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81)

동틀 무렵 두산이 들어오는 소리에 수일은 잠깐 정신이 들었다.

두산은 제 이불을 깔지 않고 팬티 바람으로 수일의 이불에 들어왔다.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끼워 넣고 수일의 몸을 단단히 껴안았다. 안은 두산의 몸도 목덜미에 닿은 입술도 모두 뜨거웠다.

수일은 맨몸에 닿는 두산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에 수일이 먼저 잠이 깼다.

두산은 수일을 껴안은 채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 등 뒤로 두산의 거대한 것이 발기한 게 느껴져 불편했다. 어떻게 안 깨우고 일어나나 한참을 고민하다 수일은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그 작은 움직임에 두산이 깼다.

“와요?”

“화장실 좀.”

두산이 수일을 안은 팔을 풀었다. 수일은 팬티 바람으로 옷장을 열어 추리닝 바지와 상의를 꺼내 입었다. 등 뒤로 두산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하고 방을 나갔다.

이제 겨우 11시라 다들 꿈나라였다.

거실에서 자는 덩치가 있어 수일은 발끝으로 조심조심 걸어 화장실로 갔다.

어제 운 것 때문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수일은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 그리고 오줌을 누고 변기에 앉아 시간을 때웠다. 방으로 도로 들어가기도, 그렇다고 동생들 자는 거실에 앉아 있기도 뭣했다.

무작정 화장실에 죽치고 있을 수도 없어 수일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두산이 눈을 감고 있다가 방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수일을 보았다.

“잠이 안 옵니까?”

“네. 충분히 잤어요.”

“그래도 이리 오지예? 내는 아직 더 자고 싶은데.”

두산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자릴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수일이 머뭇거리자 이불을 젖혀 가며 재차 들어오라고 눈짓을 했다.

“옷은 벗고 들어오이소.”

수일은 추리닝을 벗고 팬티 차림으로 두산의 옆에 누웠다. 두산은 아까처럼 수일을 등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발기한 두산의 성기가 신경 쓰였지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래 있으니까 좋다.”

수일의 귀에 뜨거운 입김을 뱉으며 두산이 말했다. 혹여 두산이 다른 짓을 할까 봐 수일은 잔뜩 긴장했지만, 두산은 제 말대로 더 자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수일을 껴안은 지 1분도 안 돼 두산은 잠이 들었다.

세수까지 하고 난 뒤라 정신이 더 멀쩡해진 수일은 두산이 깰까 봐 움직이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장판만 쳐다봤다. 사람의 온기를 느껴 본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남자긴 해도 이상하게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수일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3개월만 눈 딱 감고 버티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생각해 보면 이런 특별 대우는 처음이었다. 사장도 경자 씨도 후하게 돈을 줬고 두산도 수일이 한 푼도 못 쓰게 했다. 어떤 의도든 간에 돈 때문에 절절매지 않게 되자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맨정신으로 꼼짝도 못 하고 깨어 있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수일은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다 저를 안고 있는 두산의 두꺼운 팔을 내려다보았다.

팔목이 수일의 다리보다 두꺼워 보였다. 짧게 자른 손톱에 투박하고 크기만 한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어찌나 두꺼운지 이 손에 맞으면 죽겠구나 싶었다.

그때, 방문이 벌컥 열렸다.

터진 입술에 딱지를 달고 태욱이 방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방문 열리는 소리에 깬 두산이 인상을 썼고 수일은 당황해 벌떡 일어나 옷을 입었다.

“머꼬?”

“내 옷 가질러 왔다.”

태욱은 방문에서 제일 가까운 옷장 문을 열었다. 어찌나 거칠게 여는지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두사이 니도 그라는 거 아이다. 내가 니한테 우찌했는데, 저 서울 씨발년 편을 드노.”

태욱은 옷을 훌러덩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며 말을 했다. 마치 수일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저년이 그리 잘 빨드나? 저 나이 처묵도록 좆만 빨았으면 몬하는 게 이상하지.”

“입 닥치라.”

“와? 저년이랑 빠구리라도 뜻나?”

“입 닥치라꼬.”

“진짜 했나?”

“씨발롬이! 그만 몬 하나?”

“와. 니 진짜 너무 한다. 내가 함만 묵어달라꼬 애원했나 안 했나? 니가 그랬제? 니는 좆달린년 안 묵는다꼬. 근데 저년이랑은 와 하는데? 저년 좆은 좆 아이가?”

분노하는 태욱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눈에선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수일은 자신을 년이라고 부르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는데도 태욱에게 화는커녕 오히려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두산도 수일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좋으련만 아니었다.

두산이 벌떡 일어나 태욱에게 달려들었다. 수일은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두산의 다리를 잡았다.

“두산 씨, 참으세요.”

하지만 수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욱은 두산에게 맞아 바닥으로 굴렀다. 수일은 두산의 팔을 잡고 몸에 올라타 더 때리지 못하게 매달렸다.

“두산 씨, 하지 마세요! 제발 하지 마. 좀!”

거실에서 자고 있던 덩치들이 놀라 일어났다. 상황 파악을 하고 두산에게 달려들었고, 맞고 있는 태욱을 떼어 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두산은 이번엔 용서할 마음이 없나 보았다.

수일은 두산에게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그런 수일이 귀찮았는지 두산은 팔을 들어 수일을 밀쳤다. 두산의 힘에 수일은 방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래도 수일은 포기하지 않고 기어가서 두산을 잡았다. 힘으론 도저히 당할 수 없어 태욱의 얼굴을 안았다. 사정없이 태욱을 때리던 두산의 주먹이 수일의 머리를 강타했다.

눈물이 나올 만큼 아팠다. 머리가 울리고 정신이 없었지만, 수일은 태욱을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두산은 그제야 주먹질을 멈추었다. 짐승처럼 숨을 몰아쉬며 씨발! 하고 소리를 질렀다.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쾅’ 하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수일은 태욱을 안은 팔을 풀었다.

태욱은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

꺼이꺼이 서럽게도 울었다.

현철이 수건을 가져와 피투성이인 태욱을 닦아 주었다.

“새끼, 니 두사이 성격 알믄서 머 하러 또 건드리노? 죽고 싶어 그라나?”

“그래. 죽고 싶다. 내 죽고 싶어 그랬다.”

태욱의 입 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행님 개안습니까?”

현철은 수건을 막내에게 던져 주고 수일을 챙겼다.

두산에게 맞은 머리가 아팠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솔직히 정말 아팠다. 고작 한 대로 머리가 울리다 못해 턱까지 아렸다.

그러니 태욱은 오죽할까.

“병원에 데려가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맞은 태욱이 걱정스러워 수일이 물었다. 만약 지난번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면 자기라도 택시를 불러 데려갈 참이었다.

“제가 델꼬 갔다 오께예. 행님은 안 가봐도 되겠습니까?”

“네. 저는 정말 괜찮아요.”

현철은 일어서지도 못하는 태욱을 들쳐 업고 현관을 나섰다. 그 뒤로 체구가 작은 덩치가 손가방을 들고 따랐다.

막내와 다른 덩치들은 점심 준비를 하러 부엌에 모였고 수일은 머리에 난 혹을 만지며 멍하니 TV를 봤다. 이들 중 누구도 감히 두산이 있는 방으로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수일은 방문을 몇 번 힐끔거리다가 용기를 내 방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두산은 팬티 차림으로 대자로 누워 있었다.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도 쳐다보지 않았다. 수일은 두산의 옆에 앉았다.

그제야 두산이 고개를 돌렸다.

“바다 보러 가자면서요? 밥 먹지 말고 지금 가요.”

수일의 말에 두산은 다시 천장을 쳐다보았다.

“행님, 내 오늘 건드리지 마이소. 먼 짓을 할지 내도 모른다.”

“…네.”

수일은 거절의 의미로 알았다.

그대로 일어서서 방을 나가려는데 두산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가자, 바다. 회도 묵고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합시다.”

두산은 수일을 보고 씩 웃더니, 옷장을 열어 검은색 면 티셔츠에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수일도 그 옆에서 청바지에 편한 셔츠를 걸쳤다.

“행님, 그 옷 말고, 내가 어제 사 준 거 입어라.”

“그건 너무 화려한데….”

“머 어떻노?”

수일을 보는 두산의 표정이 단호해 보였다. 수일은 결국 두산이 사 준 옷 중 그나마 덜 야한 것으로 갈아입었다.

붉은빛이 도는 셔츠는 어제 경자 씨가 입었던 나이트가운 재질이었다. 게다가 단추가 목까지 있는 것도 아니고 딱 가슴께부터 시작했다. 반바지도 몸에 너무 붙었다. 가랑이에 끼는 바지 때문에 수일은 셔츠를 밖으로 빼 입었다.

두산은 수일의 몸을 뱀 같은 눈으로 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거의 1시간가량을 달려 간 곳은 다대포 해수욕장이었다.

해운대 말곤 가 본 적 없던 수일은 낙동강 하구에 자리 잡은 다대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넓은 모래사장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일이 창밖을 보며 좋아하자 두산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행님, 회부터 무입시다. 배고프다.”

“네.”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자 청소 중이던 횟집 주인이 반갑게 맞았다.

두산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도다리회 대자와 소주를 주문했다.

“행님 도다리 무봤습니까?”

“아뇨.”

“지금 도다리가 제철이거든요. 억수로 맛있다.”

“네.”

두산은 볼 것도 없는 수일의 평평한 가슴을 자꾸 힐끔거렸다. 안 그래도 몸을 움직일 때마다 벌어지는 셔츠가 신경 쓰였던 수일은 두산의 시선에 손으로 셔츠를 잡아 오므렸다.

“그냥 두지예? 내 보고 있는데.”

“…….”

“좋은 말 할 때 손 치우세요.”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수일은 셔츠를 잡았던 손을 내렸다. 다시 셔츠가 벌어지고 그 사이로 희멀건 살이 비췄다.

두산이 웃었다.

“행님은 가시나였어도 빨통은 짝았긋다. 내는 빨통 큰 년들 좋아하거든요.”

두산은 싱글싱글 웃으며 큰 소리로 ‘빨통’이란 말을 했다. 손님이라곤 없었지만, 그래도 수일은 창피해 열이 올랐다.

수일은 횟집 통유리를 통해 멀리 바다를 보았고, 두산은 마르기만 한 수일의 가슴과 몸을 훑었다. 그러다 얼굴로 시선이 느껴졌다.

주문한 회와 소주를 내오던 횟집 사장이 수일을 보고 총각 참 잘생깄다, 했다. 그 말에 두산이 더 좋아했다.

두산은 수일에게 직접 회를 먹여 주었다.

괜찮다고 아무리 거절해도 자꾸 입에 넣어 주는 통에 수일은 어쩔 수 없이 다 받아먹었다.

늘 빈곤했던 수일은 얼마 만에 먹는 회인지 기억조차 안 났다. 회 맛은 잘 몰랐지만, 살집이 쫄깃쫄깃하고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소주까지 곁들이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맛있지예?”

“네.”

수일은 두산을 향해 웃었다. 두산이 눈을 번들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혀로 두툼한 아랫입술을 핥았다.

테이블 밑으로 손이 들어왔다.

두산의 뜨거운 손바닥이 수일의 발목을 잡았다.

수일은 몸을 흠칫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횟집 사장은 밖에서 청소 중이었고 가게 안엔 수일과 두산밖에 없었다.

두산은 잡은 발목을 엄지로 살살 쓰다듬으며 한 손으론 회를 먹었다.

“얼라들 맨키로 살이 부드럽다. 털도 없고.”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다. 수일은 자꾸 열이 올랐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잔만 만지작거렸다.

“행님. 내 벌써 섰는데, 우짜지? 여서 할랍니까?”

수일은 두산을 보았다.

“차로 가입시다. 몬 참겠다.”

두산의 말대로 발기한 성기에 청바지 앞섶이 불뚝했다. 두산은 검은 티셔츠를 밖으로 빼고 계산한 뒤 먼저 나갔다. 뒤로 돌아보며 수일이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일은 물로 입을 헹구고 서둘러 두산을 쫓아 나갔다.

이제 겨우 2시였고 훤한 대낮이었다. 은색 봉고는 누구라도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진하게 선팅이 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공공장소였다.

두산은 봉고에 타지 않고 담배를 물고 있었다. 수일이 머뭇거리자 담배를 든 손으로 검은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청바지 앞섶이 터질 듯 튀어나와 있었다.

수일이 다가가자 두산은 뒷문을 밀었다.

“행님도 한 대 태우실랍니까?”

수일은 고개를 저었다.

두산은 수일을 보면서 한 모금 깊게 빨고 장초를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수일의 몸을 차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수일이 뒷좌석에 앉자마자 두산은 수일의 어깨를 눌러 바닥에 앉혔다. 이어 제 무릎 사이에 가두고 그 위에서 바지를 내렸다. 잔뜩 성이 난 거대한 자지가 수일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안 그래도 좁은 뒷좌석에 가슴이 무릎에 닿는 자세로 앉게 된 수일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체구와 자지에 공포심마저 일었다. 그러나 두산은 수일의 마음 따위 관심 없다는 듯, 머리채를 잡아 성기를 수일의 입에 갖다 댔다.

수일은 입을 벌렸다. 두산이 그 크고 두툼한 두 손으로 수일의 머리를 단단히 잡더니 입 안에 우악스럽게 밀어 넣었다.

갑자기 목구멍까지 밀고 들어오는 성기의 압박에 수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통스러웠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컥컥대는데도 두산의 팔엔 힘이 들어갔다. 성기가 빠져나가는 듯하더니 다시 수일의 목구멍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 수일은 헛구역질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대로 죽을 것 같았다. 입에선 침이 질질 흘렀고 성기의 압박에 눈물이 절로 흘렀다. 본능적으로 제 머리를 잡은 두산의 손을 할퀴고 꼬집었다. 하지만 두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일은 이를 세워 성기를 깨물었다. 두산은 이의 자극에 더 흥분했고 머리를 잡은 채로 목구멍까지 밀어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목젖에 대가리가 닿을 때마다 수일은 헛구역질을 하며 정말로 이대로 숨이 막혀 죽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죽음의 공포였다. 공포에 몸부림치고 자지를 문 채로 비명을 질렀다. 숨이 막혀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수일의 몸에 힘이 빠져나가자 두산은 그제야 수일을 놓았다.

수일은 연신 콜록거리며 숨을 헐떡였다. 입에선 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고통과 두려움에 눈물이 흘렀다. 턱에 감각이 없었다. 혹시라도 턱이 빠진 게 아닌가 싶어 손으로 더듬기까지 했다.

목구멍 안쪽까지 성기가 들어온 건 처음이었던 수일은 계속 올라오는 기침과 구역질에 어쩔 줄을 몰랐다. 두산이 그러는 저를 내려다보는 걸 알면서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

“이런 거 처음입니까?”

숨을 헐떡이며 두산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믄 행님 하던 대로 하세요. 이래 가꼬 은제 싸겠노?”

두산은 수일의 몸을 가두던 다리를 들어 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수일은 눈물도 침도 닦아 내지 않고 두산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 가 무릎을 꿇었다. 콜록콜록 기침이 나오는데도 성기를 잡아 쥐고 일단 입 안에 넣었다.

그러지 않으면 또 제 머리를 쥐고 목구멍까지 밀어 넣을까 봐 두려웠다. 수일은 늘 하던 대로 적당한 깊이로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부지런히 빨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쉬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수일은 최선을 다했다.

수일이 열심히 자기 것을 빠는 동안 두산은 수일의 셔츠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크고 뜨거운 손이 등을 쓰다듬었다. 등을 쓰다듬던 손은 수일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곧 가슴으로 들어왔다. 유두 주위를 맴돌던 손이 젖꼭지를 세게 쥐고 비틀었다.

수일은 아픔과 쾌감에 몸을 떨었다.

얼마나 빨았을까?

두산이 깊고 낮은 신음을 뱉으며 사정했다. 수일은 정액을 뱉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 사정한 후에도 정액을 뿜어내는 두산의 성기를 몇 번이고 더 빨았다.

두산은 만족한 얼굴로 제 가랑이 사이에 앉아 있는 수일을 내려다보았다.

“니 억수로 야하다. 알고 있나?”

몸을 숙여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두산이 말했다. 수일은 그저 고개만 숙였다.

차 안이 어찌나 더운지 땀으로 젖은 셔츠가 수일의 마른 몸에 찰싹 들러붙었다. 두산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아 낸 뒤 검은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발목에 걸린 바지와 팬티도 벗어 알몸이 되었다.

수일은 두산의 벗은 다리 사이에 다시 갇혔다.

언제 일어날까 눈치만 보던 순간, 땀으로 번들거리는 근육질의 팔이 갑자기 쑥 들어와 수일의 허리를 잡았다. 두산은 그대로 수일을 들어 제 무릎에 올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산의 행동에 당황한 수일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두산은 수일을 무릎에 앉혀 놓고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막을 생각도 못 한 수일은 셔츠 단추가 풀리는 걸 가만 보고만 있었다.

붉은 셔츠 사이로 마르고 희멀건 가슴이 드러나자 두산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왼쪽 가슴에 입술을 갖다 댔다.

“아읏!”

그저 혀로 핥았을 뿐인데도 절로 허리가 들썩였다. 그제야 수일은 유두를 쪽쪽 빨아 대는 두산의 머리를 밀어냈다. 두산은 슬쩍 밀리는 척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이밀고 가슴을 빨았다. 이를 세워 유두를 깨물었다.

순간 수일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자극에 몸을 떨었다.

말끔하게 면도한 얼굴이었지만, 두산이 입으로 가슴을 문지르자 따가움과 자극에 소름이 돋았다. 근육질의 두 팔이 수일의 마른 몸을 꼭 껴안고 빨 것도 없는 가슴을 빨고 또 빨았다.

유두를 이로 세워 깨물고 입술로 문지르고 츄릅거리며 사탕 빨 듯 빨아 대는 통에 수일은 몸을 비틀었다. 전율에 몸을 떨고 신음을 흘리면서도 두산의 머리를 계속 밀어냈다.

손으로 머리를 때려 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두산은 더 세게 깨물었다.

아프기만 했다면 계속 저항했겠지만, 몸이 흥분됐다. 달아올랐다.

결국, 수일은 밀어내길 포기하고 두산의 머리를 안았다.

두산은 젖꼭지를 빨면서 수일의 바지와 팬티를 벗겼다. 젖어 미끈거리는 두산의 팔과 넓적다리가 수일의 벗은 하체에 닿았다. 몸에 닿은 두산의 살은 뜨겁다 못해 델 것 같았다.

크고 거친 손이 수일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부끄럽고 이상야릇했다. 수일은 그렇게 엉덩이를 까고 두산의 넓적다리 위에 무릎을 꿇은 채로 다리를 벌렸다.

젖꼭지를 물고 빨던 두산은 이제 배로 입술을 옮겨 갔다. 두산이 수일의 몸을 들어 올리는 통에 머리가 봉고 천장에 닿았다. 수일은 한 손으로 천장을 짚고 다른 손으론 두산의 어깨를 쥐었다. 음모 주위를 살살 핥는 두산의 애무에 수일은 결국 발기했다.

두산은 수일을 다시 제 무릎에 앉힌 다음 발기한 수일의 자지에 자기 것을 비벼 댔다.

“하으… 아!”

수일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아 보려 갖은 애를 썼지만, 지독히도 자극적인 행위에 두산의 어깨에 매달려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렀다.

키스도 애무도 없이 그렇게 서로의 것을 비비다가 수일이 먼저 사정했다.

두산은 비비는 걸론 택도 없어서 수일은 두 번째 펠라티오를 해야 했다.

태양을 받아 뜨거워진 차 안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유사 성교를 한 탓에 두 사람은 땀으로 목욕을 했다.

기운이 다 빠진 수일은 두산의 가슴에 몸을 기댔다. 번들거리는 근육질의 팔이 수일의 가랑이 사이를 갈라 허벅지 안쪽을 계속 쓰다듬었다. 수일은 한숨 같은 신음을 뱉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있다, 수일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두산의 무릎에서 내려와 바닥에 널브러진 팬티를 집었다.

수일이 일어난 게 못내 아쉬운지, 두산은 수일을 당겨 품에 꼭 안았다.

“더워요.”

“쪼매만 더 있으면 안 됩니까?”

“더운데….”

수일이 작은 소리로 말하자 두산이 팔을 풀었다.

“내는 머 안 더버서.”

두산은 이렇게 투덜거리더니 수일의 정액이 묻은 배와 성기를 휴지로 닦았다.

수일은 팬티와 바지를 입고 열린 셔츠 단추를 하나씩 채웠다. 그 옆에서 청바지 지퍼를 올리던 두산은 수일의 쇄골에 난 잇자국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 검지로 쓱 쓸었다.

“숙소에 가면 옷 갈아입으세요. 헤퍼 보인다.”

자기가 낸 자국이면서 괜히 인상을 썼다. 수일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산이 먼저 문을 밀고 봉고를 나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차 안으로 훅 들어왔다.

살 것 같았다.

“이제 바다 구경 가입시다.”

두산은 티셔츠를 입고 수일이 봉고에서 내릴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었다.

손을 잡은 그대로 모래사장을 함께 걸었다.

6월인데도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모래사장은 끝도 안 보일 만큼 넓었고 맨발에 닿는 모래도 부드러웠다.

두산이 얼마나 빨았는지 셔츠가 가슴을 스칠 때마다 따갑고 아렸다.

수일은 손을 들어 셔츠를 앞으로 당겼다가 헤퍼 보인다는 두산의 말이 떠올라 다시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다.

“내 목마른데. 행님도 사이다 드실랍니까?”

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딴 건 필요 없습니까?”

“네. 사이다면 돼요.”

“빨리 갔다 오께요.”

두산은 수일을 두고 제일 가까운 슈퍼로 성큼성큼 걸었다.

수일은 두산의 커다란 등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지금 뭘 하는지 몰랐다.

남자에게 가슴이 빨린 것도 처음이고 엉덩이를 잡힌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펠라티오가 아닌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 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

두산이 그 큰 것을 우악스럽게 입 안으로 밀어 넣을 때야 두려워 벌벌 떨었지만, 그걸 제외하고 다른 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사실 흥분했다. 차 안에서 이루어졌던 모든 행위가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특히 두산이 가슴을 빨 때 얼마나 느꼈는지 몰랐다. 젖은 두산의 몸이 닿을 때마다 이상야릇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

같은 남자에게, 그것도 한참이나 어린 남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윤수일, 넌 대체 저 남자랑 뭘 하려는 거니?

자신에게 물었지만, 쉬이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수일은 모래 위에 앉아 심란한 얼굴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두산이 다가와 수일의 옆에 앉았다.

사이다 하나엔 빨대를 꽂아 수일에게 주고 제 것은 그대로 입을 대고 마셨다.

“수영할 줄 압니까?”

“아니요.”

“갈키 주까요? 억수로 쉬운데.”

“나, 운동 같은 거 잘 못해요.”

“수영이 무슨 운동입니까? 그냥 물에 둥둥 떠 있는 기지?”

“그래두….”

“조만간 오성관 식구들 다 모아가 여서 야유회 할거거든예. 그때 내가 뽀뜨도 태아주고 수영도 갈켜 주께요.”

수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이다를 빨았다.

”그라고, 내가 사람 팰 때는 끼어들지 마세요. 그라다가 행님이 죽는다.“

두산은 미안했는지, 수일이 맞은 곳을 손으로 더듬거렸다.

“여 바라. 혹 났네. 병원 안 가바도 되겠습니까?”

“괜찮아요.”

“머리는 안 아프고예? 내 주먹이 쎄서 내진탕 올 수도 있다.”

“안 아파요.”

수일은 빨대에 입을 대고 대답했다.

“난중에라도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그라믄 말해야 합니다. 가만 있다간 클난다.”

턱이 아작 나도록 태욱을 때려 놓고 두산은 고작 한 대 맞은 수일의 머리를 걱정했다.

수일은 두산이 왜 그렇게 태욱에게 모질게 구는지 몰랐다.

태욱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수일은 태욱의 심정을 이해했다. 질투심과 절망에 그저 험한 말을 쏟아 냈을 뿐이었다.

수일도 호스트바에서 만나 사귀게 된 그녀에게 똑같이 한 적이 있었다. 진짜 사랑이라 생각했고 동거도 했던 두 사람이지만, 수일보다 돈이 좀 많다는 이유로 그녀를 사로잡은 다른 남자 때문에 헤어졌다. 심지어 남자는 유부남이었다.

흔하디흔한 삼류 연속극 같은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헤어지던 날, 수일은 그녀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욕을 퍼붓고 저주를 했다. 씨발년, 개 같은 년, 죽어도 싼 년. 길 가다가 차에 치여 죽어라.

그녀가 그 남자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그랬다.

그때 수일은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수일을 두산이 고개까지 돌려가며 빤히 쳐다보았다.

“왜요?”

“왜긴. 예뻐서 그라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닭살 돋는 말을 했다.

수일의 얼굴이 붉어지자 두산이 웃었다.

“그만 드가입시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두산은 수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커다란 체구에 그늘이 졌다.

수일은 두산을 올려다보고 내민 손을 잡았다.

델 듯, 잡은 손이 뜨거웠다.

두산은 수일을 숙소에 넣어 주고, 볼일이 있다며 먼저 나갔다.

“태욱 씨는 괜찮아요?”

“예. 개안습니다. 의사 말로는 뿔라진 데도 없고, 쪼매 터진 거 말곤 아무 이상 없다카데예.”

“다행이네요.”

“안 죽은 기 다행이지. 태욱이 그 새끼, 그기 미친놈이다. 댐빌 사람을 보고 댐비야지.”

현철은 오히려 태욱을 나무라며 혀를 찼다.

“참, 바다는 봤습니까?”

“네. 다대포 갔다 왔어요.”

“그 진짜 좋지예? 내도 그기 제일 좋아합니다.”

“담에 같이 가요.”

수일의 말에 현철이 환하게 웃었다.

수일은 방으로 들어가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욕실로 향했다. 땀에 젖은 몸이 끈적거렸다. 목욕탕을 가려니 두산의 자국이 남아 좀 그랬다. 수일은 빨간 대야에 물을 받아 몸을 씻었다.

두산의 입술이 스쳐 간 곳은 모두 벌겠다. 물만 닿아도 젖꼭지가 아렸다. 수일은 되도록 가슴이 닿지 않도록 신경 쓰며 몸 구석구석 비누칠을 했다.

무슨 일이 있는지 거실에 있던 덩치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목욕을 다 하고 나오자, 준비를 마친 몇몇이 벌써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이제 겨우 다섯 시였다. 보통 저녁을 먹고 일곱 시쯤 나가던 동생들이 웬일인가 싶었다.

현철도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말없이 수일을 스쳐 갔다.

수일은 고개를 갸웃하고 방으로 돌아와 쇄골이 보이지 않는 낡은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행님, 오늘 저녁은 못 챙겨드리니까, 뭐라도 좀 사드이소. 죄송합니다.”

막내가 방문을 열고 이렇게 말을 했다.

“무슨 일 있어요?”

“아입니다. 일은 무슨 일예.”

잔뜩 긴장한 막내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부산에 내려와 처음으로 혼자 라면을 끓여 찬밥을 말아 먹었다. 늘 시끌벅적한 곳에서 밥을 먹다가 혼자 먹으니 조금 외로웠다.

수일은 설거지를 하고, 두산이 사다 놓은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 아이스크림을 개발한 사람은 천재라고, 먹을 때마다 두산은 칭찬했다. 두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수일은 피식 웃었다.

***

인기 없는 수일과 여가수는 10시부터 11시 타임을 책임졌고, 삼락 형님은 11시에서 12시 사이 중 편한 시간에 노래를 불렀다. 인기의 힘이었다.

수일이 오기 며칠 전에 삼류 코미디언을 고용해 개그도 시키고 사회도 맡겼지만, 영 별로였는지 이틀 만에 잘렸다고 했다.

공석인 사회자 자리를 밴드 마스터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맡고 있었다. 사장이 오성관의 웃음을 책임질 코미디언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지만, 언제 사람이 들어올지 기약이 없었다.

다른 나이트와 달리 사장은 절대 인기 트로트 가수를 부르지 않았다. 여긴 그런 가수들로 돈 버는 데가 아니라고 했다.

수일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았다. 쇼를 빙자해 수일도 댄서들도 모두 손님을 받았다. 한마디로 합법적으로 보이는 매춘을 알선했다. 그뿐 아니라, 손님들끼리도 합석을 시키고 불륜을 조장했다.

오성관에 오면 직원이든 손님이든 맘에 드는 사람과 그걸 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났다. 성매매는 싫고 원나잇은 하고 싶은 중년들이 주로 찾기 시작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수일은 두산을 대신해 숙소로 온 지배인이 모는 빨간 프라이드를 탔다.

“지배인님, 무슨 일 있는 거죠?”

“니는 몰라도 된다. 일이 쫌 있다.”

지배인은 그렇게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짧은 거리를 가면서 담배를 두 대나 피운 지배인은 수일을 나이트 입구에 내려 주고 은색 봉고로 옮겨탄 뒤 다시 나갔다. 댄서들을 실어 올 모양이었다.

대기실엔 서른아홉 살의 부산 출신 가수 정은아 씨가 있었다.

회갑 잔치며 돌잔치까지 안 가는 데가 없는 은아 씨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사업한다고 설치고 다니다 돈만 날린 남편과 작년에 이혼하고,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느라 늘 바빴다.

“수일이 왔나?”

“일찍 오셨네요?”

“내 일이 쫌 있어 가지고. 니캉 내캉 순서 쫌 바꾸자. 마스터한테는 다 말해놨다.”

“그러세요, 그럼.”

은아 씨는 두꺼운 무대 화장을 마무리하고, 가슴팍에 향수를 칙칙 뿌렸다.

“다들 쌈질 하러 가가꼬 나이트가 횡 하다.”

“쌈질이요?”

“싸움 말이다. 니 몰랐나? 여 말이다, 박 사장은 바지사장 같은 기고 실제 주인은 백사파 아이가. 그래서 기도 서는 아들도 다 백사파고.”

나이트 기도들 대부분이 조폭들인 건 수일도 알았다. 백사파가 어떤 조직인지 아는 바 없지만, 싸움이 있긴 있나 보았다.

눈앞에서 칼부림하는 것도 본 적이 있던 수일은 두산도 거기 갔나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수일을 보살펴 주는 건 두산밖에 없었다.

다치면 안 되는데.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오늘 장사는 할란가 모르겠다. 누가 지키고 서 있으야 개새끼들을 끌어내든가 할 꺼 아이가. 니캉 내캉은 문제없는데, 옷 벗는 가시나들은 기도들 없으면 난리 난다.”

은아 씨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수일의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원피스를 갈아입었다.

“수일아, 자꾸 좀 올리도.”

은아 씨는 수일에게 등을 보였다. 수일은 자꾸가 지퍼의 사투리란 걸 알았다. 전국 각지를 돌다 보면 웬만한 사투리는 다 알아먹었다.

리허설인데도 왜 저리 화장을 하고 몸단장을 하나 했더니, 세 번 갔다 온 밴드 마스터 석모 씨에게 잘 보이려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나 어린 여자들만 보면 환장한다는 마스터를 은아 씨가 꼬일 수 있을까.

수일은 그 생각을 하며 텅 빈 홀에 앉았다.

결국, 그날 나이트는 문을 닫았다.

수일은 댄서들과 여종업원들 사이에 껴서 봉고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댄서들은 서로 싸웠는지 분위기가 냉랭했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정수만 쉴 새 없이 떠들었다.

“행님, 두사이랑 뽀르노 봤다 켔습니까?”

“네? 아, 아직이요.”

“진짜예? 그걸 바야대는데. 꼭 보이소. 진짜로 꼭 보이소. 팔순 먹은 할배도 그거 보면 뻘떡 선다.”

“오빠, 먼데?”

뒤에서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댄서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스물세 살 먹은 송미경이었다.

“가시나 드릅게 발키쌌네.”

“좋은 거 있으면 내도 보여도.”

미경이는 지지 않고 정수에게 포르노 얘길 꺼냈다.

“쌍판떼이 안 치우나? 난중에 보여 주께. 보지 함 빨게 해주면.”

“머라카노? 치아라!”

미경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정수를 흘겨보았다. 정수는 냉랭한 차 분위기는 상관없이 혼자 신나서 룸미러를 통해 댄서들을 훔쳐보았다.

수일은 정수가 두산이 얘길 꺼내자 다시 불안해졌다. 불안함에 목이 탈 지경이었다.

봉고가 숙소 앞에 서자, 정수는 뒷문을 열어 댄서들을 내렸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숙소엔 불이 켜져 있었다.

“머꼬? 왔는가베.”

정수는 심드렁하게 한마디 하고, 포르노 얘길 했던 미경이와 봉고 옆에 서서 말을 나누었다.

수일은 무대복을 챙겨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로 집 안이 뿌옜다.

“행님! 여 와서 고기 드이소.”

두산의 목소리였다. 어찌나 반가운지, 수일은 연기가 가득한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두산을 찾았다. 두산이 손을 들어 제 있는 곳을 알려 주고, 그 옆을 툭툭 손바닥으로 쳤다.

수일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두산의 옆에 앉았다.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평소라면 말없이 옷부터 갈아입었을 수일은 두산에게 이렇게 일러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대복을 옷장에 넣어 두고 추리닝으로 갈아입었다.

손이나 얼굴에 멍이 들거나 피딱지가 붙은 덩치가 몇 있긴 했지만, 다들 밝은 얼굴이었다.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두산도 손등에 피딱지가 앉았지만 괜찮아 보였다.

눈에 피멍이 든 막내가 웃으며 수일에게 수저를 내밀었다.

“밥도 드리까예?”

“눈. 괜찮아요?”

“이거예? 개안습니다.”

두산은 막내를 돌아보며 웃었다.

“이 새끼 이기, 지 밥값은 제대로 하데. 니 오늘 마이 무라. 심부름하지 말고 새끼야.”

“예. 행님.”

마냥 즐거워 보이는 동생들은 다 익지도 않은 고기를 날름날름 먹고 있었다.

수일은 두산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친 데는 없어요?”

“내요? 멀쩡하다 아입니까.”

두산은 실실 웃으며 수일의 앞으로 고기를 갖다주었다.

그 능글맞은 웃음이 왜 그리 반갑던지 수일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두산의 눈이 번들거리며 수일의 얼굴을 훑었지만 수일은 그 눈빛마저 반가웠다.

마치 자기가 싸움에서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수일은 기분이 좋아졌고, 다친 동생들이 구워 주는 고기를 잘도 받아먹었다.

고기 냄새에 밴드들까지 1층으로 내려왔다.

“가시나들도 델꼬 온나. 다 같이 묵자.”

마스터의 말에 밴드 막내가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두산은 수일의 입에 들어가는 고기를 쳐다보다 내도 먹고 싶다, 했다. 수일이 먹여 달라는 줄 알고 쌈에 고기를 싸서 줬더니 두산이 짧게 웃었다. 그리고 수일에게 바짝 붙어 앉으며 귓속말을 했다.

“니 먹고 싶다고.”

수일은 그 말에 얼굴이 벌게졌다. 낮에 봉고에서의 일도 생각나 괜히 민망했다.

“행님, 마이 무라.”

예의 그 뱀 같은 눈을 하고, 두산은 쌈을 싼 고기를 수일의 입에 넣었다. 수일은 붉어진 얼굴로 고기를 받아먹고 술도 받아 마셨다.

전에 없이 친밀감이 느껴져, 밥상 밑으로 들어오는 두산의 손길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다치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던지, 그 커다란 손이 주는 압박에 수일은 안도했다.

그사이 댄서 아가씨들 셋이 합류했다. 무슨 술집 아가씨라도 부른 양, 저마다 제 옆에 앉히려고 난리였다. 그 꼴이 보기 싫었지만, 자기가 나설 자리도 나설 위치도 아니라 수일은 입을 다물었다.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 댄서 중 가장 예쁜 은영이 두산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올해 스물일곱이라 했던가.

수일은 은영과 눈인사를 했다.

“두산 씨, 내도 고기 쫌 주세요.”

두 살 동생인 두산에게 은영이 존댓말을 했다.

두산은 은영의 얼굴을 힐끔 보고 가슴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님은 빨통 하나는 쥑이네.”

두산의 말에 수일은 기분이 상했다.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꼭 저렇게 큰 소리로 말해야 할까?

하지만 은영은 그 말에 몸을 배배 꼬며 웃었다. 수일은 은영의 표정을 보고 두산을 좋아하는구나, 바로 알아보았다.

“내 하나만 쌈 싸 주세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은영은 이렇게 말했다. 얼굴에 홍조가 일었다.

“누님이 싸무라. 손 없나?”

그러나 두산은 퉁명스럽게 핀잔을 주고 제 입에 고기를 넣었다.

그 핀잔에도 은영은 소리 내 웃었다.

저렇게도 좋을까?

상대를 잘못 고르긴 했지만, 마냥 어리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은영이 수일은 조금 부러웠다. 아마도 은영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좋아하는 사람 생각만으로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행복하겠지.

수일은 은영을 보고 미소 지었다.

고기를 먹으려고 젓가락을 드는데, 두산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옆으로 돌아보자 두산이 사나운 눈을 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수일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다.

순간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왜 그런지 영문도 몰라, 사과할 수도 달랠 수도 없었다. 수일은 가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잘 먹었습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스터가 방에 들어가려는 수일을 불렀다.

“야야, 니 어데 가노? 여 온나. 술 한잔 받아라.”

수일은 두산의 눈치를 먼저 살폈다. 두산은 고개를 까딱하며 가도 된다고 허락했다. 화가 풀린 건 아니었다. 눈빛이 여전히 매서웠다.

분위기상 수일이 빠지면 보기 안 좋아서 그러는 것 같았다.

수일은 밴드들 사이에 껴서 술을 마셨다. 어제 회식 이후로 부쩍 친해진 밴드들은 서로 돌아가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두산의 눈치를 보던 수일도 술이 많이 들어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홀짝홀짝 잘도 받아 마셨다.

얼마나 마셨는지 몰랐다. 두산이 은영을 데리고 방으로 가자 마스터가 야한 농을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수일은 술이 올라 알딸딸한 눈을 하고 방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두산이 저한테 그러듯 거칠게 굴지 않기를 바랐다.

아무리 스트립댄서라도 은영은 160도 안 되는 연약한 여자였고, 수일처럼 닳고 닳은 한물간 사내도 아니었다. 수일이 두산을 견딜 수 있는 건 남자라서 그랬다. 아무리 삐쩍 말라도, 그래도 사내였다.

갑자기 기분이 울적해졌다.

술 때문이리라.

수일은 귀가 울릴 정도로 떠드는 동생들을 둘러보며 술을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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