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대폿집 할머니는 수일이 깰 때까지 깨우지도 쫓아내지도 않았다. 수일은 혼자 일어나 택시를 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대에 섰다.
두산은 말한 대로 나이트에도 숙소에도 오지 않았다. 현철도 보이지 않았다. 휴가라고 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얌전히 있다가 조용히 가라.’
수일은 멀뚱히 눈을 뜨고 앉아 장미 무늬를 셌다.
라디오에선 7월을 반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7월의 첫날인데 벌써 여름 바캉스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중3 때였나, 아버지와 밴드 식구들과 함께 인천 을왕리에서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산 지 1년도 채 안 된 때였다.
아버지와 밴드 아저씨들은 수일을 보트에 태우고 을왕리 해변을 한 바퀴 돌았고, 텐트 안에서 고스톱을 치고 맥주를 마셨다. 중학생인 수일에게 라면에 소주를 먹였다.
수일은 용케 토하지도 않고 소주를 잘 마셨고, 아버지는 그게 뭐라고 장하다고 하셨다.
그날 밤 모기에게 얼마나 뜯겼던지 다음 날 수일의 다리가 퉁퉁 부었었다. 수일이 아파서 징징대자, 다리에 물파스를 치덕치덕 발라 주며 아버지가 말했다.
‘수일아, 너는 모기한테 뜯긴 게 아니라 뜯으라고 내어준 거야. 얼마나 멋지니? 이런 하찮은 생명한테도 먹을 걸 다 주고. 그지?’
수일은 그 말이 왠지 근사하게 들려 환하게 웃었다. 나는 모기에게도 먹을 걸 내어주는 멋진 남자라며 웃었다. 지금 생각하면 헛소리였지만, 당시엔 아버지가 하는 말은 다 좋았다.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가 흘러나왔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