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6/81)

부산에 웬일로 눈이 왔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백태섭은 흙으로 돌아갔고 삼일장(三日葬)이 끝났다.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렇게 지나갔다.

***

3일 내내 형들과 돌아가며 장례식장을 지켰던 두산은 많이 피곤했던지 장지에서 돌아와서부터 줄곧 잠만 잤다. 수일은 휑한 크리스마스트리를 혼자 장식해 보려고 상자를 열었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잠든 두산을 끌어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두산은 그 큰 몸을 구부리고 수일에게 안겨 들었다. 가끔 가슴을 만지길래 깼나 싶어 쳐다보면 어느새 쌔근쌔근 고른 숨을 쉬며 자고 있었다. 수일은 그럴 때마다 피식 웃었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정신이 든 건 타다닥 발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오가는 해피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런 해피에게 고함치는 두산때문이었다.

“앙! 앙!”

“조용히 쫌 해라! 내 아직 준비 다 안 끝났다. 하, 이 새끼. 따라댕기지 말고 밥이나 무라. 저리 안 가나? 이거 니 묵는 거 아이다. 저리 가라!”

저 어린것과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끔 두산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바본가? 수일은 옅은 한숨을 쉬고 끙,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아래 내복만 입은 채 벽을 짚고 거실로 나갔다.

못 볼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마술처럼 아이보리색 카펫은 어딜 가고 멋들어진 무늬의 겨울 카펫이 깔려 있었다. 휑하던 트리에도 화려한 장식들이 달렸고, 꼬마전구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그것까진 무척 좋았다. 다만 등을 돌린 채 트리 아랫단을 장식하고 있는 남자가 꼴불견이었다. 수일은 알몸으로 엉덩이를 까고 있는 저 남자에게 걸리기 전에 방으로 들어가서 자는 척을 하기로 했다.

안방으로 돌아가려고 조심히 몸을 움직였지만, 귀가 밝은 두산이 인기척에 돌아보았다.

“어! 깼나?”

저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저 변태가 백두산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수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억지로 미소 지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앙! 앙!”

두산과 해피가 함께 외쳤다.

“응. 메리 크리스마스.”

두산은 목에 빨간색 리본을 두르고 방울까지 달고 있었다. 창피했다. 왜 자기가 창피한지 몰랐지만, 아무튼 수일은 창피해서 귀까지 벌게졌다.

“잠깐만.”

두산은 달던 장식을 마저 달고 몸을 돌려 전축을 켰다. 스피커에서 중후한 목소리의 남자가 부르는 캐롤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짜잔!”

두산이 수일을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정면으로 섰다.

“어우, 너 뭐 하니?”

수일은 한숨 섞인 탄성을 질렀다. 너무 민망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머 하기는? 선물이다.”

“옷 좀 입어.”

“니가 선물을 받아야 내가 옷을 입지.”

“무슨 선물? 어우, 진짜….”

수일은 연신 ‘어우’를 남발하며 눈을 가린 손을 차마 떼지 못했다.

빨간 리본에 종을 단 것도 모자라 코에는 빨간 루돌프 코를 달아 놓았다. 성기에 덮개처럼 씌워 둔 초록 나뭇잎은 반쯤 발기하는 바람에 위로 들려 위치가 어정쩡했다. 그래도 나름 크게 만들어서 성기는 대충 가렸다.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 와서는 훤한 대낮에 저러고 있는지 몰랐다.

“퍼뜩 온나. 내 춥다.”

“그러게 누가 옷을 홀딱 벗고 있으래?”

“빨리. 해피가 쳐다본다 아이가.”

해피라는 말에 수일은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얼른 뗐다.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두산 주위를 맴도는 해피를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저 어린것이 몹쓸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해피 방에다 넣구 와. 빨랑.”

다리만 성했다면 자신이 잡아다 넣었겠지만, 하는 수 없이 두산에게 부탁했다. 두산은 싱글벙글 웃으며 해피를 잡았다. 안방으로 향하는 엉덩이가 탄탄했다. 하여간 몸은 좋아 가지구. 수일은 안 보는 척 두산의 알몸을 훔쳐보았다. 두툼한 허리와 군살 하나 없이 길게 뻗은 근육질의 긴 다리가 뭘 발랐는지 번들거렸다. 수일은 침을 꼴깍 삼켰다.

두산은 넓은 보폭으로 다시 수일에게 돌아왔다. 성기를 가리려 애쓰는 잎사귀가 애처롭게 흔들렸다. 두산이 움직일 때마다 하얀색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쿠퍼액도 정액도 아닌 것 같은데 저건 뭔가 싶었다. 자세히 볼 틈도 없이 두산이 앞을 가로막고 섰다.

“자 선물.”

두산은 다시 두 팔을 벌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너야?”

“어! 아니! 퍼뜩 받아라.”

뭘 어떻게 받으라는 건지 몰랐지만, 일단 한 뼘 앞에 있는 두산에게 다가갔다.

“키스해?”

“으데. 방울.”

수일은 두산의 목에 달린 방울을 쳐다보았다. 그냥 방울이었다. 크기가 좀 컸다. 의심의 눈초리로 방울을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에헤이, 이 아저씨가 선물 처음 받아 보나? 입으로 해야지!”

“입으루 뭐?”

수일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묻자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두산이 내려다보았다.

“안 보이나? 방울.”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자 방울 안에 열쇠가 달려 있었다. 이게 뭐지 싶어 올려다보자 두산이 고개를 까닥해 보였다.

수일은 입을 크게 벌려 방울을 물고 잡아당겼다. 지켜보던 두산이 손을 뒤로 뻗어 제 목에 묶어 둔 리본을 슬쩍 풀었다. 손바닥을 수일의 앞에 내밀었다. 수일은 그 위에 방울을 올렸다.

쪽. 두산이 입술에 뽀뽀했다.

“뭐야?”

다정한 목소리로 수일이 물었다.

“니 차.”

“내 차?”

눈을 크게 떴다.

“어. 니도 이제 운전해야지.”

“집에만 있는 사람이 운전은 무슨 운전이야.”

수일은 이렇게 말하며 방울 안에 든 열쇠를 끄집어냈다. 이상하게 방울이 크더라니, 자동차 키를 숨기려고 크게 만든 모양이었다. 입술을 말아 물고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붙들었다.

“에이, 차가 있어야 돌아댕기기 편하지. 드라이브도 가고.”

“나 혼자 드라이브 가도 되니?”

“당연히 안 되지.”

별소릴 다 듣겠다는 듯 두산이 퉁명스레 답했다.

“뭐야. 드라이브 가라며?”

“내하고 같이 드라이브 가야지.”

“그러면 니 차만 있어두 되잖아?”

“으데. 니 차도 있으야지.”

두산은 가끔, 아니 자주 이렇게 동문서답을 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고 답에 질문으로 입을 막았다.

“일단 고마워.”

혼자 드라이브도 못 가는 자동차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와? 맘에 안 드나?”

수일의 반응에 두산이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3일 내내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우고도 제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 사람에게 자신이 생각해도 이런 반응은 좀 심했다 싶었다.

“아냐. 좋아. 진짜루 좋아.”

수일은 두산을 안아 주었다. 방울을 달고 있던 목을 따라 뽀뽀를 해 주고 키스했다. 두산이 그제야 얼굴을 풀었다.

“나는 너만 있어두 좋아. 니가 내 선물이야.”

진심이었다. 그 어떤 선물보다 두산과 함께 있는 게 수일에겐 가장 큰 선물이었다. 알몸인 게 걸렸지만, 수일은 두산을 꼭 안아 주었다. 안아 주자 성기가 완전 발기했고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나뭇잎이 위로 들렸다. 그러고 보니 나뭇잎이 아니었다. 과자 같았다.

수일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 걸 보고 두산이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나뭇잎 아래에 있던 성기도 조금 이상했다. 뭘 발라 놨는지 희멀겠다. 바닥에 떨어지던 그 덩어린가 보았다.

아! 생크림이었다. 움직이면서 떨어트리는 바람에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아침부터 해피와 그 호들갑을 떨며 저걸 바르고 있었을 생각을 하자 수일은 웃음이 터졌다.

“바보. 생크림 다 흘리고 다녔어.”

“어! 잠깐만.”

두산은 성기 상황을 확인하고 서둘러 트리 아래를 뒤졌다. 가랑이 사이로 튼실한 고환이 방울처럼 흔들렸다. 수일은 간신히 웃음을 참고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외국 영화에서 본 것처럼 트리 아래 선물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과일이 듬뿍 올라간 커다란 케이크와 예쁜 접시에 포크까지, 나름 철저히 준비를 해 두었다. 그곳에서 두산은 제과점에서나 쓸 법한 역삼각형 모양의 생크림 주머니를 집었다. 수일에게 등을 돌리고 서서 나름 정성스레 제 성기에 생크림을 짰다.

수일은 키득거리며 두산을 돌려세웠다.

“바닥에 흐르잖아.”

“이기 잘 안 묻는다.”

“이리 줘 봐.”

무릎을 꿇고 앉아 두산의 성기에 묻은 크림을 혀로 핥았다.

“흡!”

두산이 바로 신음을 흘렸다. 수일은 생크림 주머니를 잡고 바짝 선 귀두 위에 짜냈다. 쿠퍼액이 하도 흘러 크림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곧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울래?”

두산을 올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두산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냉큼 카펫 위에 드러누웠다. 수일은 두산의 몸 위로 올라가 앉았다. 탄탄한 복근과 가슴, 아랫배에 생크림을 잔뜩 짰다. 차가운 크림이 맨살에 닿을 때마다 두산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움찔댔다. 수일은 크림 주머니를 옆에 던져두고 입고 있던 내복을 벗었다.

추웠다. 몸을 부르르 떤 수일은 다시 내복을 입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두산이 말렸다.

“에헤이, 분위기 안 살그로. 입지 마라.”

“추워.”

“그래도 그렇지. 내복은 아이다.”

추운데. 수일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내복 바지라도 입고 있으니 이거라도 되었다 생각하며 두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수일은 두 팔로 바닥을 짚어 두산을 가두었다. 먼저 가슴에 묻은 생크림을 핥았다.

“흐윽… 씨발.”

달콤한 생크림을 머금은 채 두산에게 키스했다. 장난치듯 혀끝을 얽다가 쪽 빨아올렸다. 입술이 조금 더 가까이 붙였다. 츕, 츄릅. 키스가 달콤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덤벼들었다. 입술을 최대한 맞붙이고 미친 듯이 혀를 빨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 바람에 수일의 벗은 상체에도 생크림이 잔뜩 묻었다.

둘은 서로의 가슴을 비비며 키스에 몰두했다. 두산이 바로 자세를 뒤집었다. 수일을 바닥에 눕히고 그대로 위에서 내리눌렀다. 침으로 범벅이 된 입술을 올려 웃으며 두산이 생크림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정욕으로 번들거리는 눈이 수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 손으로 생크림을 짜면서 다른 손은 수일의 입 안에 넣었다. 수일은 두산의 엄지를 빨았다. 차가운 크림이 맨살에 닿았다. 하아, 입에서 한숨 같은 신음이 났다. 하얀색 크림이 수일의 양쪽 유두와 유륜을 모두 가렸다.

“씨발.”

제 엄지를 빠는 수일을 내려다보는 눈이 열에 들떠 있었다.

“니 억수로 야하다.”

낮은 목소리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곧 두산이 등을 구부리며 수일의 오른쪽 가슴에 입술을 내렸다. 혀로 생크림을 살살 굴렸다. 쭙, 쭙, 젖꼭지를 빨았다.

“읏.”

두산은 납작해서 쓸 것도 없는 젖꼭지가 떨어져 나가도록 온 힘을 다해 빨아올렸다. 혀를 둥글리며 유륜을 핥았다. 혀가 닿을 때마다 짜릿했다. 절로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흐으… 윽!”

“씨발, 억수로 달다.”

두산은 아예 가슴에 얼굴을 묻고 미친 듯이 빨아 댔다.

“아읏! 아… 악, 아파. 두산아.”

빨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따가울 지경에 이르러서야 두산이 입술을 뗐다. 다시 키스해 주려나 하고 한숨을 돌리는데, 혀가 미끄러지듯 배를 갈랐다. 자극에 흥분한 수일은 목을 뒤로 꺾었다. 순식간에 아래가 허전해졌다. 두산이 다시 위로 돌아와 키스했다.

두 사람은 알몸인 채 서로를 마주 보았다. 수일이 손을 뻗어 아직도 두산의 코에 걸려 있는 루돌프 코를 톡 하고 건드렸다.

“수사슴이니?”

“어. 숫놈이다.”

“나두 태워 줄 거야?”

“당연하지!”

두산이 씨익 웃으며 제 코에 걸린 빨간 루돌프 코를 벗어 수일에게 씌워 주었다.

“니는 암사슴. 암놈.”

“뭐래.”

수일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머긴 머야. 숫사슴이 있으면 당연히 암사슴이 있어야지. 짝 아이가.”

“하여간 맨날 여자 취급이야.”

“기분 나쁘면 내보다 크게 태어나든가.”

“너보다 크게 어떻게 태어나니?”

“어… 말?”

이렇게 뱉고 저 혼자 재밌다고 키득거렸다. 쪽, 삐진 수일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말로 태어나면 다 큰가? 수일은 속으로 궁금해하며 두산의 목을 끌어안았다. 암놈이든 수놈이든 뭐든 좋았다. 두산과 함께라면 그 어떤 사물이든 사람이든, 동물로 태어나도 좋을 것 같았다.

둘은 이마를 맞댔다. 쪽쪽 입을 맞추다 키스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두산아.”

“메리 크리스마스, 색시야.”

입술을 쭉 내밀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서방님.”

수일은 수줍게 속삭였다.

서방님이란 말에 두산이 눈을 반짝였다. 곧 눈이 안 보이도록 환하게 웃었다. 예쁜 입꼬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두산은 수일에게 입술을 마구 비비고 뽀뽀를 해 댔다. 잔뜩 발기한 성기가 수일의 배를 찔러 댔다. 얼마나 좋은지 터질 듯 부풀었다.

두산은 수일을 안고 온몸을 흔들었다.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우, 그렇게도 좋으니?”

“어! 좋다. 억수로 좋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두산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수일은 두 손으로 두산의 얼굴을 감쌌다. 둘은 눈을 마주 보고 웃었다. 서로가 예뻐서 좋아 죽었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입술을 쭉 내밀고 빠르게 뽀뽀했다.

“수일아.”

“응?”

“내 니 억수로 사랑한다. 참말로 좋다.”

멀쩡하던 두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손바닥으로 열기가 전해져 왔다. 두산은 어느새 소년이 되었다. 수줍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몽글몽글, 구름 위를 걸으면 이런 느낌일까. 수일은 제 앞의 남자를, 두산을 응시했다. 쪽, 예쁜 입꼬리에 입을 맞췄다. 쪽, 환하게 웃으면 사라지는 눈꼬리에 입을 맞췄다. 수일도 이 남자를 사랑했다.

“사랑해, 두산아. 나두 정말루 니가 좋아.”

수일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연정을 고백했다.

두산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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