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6/27)

부둣가 창고는 유령도시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하늘에 뜬 달은 구름에 가려 어둠을 비추지 못했다. 창문이 깨진 으슥한 창고 안에서 누군가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거센 저항 소리를 들을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어스름에 잠긴 부둣가를 서성이는 건 공기 중에 섞인 소금 냄새와 먹이를 찾아 헤매는 쥐뿐이었다.

부스럭.

퉁, 우당탕-.

짙게 내려앉은 암흑 속에서 창고의 물품이 무너져 내렸다. 겁에 질린 거친 숨소리가 바닥을 맴돌았다.

손발이 묶인 남창이 눈앞에 보이는 새카만 남자에게 필사적으로 살려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동공은 확장되고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선 땀과 체액이 흘러나왔다. 입에 물려진 재갈은 침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쉿.”

손도끼를 든 남자가 남창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푸석푸석한 살결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피부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살갗 아래 흐르고 있는 붉은 피였다.

“으으읍! 읍!”

중요한 작업을 할 시점인데 그의 포획물이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펄떡 몸부림을 쳤다. 남자는 깊은 짜증을 느끼며 달려들듯 남창의 목을 졸랐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를 차단하자 버둥거리던 청년이 사지를 축 늘어뜨렸다. 열아홉에서 스물쯤으로 보이는 남창의 창백한 얼굴엔 공포의 흔적이 밀랍처럼 뒤덮였다.

끼익, 끼이익.

창고 천장에 달린 환풍기가 녹슨 신음을 흘렸다. 전기는 끊겼지만 바람 때문에 가끔씩 날이 움직였다. 버려진 지 3년이 넘은 오래된 창고는 사람 손을 타지 않아 황폐해져 있었다. 남자는 옷을 벗기기 위해 기절한 남창의 몸을 뒤집었다. 창고 바닥에 허옇게 쌓인 먼지가 청년의 옷에 그대로 옮겨 붙어 있었다.

남자는 미리 준비해 온 카세트 플레이어를 틀었다. 투박한 스피커에서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로큰롤을 흥얼거리며 커다란 날붙이를 남창의 피부에 갖다 댔다. 싸늘한 감촉 때문인지 어린 청년이 부들부들 어깨를 떨었다.

남자는 양복을 재단하듯 신중하게 도낏자루를 휘둘렀다. 쩌억, 하고 뼈가 두 동강 나는 소리가 솟구쳤다. 뜨거운 피가 분수처럼 검은 허공에 뿌려졌다.

입에 재갈을 문 청년이 고통에 진저리 치며 의식을 차렸다. 눈을 부릅뜬 남창은 목구멍으로 비명을 질렀다. 힘줄이 불거진 그의 이마와 목 위로 피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흥겨운 로큰롤 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창고에 쌓인 상자 위로 그림자가 빠른 템포의 춤을 추었다. 도끼가 움직일 때마다 나무 상자에 붉은 피가 끼얹어졌다. 남자는 음악이 바뀔 즈음 어깨를 들썩이며 광기 어린 도끼질을 멈췄다. 산 채로 토막이 난 무력한 청년은 아직도 숨이 붙어 있었다.

지직, 지지직-.

라디오에서 쇳소리와 함께 나지막한 성가가 흘러나왔다. 영화 삽입곡으로 쓰인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제레레였다.

Miserere mei Deus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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