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은 강아지 목줄을 쥐고 목이 터지게 해피를 찾아다녔다. 눈 덮인 거리엔 해피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해피야! 해피야, 어딨니? 해피야!!”
아무리 불러도 해피는 보이질 않았다. 분명 산책을 데리고 나왔는데, 풀린 목줄만 덩그러니 수일의 손에 남아 있었다. 수일은 꽁꽁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멍멍.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수일은 급히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강아지는 온데간데없고 파헤친 구덩이만 있었다. 구덩이를 내려다보자 흙 속에서 피가 말라붙은 수일의 봄 잠바 소매가 삐죽이 나와 있었다. 그 겨울, 하나뿐인 겨울 잠바를 최 군에게 벗어 주고 입었던 그 봄 잠바였다.
내가 죽어 묻혔구나.
수일은 당연하게 자신이 죽었다 생각했다. 구덩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강아지가 파다 만 걸 마저 팠다. 꽁꽁 언 겨울 땅을 억지로 파내자 사람의 뼈가 드러났다. 봄 잠바는 피가 묻은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썩어 조각조각 나 있었다.
불쌍도 하지. 이왕 죽을 거 좀 따뜻하게 입고 죽을 것이지, 하고 많은 옷 중에 하필 이 옷을 입고 죽을 게 뭐람. 수일은 마치 남의 일인 양 혀를 차며 제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백골이 된 자신은 손에 사진을 한 장 들고 있었다.
수일은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사진을 보았다.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사진은 에덴동산 간판 아래서 찍은 사진이었다. 단체 사진이긴 했지만, 찍은 기억이 없었다.
여사장은 직원들 사이 정중앙에 서 있었고, 최 군은 우측 하단의 날짜 7위에 정자세로 서 있었다. 수일도 경식도 함께 있었는데, 모두 흰색 옷을 입고 차렷 자세를 한 채 활짝 웃고 있었다.
82.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