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소독약 냄새에 수일은 대번 병원임을 알았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수일은 기시감에 옆으로 돌아보았다. 이번엔 현철 대신 두산이 앉아 있었다.
자고 있지도 않았다. 호들갑스럽게 정신이 들었냐고 묻지도, 간호사를 부르지도 않았다. 가만 수일을 내려다보았다.
수일의 오른손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와 그랬노?”
목소리를 낮게 깔고 두산이 물었다.
“그냥….”
“내하고 자는 기 그래 힘드나?”
수일은 고개를 저었다. 두산이 그런 오해를 할 줄은 몰랐다.
강재욱을 보고 지레 겁먹고 죽을 생각까지 했다는 건, 아무리 눈치 빠른 두산도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그 정도로 약해 빠진 인간이란 걸 두산이 몰라서 다행이었다.
“그런 거 아냐. 그냥 좀 힘들어서.”
“머가 힘든데?”
수일은 입을 닫았다.
핑계 댈 것이 없었다. 아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한 누군가가 죽지도 않았다. 사채를 끌어 써서 협박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밤무대 생활을 18년이나 해 놓고 이제 와 이 일이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정신이 닳고 닳아 한계에 다다라서 그랬다고 한들 어린 두산이 알아들을까?
“씨발!”
두산은 수일의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을 뽑아 버렸다. 바늘이 꽂혀 있던 자리에서 피가 흘렀지만, 두산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대로 수일을 안아 들고 성큼성큼 걸어 병원을 빠져나갔다.
병원 주차장에 주차된 봉고 뒷문을 열어 던지듯 수일을 내려놓았다. 수일은 안 그래도 힘들어 낑낑대며 겨우 일어났다. 두산이 바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수일을 맨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
두산은 재킷을 벗어 던지고, 안에 입은 티셔츠도 한 번에 벗었다. 그리고 바지를 내렸다. 수일은 멍하니 두산이 하는 걸 보고만 있었다. 두산은 옷을 벗는 동안 수일에게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화가 난 것도 같고 흥분한 것도 같았다. 아니 흥분했다. 두산은 발정했다.
제 것을 다 벗자, 수일의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내렸다. 수일의 벗은 다리를 거칠게 잡아 벌려 당겼다. 수일은 반쯤 드러누운 자세가 되었다.
두산은 손바닥에 침을 뱉고 수일의 구멍을 문질렀다. 그러는 동안에 두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어지러운 와중에도 수일은 몸이 달았다. 두산이 뭘 하려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
“할 거야?”
수일이 물었다.
“보면 모르나?”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흥분한 게 티가 났다. 수일은 다리를 더 크게 벌렸다.
두산은 급한지 손가락으로 대충 구멍을 지분거리고, 전희도 없이 대가리를 갖다 댔다. 수일을 향해 가슴을 바짝 붙였다.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큰 것에 수일은 인상을 썼다.
“아….”
수일은 두산의 허리에 두 다리를 감았다. 허리를 안을 힘도 없어 다리가 풀렸다. 두산은 제 팔로 수일의 두 다리를 꼭 잡아 가뒀다.
키스도 안 해 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두산이 입을 맞춰 왔다. 거칠었다. 발정 난 개새끼처럼 게걸스럽게 수일의 입술과 혀를 물어뜯고 맛보았다. 수일은 침을 질질 흘리면서 두산의 키스를 받았다.
아래가 꽉 들어찼고, 두산이 허리를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차가 흔들렸다. 수일의 몸도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두산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수일은 비명을 질렀다. 아픈데도 좋았다. 발정 난 눈으로 수일을 마주 보고 두산은 숨을 헐떡였다.
“수일아, 아흑, 씨발, 내하고 같이 살자.”
두산은 허리를 과감하게 쳐올렸다. 이런 식으로 깊게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 수일은 억 소리도 내지 못했다. 겨우 앓는 소리를 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방금 자기가 들은 게 진짠지 환청인지 몰랐다.
“내하고 같이 살자.”
두산은 다시 한번 깊게 들어오며 같은 말을 했다. 환청이 아니었다. 수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다짐하듯 내뱉었다. 수일은 제 안으로 끊임없이 침범하는 거대한 것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찾아왔다. 두산이 허리 짓을 할 때마다 차가 어찌나 흔들리던지 마치 배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두산은 아직도 뻑뻑한 구멍으로 거칠게 성기를 박아 넣으며 수일의 표정을 살폈다.
“씨발, 내 니 행복하게 해주께. 수일아, 니 손에 물 한 방울, 윽, 안 묻히게 해주께.”
헉헉대면서도 두산은 끊임없이 말을 했다. 수일의 대답 따위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확인을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수일을 보며 철없는 소리를 해 댔다.
그 철없는 소리에도 수일은 좋아서,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핑 돌았다. 두산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허리를 꼭 끌어안고 싶었지만 제 의지와 상관없이 힘없이 벌어지는 두 다리가 두산의 팔 위에서 대롱거렸다.
그곳이 다시 자극을 받았고 수일은 절정에 다다랐다. 수일이 느끼는 걸 안 두산은 수일을 위해 제 욕심을 버리고 같은 곳을 잘게 찧기 시작했다.
“아!!!”
수일은 어디서 기운이 났는지 허리를 같이 움직였다. 두산이 박아 올 때마다 허리를 조금 움직이자 자극으로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아래가 화끈거렸다. 뜨겁다 못해 불이라도 붙은 듯 달아올랐다.
“수일아, 씨발, 내 억수로 좋다. 더 움직이라.”
두산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렸다. 수일에게 더 움직이라고 말하는 눈이 욕정으로 번들거렸다. 헐떡거리며 인상을 썼다. 고통스러운 건지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수일은 두산을 꼭 끌어안고,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흐읍, 씨발.”
수일이 허리를 같이 움직일 때마다 두산의 입에선 신음과 함께 욕이 터졌다. 두산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차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수일도 두산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두산을 안은 팔이 미끄러져 저절로 떨어졌다. 멀쩡한 왼손으로 두산의 어깨를 꽉 쥐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힘없이 미끄러졌다.
두산은 아예 수일의 등을 안아 올렸다. 무릎을 꿇은 채로 제 몸에 수일을 앉혔다. 수일은 등 뒤로 손을 뻗어 의자를 짚었다. 그 자세로 두산은 빠른 속도로 수일의 안을 찧기 시작했다.
차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졌고 수일의 몸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머리가 하얘졌다. 잘게 찧던 두산이 갑자기 깊게 쳐들어왔다. 다시 한번 깊게 사정없이 찔렀고, 수일은 발작하듯 온몸을 떨었다.
“아악!!”
수일은 사정했다. 아랫배가 사정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마치 생명체가 들어 있기라도 하듯 배가 꿈틀거렸고, 허벅지며 두 다리가 감전이라도 된 듯 바르르 떨렸다. 수일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며 제멋대로 흔들렸다. 숨을 헐떡이며 앓는 소리를 냈다. 뒤로 짚은 손이 체중을 버티지 못하고 등이 좌석에 닿았다.
두산이 사정한 것을 안 건 나중이었다. 수일은 자신이 사정한 뒤로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해서 두산이 어떻게 절정에 올랐는지 기억하질 못했다. 아래가 끊임없이 침범당한 건 어렴풋이 알았다. 사정없이 들이치는 두산의 거대한 자지에 몇 번이고 비명을 질렀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 뒤 겨우 정신을 차려 보니 두산의 품 안이었고, 제 안에서 정액이 빠져나가 허벅지로 흐르는 느낌에 두산이 사정한 걸 알아차렸다.
수일의 입에선 연신 신음이 터졌다. 두산은 아기라도 안듯, 수일을 제 가슴에 꼭 붙여 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땀으로 젖은 몸에서 물이 흘렀다.
두산은 수일의 등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두산의 손이 닿을 때마다 수일은 흠칫 몸을 떨었다.
수일은 두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숨을 골랐다.
“으음….”
“와? 아프나?”
“아니. 목말라서.”
“내 퍼뜩 가서 물 사오께.”
두산은 수일을 조심히 뒷좌석에 내려놓았다.
수일은 저렇게 젖었는데 어떻게 옷을 입고 나가려나 걱정이 되었지만, 두산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팬티도 없이 바지를 입고 티셔츠를 손에 들었다.
그러다 알몸에 젖어 있는 수일을 보더니 제 티셔츠로 수일의 몸을 쓱쓱 닦아 주었다.
“감기든다.”
꼼꼼히 수일의 몸을 닦아 주었다. 심지어 수일의 다리 사이에 흐른 정액까지 티셔츠로 닦고, 수일의 낡은 셔츠와 바지를 들어 올렸다. 서울에서 가져온 옷을 입으면 찢어 버리겠다고 협박해 놓고, 당장은 수일이 입을 옷이 없으니 인상을 쓰면서 입혀 주었다.
“내 물 사오께. 어데 가지 말고 기다리라. 알았나?”
“움직일 힘도 없어.”
“니는 기어서라도 갈 아다. 꼬챙이처럼 마른 기 어데서 힘이 나가 그래 빨빨거리고 싸돌아 댕기는지 내가 니때메 몬살긋다.”
두산은 봉고 문을 닫으면서도 수일을 향해 구시렁댔다. 옷이나 입을 것이지 아직도 셔츠를 손에 들고 있었다. 수일은 피식 웃었다.
“빨리 갔다 와. 나 진짜 목말라.”
“아무 데도 가지 마라.”
“응.”
두산은 봉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수일이 도망이라도 갈까 걱정이 되었는지 아예 검은색 안전핀을 뽑아 버렸다. 수일은 졸지에 차 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팠다. 생각해 보니 어제 낮에 전복죽을 먹은 뒤로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다. 섹스는 무슨 힘으로 했나 몰랐다.
앞으로 기어서 조수석에 올랐다. 먹을 것이 없나 콘솔 박스를 열었더니 캐러멜이 있었다. 하나를 꺼내 씹었다. 입 안에 단것이 들어오자 좀 살 것 같았다.
두산이 뛰어왔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수일에게 물병을 따서 내밀고 에어컨을 켰다. 시원한 바람이 나오자 조금 살 것 같았다. 두산도 목이 말랐는지 자기 손에 든 물병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머 먹노?”
수일이 입을 오물거리고 있자 두산이 물었다.
“카라멜.”
“어데?”
이러더니, 입을 맞췄다. 수일의 입술을 열어 제 혀로 수일이 먹던 캐러멜을 가져갔다.
“맛있네.”
수일을 보고 씨익 웃었다.
수일은 먹던 걸 찾아오려 두산에게 키스를 했다. 두산의 입 안에 든 캐러멜을 혀로 찾아다녔다. 두산이 웃었다. 두산은 혀로 캐러멜을 이리저리 옮기며 수일을 애태웠다. 결국, 수일은 두산의 입 안만 핥다가 포기했다.
“으이그, 니는 이런 것도 하나 몬 뺏나.”
두산은 이렇게 타박을 하며 혀끝에 캐러멜을 올렸다. 수일은 냉큼 두산의 혀를 물었다. 두산은 재빨리 캐러멜을 입 안에 숨기고 대신 수일의 혀를 뿌리까지 빨아올렸다.
“하아.”
한숨 같은 신음을 흘리며, 수일은 고개를 틀었다. 두산이 더 깊게 혀를 물고 빨 수 있게 입을 크게 벌렸다. 두산도 고개를 기울여 수일의 입을 꼭 맞물었다. 아예 입술을 삼키고 제 입술과 혀로 우걱우걱 잘도 수일을 물고 빨았다.
차 안에 젖은 소리가 가득했다. 사이사이 신음이 흘렀다. 쪽쪽 소리를 내며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나서도 둘은 다시 붙었다. 자석이라도 되는 양 떨어졌다가 붙었다 혀를 물었다 빨았다 했다.
배에서 꼬르륵 큰 소리가 났다.
“나 배고파.”
아까도 배가 고파 캐러멜을 먹었는데 키스하느라 그새 배고픔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단백질 보충하러 가자.”
“응.”
라디오에서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가 흘러나왔다. 상큼하고 여린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대 나에게 사랑을 건네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