되는 게 없었다.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하면 어떡해요. 또 지리면 내가 받아 줄까요? 정 부끄러우면 카테터 쓸까? 그거 쓰다가 자지러졌잖아, 병원에서. 기억하죠?
음란한 목소리로 귓바퀴를 핥으며 천천히 속삭였다. 급한 것 따위는 하나도 없다는 듯 보드랍게 밀어붙여도 주형은 수치심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발가락이 잔뜩 안으로 곱아들었다.
재연이 엉덩이를 움켜쥐자 주형이 허벅지 안쪽을 벌벌 떨었다. 점막과 좆, 그리고 젤이 맞닿는 소리가 울렸다. 음낭으로 하도 쳐댄 탓에 벌써부터 퉁퉁 부어 있는 회음부가 은밀하게 드러났다. 재연은 주형을 주저앉히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퍽! 내장이 한껏 이지러졌다.
“아, 아…….”
그 거친 행위에 주형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떨었다. 도리 없이 온몸이 묶인 듯 무서워졌다. 뇌가 으깨질 듯 어질어질했다. 아랫배의 가죽을 힘 좋게 밀어낸 자지가 격렬하게 정액을 뿜어냈다. 뜨거운 씹물이 다시 한 번 배에 가득 찼다. 주형은 몸을 벌벌 떨며 늘어진 신음을 냈다. 몸뚱이가 무력해졌다. 분명 싼 건 제가 아닌데도. 구멍이 추욱 늘어지며 힘을 잃었다.
“형은 내 자지 좋아하잖아. 그러면 그럴 수, 있지.”
비린내가 가득 퍼질 정도로 잔뜩 싸지르고 나자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됐다. 하지만 재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주형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미치겠는지, 자꾸만 반복해서 그를 능욕했다. 재연은 주형이 섹스 중에 탈출을 할 수 없어 억지로 참다가 그리된 것이라는 사실 따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주형을 뒤에서 껴안고, 그의 날개뼈 가까이 가슴을 바짝 붙이고 엉겨 붙었다.
“흐으, 학, 나쁜, 개, 개새끼야.”
도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주형이 씨근거리며 말했다. 성난 눈꼬리를 부라리고 있자 재연이 어여쁘게 웃으며 주형의 어깨에 대고 볼을 비비적댔다. 한 번만 더 용서해 달라는 사과의 의미가 담긴 애교였다.
“알겠어요, 미안.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어느새 욕조의 물이 잔뜩 차올라 구멍 가까이 닿았다. 미지근한 물이었지만 둘의 온도가 너무 높아 물이 다소 시원하게 느껴졌다. 선득하게 둔부를 적시는 물기에 주형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하필 수도꼭지를 조절하는 쪽이 재연의 쪽에 있어 주형은 한없이 넘치려고 하는 물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발, 그만……. 물, 구멍에 들어갈 거 같은데, 떼고, 차라리 밖에서…… 아, 윽!”
뜨문뜨문 겨우 말을 이으며 귀두를 구멍에 살포시 꽂아 놓기만 할 때였다. 재연이 급작스럽게 허리를 튕기며 주형을 주저앉혔다. 예고도 없이 좆이 끝까지 처박혔다. 주먹처럼 커다란 것이 후장을 때리는 듯 강렬한 성감이 밀려왔다. 아프고 쓰라렸다. 퉁퉁 부은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완전히 앉으니 재연의 둥그런 음낭이 구멍 입구로 느껴졌다. 꼭 들어올 것처럼 꾸물거리며 입구를 툭툭 건드려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흐, 으아, 아…….”
주형은 정말 찢어진 건 아닌가 싶어 두려워졌다. 부들부들 떨며 아래를 바라봤다. 즈윽, 하는 야한 소리와 동시에 물이 찰랑거렸다. 정액으로 푹 젖어 있는 구멍이 작게 우므러지며 좆 크기대로 수축했다가, 벌어졌다가 했다. 주형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드러났다.
“아까 부스에서, 서서 하는 건 싫다면서요.”
“앉아서 하면, 되, 잖아…… 씨흐, 아!”
욕이 목젖에서 맺혀 나오지 않았다. 재연은 꽤 무거울 법한 주형의 몸을 쳐올렸다. 허리를 움직이자 서서 삽입할 때보다 훨씬 깊게 들어왔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찌걱, 찌걱 적나라한 음이 둘의 사이에 섞여 들었다.
목소리가 한계까지 가늘어졌다. 눈을 질끈 감고 있으니 재연이 주형을 껴안은 채 젖을 만졌다. 꼿꼿이 튀어나온 젖꼭지와 그 주변을 감싸는 유륜이 오돌토돌 만져졌다. 거친 손길로 쭉 잡아당기자 주형이 고개를 숙이며 성난 등 근육을 꿈틀거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톡 놓아주니 주형이 하읏, 하며 야한 신음을 뱉었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버틸 때면 그런 음이 났다. 재연은 주형이 앙, 하고 울 때 제일 귀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려고 버둥거릴 때가 가장 사랑스러웠다.
가끔 재연은 주형이 이렇게 음란한 모습을 할 때면 걱정이 됐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이렇게 완벽하게 비추어지면, 달려들지 않고서는 못 배길 텐데. 그렇게 누군가가 달려들어 제 형에게 흠집을 내거나, 혹시나 주형이 그런 마수에 순진하게 넘어가 버리면 그때는 너무 슬플 것 같았다. 어쩌면 자살할지도 몰랐다. 평소 걱정거리 따위 만들 일 없었던 재연인데도, 주형이 인생에 들어오고 나서는 저런 망상에 가까운 고민까지 생겼다.
동시에 불안했다. 나만 형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그러면 어떡하지. 재연은 밀려오는 위기감에 행동이 더욱 거칠어졌다. 좆 맛이라도 봐서, 절대로 떠나지 못하게 해야지. 혹시나 내가 질려서 다른 새끼와 붙어먹더라도 절대로 만족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면 형은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떠나지는 못할 거야.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아주 좋았다.
재연이 숨을 씨근덕거리며 주형을 와락 껴안았다. 그러고는 그의 엉덩이를 움켜쥔 채 몸을 흔들었다. 물이 춤을 추듯 욕조 안에서 흔들렸다.
“물 들어, 오잖아. 미친, 흐윽, 응…… 읏!”
첨벙첨벙, 재연의 몸짓에 따라 물길이 흔들렸다. 살며시 사타구니와 음낭을 지나치는 물이 자극을 주었다. 주형은 벌써 한 시간이 넘도록 씹질을 하고 있음에도 처음과 다르지 않게 허리를 거칠게 놀리는 재연 때문에 힘겨웠다. 퉁퉁 부은 속살을 거칠게 쑤시더니, 이윽고 허리를 조금만 움직이면 금세 닿는 전립선 부분을 퍽 찍어 눌렀다. 재연은 이제 주형의 내벽을 잘 알고 있었다.
“안, 들어가요. 형 구멍, 얼마나 작은데……. 응?”
재연이 피식 웃었다. 은근히 잘 늘어나기는 해도 결국 금세 작아져 애무를 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주형의 몸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그가 사랑스러웠다. 그런 중에 자지를 박히고 있으면서 물이 들어온다니. 말도 안 되지. 손가락을 하나 비집어 넣으면 찢어진다고 자지러지는 주제에. 주형이 이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면 귀여웠다.
찢어지는 거 아니냐, 피 난 거 아니냐, 분명히 잘못됐다, 안 된다, 배가 터질 것 같다……. 재연은 조금만 회상해도 금세 떠오르는 주형의 앙탈을 생각했다.
“미, 친 새끼야…… 네, 좆 들어, 가는데 작, 작을 리가 없, 흣!”
그러나 주형은 주형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저 커다란 자지도 들어가는데 물은 왜 안 들어가겠냐는, 그런 당연한 물음이었다. 둘은 이렇게 섹스 중에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우스운 대화를 하고는 했다. 아무리 옥신각신 다투어도 둘의 애정이 오래 가는 이유 중 하나였다. 둘에게는 둘만 가능한 대화가 있었다. 조금 상스럽지만 제법 잘 꾸며져 있는 둘만의 세계였다.
“내가 형 구멍 잘, 막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안 들어갈 거예요.”
예쁘게 잘 조여요. 재연은 주형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찰싹, 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엉덩이가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주형의 구멍이 일순 벌름거렸다. 이윽고 강하게 내벽을 후려치는 느낌에, 그가 잠시 고개를 숙여 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가 일으켰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물기와 동시에 주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엉덩이가 수면 위로 봉긋하게 살포시 올라와 있어 탐스러웠다.
이렇게 귀여울 줄 알았다면 진작 욕조에서 떡 치자고 했어야 했는데. 재연은 또 후회했다. 주형과 해 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이 여행 같았다. 새롭고 즐거웠다.
“형은 너무 야하게 생겼어요……. 후으, 너무 걸레 같아요.”
재연의 이상형은 당연히 주형이었다. 가장 처음으로 마음을 준 사람이 주형이었고, 따라서 취향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확장되었다. 눈꼬리가 사납고, 입이 조금 걸고, 짜증스럽지만 내심 다정하고, 약간 그을려 있는 피부가 섹시하고, 보통 남자에 비해 제법 커다란 몸집을 가졌고, 섹스를 할 때 자주 우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름이 민주형인 사람, 그게 재연의 이상형이었다.
그래서인지 주형을 보면 자주 붙어먹고 싶었다. 가만히 쳐다만 보아도 유혹 같았다. 제법 그릇된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주형이 저를 천박하리만치 유혹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됐다. 정작 먼저 발정이 나 주형을 더럽힌 건 자신인데도.
“짐승 새끼처럼 밝히는 게 누군데, 누가, 누구더러……, 걸레래? 웃긴, 새끼.”
주형은 짜증을 담아 말했다. 그럼에도 몸만은 솔직한 건지, 그의 성기는 두툼하게 발기해 있었다. 재연의 커다란 손에도 제법 충분하게 찰 만큼.
“으응, 그런가……. 근데 안 그러면 이렇게 꼴리게 조일 리가 없는데.”
재연이 중얼거리며 허리를 크게 휘저었다. 푹, 하는 소리와 동시에 물이 첨벙거렸다. 물이 들어갈 틈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커다랗고 두꺼운 자지가 주형의 안을 사방으로 헤집었다. 빙그르르 허리를 야살스럽게 돌리자 주형의 새빨간 점막이 뒤틀렸다.
너무 거친 행위라 물이 들어올 것만 같아 아찔해서, 주형은 등을 둥글게 말며 어깨를 좁혔다. 이윽고 물 안에 잠겨 있던 그의 좆 끝에서 허여멀건 액체가 나왔다. 투명한 물 사이로 음란한 씹물이 유영했다.
“흐, 흐으…….”
“혼자서만, 존나 싸고…… 나는, 응? 쌌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서운해요.”
“네가 아, 안 싸는 걸 왜 나, 나 보고……! 윽!”
억울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저놈 체력이 너무 좋아서 사정도 안 하고 잘 버티는 걸 왜 내 탓을 하지. 주형이 씩씩대며 겨우 버티고 있자 성기가 안으로 쑥 밀려 들어왔다. 오묘하게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겠지만 마치 물기가 들어온 것 같아 아찔했다. 주형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 들어온 건 아닌가 싶어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튼실한 날개뼈가 작게 꿈틀거렸다.
욕조의 물이 차올랐다. 커다란 월풀에서 몸을 섞기 시작할 때만 해도 발바닥을 가붓하게 적실 정도였는데, 어느새 배꼽까지 다가왔다. 주형은 재연의 위에 주저앉은 채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부풀어 있는 성기가 물 위로 빼꼼 나타났다. 조금은 남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주형에게 그런 사정은 보이지 않았다.
“흐으, 아…… 응!”
“형, 형……. 형, 너무 따뜻해요.”
형 안 너무 좋아요. 재연은 목에 핏대를 세운 채 그리 말했다. 귓가에 유려한 목소리를 흘린 뒤에는 주형의 귓바퀴를 진득하게 핥았다. 타액이 엉겨 붙으며 주형의 귀를 먹먹하게 했다. 녹을 것만 같았다. 너무 뜨거웠다. 주형은 재연을 꽉 껴안으며 숨을 깊이 내쉬었다. 넓은 어깨에 열기가 가득 내려앉았다. 선정적인 숨결이 서로를 감싸고, 재연은 좀 더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안을 들쑤시는 성기가 움직이고, 주형 또한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하아, 학, 하는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운 둔부가 연신 흔들리며 좆을 먹었다. 구멍은 자지의 크기대로 오므라들었다가, 한껏 펴졌다가 했다. 마치 재연의 좆을 받기 위해서 태어난 듯 모양이 그대로 져 버렸다.
재연은 넣으면 넣는 대로 옴쭉 줄어들었다가, 자지를 터뜨릴 듯 잔뜩 무는 구멍이 좋았다.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어떤 구멍을 가져다 자위를 해도 주형의 것만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재연이 허리를 움직이면, 살짝 뒤늦게 주형이 몸을 달싹였다. 그러면 재연이 쳐올릴 때 주형이 아주 깊은 곳까지 스스로 처박을 수 있었다. 몸소 기분 좋은 곳을 무심코 찾아 비비적거리고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야하고 노골적인 음성이 욕실에 가득 찼다. 욕조 너머로 커다랗게 난 통유리창이 둘을 넌지시 비추었다. 새카매진 바깥을 조금 담고 있는 유리에 살색이 들어찼다.
주형은 재연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그리고 발기한 자지를 재연의 배에 대고 문질렀다. 구멍을 여는 척하며 그의 배에 대고 자위를 했다.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이미 환락의 가운데에서 배를 맞대고 있는 주형이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형, 내 배로 자위하니까, 좋아요?”
“흐으…… 하, 아응.”
“이렇게 잘 느끼니까, 형을 바깥에 못 내보내는 거 아니에요.”
“지, 랄……. 하아, 하, 으으.”
눈을 부라리며 찌릿, 재연에게 짜증을 내자 그가 엷게 웃었다. 주형은 아랑곳 않고 잔뜩 밀려오는 성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느슨해진 허리 짓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자위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허리를 야하게 흔들자 주형의 가슴과 엉덩이가 얕게 요동쳤다. 재연은 그런 그의 몸을 희롱하듯 더듬거리며 연신 조몰락댔다.
음탕한 구멍이 몇 번 벌름거렸다. 이윽고 재연이 눈앞에 보이는 가슴을 입으로 콱 물어 쪽 빨아들이기가 무섭게 주형의 후장 구멍이 꽉 닫혔다. 원래도 좆 크기에 비해 작은 편인데 그렇게 한계까지 다물어지자 허벅지가 벌벌 떨리도록 쾌락이 밀려왔다. 재연은 쯔윽, 하고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는 자지를 뺐다가 쑥 처넣었다. 그렇게 주형이 버거워할 정도로 세게 흔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액이 질질 흘렀다.
재연은 어느덧 제법 너그러워져서, 주형이 제 배에 정액을 싸질러도 달리 놀리지 않았다. 놀리려고 해도 그냥 너무 귀엽고 좋아서 말이 잘 안 나왔다. 주형의 구멍이 꾸물거리며 씹물을 천천히 뱉어냈다. 꿀렁꿀렁 몇 번이고 내벽을 얕게 후려치는 정액이 뜨거운 기운을 품고 물과 섞였다. 주형은 물 안에서 섹스를 하는 게 어느덧 적응이 된 듯 숨을 가쁘게 내쉬며 천천히 좆을 빼냈다.
재연은 그런 주형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주형은 안을 난잡하게 들쑤시고 있던 성기를 빼는 중에도 작은 성감을 느낀 듯 신음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몰입한 채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진한 눈썹과 우월한 눈썹 뼈가 재연의 시선을 앗았다. 주형을 한 번 볼 때마다 그의 좋은 점이 하나씩 생겨나서 큰일이었다.
“백자지에서도 정액이 나오네요.”
“털 좀 없다고 존나 놀리네, 미친놈이…….”
재연은 은근히 주형의 성기에 털이 없는 것을 놀려 대고는 했다. 하지만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나머지 나오는 반응일 뿐, 정말로 깔보는 건 아니었다. 주형 또한 그걸 알아서 그냥 욕을 몇 번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허리를 움직여 배를 문지르자, 딱딱하게 갈라져 있는 근육이 움찔거리며 주형의 살기둥을 받아들였다.
“너무 귀여워요……. 진짜, 입에 넣고 존나 빨고 싶게 생겼어.”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털도 없고, 크기는 적당히 두껍고, 연분홍색이 감돈다. 이에 넣고 얕게 잘근잘근 물면 주형이 하반신을 미친 듯이 털어 댈 것을 안다. 흥분하면 경황도 없이 재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운다.
“내 자지 좋아해서, 뭐 어쩔 겁니까. 박히게?”
박히는 쪽의 좆을 박는 쪽이 좋아해서 뭐가 바뀔 일은 없었다. 주형은 박히는 게 익숙했다. 그래도 재연이 예뻐서 미치겠다는 수준도 아니고 예뻐 죽겠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은 좋았다. 애인에게 그런 온정의 눈길을 받는 게 싫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재연은 박는 걸 좋아했고, 주형은 그런 짐승 같은 몸짓을 받아들이는 게 이제 좋았으므로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뒤처리도 재연이 모두 도와주니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건 아니지만……, 그냥 자지 빨 때 기분 더 좋을 거 같아요.”
“그건…… 아니, 됐다…….”
할 때마다 좆이 귀엽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덜렁거리는 게 귀여울 리가 없는데 자꾸 사랑스럽다며 쪽쪽 빠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려고 했다. 솔직한 심경으로, 주형은 재연의 자지가 탐스럽기는 해도 절대 귀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뭐, 윤재연이야 사시사철 날 때부터 변태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 몸이 좀 깨끗해진 것 같아요.”
재연은 욕실에 들어올 때보다 배로 반들반들해진 얼굴로 웃었다. 그냥 물을 묻히고 씻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때깔이 고와졌다는 게 느껴졌다. 삶의 질이 수직 상승한 사람의 얼굴 같달까.
반면 만신창이가 된 주형은 너덜너덜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아니에요?”
“씨발, 이게?”
주형은 재연을 바라보며 진짜로 미쳤냐는 듯이 말했다. 거품 칠도 했고 샴푸도 했지만 지금 구멍 안에 질척거리는 게 조금이 아닌데, 저게, 진짜. 어안이 벙벙한 기색을 역력하게 해도 재연은 특유의 그 뻔뻔함으로 새침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다가 계속 물고 빨아서 잇자국도 온몸에 울긋불긋 돋아 있었다. 그중에는 재연이 너무 세게 잡아 생긴 손자국과 손가락이 남기고 간 멍도 있었다.
“아닌가……? 거품 한 번 더 할래요?”
“됐다, 미친. 하여간…….”
변태 같은 새끼. 주형은 얼굴을 잔뜩 붉히고 성큼성큼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중에도 쩍쩍 보기 좋게 갈라진 근육이 주형의 몸에 드러나 있어 자못 매력적이었다. 귀가 시뻘게져서는, 화가 난 호랑이처럼 눈을 부라리는 게 사랑스러웠다.
“형, 이제 화 풀렸어요.”
“압니다. 그리고 솔직히 아까는 이사님이 잘못한 거잖습니까.”
“응. 형 말이 다 맞아요.”
재연은 매우 고분고분했다. 일단 떡을 원 없이 쳤고, 진귀한 광경도 보았기 때문에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나도 안 그럴 테니, 이사님도 조심하십쇼.”
화난다고 무턱대고 박지 말고. 주형이 크흠, 하며 괜히 성을 냈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킬 생각은 없었다. 막 박을 거다. 오히려 저 말을 지켰다가는 주형이 섹스에 만족하지 못해 이혼을 하자고 할지도 몰랐다.
“알겠어요. 형이 싫어하는 거 안 할게요.”
쫄래쫄래 주형을 따르는 게, 영락없는 아이 같았다. 동네 형을 아주 잘 따르는 꼬마는 다 커서도 똑같이 천진하게 굴었다.
***
흔한 부부 싸움이 일단락된 이후, 오늘은 주형이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하필 재연이 가장 싫어하는 오픈 시간대를 나가는 날이라, 주형은 저도 모르게 조금 걱정을 했다. 게다가 며칠 전 시작되었던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데 굳이 싫어하는 시간대에, 게다가 이렇게 우중충한 날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러면 나는 나로 있을 수 있어요.’
저렇게까지 의존적인 성향인 것도 신경이 쓰이다가도 안쓰러웠다. 주형은 재연의 과거를 생각하면 그런 것도 이해가 됐다. 사랑 같은 걸 받아 본 적이 없으니 처음으로 느낀 온정이 좋았던 거겠지. 주형 또한 재연과 과정은 달라도 똑같이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으므로 함부로 거절하지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재연도, 주형도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일단 닥친 일은 해결해야 했으므로 식사를 하고, 옷을 입고, 채비를 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재연은 그냥 온순하게 밥을 먹여 주고, 옷을 골라 주고, 입혀 주고, 소지품을 다 챙겼냐며 안부만 물었다. 오히려 수상했다.
저 새끼가…… 왜 저러지? 이렇게까지 순조로울 리가 없는데. 원래라면 언제 오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오픈 시간대는 너무 이른 시간 출근이라서 위험한 것 같은데-도대체 왜인지 모르겠지만 위험하다고 한다- 다른 시간을 하면 안 되냐는 말로 주형을 피곤하게 했는데,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
물론 엊그제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주형은 그게 진심으로 이렇게 칼 같이 지켜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온순한 그가 무서웠다.
“형, 잘 다녀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가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주형은 그대로 우뚝 멈추어 서서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재연은 포근하게 웃으며 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사님.”
“네?”
“왜…… 뭐라고 안 합니까?”
“무슨 말이에요?”
재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자못 새침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모양처 콘셉트는 혼인 신고를 한 지 1년이 훨씬 지난 아직도 내다 버리지 못했는지, 듬직하고 커다란 덩치에 비해 작게 느껴지는 레이스 앞치마가 돋보였다.
“아니, 오픈 나가면 항상 나가지 말라고 울고불고 매달리잖아요. 근데 왜 오늘은…….”
“아아.”
금세 이해했다는 듯이 재연이 심드렁한 목소리를 냈다.
“음……. 형이 싫어하니까?”
“…….”
“형이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 안 하려고요.”
그새 ‘주형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학습했다. 주형이 좋아하는 걸 하고, 싫어하는 건 되도록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 달라진 재연을 본 주형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끔뻑거렸다.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왜 그래요?”
“아니, 뭔가…… 좀, 기특해서.”
꺼림칙하면서도 내심 드는 기쁨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듯 씰룩거리는 주형의 입꼬리를 본 재연은 틈을 놓치지 않고 찰싹 달라붙었다.
“나 예뻐요?”
일부러 약간 무릎을 숙여 주형을 비스듬히 아래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물론 커다란 덩치를 지닌 미친놈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주형은 그런 재연을 보며 큼, 하고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재연은 칭찬을 해 달라고 온몸으로 갈구하고 있었다. 슬쩍 다가와 배를 맞대고 형, 하며 그의 어깨에 코를 비비적거렸다. 대형견이 애교를 부리듯 앓으며 안기자 주형이 마지못해 칭찬거리를 찾았다는 듯 말했다.
“……뭐, 좋네요.”
사실 기특하고, 사랑스럽고, 좋았다. 나아지고 있구나, 자식. 평생 소시오패스 남편으로 살다가 죽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도 일어나는군. 뿌듯했다. 그렇지만 그걸 다 입으로 말하면 쪽팔리기 때문에 조금 자중했다.
그렇게 괜히 별것 아닌 취급을 하며 대답하니 재연이 대뜸 말했다.
“그러면 선물 줘요.”
“예?”
“산타 할아버지도 착한 아이한테는 선물을 주신다는데.”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싶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주형이 주는 선물이라면 뭐든 받고 싶었다. 그러고 있으니 그새 말발이 늘어난 주형이 완곡하게 거절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안 준다던데.”
참 공교롭게도 주형은 섹스 중에 아이처럼 울면서 박는 재연을 바로 엊그제 봤다. 그러니 굳이 따지면 산타 수혜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준다고 했어요.”
재연이 유치하게 말대답을 했다. 그러고 있으니 주형이 풋,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요. 그 영감님은 그게 직업이시지 않습니까? 전 아닙니다.”
“토끼 같은 남편이 말도 잘 듣는…….”
“됐고. 빨리 싸지도 않으면서 토끼는 무슨……. 아무튼, 선물은 고려해 보겠습니다. 됐습니까?”
“알았어요.”
예쁘게 하고 기다릴게요. 재연이 배시시 웃었다. 새침하지만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분명 예전에는 으으, 하고 소름 끼쳐 했던 웃음인데 이제는 기분이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힘도 났다. 주형은 피식 웃으며 재연에게 입을 쪽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제법 달곰한 인사를 끝으로 출근했다.
엊그제 재연이 주형을 데리러 올 때부터 내렸던 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에서, 주형은 뭔가 떠오른 게 있는 듯 약간 기대하는 얼굴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처음으로 해 보는 이벤트였다.
***
주형이 호기롭게 세웠던 계획은 무너졌다. 며칠 뒤 재연에게 호기롭게 선물을 보여주려고 했을 때였다.
“아니, 남의 택배를 마음대로 뜯으면 어떡합니까!”
“보낸 사람이 ‘섹시 폭발 의상 모음’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안 뜯어봐요.”
“…….”
시발, 업체도 눈치가 어지간히 없다. 주형은 어이가 없었다. 저런 은밀한 사생활 용품을 판매하는 곳은 상호명도 평범한 척해서 보내야 할 것 아닌가! 저 조잡한 ‘보낸 사람 이름’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저곳에서 다시는 안 시키리라. 아니, 그냥 안 할 거다. 코스튬 플레이는 무슨, 윤재연의 저 신난 얼굴을 보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 그래도, 남의 택배는 함부로 뜯으면 안 됩니다.”
“형이 혹시 딜도를 샀으면 어떡해요. 갖다 버려야 하는데.”
“언제는 딜도로 자위하라고 시켰으면서, 무슨.”
참, 나. 주형은 여전히 그때를 생각하면 조금 울컥했다. 뒷구멍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딜도로 자위를 해 보라고 시키다니, 윤재연도 어지간한 사이코패스이자 사디스트였다. 좀스럽게 중얼거리자 재연이 미안하다고 하며 변명을 덧붙였다.
“그때는 형을 만나러 갈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됐고, 그래서…… 봤습니까?”
주형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흔들렸다. 다 봤다고 생각하니 영 쪽팔렸다. 놀래 주려고 나름대로 고심해서 골랐던 건데 말이다.
“응. 근데, 이거 형이 직접 고른 거예요?”
“예.”
“형이 직접 이런 걸 하고 싶어 할 줄은 몰랐네요.”
재연은 가죽끈이 듬성듬성 이어져 있는 하네스가 든 봉지를 집었다. 이윽고 천천히 뜯어 후두둑 바닥에 내려놓았다. 함께 산 제복을 두고 갑자기 하네스를 집어 들며 제게 주입하려는 모양새에, 주형이 당황했다.
“아니, 저는 이거 입을 겁니다. 무슨, 그런…….”
진지하게 헛소리하지 말라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으니 재연이 음, 하고 엷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비닐에 붙어 있는 사이즈를 톡톡 가리켰다.
“M.”
“……응?”
“M 사이즈라고 쓰여 있어요.”
재연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하네스를 펼쳐 보였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는 잘 몰라도 대충 어떻게 착용하면 될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알몸에 입으면 가슴 아래를 지나서 젖꼭지가 도드라지는 디자인이었다. 이윽고 주형의 가슴팍 가까이 가져다 댔다.
“형 사이즈인 거 같은데.”
“미친, 뭐야!”
XL 샀는데! 주형이 거의 울 듯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제복 쪽 사이즈는 몇이냐며 절박한 얼굴로 말했다.
“XL래요.”
“이, 정신 나간 사이트가……!”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아니, 보낸 사람 이름도 쪽팔리게 다 보여 주고서는 상품도 제대로 안 보내다니! 뭐 이딴 사이트가 다 있단 말인가. 돈 벌 생각 따위는 없나 보다. 주형은 그럴 리 없다는 듯이 비닐을 다시 뒤적거렸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제복은 XL 사이즈였고, 하네스는 M이었다.
정말로 인정하기 싫었지만 제 가슴둘레에 딱 맞을 듯했다. 아니, 조금 조이는 정도였다. 재연이 바라는 선물 그 자체였다. 음란하게 가슴을 내밀고 있는 주형을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재연은 반짝반짝한 눈동자를 빛냈다.
“어쩔 수 없겠네요. 형도 알겠지만 나한테 M은 둘레가 안 맞을 것 같아요.”
“…….”
늘리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냥 허망했다. 솔직히 제게도 살짝 낄 것처럼 생각보다 작은 디자인인데, 재연이 입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제대로 착용하지 못하거나 뒤의 버클을 제대로 닫지 못할 게 뻔했다. 주형은 그냥 반품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아……, 반품하죠.”
“……뭐라고요?”
재연의 목소리가 아주 낮아졌다. 이윽고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형을 바라봤다. 레이저가 나와 모두 태워버릴 듯 열렬한 시선이었다.
“예?”
“내 선물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거랑은 완전히 반대니까…… 무효입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 마음이잖아요. 형, 입어 줘요.”
입고 나랑 자요. 재연이 강경하게 주장했다. 주형은 안 된다며 쩔쩔맸다. 물론 불을 지른 건 저라서 책임을 져야 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네스는 좀 그랬다.
“아, 안 된다면 안 됩니다! 그런 걸로 구걸해도 안 되는 건…….”
“선물인데 내가 입고 싶은 거 입게 해 주면 안 돼요? 형.”
“선물이라니? 그, 냥 준비한 겁니다.”
금세 간파한 재연에게 주형이 시치미를 뚝 뗐다.
“사실 내가 갑자기 형 말 잘 들어서 상 주고 싶었던 거잖아요.”
“…….”
“형이라면 그럴 것 같았어요. 형은 착하니까.”
주형이 말을 구구절절 잇기도 전에 재연은 먼저 선수를 쳤다. 이윽고 곱게 뻗은 손가락으로 주형의 손을 보드랍게 잡았다. 그러나 처음만 다정할 뿐 점점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하나도 빠져나와서는 안 된다는 듯 우아한 도련님 같은 손등에 핏줄이 듬성듬성 드러났다.
“제복 입고 열심히 봉사할게요.”
재연이 기쁘게 웃었다. 결국 주형은 씨발, 하고 욕을 읊조리며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사이트를 폭파시켜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
가운을 여미고 나온 재연이 주형을 바라봤다. 주형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입는 방법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거의 다 입은 채였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일부러 놀리려고 주형에게 다가갔다.
“형, 셔츠 안 입어도 돼요?”
“……예? 셔츠 입는 겁니까?”
주형은 조금 멍청한 얼굴로 반문했다. 재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얄궂게 쿡쿡 웃으며 가운을 휙 벗었다. 뭘 한 것도 없는데 주형이 하네스를 입고 있는 장면을 보니 좆이 또 끄덕거렸다. 음낭이 훤히 드러나도록 꼿꼿이 선 자지가 돋보였다.
“보통은?”
“뭐? 그걸 왜 이제 말합니까! 아, 씨……!”
쇼핑몰에서는 셔츠를 입지 않고 있기에 이렇게 입는가 보다 했다. 근데 재연이 저렇게 말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주형은 가슴이 도드라지는 하네스를 허겁지겁 벗으려고 했다. 뒤의 버클 세 개 중 두 개가 이미 채워져 있어 주형의 젖통이 하네스의 가죽에 툭 튀어나와 있었다. 말캉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이라 마치 흘러내릴 듯 음란했다. 가슴 근육이 유난히 발달한 탓이었다.
아주 작은 검은색 반바지가 그의 튼실한 허벅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근육이 많은 데다가 사이즈도 작아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압박 때문인지 주형의 성기의 윤곽도 명확히 드러났다. 얇은 소재 때문에 음낭까지 둥그렇게 보여서, 주형은 셔츠를 입지 못한 게 너무 후회가 되었다.
“안 돼요, 형. 그대로 있어요.”
“이사님은 지금 셔츠랑 넥타이 다 한다고 이쪽 사정 신경도 안 쓰이겠지만, 씹, 이거 너무 부끄럽다고요……!”
“야하고 예쁜데.”
“……개소리하네.”
“형이 그렇게 틱틱거릴수록 더 야해요. 당당하게 굴면 훨씬 덜 야할 텐데?”
거짓말이었다. 재연은 무슨 짓을 해도 주형이 저런 차림을 하면 주형이 기절할 때까지 따먹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순진한 주형은 미심쩍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널따란 어깨를 약간 늘어뜨린 채 가만히 침대에 앉았다.
재연은 셔츠를 단정하게 목 끝까지 채웠다. 평소와 다름없이 유려한 손길이었다. 이윽고 속옷을 입지 않고 바로 하의를 입은 다음, 옷 매무새를 조금 가다듬었다. 코스튬 플레이를 위한 옷이라 복잡하지 않았다. 정장 재킷까지 있어 입는 데에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주형이 하네스 때문에 부끄러워서 옴짝달싹하고 있을 사이 재연은 이미 다 입고 있었다.
“형.”
재연이 가벼이 말하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예상과는 다른 흐름에 주형이 뭡니까, 하고 불퉁하게 말했다. 그리고 다리를 움직여 침대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며 재연과 눈을 마주쳤다. 무릎을 대고 꾸물꾸물 기는 자세를 하자 주형이 아양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벗겨 줘요.”
“방금까지 입었으면서, 왜…… 벌써.”
그는 여전히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가죽끈과 링으로 된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는 게 불편했다. 조금 움직이면 꽉 조이는 게 더욱 느껴져서 아랫배가 조금 아팠다. 게다가 손가락을 비집어 넣어 보니 가죽의 질이 좋지 않아 자국이 남았다. 연붉게.
“어차피 벗기라고 입은 옷인데.”
재연은 다리를 들어 주형의 중심부를 발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질척하게 묻어나는 감각이 선연했다. 자지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음낭을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으로 스르르 굴리자 주형이 팔을 뒤로 한 채 천천히 주저앉았다.
“으, 읏.”
“형…… 응? 벗겨 줘요. 내 위에 올라타서.”
특유의 단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옷을 멀끔하게 차려입었지만, 그와는 대비되는 말과 고운 맨발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주형은 배꼽 아래 속으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찌릿찌릿했다.
“……후우.”
달리 수긍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주형은 약간 고개를 젖힌 채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조금 게슴츠레 늘어진 눈꼬리가 야하게 움찔거렸다. 무언가 결심이 선 듯 몸을 작게 일으켰다. 이윽고 재연의 허리에 있는 벨트를 풀어 자지를 꺼냈다. 동시에 바지 버클만 풀었는데도 훤히 드러나는 재연의 좆 뿌리를 본 주형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정복 입었으면서 속옷도 안 입습니까?”
“형이 자지 빨아 줄 때 편했으면 해서.”
검은색 바탕의 재킷에 금색 수술과 휘황한 마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하반신에는 속옷조차 입지 않고 크게 발기한 자지를 드러내고 있으니 상반되었다. 그저 꼿꼿한 모양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힘 좋게 혈관까지 내비쳤다. 검붉은 성기와 음모는 그가 입은 새하얀 와이셔츠와 무서울 정도로 안 어울렸지만, 그만큼 외설스러운 면이 있었다.
주형은 그런 옷도 잘 어울리는 그가 얼굴과는 다르게 이렇게 변태 같은 짓을 할 때면 이상하게 흥분이 됐다. 나쁘지 않았다.
천천히 입술을 벌려 끝을 물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많이 물지 않고 느긋하게 귀두를 입술로 빨아들였다. 흥분한 건지 딱딱한 게 느껴졌다. 귀두만 물었는데도 입이 반 이상 열려 있어 고난이 예상되었으나, 주형은 이상하게 아래가 젖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후으……, 웁.”
“흐, 으음…….”
재연의 미간에 줄이 생겼다. 음미하듯 가만히 있다가, 주형의 혀가 기분 좋은 곳을 날름거릴 때면 그도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혀를 쓰는 게 미숙해도 말캉한 것을 톡톡 건드리면 기분이 좋았다. 주형이라서 그런 거겠지. 재연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내전근이 꿈틀거리며 사타구니에 굴곡이 졌다. 말갛고 하얀 피부에 비해 어울리지 않은 대물이 주형의 입에 천천히 꽂혔다.
그는 고매한 얼굴로 천박한 자세를 한 채 주형의 뒤통수를 꾹, 꾹 눌러 댔다. 보채듯 얼른 더 빨아 달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늘어뜨린 눈꼬리가 반짝거렸다. 풍성한 속눈썹은 늘 그랬듯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주형의 쪽을 바라보는 채였다. 재연의 눈길은 어느 때를 빼놓지 않고 늘 주형을 탐하고 범했다.
“이렇게, 있으니까…… 형이, 내 자지 처음 먹을 때 기억이 나요.”
“우응……?”
주형이 좆을 문 채 고개를 슬쩍 들었다. 흰자위가 살포시 드러나고, 검은 눈동자가 순진하게 반짝거렸다. 재연은 그 모습을 보자 탈 듯이 아랫도리가 흥분하는 것을 느꼈다.
“아, 형…….”
“우윽!”
“함부로, 고개 쳐들지 말라고 했잖아요.”
얼굴에 싸는 거 싫다며. 재연이 곤란한 듯 코웃음을 쳤다. 하하, 하고 영악하게 웃자 주형이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우으응, 하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주형이 문 채로 웅얼거리니 재연의 자지에도 고스란히 진동 같은 자극이 이어졌다. 재연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억지로 참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주형이 얼굴로 자극을 하니 미칠 것 같았다. 눈에 들어가면 아프다고 해서 되도록이면 입안에 싸고 노력 중인 입장에서 제법 야속했다.
접합부에 핏줄이 서도록 그의 좆이 딱딱해졌다. 이윽고 한 번 박히고 나서도 소심하게 몇 번 찹, 찹 핥고 빨기만 하던 주형의 입에 좆을 푹 처넣었다. 목젖은 뒷구멍보다 훨씬 헤퍼서 금세 찌를 수 있었다. 재연은 하아, 하고 입꼬리를 설설 말아 올리며 그때를 회상했다.
“형 그때 진짜 못 빨았는데, 너무, 꼴렸어요.”
“흐응, 읍, 으윽!”
“태어나서, 그렇게 예쁜 걸레는, 씨발, 처음 봤어.”
재연이 보기에 주형은 너무 잘생겼고, 틈틈이 예쁘기까지 하니 높은 확률로 다른 놈과 떡을 많이 쳤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미숙하지만 혀를 놀리며 치기 어린 눈길을 주는 게 아주 음란했다. 그게 다른 새끼의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재연은 그만 머릿속에 종이 댕- 댕- 울릴 정도로 좋았다. 누구에게도 큰 애정을 느껴본 적 없는 제게 그럴 정도라니, 분명 주형은 난 놈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뒷구멍으로 섹스를 하는 건 처음이라 엉엉 울었지. 후장 따였다고 그렇게까지 서럽게 반항을 할 줄이야. 지금은 타고난 듯 잘 받아먹는 걸 보면 그런 과도기도 즐거운 추억에 불과했다. 재연은 무얼 회상해도 기쁜 나머지 가쁘게 숨을 후우, 내쉬었다. 이윽고 음침하게 젖어 있는 입안을 더 난폭하게 쑤셨다.
뒷구멍과는 다르게 입안에는 이도 있고, 혀도 있어 다른 맛이 있었다. 주형은 쫀득하게 젖어 있는 혀를 굴려 재연의 좆을 빨았다. 이제는 나름 요령이 생겨서, 비스듬하게 고개를 돌려 좆의 옆을 설설 핥기도 했다. 마치 맛있다는 듯 입에 잔뜩 넣고 우물우물 핥아 주니 재연이 흠칫 골반을 떨었다.
“하웁, 우으……!”
“나는 형 입이, 하아……, 좆질 하라고 있는 줄로 착각할 뻔했지, 뭐예요.”
너무 예뻐서. 재연이 그리 말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침대에 진동이 일어나고, 주형은 목젖을 거세게 쳐 대는 기둥을 받아들였다. 얕은 오심이 올라오면서도 목을 뒤로 빼지 못했다. 재연의 성기에서 나온 투명한 선액과 침 때문에 입안이 이미 엉망이었다. 주르륵, 뒷구멍보다 훨씬 헐겁지만 똑같이 뜨거운 잇새로 정액이 노골적으로 흘렀다. 끈덕지게 늘어진 채 입술을 잔뜩 적시고 있었다.
푹, 푹, 재연이 계속 허리를 놀렸다. 거친 움직임에 주형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그러나 입천장을 델 듯이 뜨겁게 밀려오는 성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었다. 고개를 들었다가, 내렸다가 하니 마치 구멍이 성기를 삼키듯 음란한 광경이 내비쳤다.
천천히 올라오는 비린내에 주형이 흐응, 하고 울음을 흘렸다. 언제 해도 버거운 크기였다. 재연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짐승 새끼처럼 미쳐서 씹질을 하니 더욱. 그래도 주형은 그걸 감내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형의 입을 잔인하게 이용하던 자지 끝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뜨거웠다. 입을 가득 채우는 허여멀건 액체가 입안에서 넘쳐 흘러나왔다. 몇 줄기고 기세 좋게 싸지르는 탓에 주형은 입술을 다물지 못하고 정액을 모두 질질 흘렸다.
“하아, 학, 흐으…….”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재연이 베개에서 주형을 비스듬히 올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셔츠의 단추를 모두 끼운 채 고고한 낯으로 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을 핥고 탐하듯 노골적인 시선이었다. 이윽고 재연이 벗겨 줘요, 하고 속닥속닥 사랑스럽게 말하자 주형이 멍한 얼굴로 끄덕였다. 방금 펠라를 한 것 때문에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재연의 부탁을 무시하지 않고 손을 어리숙하게 놀려 천천히 재킷의 단추부터 풀었다. 톡, 톡, 도톰한 재킷을 열어 확 헤치자 튼튼한 근육 위를 보기 좋게 덮고 있는 셔츠가 보였다. 다만 사이즈가 그리 넉넉한 건 아닌지 가로로 주름이 져 있었다. 가슴 가까이는 단추가 약간 터질 듯 사이가 벌어져 있기도 했다.
솔직히 재연이 제 가슴을 보고 꼴린다고 말할 때만 해도 그냥 변태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습을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재연의 가슴과 젖꼭지 윤곽을 선정적으로 드러낸 얇은 셔츠를 보자 아랫도리가 뭉근했다. 열기로 찬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은 주형은 소심한 손길을 움직여 중간부터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보통이라면 위나 아래부터 풀겠지만, 다른 곳은 다 여민 채로 튼실한 가슴팍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 궁금했다.
“형, 귀여워요. 손.”
“…….”
주형은 재연의 좆을 엉덩이골 사이에 살포시 끼운 채로 앉아 있었다. 함부로 삽입하지 못하도록 힘을 풀고 둔부로 감싸고만 있었는데 점점 딱딱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있으니 주형 또한 야릇한 감각에 휩싸여 입술을 오물거렸다. 집중이 되질 않았다. 이상하게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다시 뛰었다.
“하나하나 예쁘게 잘 푸네요.”
기분이 좋은 듯 재연이 늘어진 음을 내며 빙그레 웃었다. 날개를 잃고 추락한 천사처럼 느른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주형은 검은색 하네스를 하고 있으니 몸이 압박되어 불편했는지, 이따금 손으로 하네스의 가죽끈을 정리하고는 했다. 안에 손을 집어넣어 쭉 늘린 뒤 다시 정리하자 불그스름한 자국이 도드라졌다. 부끄러운 듯 뺨을 붉히고 하네스를 갈무리하는 것도 영문을 모르게 선정적이었다.
“벗기면서 섰어요?”
“……으읏.”
재연은 허리를 느슨하게 움직여 주형의 엉덩이에 대고 좆을 살짝 비볐다. 정액을 내보냈을 뿐 젖어 있지는 않아 조금 따가운 감각이 선연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재연의 반응을 무시했다. 그러고 있으니 끄덕거리는 좆이 연신 등 가까이 닿았다.
“이상하네. 형은 지금 좆질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섰을까.”
“다, 닥치십시오. 열심히 해 주고 있는데……, 신경 꺼요.”
“형이 나 따먹으려고 작업 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베개와 두툼한 이불에 머리를 묻은 재연이 으쓱거렸다. 사락거리는 소리가 고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주형은 한 번 더 무시하며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셔츠를 풀어 헤친 재연의 모습은 난잡해 보였다.
“어떻게 따먹혀야 우리 형이 좆을 더 맛있게 먹을까.”
재연이 즐거운 듯 배시시 웃었다. 유려한 선율을 가진 콧노래가 흘렀다. 보기 좋게 도톰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는 입술이 벌어졌다. 연붉은 색깔은 오늘따라 유난히 선명해서, 유혹을 하려고 드는 색마 같았다. 반대로 조금 그을린 피부를 한 채 검은색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는 주형은 어리숙한 티를 내며 끄응,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재연의 도발에 넘어가 충동적으로 좆을 쥐었다. 커다란 손으로 세게 휘어잡자 재연 또한 조금 놀랐는지 미간을 좁히며 으르렁거렸다. 주형은 쿵쿵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애써 무시했다.
“좀, 닥치라고.”
몸을 살포시 들어 올려 구멍에 자지를 맞추자 등줄기에 오싹한 감각이 내달렸다. 곧 느낄 쾌락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 오한이 아주 잠시 지난 뒤에는 뜨거움으로 몸이 탔다. 주형은 좆 끝에 조금 맺힌 쿠퍼액을 조금 가지고 와 입구에 대충 발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윤활유가 부족해서, 혀를 내밀어 손가락을 적셨다.
“씨……, 흐으, 노력하고 있는데도, 지, 랄이야.”
이윽고 혀를 조금 내민 채 게슴츠레한 눈길로 재연을 바라봤다. 위에서 아래로 재연을 내려다보고 있는 건 아주 짜릿한 일이었다. 평소 남을 뭉개기만 하는 놈을 깔고 앉아서 좆까지 함부로 건드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쿵쾅거렸다. 재연 또한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본의 아니게 가슴을 내민 채 자지를 먹을 준비를 하는 주형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드물게 당황한 눈치였다.
“…….”
위기감이 조금 느껴지는 듯 아찔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더니,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것을 바랐으니 더 해 보라는 양 그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정쩡하게 풀려 있는 단추 사이로 근육이 내비쳤다. 몸의 주인이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상체가 험상궂게 들렸다. 애욕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한 살갗이 오돌토돌하고 거친 근육을 드러냈다.
주형은 숨을 고르고 있다가, 천천히 바지를 내렸다. 하도 조여서 답답하기까지 했던 차에 해방이 되니 좋았는지 좆이 퉁,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숨을 깊이 내쉬며 느긋하게 주저앉았다. 아직 어려서 참지 못하는 재연이 할 때와는 다르게 느렸고, 그만큼 안달을 나게 했다. 둘은 여유롭게 달아올라 오랫동안 흥분할 듯 보였다.
그나마 정액이 안에 고여 있어 좆을 넣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쩌억, 쯔윽, 하고 음란한 소리가 고요한 방에 울렸다. 구멍이 선단을 꾸역꾸역 삼키고, 절반쯤 물고 있다가, 마침내 욕심껏 기둥을 모두 물었다. 재연은 박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에 놀란 듯 뱃가죽을 흠칫 떨었다.
둘의 거친 숨결 소리만 몇 번 울릴 뿐이었는데, 순식간에 음탕함으로 얼룩진 음이 가득 찼다. 주형은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무릎을 들고 몸을 살짝 뒤로 젖힌 채로 들썩거리자 주형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하네스의 가죽 자국과 링 때문에 몸이 불그스름하게 달아 있어 마치 채찍질을 한 것 같았다. 튼실한 몸이 벌어진 채로 음욕을 성실히 채우고 있으니 몽마 같기도 했다. 점점 고조되다 못해 거칠게 몸을 넣었다가 빼니 철퍽, 하고 아주 질척한 것이 입구를 적시는 소리가 났다.
재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하체를 조금씩 털어 댔고, 그럼에도 모자라서 주형에게 부탁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 점막을 허락했다. 오돌토돌한 돌기 같은 것이 보이면 아귀를 맞추려고 애쓰며 씹질을 했다.
“형, 나…… 가슴, 빨아 줘요.”
“흐으, 으응.”
고개를 끄덕거렸다. 별걸 다 해 달라고 한다는 생각이 스치지 않은 것도 아니나, 주형은 제 배를 넘치도록 채우고 있는 좆에 만족해 깊은 생각을 달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개처럼 납작하게 수그려 재연과 배를 맞댔다. 좆이 조금 휘어지며 주형의 구멍에서 반쯤 빠져나왔다.
주형의 자지가 재연의 배꼽 부근에 닿았다. 별로 의도하지 않은 듯한데 탄탄한 뱃가죽에 대고 비비자 기분이 좋아졌다. 주형은 흐으, 하고 흐느끼며 재연의 젖을 살짝 물었다. 자지를 무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살짝 감도는 젖꼭지를 입에 물고 쪼옥, 쪽, 빨자 아기가 된 것처럼 기분이 야릇했다. 그런 중에도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어 자지가 연신 안을 얕게 때렸다. 주형은 손을 더듬거리며 탄탄한 가슴을 주물러 댔다.
이래서 윤재연이 가슴 타령을 했던 건가. 주형은 만지는 게 좋은 듯 몽롱한 얼굴로 젖을 계속 애무했다.
“형, 혀…… 뾰족하게, 해서 주변까지, 다 핥아요. 빨아.”
주형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끄덕거렸다. 그가 제복을 입고 저를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명령에 거역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감상이 들었다. 그래서 재연이 시킨 대로 혀를 뾰족하게 만들어 유륜을 스윽 쓸고, 오돌토돌한 돌기가 보이면 오동통한 혀를 가져다 댔다.
그렇게 느슨한 움직임을 보이며 구멍으로 가만히 좆을 담고 있기만 하니, 금세 지루해진 재연이 몸을 살짝 일으켜 주형의 엉덩이를 때렸다. 커다란 손바닥이 그의 둔부를 탁 때리자 주형이 흠칫 놀라 몸에 힘을 풀었다.
“씹질할, 허리는 움직여야지. 그래야 내가 깔리는 보람이 있죠.”
재연이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듯 평소보다 눈길이 매서웠다. 주형은 놀라울 정도로 강압적인 모습과 잘 어울리는 제복에 눈길을 한 번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얼한 엉덩이가 신경이 쓰였으나 겨를이 없었다. 멍이 든 적은 없겠지만 따끔해서 기분이 이상했다. 주형은 엉덩이를 맞으며 무심코 싸지른 정액이 하네스와 재연의 뱃가죽에 묻었다는 것도 모르고 재연의 배에 대고 좆을 설설 문질렀다. 나름대로 꽤 두툼한 성기가 욕심을 내고 있었다.
“힛, 흐으, 아, 알겠습니다…….”
그대로 구멍으로 쑥 처박힌 자지와 입구를 간질이는 음낭이 모두 느껴졌다. 꾸욱, 좀 더 들어가고 싶은 듯 음낭이 후장 입구 앞에서 버티고 있었다. 크기의 한계 때문에 아쉬운 듯 재연이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있자 주형이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제대로 하지 않아 재연이 한숨을 쉬었다고 착각한 듯했다.
타액이 질질 늘어져도 굳이 갈무리하지 않고 한쪽 가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철퍽, 철퍽 음탕한 소리가 질질 늘어지며 구멍을 탐했다. 그는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후장을 활짝 드러냈다. 제 위에 자리를 잡고 노력하고 있는 주형의 노력이 만족스러워서, 재연은 그런 그의 볼기를 양손으로 꽉 쥐고 흔들어 댔다. 부드러운 듯 딱딱한 근육이 가득해 늘어지는 것도 없이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슬쩍 허리를 쓰다듬거나 구멍 가까이 손가락을 귀엽게 지분거리면 주형의 미간에 내 천(川) 자가 생겼다.
주형이 한 손으로는 딱딱해진 젖꼭지를 꽉 비틀고, 다른 쪽 가슴에는 입술을 가져다 대 불그스름한 자국을 만들었다. 그러기가 무섭게 위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이 동굴에서 우는 소리 같았다.
“후으…….”
그렇게 열심히 흔적을 남기고 나니 지쳤다. 주형은 가슴을 빨고 있다가 말고 멈추어 숨을 돌릴 겸 고개를 들었다. 지쳐서 늘어져 있는 눈꼬리가 인상을 바꾸어 놓았다. 평소보다 훨씬 유순해 보였다. 그리고 가만히 그가 온몸으로 봉사해 주는 것을 받아들이고만 있던 재연이 주형과 눈이 마주쳤다.
재연은 지친 것 아닌가, 하고 착각하게 할 만큼 녹아내린 얼굴로 있었다. 얕게 상기된 뺨과 살포시 벌어진 입술, 그리고 반쯤 감겨 있는 눈동자가 탐욕으로 젖어 이따금씩 깜박거렸다. 그러나 주형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입꼬리를 양쪽으로 당겨 올려 웃었다. 제 위에서 허리를 흔들기 바쁜 주형과 눈이 마주치자 아랫도리가 터질 듯 당겼다.
“이, 거 왜……, 더.”
“그러게요.”
주형이 몸을 벌벌 떨었다. 바깥에서 커진 걸 넣는 게 아니라 안에서 더욱 커지니 속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붉은 살갗이 경련하며 자지를 잡아먹고 있었다. 한계라는 듯 꿈틀거리고 있음에도 야금야금 씹어 먹는 게 아주 음란했다. 주형은 숨을 고르며 엉덩이에 힘을 풀었다. 구멍이 질척거리는 액을 천천히 뱉어냈다. 미끄러운지 좆도 아주 살짝 빠져나왔다가, 다시 푹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형 눈만 봐도 서요. 존나, 주체가 안 돼요. 씨발.”
재연은 그렇게 또 험악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허리를 한 번 움직일 때면 주형의 온몸이 움직였다. 좆의 모양대로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왔다가, 또다시 쑥 들어갈 때면 신기한 마음과 동시에 황홀함이 밀려왔다. 손가락 따위는 닿지 않는 곳까지 제 것이라니. 한껏 흥분해 그 모습을 다시 보려 몸을 들썩거리자 주형의 입에서 기다란 신음과 울음이 튀어나왔다. 혀 위에 살짝 고여 있던 타액을 다 담지 못하고 주르륵 흘려 댔다.
이윽고 난잡하게 허리를 흔들던 재연과 그 움직임을 받아내며 울던 주형이 눈을 마주쳤다. 주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구멍이 좆대가리를 완전히 잠식시켰다.
***
이번에는 주형이 눕고 재연이 위에 올라타 있었다. 너무 지쳐서 더는 안 되겠다고 백기를 든 주형에게 재연이 자위를 할 테니 누워 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코스튬 플레이까지 준비한 만큼 주형도 그냥 끝내 주기는 싫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애초에 자주 하는 이벤트가 아니었으니 재연이 충분히 즐기길 바랐다. 게다가 평소보다 훨씬 흥분해서 온갖 액으로 침대를 적시고, 섹스를 하며 한 번도 가라앉지 않은 자지를 들이밀고 있으니 진작 해 줄 걸, 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이, 사님은 이런 거 안 부끄럽습니까?”
“으응. 전혀……, 형이니까 좋아요.”
재연이 어리광을 부렸다. 일부러 콧소리를 살포시 섞어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다리를 벌리고 주형의 위에 앉아 허리를 얕게 흔들었다. 배 위로 살포시 주저앉은 채 주형의 탄탄한 가슴골에 대고 좆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들이 싼 정액을 조금 묻혀 자위를 하고 있었기에 적나라한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형은 이상할 만큼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왜일까. 시선을 조금만 내리면 재연의 흉물이 바로 선명하게 보여서 그런 걸까.
“형이랑 영화관에 갔을 때부터, 이거 해 보고 싶었어요. 형이 밑에 깔리니까 너무 기뻐요.”
“그렇게…… 옛날부터, 무슨. 그냥 말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재연이 아아, 하고 신음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면서도 씩 웃고 말았다. 스윽, 슥, 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졌다. 주형의 상냥함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재연은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반신을 털어 대며 주형의 가슴을 이용했다. 그런 중에도 모자라 좆에서 손을 놓고 그의 가슴을 움켜쥔 채 가운데로 모았다. 좆이 감싸지며 큰 자극을 만들어냈다.
“하아, 씨발, 너무 좋아요. 형…….”
“으, 읏.”
“형이 이렇게, 예쁘니까 바깥에 내둘 수가 없는 거예요.”
비가 올 때 주형에게 우산이 없어서 주형이 젖었다고 치자. 그래서 이렇게 탐스러운 가슴을 은근히 드러내고 서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정말 미치도록 화가 났다. 이렇게 예쁜 젖과 적당히 만질 거리가 있는 가슴을 생각하니 모든 게 아쉬웠다. 주형이 싫어하니 할 수 없겠지만 그냥 그가 갇혀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주형이 저를 감금하고 아이 돌보듯 내내 곁에 있어 주는 것도 좋았고.
“형은…… 나를, 나만큼 안, 좋아해서 잘 모르겠지만 나는…….”
“씨발, 야.”
울컥한 주형이 대뜸 재연의 좆을 꽉 움켜쥐었다. 애무를 할 생각이 아니라 정말로 화를 내려는 듯 손등에 힘줄이 솟았다. 재연은 크윽, 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중에도 처연한 눈동자로 주형을 바라보았다.
“나도 너 예뻐.”
“…….”
“근데 그냥, 두잖아. 나도 너 일하는 거 싫을 때 있어.”
주형은 늘 이게 억울했다. 형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며 쓸쓸한 얼굴을 진심으로 하는 재연을 보면 속이 터졌다. 이때까지 내가 너한테 한 건 그냥, 뭐, 걸레 짓이냐? 애인 짓은 아니고? 주형이 그리 말하자 재연이 숨을 들이켰다. 이윽고 흥분해 가슴을 조몰락거리며 허리를 세게 흔들었다.
“형, 흐으, 응……. 형……, 좋아서 죽을 것 같아요.”
치덕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자지를 비비고, 가슴을 양손으로 흔들어 댔다. 튼튼하게 발달한 근육 몽우리를 움켜쥐고 저런 말을 듣고 있으니 진정하기 어려웠다. 재연은 난잡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어느새 주형의 가슴에 새빨간 자국이 생겼다. 음낭이 부딪히고, 거친 음모가 쓸려 아프게 흔적이 남았다.
“나도, 너 좋으니까 참는 거야. 재연아.”
“아, 형…….”
그만. 재연이 간절히 말했다. 너무 달콤한 말이라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평소에는 튕기기만 하던 주형이 저런 말을 해 주고, 저를 위해 주니 현실감이 없어졌다.
“너도 예뻐, 내 눈에.”
이때까지 이렇게 예쁜 놈을 본 적이 없었다. 얼굴도 얼굴이고, 좀 얄밉기는 하지만 평소에 잘 보이려고 일부러 가식적인 예쁜 척을 하는 것도 귀여웠다. 그 가식마저도 재연의 노력이라 생각하면 그만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저렇게 부족한 것 없는 놈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 준다고. 황홀했다.
“씨발, 너 보면, 좆이 벌떡벌떡 선다고. 나도…….”
재연은 폭풍이 인 듯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주형도 저를 탐욕하고 있다. 아주 노골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너무 기뻤다. 형도 나만큼 좋아해 줘. 저렇게 매일 틱틱거리는 형이, 내가 좋다고 했어. 좆이 선대.
“내가, 뒷구멍 아무한테나 줄 것 같냐?”
너한테만 따이는 거야. 주형이 선명한 발음으로 그리 속삭였다. 그 순간 재연의 자지에서 정액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주형의 목과 쇄골을 흥건하게 적신 끈적한 선액이 질질 늘어졌다. 아랫배가 진정되지 않았다. 계속 꿈틀거렸다. 꽉 조였다가 다시 풀리는 것의 주기가 너무 짧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이윽고 재연이 미치겠네, 하고 중얼거리며 밑으로 내려왔다. 그대로 좆물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주형의 허벅지를 확 들어 올렸다. 허리까지 훌렁 들어 올리자 주형의 좆이 축 처지며 음란하게 끄덕거렸다.
“윽, 야, 그만, 그만…… 흐윽, 야!”
커다랗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을 쥐었다. 근육질의 엉덩이가 꿈틀거렸다. 재연은 그런 그의 볼기 두 쪽을 양손으로 잡아 쭈욱 늘렸다. 듬성듬성 살갗이 손가락 사이로 올라오고, 후장 구멍이 스으으 벌어졌다. 주름이 아주 촘촘하게 있었는데 어느덧 부은 속살까지 살짝 보일 정도로 느슨하게 벌어졌다. 이윽고 다시 채워 달라는 듯 정액을 주륵 뱉어냈다. 재연은 아랫입술을 보드랍게 핥으며 흥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형도, 나 보면 서고 그래요? 헤픈 거 아니고, 정말이죠?”
근육질의 몸이 한 번 버둥거렸다. 그럼에도 재연이 아주 세게 종아리와 발목을 부여잡고 있어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촘촘하던 구멍을 벌린 좆기둥이 언질 없이 안을 짓뭉갰다. 여유 없는 섹스가 주형의 몸을 망가뜨렸다. 주형은 몸을 바르작거리며 침을 삼켰다. 목젖이 꿀렁거렸다. 지친 듯 보였지만 여전히 애욕은 있는 듯 눈빛이 죽지 않았다.
“다른 새끼들이, 형 보는 눈빛이 너무 달아서, 걱정, 이 돼요.”
“다른 새끼들이 날, 어떻게 쳐다보든 상관없어.”
주형은 이를 악물고 빠르게 말했다. 계속 밀려오는 환락 같은 쾌감 때문에 힘들었지만 말은 전하고 싶었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잠시 멈추고 주형을 바라보았다. 감동을 받은 듯 울 것처럼 눈이 커져 있었다.
“내가 너 안 사랑하면 이런 옷, 입어 주겠냐?”
“…….”
“나도 씨발, 수치심이 있는데…… 이런 옷 입고, 너한테 깔려서, 임신할 것처럼 좆질하고 있으면 가끔은 안 쪽팔리겠냐고.”
재연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주형이 절절하게 몇 마디를 더 얹었다. 주형 또한 부끄러운 게 없는 게 아닌데도, 평소 고집과 자존심이 센데도 재연의 말에 대부분 따라주는 이유가 있었다.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유는 그것으로 해결했다.
그리 말하고 있자 재연이 좆을 쑥 처넣으며 정말요? 하고 되물었다.
“흣……, 재연아, 미친 새끼야, 나도, 하윽, 널, 사랑해.”
나도…… 나도. 주형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얼굴을 찌푸리자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성의 끈이 툭 끊긴 듯 재연이 허리를 흔들어 댔다. 철퍽, 철퍽 음낭이 주형의 입구를 거칠게 때렸다. 회음이 퉁퉁 붓도록 후리고, 내벽에 성기를 문질렀다. 치받듯 정신을 놓고 퍽, 퍽 쑤시고 있으니 주형이 울음 어린 신음을 흘리며 구멍을 조였다. 주름의 요철이 오돌토돌하게 올라오며 재연의 첨단부터 깊숙이 삼켰다.
재연은 평소 아무리 흥분해도 주형이 좋아하는 부분을 제법 정확히 꿰찔렀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제멋대로 그의 안을 탐했다. 엉망진창으로 짓이겨진 속살이 퉁퉁 부어 바깥까지 밀려 나올 듯했다. 재연이 사납게 허리 짓을 하자 안에 고여 있던 정액이 기다랗게 밀려 나왔다. 살짝 뺀 채로 숨을 푹 들이켜고 있자 좆에 정액이 기다랗게 주욱, 늘어졌다. 이윽고 다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끝까지 박아 넣었다.
“형……, 형. 오늘은, 형 배부를 때까지, 쌀 거예요.”
재연이 그리 경고하며 후장을 긁어 대는 듯 얕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윽고 재차 배앓이가 걱정될 정도로 다시 몰아 붙었다. 씹물로 가득 채워 정말로 임신이라도 시키고 싶은 듯했다.
***
주형은 배가 꽉 찬 것을 느꼈다. 뭘 먹은 건 아닌데 배가 고프면서도 속이 꽉 찼다. 헛웃음이 났다. 몇 번 쌌지. 다시는 코스튬 플레이 같은 거 안 한다. 다시는. 내가 차라리 죽고 만다. 주형이 결심했다.
“형, 정액 빼 줄게요. 배 아파요, 그냥 자면.”
“예…….”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재연은 느릿느릿하게 걷는 주형의 허리를 잡고 함께 걸었다. 그렇게 익숙한 듯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민 채 멍하니 있었다. 조금 힘을 풀자 정액이 사타구니를 적셨다.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가늠이 잘 안 됐다.
재연은 손가락을 넣어 천천히 긁어내 주었다. 콘돔을 손가락에 끼우고 조심스럽게 내보냈다. 뭉텅이로 슥슥 빠져나오는 게 이상하게 야했다. 다행히도 콘돔의 윤활유가 있어 잘 빠졌다. 근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빠져나오는 것을 보니 다시 채워 넣고 싶었다.
“흐응, 으.”
그렇게 재연이 못된 생각을 참고 뒤처리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주형이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엉덩이 살 바로 위로 폭 들어간 보조개가 꿈틀댔다.
“……형.”
“예?”
“생각해 보니까 내 좆 크기에 비해 손가락이 좀 짧아서, 한 번 더 넣어야 할 것 같아요.”
“……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니, 이때까지 섹스를 몇 번 했는데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주형은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황당해서 반응이 느려질 지경이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씨발놈아…….”
“좆으로 긁어내면 나올 거예요.”
저 목소리에 진지하게 황당해서 뒤를 돌아보자 재연의 좆이 서 있었다. 그 또한 조금 민망한 듯 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가 지고 나서 벌써 새벽이 되었는데 아직도 자지가 죽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자신이 어려서 혈기가 왕성하다고 해도 이건 조금 신경이 쓰였다.
“시발, 잠시만. 생, 생으로 넣을 건 아니죠?”
주형은 일단 현실적인 말부터 시도했다. 저렇게 서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그래도 남편이 저러고 있으면 한 번은 주의를 기울이는 게 남편의 역할이니까. 그러나 생좆은 안 됐다. 만약 그러고 싶다고 하면 오늘은 각방 행이었다.
“콘돔 있어요, 낄게요.”
“미친 새끼야. 그게 왜 여기 있어?”
“혹시 몰라서 두 개 들고 들어왔어요.”
잘했죠? 재연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주형이 딸꾹질을 한 번 했다. 히끅, 귀여운 소리를 내며 입을 푹 틀어막더니 말했다.
“개, 개새, 끼야……!”
“자지로 빼내면 금세 나와요, 형.”
이 괴물 체력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주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윽고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익숙하지만 무서운 감각이 엉덩이로 닿았다. 비부를 확 가르고 들어와서는, 정말로 정액을 빼려는 것인지 안을 깊이 헤집으며 바깥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했다. 찔걱거리며 젖은 소리를 내는 구멍에서 정액이 덩어리로 주르륵 흘렀다.
“조금만 참아요. 금방 하고 뺄게요.”
“흐응, 히, 으…….”
“구멍 벌리고, 그래요. 예쁘다.”
잘 들어갔어요. 재연이 그렇게 말하며 느슨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역시 뒤에서 바라보는 주형의 구멍은 탐스럽고 예뻤다. 틈도 없이 좆을 오밀조밀 처먹는 게 사랑스러웠다. 재연은 그의 둔부를 움켜쥔 채 재차 하반신을 털었다. 그리고 주형은 무릎을 안으로 모은 채 발발 떨며 좆을 받아냈다. 무너질 듯 힘들어하면 재연이 한 번 일으켜 안아 주고, 다시 짐승처럼 엉덩이를 내밀기를 반복했다.
정사가 난잡했던 만큼 후희 또한 거칠고 길었다.
***
주형이 약 일주일간 깨달은 건 두 가지였다. 함부로 싫다고 하지 말 것,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재연에게 좋다고 사랑 고백을 하지 말 것. 그랬다가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카페 일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주형은 욱신거리는 온몸을 겨우 달래며 요양을 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재연이 부엌에서 입고 무언가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좀 나아졌으니 이제 불은 안 지르겠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다. 재연이 들어왔다. 레이스 앞치마를 입고-다행히도 옷은 받쳐 입었더랬다- 접시에 작은 돈가스를 하나 올려 들고 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거의 안 태웠네요, 이사님.”
“응. 연습 많이 했어요. 나와서 먹어요, 형.”
“알겠습니다.”
재연은 주형이 없을 때 요리를 연습하고는 했다. 다만 최근에는 천국 캐피탈 쪽에 일이 꽤 많아-회장인 그의 아버지가 곧 죽을 것이므로- 바빠서 자주는 못 했다.
“움직일 수 있죠?”
“걸을 수는 있습니다.”
주형은 그리 말하면서도 긴가민가한 듯 아마? 하고 고개를 얕게 갸웃거렸다. 아주 다행히도 이 고통도 익숙해졌는지 걸을 순 있었다. 조심히 침실 밖으로 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다 탄 돈가스가 절반 이상이었다.
“풋…….”
“……이거 하나는, 잘 구워졌는데.”
동그랗게 생긴 미니 돈가스를 여러 개 구웠나 보다. 그중에서 가장 잘 된 것이 딱 하나라 그걸 들고 온 거겠지. 주형은 이렇게 재연이 눈속임을 하면서 제게 잘 보이려 하는 게 제법 사랑스러웠다.
“이사님이 무슨 현모양처입니까, 이렇게 요리도 못 하는데. 평생 안 하던 짓 하지 마세요.”
요리는 주형이 하겠다고 한 바 있는데도 재연은 자꾸만 우겼다. 정말 노력을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영 감이 없는지 돈가스를 태우기 일쑤였다.
“그래도 밤일은 잘하잖아요.”
“현모양처의 의미에 밤일도 들어갑니까?”
몰랐네. 그리 가볍게 말한 주형은 다 탄 돈가스의 튀김 껍데기를 젓가락으로 떼어냈다. 튀김옷을 다 벗겨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돼지고기가 알차게 씹혀서 나쁘지 않았다.
“성생활도 중요해요.”
“어련하시겠습니까. 자, 이거 드십시오.”
주형이 이제는 돈가스가 아니게 된 돼지고기 조각을 건넸다. 다행히도 속은 잘 익어 있었다. 재연은 고맙다고 말하며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요.”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는 재연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뭐, 연하남이…… 이런 매력인 거지. 현모양처니 뭐니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도 재미인 거고. 주형이 피식 웃으며 바깥을 돌아보았다.
“아……, 드디어 비 그쳤네.”
정말 지루한 비였는데, 그쳐서 좋았다. 집 안에 있는 눅눅함도 사라졌다.
“그러게요, 형이랑 데이트하면 좋겠어요.”
둘은 마주 보고 앉아 저마다의 온도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여유로이 식사를 즐기며 데이트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종종 얄궂은 농담을 던지는 재연 때문에 진도는 느렸지만 착실하게 둘의 데이트 계획이 진행되었다. 평화로웠다. 괴짜 부부의 일상이 다시 도래했다.
마침내 재연과 주형의 짧은 장마가 끝났다. 다 울고 이제는 완연하게 맑은 모습을 보이는 구름이 둥둥 떠다녔다. 그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며칠 동안, 둘은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이 아니라 정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질척한 나날이었지만, 아무튼……, 여러모로 어설프고 고단한 첫 싸움이었다.
둘은 비로소 다시 햇살 아래 기쁘게 눈 뜰 수 있었다.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