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낭만
차 안으로 들어왔다. 서늘한 바닷바람과는 다르게 미묘한 열기가 차를 가득 채웠다. 적당히 푹신푹신한 카 시트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도 잠시, 재연이 천천히 벨트를 풀었다. 다리를 벌리고 천천히 좆을 꺼내자 이제는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재연의 정염 어린 눈길을 금세 눈치챈 주형이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역시 엄두가 잘 나지 않는 크기였다.
“형, 빨아 줘요.”
“…….”
“왜요?”
“아무리 봐도 너무 큰 거 같습니다.”
주형이 그 말을 다 하기가 무섭게 재연이 주형의 뒤통수를 잡고 좆을 향해 내리꽂았다. 푹, 하는 소리와 동시에 주형의 입술에 귀두가 닿았다.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턱을 살짝 들자 이미 흥분한 재연과 눈이 마주쳤다.
“형 입에 비해 내 자지가 크기는 하죠.”
“후으, 읍……. 이거, 으!”
“그래도 작은 것보다는 낫잖아요.”
빙그레 웃은 재연이 천천히 주형의 뒷덜미를 쓰다듬었다. 간드러진 손길을 움직여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주형의 목에 털이 바짝 섰다. 아마 긴장한 데다 흥분까지 한 건지 은근히 보이는 앞섶이 톡 튀어나온 게 보였다. 재연은 그런 주형의 입술이 제 좆을 물고 있는 데에 만족했다.
“형은 느끼는 곳이, 너무 깊이 있어서 걱정이 돼요.”
“웁…… 으, 응?”
겨우 팔을 들어 재연의 성기를 쥐고 그제야 좀 정신을 차렸다. 위아래로 고개를 움직여 뒷구멍으로 받듯 움직이자 재연이 읏, 하고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버거운데 찔걱찔걱 계속 안을 탐험하고 싶어 하는 좆 때문에 주형은 입술이 찢어지도록 애써야 했다. 하아, 하고 숨을 내쉬며 잔뜩 물자 재연이 주형의 머리채를 꽉 쥐어 잡았다. 성이 난 손이 그를 품고 있었다.
“좆 더 큰 새끼 나타나면 그놈한테 쫄래쫄래 갈까 봐.”
얼마나 걱정스러운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재연은 한숨을 푹 내쉬며 주형의 머리를 쥐어뜯을 듯이 거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그나마 좀 헐거워진 입술 사이를 헤집었다. 주형은 왼쪽 볼에 담고 있던 좆이 껄떡거리며 목구멍을 턱턱 때리는 감각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놀라 턱 근육을 경련시키듯 입을 아름거리자 재연이 고개를 친히 숙여 명령했다.
“형, 이 세우지 말고요. 입술로.”
“흐, 무흣, 으응.”
“입술.”
정신이 없었다. 은근히 비릿한 향기가 코에 잔뜩 풍겨 왔다. 게다가 고개를 정신없이 들었다가 내리고, 또한 배에 힘을 준 채로 그의 좆을 빨아 먹고 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침과 쿠퍼액으로 잔뜩 젖어 있는 성기가 마찰되면서 울리는 음이 너무 강해서, 재연의 목소리가 묻혔다.
“나, 형 입술이 먹고 싶어요. 얼른.”
주형은 이상하게 얼굴이 시뻘겋게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목소리가 너무 야하게 들렸다. 귓전에 대고 음란한 목소리를 속살거리는 것보다, 질척거리는 잡음과 함께 나는 저 음성이 더욱 기묘하게 다가왔다. 주형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재연의 자지를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음낭과 좆 뿌리 쪽을 핥았다. 동그란 것을 입에 품고 쪽 빨아들였더니 재연의 허벅다리가 작게 경련했다.
아, 형……. 재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위로 천천히 쳐들었다. 머리카락이 늘어졌다. 적잖은 만족이 이는지 그의 입술에는 비릿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몸을 수그리고 정신없이 자지를 물고, 핥고, 또 빨아 주고 있는 주형이 보인다.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광경인지. 재연은 축축하고 좁은 동굴과 같은 주형의 입안을 헤집었다.
“학, 흐으…… 흐!”
짐승을 제압하듯 제 뒷덜미를 강하게 붙잡고 좆을 빨 것을 종용하는 이 상황이 성감을 일으켰다. 주형의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온몸의 피가 그쪽으로 쏠렸다. 다리를 슬쩍 오므리고 버둥거렸다. 숨이 막혔다. 재연의 좆은 처음보다 훨씬 두꺼워졌고, 주형의 숨은 점점 모자라고 있었다.
숨이 헐떡거렸다. 주형은 가슴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헉, 헉,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런 와중에도 성기에 숨결이 닿았다.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야하고 거친 숨이 자극을 주었다. 주형은 정말로 버거운 듯 흐읍, 하고 아주 가느다란 신음을 냈다. 어지러울 정도로 두통이 일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자각하기 어려웠다. 주형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이 좆은 도대체 언제쯤 꺼지나, 하며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씨흐, 흐으…… 이사, 님.”
“왜요……, 형.”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굵은 신음과 동시에 섞이자 목소리가 평소보다 야하게 들렸다.
“좀, 싸, 씹……. 후으, 흐.”
주형은 그 목소리와 손길 때문에 제 아랫도리가 굵직해졌다는 건 인정하지 못하고 그냥 성질을 부렸다. 이런 행위 따위에 익숙해질 순 없었다. 아무리 사랑이니, 좋아한다니 뭐라고 해도 이렇게 큰 걸 그냥 아무렇지 않게 빨 수 있을 리가 없다. 주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의도치 않게 추삽질을 하는 듯한 행위가 됐다.
“얼굴에 싸 줬으면 좋겠어요?”
재연의 좆이 안에서 껄떡거리며 목 천장을 툭툭 쳤다. 여린 귀두 살인데도 거칠게 느껴져서 주형은 얕게 오심을 느꼈다. 답답한 음성을 내뱉으며 목울대를 꿀렁거리자 그 사이를 파고드는 자지가 계속 밀려 들어왔다. 분명 한계였을 텐데 재연이 허리를 튕길 때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입이 무서웠다. 주형은 침을 줄줄 흘리며 목구멍을 모두 막고 있는 성기를 받아들였다. 컥컥거리는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성애가 계속되었다.
“씨발, 어디든지…… 됐, 으니까, 그만, 흐, 하악…… 학.”
숨이 너무 모자랐다. 저번에 무릎을 꿇고 펠라를 해 줄 때는 그나마 기도가 위를 향해 있어 숨이라도 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동차 기어가 몸을 자꾸 찌르는 데다가 이상하게 수그리고 있는 자세라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간 체력이 떨어진 것도 한몫을 할 테다. 주형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로 울먹였다.
“제발, 싸……, 주십시오. 얼른.”
고개를 돌린 채 재연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린 채로 그리 말했다. 좆에서 나온 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엉망이 됐다. 그런 채로 겨우 혀를 내밀어 할짝, 할짝 얕게 핥았다. 이렇게라도 하면 재연이 그냥 놔줄 것 같아서. 용기가 가상하다든가 그런 이유로 후한 처사를…….
“읍, 으윽!”
그럴 리가 없군. 주형은 제 목젖과 입천장을 거칠게 쑤시는 좆을 자각하며 후회했다. 미친 새끼. 어디서 흥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잔뜩 화가 난 핏줄을 머금은 자지가 목 천장을 긁어 댔다. 이미 까지고 부어서 이상한 감각이 입안을 메웠다. 억눌린 신음을 내며 재연의 허벅지를 꽉 쥐었더니 온몸에 담이 온 듯 부들부들 떨렸다.
“씨발, 형,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요?”
“흐으, 웁! 우으!”
“존나 싸지르려는 거 참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참을 수가 없잖아요.”
비린 향기와 동시에 재연의 살냄새가 풍겼다. 아주 미묘한 담배 냄새와 향수 냄새, 그리고 그가 본래 품은 체취. 모든 게 섞여 뇌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주형은 눈꺼풀을 벌벌 떨며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따갑도록 흔들렸다.
재연은 푹, 푹 좆을 처넣으면서도 참지 못하고 주형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안을 느끼는 게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적당히 말캉한 혀가 성기를 감싸는 것도 만족스러웠고, 딱딱한 좆을 그런 곳에 문지르는 것도 좋았다. 소심하게 살덩이를 쥔 손가락마저 마음에 들어 큰일이었다. 저 손가락을 쪽쪽 빨면 무슨 맛이 날까 궁금했다. 주먹으로 머리카락을 쥔 채 휘두르니 주형의 얼굴이 사타구니에 연신 처박혔다.
“왜 자꾸 구멍을 파요.”
안 그래도 구멍 많은데. 재연이 주형의 머리를 꽉 짓누르며 말했다. 그러고 있으니 미칠 듯한 신음과 동시에 주형의 몸이 꿈틀거렸다. 주형이 팔로 재연의 허벅지를 퍽퍽 때려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허리를 튕길 뿐이었다. 목젖을 완전히 열어 입을 터뜨릴 듯 난폭하게 몇 번이나 처박는 소리가 났다. 그대로 턱, 턱 걸리는 소리가 나고 재연의 움직임이 멎고 나서야 주형은 풀려날 수 있었다.
“흐, 후으……, 으으.”
주형은 엉망진창이 된 꼴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과 입가에 정액이 잔뜩 엎질러져 있었다. 탁액이 얼굴을 예쁘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재연은 제가 입고 온 재킷 안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들어 그를 손수 닦아 주었다.
“형은 정액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흐, 씨…….”
입을 제대로 갈무리하지도 못하고 주형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제야 제자리로 돌아가 목을 푹 뒤로 젖히는 그는 안심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한숨을 계속 내쉬고 있자 재연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수건으로 제 손만 정리한 그는 흉악한 자지를 드러낸 채로 있었다.
“보기 좀 그런데 바지 좀, 아니, 여기는 왜……!”
주형이 말을 더듬거렸다. 모든 게 난감했다. 바지 좀 올리라는 말도 하고 싶고, 여기는 왜 만지냐는 말도 하고 싶었다. 가장 궁금한 건 ‘갑자기 왜 이러냐’는 거였다. 오늘 분위기 괜찮지 않았나. 그냥 적당히 뜨겁게 섹스하려던 거 아니었나.
“나만 즐거우면 재미없잖아요.”
“여, 여기서…… 하자고요?”
왜 또 이렇게 흥분해서 광기를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어린놈은 별거 아닌 거에도 흥분하는 건가. 주형은 이제 재연이 싫지 않았으나 이런 그는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카섹스라니. 정말 상상도 못 한 전개였다. 그런 건 포르노나 영화에서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응.”
“그게 무슨 미친…….”
“영화관에서도 했는데.”
“그, 그건 어쩔 수 없었고요. 그때랑 다르게 지금은 진짜 들키면 어쩝니까?”
그때는 윤재연과 말이 안 통했을 때지만 지금은 그래도 대화는 된다. 주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비좁은 공간에서 남자 둘이서 좆질을 한다고 붙어 있는 게 영 못마땅했다. 게다가 바로 앞이 병원인데, 그런 치유의 건물 앞에서 섹스라니. 이상하게 양심이 찔렸다.
“들키면 좋죠.”
재연은 제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면 기쁠 것 같았다. 그러면 그 누구도 주형을 넘보지 못할 테니까. 그뿐만 아니라 주형이 엉엉 울면서 자기를 책임지라고 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초처럼 입도 험한 제 형이지만 정작 위기에 몰리면 아까처럼 그렇게 딸꾹질까지 하면서 운다는 걸 안 이상, 그를 울리는 걸 멈출 순 없었다.
“미친 새끼야, 정신 좀 차려! 호, 호텔이라도……!”
“그건 잘 모르겠고, 난 지금 형이랑 질펀하게 떡 치고 싶은데.”
누구한테 보여 주면 학을 뗄 정도로 더럽고 질척거리는 섹스를 하고 싶었다. 재연은 그런 짐승 같은 짓이 좋았다. 주형에게 오롯하게 제 치부와 밑바닥을 보여주고, 저 또한 주형의 밑바닥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황홀했다.
“야, 시트 얼룩지면 어떡하는데! 제발 좀……!”
재연의 눈이 이미 돌아 있었다. 주형은 제 앞섶을 꽉 짓누르는 재연의 손등을 필사적으로 떼어내려고 했다. 우스운 실랑이였다. 제발 호텔이라도 들어가자고 해도 재연은 계속 옷 위로 좆을 만지작거리고 주무를 뿐이었다.
“흐으, 읏.”
“그깟 차가 무슨 대수예요. 형을 위해서라면 다 괜찮은데.”
널린 게 차다. 이 차에서 섹스를 해서 시트가 더러워지면 다른 차를 타면 된다. 그리고 시트를 교체하면 해결될 일이다. 재연은 이렇게 주형이 소박한 데다 깔끔을 떠는 게 자못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알뜰한지, 역시 재연은 주형이 좋았다. 세상 물정을 아직 잘 모르는 제게 완벽한 파트너 같았다.
“차 하나에 형이랑 마음껏 씹질할 수 있으면 싼 거 아닌가?”
“아, 이, 이사님. 이거, 손……!”
나쁜 손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계속 주물럭거리는 것도 모자라 다른 손으로는 가슴을 은근슬쩍 만지는 게 이상했다. 대충 집 앞에 나갈 줄 알고 안에 티셔츠를 입지 않았더니, 후드 티셔츠가 바로 젖꼭지에 쓸렸다. 주형은 하윽, 하고 억눌린 신음을 냈다. 재연이 하도 구멍과 가슴을 만져 줬더니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금세 바짝 서서 성감을 기대하는 모양새였다. 음란한 몸이 된 그가 난처한 얼굴로 뺨을 붉혔다.
“내가 형 얼굴은 안 팔리게 할게요.”
재연이 주형의 몸 너머로 손을 뻗어 시트를 뒤로 확 젖혔다. 사람 하나가 비좁지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순식간에 확보됐다. 이윽고 버튼 하나로 문을 꽁꽁 잠가버렸다. 꼼꼼하게 창문조차 열리지 않게 밀실로 만들어 두자 주형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파악이 안 되는 주형이 눈동자를 뒤흔들고 있을 때, 재연은 잽싸게 주형이 앉은 조수석으로 넘어왔다. 모험을 하듯 즐겁고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씨발, 이거, 아니…… 너무 좁, 좁지 않습니까.”
주형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집어넣은 뒤 천천히 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러고 앞을 바라보니 주형의 살 기둥은 이미 한껏 흥분한 채인지, 제법 두꺼운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아주 얕게 묻어 나오는 액을 손가락에 묻히자 정액 냄새가 났다.
“넥타이로 눈 가려 줄 테니까, 예쁘게 엉덩이 내밀어요.”
재연의 좆이 끄떡거리며 다가왔다. 주형은 미친놈아, 하고 또 욕을 읊조리며 벨트에 손을 댔다. 하지만 성격이 급한 재연은 이미 제 손으로 주형의 벨트를 풀고 있었다. 주형은 뻗은 손이 방황하는 게 멋쩍은 듯 손가락을 꾸물거렸다.
그 모습을 몰래 훔쳐본 재연의 아랫도리가 한 번 끄덕거렸다. 재연은 문득 주형의 손가락을 빨고 싶어졌다.
***
주형의 허벅지가 바르르 떨렸다. 엉덩이를 쭉 내밀게 한 채로 골반을 휘어잡자 주형이 시트에 가슴을 댄 채로 꾸물거렸다. 이렇게 되면 뭐라도 보이지 않을까 싶어 슬쩍 뒤를 바라봤다. 재연의 좆이 제 구멍에 푹 박혀 있는 게 아래로 살짝 보여서, 흠칫 놀라 다시 앞을 보고 말았다.
저런 흉물이 꽂혀 있다는 것도 이상한데 지금 느끼는 기분이 쾌감이라는 것도 기이했다. 주형은 흐으, 하고 작게 흐느끼며 숨을 골랐다. 눈앞이 깜깜했다.
“형, 왜 그래요.”
“으으, 아, 아닙니다.”
눈이 잘 안 보여서 오롯하게 그쪽에만 신경이 쏠렸다. 부드러운 원단이 눈과 코를 감싸고 있으니 미묘한 안정감이 들다가도, 제 모습을 누군가는 볼 수 있는데 저는 볼 수 없다는 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형은 손을 뒤로 모은 채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튼실한 가슴 근육이 한 차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팔에는 재연의 셔츠가 묶여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겁박을 당한 피의자처럼 팔을 뒤로한 채 손목을 묶여 있으니 움직일 수 있는 한계가 명백했다.
“좆이 부족해요?”
재연은 반밖에 넣고 있지 않은 것을 자각했다. 그렇게 생기진 않았지만 주형은 은근히 욕심쟁이였다. 자지를 넣어 주면 그로는 만족이 안 된다는 듯이 굴었다. 게다가 막상 또 미운 말을 하면서 여기를 만져 달라든가, 저기를 건드려 달라든가 하며 은밀하게 부탁을 한다. 한 입으로 두말을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는 뒤에서 손을 뻗어 주형의 귀두를 천천히 쓸었다.
문득 오물거리는 구멍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빈손을 뻗어 손가락을 구멍에 작게 비집어 넣고 괴롭히자 주형이 간지러움과 쾌락을 참지 못하겠는지 자세를 무너뜨렸다. 하지 말라며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엉덩이를 조금 내밀고 있어 봉긋한 볼기가 보였다. 다만 이미 좆을 꽂고 있는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더니, 정말로 한계라는 듯 속살이 쿨쩍거리며 경련했다. 아주 강한 조임이 밀려왔다.
“흐윽, 으, 찢, 어져, 빼, 빼애……!”
재연은 주형과 섹스를 할 때면 손이 왜 두 개밖에 안 되는지 안타까웠다. 이런 음란한 몸을 두 손으로, 좆 하나로만 범해야 한다니. 이곳도, 저곳도 모두 망가뜨리고 싶은데. 그는 구멍에서 손을 뗀 뒤 주형의 손목을 한 손에 그러쥐었다. 주형 또한 손목이 가느다란 편은 절대 아니었는데, 그보다도 재연의 손이 조금 더 컸다.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핏줄이 아주 도드라졌다.
“그런 거 아닙, 흐으…… 아, 흣!”
다시 허리를 난폭하게 튕겼다. 주형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을 자꾸만 헤집는 좆 때문에 힘들었다. 뭉뚝하게 닿아 오는 뜨거운 자지가 느껴졌다. 기분 좋은 곳만 쿡쿡 찔러 대는 게 너무 자극적이라서, 주형은 흐느끼면서 몸을 받아내야 했다. 배려인 건지 오늘은 몸을 덮치고 있지 않아 그나마 버틸 만했다. 하지만 손목이 묶여 있으니 이상하게 흥분이 더했다. 머리털이 삐죽 서는 게, 이러다가 뇌가 으깨지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아, 하…… 이, 사님, 그, 그만. 야, 찢어, 찢어져……!”
너무 좁은 곳이라 침대에서 할 때보다 훨씬 버거웠다.
“이제 한 번 쌌는데, 무슨 말이에요.”
섭섭하게. 재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리를 크게 흔들었다. 미운 말만 늘어놓는 그를 괴롭히고 싶어서 쉴 틈도 없이 계속 안을 후볐다. 내장을 때리고, 뱃가죽이 불룩 튀어나올 정도로 거세게 처박자 주형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렀다. 입술에 타액을 묻힌 주형은 신음하며 바둥거리면 바둥거릴수록 제 몸을 옥죄어 오는 셔츠를 자각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가, 또 들었다.
혀가 풀린 건지 히으, 하고 야릇한 소리를 내는 게 들렸다. 그 소리가 못내 마음에 들었다. 다 끊어져 버린 바이올린 소리 같아서. 재연은 그를 뒤에서 껴안고 자지를 안에다 문질렀다. 통통하게 잘 부어 있는 속살을 이렇게 좆으로 먹을 때면 흥분이 잔뜩 일어났다.
“하아, 씨발, 형……. 구멍이 내 자지 씹는 거 같아요. 존나 오물거려.”
“그런 말 좀, 씹, 더럽게……!”
“더러워요?”
무심코 말을 좀 심하게 한 것 같아서 주형의 심장이 덜컹거렸다. 더럽다고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냥, 너무 말을 상스럽게 하니까 기분이 이상했던 것뿐. 주형은 어버버, 입술을 뗐다가 붙였다가 했다.
그러고 있으니 재연이 한숨을 푹 내쉬며 주형의 어깨를 물었다. 잇자국이 연붉은색으로 선연하게 남았다. 재연은 주형이 울며 매달려도 절대로 밴드 하나 붙여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울면 대부분의 것을 해 주겠지만, 저것만큼은 안 된다고.
제 것이라는 표식을 지우는 건 절대로 안 됐다.
“형 구멍만 할까?”
“히으, 읏! 아, 응!”
후회가 밀려왔다. 아, 저 새끼 성질 건드리지 말걸. 이 입이 방정이다. 주형은 굴처럼 깊이 울렸던 신음이 점점 가늘어진다는 것도 모른 채 울기 시작했다. 선정적이기 그지없는 몸 선이 유려하게 흔들렸다. 주형은 울긋불긋한 등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몸을 버둥거렸다. 젖꼭지가 작게 흔들리며 음란한 자태를 만들어냈다. 그를 껴안고 있는 재연은 그런 주형의 앙탈을 모두 받아냈다.
쉬고 있는 손으로 뱃가죽을 만져 보자 만족스러운 곡선이 느껴졌다. 안에 정액이 가득 차서 아기라도 배면 좋을 텐데. 언젠가는 주형과 저 사이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주형을 꼭 닮은 아이가 하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이가 있으면 주형이 함부로 도망도 못 갈 테니까. 이렇게 강직하게 생겨도 그런 생명체가 사이에 있다면 절대로 도망가지 못하겠지.
주형은 갑작스럽게 육벽이 꽉 쪼그라들며 성기가 더욱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속이 줄어들어 자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주형은 헉, 하고 숨을 단말마처럼 끊어 쉬며 버둥거렸다. 그러나 재연은 더욱 꾹, 꾹 누르며 자극을 줄 뿐이었다.
“만, 만지지, 흐으, 떼!”
“형, 내 자지 여기까지 들어갔어요…….”
형 심장까지 닿으면 좋겠다. 재연이 잇새로 숨을 흘리며 말했다. 재연은 주형의 가슴 중간으로 손을 올렸다. 고운 곡선이 심장을 덮은 살갗에 닿았다. 쿵덕쿵덕 귀엽게 뛰는 게 선연히 느껴졌다. 그 순간 배꼽이 조금 늘어지도록 깊이 처박힌 자지가 욕심을 내어 꿈틀댔다. 끈적한 집착과 어두운 성애가 몸 가장 안쪽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주형이 놀라 히극, 딸꾹질을 흘렸다. 심장까지 닿으면 좋겠다니. 주형은 이미 애라도 생긴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뱃가죽이 제법 부풀어 있던 차였다. 게다가 굵고 큰 성기 때문에 속이 꽉 차서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는데. 주형의 눈가에서 눈물이 또륵, 또륵 떨어졌다. 흐응, 하고 힘겹게 버티는 소리를 내도 재연은 봐주는 것 없이 폭력적으로 속살을 무너뜨렸다.
“근데,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더럽다고.”
재연은 영 섭섭한 듯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주먹도 들어갈 기세로 좆질하라고 다리 벌려 주는 주제에 그런 말도 하고, 형이 정말, 이제는 나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
재연이 주형의 손목을 잡은 채 뒤로 확 당겼다. 그러니 주형의 허리가 둥그렇게 휘었다. 평소보다 훨씬 깊게 삽입된 자세에 주형이 소리를 질렀다. 아앙, 하고 길게 울자 재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생겼다.
“잘, 잘못, 흐으…… 씹, 흑, 이, 이사님, 아!”
“편한가 봐.”
내가. 재연이 그렇게 덧붙이며 주형의 젖꼭지를 만졌다. 그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반쯤 일어서게 한 채로 그의 구멍을 다시 범했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성기가 가장 안쪽까지 쑥 박혔다.
주형이 하도 좆물을 흘려 대는 통에 시트는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 며칠 전에는 토끼 같은 남편이 저라고 자부했지만, 이제 보니 토끼는 정말 따로 있었다. 씨발, 이렇게 생겨서 토끼가 아니라니. 이렇게 야한 몸매에 귀여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주형을 두고 제게 토끼라는 말을 붙였다니. 정말 어리석었다.
“형, 진짜 토끼 같아요. 너무 귀여워요.”
요도가 물 나오는 구멍이라는 게 확 와 닿을 정도였다. 물이 많은 게, 복숭아 같기도 했다. 재연은 주형의 엉덩이에 새빨간 잇자국을 만들고 싶었다.
“나 조루, 조루 아니, 흐, 씨……!”
자존심이 팍 상했다. 주형은 강간처럼 거친 섹스 중에도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고집을 피우며 재연의 손길을 거부해도 재연은 상처받은 티는 없이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주형의 젖꼭지가 바짝 서서 통통하게 될 때까지 만졌다. 꼬집듯 엄지와 검지로 지분거리자 주형이 간지럽다며 또 욕을 해댔다.
“그래요, 형 조루 아니야. 근데 토끼에요.”
망사 스타킹에 토끼 귀, 토끼 꼬리 플러그가 필요해 보였다. 주형에게는 그게 딱이었다.
“흐, 아니, 라고…… 나, 토끼, 흐응, 앙!”
도톰한 살갗을 좆으로 푹 눌렀더니 주형의 입에서 간드러진 신음이 울렸다. 재연은 주형을 잔뜩 울리고 싶을 때면 꼭 이 부분을 짓눌렀다. 전립선과 그 주변. 꾹꾹 누르다 보면 오줌도 지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끄덕거리는 좆을 보니 역시 주형을 잘 아는 건 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쑤시며 엉망으로 만든 채 물을 찔끔, 찔끔 흘려 대는 귀두를 손가락으로 진득하게 문질렀다.
격하게 흔들리는 몸과 동시에 차도 덜컹거렸다. 재연은 잔인할 정도로 거칠게 안을 헤집었다. 이러다 찢어진다고 울면서 말해도 재연은 예쁘게 다물려 있다며 미친 소리를 거듭했다. 그렇게 급한 정사를 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야무지게 묶어 놓았던 넥타이도 스르르 풀렸다. 코를 겨우 덮고 있더니 이제는 다 풀려서 뺨에 흐른 눈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재연은 굳이 다시 묶어 주지 않고 그냥 주형의 구멍을 느끼는 데에 집중했다.
“토끼는 떡칠 때 뭐라고 울어요?”
모른다고, 주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머리카락과 땀방울이 얕게 흩날렸다. 재연은 저와 덩치가 엇비슷하지만 성미가 아주 다른 그가 사랑스러웠다.
“앙, 앙, 거리나?”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살거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주형은 아랫도리로 몰린 피가 온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등줄기를 내달리는 이상한 쾌락이 몸을 지배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바둥거려 보아도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 같았다. 사슬 같은 몸을 받아내는 데에 지칠 법도 했으나 막상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좋았다.
재연이 주형의 배를 꽉 억누른 채 그의 귓바퀴를 핥았다. 주형의 냄새가 잔뜩 묻어 있는 곳이었다. 통통한 혀로 그를 녹이자 주형이 허억, 하고 늘어진 신음을 냈다. 그러면서도 계속 저항했다. 재연은 이렇게 끊임없이 제 생기를 보여주는 주형이 너무 좋았다. 인형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을 얻은 것 같아서. 재연은 주형이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에 만족했다. 구멍 안이 눅진했다.
“아, 니야…… 씨발, 아, 흐응…… 히, 으!”
힛, 하는 신음과 동시에 주형의 좆에서 정액이 터져 나왔다. 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흘린 그가 흑, 하고 그대로 몸을 시트에 기댔다. 그럼에도 재연은 허리를 놓지 않고 계속 추삽질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액을 잔뜩 안에 흘려보냈다. 한 방울도 남김없이 안에 처넣은 뒤에는 주형의 볼기를 각각 쥔 채 꼭 모았다.
“잘 담고 있어요.”
“말이 되는 소리를……!”
주형은 그러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움찔, 놀란 채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자 재연이 쿡쿡 웃으며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우리 애 씨물이니까.”
“미친, 놔!”
수치스러웠다. 저놈 앞에서만 몇 번이나 싸는 건지. 이러다가 정액뿐만 아니라 정말 오줌까지 지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게다가 가슴이랑 좆 좀 만져줬다고 이렇게 사정을 해 버리는 것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서 문제였다. 으으……. 주형은 정말 제 몸이 무언가에 의해 개조를 당한 건 아닌가 무서워졌다.
‘좋아서 어떡하지.’
이렇게 격정적인 섹스가 기본이 되면 정말 전으로는 돌아갈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두렵다. 주형은 울상이 된 채 눈을 끔뻑였다. 이윽고 거친 손길로 대충 눈가를 슥슥 닦아버렸다.
머리를 두는 부분 옆으로 얼굴을 넣은 채 추욱 늘어져 있자 재연이 그의 허리를 주물렀다. 생각보다 야무진 손길이었다. 그렇게 있으니 몸에 힘이 풀려서 구멍 사이로 정액이 주르륵 흘렀다. 그 소름 끼치는 따뜻한 액체에 주형이 또 역정을 냈다. 너무 부끄러웠다. 잘 담고 있으라는 말도, 임신 이야기도…… 주형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몸이 미워졌다.
“손 떼라고!”
날카로운 눈꼬리를 부라리며 짜증을 내니 재연이 조금 더 부드러운 손길로 허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하고 싶은 자세가 많았기에 그의 허리 근육을 잘 달래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형.”
“왜요.”
아까처럼 거센 섹스를 하고 나면 주형은 꼭 토라지고는 했다. 진심으로 좀 짜증이 난 거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느낀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하는 데에 흥분한다는 걸 안 재연이 그토록 공격적으로 성감을 이끌어 낸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기 때문에.
잔뜩 삐죽 나온 입술을 본 재연이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정액과 윤활유로 얼룩져 있는 손을 뻗어 주형의 손목을 묶고 있던 셔츠를 풀어주었다. 팔 소매를 꽁꽁 묶은 채로 박았더니 주형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국이 남았다. 흉이 지지는 않을 정도라 만족스러웠다. 종종 해야겠다.
“잠깐 나 껴안아 볼래요?”
“……아뇨. 싫습니다.”
주형은 가자미눈을 하고 재연을 째려봤다. 본래 날카로운 눈꼬리 때문에 험악하게 보였다.
“왜요?”
“또 무슨 이상한 거 시키실 거 아닙니까.”
이젠 쉽게 넘어가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자지에서 물을 줄줄 흘리면서 그런 말을 해도 설득력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재연은 쓸데없이 고집을 피우는 주형이 자못 귀여웠다. 그래서 쿡쿡 웃다가, 그냥 강제적으로 손을 대 그가 앞으로 보게 했다. 갑자기 몸이 휙 돌아갔다.
“윽!”
“아파요?”
“손 좀 예쁘게 쓰십시오, 좀.”
보모처럼 주형이 재연을 달랬다. 쯧, 하고 혀를 차며 타이르자 재연이 그냥 웃고 말았다.
“어차피 이런 게 직업인데요.”
물론 대부분은 지시만 하고 있지만, 주형과 관련된 사람들은 직접 처리하고 있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재연은 죄책감 따위는 하나도 없는 얼굴이었다. 주형을 위해서라면 그런 오물 정도는 뒤집어쓸 수 있었다.
“……그래도 겉은 예쁘지 않습니까?”
성당과 잘 어울리는 낯이다. 말갛고, 새벽의 종소리처럼 부드럽고 맑은 얼굴. 그런 얼굴을 맞이하며 저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야릇했다.
“내 손 말이에요?”
“예.”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코 재연의 손을 조몰락댔다. 뼈가 도드라져서 예뻤다. 손등에 드러난 푸른 핏줄도, 생채기 하나 없이 뽀얗게 길이 나 있는 손가락도. 재연의 몸에는 딱히 안 예쁜 게 없었다. 아, 좆 빼고. 그건 흉악하게 생겼다.
“하얗고, 길고, 상처도 없고.”
제 것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상처투성이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대비됐다.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너무 다르니 신기했다.
“형이 그렇게 말해 주니까 좋네요.”
기분이 좋아진 재연이 힘을 썼다. 그리고 주형의 몸을 꽉 안고 자세를 뒤집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주형이 위로 가고, 재연은 주형을 위에 앉혔다. 순식간에 자세가 반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주형은 자연스럽게 재연의 위에 반쯤 올라타게 되었다.
“으악! 야!”
무릎을 둘 곳이 없어 재연의 다리 사이에 두고, 남은 발은 까치발을 한 채로 차 바닥에 두었다. 양말이 차 바닥에 닿아 먼지가 달라붙었다.
“이사님, 이게 무슨, 흐, 흐으!”
따지려고 들던 순간에 재연이 좆을 귀두에 맞추었다. 보지 않아도 다 아는 건지 귀신처럼 구멍을 손가락으로 쑤시고, 두 손가락으로 구멍을 쭈욱 벌린 뒤 어떤 언질도 없이 푹 처넣었다. 잔뜩 젖어 있는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지며 자지를 받아들였다. 화들짝 놀란 주형이 재연의 어깨를 짚은 채 벌벌 떨었다.
“형.”
“아, 으아…… 너, 무 많이, 흐으, 이거, 놔……!”
골반으로 손을 옮겨 그대로 찌걱찌걱 처박고 있었다. 주형은 너무 깊이 들어오는 감각에 놀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명치까지 억눌린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내장이 밀려나지는 않을까 싶어 두려워서 재연의 가슴을 팍팍 쳤다. 원망을 담아 때렸는데도 그의 피부는 아주 얕게 달아오를 뿐이었다. 그마저도 피부가 하얘서 그랬을 뿐, 별로 아프지도 않은 듯 재연이 싱긋 웃었다. 땀방울이 주형을 농락하듯 여유로이 볼을 타고 떨어졌다.
“형 혼자서 흔들어 봐요.”
“그런, 거 안 합니다. 이사님, 이거……, 으응!”
“내가 놓으면, 형은 그냥 넣고 있어야 하는데?”
주형이 움직이지 않으면 제가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손을 놓으면 움직이기 불편했다. 그리고 손이 있는데 주형을 만지지 못한다니, 그런 건 용납이 안 됐다. 재연은 주형의 통통한 볼기에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엉덩이를 세게 쥐고 있었다.
“넣고 이렇게 잘까요?”
그러고 싶어? 재연이 속살거리며 주형의 구멍 근처를 지분거렸다. 새빨갛게 부어 있는 속살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다리를 벌려 구멍을 먹고 있었다. 주형은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고개를 무조건 젓기만 했다.
“흐으……, 하, 윽. 그럼, 일, 일단, 놔.”
“알았어요.”
잔뜩 시뻘게진 얼굴로 그리 말해도 별로 들어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절박해 보여서 슬쩍 놓아주었다. 손을 거두고 보란 듯이 양팔을 살포시 들었다. 마치 무기가 없다는 걸 표현하듯이.
주형은 가느다란 신음을 색색 내뱉었다. 이윽고 제 아랫도리의 사정을 그제야 자각했다. 바짝 서 있는 데다가, 뒤뿐만 아니라 아래가 아릿할 정도로 아팠다. 사정감이 벌써 밀려왔다. 주형은 반쯤 좆을 넣은 채 대뜸 앞을 만졌다. 그러고 있자 재연이 그의 손을 턱 잡아 멈추었다.
“이거, 왜…….”
“이러면 반칙이죠.”
앞을 만지면 또 금세 사정하고 말 거다. 주형은 자신이 지치면 이제 그만하자고 눈으로 애원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재연은 그게 퍽 곤란했다. 한참 더 쑤셔 박고 싶은데 우는 소리를 하니까. 그래서 고개를 저었다.
“저도 쌀 권리가 있습니다, 이, 거 놔!”
“뒤로만 해서 할 수 있잖아요.”
음란한 상황에 비해 너무도 우스운 촌극이 벌어졌다. 재연은 괜찮다고, 뒤만 쑤셔서 쌀 수 있다고 계속 부드럽게 달랬다. 반면 주형은 자신의 과거 따위는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계속 안 된다고 우기기만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야한 짓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울먹거리며 하지 말라고 소리를 올리자 재연이 다시 한 번 속살거렸다. 괜찮다는 말이 무서울 정도로 포근했다. 제 가슴에 얼굴을 묻도록 날개뼈를 쓰다듬더니, 이윽고 손을 스르르 미끄러뜨렸다. 유리창에 흠집을 내듯 유려한 손길이 흘렀다. 여기저기 흉터가 나 있는 피부가 얕게 쓸리고, 재연이 허리를 움직이며 주형의 골반을 꽉 쥐었다. 찌걱찌걱, 액체가 들러붙고 떨어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흘렀다. 살색이 가득한 공간에서 그런 소리는 미약이나 다름없었다.
“그, 런 거 안, 아니, 못 해. 못 한다고…… 흐, 손, 으응…….”
손을 움직여 주형의 귀두를 문지르자 녹아내리는 어깨가 보였다. 아이스크림이 녹듯 부드럽고 귀여운 움직임이었다. 재연은 평소의 주형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이 순간이 좋았다. 그래서 부러 짓궂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한 손으로는 주형의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형의 굵직한 기둥을 손가락으로 톡 튕겼다.
“하지 말라고 하면서, 사실은 좋은 거죠?”
“그렇게까지 좋, 지는 않, 하윽!”
주형의 귀두를 막았다. 보드라운 살갗을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자 물이 약간씩 배어 나왔다. 주형은 참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그러고 있자 재연이 허리를 들썩이며 주형의 얼굴을 아래서 올려다보았다. 허벅지에 올려 두자 주형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자못 만족스러웠다.
“그래도요.”
“뭐가 ‘그래도요’입니까, 이, 이거, 흐으……!”
재연은 제대로 만져 주지도 않으면서 귀두를 막고 있었다. 얕은 자극을 계속 주고, 연신 쌓이게 하다가, 귀두를 세게 압박해 싸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요도가 손가락으로 굳게 막혀 있어 정액을 내보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구멍을 몇십 분이나 유린하고 있는 저 좆을 자각하자 또 숨이 턱 막혔다. 올곧게 몸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사님. 이 자세…… 너, 무, 깊, 깊습니다. 그만, 흐으, 윽!”
이렇게 안기고 있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너무 깊이 들어왔다. 좆이 꼿꼿이 서서 육벽을 씹어 먹듯 유영하는데, 내장을 퍽퍽 때리는 것 같아서. 제법 무거운 남성의 몸을 거의 들어올리듯 허리를 튕기자 자꾸만 신음이 흘렀다. 주형은 몸을 늘어뜨리며 그만하자고 애원했다. 울먹거리고 있으니 재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었다. 찢어진다는 말도 안 나오게 그의 행위가 미칠 듯한 쾌감과 고통을 주었다.
“아, 아으…… 아.”
“내가 언제 형을 강간한 적 있어요?”
재연은 열기가 가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후, 하고 깊은숨을 내뱉자 쇄골에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주형은 온몸이 불탈 것 같았다. 재연의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뜨겁게 달았다.
“이렇게 좆을 잘 먹는 구멍을 어떻게 가만히 둬요. 보기만 해도, 씨발, 자지가 서는데…….”
주형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게 그랬다. 감흥 따위 없어서 남이 어떻게 해 준다고 해도 선 적이 달리 없었는데, 주형의 속살을 보기만 해도 저걸 어떻게 범하면 좋을까 기대가 됐다. 주형이 저를 이렇게 깔아뭉개듯 앉아도 상관없었다. 기뻤으니까. 이렇게 맛있고 귀여운 주형을 외면하는 병신 새끼가 될 수는 없었다.
“……이, 사님.”
주형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흥분이 됐다. 재연과 눈이 마주쳤다.
“응?”
“저, 도 이사님, 이랑 하는 섹스 안, 안, 싫지만…… 하윽, 흐으…… 응, 그래도, 아!”
그래도 좀 봐주면서 해 달라고 하려고 했다. 주형은 재연이 싫지 않았다. 좋았다. 인정하기로 했다. 재연의 저 더러운 말에 흥분하고, 좆을 세우고, 구멍을 기꺼이 열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강해서 이러다가 몸이 망가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 말이 다 이어지기도 전에 재연은 싫지 않다는 말에 대뜸 주형의 엉덩이부터 만지고 말았다. 너무 흥분해서 눈앞이 부예질 정도였다. 적신호가 뇌에 잔뜩 울리고, 가장자리만 옅어진 채 주형만 보이는 이 상황에 눈 감고 싶었다. 그 정도로 행복했다.
“움직여요, 형.”
어느 정도 만져 줬으면 됐잖아. 재연이 못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주형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찰싹! 살결이 바르르 떨렸다. 주형은 화들짝 놀라 재연을 꽉 껴안았다. 큼직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팔뚝이 그의 팔에 감겼다.
“흐, 하윽!”
“응? 나 형이 내 위에서 허리 흔드는 거 보고 싶어요.”
재연이 그리 종용했다. 주형은 재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늘어진 머리카락을 커다란 손으로 넘겼다. 우월한 이마가 슥 드러나며 땀방울이 작게 흩날렸다. 주형은 하아, 하고 숨을 내쉬며 허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러자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부족해.’
그러나 무언가 모자라서 안달이 났다. 주형은 욕심이 일어 허리를 더욱 세게 흔들었다. 앞뒤로 흔들며 야살스럽게 좆을 받아먹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은 근육이 발달해 있는데 복부와 허리에는 살이 별로 없어 전형적인 역삼각형 몸매가 두드러졌다.
그런 와중에 골반을 살살 돌리며 자지를 이리저리 먹는 게 보여서, 재연은 미칠 것 같았다. 조금 참아야 했지만 이대로 주형의 온몸을 다 씹어 먹고 싶을 정도였다.
“흣, 하아…….”
그래도 주형은 그나마 살만했다. 일단 재연이 주도하는 것보다 이게 좀 더 페이스 조절이 쉬웠다. 게다가 윤재연, 저놈을 밑에 깔고 있다고 생각하니 잔뜩 흥분됐다.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것도 생각보다 수치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눈을 정면으로 마주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재연의 흥분한 얼굴과 겨우 참고 있는 얼굴, 작게 일그러지면서도 유유히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만족감이 들었다.
저놈이 저렇게 함락당하는 얼굴을 하다니. 주형은 깊이 숨을 내쉬며 푹 찍어 넣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는지 전립선이 강하게 짓눌렸다. 힉, 하고 소리를 높였다. 이윽고 주형은 저도 모르게 차의 천장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학, 흐…… 아! 으, 아, 아파……!”
울상이 되어 그대로 푹 무너졌다. 평소에는 거칠고 남성적인 면모가 있었는데, 섹스 중에는 허술한 그의 모습이 드러나자 사랑스러웠다. 재연이 싱긋 웃었다.
“칠칠치 못하게.”
다 흘리고, 부딪히고. 재연은 그리 중얼거리며 주형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주형이 움직이고, 제가 허리를 흔들며 그가 머리를 부딪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그런 형도 사랑해요.”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재연은 주형의 젖을 조몰락거렸다. 그러고 있으니 주형이 팔로 어깨를 밀어내며 덜덜 떨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과 홍조가 잘 어울렸다. 그가 한쪽 입꼬리만 자그마하게 올린 채 주형에게 물었다.
“형.”
“간, 지러……, 떼십시오, 이사님…….”
주형이 그나마 남아 있는 힘으로 재연의 손목을 턱 잡았다. 안 그래도 무식하게 큰 자지를 넣고 있는데. 이럴 때면 어리다는 게 이해가 됐다. 이렇게 순진하게 이런 행동도, 저런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하는 게 이상한 감상을 주었다.
그렇게 가느다란 숨을 겨우 억누르며 재연과 눈을 마주쳤다. 재연은 그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주형을 바라보고 있더니, 이내 물었다.
“내가 형 못살게 군 사람들 혼내 줘도 돼요?”
주형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 말을 듣자마자 안심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뻤다. 자신은 할 수 없는 것을 재연이 대신해 주다니. 심지어 그걸 스스로 물어보다니. 주형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순간 재연이 주형을 꽉 껴안으며 재차 물었다.
“형 인생 망쳐 놓고……, 못살게 굴고, 지랄한 새끼들 다 혼내도 돼요?”
몸이 꽉 억눌렸다. 아무 곳도 가지 못하도록 꽁꽁 묶는 팔이었다. 사슬보다 더한 강압성을 띠고 있었다. 주형은 아까보다도 더욱 빠르게 좆을 치대는 데에 지쳐 아무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늘어진 신음이 줄줄 흘렀다.
“흐, 이, 사님……, 아, 아으!”
“나는 형을, 위해서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 심장이 어떻게 뛰는지, 숨을 어떻게 쉬는지 까먹었다. 그렇게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를 안았다. 그러고 있으니 내심 기대하고 있던 한 마디가 나왔다.
“형이 죽으라고 해도 죽을 수 있어요…….”
어차피 주형이 없었다면 어릴 때를 버티지도 못했을 거다. 10대 초중반에는 증오로 살았고, 10대 후반이 될수록 애증을 원동력으로 삼아 살았다. 주형과 함께하는 꿈을 꾸고, 희롱하며 좆을 물린 다음 잔뜩 싸지르고 싶어 밤 내내 앓은 적도 있다. 그 외에는 무엇 하나 유의미한 게 없는 삶이었다.
꼭두각시로 살고, 앞에서는 웃은 다음 뒤에서는 칼을 가는 삶 따위 즐겁지 않았다. 가끔 떠오르는 주형의 얼굴을 생각하며 사랑이 뭔지 생각해보는 것 외에는. 그래서 제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게 없다면 그냥 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형과 닿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그는 이때까지 더러워서 하지 않은 일을 모조리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사랑이었다.
“나한테 한마디만 해요.”
하라고. 재연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있으니 주형은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끄덕였다.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이 느껴졌다. 재연은 소름이 돋도록 기쁜 감각에 입꼬리를 방긋 올렸다. 양쪽 볼에 맺힌 보조개에 광기가 어렸다. 하하, 하고 얕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해, 줘. 재연아…… 윤, 재연.”
주형은 끊어질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며 그리 말했다. 몸이 흔들리는 중, 본능과 이성이 앞뒤를 다투며 싸웠다. 결국 본능이 이겼다. 구멍 사이를 건드리는 성기가 주는 쾌감과 저를 1순위로 두고 애정 어린 눈길을 주는 재연. 주형은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힘을 풀었다. 그는 엉덩이를 내민 채 몸을 움직였다. 야무지게 허리를 흔들자 좆이 함께 흔들렸다. 입을 벌리고 눈을 풀자 눈앞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재연만은 명확했다.
저만 바라봐 준다. 우선순위 따위 재정립하지 않고, 저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주겠다고 한다. 사기도 치지 않는다. 좆같은 푼돈으로 장난을 치지도 않고, 오히려 그런 놈들은 나쁜 놈이라며 제 편을 들어준다. 이런 놈이 다시는 있을까.
나락으로 가더라도 함께함이 옳았다. 주형은 모든 걸 포기하고 재연을 안았다. 그리고 허리를 흔들며 윤재연, 재연아, 하고 울며 매달렸다. 누구에게도 느껴 본 적이 없던 감정이었다. 이런 건 처음이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하고 싶지 않던 행위였다. 허리를 흔들며 애원하고, 울고, 부탁을 하는 것. 하지만 비참하지만은 않았다.
이놈 앞에서라면 괜찮으리라. 주형이 확신하며 재연에게 먼저 키스했다. 재연의 혀가 주형의 이 사이사이를 핥았다. 도톰한 뿌리를 간질거리게 하자 주형이 허리를 얕게 흔들다 말고 주저앉았다. 꾹 박힌 자지가 벽을 때렸다.
눈앞에 주형이 있다. 눈물을 흘리며 윤재연, 하고 울먹거리는 게 들렸다. 너무 작은 목소리였다. 이사님이라고 부를 때도 있었으나 방금 재연이라고 불러 준 게 너무 기뻐서 계속 환청처럼 귀에 그 목소리가 맴돌았다. 재연은 눈을 크게 뜨며 활짝 웃었다. 해바라기가 핀 것처럼. 모든 해바라기를 다 꺾어 버리고, 오롯하게 남은 홀로 태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광기가 서려 있었지만 만족감은 넘치도록 가득했다.
‘이제 형은 내 거야.’
누구도 넘볼 수가 없다. 그가 모두 허락한 살인이고, 그가 허락한 사랑이다. 재연은 날개를 단 듯 흐뭇했다. 주형의 새빨간 뺨에 입을 맞추고, 살갗을 빨았다. 짠맛이 느껴졌다. 현실이다. 이 모든 게. 정말로 나머지를 조금만 정리하면 오롯하게 주형과 영원히 있을 수 있다.
“그 말, 꼭 지켜야, 흐으…… 윤, 재연…… 아!”
강렬한 성감과 동시에 재연의 뱃속이 울렁거렸다. 동시에 이때까지 느낄 수 없었던 쾌감이 머릿속이 핑 돌도록 울렸다. 몇 년이나 홀로 앓고 있던 사랑을 해결하자 미칠 것 같았다. 날뛰면서 주형의 뼈마디를 하나하나 세고 싶었다. 머리가 터질 듯 흥분이 일었다. 재연은 길게 신음하며 주형을 껴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형은 터질 듯 가득 차는 뱃속을 느끼며 벌벌 떨었다. 평소에 싸지르는 양보다 훨씬 많았다. 경련을 일으키는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완전히 적시는 액체를 보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정액과는 달랐다. 묽게 섞여 나오는 액이 불안과 쾌락을 일으켰다. 심장이 덜컹댔다.
“하아.”
놀라서 주형이 그대로 허벅지에 주저앉았다. 구멍 안에, 뭐가……. 구멍 가까이 손을 대자 정액보다 훨씬 물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다 싼 건가. 재연을 보자 그는 카 시트에 등을 묻은 채 하아, 하고 야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천사가 나락에 떨어진 채 지옥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 쌌네.”
재연은 요도를 타고 주르륵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바르르 작게 떤 뒤에는 뻔뻔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형의 눈동자가 뒤늦게 커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영문도 모른 채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소름이 돋도록 물이 느껴졌다. 전립선에서 나온 액이었다. 주륵, 주륵 끝도 모르고 질질 늘어졌다. 정액보다 훨씬 덜 끈적한 액이었으나 뜨겁고 축축해 기이한 감상을 주었다.
“뭐?”
“하아, 형이 너무 예쁘게 말해서…… 쌌어요.”
굳이 구멍을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제 성기에서 나온 물이니까. 주형은 이게 현실인지 진짜인지 아직도 구분이 잘 안 되는지 몽롱한 낯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금붕어 같고 귀여웠다. 이제 보니 살이 좀 올라서 볼도 통통한 거 같다.
‘이렇게 잘 먹으면 얼마나 좋아.’
윗입이고 아랫입이고 말을 잘 들으니 가슴이 미어지도록 예뻤다. 이러니 미쳐서 그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지 않나. 역시 제 아버지와 선아, 그리고 주형과 저를 방해하는 기타 인물을 처리하고 나서는 그와 함께 외국에 가서 식을 올려야겠다. 만인에게 인기가 많을 듯 잘생긴 주형을 보니 마음이 탈 듯 괴로웠기 때문이다.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후련한 듯 부드럽게 깔려 있던 눈동자가 다시 살포시 위를 향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위압감에 주형이 움찔, 떨었다. 그러기가 무섭게 재연이 주형의 팔을 턱 붙잡았다. 살갗이 짓눌리도록 세게 잡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맹수에게 물린 듯 얼어붙었다.
“형이, 이것까지 책임져야 해요.”
“흐, 잠, 시만, 씨발, 잠시만! 아!”
자연스럽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주형은 미친 새끼라고 괄괄한 목소리로 욕을 해댔다. 하지만 몸을 거칠게 움직이는 재연 때문에 점점 기세가 약해졌다. 제아무리 그라도 구멍을 찢을 지경으로 좆을 처박아 대면 도리가 없었다. 뭉개진 목소리와 딸꾹질이 동시에 나왔다.
“구멍 조금, 만 더 쓸게요, 응? 나만 싸면, 쪽팔리니까.”
씹질을 하다가 이렇게까지 싸지른 건 처음이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뭐, 오줌을 지린 것도 아니고 너무 흥분해서 어쩔 수 없었으니까. 이게 다 주형이 너무 야하게 매달려와서 그런 거다. 재연은 제 죄 따위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주형을 몇 년이나 쫓아다녔다는 것 정도.
재연은 주형을 괴롭히고 싶었다. 그가 정신을 놓고 울었으면 했다. 그러면 다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고, 제 생각만 할 테니까. 기쁜 나머지 씨익 웃자 보조개가 살포시 팼다. 볼우물을 드러내다 못해 즐거움으로 살짝 입술이 벌어졌다. 이 순간이라는 마약을 온몸으로 흡입한 듯 그가 성교에 취해 있었다. 주형은 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살포시 드러내는 재연에게 좆을 붙잡혔다. 선단이 짓눌렸다. 물방울 하나 나올 틈 없이 엄지로 요도를 막았다.
“흐으, 아…… 이, 사님. 이거 손 좀 떼야, 떼야 싸지, 재연아, 윤, 재연……!”
주형의 목소리가 한계까지 가늘어졌다. 목구멍이 잔뜩 조여 있어 목소리도 작게 나왔다. 재연은 그렇게 애원하며 우는 주형의 입에 좆을 처넣고 싶었다. 아랫도리가 빠질 것처럼 성감이 크게 일었다. 짜릿한 감각이 갈비뼈와 가슴에 감돌았다. 재연은 남은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짓눌렀다. 잘 먹였더니 이제는 별로 거칠지 않은 입술이 느껴졌다. 연붉은 말캉함이 좋았다.
“형 어차피 좆물 더 나올 것도, 없잖아요.”
몇 번 박으면 싸고, 몇 번 만져 주면 흘리는데 더 내보낼 게 뭐가 있나 싶었다. 그렇지만 꼴에 자지라고 바짝 세워서 계속 움직이는 게 우습고 귀여웠다. 주형은 미친 사람처럼 흰자위를 드러낸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흐르고 있는 눈물이 그의 입술을 적시고 있었다. 재연은 그 눈물을 입술로 쪽 빨아들였다.
“흑, 으응…… 흣, 제발, 히으으……!”
“왜요?”
눈앞에서 그를 농간하며 물었다. 그러고 있자 어느새 눈을 짓눌러 감고 있던 주형이 눈을 떴다. 그리고 새빨갛게 물든 눈길을 마주쳤다. 코를 비비며 허리를 크게 움직이자 그가 얻어맞은 듯한 소리를 냈다.
“싸게, 싸게 해 주십, 흑, 읍!”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적나라한 잡음이 흘렀다. 다시 한 번 내장이 밀려날 듯 통감이 울렸다. 주형은 귀두를 여전히 거칠게 문지르고, 좆과 음낭을 모두 만져 주는 손길에 짜릿함을 느꼈다.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정말로 몸이 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쳐버린다. 날아서 나락에 처박히는 기분이다.
“존나 싸지르게 한 책임은 져야죠.”
주형의 머리에 강한 어지러움이 생겼다. 뇌에 전파가 터지듯 한순간 밝아지는 감각이 돌았다. 그 순간이었다. 몸이 사정없이 떨리고,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흥분이 등줄기를 타고 머리를 때렸다.
“아, 으응, 힛, 학…….”
좆에선 나온 게 없었다. 벌벌 떨며 구멍을 열고 있는 주형이 몸에서 힘을 풀었다. 잔뜩 오므라들어 있던 발가락도 그제야 풀렸다. 너무 몸을 굳히고 있었더니 그만 주름이 생길 뻔했던지, 작은 자국도 남아 있었다. 재연의 어깨를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셔츠는 엉망이 되도록 구겨져 있었다. 모두 성애의 흔적이었다.
“형은…….”
재연이 손을 그제야 놓아주었다. 주형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경련이 온 것처럼 그의 어깨와 골반이 잘게 흔들렸다. 근육이 군데군데 잘 붙어 있는 몸이 너무 야했다. 학대의 흔적인 흉터와 잘 어울리는 뼈마디가 재연을 미치게 했다. 주형의 자지 끝에서는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으나 연신 잘게 끄덕거렸다. 마치 무언가를 뱉어 내고 싶지만 뱉어낼 줄 모르는 것처럼.
질질 흐르는 신음이 입에서 나왔다. 입술을 벌리고 눈두덩을 드러낸 그가 가쁘게 호흡했다. 명치 부근의 갈비뼈가 연신 위아래로 움직였다. 구멍 사이에서 여전히 뚝, 뚝 흐르고 있는 액이 주형의 기분을 이상하게 했다. 마치 꿈에 있는 것 같았다. 마약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미칠 듯 졸리지만 가장자리만 흐리고, 중간만 밝다. 뺨을 붉힌 채 담배를 뱉듯 입술을 동그랗게 벌렸다.
“물 많은 것도 좋은데, 물 없이 싸는 것도 야하네요.”
주형의 좆에게 수고했다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런 갈무리도 주형에게는 자극이 돼서, 그는 또 몸을 떨고 말았다. 어깨를 움츠리고 끙끙거리고 있으니 또 욕심 많은 손이 다가왔다.
“젖에선 물 안 나오네…….”
아쉽다. 재연이 중얼거렸다. 아이처럼 가슴을 꽉 쥔 채로 쪽쪽 빨아들이자 간지러운 감각이 가득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좆이 빠져나갔다. 주형은 일부러 재연이 삽입을 할 수 없도록 엉덩이를 살짝 뺐다. 그가 성기를 비비면 수가 없겠지만 일단 삽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냥 글러브박스 가까이 등을 기댔다.
여전히 체력이 죽지도 않은 채 몸을 핥고 무는 재연의 정수리가 보였다. 지쳐서 숨만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직도 몸이 벌벌 떨렸다. 사정감 때문에. 주형은 몇 분이나 가만히 있다가, 그제야 재연이 한 말을 알아듣고 뒤늦게 욕했다.
“하아…… 학, 미친, 새끼.”
“형이 너무 좋아서.”
재연이 말끝을 흐리며 배시시 웃었다. 온갖 체액으로 젖은 배는 고른 숨을 내뱉고 있었다. 도대체 뭘 먹고 어떤 삶을 살길래 이렇게까지 섹스할 때 체력이 좋지. 주형은 원망을 떠나 이제는 그냥 비결을 묻고 싶었다.
“아까, 말씀하신 거 말입니다…….”
“응, 형.”
“……약, 속하신 겁니다. 저도 지킬 테니까…….”
홧김에 한 것처럼 심장이 벌렁거렸다. 재연이 이렇게까지 달콤하게 속삭이는데, 무시할 수가 없었다. 주형은 어느새 유순해진 눈꼬리를 빛냈다. 정말로 저 대신 복수를 해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비겁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무를 수도 없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놈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주형은 무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그리고 재연이 말하는 복수가 어떤 참극을 일으킬지 얼추 알고 있음에도 그냥 외면했다.
‘한 번쯤은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새끼들은 그렇게나 떵떵거리고 잘 살았는데, 그럴 때 진창을 구르던 입장에서 한 번쯤은……. 주형은 그냥 얼버무렸다. 다 나쁜데, 조금 나빠지는 것쯤이야. 좀 악독한 마음을 먹어도 별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정말로 괜찮겠지. 나쁜 새끼를 엿 먹이는 게 뭐가 나쁜가. 그렇게 돈에 허덕이던 저에게 칼을 내민 놈들인데.
“으응.”
주형의 말을 들은 재연은 기쁨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주형이 제게 당부하며 부탁을 하는 건 거의 처음이라 기뻤다. 그리고 제가 구멍에 싸지른 정액과 전립선액을 손바닥에 묻혔다. 구멍에서 담지 못하고 줄줄 흐르는 걸 보니 정말 애라도 만들어 달라고 의뢰라도 할까 싶었다. 주형을 닮은 아이……. 재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흐, 그만…….”
힘들어서 더 이상은 정말로 하기 싫었다. 더 하면 그냥 온 사력을 다해 코를 부러뜨리고 도망칠 거다. 방금까지 사랑이니, 복수니 읊어 댔던 것 치고는 너무 우스운 결심이지만 그 정도로 주형은 지쳐 있었다.
“다른 놈들 눈깔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
“진짜 눈깔 다 파 버리고 싶어서 어쩌지…….”
재연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주형을 껴안았다. 그러고는 후희를 즐기듯 그의 몸을 천천히 핥았다. 뱀이 교미를 하는 것처럼 은근한 손길이 음란했다. 손길이 너무 느긋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려는 건지, 아니면 또 하려고 판을 까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주형은 그 지독함이 묻어나오는 손길과 말씨를 애써 외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적당한 무관심과 수용이 버릇이 됐다. 재연에게 마음을 가지며 함께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차에서는 다시는 하지 말죠.”
“왜요?”
“시트 다 버리겠습니다.”
주변이 엉망이다. 바로 씻을 수 없어서 기분도 요상하고, 교통수단에서 이런 짓을 했다는 배덕감도 들었다. 게다가 고철로 된 차 문을 열기만 하면 바로 야외라는 것도 미묘한 흥분을 주었다.
“으응.”
그제야 재연이 곁을 돌아보았다. 다 어질러졌다며 주형에게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형이 싫으면 안 할게요.”
“전 돈 낭비 싫어합니다.”
“알았어요.”
잠시 가만히 있던 재연이 주형을 고쳐 안으며 넌지시 물었다.
“그럼 다음에는 비행기에서 할까?”
“제발 그 입 좀 닥쳐.”
그 쪽팔린 광경을 들켜야 한다니, 괴롭다. 후장을 따먹히는 모습을 아무에게나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재연 정도는 되어야 괜찮았다. 주형은 힘이 다 빠진 듯 무심코 재연에게 안겼다.
“하하.”
재연은 주형의 뒷덜미와 머리카락을 느긋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혹시 마약이나, 뭐, 도박 이런 거 좋아하시는 건 아니죠?”
아무리 곱상하게 생겼어도 그 또한 조폭이었으니 의심이 됐다. 저번에 미약을 가지고 왔을 때도 그렇고.
“전혀요. 형을 좋아하면서 어떻게 그런 거에 손을 대겠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냉큼 대답했다. 재연은 매체에서 본 적이 있다. 이런 사소한 망설임이 불화로 이어지는걸. 그래서 가능한 한 명확하고 빠른 대답을 내놓고 싶었다. 겨우 저런 말 따위로 주형과 틀어지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주형과의 관계에 집착을 지녔다.
“…….”
“형은 도박 싫어하잖아요.”
“……예.”
잘 알고 계시네요. 주형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우물거렸다. 조금 달싹이는 것에 불과한 움직임이지만 재연은 모두 알아듣고 싱그럽게 웃었다. 꽃내음이 가득한 얼굴에 아름다움이 피어났다.
“좀 더 이러고 있어도 돼요?”
“찝찝한데.”
“형이 안고 있으니까 기분 좋아요.”
그렇게 사냥개처럼 눈을 부라리기 바빴던 주형이 이렇게 유순해진 걸 보니 만족스러웠다. 재연은 강아지를 길들이듯 보드라운 손길을 유지했다. 그러고 있으니 정말로 제가 주형의 주인이자 애인이 된 게 실감이 났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주형은 그런 재연의 부드러움을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진심도 아니었다. 오히려 포근해서 좋다고 생각했다.
“형이 내 처음이라 다행이에요.”
“……에?”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눈이 동그래지며 천천히 재연을 향했다.
“응?”
“설마 저랑 한 섹스가 처음이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정말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맞아요.”
“이사님, 전 동정 이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거짓말 안 하셔도 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처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재연은 현모양처니, 좋은 남편이니 이런 이야기를 지껄이는 놈이니까 동정에도 의미를 두겠거니 싶어 가볍게 말했다. 그러니 무서울 정도로 순진한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인데.”
“……그럼 떡칠 때 왜 그렇게…….”
더러운 말을 하는 걸로 봐서는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 거 같았는데? 주형은 눈을 끔뻑였다. 한두 번도 아닌 데다가 도구도 잘 알아서 섹스를 즐기고 다니는 줄 알았다. 심지어 밝히기까지 하니까. 요즘 인터넷에 없는 게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왜 그러겠어요. 형이 꼴려서 그런 거지.”
재연이 화사하게 웃으며 주형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지만 무얼 더 해 보려는 수작은 아니었고, 그냥 허리와 꼬리뼈를 풀어주려는 마사지에 불과했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말한 거예요.”
“…….”
“응?”
주형이 아연실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혹시 형을 따먹고 싶다는 말이 닳고 닳은 걸레 새끼처럼 들렸어요?”
그런 거라면 조금 곤란했다. 정말로 그냥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한 거였는데, 주형이 보기에 문란한 남창처럼 보였다면 고치고 싶었다. 재연은 주형과 섹스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지조와 정절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런……건, 아니고요. 아니, 뭐, 사실 별 상관은 없는데.”
주형은 눈을 끔뻑이며 재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그냥 저렇게 생긴 놈인 거지……. 뭘 어쩌겠냐.
“그러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피곤하다. 주형이 그리 중얼거리며 눈을 가물가물하게 했다. 이윽고 재연의 쇄골과 가슴 쪽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잠에 들어 버렸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이 찝찝하다는 것도 잊고 뻗었다. 사정을 연달아 했더니 너무 지쳐서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가만히 있다가 고른 숨이 제 가슴을 간질인다는 것을 안 재연은 주형의 앞머리를 사락, 사락 넘겨주며 중얼거렸다.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 같네. 예쁘다…….”
재연은 날카롭고 진한 미남을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