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란하는 여름
매미 울음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우거진 나뭇잎도 따가운 햇볕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했다.
루시엘은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던 홍옥빛 눈동자가 곧 한 곳에 고정되었다. 그의 눈길 끝을 따라가면 항상 같은 사람이 있었다. 카인. 루시엘의 시선은 언제나 카인을 향했다.
카인은 야외 수련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찌는 여름의 더위마저도, 검술에 대한 그의 열정을 퇴색시키지는 못했다.
칼날이 날렵하게 허공을 갈랐다. 우아하고 절도 있는 동작이었다. 기사로 임명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카인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카인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서, 셔츠 밑단을 얼굴까지 들어 올렸다. 그는 옷자락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탄탄한 복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루시엘은 손으로 턱을 괴고서, 그 모든 움직임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연습에 열중한 탓에, 카인은 등 뒤에 따라붙는 집요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카인은 양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적당히 그을린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도드라졌다. 황실의 문양이 새겨진 장검은, 기사 서임식 때 루시엘이 수여한 것이었다. 제 기사에게 검을 내리는 것은 서임식의 오랜 전통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초리가 칼끝을 응시했다. 카인은 검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눈앞의 과녁을 향해 검을 내리치려던 찰나,
“카인!”
주군이 제 기사를 불렀다.
카인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루시엘에게 와닿자마자, 표정 없던 낯에 삽시간에 생기가 깃들고, 반듯한 일자를 그리던 입꼬리가 엷게 올라갔다. 오직 루시엘만 볼 수 있는, 카인의 미소였다.
“이리 와, 카인.”
루시엘이 제 옆자리를 툭툭 쳤다. 카인은 허리춤에 달린 검집에 검을 꽂아 넣고서, 한달음에 루시엘에게로 달려갔다. 늑대라기보다는 주인만 오매불망 쫓아다니는 대형견 같았다.
카인은 루시엘의 바로 옆에 앉았다. 아름드리나무는 두 사람이 등을 기대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컸다.
“갈수록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네. 멋있더라, 오늘.”
루시엘이 카인에게 편하게 몸을 기댔다. 은실을 엮어 만든 머리칼이 카인의 어깨 위로 흐트러졌다. 은은한 향유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카인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단지 그가 제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을 뿐인데, 맞닿은 자리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루시엘은 스킨십에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 순수한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성욕이라고는 조금도 내포되지 않은 담백한 행위였지만, 카인은 그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와 루시엘이 관계를 맺은 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루시엘은 정사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렸지만, 카인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루시엘이 몸을 붙여올 때면,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고는 했다.
“여기 안에다가, 너 꺼 넣어줘…”
그 목소리. 평소의 자신만만한 음성과는 전혀 다른 달차근한 신음. 스스로 제 둔부를 잡아 벌리면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삽입을 애원했다.
붉은 속살을 내보이는 구멍 너머로, 뚝뚝 흘러내리는 장액과 미약. 오만했던 눈가는 녹물처럼 붉게 물들고, 꿇는 법을 몰랐던 무릎은 긴장으로 오므라져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의 느끼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외설적이었다. 선정적이었다. 온 세상의 모든 음란한 단어를 가져다 붙여도 모자랐다.
둥글게 벌어진 입 틈새로, 빼꼼 삐져나온 새빨간 혓바닥. 싫다는 말만을 외쳤던 입과는 다르게, 그의 아랫구멍은 퍼부어지는 정액을 기쁘게 받아들였었다. 한 방울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구멍을 조이면서….
“연습은 그쯤하고, 나랑 물놀이 갈래?”
루시엘의 목소리가 상상과 현실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카인은 퍼뜩 제정신을 차렸다.
“물놀이요? 지금?”
“응. 황궁 서문으로 나와서 십여 분만 걸어가면 진짜 놀기 좋은 계곡이 있거든. 돗자리랑 간식거리는 내가 이미 챙겨 놓았으니까, 넌 몸만 오면 돼.”
“저랑 루시엘이랑 단둘이서 말입니까?”
“응. 당연하지. 황실 밖을 나갈 때는 기사단을 대동하는 게 원칙이기는 하지만, 기사 수십 명을 줄레줄레 이끌고 물놀이를 갈 수는 없잖아? 우리 둘만, 들키지 않게 몰래 나갔다가 몰래 들어오자.”
주군의 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르는 게 기사의 자세라지만, 흔쾌히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이유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오소소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카인은 불길함의 근원을 찾아 기억 속을 더듬었다.
황궁 서쪽의 계곡… 계곡이라…. 그는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에 시녀들이 ‘어떤 강’에 대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스쳐 가듯 들었던 거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 강에는 □□ □□이 산대. □□은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골라서 제 □을 □게 만든대.
대체 뭐였지? 마법에라도 걸린 듯, 중요한 단어만이 생각나지 않았다. 엄지와 검지로 미간을 꾹꾹 누르며 기억을 되살리려고 해봐도, 드문드문 끊긴 대화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랜 침묵을 부정의 의미로 오해한 건지, 루시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민할 시간 없어. 이제 두어 시간 후면 해진단 말이야. 가기 싫어?”
“아뇨. 가겠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필시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을 터다. 카인은 고민을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시엘은 카인을 따라 일어나는 대신, 그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일으켜달라는 뜻이었다.
카인은 머뭇거리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았다. 루시엘의 손은 카인의 것보다 훨씬 희고 가늘었다. 그 여리고 매끄러운 섬섬옥수를, 카인은 저도 모르게 꼭 움켜쥐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제 주군의 손이었다.
◊
개울물은 맑고 깨끗했다. 루시엘은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무릎 위로 바지를 걷어 올린 후, 냇물에 종아리까지 담갔다. 반짝이는 물결이 맨다리를 간질였다. 루시엘은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세차게 물장구를 쳤다. 작은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루시엘이 입을 벌리고 소리 내어 웃었다. 물방울처럼 가볍고 투명한 웃음소리. 그는 제국의 운명을 짊어진 지도자보다는, 철없고 천진난만한 소년에 더 가까워 보였다.
카인은 루시엘의 맨발을 바라보았다. 둥근 발등과 가지런한 발톱. 발끝과 발꿈치에 연한 복숭앗빛이 감돌았다.
카인은 그의 발가락이 언제 움츠러드는지, 또 언제 부채꼴 모양으로 펴지는지 알고 있었다.
루시엘은 절정에 이르기 직전에는 발끝을 안으로 굽혔고, 오르가슴을 맞는 바로 그 순간에는 발가락을 빳빳이 폈다. 한쪽 다리를 들어 어깨 위에 올려놓고, 불거진 복사뼈에 입술을 가져다 대면… 미약에 취한 몸은 그 가벼운 입맞춤도 쾌감으로 받아들이고는 했다.
제발, 제발 그만 생각하자.
카인은 루시엘의 발에서 시선을 떼어내었다. 발치를 맴도는 물고기들을 눈으로 좇으며, 그는 기사 서약의 첫째 계명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되뇌었다. …육체와 영혼을 갈고닦아라. 육욕에 휘둘리지 마라….
복잡한 머릿속 사이로, 루시엘의 명랑한 목소리가 기어들어 왔다.
“있지, 카인. 나 물놀이 가는 거, 사실 오늘이 처음이다?”
“처음이라면…?”
“어머니는 날 낳자마자 돌아가셨고, 날 기르는 건 유모랑 하인들 몫이었거든. 하인이 어떻게 황태자를 계곡으로 데리고 가겠어? 자칫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자기들이 전부 덤터기를 쓰게 되는데.”
루시엘은 퍽 담담한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고 했지만, 문장 끝에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는요?”
“아버지? 그 작자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어. 나보다는 세 살 아래 이복동생을 훨씬 좋아하셨지.”
“이복동생이라면… 단테 대공님 말인가요?”
“어어. 맞아. 아버지랑 단테는 여름이 되면 꼭 근처 강가로 피서를 갔거든. 물에 쫄딱 젖어서, 황궁으로 돌아오는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카인을 향해 말하고 있었음에도, 루시엘은 카인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개울 밑바닥에 붙박여 있었다. 언뜻 보면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카인은 헛숨을 들이켰다.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 카인은 루시엘의 옆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아버지는 내가 열일곱 살 때 생을 마감하셨어. 그리고 난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지. 누군가와 같이 물놀이를 가기에는, 너무 높은 위치에 올라버린 거야.”
“…루시엘.”
“나이에 비해 철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애다운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해서….”
어느덧 하늘이 빨갛게 지고 있었다. 루시엘의 낯에도 노을 조각이 서렸다. 저녁노을이 콧잔등에 내려앉아 목덜미를 타고 느리게 떨어졌다.
“나는 단테가 싫어. 걔가 나랑 같은 피가 흐른다는 것도 싫어. 걔만 없었으면 아버지도 나를 사랑해 주셨을 텐데….”
시원했던 계곡물이 빠르게 차가워졌다. 루시엘은 발장난을 멈추었다. 그는 바위 위에 두 발을 올려놓았다. 다리를 가지런히 접고는 양팔로 무릎을 감쌌다.
“…카인.”
루시엘이 카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노랗고 붉은 시선이 뒤섞였다.
“널 만나게 되어서, 너와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혈연으로 맺어진 이복동생보다는, 피가 아예 섞이지 않은 네가 더 가족 같아.”
이복동생보다 더 동생 같다니. 분명 칭찬일 텐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카인은 마음에도 없는 고맙다는 말을 하는 대신, 아예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가장 평범하면서 이어 나가기 쉬운 화제를 고민하던 카인은, 자신이 이 강의 명칭을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의 이름, 이름의 기원과 그에 관련된 설화. 무난한 대화거리였다.
“그러고 보니까 전 강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이름이 뭔가요?”
“아아, 내가 안 말해줬구나. 세르네 강이야.”
세르네 강. 그 이름을 듣자마자, 기억 중간중간의 어렴풋했던 부분들이 삽시간에 또렷해졌다. 마치 마법이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 강에는 □□ □□이 산대. □□은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골라서 제 □을 □게 만든대.
불안으로 미세하게 진동하는 눈동자, 희게 부르튼 입술. 괴담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음산한 어조로, 시녀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세르네 강에는 촉수 괴물이 산대. 괴물은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골라서 제 알을 품게 만든대.
이 중요한 게 왜 이제야 떠오른 걸까. 허나 지금은 후회하거나 자책할 시간이 없었다. 카인은 루시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눈동자가 긴박함으로 크게 홉떠졌다.
“루시엘, 빨리 물에서 나와야 해요. 여기는 위험해요!”
카인이 루시엘의 손목을 끌어당기기 직전, 바위에서 기어 나온 촉수 다발이, 그보다 더 먼저 루시엘의 발목을 잡아채었다.
“이, 이게 무슨…”
녹색 촉수가 루시엘의 발목을 잡고는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밧줄처럼 얇고 긴 것, 인간의 혀를 닮은 것, 울퉁불퉁 돌기를 박은 남근처럼 흉흉하게 생긴 것…. 온갖 종류의 촉수 다발들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루시엘에게 달려들었다. 낭창한 몸뚱이가 촉수 더미에 파묻혔다.
“안 돼! 루시엘!”
카인은 바위에 올려둔 검을 집어 들었다.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으나, 아무리 잘라내고 베어내도 괴물은 죽지 않았다. 하급 마물 주제에 재생 능력이라도 가진 것인지, 촉수는 계속해서 자라났고, 점점 더 가닥의 수를 늘려나갔다.
“놔라, 미물 주제에 이 무슨… 내가 누군 줄 알고…!”
황제의 호령이 인간도 아닌 괴물에게 통할 리 만무했다. 촉수는 루시엘의 팔다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는, 꿈질거리며 그의 몸 곳곳을 만지작거렸다.
촉수에서 뿜어져 나온 정체 모를 점액질이 의복에 달라붙었다. 소리도 없이 옷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천이 흘러내린 자리에, 부드러운 맨 살결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루시엘의 낯빛이 경악으로 파리하게 질렸다.
“좋은 말 할 때 당장 이거 놓… 우읍-!”
루시엘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두툼한 촉수가 작은 입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제멋대로 입천장을 비비고 볼 안쪽의 점막을 쓸고 지나갔다.
루시엘은 이를 세워 강하게 촉수를 깨물었다. 깨물다 못해 잘근잘근 씹어대었지만, 촉수에는 잇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우욱, 읍…!”
깨물린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뒤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루시엘의 뒤통수를 잡고 꽉 내리눌렀다.
뭉툭한 선단이 목구멍을 쿡쿡 찌르다가 끝내 목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목구멍이 강제로 열렸고 여린 목젖이 짓눌렸다. 우욱, 구토감이 치솟았다. 구역감의 이유가 생리적인 것인지, 정신적인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촉수는 루시엘의 입에서 반쯤 성기를 뽑아내었다. 그가 헐떡거리며 부족한 숨을 몰아쉬려는 그때, 촉수가 다시금 입 안 깊숙이 삽입되었다. 아, 흐윽, 읍, 뭉개진 신음이 부르튼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촉수에게 이라마치오를 강제당하는 듯한 꼴이었다.
“으윽, 우웁…윽…”
촉수가 추삽질을 하듯 입속을 쑤셔댈 때마다, 루시엘은 어깨를 움츠리며 끙끙거리는 신음을 토해내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해사했던 얼굴이, 지금은 눈물과 타액으로 엉망이었다.
촉수는 발기한 성기처럼 한층 더 부피를 키워나가더니, 정체 모를 액체를 루시엘의 목구멍 너머로 그대로 쏟아부었다. 액체는 희고 끈적끈적했으며 비릿한 맛이 났다. 정액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마지막 남은 액체 한 방울까지 루시엘의 입속으로 흘려보낸 후에야, 촉수는 비로소 입 밖을 빠져나갔다.
“아으, 읏, 뭐야, 이건…”
루시엘은 한참 동안 콜록거렸다. 손이 묶여 있지만 않았어도 양손으로 목을 감싸 쥐고 헛기침을 했을 터였다.
“아, 앗…?”
이변은 곧 나타났다. 심장이 고막에 눌어붙은 것처럼 요란하게 박동했다. 온몸이 화끈거렸고 특히 아랫배에 열기가 몰렸다. 만지지도 않은 성기가 심지를 가지고 뻣뻣하게 섰다. 이쯤 되면 저 액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명백했다. 발정제였다.
촉수 다발들이 루시엘의 몸 위를 끈덕지게 기어 다녔다. 어떤 촉수는 귓가에 진득한 점액을 묻혔고, 또 어떤 촉수는 배꼽 아래쪽을 짓궂게 간질였다.
촉수가 루시엘의 양 허벅지를 잡더니 활짝 열어젖혔다. 발기한 성기와 회음부, 그 아래 구멍까지 숨김없이 드러났다. 습한 여름 공기가 치부에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그 모든 광경을, 카인은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쳐다보면 안 된다. 주군의 수치를 똑바로 응시한다니. 기사답지 못한 행위다.
하지만,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제 주군은 필연적으로 아름다웠고, 어쩔 도리 없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희고 가는 종아리와 군살 없는 허벅지. 희고 곧은 성기. 루시엘의 물건은 튀어나온 힘줄이 적고 색이 맑았으며, 끝부분이 옅은 분홍색을 띠었다. 폭군을 둘러싼 온갖 성적인 추문들이 무색하게도, 그의 물건은 경험이 없는 이의 것처럼 깨끗했다.
성기를 툭툭 건드리던 촉수가 가슴으로 향했다. 빨판이 달린 촉수가 양쪽 가슴에 달라붙었다. 츕, 츕, 게걸스러운 소리를 내며 젖꼭지를 세게 빨아대었다.
분홍색 유두가 금세 새빨갛게 도드라졌다. 촉수가 가슴을 강하게 흡착할 때마다, 상반신이 들썩거리며 위로 들렸다.
“하으, 읏, 히익, 싫어… 가슴으로, 흐읍, 느끼기, 싫, 어, 아아…!”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던 촉수 두세 다발이 위쪽으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갔다. 둔부 사이를 더듬거리며 삽입할 만한 구멍을 찾았다. 미끈거리는 점액으로 뒤덮인 촉수가, 엉덩이골에 느리게 문질러졌다. 그리고 곧, 가느다란 촉수 서너 가닥이 일제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악-!”
루시엘의 입에서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고통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기분이, 좋았다.
인간의 황제인 자신이, 마물에게 범해지면서 쾌락을 느낀다니.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고통만 존재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적어도 정신이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이딴… 더러운 마물 따위한테, 느낄까 보냐….”
루시엘은 이를 앙다물고 뒤늦게 신음을 참으려고 했다. 고개를 세차게 휘저으며, 뇌리를 장악한 쾌감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촉수는 루시엘의 몸을 완벽히 파악한 것처럼 움직였다. 내벽을 더듬다가 민감한 부분만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대었다. 서너 개의 촉수 가닥에 안에서 얽혔다. 정확히 전립선만을 도려내듯 자극했다.
“응, 아읏, 히익-”
루시엘은 혀를 빼물고 겨우 숨만 내쉬었다. 제 것 같지 않은 가쁜 신음이 유독 크게 머리를 울렸다. 손이 묶여있지 않았다면, 양손으로 입을 꾹 틀어막을 수라도 있었을 텐데.
루시엘은 몸에 휘감긴 촉수를 떼어내려고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촉수는 더욱 단단히 그를 얽어매었다. 촉수에게 붙잡힌 팔다리가 파르르 경련했다.
“카인, 도와줘, 카인… 하응, 읏-”
이 상황에서 믿을만한 것은 자신의 호위 기사밖에 없었다. 루시엘은 더듬거리며 카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에반에게서 자신을 구해냈던 그가, 이번에는 촉수의 손아귀에서 주군을 건져주기를 바라면서.
카인이 무어라 대답한 것 같았는데, 머리가 멍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질척이는 물소리만 고막을 자극했다.
한편 카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촉수를 베어내고 있었다. 그는 검을 고쳐 잡았다. 수십 번, 수백 번, 눈앞의 적을 향해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촉수가 뭉텅이로 잘려 나가며 징그러운 절단면을 보였다. 절단된 부분이 꿈틀거리더니 그곳에서 새로운 촉수 두세 줄기가 뻗어 나왔다. 마물은 다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덩치를 키웠다.
‘자가 재생을 하는 촉수라니.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났지? 이런 건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땀이 이마 아래로 흘러내렸지만 닦아낼 여유가 없었다. 무작정 칼만 휘두르는 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 모든 마물은 신체 어딘가에 핵을 가지고 있다고 배웠다. 그 핵만 찾아내서 파괴한다면, 루시엘을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핵이 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냐는 건데….’
마물의 핵은 인간의 심장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아마 몸의 중심부에 핵이 존재할 것이다.
카인은 눈을 부릅뜨고서 마물을 노려보았다. 수십 개의 녹색 팔이 어지럽게 얽히고설키며 시야를 가렸다. 중심부를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저 마물에 몸통이랄 게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했다.
“카인, 나 더 이상은, 못 버티… 아아, 잠깐, 뭐야 이건…!”
루시엘의 비명에 한층 더 급박함이 서렸다. 안쪽을 쑤셔대던 촉수들이 이번에는 애널을 한계까지 잡아 벌렸다. 활짝 열려 뻐끔대는 구멍으로, 또 다른 촉수가 서서히 다가왔다.
그것은 촉수라기보다는 흉기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팔뚝쯤 되는 두께에, 겉면에는 울퉁불퉁한 돌기들이 다닥다닥 박혀 있었다. 최음 효과로 몸이 한껏 민감해진 상황에서, 저런 무자비한 물건으로 뱃속이 들쑤셔진다면…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명확했다.
거대한 촉수가 좁은 안쪽을 무리하게 파고들었다. 내벽이 오물거리며 어떻게든 촉수를 집어삼켰다. 구멍이 억지로 확장되고, 장기가 짓눌리는 기묘한 감각에, 루시엘은 욱욱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고통은 없었다. 촉수가 먹인 강력한 발정제는, 아픔을 모조리 쾌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루시엘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것은, 잔혹한 통증이 아닌 달콤한 쾌락이었다.
“읏, 흐앙, 이거 빼…! 끄윽, 윽, 어째서…”
촉수가 성감대를 문질러댈 때마다, 머릿속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뺨이 발갛게 상기되었고, 젖꼭지가 단단하게 뭉쳤다. 부서질 듯한 비명이 목구멍 저 끝에서 기어 올라왔다.
촉수는 루시엘의 구멍 안을 거칠게 유린했다. 촉수가 추삽질을 해댈 때마다, 돌기가 민감한 속살을 지익 긁었다. 내벽을 턱턱 쳐올리다가 속살을 끌며 단번에 주욱 뽑혔다. 그러다가 다시금 안쪽으로 끝도 없이 밀려 들어왔다.
“흐응, 히익, 죽, 죽어… 이러다가, 진짜 죽… 하앙! 흡!”
루시엘은 헐떡거리며 연신 달뜬 신음을 토해내었다. 붉은 눈동자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그는 힘겹게 눈을 깜빡거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추삽질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위아래로 움직이던 촉수가 돌연 좌우로 회전했다. 달려있는 돌기가 전립선을 후비듯 짓눌렀다. 바로 그때, 절정이 찾아왔다.
“하으응-”
저릿한 쾌감이 온몸을 잠식했다. 열감이 몰린 접합부가 녹을 듯이 뜨거웠다. 목소리 끝이 둥글게 위로 휘어지더니, 벌름거리는 요도구에서 백탁액이 뿜어져 나왔다. 강렬한 사정이었다. 한 번의 절정으로 녹초가 되어버린 몸이 힘없이 늘어졌다.
“하악… 아….”
루시엘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를 응시하고 있던 카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카인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루시엘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기묘한 시선이었다. 분노와 절박함, 그리고 욕망. 갖가지 감정으로 얼룩진 금안이 매섭게 번뜩였다.
그 눈빛은… 주군을 바라보는 기사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고 발버둥 치는 연인의 눈동자 같았다. 그러고 보니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반려만 사랑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카인…?”
“핵을 찾아낸 것 같아요. 조금만 더 버텨줘요, 루시엘.”
카인은 괴물의 무수한 촉수 위로 뛰어올랐다. 촉수를 발판 삼아 위를 향해 나아갔다. 촉수가 카인을 막기 위해 기를 쓰고 덤벼들었다. 저에게 달려드는 촉수 다발들을, 카인은 검 한 자루로 전부 쳐내었다.
위기 상황에서 생식 욕구가 커지는 것은, 모든 생물의 본능이다. 하급 마물인 촉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촉수는 삽입되어 있던 밑동을 불룩 부풀렸다. 그리고 곧, 촉수가 꿈틀거리며 둥근 알을 토해내었다.
알이 루시엘의 배 안으로 꿈질꿈질 밀려 들어왔다. 알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당구공만 한 것도 있었고, 손바닥 절반만큼 큰 것도 있었다.
가냘픈 허리와 마른 몸집으로는 많은 알을 품을 수가 없었다. 세 개쯤 넣었는데 벌써 괴로운 포만감이 느껴졌다.
“시, 싫어, 괴물의 알 따위, 배고 싶지 않… 흐읏, 욱,”
네 번째 알이 꾸역꾸역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 반동으로 인해, 이미 삽입되어 있던 알들이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 갔다. 알들이 뱃속에서 부딪히며 장벽을 문질렀다. 군살 없이 판판했던 아랫배가 둥글게 솟아올랐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촉수가 마지막 알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다섯 번째 알은 비정상적으로 컸다. 성인 남성의 주먹 크기는 되어 보였다. 루시엘은 날카로운 숨을 삼켰다.
“아, 안 돼, 저런 거, 들어갈 리가…”
루시엘의 눈이 어두운 절망으로 물들었다. 저런 게 들어가는 건 무리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그는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허리를 휘감은 촉수에 의해 제지당했다.
말도 안 되는 사이즈의 알이, 긴장으로 오므라든 구멍을 열어젖혔다. 애널의 주름을 팽팽히 펴고서 단숨에 안쪽으로 쑤셔 박혔다.
“아읏, 흐, 아아악…!”
촉수의 점액질로 범벅이 된 입술에서, 조각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루시엘의 온몸이 뻣뻣이 굳었다. 몸을 이완시켜야 조금이나마 더 편해질 텐데, 그런 것들을 고려할 만한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 안 돼, 부서져어… 크읏, 윽…”
가장 큰 알을 간신히 밀어 넣고서야, 촉수는 만족한 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붉은 점막이 녹색 촉수 가닥에 달라붙어 순간 같이 딸려 나왔다. 그의 낯이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것으로 얼룩졌다.
바로 그때, 날 선 칼날이 촉수를 갈랐다. 덩굴 같은 촉수 다발들을 헤치고서,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핵을 향해- 칼끝이 내리꽂혔다. 괴물의 표면이 거칠게 베어지고, 잘 커팅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핵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인은 손을 뻗어 핵을 움켜쥐었다. 손아귀에 힘을 주어, 그대로 잡아 뽑았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예였지만, 늑대 수인인 카인은 능히 해낼 수 있었다. 사자나 늑대 같은 육식 수인들은 평범한 인간들보다 힘이 훨씬 세었고, 카인은 그중에서도 특히 더 강한 편이었다.
핵을 잃은 촉수가 빠르게 허물어졌다. 루시엘의 낯에 순간적으로 황망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에, 카인은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애완촉수….”
루시엘이 입속으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카인은 역시 이 말도 듣지 못했다.
카인은 떨어지는 루시엘을 받아 안았다. 마물의 잔해가 둥둥 떠다니는 강에서 나와, 바닥에 그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루시엘은 부푼 배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복부 아래에 자리 잡은 알들이 골반을 압박했다. 일단은 알을 내보내는 게 급선무였다. 다행히도 알은 딱딱한 껍질이 아닌, 물컹한 점액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일반적인 알보다는 그나마 산란하기 수월할 터였다.
“으응, 윽….”
루시엘은 배에 힘을 주어 천천히 알을 밀어내었다. 희멀겋게 부르튼 입술에서 하윽, 읏, 하는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허벅지 안쪽이 안쓰러울 정도로 발발 떨렸다.
타원형의 알이 조금씩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알의 볼록한 부분이 전립선에 닿는 그 순간, 루시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하으, 읍-!”
아랫배의 힘이 풀렸다. 구멍을 비집고 밖으로 반쯤 삐져나왔던 알이 안쪽으로 쑤욱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만큼 알이 잘 나오지 않았다. 놓아주기 싫다는 듯, 내벽이 수축하며 이물질을 조였다.
루시엘은 다시 한번 배에 힘을 주었다. 저릿한 열감이 배꼽 아래에 진득하게 고였다. 잔뜩 흐무러진 애널 사이로, 희끄무레한 알이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발끝이 저절로 안쪽으로 곱아들었다. 한 움큼의 고통과, 그를 상쇄하고도 남을 쾌감이 아랫배를 난도질했다.
“하응-!”
미끈한 알이 데구루루 바닥을 굴렀다. 알을 토해낸 구멍이 둥글게 벌어져 흐물거렸다.
겨우 하나의 알을 산란했을 뿐인데, 전신에 피로감이 엄습했다. 그는 달아오른 눈가를 손등으로 덮었다. 이대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루시엘. 제가 당신을 돕게 해주세요.”
카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와닿았다. 도와드릴까요? 라는 물음이 아닌, 온점으로 끝나는 청유였다.
주군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카인이 루시엘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루시엘은 다리를 닫으려고 했지만, 카인의 손에 양 허벅지가 틀어 잡혔다. 기사는 황제의 치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분홍색 감도는 애널이 뻐끔거리며 말간 액을 왈칵 쏟아내었다.
순간, 유리 조각처럼 서늘하고 날카로운 충동이, 카인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그의 안을, 알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우고 싶었다. 저런 괴생명체의 알 대신, 오롯이 자신의 물건으로.
작금의 상황에는 불필요한 감정이었다.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비정상적이기까지 했다. 감히 제 주인에게 욕정을 품는 기사라니. 심지어 그의 주군은 이 나라의 황제였다.
카인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쓸데없는 사념을 내쫓았다. 그는 루시엘의 배 위로 살포시 손바닥을 얹었다. 뭉근하게 복부를 쓰다듬자, 알들이 움직이며 서로 부딪혔다.
“하지 마, 카인…”
루시엘이 카인의 손을 쳐내었다. 귓바퀴부터 귓불까지가 온통 붉었다. 새삼 부끄러움이라도 타는 모양이었다.
본디 그에게는 수치심이라고는 없었다. 정무 중에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가운 하나만 대충 걸치고서 시중을 받을 때도, 루시엘은 겸연쩍어 하기는커녕 당당히 턱을 치켜들었다. 그랬던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도와줄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할…”
루시엘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카인이 그의 배를 꾸욱 누른 탓이었다. 발갛게 부어 움찔거리던 애널이 천천히 열렸다. 뻐끔거리는 구멍 사이로, 둥근 알이 고개를 내밀었다. 알은 전립선을 문지르며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루시엘은 입을 헤 벌리고서 얕은 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호흡을 고르려고 하는 동안에도, 입술 사이로 숨들이 증기처럼 튀어 올랐다.
카인은 단지 배를 누르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이 이번에는 구멍을 벌렸다. 손가락 두 개가 내벽을 파고들더니, 탐색하듯 이곳저곳을 꾹꾹 눌렀다.
곧 손끝에 미끈미끈한 무엇인가가 닿았다. 그는 엄지와 검지로 알을 꽉 잡아 쥐었다. 표면이 매끄러워 빼내기가 쉽지 않았다.
카인은 몇 번 헛손질을 했다. 손마디가 본의 아니게 내벽을 자극했다. 흐읏, 아, 아앙- 루시엘이 여지없이 으스러지는 신음을 흘렸다. 신음에 담긴 것은 순도 높은 쾌락이었다.
기사는 주군을 돕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단내가 묻어나는 열띤 신음소리나, 손마디에 감겨오는 말랑한 점막의 감촉, 희미한 붉은빛으로 물든 둔부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는 황실의 기사답게, 황제에게 충심만을 바쳐야 했다.
그러나 ‘기사답다’는 말이 과연 자신과 어울릴까. 루시엘은 카인에게 산란을 돕지 말라고 명령했다. 카인이 진정한 기사였다면, 주군의 명령을 우선으로 따라야 했다. 허나 자신은….
카인은 손에 힘을 주어 알을 잡아 뺐다. 네 개의 알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알은 어느덧 단 하나만 남아 있었다.
“몸에 힘을 풀어요. 그래야 더 잘 뺄 수 있어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 으응-!”
점액과 장액으로 푹 젖어든 손가락이, 다시금 루시엘의 안을 침범했다. 카인은 흠칫흠칫 튀는 루시엘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의 움직임을 억누른 후 네 손가락을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
알을 집어서 빼내자, 속살이 손등에 이끌려 바깥으로 잠깐 딸려 나왔다. 아읏-! 루시엘이 마지막으로 찢어지는 듯한 교성을 내질렀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알을 전부 산란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부풀었던 배가 다시 판판하게 가라앉았다.
줄곧 떨리던 루시엘의 상체가, 카인의 품속으로 완전히 허물어졌다. 카인은 그의 몸을 잡아 안았다. 열이 상당했다. 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촉수 점액의 부작용인 것 같았다. 촉수의 입장에서는 부작용이 아니라 효능이겠지만 말이다.
“루시엘, 괜찮아요? 루시엘!”
이 상황에서, 카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알을 빼내는 것은 마무리했으니, 이제 루시엘을 의원에게 데려가야 했다. 한시가 급했다.
카인은 풀밭에 벗어둔 제복 블레이저를 집어 들었다. 검은 천으로 카인의 알몸을 꽁꽁 싸맸다. 급박한 와중에도, 괴물의 핵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핵이 있어야 괴물의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두 팔로 루시엘을 안아 들고서, 카인은 황궁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목구멍 끝에서 쇠비린내가 났고, 발목에 감각이 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박동했지만, 카인은 멈추지 않았다. 입 안에 고인 신 침을 되삼키며, 그는 주군을 더욱 강하게 껴안았다.
◊
“흐음….”
안경을 쓴 의원, 아이작이 돋보기를 들고 핵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마다, 밝은 분홍색 곱슬머리가 움직임에 맞추어 흩날렸다. 아이작은 치료술은 물론이고, 마물에 대해서도 능통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현재의 사태에 딱 어울리는 인재였다.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의 마음으로, 카인은 아이작이 입술을 떼기만을 기다렸다. 루시엘은 이불을 목 끝까지 덮은 채,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드디어 정답을 찾아냈는지, 아이작의 청록색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토르토파네. 이 마물. 그런데 이런 게 왜 얕은 계곡에서 나타났지?”
“토르토파…요?”
“응. 핵만 보면 분명 토르토파인데… 서식지가 좀 걸리네. 재생 능력이 있다는 점도 이상해. 원래 토르토파는 그런 능력이 없거든. 누가 옆에서 복구 마법을 걸어줬다면 모를까.”
“마물에게도 복구 마법을 걸 수 있단 말입니까?”
“보통의 ‘선량한’ 마법사들은 못 하지. 하지만 흑마법사는 가능해.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황제를 해치려는 사악한 흑마법사의 술수일 수도….”
…빌어먹을. 카인의 얼굴 위로 해쓱한 어둠이 번졌다. 불안과 자책감이 불에 달군 쇠사슬처럼 심장을 꽁꽁 동여매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 의식을 잃으신 이유는 뭔가요? 치료할 방법은 있는 겁니까?”
“방법이야 있긴 한데… 내가 치료해도 되는 건가 모르겠네.”
아이작이 곤란하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는 몇 번 헛기침을 하여 목을 다듬은 후, 최대한 차분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아래로 정액을 먹이면 깨어나.”
“네?”
“아으, 내가 이런 표현까지 써야 하나. 수면간. 수면간하면 낫는다고!”
수면간? 순간 멍해진 카인을 뒤로 하고, 아이작은 토르토파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점액의 효과는 그뿐이 아니야. 점액을 복용하면, 혼수상태에서 야한 꿈을 꾸게 돼.”
“어떻게 저런 마물이….”
“폐하께서 정확히 무슨 꿈을 꾸시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성과 섹스하는 꿈이 아닐까?”
“…아마 그렇겠죠. 폐하는 이성애자시니까.”
카인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이작은 턱을 괸 채로, 카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들고 있던 토르토파의 핵을 카인의 손에 들려주었다. 카인은 영문도 모른 채 반짝이는 광석을 받아들었다.
“너 폐하 좋아하지? 성애적인 감정까지 포함해서.”
“아니요.”
뇌를 거치지 않은 답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희었던 광물이 거무튀튀한 색으로 빠르게 얼룩졌다. 이게 뭐지? 카인은 미간을 구겼고, 아이작은 짤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책에서만 읽었는데 이게 진짜 되네. 너, 정말 폐하 좋아하는구나?”
“……?”
“토르토파의 핵은 ‘진실의 눈동자’라고도 불리거든. 핵이 검게 변하면, 그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야.”
아이작이 신이 나서 재잘대었다. 그에게는 폐하의 안위보다는, 신기한 현상을 목격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았다.
비단 아이작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카인이 쓰러진 황제를 안고 황궁으로 돌아왔을 때, 그 누구도 진정으로 황제를 걱정해 주지 않았다. 폐하는 괜찮으신 겁니까? 호들갑을 떨어댔던 것과는 다르게, 그들의 눈빛에 염려라고는 한 톨도 없었다.
카인은 광물을 꽉 움켜쥐었다. 그들에게 이 눈동자를 쥐여 주고서, 묻고 싶었다. 당신들은 진실로, 폐하가 죽든 말든 상관없는지. 아니, 외려 폐하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건지.
의지할 가족도 없고,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고, 믿을 만한 신하도 없는 인생이라니. 그런 삶은… 너무 비참했다.
널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
그 개울가에서, 이 문장을 말하면서, 루시엘은 말갛게 웃었던가. 아니면 씁쓸하게 입꼬리만 겨우 올렸던가.
“아, 맞다!”
아이작의 쾌활한 목소리가 카인의 회상을 방해했다.
“진실의 눈동자는 총 일곱 번 쓸 수 있어. 횟수가 정해져 있으니까, 소중하게 아껴 써.”
“…방금 한 번 사용했습니다.”
“아앗. 그럼 이제 여섯 번 남았네.”
아이작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카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후,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치료는 너한테 맡길게. 폐하를 잘 부탁한다.”
그는 엄지를 세우고서 애교 있게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카인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찰나, 아이작은 방문을 열고서 쏜살같이 복도로 나가버렸다.
쾅,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넓은 침실에 카인과 루시엘, 단둘만이 남았다.
루시엘은 넓은 침대 위에서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카인은 침대 머리맡에 가만히 앉아, 그의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꾹 감긴 눈꺼풀과, 눈가에 촘촘히 배겨 있는 은빛 속눈썹. 야한 꿈을 꾼다는 게 사실이었는지, 그는 연신 끙끙거리는 신음을 흘렸다. 눈두덩이 움찔거릴 때마다, 긴 속눈썹이 비에 젖은 나비의 날갯짓마냥 파르르 경련했다.
카인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루시엘의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그의 머리칼은 부드러웠고 은은한 향유 냄새가 났다. 이번에는 오뚝한 콧대와 도톰한 입술을 손끝으로 더듬어보았다.
우응…. 루시엘이 입술을 오므려 그의 손가락을 빨았다. 부드러운 혀가 단단한 손가락을 휘감았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겠지만 자극이 상당했다.
카인은 말캉한 그의 혀를 더듬고, 입천장과 볼 점막을 손끝으로 간지럽혔다. 하앙, 흐읏- 루시엘이 나직하게 신음했다. 그의 몸뚱이는 입속까지도 민감했다.
이불을 들추자, 제복 상의만 겨우 걸치고 있는 호리호리한 몸이 드러났다. 제복마저 벗겨내자 루시엘은 완연한 나신이 되었다.
옅은 분홍빛을 띤 유두를 툭 건드리자, 루시엘이 흐응, 하는 비음을 흘렸다. 발정제의 효과가 많이 잦아들었기 때문인지, 전처럼 과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잘 느끼는 편이었다.
카인은 반쯤 서 있는 루시엘의 중심부를 손으로 쥐었다. 살기둥을 몇 번 쓸어내리자 그의 물건이 빠르게 단단해졌다.
엄지배로 요도를 둥글게 문지르자 흰 정액이 튀었다. 백탁액이 카인의 손에 엉겨 붙었다. 루시엘의 사정은 빨랐다. 동정이라는 게 더 신빙성 있을 만큼.
‘물론 동정일 리는 없겠지만.’
“흐응-”
루시엘이 다리를 오므리며 칭얼거렸다. 카인의 손이 루시엘의 두 다리를 잡아 벌렸다. 희고 보드라운 허벅지와, 그나마 살이 있는 둔부. 그리고 사이에 숨겨진 비좁은 구멍…. 촉수의 알을 낳았던 것이 거짓말 같게도, 애널은 오밀조밀하게 다물어져 있었다.
카인은 그의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빽빽한 내벽이 손가락을 끊어먹을 것처럼 조였다.
흐윽, 읏… 루시엘이 몸을 가늘게 떨었다. 자는 와중에도 예민한 몸이었다. 눈꺼풀로 가려진 붉은 눈동자는, 분명 열락으로 흐물흐물하게 풀려 있을 터였다.
카인은 루시엘의 모든 부분을 사랑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나 그의 눈이었다. 평소에는 잘 닦인 유리구슬처럼 반짝이지만, 정사 때에는 짓무른 과일처럼 달큰하게 녹아내리는 그 눈동자. 눈꺼풀이 닫힌 탓에 그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카인은 루시엘의 윗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입술을 진득하게 핥다가, 안쪽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입천장과 볼 점막을 범하듯이 휘저었다. 아래에 가만히 붙박여 있는 그의 혀를, 제 혀로 얽어매었다. 혀와 타액, 호흡이 질척거리며 뒤섞였다. 루시엘의 손끝이 움찔움찔 떨렸지만, 그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루시엘과 관계를 맺는 것은, 오늘부로 벌써 두 번째였다. 두 번의 정사 모두 루시엘이 맨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치러졌다. 저번에는 미약에 취했었고, 이번에는 잠에 취해있다. 그리고 오늘 밤도, 루시엘은 카인과 몸을 섞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터였다.
기억하는 것은 오직 카인의 몫이다. 루시엘이 얼마나 달콤한 목소리로 신음했는지, 몸의 궁합이 얼마나 잘 맞았는지, 카인의 등을 꼭 감싸 안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도… 루시엘은 전혀 알지 못한다.
황홀한 기억을 형벌처럼 어깨에 이고서, 카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루시엘을 보며 웃어야 한다. 무지를 흉내 내야 한다. 충직한 기사의 껍데기를 쓰고서,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또, 또 잡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카인은 입술을 깨물고서 제 바지 버클을 풀었다. 바지와 드로즈를 반쯤 내리고서 단단히 선 좆을 잡았다. 뭉툭한 귀두가 구멍을 파고들었다.
카인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루시엘은 쾌락을 좇아 본능적으로 허리를 들썩였다. 하읏, 응, 으읏… 벌어진 입술 새로, 흐릿한 신음이 잠꼬대처럼 튀어나왔다.
“루시엘. 저는, 당신을…”
당신을 사랑해요. 카인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꿈속에 갇힌 루시엘에게는 닿지 못할 고백이었다.
카인은 문득, 루시엘의 온몸에 제 잇자국을 남기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눈처럼 희고 깨끗한 살결 위에, 난잡한 울혈을 새기고 싶었다. 짐승들이 페로몬으로 제 영역을 표시하듯, 루시엘의 몸 위를 자신의 흔적으로 뒤덮기를 원했다.
지금으로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카인이 루시엘에게 이런 ‘치료’를 행했다는 것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했다. 남자에게 안겼다는 것을, 자존심 강한 루시엘이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었다.
심지어 상대는 그의 기사다. 제 주군과 정을 통하는 기사라니.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으응, 옷 벗겨줘, 빨리….”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루시엘이 흐트러진 발음으로 웅얼거렸다. 그의 잠꼬대를 듣는 순간, 카인은 잠깐이나마 헛된 기대를 품었다. 그의 꿈에 나온 상대가, 혹여 자신이 아닐까 하는.
“클로에, 이드… 나한테 키스해 줘, 어서….”
입술을 느리게 달싹거리며, 루시엘은 누군지 모를 사람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클로에? 이드? 생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어쨌거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루시엘의 꿈속에 카인은 없다는 것. 그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카인은 루시엘에게 다시금 입술을 붙였다. 말이 나올 자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듯. 루시엘은 그 뒤로도 뭐라고 더 중얼거렸지만, 카인에게 그 말은 닿지 않았다. 입맞춤에 그의 언어들은 파묻혔다.
◊
실상은 이랬다.
클로에는 열한 번째 생에서 카인의 이름이었고, 이드는 열두 번째 생에서의 이름이었다. 꿈속에서 루시엘은, 전생과 전전생의 카인이랑 섹스를 하고 있었다.
“클로에, 이드. 나한테 키스해 줘. 어서….”
클로에가 먼저 루시엘에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핥던 습한 살덩이가 점점 밑으로 내려왔다. 클로에는 루시엘의 동그란 어깨와 도드라진 쇄골 위로 입술을 겹쳤다. 입술을 오므려 살갗을 강하게 빨자, 무른 피부에 순흔이 붉게 남았다.
클로에가 루시엘의 상반신을 애무하는 동안, 이드는 그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허벅지를 쓸어 올리던 손이 회음부를 어루만지다가, 벌름거리는 구멍을 둥글게 덧그렸다. 손가락이 아래를 비집고 들어왔다. 말캉한 내벽이 옴죽거리며 손마디를 휘감았다.
루시엘은 다리를 더욱 넓게 벌렸다. 삽입당할 곳을 스스로 드러내며, 클로에와 이드를 재촉했다.
“으응, 빨리, 둘이 동시에 넣어도 좋으니까….”
현실이었다면 한 구멍에 두 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었을 테지만, 이곳은 꿈이었다.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찰싹. 엉덩이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드가 손바닥으로 루시엘의 둔부를 내리친 것이었다. 새하얀 피부 위로, 손자국이 붉게 남았다. 하윽, 윽- 루시엘은 앓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그 잠깐도 못 참습니까? 질질 흘리기는….”
그가 루시엘의 좆을 툭툭 건드렸다. 단단해진 살기둥이 투명한 쿠퍼액으로 번들거렸다. 원래의 이드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이었다.
카인의 전생이 늘 그래왔듯, 이드는 다정한 사내였다. 강압적인 섹스는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드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이 꿈이라는 증거 중 하나였다.
‘아… 너무 좋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