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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명. 나의 사랑하는 폭군 2권
5. 길들이기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꾸준한 교육을 받는다면, 길거리의 남창도 얼마든지 귀족의 예의범절을 흉내 낼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들 위에 군림하는 게 익숙한 황제가, 능란하게 제 기사의 자지를 빨아댈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 처음에는 좆을 입에 넣자마자 헛구역질을 하며 도로 뱉어냈는데, 이제는 퍽 솜씨 있게 혀를 놀린다. 교태를 부리듯 뺨을 앞섬에 문지르다가, 이와 입술만 사용해 바지를 벗긴다.
저 모습을 보고서 과연 누가 황제를 떠올리겠는가. 황제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남창이라는 쪽이 더 신빙성 있겠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카인은 루시엘의 뒷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많이 늘었네요.”
칭찬이 기쁜지, 루시엘이 눈꼬리를 샐쭉 접었다. 그는 혀를 뾰족하게 모아 윗부분을 간질이다가, 침이 고인 혓바닥으로 살기둥을 질척하게 핥았다. 붉은 입술을 벌려 단단하게 부푼 성기를 머금었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자, 길고 굵은 성기가 작은 입안을 꽉 채웠다. 루시엘이 유약한 숨을 삼킬 때마다, 입속에서 축축한 열기가 일렁였다.
“후웅, 으응….”
루시엘은 목구멍까지 닿도록 성기를 삼켜냈다. 생리적인 구역감이 올라오는 것을 꾹 참고, 목구멍을 열어 성기를 더 깊이 받아들였다.
루시엘은 양손으로 카인의 허벅지를 꽉 잡고서 고개를 움직였다. 은빛 머리칼이 호수의 물결처럼 나풀거렸다. 그는 각도를 바꾸어가며 성기를 애무했다. 커다란 사탕이라도 빨고 있는 듯, 한쪽 뺨이 둥글게 부풀었다.
아, 이 감각이다. 루시엘이 원했던 것은 이런 느낌이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모조 성기와는 확실히 다른, 진짜 성기의 감촉. 더 크고,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고, 꿈틀거리며 맥박치기도 하는 것.
최면에 걸린 이래로, 루시엘은 매일매일 구음하는 연습을 했다. 카인이 쥐여준 모조 성기를, 틈틈이 물고 빨았다. 마치 그것이 황실 요리사가 만든 달콤한 디저트라도 된다는 양.
아니, 루시엘의 머릿속에서 그것은 ‘달콤한 디저트’가 맞았다. 뭔지 모를 꺼림칙한 감정이 고개를 들 때면, 카인이 항상 이렇게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루시엘, 이거 루시엘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요. 좀 더 맛있게 빨아보세요.”
“으응… 이렇게…?”
“좀 더 혀를 써서, 입 안 깊이… 네. 좋아요. 단맛이 느껴지지 않나요? 굉장히 달고 맛있을 텐데.”
“음… 잘 모르겠지만, 카인이 말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나무로 만들어진 물질에서 단맛이 날 리가 없었다. 순전히 최면으로 인한 착각이었다. 루시엘은 열정적으로 목각 딜도를 핥았다. 설탕을 듬뿍 뿌린 쿠키를 맛보는 것 같았다.
춥춥 소리를 내면서 딜도를 빨아대자, 가는 설탕이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확실히 달고 맛있었으나, 과연 자신이 이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지는 의문이었다.
루시엘은 딜도를 도로 뱉어내었다. 표면이 타액으로 매끄럽게 젖어있었다.
“왜 그래요, 루시엘?”
“맛있기는 한데, 세상에서 가장 달지는 않은 것 같아.”
루시엘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다. 그는 방금 전까지 딜도를 쥐고 있던 손으로, 이번에는 카인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손끝이 중심부를 툭 건드렸다.
“나, 나는 이거… 이게 더 좋아…. 그러니까…”
글썽거리는 눈시울이 카인을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이거 빨게 해주면 안 될까?”
그리하여 작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루시엘은 입술을 오므리고 뺨을 홀쭉하게 만들었다. 한껏 벌린 입술 틈으로,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선액과 섞여서 주르륵 흘렀다. 성기를 빨아대는 것만으로 이렇게 온몸이 달아오를 줄이야. 입 안 전체가 성감대가 된 것 같았다. 아니, 모든 성감이 입속에만 몰리는 것 같았다.
살기둥이 길이 난 목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감각도, 예민한 살이 자극당하는 압박감도, 지금은 그저 환상 같은 쾌락에 불과했다.
선액이 혓바닥에 문질러질 때마다, 침과 함께 쿠퍼액을 삼킬 때마다, 쾌감이 설탕물처럼 머릿속을 적셔나갔다. 투명한 체액에서는 다디단 음료의 맛이 났다. 적어도 루시엘은 그렇게 느꼈다.
“우웅, 윽, 그윽, 케헥, 으응, 웅…”
흥분으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탐식하듯, 황제는 제 기사의 좆을 정성껏 빨아대었다. 고급스러운 음식만 맛보던 미식가의 혀로, 이성을 놓고 자지를 핥아대고 있었다.
초점을 잃고서 멍하게 일렁이는 붉은 눈과, 타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입가와 턱. 민감한 입천장이 쓸릴 때마다 발개진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했다.
할 수 있는 한 깊이, 최대한 많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좁은 식도를 꽉 채워줬으면, 혓바닥 위로 정액을 퍼부어줬으면 좋겠다. 음료의 단맛이 혀 구석구석 스며들도록. 얌전히 입을 다물고서, 한동안 정액의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하지만 루시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인이 사정 직전에 성기를 빼내었기 때문이었다. 귀두가 입가를 꾹 짓누르더니, 백탁액이 입술 위로 흩뿌려졌다. 입술은 물론이고 발그스름하게 상기된 뺨에까지 정액이 튀었다.
루시엘은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뭘 먹고 싶어 했는지 알아차린다면, 저런 표정은 절대로 지을 수 없었으리라. 카인은 피식 웃으며 루시엘의 뺨을 간질였다. 그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먹고 싶어요?”
루시엘이 부리나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액이 질펀하게 묻은 손가락이, 루시엘의 입술을 비집어 열었다. 루시엘은 눈가를 생글거리며 기쁘게 손가락을 빨았다. 말캉한 혀가 불거진 손마디를 핥고, 손가락 사이사이마저 샅샅이 간질였다. 루시엘은 꼼꼼하게 손가락을 핥아 내렸다.
혀에 흰 정액이 엉겨 붙었다. 루시엘은 주저 없이 정액을 삼켰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였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려 깨끗해진 안쪽을 보여주었다. 복숭앗빛 점막과 새빨간 혓바닥. 그 어디에도 희고 진득한 체액은 남아 있지 않았다.
“잘 먹었어.”
퍽 고아한 어투로, 요리사를 칭찬하듯 그가 말했다. 달뜬 남창의 얼굴을 하고서, 꽤나 황제다운 말을 달싹였다. 그 어색함이 되레 야릇하게 느껴졌다.
카인은 루시엘을 침대에 올라가게 한 후, 스스로 다리를 벌려 구멍을 풀게 만들었다. 그는 선홍빛 구멍에 제 가는 손가락을 삽입했다. 새하얀 얼굴 위로는, 그의 홍채를 닮은 빛이 붉게 떠올라 있었다.
“읏, 으응… 하아… 앗…”
구멍이 손가락 하나를 간신히 삼켜냈다. 낮에는 기구를 집어넣고 밤에는 섹스를 하며 그렇게 안쪽을 벌려댔는데도, 루시엘의 구멍은 아직도 좁았고 여전히 옅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아흐, 빨리… 풀고 싶, 은 데에…”
그는 손가락을 삽입한 채로 허리를 움직였다. 요령 없이 무작정 안을 헤집던 손가락이 우연히 느끼는 곳을 찌를 때마다, 가는 허리가 눈에 띄게 경련했다. 손가락 하나를 간신히 다 집어삼킨 구멍에, 이번에는 두 번째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간헐적으로 드문드문 끊어지는 신음과, 아래에서 들리는 찔꺽거리는 소리가 침실의 공기를 덥혔다. 흥분하면 아랫도리 말고도 젖꼭지도 발기하는 건가. 작은 산호색 돌기가 빳빳하게 서 있었다.
카인은 루시엘의 가슴을 매만졌다. 유륜 근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손톱을 세워 유두를 살살 긁었다. 루시엘은 조금 아플 만큼 가슴을 만져주는 걸 좋아했다. 유두를 섬세히 지분거리는 것보다는, 깨물거나 꼬집을 때 더욱 큰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분홍색 돌기가 달아오를 때까지, 젖꼭지를 핥고 약하게 잘근거렸다. 루시엘의 신음에 한층 더 교태로운 색이 덧입혀졌다. 아래를 들쑤시던 손이 느려지더니 결국 멈추었다. 가슴의 감각에 정신이 팔린 탓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인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남자가 가슴만으로 이렇게나 느낄 수 있다면, 가슴만 만져서 절정에 이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카인은 루시엘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손가락이 빠져나가면서 구멍 가장자리가 조용히 닫혔다. 천천히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당겨진 실이, 조명을 받아 희게 떠올랐다.
루시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카인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짓이야, 라고 묻는 듯한 얼굴. 어찌 보면 순수하게까지 보이는 그 표정이 새삼 귀엽게 느껴져서, 카인은 슬며시 웃고 말았다.
“가슴만 만져서 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루시엘이 펄쩍 뛰었다. 카인의 말이 루시엘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라도 한 걸까, 그는 씩씩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황제한테 그런 불경한 발언이라니. 내가 닳고 닳은 남창도 아니고, 어떻게 가슴으로만 가겠어? 하아… 카인 너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재판도 없이 사형에 처했을 거야.”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남창 운운하는 꼴이 꽤 신선했다. 카인은 반박하는 대신 루시엘에게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마에 쪽, 입술이 맞닿았다. 이마, 뺨, 입가, 그리고 목선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온 입술이 다시금 루시엘의 가슴팍에 닿았다.
양 입술에 유두를 끼우고서 세게 빨다가, 이를 세워 가볍게 깨물었다. 아릿한 통증에, 루시엘은 입을 벌리고 가쁘게 허덕거렸다. 단지 통증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묘한 쾌락과 열감 또한 함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하앙! 응! 아아, 아흐읏….”
타고나길 민감한 몸은, 카인의 혀가 닿는 곳마다 열병에 걸린 듯 붉게 물들었다. 도화지처럼 텅 비어버린 머릿속으로, 쾌락이 물감처럼 번져갔다. 단단하게 부푼 성기에서 쿠퍼액이 질질 흘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루시엘은 확실히 예민하게 반응했으나, 오르가슴을 맞지는 못했다. 절정에 이르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앞을 만지든지 뒤를 자극하든지 해야 했다.
“으응, 이걸로는 모자라아… 여기, 여기 만져 줘….”
루시엘이 필사적으로 카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삽입을 갈구하듯 애타게 뻐끔거리는 구멍에 손이 닿았다.
‘아직 가슴만으로 가는 건 어렵나 보군.’
카인이 마지못해 입술을 떼어내었다. 하도 물고 빨았기 때문일까, 자그마한 유두가 붉게 부풀어 있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가슴이 외설적이었다.
‘아무래도 가슴을 좀 더 제대로 개발해봐야겠어.’
천에 가슴이 스치기만 해도, 흠칫흠칫 경련하는 몸뚱이로 만들어주고 싶다. 너무 몸이 민감해져 버려서 어디든 함부로 나돌지 못했으면 좋겠다.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침실 안에서만 머물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종일 끙끙거렸으면 좋겠다.
제국 전체에 비하면 한참 작은 공간에서, 오직 황제의 호위 기사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그곳에서, 평생 쾌감에 젖어 허덕이며, 그렇게 남은 삶을…
‘그렇게 남은 삶을, 영원히 나와 함께 보냈으면 좋겠어.’
◊
“하아… 이거 곤란하네.”
단테는 자기 방 책상에 앉아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머릿속은 루시엘에 대한 생각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벌써 삼 주나 지났는데도, 집무실에서 봤던 그의 모습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책상에 엎드린 채, 안쓰러울 만큼 몸을 떨어대며, 으스러지는 신음을 내뱉던 그 모습이….
그때 형은 정말이지,
‘너무 아파 보였어.’
그래. 너무 아파 보였다.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고, 목덜미에는 식은땀이 이슬처럼 맺히고….
동생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애써 소리를 참고는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신음은 병자의 것과 꼭 닮아 있었다. 사람이 나흘 정도 꼬박 밤을 새우면 저런 반응을 보일 것 같았다.
나랏일은 내팽개치고 허구한 날 빈둥거리기만 한다는 소문은, 역시나 거짓이었던 게 확실했다. 서류 작업을 하다가 발작을 일으킬 정도라니. 야근도 불사하며 나라를 위해 노력했던 모양이다. 아마 그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형의 심장 소리, 엄청나게 크고 빨랐지. 대체 몸을 얼마나 혹사시킨 거야.’
루시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약이 뭐가 있을까. 단테는 잠시 고민하다가, 서랍에서 하트 모양 편지지를 꺼내 들었다. 건강에 관한 문제는 N한테 물어보는 게 제격이었다.
친애하는 N에게.
N, 그간 잘 지냈나요? D예요. 편지를 쓰는 건 사흘 만이네요. 삼일이나 편지를 쓰지 못해 미안해요.
그러고 보니 재작년 이맘때에 달의 왕국 수도에서, 날개 달린 마물이 난동을 피웠었죠. 작년은 마물의 습격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올해도 무사하게 넘어가기를 신께 기도할게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게 꼭 편지해주세요. 이번에 제국에서, 마물 대항용 마법 장치를 새로 개발해냈거든요. 그 기계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쓰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제가 편지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 형이 많이 아파서예요. N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증상은…
단테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편지를 눌러 쓰고서, 전서구의 발목에 편지를 묶어주었다. 전서구는 열린 창문 너머로 포르르 날아갔다. 달의 왕국에 사는 N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며칠 후, 전서구가 답장과 약병을 가지고 돌아왔다.
D에게.
형님께서 편찮으시다니,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저희 왕궁에서 평소 사용하고 있는 연고를 함께 보냅니다. 왼쪽 가슴에 이 연고를 바른다면, 심장의 통증이 훨씬 감소할 거예요.
형님께 이 연고를 선물 드리는 것도 좋겠네요. 그럼 소원했던 형제 사이가 회복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달맞이꽃과 달의 정령의 눈물을 섞어 만들었답니다.
형님께서 하루빨리 쾌차하시기를 바랄게요. 달의 기호를 담아, N.
p.s 부작용으로 연고를 바른 부위가 조금 간지러울 수도 있어요.
두 번째 p.s 아직까지 마물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D의 정성 어린 기도가 효과가 있었나 봐요. 고마워요.
◊
황제의 집무실은 이제 사무보다는, 육욕을 처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로 인해 나라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은 아니었다.
최면에 걸리기 전이든 후든, 루시엘은 원래 일을 거의 안 했다. 예전에는 아예 집무실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하루에 서너 시간씩은 꼭 집무실에서 보내니, 오히려 지금이 훨씬 성실한 황제처럼 보였다.
멀쩡한 침실을 놔두고 왜 구태여 집무실을 쓰느냐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루시엘은 침실보다 집무실에서 더 잘 느꼈다.
‘루시엘은 어째서 집무실을 더 선호하는 거지?’
카인은 이 문제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대접을 받는 게 좋은 걸까. 황제다운 일을 해야 할 장소에서 거칠게 범해진다는 배덕감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어떤 이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흥분감 때문에?
‘그럴 리가 없지. 루시엘이 변태도 아니고… 루시엘은 그저 최면에 걸렸을 뿐인데.’
카인은 곧 모든 가설을 기각시켰다. 자신이 세운 가설이 전부 진실이라는 것을, 카인이 알 턱이 없었다.
오늘도 그들은 집무실에서 정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사(政事)가 아닌 정사(情事)였다. 1인용 패브릭 소파는 널찍한 가죽 소파로 바뀐 지 오래였다. 무엇을 해도 얼룩이 남고 마는 천 소파와는 다르게, 가죽은 뒤처리가 무척 간편했다.
“흐읏, 나 이제, 넣을게….”
루시엘은 퍽 능숙해진 몸짓으로 카인의 위에 올라탔다. 다리를 벌려 귀두를 구멍에 맞추고 허리를 내렸다. 손가락으로 오랫동안 안쪽을 길들였음에도 아직 버거웠다.
루시엘은 카인의 것을 한 번에 다 받아들이지 못했다. 앓는 신음을 흘리며 겨우겨우 중간까지 삽입한 후, 천천히 긴 호흡을 삼켰다.
“아흐, 으윽, 힘들어… 너무 커, 서엇…”
“그래서, 싫어요?”
“싫은 건 아닌데에… 아응! 윽!”
벌써부터 내벽이 가득 찬 기분에, 쉬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루시엘은 양손으로 카인의 복부를 짚었다. 숨을 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느리게 허리를 움직였다. 끝까지 삽입하고 나서야, 루시엘은 비로소 참았던 숨을 한 번에 토해낼 수 있었다.
“으응, 아, 아앙!”
허리를 돌리던 움직임에 점점 더 속도가 붙었다. 그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서, 스스로의 쾌락을 좇아 허리를 흔들었다.
고개를 숙인 탓에, 앞머리가 눈을 가려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귀도 몸도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분명 기분이 좋은 것이다. 굳이 눈으로 살피지 않더라도, 커지는 신음 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었다.
카인은 손을 뻗어 루시엘의 뺨을 매만졌다. 검지로 앞머리를 헤치자, 커튼처럼 드리워진 은빛 틈새로 붉은 달을 닮은 눈동자가 보였다. 루시엘이 곱게 눈꼬리를 접었다. 보름달에서 반달로,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루시엘이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카인이, 슬쩍 허리를 쳐올렸다. 아래에서 위를 향해 강하게 밀어 올렸다. 히익-! 루시엘이 새된 교성을 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소파가 흔들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루시엘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절정을 맞았다. 일순 이완된 상반신이 카인의 위로 쓰러졌다. 헐떡대는 그를 부둥켜안고서 등을 쓰다듬었다. 후줄근한 이불처럼 몸을 웅크린 그를, 밑에서 찬찬히 흔들었다.
“아, 안 돼애, 움직이지 마앗, 하읏! 응! 나 갔어, 방금 갔는데…!”
“쉿.”
반듯이 펴진 검지가 루시엘의 입술을 꾹 눌렀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너무 소리가 커요. 이러다가는 복도에 있는 기사와 시종들의 귀에까지 닿겠어요.”
“아흐, 윽, 히긋…”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아랫것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시죠? 집무실에서까지 색을 탐하는 황제라고, 허리를 흔들며 남창처럼 뒤를 조인다고… 모두 수군거리면서 당신을 매도할 텐데요.”
그 순간, 루시엘의 내벽이 꽉 조여들었다. 마치 카인의 말을 듣고 흥분한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 흥분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절묘한 우연의 일치겠지. 경멸당하는 상상을 하면서 느낀다니, 루시엘이 그럴 리가 없었다.
“아, 알았어… 조용히, 할게에….”
루시엘이 뒤늦게 제 입을 틀어막았다. 주먹을 꼭 쥐고 제 손등을 깨물어 신음을 참았다.
카인은 루시엘에게 소파의 팔걸이를 잡게 한 후, 그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자세를 바꾸어, 붉게 달아오른 애널에 다시금 성기를 삽입했다.
연달은 성교로 민감해진 속살은, 작은 자극에도 꿈틀거리며 삽입된 성기를 조였다. 카인이 거칠게 허리를 밀어붙일 때마다, 내벽을 가득 채운 정액이 접합부에서 질금질금 새어 나왔다. 접합부에서 흰 물거품이 일었다.
카인은 두 손으로 루시엘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봉긋한 살도 잘 발달된 근육도 없는, 그저 판판한 가슴이었다. 그러기에 유독 단단히 부푼 젖꼭지가 확실히 만져졌다.
그는 살 없는 가슴을 그러쥐었다. 분홍빛 감도는 두 개의 돌기를 손끝으로 지분거리다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가슴을 끼우고 문질렀다.
“윽, 으응, 윽….”
손등으로 막은 입술에서 뭉개진 신음이 새어 나왔다. 역시나 루시엘은 가슴이 약했다. 그는 말간 얼굴을 눈물로 흠뻑 적신 채 끙끙거렸다. 석상처럼 매끄러운 손등 위로, 잇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결국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아앙! 힉! 시러어…. 가슴, 만지지 마아, 하윽, 아아, 소리 나와, 나와 버렷….”
“큰일 났네요. 이렇게 참지를 못해서야. 이쯤 되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겠어요.”
사실 그럴 일은 없었다. 집무실 문에는 방음용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방 안에서는 밖의 소리가 들렸으나, 밖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카인이 마법사의 힘을 빌려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루시엘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애써 신음을 참는 그 예쁜 얼굴을, 좀 더 보고 싶었으므로.
“그러면 모두 다 루시엘을 품고 싶어 할 텐데 어쩌지? 루시엘은 너무 약해서,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윤간당하기 십상인데.”
“시, 시러어… 그런 말, 하지 마아… 하응! 읏!”
루시엘이 고개를 홰홰 내저었다.
“왜요? 루시엘은 박히는 거 좋아하잖아요. 손가락이든 딜도든, 뭐든 넣어주기만 하면 자지러지잖아. 누구 좆이든 간에, 오물오물 잘 받아먹을 거면서.”
카인은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지껄였다. 그에게는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비록 최면에 걸린 상태일지라도, 루시엘이 그 말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야아… 윤간, 은 싫어어… 다른 사람 거는 싫어. 나는 카인이 좋아, 그러니까 카인 걸로, 카인 꺼 자지만 주세요….”
그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윤간이니, 자지니 하는 단어들을 그 예쁜 입에 담으며, 루시엘은 뭉그러진 발음으로 울먹였다.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요.”
계속해서 손으로는 유두를 끈질기게 애무하면서, 그는 루시엘의 목덜미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 귓가에 대고 느릿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속살거렸다. 가슴뿐 아니라 귀도 약한 루시엘은, 숨결이 귓바퀴를 더듬는 것마저도 쾌감으로 느끼는 듯했다.
허리에 힘이 풀렸다.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던 상반신이 소파 위로 완전히 쓰러졌다. 카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추삽질을 이어 나갔다. 그의 골반을 꽉 붙들고 허리를 쳐올렸다.
가슴과 소파가 마찰했다. 심이 박혀 단단해진 젖꼭지가 소파 시트에 비벼졌다. 서늘한 가죽이 민감한 유두와 마찰되었다. 분명 소파는 차가운데 이상하게도 열이 올랐다. 루시엘은 몇 번일지 모를 절정을 맞았다.
◊
계속될 것 같았던 정사가 막을 내렸다. 전신을 달구었던 열기도 서서히 식어갔다.
카인은 자신의 품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루시엘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는 온몸에 순흔을 매달고서 힘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눈을 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몸에 새겨진 흔적들은 비단 잇자국과 키스 마크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안는 내내 지나친 힘을 주어 잡고 있었기 때문일까. 낭창한 허리와 골반에는 붉은 손자국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카인은 손끝으로 붉은 자국들을 덧그렸다. 품에 안긴 루시엘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옅게 미소 지었다. 자신의 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가, 자신의 품속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 형님?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숫기 없는 여린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황제의 유일한 가족이자, 황제가 절대로 가족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상대, 단테였다.
“동생이 찾아왔네요. 나가보셔야죠.”
카인이 루시엘의 등을 떠밀었다.
루시엘은 소파 구석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던 셔츠를 주워 몸에 걸쳤다. 그가 비틀거리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허벅지를 타고 흐른 정액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땀에 젖은 손바닥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무슨 일이야, 단테?”
절반도 열리지 않은 문 사이로, 루시엘이 빼꼼 상체만을 내밀었다. 다행스럽게도 하반신은 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아, 저는…”
연고를 건네려던 단테가 흡, 하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요란하게 흔들렸다.
제 형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희었던 얼굴과 몸 곳곳에 홍조가 꽃처럼 피어 있었다. 셔츠는 땀에 흠뻑 젖어 있고, 입술 틈새로는 거친 숨결이 툭툭 튀어나왔다.
헝클어진 은발과 퉁퉁 부은 눈시울. 누가 남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등의 또렷한 잇자국까지.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했다. 형은…!
‘정말 많이 아픈가 보구나.’
단테의 눈이 측은하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앓는 신음을 참아보겠다고, 손으로 입을 막았던 모양이었다. 저렇게 아프면 집무실 말고 침대에서 푹 쉬어도 되었을 텐데. 과연.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버티라는 건가.
단테는 눈물이 삐져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황제란 역시 쉬운 자리가 아니구나.
단테도 한때는 자신이 황제라면 어쨌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망상을 하는 법이었다. 최고 권력자가 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단테가 황제가 된다면, 그는 돕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도울 터였다. 제국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하지만 상상은 말 그대로 상상에서만 그쳤다. 단테는 실제로 황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루시엘 때문이었다. 루시엘이 단테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단테는 루시엘을 제법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하나뿐인 혈육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하트르만 공작이 나한테 은근슬쩍 반란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런 건 싫어. 어떻게 형을 폐위시키겠어. 가족끼리 칼을 겨눈다니 말도 안 돼. 나는 지금의 내 자리에 만족할래. 황제를 보필하면서, 내 방식대로 제국에 힘을 보태겠어.’
루시엘의 미간이 얼핏 찌푸려졌지만, 안 그래도 눈치 없는 단테가 그 미세한 표정 변화를 알아챌 리 없었다.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물론 폐하께서 저를 탐탁지 않아 하신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저는 폐하의 건강이 걱정되어서….”
“쓸데없는 말은 됐고, 용건만 말해.”
“여기, 달의 왕국에서 구한 연고입니다. 사용법은…”
“길게 설명할 필요 없어. 어차피 약병에 적혀 있겠지.”
“아, 네….”
루시엘은 연고를 낚아채듯 잡아들었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단테를 째려보다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쾅, 하고 문을 닫았다. 형이 자신을 냉대한 거야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 시선은 특히 더 싸늘했다. 평소의 차가움에다가 답답함과 울분까지 더해진 것 같았다.
‘나는 형이랑 가까워지고 싶을 뿐인데.’
단테가 푹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한참 동안 집무실 앞을 서성거렸으나, 한 번 닫힌 문이 다시 열릴 리는 없었다. 그는 마지못해 걸음을 떼었다. 느릿느릿 힘없이,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
“자, 연고 발라줘.”
루시엘이 당당하게 제 가슴을 내밀었다. 최면 상태가 아닐 때의 루시엘은 상반신을 보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같은 남자 가슴을 봐서 뭐 어쩌겠냐는 태도였다. 목까지 올려 젖힌 셔츠 아래, 작은 분홍빛 돌기가 보였다. 아직 어떠한 자극도 받지 못한 탓에 납작한 그대로였다.
카인은 약병 옆면에 부착된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연고형 심장 회복제
심장 부근의 살갗에 발라주세요. 바른 후 살살 만져주면 흡수가 더 잘됩니다.
주의사항: 사람에 따라 간지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민감한 분들은 주의하세요.
‘과연 치료술로 유명한 달의 왕국답군. 별별 형태의 약품이 다 있잖아.’
카인은 연고 뚜껑을 열었다. 무색무취의 연고를 세 손가락에 골고루 묻힌 후, 왼쪽 가슴에 펴 발랐다.
연고가 매끄러운 살결 위로 진득하게 늘어졌다. 연고는 고체보다는 액체에 가까웠다. 점성 있는 액체가 젖꼭지를 촘촘하게 감쌌다. 루시엘이 잠시 몸을 흠칫했지만 그뿐, 그는 다시 차분한 표정을 되찾았다.
“흡수가 잘되도록 만질게요.”
“어, 그래. 알아서 잘해봐.”
루시엘은 대수롭지 않게 답한 후, 셔츠를 입에 물었다.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는 읽다 만 연애소설을 집어 들었다. 책갈피 대용으로 쓰던 압화를 빼낸 후, 한 장씩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루시엘은 태연하고도 무방비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이 이미 훌륭한 성감대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바로 어제도 가슴을 만져지며 할딱댔으면서 말이다. 최면에 빠졌을 때 벌어진 일들이었으니, 기억에 없는 것도 당연했다.
책에 집중하는 평온한 옆모습을 슬쩍 바라보았다. 저 무감한 표정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 카인은 그간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타고나길 예민한 몸뚱이는,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 간단히 앞을 세울 터였다.
가슴이 예민하다는 것은 얼마나 큰 약점일까. 인간의 신체 정면, 손만 뻗으면 누구나 만질 수 있는 부위가 약하다니. 하필이면 그런 부위가 성감대라니.
카인은 손끝으로 살짝 루시엘의 유두를 건드렸다. 느리게 유륜 위를 덧그리자, 분홍색 유두가 볼록 일어섰다. 루시엘이 잡고 있던 옷자락을 놓쳤다. 천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약이 묻은 젖꼭지를 스쳤다. 그의 몸이 퍼뜩 튀었다.
“아흣, 응… 이게 무슨…?”
루시엘은 첨예한 숨을 들이마셨다. 목소리에 당혹감이 짙게 배어 나왔다.
“윗옷, 벗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 그래….”
루시엘은 작게 헐떡이며 셔츠 단추를 풀었다. 슬슬 약 기운이 도는 모양인지, 그는 단추를 풀다 말고 옷 위로 가슴을 꾹꾹 눌렀다.
“이, 이거, 생각보다 훨씬 간지러운데… 카인 넌 손가락 괜찮아?”
“저는 딱히…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른가 봐요.”
카인은 루시엘이 셔츠를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셔츠를 침대 구석에 대강 치워놓고, 그의 유두를 만지작거렸다. 연고가 서서히 살갗으로 스며들었다.
아직은 부드러운 유두를 엄지배로 꾹꾹 눌렀다. 젖부리를 강하게 꼬집다가, 손톱을 세워 젖꼭지 끝을 긁어내리기도 했다.
연고를 잘 펴 바르기 위한 목적은 분명 아니었다. 카인의 손길에는 다분히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지한 황제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하응, 으읏…”
달콤한 비음이 코를 울렸다. 확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제게서 이런 소리가 나온 것에 놀랐는지, 루시엘이 흠칫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황급하게 카인의 손을 쳐내었다.
“됐어. 그냥 내가 바를게.”
“네. 주군께서 편하실 대로.”
카인은 루시엘과 겨우 한두 뼘 떨어진 곳에 앉아서, 루시엘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으읏….”
루시엘은 제 가슴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해두기에는, 간질거림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손끝으로 서툴게 젖꼭지를 매만졌다.
“아…!”
또 튀어나오는 신음 소리. 분홍색으로 물들어가는 목덜미 위로, 촉촉한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루시엘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약이… 부작용이 많이 심하네.”
사실 이것은 약의 문제라기보다는 루시엘의 문제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조금 거슬린다 싶을 만큼의 소양감밖에 느끼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루시엘의 가슴은 과하게 약했고 민감했다. 그 하찮은 간질거림이 미칠 것 같은 쾌감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으응, 아, 하으윽…!”
루시엘은 연고를 바른 왼쪽 가슴만을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젖꼭지가 점점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희고 판판한 가슴 위로, 발갛게 물든 젖꼭지가 빳빳하게 솟았다. 열을 품고 달아오른 왼쪽 유두와, 손을 대지 않아 얌전히 가라앉아 있는 오른쪽 유두.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흐응, 가슴… 가려워어….”
저릿한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점점 더 거세졌다. 루시엘은 손톱을 세워 유두를 긁으며 허리를 들썩였다. 할딱거리면서 연신 밭은 숨을 토해냈다.
그는 호위 기사가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듯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 신경 쓰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그야 상대는 카인이니까. 같은 남자고, 자신이 어려서부터 키워온 늑대고, 육욕에 휘둘리지 않겠다 서약한 기사니까.
“기분이 좋으시나 봐요.”
카인이 툭, 이 한 문장을 내던졌다. 루시엘은 아니라며 고개를 휘저었지만, 그러면서도 가슴을 만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유두를 문지르고 둥글리다가 검지와 중지로 꽉 비틀었다. 조금 아플 만큼 젖꼭지를 꼬집으면, 가려운 기운이 순간 수그러들었다.
“이런 걸로, 아흣, 기분… 좋을 리가아… 그냥 가려워서엇, 그래….”
루시엘은 흐물흐물하게 풀린 혀를 겨우 움직여 기분 좋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동자로 그런 말을 해봤자,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왼손으로 왼쪽 젖꼭지를 자극할 동안, 할 일 없는 오른손이 자꾸 움찔거렸다. 왼쪽 말고, 오른쪽 가슴도 만지고 싶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심장 부근에만 연고를 발랐는데, 오른 가슴이 이렇게 아려오는 건지….
손이 저도 모르게 오른쪽 젖꼭지로 뻗어나갔다. 루시엘은 화들짝 놀라 오른손을 떼어내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던 카인이 어김없이 펜듈럼을 꺼내 들었다. 이제 이 뒤부터는 최면의 영역이었다. 일정한 호선을 그리며, 펜듈럼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하의도 마저 벗어보세요.”
“으응… 네에….”
루시엘은 왼손으로는 가슴을 지분거리며, 오른손만 써서 서툴게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이어지는 카인의 명령대로, 침대에 상반신을 붙이고 하반신을 높이 들어 올렸다. 베개를 배 밑에 놓으니 자세를 유지하기가 수월했다.
“엉덩이 잡고 벌려서 보여주세요.”
“어… 뭔가 부끄러운데….”
“부끄러울 게 어디 있어요. 주군과 기사 사이인데.”
“그, 그야 그렇지… 알았어.”
루시엘은 양손으로 제 둔부를 잡아 벌렸다. 흥분한 건지 작게 뻐끔거리는 애널이 눈에 들어왔다. 카인은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연고를 손가락으로 충분히 떠내었다.
“흐익! 아! 뭐, 뭐 하는 거… 하응!”
연고로 번들번들해진 손가락이, 루시엘의 안쪽을 파고들었다. 검지와 중지가 구멍 안을 들락날락거리며, 내벽에 연고를 치밀하게 펴 발랐다. 애널 가장자리에 연고를 두텁게 덧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왜 이걸 여기에….”
겁을 집어먹은 듯 목소리가 발발 떨렸다. 비단 목소리뿐 아니라 몸도 바들바들 경련하고 있었다. 젖꼭지에서 느껴지던 기이한 열감이, 이제는 뒷구멍까지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아응, 흑, 가, 간지러어… 간질간질하는 거, 시러엇….”
“정말 싫어요?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으읏… 사실은, 조, 죠아… 가려운 거어, 기분 조아… 좋은데에… 조금 힘들어, 흐긋! 앙!”
루시엘이 본능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꼿꼿하게 일어선 유두를 침대 시트에 문지르며, 어떻게든 소양감을 덜어내려고 했다. 차가운 시트가 발씬거리는 젖꼭지를 스쳤다. 손으로 만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카인이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있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흐응, 하아, 으윽…”
가슴의 간질거림은 시트에 비비는 걸로 해소할 수 있다고 쳐도, 안쪽은 손을 쓰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해소할 수 없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의식적으로 구멍을 움찔거리며, 어떻게든 자극을 줘보려고 애썼다. 가려움과 쾌감, 쾌감과 괴로움의 경계선이 슬슬 불분명해지고 있었다.
뜨거운 내벽 안에서 연고가 눅진하게 녹았다. 제멋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구멍 사이로, 액체에 가까워진 연고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엉덩이골 사이를 타고 흘러, 발기한 성기에 와 닿았다. 성기에서 쿠퍼액이 줄줄 흘러 시트를 더럽혔다.
“도, 도와줘, 카인… 너는, 내 기사잖아, 아응! 흣! 주군이 힘들면, 도와줘야…”
주군을 힘들게 만든 자가 바로 그 ‘기사’라는 점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루시엘은 홧홧거리는 유두를 시트에 문지르며, 애타게 카인을 찾았다.
“흐응, 아, 아흐… 간지, 간지러어… 카인….”
헤벌어진 입술 사이로 침이 질질 새어 나왔다.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에 땀이 찼다. 손에 점점 힘이 풀리더니, 끝내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가슴 만지는 걸로만 가면 도와드릴게요.”
“그, 그건 못해….”
“할 수 있어요. 약도 발랐잖아요,”
“아, 알았어. 해볼게….”
루시엘이 끙끙거리며 몸을 뒤집었다. 얼굴이 천장을 보도록 자세를 바꾼 후, 필사적으로 젖꼭지를 만졌다. 만졌다기보다는 세게 잡아당기고 손톱으로 쿡쿡 눌렀다. 그래도 여전히 손놀림이 매우 미숙했다. 루시엘은 아픈 걸 좋아하니까, 거칠게 꼬집어줘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카인은 루시엘의 양쪽 젖꼭지를 세게 꼬집었다. 가슴에서 시작된 아릿함이 삽시간에 중심부까지 전해졌다. 팽팽하게 선 성기가 흔들리더니, 요도구가 벌름거렸다. 그리고 곧 정액이 복부 위로 질퍽하게 흩뿌려졌다.
“하으응-!”
루시엘은 가슴만으로 절정을 맞았다. 약의 효과를 빌려 이룬 일이기는 했지만, 꾸준히 조교한다면 약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해질 것 같았다.
“나, 갔으니까아… 가슴으로만 갔으니까, 어서 도와줘, 흐응, 읏, 안쪽, 너무, 너무 간지러워….”
“그럼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카인이 루시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성기구를 꺼냈다. 평소에 쓰던 딜도보다는 작은 크기였고, 기둥에 굴곡이 있었다. 검은색 몸통 전체에는 은은한 광택이 존재했다. 전립선만을 정확히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 아네로스였다.
욱신욱신 쑤셔오는 애널에 아네로스가 밀어 넣어졌다. 이물감에 반사적으로 하복부에 힘이 들어갔다. 내벽이 꿈틀 경련하면서, 구부러진 끝부분이 쿵, 하고 전립선을 강하게 치받았다. 간지러웠던 부위를 할퀴듯이 자극을 주었다.
“아, 흐아… 흐읏… 아앙!”
무의식적으로 허리가 흔들렸다. 내벽의 움찔거림을 따라, 아네로스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며 예민한 부분을 집요하게 들쑤셨다. 간지러움이 쾌감으로 덧칠되어 가는 그 감각이, 미치도록 기분 좋았다.
아네로스가 전립선을 쑤걱거릴 때마다, 루시엘은 눈을 뒤집어 까며 연신 절정을 맞았다. 하도 많이 사정한 탓에 희멀게진 정액이 물처럼 줄줄 흘렀다.
카인은 아네로스의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었다. 쭉 당겨봤지만 내벽이 아네로스에 구물구물 달라붙은 탓에 쉬이 빼낼 수 없었다.
예고도 없이 손가락을 툭 떼자, 아네로스가 다시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세기로, 전립선을 거칠게 밀어 올렸다. 아흐흑! 루시엘이 전율했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카인은 힘을 주어 아네로스를 단번에 뽑아내었다. 루시엘은 몇 번인지도 모를 오르가슴을 맞았다. 도톰한 애널이 힘없이 빠끔대었다. 완전히 흐무러져 삽입하기 딱 좋은 상태가 된 구멍 안으로, 이번에는 굵직한 성기가 서서히 밀고 들어왔다.
“아, 아아, 나, 나, 너무 많이 갔어, 또 가면, 안 돼앳… 머리, 머리 망가져… 생각을, 못하게 되어버려… 으힉! 앙!”
“그것도 좋겠네요. 차라리 망가져 주세요, 나의 루시엘.”
밤은 길었다. 사실 길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밤에 다 끝내지 못했다면 낮에 이어서 하면 되었으니까. 카인은 밤이든 낮이든 상관없이 루시엘을 탐하고는 했으니까.
황제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대신 기사의 좆을 빨더라도,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침대에서 좆을 받아내며 흐느끼더라도…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 나라는 루시엘이 없어야 더 잘 돌아갔다. 신하들도 그것을 알았기에, 누구도 폭군 황제를 찾으려 들지 않았다.
◊
카인은 암시장에서 유두 개발용 패치를 구매했다. 딱 유두와 유륜을 가릴 정도의 사이즈였다. 동그란 패치에는 피부를 자극해주는 약물과, 아주 가늘고 얇은 침이 붙어 있었다. 침보다는 뻣뻣한 섬유에 더 가까웠다.
루시엘은 셔츠 단추를 풀고서, 순종적으로 가슴을 내밀었다. 분홍색 감도는 돌기는 여전히 작았지만, 자세히 보면 전보다 살짝 부푼 것 같기도 했다.
연갈색 패치를 유두에 가져다 대고 눌러 붙였다. 약물이 유두에 스며들었고, 빳빳한 섬유가 갈퀴처럼 유륜을 약하게 할퀴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간질간질, 그리고 욱신욱신. 거기에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쾌감까지. 어느덧 발씬 일어난 젖꼭지가 자꾸만 패치를 밀어 올리려고 했다.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붙이고 다니셔야 해요.”
카인은 패치를 꾸욱 눌러 더 세게 부착했다. 루시엘은 히익, 하는 새된 교성을 내지르면서도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루시엘은 오랜만에 회의에 참여했다. 회의는 언제나처럼 지루했지만, 루시엘은 무료하게 늘어져 있지 않았다. ‘않았다’기보다는 ‘못했다.’
하품을 쩍쩍하며 카인이랑 잡담을 나누기에는, 가슴의 자극이 너무 신경 쓰였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젖꼭지가 이렇게 욱신거린다니. 어째서 이런 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황제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며, 시종들이 억지로 입힌 제복은 거슬릴 뿐이었다. 몇 겹의 천이 사르륵거리며 가슴팍을 스쳤다. 좀 더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패치 아래의 섬유가 움직이며 유륜을 거칠게 쓸었다.
민감하게 부은 유두가 문질러지자, 루시엘은 저도 모르게 흣, 하는 밭은 신음을 흘렸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는 화끈거리는 뺨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저… 건의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때였다. 루시엘의 눈치만 살피던 단테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아무래도 폐하가 편찮으신 것 같은데, 이쯤에서 회의를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평소의 루시엘이었다면, 가식 떨지 마라, 네놈이 뭔데 날 걱정하냐, 따위의 날 선 말을 툭툭 던졌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루시엘에겐, 험한 말을 쏘아붙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단테의 말이 맞다. 회의는 이쯤 하지.”
루시엘은 카인의 부축을 받아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인의 팔꿈치가 바짝 선 유두를 꾹 누르는 바람에, 루시엘은 하마터면 꼴사납게 바닥으로 주저앉을 뻔했다. 길고 낙낙한 품의 상체가 허벅지까지 가려주어서 망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필시 부풀어 오른 앞섬을 보였을 터였다.
카인은 루시엘을 거의 안다시피 하여 침실 안으로 옮겼다. 패치를 떼어내자, 붉게 부푼 작은 유두가 드러났다. 패치를 붙이기 전보다 확실히 더 도드라져 있었다.
카인은 루시엘의 가슴에 혀를 가져다 대었다. 종일 자극받아 예민해진 유두를, 말캉한 살덩이가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카인은 달콤한 사탕을 핥듯이, 작은 돌기를 혀끝으로 질펀하게 굴렸다. 유두를 짓뭉개다가 이를 세워 약하게 깨물기도 했다.
“으흣, 아, 앙…!”
부은 유륜을 짓씹어 여린 잇자국을 남기자, 루시엘은 달뜬 교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회의 시간 내내 반쯤 발기해있던 아랫도리에 열기가 잔뜩 고였다.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가 선액으로 번들거렸다.
카인은 가슴에서 입술을 떼어내고서, 루시엘을 제 무릎 위에 앉혔다. 검술과 여러 운동으로 다져진 허벅지는 탄탄했다.
매일 밖에서 검을 휘두르는데도, 카인에게는 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대신 묵직한 향수를 뿌린 듯 은은한 체취만이 풍겼다. 이제 루시엘은, 카인의 살내음만 맡아도 뒷구멍을 적실 수 있었다.
“하응! 읏, 아앙, 카인… 여기 안쪽, 어서 채워줘….”
루시엘이 카인의 사타구니에 대고 엉덩이를 비비적거렸다. 얇은 천 아래로, 부피와 열감을 가진 물건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최면 상태의’ 루시엘은, 그 물건이 얼마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빨리 넣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카인의 위에서 뭉근히 허리를 돌렸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황제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른 채.
“루시엘을 위해 새로이 준비한 게 있어요.”
“뭐, 뭔데…?”
카인은 루시엘의 옆구리를 느릿하게 쓸어 올렸다. 도드라진 갈비뼈를 더듬다가, 가슴을 집요하게 문질렀다. 미리 협탁에 올려두었던 니플 클램프로 유두를 꽉 집었다.
욱신거릴 정도로 부은 유두를, 집게가 사정없이 짓이겼다. 니플 클램프에는 추가 달려 있었는데, 추의 무게 때문에 젖꼭지가 더욱더 세게 조여졌다. 루시엘이 본능적으로 허리를 살랑일 때마다, 추가 그에 맞춰 함께 달랑거렸다.
콩알만 한 젖꼭지가 집게 사이에서 뭉개졌다. 뾰족한 쾌감이 가슴을 날카롭게 저몄다. 아랫배를 빼곡하게 채운 열기가 점점 더 부풀어 오르더니, 어느 순간 펑, 하고 터져버렸다.
“흐에, 아아… 하으읏-!”
정액이 주르륵 흘렀다. 양이 많지는 않았으나, 사정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잘했어요. 역시 루시엘이라면 가능할 줄 알았어.”
칭찬인지 빈정거림인지 모를 말을 읊조리며, 카인은 제 바지 버클을 풀어 내렸다. 충직한 기사답게, 주군이 원하는 것을 줄 시간이었다. 루시엘의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루시엘은 카인의 어깨를 붙잡고서 그의 위에 앉았다. 긴장감으로 벌름거리는 구멍 사이로 딱딱한 살기둥이 비벼졌다. 삽입 받는 데에 익숙한 입구가 벌름거리며, 욕심껏 카인의 좆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곳은 이미 입구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기관이었다. 만지면 부드럽게 풀리고 쑤셔주면 축축하게 젖는다. 마치 카인의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부위인 양. 또 하나의 생식기라도 되는 듯이.
루시엘은 서서히 허리를 내렸다. 내벽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성기를 삼키려고 했다.
“너무 느려요.”
“자, 잠깐, 아흣, 안 돼, 하지 마앗…! 흐응! 히익-!”
카인은 루시엘의 허리를 손자국이 날 정도로 세게 잡고서 아래로 끌어내렸다. 구멍이 촘촘히 벌어지며, 성기가 그대로 밑동까지 단번에 삽입되었다. 체모가 둔부에 문질러졌다.
“…, …!”
루시엘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절정을 맞았다. 바들바들 경련하는 하복부 위로, 질퍽한 정액이 튀었다. 상반신이 휘청거리더니 카인의 품속으로 완전히 쓰러졌다. 기사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서, 황제는 쌕쌕거리는 숨만을 뱉어냈다.
허나 숨을 돌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카인은 삽입한 채로 루시엘의 몸을 반 바퀴 돌렸다. 성기가 안쪽을 도려내듯 휘저었다. 몸을 저미는 듯한 그 날카로운 감각에, 루시엘이 켁, 크흑, 하는 헛기침을 토해내었다.
황제의 얼굴을 침대에 짓누르고, 엉덩이만 높게 들어 올리게 했다. 네발짐승이 교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자세였다.
가슴이 시트에 문질러졌다. 심이 선 젖꼭지가 침대 시트에 비벼질 때마다, 아릿한 쾌감이 흉곽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연분홍빛으로 물든 몸뚱이가 바르르 경련했다.
“하앙, 으, 으읏, 흐읍!”
정액과 애액이 시트를 흥건하게 적셨다. 길고 두터운 성기가 안쪽을 헤집어댈 때마다, 결합부에서 철벅거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황제는 몸을 한계까지 열고는, 기쁘게 기사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아래에서 치밀어 오른 열락은 등줄기를 타고 흘러 가슴팍에 고였다. 그의 젖꼭지는 여전히 니플 클램프로 집혀 있었다.
카인은 루시엘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그 반동으로 격렬하게 흔들리는 추에 손을 얹고는, 힘을 주어 추를 잡아당겼다.
집게가 젖꼭지를 호되게 잡아당기며 아래로 툭 빠졌다. 집게의 마감 처리가 잘 된 탓에 상처는 남지 않았다. 대신 따끔한 통증과, 그보다 더 격렬한 쾌감이 루시엘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아아, 앗, 하응-!”
더 이상 언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교성을 내지르며, 루시엘은 둥글게 허리를 휘었다. 붉고 푸른 꽃이 눈앞에서 연달아 피어났다. 꽃밭에 온몸이 푹 파묻히는 듯한 감각과 함께, 루시엘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아이고 허리야….”
나는 지근거리는 허리를 퉁퉁 두드렸다. 허리도 문제였지만 가슴이 몇 배는 더 심각했다. 퉁퉁 부은 가슴은 옷을 입기도 힘들어 보였다.
‘내가 이러려고 치료술을 배운 게 아닌데.’
카인을 구하기 위해 익힌 치료술이었지만, 일단은 내 몸부터 어떻게 좀 고쳐야겠다. 이게 다 카인이 지나치게 섹스를 잘하는 탓이었다. 고작 가슴만 만지는 걸로 가버리게 될 줄이야. 열세 번이나 환생을 거듭하면서,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나는 가슴과 허리에 순차적으로 손을 얹고 주문을 외웠다. 허리의 통증이 빠르게 사그라졌고, 부풀어 오른 젖꼭지도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일시적인 치료일 뿐,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진다. 몸 상태를 아예 고치려면 더 강한 주문을 써야 하는데,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카인이 새겨준 흔적이다. 지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치료술의 효력이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오늘 밤의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면, 나와 단테의 관계는 바뀐다. 그뿐이 아니라, 나와 카인의 사이에도 크나큰 변화가 생길 터였다.
‘단테를 각성시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단테를 생각하자 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회색 머리에 날 선 붉은 눈동자. 외모만 보면 왠지 얼어붙은 북부에 살아야 할 것 같다. 피도 눈물도 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마물들을 다 썰고 다녀야만 할 것 같은데….
‘정작 성격은 왜 이리도 여린지.’
만약 단테에게도 전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는 필시 모두에게 예쁨받는 멍멍이였을 테다. 그러니까 지금도 그 버릇을 못 버려서, 사람만 보면 좋다고 헤실헤실 대는 것이다.
항상 나한테 먼저 다가가고,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악수를 청하고, 혹시 내가 아프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단테는 날 폭군이라 여기지 않는다. 단테의 관점에서 나는, 조금 까칠하고 가끔씩 실수도 하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은 이복형이다. 단테의 나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단테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은인이 있다. 바로 달의 왕국에 사는 N.
5년 전, 단테는 달의 왕국을 방문했다가 독사에 물린 적이 있다. 사경을 헤매던 단테를 살린 이가, 바로 뛰어난 치료술사 N이다.
단테는 병상에 있는 내내 N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고, N의 인망에 흠뻑 빠졌다. 고국으로 돌아와서도 N과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성애적인 사랑이 꽃피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테는 N을 순전히 스승으로 존경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N에게는 비밀연애 중인 상대가 따로 있다.
나는 이번 계획에, 그런 단테의 감정을 이용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죄 없는 N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열세 번의 환생을 반복하며 양심이 많이 마모되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아직 최소한의 인간성이란 게 남아 있었다.
N도, 단테도 선한 사람이다. 선한 이들은 복을 받아야 마땅하다. 어쨌든 간에, N과 단테는 끝내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단테가 황제가 되는 것뿐이다. 내가 그렇게 계획했으니까.
나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이용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상황, 주변인들, 그리고 그들의 감정. 사랑과 혐오, 기쁨과 슬픔, 질투와 욕망…. 가장 사적인 감정들까지도 전부 체스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내 주변인들을 이용한다. 내게 필요한 방식으로 길들이고, 길들이고, 또 길들인다. 순했던 카인은 주군을 배신하는 기사가 되어야 한다. 욕심 없던 단테가 형을 내쫓고 황위를 찬탈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카인이 내 육체를 길들일 때, 나는 카인의 영혼을 길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태 없는 영혼은, 육신보다 훨씬 다루기 어렵다.
나는 창고에서 예의 그 검은 로브를 꺼내 들었다. 로브를 걸치고, 새하얀 가면을 써 얼굴을 감췄다. 소리 없이 성벽을 넘어, 인적 드문 장소로 향했다.
적막한 밤이었다. 떠들썩한 낮이 인간들의 시간이라면, 캄캄한 밤은 마물과 흑마법사의 시간이었다. 밝은 빛 앞에서는 차마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생명체들은, 암흑을 벗 삼아 꾸역꾸역 기어 나오고는 했다.
나는 기다란 마법 지팡이를 들고서 텅 빈 들판에 섰다. 마기에 침식된 천년 고목을 잘라 만든 스태프였다. 보통의 나무로 된 지팡이와는 다르게, 스태프에서는 어렴풋한 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웬만한 마법은 지팡이 없이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할 마법은 반드시 지팡이가 필요했다. 마력도 시간도 많이 소모되는 고급 마법이었다. 집중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나는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스태프의 끝을 땅에 내리꽂았다. 양손으로 스태프를 붙잡고 질질 끌며, 흙바닥 위에다가 대형 마법진을 그렸다. 입속으로는 끊임없이 고대어로 된 주문을 외웠다.
장장 한 시간에 걸친 씨름 끝에, 드디어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한 치의 찌그러짐 없이 온전한 원 안에, 달과 구름, 악마의 이빨과 검은 날개를 형상화한 기호가 빼곡하게 그려졌다.
나는 마법진의 가장자리를 발로 밟았다.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고서, 소환 주문을 외쳤다. 근 2년 만에 입 밖으로 내보는 주문이었다.
“달빛과 먹구름, 악마의 날개와 날카로운 이빨에 대고 명한다. 마물이여. 계약자의 소환에 응하라!”
마법진이 검보라색 불길로 뒤덮였다. 검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도마뱀의 몸통과 까마귀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마물이, 마법진 한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2년 전 달의 왕국 수도를 습격했다는, 바로 그 마물이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왕궁 주위를 날아다니면서 겁만 줘. 인명피해는 절대로 내지 말고. 왕과 관리들이 공포심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해.”
나는 마물의 꼬리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 공포심이, 계획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