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9/24)

외전 2.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나는 되도록 노엘을 피하려고 했다. 노엘이 어디 아프냐고 무섭도록 걱정스럽게 쳐다봤지만, 고개만 저었다. 그림도 안 그리면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작업실에 틀어박히길 반복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이틀 정도 지났으면 괜찮겠지 싶어 조용히 방 밖으로 나왔다. 달칵, 가벼운 금속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문 앞에 노엘이 서 있었다.

“밥 먹자고 하려 했는데 마침 잘 됐다. 예약했던 곳이 있는데 너랑 가보고 싶었거든. 같이 가자.”

어서 나가자는 듯이 손을 내미는 모습에 우두커니 지켜만 봤다. 키스하던 그때가 생각나서 괜히 의식됐다. 힐끔거리다 고개 돌려 입술만 짓이겼다. 또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서 목덜미를 긁적였다. 집에서 입는 티셔츠라 그런지 꽤 헐렁해서 손이 스칠 때마다 어깻죽지가 살살 드러났다.

“씨발, 이거 뭐야?”

하지만 멋쩍은 것도 잠깐이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요 몇 달간 다정하게 쳐다보던 노엘은 순식간에 본성을 드러내겠다는 듯이 욕을 읊조리고는 내 손목을 낚아챘다. 시선은 내 눈이 아닌, 어깨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잠깐만…….”

“따라서 와.”

이틀 전, 나 스스로 어깨를 깨물었던 게 떠올라 해명하려 했으나 노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 손목을 옭아맨 하얀 손에는 계속해서 힘이 들어갔다. 피부 위로 붉은 손자국이 퉁퉁 부풀어 올랐다.

“자, 잠시만요. 제 얘기, 흐읍…….”

노엘은 나를 끌고 바로 옆에 있던 방에 데리고 들어갔다. 그곳은 손님용 침실이었다.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방이라 여기저기 새 가구 냄새가 풀풀 풍겨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 따위 아랑곳할 수 없다.

“노엘, 그게, 그게…….”

아무래도 어깨에 있는 자국 때문에 미쳐버린 모양이다. 서둘러 해명하려고 했지만, 내 몸뚱어리는 이미 노엘의 손에 들려 침대 위로 던져졌다. 출렁이는 침대 감촉이 등줄기를 훑기도 전에 양손은 노엘에게 한 번에 잡혀 올려지면서 티셔츠가 벗겨졌다.

“하, 하지 마세요.”

“입 닥, 아니, 다물어.”

순식간에 훤히 드러난 가슴팍에 다리가 덜덜 떨려 왔다. 심지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발목마저 바르르 흔들렸다. 또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나를 내려다보는 노엘도, 내 가슴팍을 지분거리며 어깨를 움켜쥔 손끝도 그랬다. 그 하나하나에 속절없이 반응하고 말았다.

“이제야 알겠네. 왜 죄지은 사람처럼 피해 다니는 꼴을 했는지 말이야.”

“아흑!”

노엘이 내 어깨 위에 이를 박아 잘근거렸다. 잘근거리다 못해 물어뜯는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저릿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얼얼한 통증이 살갗을 뒤덮었다. 노엘을 멀쩡한 다리로 밀어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나 봐.”

“흐으…….”

“울어도 소용없으니까 나 보라고.”

커다란 손이 내 턱을 움켜쥐어 억지로 시선을 마주치게 했다. 떨림은 가시질 않았다.

한동안 조용히 지낸 탓에 잠깐이나마 우리의 과거를 잊었다. 노엘과 내가 어떤 사이인지, 어떤 관계로 얽매였는지. 지하실, 목줄, 그리고 손찌검. 온갖 기억이 떠올라 눈앞이 눈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집 아니면 병원 밖에 안 가는 네가, 어디서 이런 씨발스러운 걸 묻히고 왔는지 대답해.”

엄지와 검지만으로도 턱이 으스러질 것 같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뭐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덜덜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헐떡거리며 내가 하지도 않은 잘못을 빌어야만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잘못,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흐으…. 근데, 근데…….”

“말할 생각이 없어?”

“저, 정말. 정말, 아니, 흐으……. 아니에요. 잘못, 잘못했어요. 아무, 일도 하지 않…….”

“허락할 때까지 입 다물어.”

“아윽!”

노엘은 벗겨낸 티셔츠로 내 손목을 꽁꽁 묶어 침대 헤드에 연결했다.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디선가 철컥하는 수갑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덜덜 떨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에 매달린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륵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노엘의 입술이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입안으로 침식한 살덩이가 혓바닥을 옭아매며 주욱 빨아들였다. 끈적한 타액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자, 욕망을 채우지 못한 입술이 떨어져 나가더니 목덜미를 물어뜯고 잘근거리기 바빴다.

짐승과도 같은 게걸스러운 입맞춤이다. 쾌락이니 이상한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고통만 느껴졌다. 특히 노엘은 내가 자국을 남긴 오른쪽 어깨에서 떨어져 나가질 않았다.

“어떤 새끼가 했어.”

“흐…….”

“죽일까 봐 그래?”

죽인다는 말에 소름이 쫘악 돋아났다. 그동안 노엘이 했던 일을 잠깐이나마 잊고 있었다. 내가 했다고 말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손목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니 이런 자국을 냈다면 머리채를 잡고 뺨을 연신 때릴 것 같다. 선택권은 없다. 그저 눈물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을 뿐이다.

“유진.”

“흡, 흐…….”

“너한테 상처 입히는 일 없다고 했잖아. 뭘 무서워해? 분명 그 새끼가 꼬아낸 거야, 맞지? 더러운 벌레 새끼들은 단내만 나도 지 주제 파악 하나 못하고 달려드니까.”

“아, 흐…….”

노엘은 움찔거리는 내 몸뚱어리 위에 올라타 집요하게 목덜미만을 잘근거렸다. 목선을 따라 핥아 내리는 혓줄기에 바르르 떨어댔다. 대답을 하지 않자, 노엘이 내 귓불을 물고 혀를 굴렸다.

살점과 점막이 부딪치는 물기 젖은 소리에 몸을 흠칫 떨어댔다.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또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겁이 났다.

“흐, 윽…제발, 제발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면.”

순식간에 걸쳐 입었던 바지와 속옷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노엘은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떤 대답도 나를 가만히 둘 것 같지 않다.

두려운 감각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맥이 탁 풀리면서 숨 막혀 헛구역질을 끅끅해댔지만, 노엘은 내 목덜미를 집요하게 물고 잘근거리며 혀를 굴렸다.

“흐으, 제, 제, 말 좀, 제 말 좀……. 아흑!”

대답하라는 사람의 태도 같지 않다. 노엘은 쇄골이며 목덜미며 잇자국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노엘이 내 허리를 움켜쥐고는 유두를 입에 머금고 할짝거렸다. 손목이 묶여 있어 속절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 하지…흐으…….”

“이건 네 잘못이 아냐.”

“아, 흐…….”

“내 잘못이야, 유진. 네가 손대지 말아 달라고 해서 가만히 지켜만 봤으니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그치?”

“아윽!”

노엘이 가슴팍 위로 입술을 포개고는 미끄러지듯 하반신을 쓸어 만졌다. 배에서 허벅지까지 닿은 곳마다 소름이 올라왔다. 이상한 기분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노엘이 내 사타구니를 활짝 벌리고는 축 늘어진 성기를 움켜쥐며 귀두 끝을 뭉근하게 만지작거렸다. 오랜만에 닿는 손길에 허리를 움찔거렸다.

“근데 씨발 그 벌레 새끼가 누군지는 말해 줘야 할 거 아냐.”

“아, 아니, 흐으…….”

“그냥 물으면 대답 안 하지.”

“그, 그만. 아, 흑!”

그만이라는 말은 노엘에게 쓸모없다. 노엘은 내 성기를 천천히 흔들며 시선을 내렸다. 조명에 비친 파란 눈동자가 번뜩이며 나를 담아냈다. 그 시선을 감당할 수 없어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 흐… 하, 하지, 마세요. 아, 무, 아윽…….”

그동안 내가 봤던 노엘은 하지 말라고 하면 물러나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다.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 ‘과거’처럼 굴며 내 성기를 빠르게 흔들어댔다. 머릿속이 허옇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이상한 소리를 틀어막고 싶어 입술을 짓이겼다.

“네 몸 건드리지 마.”

“흐읍…….”

살벌한 목소리와 함께 노엘이 입을 맞췄다. 입술을 꾹 짓이기려고 했으나, 아래에서 가해지는 쾌락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헐떡거리는 타이밍에 맞춰 타액에 젖은 혓줄기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왔다.

“아, 읏…….”

“그래서 언제 말해 줄 건데.”

“흐으… 정, 말 아무도 아, 니에요.”

“씨발, 그 벌레 새끼 더럽게 감싸네.”

“아윽!”

성기를 움켜쥔 손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다. 살과 살이 마찰하는 낯뜨거운 소리가 점차 선명해졌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이 하얘지고 하반신에 피가 몰리는, 견딜 수 없는 쾌락이 온몸을 뒤덮었다.

발끝을 오므려 봤지만, 허리가 움찔거리는 것을 부추길 뿐이다. 견딜 수 없는 감각에 결국 엉엉 울음을 터트리며 동시에 사정했다.

“진짜 말 안 해?”

“끄, 으…….”

“그럼 이렇게 해줘야 말하려나.”

“아, 윽!”

노엘이 내 발목을 움켜잡았다. 멀쩡한 발목이 아닌 비틀어진 발목에 힘이 가해지자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노엘은 한 손으로는 내 무릎을, 나머지 손으로는 아픈 발목을 붙잡아서 벌려댔다.

“여전히 넌 어려워.”

노엘이 내 성기를 입에 머금었다. 미끈한 물에 푹 젖은 살덩이가 내 성기를 핥아 올리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허벅지 근육이 땅기는 빳빳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붉은 혀가 기둥을 핥아 올리며 귀두 끝이며 고환이며 닥치는 대로 입안에 굴리니 미칠 것만 같다.

“아흐, 그마안…….”

그만해달라고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야속하게도 침대 헤드에 묶인 천이 한계를 알려 주었다. 성기를 부드럽게 감싼 점막이 귀두를 집요하게 건드리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도 전부 잊어버릴 정도다. 부드러운 혀와 입의 촉감으로 엉망진창이 될 것만 같았다.

“흐읏. 이상……아흑.”

싫다는 말 대신 이상하다는 문장밖에 튀어나오지 않았다. 노엘이 주는 감각에 쾌락을 느끼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입에서는 달뜬 소리만 터져 나왔다.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며 노엘의 아래에서 놀아날 뿐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걸지도 모른다. 강압적인 관계에 길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정감에 차올랐다. 진심으로 수치스러웠다.

“노, 엘… 제발, 제발요. 흐, 더러, 잘못, 했, 흐으….”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빌고 봤다. 노엘은 내 애원을 듣고 무릎을 붙잡던 손에 힘을 뺐다. 하얀 손이 미끄러지듯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노엘이 내게 남겼던 각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엘은 허벅지 살결을 지분거리다가 허리선을 타고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하얀 손이 툭툭 건드리는 자극에 사정감이 짙어졌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다.

“아, 흐. 이상, 흐으. 제, 흣…….”

애원할수록 내 성기에 가해지는 쾌락은 선명해졌다. 노엘은 보란 듯이 고개를 틀어 살 기둥을 핥아 올렸다. 혀끝을 세워 귀두 끝을 할짝대는 것도, 내 목덜미를 만지는 것도 전부 다 미치게 하겠다는 기세다. 결국, 나는 얼마 견디지 못하고 사정하고 말았다.

“흐어어엉, 잘못, 해, 흐으…….”

자괴감, 두려움, 혼란스러움. 온갖 감정들이 밀려 들어왔다. 노엘이 입을 떼기 전에 사정했다는 두려움과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는 자괴감을 견디지 못하고 멍청하게 눈물만 펑펑 터트렸다.

“뭘 잘못했어?”

“흐, 흐으…….”

“근데 잘못했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해야 하는 거 알잖아.”

“아, 흑. 그만, 그, 제, 아흣…!”

하지만 노엘은 손바닥 위에 정액을 뱉어내고는 내 성기를 움켜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사정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쾌락이 밀려왔다. 버둥거리며 노엘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노엘이 발목을 누르는 바람에 허리를 뒤로 젖힐 수밖에 없었다.

“말해.”

“아, 흐, 으응…아무도, 안, 흣…….”

“넌 거짓말에 서툴다고 했지.”

“아흑!”

노엘의 손은 집요하고 거칠었다. 내 성기를 흔들면서 엄지로는 귀두 끝을 꾹꾹 눌러 자극하는데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손으로 목덜미를 꾹꾹 누르고 이를 박아 잘근거리며 핥아 대기도 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 또 한 번 사정하고 말았다. 그래도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노엘은 계속해서 내 성기를 흔들어댔다.

“제, 가 흐으… 혼자, 했어요. 허어어엉…!”

“뭐?”

결국, 한 차례 더 사정하고 나서야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기력이 바닥났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기라도 하려는지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노엘이 내 사타구니를 벌려 고개를 들이밀기 전에 엉엉 울음을 터트리며 수치스러움을 고했다. 울어봐도 수치스러움은 지워지지 않았다.

“흐, 죄, 죄송해요, 흐윽……. 근데 죽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끄윽, 그때, 갑자기, 기분, 흐, 이상해서……. 아, 아직 하, 하지 마세, 흐윽…… 제, 제가, 다 얘기, 얘기할 테니까….”

노엘이 성기를 머금으려고 몸을 낮추기 전에 싹싹 빌며 애원했다. 눈물에 가려져 노엘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땐 충분히 누그러진 사람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또 한 번 자괴감을 느꼈다. 내가 노엘의 기분을 신경 쓰고 있다는 여실한 증거니까.

“다른 새끼가 아니라 혼자 이런 자국을 냈다고.”

“네에. 흐으, 그러니까 죽인다는 말, 흐어어엉….”

“알았어, 안 할게. 울지 말고 나 봐, 응?”

침대 헤드에 묶인 천이 떨어져 나가면서 손목이 자유로워졌다. 갑자기 피가 통하니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노엘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힘없는 몸을 번쩍 들어 올려 제 허벅지 위에 앉히고는 시선을 마주쳤다. 쳐다보지 말라고 해도 시선 마주칠 수밖에 없는 자세다.

“왜 이런 걸 했어?”

노엘이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는 내 잇자국보다 노엘이 새긴 울혈밖에 보이지 않았다. 끅끅 새어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바르르 떨어댔다. 그러자 노엘은 이마며 뺨이며 콧등이며 아낌없이 입맞춤을 퍼부었다.

“좋아, 그럼 다른 질문부터 할게. 언제 했어?”

“흐, 이, 이틀 전에요.”

“아, 갑자기 목욕한다고 했을 때구나.”

“흐읍…….”

“그러게. 어쩐지 갑작스럽다고 했어.”

허리를 휘감은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노엘의 가슴팍에 기대 안긴 자세가 되고 말아 뒷걸음치려고 했지만, 꿈쩍도 할 수 없다. 노엘은 내 목덜미를 느릿하게 만지작거리며 척추 선을 따라 쓸어내려 주었다. 몇 번이나 사정했지만, 여전히 이상한 기분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자위도 했어?”

“아, 아니, 그런, 말하지……. 죄송해요. 흐윽…….”

적나라한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노엘도 겁났고 온화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노엘의 모습 역시 두려웠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려 했으나, 얻어터질까 봐 고개 숙이며 용서 빌기 바빴다.

옛날처럼 맞고 싶지 않다. 고개를 떨어뜨리며 엉엉 울음만 터트렸다. 하지만 곧 노엘에게 두 뺨이 붙잡혀 시선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 하면서 자위했어?”

“아, 아니, 흐……”

무슨 변명을 하기도 전에 침대 위에 눕혀졌다. 부드러운 매트리스 감촉을 느끼기도 전에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노엘은 그것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발목을 붙잡으며 바싹 끌어당겼다.

“키스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잘 느껴서 안 하려고 했구나.”

“아흑, 자, 잠시…….”

정말 싫어서 피한 거라고 변명하려 했지만, 얻어터질까 봐 바르르 떨며 입술만 깨물었다. 그러자 노엘은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내 아래를 지분거렸다. 사고 이후로 단 한 번도 건드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미 여러 차례 사정한 터라, 사타구니는 끈적한 정액으로 범벅이었다.

“그래, 이것도 내 잘못이야.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내버려 뒀으니까.”

“아흑. 잠시, 잠시…….”

“이것도 더 해달라는 뜻이지? 미안, 이제 알아차려서.”

“무, 무슨 말, 아흑…!”

무슨 말이냐고 하기도 전에 손가락 하나가 내벽 안으로 쑤욱 밀려 들어왔다. 축축하게 젖은 탓에 손가락은 거부감 없이 밀어 들어왔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흠칫 어깨를 떨며 노엘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게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건지 밀어 들어온 손가락이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휘젓기 시작했다.

“아읏!”

굵은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왔다. 손끝을 세워 내벽을 꾹꾹 누르는 자극에 저절로 이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음성이다. 서둘러 입술을 꾹 짓이겨 봤지만, 이미 늦었다.

“여기도 예민했네.”

“아, 흑….”

노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시에 내벽을 휘젓는 손가락이 빙글 돌아가며 점막을 자극했다. 손끝으로 내벽을 꾹꾹 누르며 자극하는 손길에 온몸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기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싫다는 말보다 이상하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묘한 느낌이다. 발끝을 오므렸지만, 쾌락을 더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그저 바르르 떨어대며 허리를 들썩였다. 시야는 이미 눈물로 얼룩졌고 성기에서는 멀건 액체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

“또 울어?”

“흐으. 이, 상해요, 흐…….”

“위에도 울고, 아래도 우네.”

“하, 하지, 흐으! 잘못……, 흐윽.”

“잘못하긴. 잘하고 있는데.”

“아, 흐. 그, 그만…….”

“그거 알아?”

쪽, 가벼운 입맞춤이 눈꺼풀 위에 느껴졌다. 닿았다는 것도 실감하기도 전에 노엘은 옅게 웃으며 내 아래를 휘젓기 바빴다.

“이번에는 뒷구멍만 쑤셔 댔어.”

“그, 그런, 말하지, 아, 흐으…….”

노엘은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며 삽입한 손가락을 내벽 안에 쑤시며 휘젓기를 반복했다. 마치 손가락이 성기라도 된 것처럼 넣었다가 빼길 반복해 정신을 흩트렸다.

들리는 거라곤 찌걱거리는 수치스러운 소리가 전부였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달뜬 숨을 내뱉으며 노엘이 주는 쾌감에 맞춰 허리를 들썩이는 일뿐이다.

“아, 흣! 그, 그만, 그마안…….”

“여기가 좋아?”

“아, 흑…!”

그만이라는 말을 ‘좋다’는 말로 해석한 노엘보다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경멸이라는 감정을 잠깐이나마 잊은 내가 싫다. 노엘이 선사한 쾌락에 맞춰 허리를 흔들며 들썩이는 내 모습이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과 본능은 달랐다. 어느샌가 나를 침식한 붉은 쾌락은 이성을 삼켰고 더한 자극을 원하는 ‘개새끼’의 모습만이 남게 되었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더한 손길을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기분, 이상…… 아흐….”

“이상한 거 아냐, 좋은 거야. 유진.”

“흐읍…….”

신음은 노엘의 입술에서 삼켜졌다. 노엘은 내게 입을 맞추며 손가락으로 희롱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숨을 쉬고 싶어 입을 벌리자, 곧바로 나를 탐하는 살덩이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위아래로 가해지는 쾌락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곧이어 입술이 포개어졌다.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거친 키스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때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동시에 손가락이 빠지면서 사정했다.

“죄, 죄송해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흐윽…….”

이제 기력도 없어서 쾌락을 느끼는 것조차 두려울 지경이다. 하지만 노엘은 여전히 내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흐읏! 뭐, 뭐 하는……, 아흣!”

불안한 예감은 어째서 항상 맞아떨어지는 걸까. 내 사타구니를 활짝 벌린 노엘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타액이며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입구에 입술이 닿았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 물어보기도 전에 입구에 말캉한 혀가 닿았다. 수치스러운 감정은 이루 말할 것 없이 밀려 들어왔다.

“하, 하지, 하지 마세요. 제발, 거기 싫, 흣, 아, 으읏… 싫, 흐으…….”

쭈욱 빨리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어디가 삼켜지고 있는 것이 수치스러울 뿐이다. 내가 버둥거리며 애원할수록, 노엘은 보란 듯이 엉덩이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입구를 죽죽 빨아들였다.

“아, 으응! 시, 싫……. 더러, 아, 으…!”

더럽다는 말을 했다는 게 용납되지 않았던 걸까. 싫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던 걸까. 내 안을 침범하려는 혓줄기는 온갖 끈적한 액체로 뒤덮인 주름을 펴듯이 꾹꾹 눌러댔다. 수치스러우면서도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을 무시할 수 없다.

“흐응. 그, 마안……. 아읏, 노엘, 제, 으읏…….”

더는 기운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아래를 빨아들이는 말캉한 입술에 축 늘어진 성기는 금세 사정감에 차올랐다. 헐떡거리며 노엘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뜻처럼 되지는 않았다.

노엘의 어깨에 발목을 걸치고 퍽퍽 두드려댔다. 하지만 입구 안으로 혀가 밀려 들어오는 행위만 재촉할 뿐이다.

“하, 으, 그마안……. 이, 이상한 짓, 하지 마세요.”

나는 분명 애원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목소리는 의도와 확연히 달랐다. 누가 들어도 발정 난 개새끼처럼 끙끙거리는 목소리다. 노엘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혀끝을 세워 내벽으로 밀어 넣었다.

“으응, 아, 흐….”

수치스러움과 거역할 수 없는 쾌감에 눈물이 차올랐다. 뚝뚝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들썩였지만, 아래를 주욱 빨아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성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두께지만, 두 다리가 덜덜 떨릴 만큼 충분히 두꺼웠다. 집요하게 빨아대서 입구가 타액으로 푹 젖어 있을 것만 같다.

“노엘……. 그, 그마안. 나, 이상해질, 흐으…….”

입구를 죽죽 빨아들이는 혀가 부드러운 점막을 핥아 올리던 순간, 사정하고 말았다. 배며 노엘의 옷에까지 정액이 튀어버렸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내 입구를 핥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감히 노엘에게 사정하고 말았다. 얻어터질 것 같아 필사적으로 침대 테이블에 올려진 티슈를 들고 다가갔다.

“죄, 죄송해요. 잘못, 잘못했, 허엉….”

노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무서워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티슈를 뽑아 노엘의 옷을 닦았다.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 쳐다보는 노엘이 무서웠다. 또다시 과거가 떠올랐다. 개새끼가 감히 멋대로 행동했다며 뺨을 후려치는 그 모습을 생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래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때, 때리지 마, 마세요. 제, 발 시키는 대로 다 할, 흐으…….”

한동안 저지르지 않은, 수치스러운 실수를 하고 말았다. 새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침대는 순식간에 더러워졌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노엘의 성질머리로 봐선 발가벗겨 쫓아낼 게 분명했다. 서둘러 바닥으로 내려가, 노엘을 붙잡으며 형편없는 모습으로 애원했다.

“노엘, 제, 제발. 흐으…….”

“이리 와, 내 개새끼.”

“허, 어어엉….”

‘개새끼’라는 단어가 이렇게까지 반가울 수가 없다. 노엘이 안기라는 듯이 팔을 벌렸다. 맞고 싶지 않다. 도망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땐 정말 죽을 것 같다.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히끅거리며 노엘의 품에 안겼다. 은은한 머스크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이젠 스스로 안기는 거야? 오라고 한마디만 했는데?”

“흐으, 네, 네에. 어디, 안 갈 테니까 때리지만, 말, 아 주세, 흐윽…….”

“아, 씨발. 나 보면서 울어.”

눈물 콧물 범벅인 얼굴을 억지로 들었다. 자연스럽게 노엘과 시선이 얽혔다. 노엘은 웃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노엘의 표정은 황홀한 노을 전경을 마주한 사람과 같다.

“노, 노엘, 흐…….”

“내가 널 왜 때려. 예쁘게 울어서 때릴 생각도 안 드는데.”

“저, 씻, 씻고 올게요….”

“왜?”

“더, 더러워서요.”

“내가 입으로 빨아 줬잖아.”

“그, 그런 말 하지, 흐어어엉…….”

울음을 터트리며 뒷걸음질 치자, 노엘이 내 허리를 감싸 안아 번쩍 들어 올리며 일어났다. 어딜 가나 했더니 건너편 복도에 있는 노엘의 침실이다. 덜컥, 문이 열린 순간 코끝을 찌르던 머스크 향이 좀 더 선명하게 닿았다.

“뭐가 무서웠어?”

“흐으윽…….”

노엘이 나를 침대 위에 눕혀 주며 서랍을 열어 물티슈를 꺼냈다. 지저분한 것이 묻은 사타구니와 성기를 살살 닦는 손길은 여실히 다정했다. 적응되지 않아, 나는 움찔거리며 노엘을 쳐다봤다.

“아직도 무서워?”

“흐읍…….”

아까와 다르게 이질적인 새 가구 냄새도 나지 않고 노엘도 한결 부드러운 태도로 대해 줬지만, 무서웠다. 벌벌 떨면서 뒷걸음질 쳤지만 노엘이 내 앞에 앉아 사타구니를 벌리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화 안 낼게, 유진.”

“흐…….”

턱 끝까지 올라온 숨을 간신히 고르며 시선을 회피했다. 이제 끝난 건가 싶은 마음에 작게 숨을 뱉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달칵, 벨트 클립이 풀어지는 소리와 함께 소름이 쫘악 돋아났다.

“노, 노엘. 저, 저…….”

“응,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아.”

뒷걸음질 쳤지만, 노엘의 손바닥 안이다. 노엘이 내 사타구니를 잡아 벌리며 성기를 갖다 대었다. 투욱, 입구에 느껴지는 귀두 끝에 사지가 벌벌 떨렸다. 거대하기 짝이 없는 저 물건이 내 몸에 들어올 걸 생각하니 벌써 두려웠다.

“아, 아니, 나, 나중…….”

“어떻게 자위했어?”

“그, 그런 말, 하, 하지 마, 세, 흐으…….”

“뭘 하지 마, 유진. 씨발, 이렇게 돌아버리게 하고선 하지 말라고 하면 불공평하지 않아?”

귀두 끝을 건드리는 성기가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노엘은 오랫동안 꾹꾹 참은 사람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귓불을 잘근거리는 감각이 느껴지면서 물기 젖은 소리가 파고 들어왔다.

“자위했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서운할 필요도 없었잖아.”

서운했다는 말도 안 되는 표현과 함께 노엘이 목덜미를 빨아들이며 진득하게 밀착했다.

“노엘, 저, 저, 그런 적 없어요.”

“왜 말 안 했어?”

“아흑!”

노엘은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저었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노엘의 단단한 성기가 사타구니에 닿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아직 삽입되지 않았는데도 두려움은 가시질 않았다.

“괜히 참았다, 그치?”

“아, 흐으……. 자, 잠시만.”

“셀 수 없이 참았어.”

“흐읏…….”

“유진 널 만지고 싶고.”

낮은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내 허벅지를 움켜잡은 손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안쪽 살결을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널 안고 싶고.”

“기분, 이, 이상…….”

“키스하고 싶고 씨발, 박아 버리고 싶은 거, 간신히 참고 있었어.”

“자, 잠시, 아악!”

잠시라는 말을 뱉기도 전에 흉포한 성기가 내벽 안으로 밀어 들어왔다. 수차례 사정하여 사타구니가 엉망으로 질척댔지만,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없는 크기다. 버둥거리며 노엘을 밀치려고 했지만, 노엘이 내 목덜미에 연신 입을 맞추고 성기를 감싸 쥐며 흔든 탓에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아, 아프, 처, 천히…….”

밀어낼 수 없다면 천천히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픈 와중에도 돌아가지 않은 머리를 굴리면서 노엘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천천히 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처럼 노엘은 연신 추삽질을 해댔다.

허벅지와 허벅지가 부딪치는 물기 젖은 소리며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성기며, 내 성기를 쥐고 흔드는 손에 이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아, 흐읏! 이, 이상…….”

내가 어떻게 되어버린 것만 같다. 싫다는 말이 아닌 이상하다는 단어를 내뱉으며 허리를 들썩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쾌감을 느끼고 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 모습을 부정하면서도 노엘의 움직임에 따라 달뜬 숨을 뱉는 나 자신이 적응되지 않았다.

“노엘, 흣, 느낌이 이상…….”

“이젠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불러 주네.”

“아윽!”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노엘이 내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퍽, 퍼억. 노엘이 귀두 끝을 빼냈다가 퍽 소리 나게 들이박는 행위를 반복했다. 골반이 얼얼하다 못해 홧홧했지만, 고통만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적응되지 않았다. 정말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에 엉엉 울음을 터트리며 노엘의 손목을 붙잡았다.

“유진.”

“아읏, 기분, 이상…….”

“너도 날 생각하고 있었어?”

“으, 으응…….”

노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내 엉덩이를 꾸욱 누르는 커다란 손과 안을 휘젓는 성기만 느낄 뿐이다. 속도를 올려 처박는 허리 짓에 눈물을 터트리며 바르르 떨어댔다.

“이 씨발. 내 개새끼 어쩌면 좋지.”

노엘이 내 골반을 움켜쥐며 연신 추삽질을 했다. 더는 빨라질 수도 없는 속도다. 끈적한 정액이 내벽 안에 흘러들어 왔다. 노엘의 성기가 퍽퍽 박아 댈 때마다 물기 젖은 소리와 함께 입구 밖으로 질펀한 무언가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런 탓일까. 노엘이 나를 보며 ‘개새끼’라고 칭했지만, 예전과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잘 잤어?”

“윽!”

고통스러운 통증과 함께 눈을 떴다. 문제는 노엘의 침대라는 것이다. 같이 살게 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상체를 벌떡 일으켰으나, 노엘이 나를 끌어안고 앞머리를 살살 쓸어 만졌다.

“아, 예뻐.”

“왜, 왜 그러세요.”

노엘이 이마며 뺨이며 연신 입을 맞췄다. 소름 돋아서 뒷걸음질 치려고 했지만, 바싹 끌어 당겨진 탓에 움직일 수 없다.

“저, 저 씻을게요.”

“뭐?”

“죄송, 해요. 근데 못 씻고 잔 것 같아서…….”

그러자 노엘은 별말 없이 나를 보내 주었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고통스러운 하반신을 무시한 채 서둘러 일어났다. 골반이며 엉덩이며 발목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럼에도 노엘에게 붙잡힐까 봐 억지로 속도를 내었다.

“유진.”

“흐…….”

불안한 예감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노엘은 뒤에서 나를 끌어안으면서 목덜미 위로 입술을 묻었다. 깊게 빨아들이는 느낌에 어깨가 빳빳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걷는 거 봐. 귀여워, 씨발. 누가 봐도 존나게 박혔어요, 라고 광고하는 것 같잖아.”

“네? 아, 아니. 이게 무, 무슨…….”

“이번에도 내 생각하면서 할 거야?”

“그, 그런……. 자, 잠시, 잠깐만요. 제가 잘못 했, 흐으…….”

뭔지도 모르고 잘못을 빌기도 전에 내 몸은 노엘의 손에 너무 쉽게 들려졌다. 노엘은 나를 안아 들고는 욕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같이 씻자.”

“흐…….”

“씻겨 주기만 할게, 응?”

“거, 거짓, 흐읍…….”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들었음에도 노엘은 화내지 않고 가벼운 입맞춤만 선사했다. 덜컥, 욕실 문이 열렸다. 나를 번쩍 안아 든 노엘은 바싹 메마른 카펫을 밟아 넓은 욕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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