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푸른 둥지의 왕
레이븐은 아침부터 숲이 조금 소란스럽다고 생각했다. 아니. 조금이라는 단어엔 어폐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 뿌리부터 도토리까지 짜증 내고 있다는 표현이 옳았다.
숲이 이렇게나 신경질적인 건 처음인지라 레이븐은 걱정스레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에 그는 약간 충격받았다. 자신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숲 전체가 시치미를 뚝 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레이븐은 한껏 우울해져 집안에 처박혔다.
다음 날 새로운 기분으로 집 밖에 나온 레이븐은 미묘하게 굳어 있는 짐승들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바위 밑 토굴에 사는 토끼부터 집채만 한 늑대들의 우두머리까지 죄다 그의 눈길을 피했다.
뭔가 자신에게 숨기는 일이 있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레이븐은 단단히 골이 난 표정으로 숲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숲은 한 바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풀어지게 만들었다. 화려한 단풍으로 가득 찬 파르티잔은 마법처럼 레이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늘은 맑았고 과일들은 한껏 풍성하게 익어 식욕을 돋웠다. 레이븐은 당장 내일부터 수확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제법 멀리 순찰을 나갔기에 자신의 집이 시야에 들어왔을 땐 하얀 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멈춰 섰다. 어두워서 누구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을이니 과실을 교환하려는 상인일 수도 있고 도움을 청하는 심마니일 수도 있었다. 레이븐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았다. 그는 혼자 사는 것에 익숙했지만 최근의 십몇 년간은 인간의 체온이 그리워 우울하게 숲을 돌아다니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집 앞까지 쏜살같이 달려간 레이븐은 자신을 쳐다보는 방문자의 얼굴에 석상처럼 굳어 섰다.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황금의 머리칼과 새파란 푸른 눈이 레이븐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레이븐을 쏘아보았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었다. 레이븐은 고개를 가로 휙휙 내저었다.
“……. 허깨비인가. 고기를 안 먹은 지 좀 됐더니 역시 기력이 딸리…….”
“레이븐?”
“거짓말이야. 거짓말.”
꿈에서도 그리워했던 아름다운 남자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믿었고 소식조차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그 남자의 손이 레이븐을 향했다.
“보고 싶었다.”
“거짓….”
레이븐은 단단한 가슴에 끌어안겨 숨을 멈췄다. 뜨거웠다. 레이븐은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마주 안는 것은 아주 쉬웠다. 레이븐과 시빌은 정신없이 포옹하며 입 맞추었다. 비틀거리며 산장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숲은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며 부르르 잎을 떨었다.
“그래서 당신이 오는 것을 숨기려고 숲이 저 난리를 친 거군요?”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지옥문으로 보이더군. 시꺼멓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했다.”
결국엔 숲에서 길을 찾아낸 시빌이 키득거리며 레이븐의 뺨에 키스했다. 레이븐은 황홀한 눈으로 시빌의 금발을 만지작거렸다.
“잘도 여기까지 왔군요.”
“보고 싶었어.”
레이븐은 기뻤다. 그가 일과 왕국을 제쳐 두고 잠시라도 좋으니 자신을 보러 왔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기분 좋아서 공중으로 붕 떠오를 것 같았다. 20년 만에 찾아온 것이었지만 대관식을 치른 뒤 10년 동안은 절대 무리였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까 참 좋네요. 꼭 헤어질 필요 없이 가끔 왕래해도 좋았을 텐데.”
왜 그렇게 무식하게 헤어져야만 했던 것일까. 레이븐은 시빌의 머리칼을 은근슬쩍 땋아 내리며 생각했다. 아마 그때에는 적당이라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각자의 옆에 머물기에는 상황도 좋지 않았고 또 두렵기도 했다. 대륙의 반대편에 위치했다는 것은 오가는 데에만 한 달 넘게 걸린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여기엔 언제까지 계실 수 있는 건가요? 가신들은 바레아에 있는 겁니까? 만나서 정말 좋네요. 정말로.”
레이븐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시빌은 레이븐의 질문에 매우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열더니 그만두길 반복했다. 레이븐은 시빌의 그런 어울리지 않는 태도에 걱정이 일어 그를 바라보았다.
“무, 무슨 일이라도 터진 겁니까? 결국 횡포를 못 견딘 사람들이 반란을? 그래서 도망 온 거군요! 도망칠 데가 없어서….”
“뭐라는 거야?! 내 왕국은 멀쩡해! 아니, 내가 사라졌으니 이젠 멀쩡하지 않겠지만 어쨌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날 뭐로 보는 거야?”
시빌은 발끈해서는 외쳤다.
“난 그냥 돌아갈 계획이 없을 뿐이다.”
레이븐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환상인 것 같았다. 너무 외로워서 좋아하는 이의 환각을 만들곤 수다를 떠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날 봐 레이븐! 이건 환상도 아니고,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니까.”
시빌은 얼빠진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는 레이븐의 얼굴을 잡아챘다. 레이븐의 검은 눈동자는 순진한 짐승의 눈처럼 말갛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너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시빌. 당신에겐 왕국이 있지 않았습니까?”
시빌은 쓰게 웃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세상은 이제 없어. 연금술사들이 지켜온 그 소중한 비밀이 폭로되자마자 인간들은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었지. 그거 알아?”
시빌은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으며 기가 차서 말했다.
“이제 성인이 된 세대들은 레비쥬를 겁내지도 않아.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재수 없는 살인귀라고 생각하지.”
“레비쥬를 겁내지 않는 인간?”
“이제 인간은 강해. 앞으론 자신이 해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난 이제 필요 없어.’ 하고 시빌은 레이븐의 귀에 속삭였다. 레이븐은 그 순간, 시빌의 속삭임을 듣는 그 찰나에 보이지 않는 문 하나가 열렸음을 깨달았다. 먼 과거에서부터 계속해서 그를 따라오던 일 하나가 그 끝을 드러내며 작별을 고한 것이다. 레이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죽지 않는 자들을 모두 죽여달라고 언젠가 부탁받았습니다.”
레이븐은 시빌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쩌면 당신이 그 일을 해주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시빌은 영문을 몰랐지만 레이븐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레이븐이 말하는 죽지 않는 자들이 레비쥬와 마법사를 뜻하는 거라면, 그들의 시대는 이제 정말로 끝났기 때문이다. 시빌은 레이븐의 손등 위로 손을 덮었다.
“그리고 난 다 기억해냈어.”
“네?”
시빌은 싸늘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기억해냈다고. 주인님.”
맑은 날의 구름처럼 새하얘진 레이븐의 손을 시빌은 꽉 움켜쥐었다. 그는 도저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입꼬리를 허물어뜨리며 레이븐의 입에 키스했다.
“너와 함께한 시간들을 모두 기억해냈어. 사랑해. 주인님.”
“무, 물론 저도 사랑합니다. 그, 그런데 좀 무섭습니다?”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주인님? 행복하게 해줄게.”
레이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시빌은 키득키득 웃으며 레이븐을 안아 올렸다.
두 팔 안에 가득한 레이븐의 무게가 그의 가슴을 흡족게 했다. 책임감이나 의무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위해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한 것이다.
왕국이 무너져도 숲이 불타올라도 그는 이제 행복해질 자신이 있었다.
20년 만의 잠자리는 지독히도 힘들었다. 레이븐은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았다. 첫날엔 얌전히 손만 잡고 자는가 싶던 시빌은 새벽쯤에 레이븐을 덮쳤다. 20년 동안 욕구불만이었다는 시빌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린 것이 실책이었다. 레이븐은 피곤에 온몸이 절여져선 이불을 끌어올렸다.
“괜찮아? 죽은 좀 먹고 자.”
레이븐은 시빌의 목소리에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시빌이 들고 온 건 팔팔 끓인 고기 죽이었다. 3년 동안의 기억이 모두 돌아왔다더니, 시빌은 어디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잘도 찾아 꺼내 썼다.
“무리시켜서 미안해.”
“으으. 왜 이리 맛없습니까.”
“그것도 미안하고.”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말하며 시빌은 레이븐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쾌락에 놀란 몸이 맥을 못 추자 레이븐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죽을 다 먹고 난 뒤 그는 시빌을 시켜 작업실에 만들어놓은 약 두어 종류를 챙겨 오도록 했다.
“이곳은 예전이랑 변한 게 없네.”
“바뀔 이유가 없으니까요.”
레이븐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입에 약을 털어 넣었다. 시빌의 말마따나 레이븐의 산장은 20년 동안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낡은 의자를 새것으로 고치고 새로운 책이 몇 권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레이븐.”
“네?”
“넌 왜 하나도 안 늙었어?”
쓴 약을 입가심하기 위해 사과 한 조각을 우적거리던 레이븐은 먹던 것을 격하게 뿜었다. 레이븐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듯 시빌의 눈치를 봤다.
“뭐랄까, 이런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자기는 인간이기 때문에 늙는다고. 내 옆에 서 있을 마법사를 보며 질투하게 될 거라고. 왜 놓아주지 않느냐고 감정 절절하게 소리쳤던 것 같은데.”
기억력이 좋다는 건 주변 사람에게 있어선 재앙이자 민폐가 아닐까. 레이븐은 사과를 든 채 얼어붙었다.
“아, 어, 그게, 그러니까.”
“내게서 떠나려고 거짓말한 건가?”
뭐 그렇죠.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레이븐은 그제야 시빌이 자신을 앓아눕게 만들고서도 저리 뻔뻔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레이븐에게 따질 것이 매우 많은 것이다.
‘아파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엄~청 당했을 거야.’
“난 네가 얼마나 늙었을까, 결혼하지는 않았을까, 혹여 죽지는 않았을까 하루 24시간을 계속해서 고민하며 이쪽으로 왔단 말이지.”
“그, 제가 좀 동안입니다.”
“얼마나?”
“천 년 정도?”
시빌은 말없이 레이븐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의 살벌함에 대고 헤헤 웃으며 레이븐은 자신이 아파서 다행이라고, 새벽에 덮쳐져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레이븐은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며 꾸물꾸물 침대 속에 파묻혔다. 살벌한 시선이 가려지니 좀 살 것 같았다.
‘하루 24시간 고민하며 왔단 말이지? 크크크크크큭.’
“웃는 거 다 보인다. 까마귀.”
웃느라 부들부들 떨리는 이불을 시빌은 죽어라 노려보았다. 환자를 팰 수도 없고 구박할 수도 없어 그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말에 속은 자신이 병신이기는 했다. 왜 이 까마귀만 얽히면 이렇게 허술해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북쪽 탑의 마법사를 죽이고 천 마리가 넘는 까마귀를 불러낸 자가 인간이라 생각했다니. 그러고 보면 숲에서 같이 살 때엔 제법 마법 같은 것들도 많이 사용했었다.
시빌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아직까지도 바들거리는 레이븐을 툭툭 쓰다듬었다. 그를 20년이나 속이고는 좋다고 처웃는 새 새끼가 밉지 않았다. 시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미소 지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레이븐이 오랫동안 그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속이 근질거려 웃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얼른 나아라, 까마귀.”
온갖 종류의 마음을 담아 시빌은 레이븐을 향해 말했다. 그 말에 멈출 줄 모르고 떨리던 이불이 확 얼어붙었다. 시빌은 레이븐이 그저 건강하길 바라서 한 말이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시빌은 사악하게 웃으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화려한 가을의 숲이 못마땅한 얼굴로 레이븐의 오두막을 지켜보고 있음을 시빌은 알 수 있었다.
“그래 봤자 레이븐은 내 것이야. 아무리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별수 없을걸?”
이불 속에 들어 있는 레이븐은 듣지 못할 목소리로 시빌은 작게 웅얼거렸다. 예전에는 파르티잔의 레비쥬들을 모조리 그에게 보내기도 한 숲이었다. 기억이 없을 때는 무기도 없이 그들을 처치하느라 힘들었지만 이젠 괜찮았다. 감히 그에게 덤비는 자들은 도륙을 내줄 생각이었다.
얼어붙은 까마귀를 계속해서 쓰다듬고 토닥이며 시빌은 길게 늘어지는 산맥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함께한 지 이틀째였다.
떨어진 과실들은 그대로 남기고 나무에 매달린 것만 따 모으는 일은 시빌의 과거 직업윤리를 건드렸다. 시빌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나무 아래 떨어진 과일들을 노려보았다. 상한 곳도 없고 깨끗했다. 저런 건 다 주워서 깨끗하게 씻은 뒤 포장하면 감쪽같은 데다가 더 달콤해서 사람들이 좋아했다. 시빌은 애원하는 표정으로 레이븐을 쳐다보았다.
“유실수는 짐승들의 것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했잖습니까.”
“떨어진 지 얼마 안 돼서 깨끗한데…….”
시빌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 과수원을 겸했던 분지 마을에 살았던 것은 그야말로 까마득한 옛날이었지만 어렸을 적의 기억은 평생을 가는 법이었다. 시빌은 결국 레이븐의 눈총을 이기지 못하고 유실수를 포기했다.
“예전엔 짐승들 많이 먹으라고 가지에서 딴 과일도 땅에 떨구시더니?”
레이븐이 힐난하자 시빌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꾸했다.
“그건 짐승들이 잘 먹고 쪄야 잡았을 때 먹기 좋으니까 그랬던 거고. 지금은 그냥 옛날 과수원 일 하던 때가 생각나서 그런 거고.”
“호오. 과수원 일도 하셨습니까?”
“마을 전체가 꾸려나가는 과수원이었지. 떨어진 건 다 주워서 우리가 먹기도 하고 갔다 팔기도 하고…….”
“뱃사공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다 커서 한 직업. 그 일 정말 오래 했는데. 생각해보면 영주로 있었던 시간이랑 거의 엇비슷하겠는걸.”
“호오.”
“룬강에서 나룻배를 몰았어. 아직도 그 강물의 흐름이 생각나는군. 굉장히 아름다웠지만 비가 조금만 와도 위험해져서……. 요샌 다리가 있으니까 뱃사공은 없겠지. 뭐 내가 놓으라 명령한 다리지만.”
시빌은 쑥스러운 듯 뺨을 긁었다.
“언젠가 한 번 같이 가보지 않겠어?”
“좋지요.”
레이븐은 배시시 웃으며 시빌에게 가위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 전에 솜씨 발휘 좀 해 보시죠. 제가 밑에서 받아줄 테니까.”
시빌은 얌전히 가위를 받아선 나무를 타고 올랐다.
자루 하나를 과일로 다 채우는 데에는 반나절이 족히 걸렸다. 나무는 제법 있었지만 땅이 고르지 않아 이동이 힘들었고 가지에 열린 과일만을 수확해야 했던 것이다.
수확이 끝나자 시빌은 자신의 몸통만 한 자루를 들어 지게에 맸다. 레이븐은 바라보기만 해도 흡족한 기분이 되어 열심히 시빌을 칭찬했다. 시빌이 울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뭔가 굉장히 불공평하게 일하는 기분인데.”
“환자에게 그렇게 맛없는 죽을 주다니. 전 아직도 힘이 없지 뭡니까. 제가 이걸 나르자면 일주일은 걸릴 겁니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기에 시빌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들은 생고기를 잘라 굽는 게 아닌 이상 정말 맛이 없었다. 그래도 강가에서 살았기에 생선요리는 제법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이곳에선 솜씨를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랑 사용하는 양념이 달라서 그래.”
“비겁한 변명이군요.”
“사실이다.”
“네에, 네에.”
“이 자식. 전혀 안 믿는군.”
레이븐은 키득 웃으며 산장으로 먼저 달려갔다. 시빌은 질세라 레이븐의 뒤를 쫓았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산장에 도착했고 과일을 창고에 넣기도 전에 서로 입을 맞췄다.
“몸이 낫자마자 또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하지 않아도 전 괜찮습니다.”
레이븐은 그렇게 말하며 시빌의 귓가에 바람을 훅 불어넣었다.
“너 이 자식. 했겠다!”
레이븐은 야비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두 눈동자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 그를 비웃는 것에 시빌은 기꺼운 마음으로 도발에 넘어갔다.
다음 날 시빌은 아침부터 일어나 마당에 내팽개친 과일들을 정리했다. 레이븐은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고 늦가을의 새벽공기는 서늘했다. 시빌은 잠시 안갯속을 노려본 뒤 자신의 검을 들고 나왔다.
간밤엔 도발을 당한 탓에 제법 거칠게 분위기가 흘러가고 말았다. 아무래도 레이븐은 또다시 앓아누울 모양이니 그나마 먹을 수 있을 만한 음식을 해주려면 고기가 필요했다. 20년간 대체 뭘 먹고 산 것인지, 레이븐은 예전보다 더 말라 있었다.
레이븐은 고기 굽는 냄새에 눈을 떴다. 자신의 집에서 나는 냄새라고 생각하지 못한 레이븐은 산불이라도 났나 싶어 황급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선 시빌이 거대한 멧돼지 한 마리를 썰어 굽고 있었다. 허리가 아릿하게 저려 오는 것을 느끼며 레이븐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떠 있는 위치를 보건대 시간은 아직 오전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레이븐은 아연해진 얼굴로 침대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신나게 고기를 굽던 시빌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등장한 레이븐을 밝게 맞아주었다.
“슬슬 배고파서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 자. 이거 먹어.”
“아침부터 무슨 고기를 먹자고 이 난리를….”
“내가 한 음식은 맛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넌 살 좀 쪄야 하고.”
레이븐은 자신의 턱 아래로 들이밀어 진 고기를 난감한 듯 받아들었다. 위에는 부담스러울 게 분명했지만 냄새는 끝내줬다. 그러고 보니 고기를 먹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봄쯤에 사냥꾼 한 명이 치료용 연고를 가져가며 놓고 간 사슴고기 한 꾸러미가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레이븐은 조심스레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속에 넣고 씹었다. 흘러나오는 뜨거운 육즙에 홀딱 한 조각을 삼키고는 빨라진 손짓으로 남은 것들을 해치웠다.
“뭐 괜찮군요.”
“더 있으니 많이 먹어.”
시빌은 즐거운 표정으로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오후엔 남은 고기를 함께 손질한 뒤 가죽을 물에 씻었다. 털을 벗겨 내고 분리해둔 기름과 멧돼지의 내장을 가죽에 문질러 무두질하자 어느덧 새까만 밤이 되었다.
구수한 고기 냄새로 시작했다가 무두질의 역한 냄새로 하루를 마친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한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본래 한 명이 자던 것이라 두 사람이 나란히 누우니 팔 전체가 맞닿았다.
“쉬게 해 주려고 잡아온 고기인데 오히려 일만 더 시켜버렸네.”
레이븐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침에 그렇게나 먹었는데 벌써 배가 고파 오는군요.”
“야참으로 고기 더 먹을까?”
“으. 고기 냄새는 이제 맡기 싫습니다.”
하루 종일 손질했던 멧돼지 가죽을 떠올리며 말하자 시빌이 웃음 섞인 긍정을 했다.
피곤함이 밀려와 레이븐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어젯밤의 일로 가뜩이나 허리를 세우기 힘든데 확실히 과한 노동이기는 했다. 하지만 일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재빨리 해치우는 게 나중에 고생하는 것보다 좋았다.
“레이븐. 자?”
“……음.”
레이븐은 나름 깨어 있다는 의미로 낸 소리였지만 시빌은 잠결에 낸 소리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커다란 손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레이븐의 손을 덮었다. 따뜻하고 행복해져서 레이븐은 두 눈을 고양이처럼 휘었다.
산장 밖으로 나가면 화려하게 단장한 숲과 높은 하늘이 있었다. 밤의 별은 그 어떤 보석보다 반짝거렸고 부엉이와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적막뿐인 밤을 울렸다.
직접 지은 산장은 안락했고 필요한 것은 모두 조달할 수 있었다. 그를 가장 두렵게 했던 고독 또한 지금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 속을 온통 멍들게 했던 외로움과 회한도 지금에 와선 왜 그렇게 힘들었던가 싶은 과거의 일이 되어 있었다.
레이븐은 슬쩍 손을 돌려 시빌의 손을 맞잡았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커다란 손은 곧 조심스레 손가락을 깍지 껴왔다. 축복받은 밤이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생활 속에 묻어 들었다. 헤어져 있었던 20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보충하려는 듯 언제나 붙어 다녔다. 시빌은 겨울에 쓸 장작을 패다 말고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을 경계 어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대륙은 바뀌어 이제 레비쥬가 설 곳은 없었다. 뱀파스는 수요가 없어 잘 기르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까다롭지 않게 잘 자라는 식물이었다. 연금술사들의 비밀이 공표된 이후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그 키 작은 식물을 길렀다.
이제 레비쥬가 나오면 사람들은 대포를 쐈다. 각성한 레비쥬는 작은 마을 하나를 차지하더라도 곧 토벌되었고 목숨을 잃거나 황무지로 쫓겨났다. 그들의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유물을 노리는 자는 아직까지도 있었다.
잔뜩 경계하며 도끼를 움켜쥐었던 시빌은 다가온 남자의 옷차림이 근처 사냥꾼의 것임을 알아보았다. 사냥꾼은 시빌의 모습에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하며 손을 들었다.
“숲지기는 계시나? 자넨 처음 보는군.”
“동거인이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사냥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시빌의 모습을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한 번 쭉 훑어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괜찮다면 봄에 왔던 사냥꾼이 다시 왔다고 전해주지 않겠나? 약이 다 떨어져서 그러는데.”
“누구라고 전하지?”
“짧은 꼬리라고 하네.”
시빌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산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식사를 준비하던 레이븐은 사냥꾼이 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질 때가 됐죠. 사실 한 달은 더 전에 찾아올 줄 알았는데 꽤 오래 썼네요.”
레이븐은 식사라도 같이하자며 사냥꾼을 초대했다. 사냥꾼은 숲지기의 초대를 감사히 받아들였다.
식탁에는 과일들과 빵, 멧돼지 고기 등이 차려졌다. 사냥꾼은 진수성찬에 휘파람을 불어 재꼈다. 마른 육포나 씹으며 돌아다니는 사냥꾼으로선 그야말로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같이 사는 분이 계실 줄이야. 깜짝 놀랐지 뭡니까. 봄까지만 해도 혼자 아니셨나요?”
“가을부터 같이 살게 됐습니다.”
신이 나서 식사를 하는 사냥꾼의 물음에 시빌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어이쿠. 앞으로 쭉 같이 사시는 겁니까? 혹시 관계가 어떻게?”
“애인이오.”
거침없이 내뱉는 시빌의 말에 레이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사냥꾼도 잠시간 멍해져서는 입안에 든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어, 그, 그렇습니까. 이것 참. 동료 사냥꾼들 제법 울게 됐네요. 하하.”
간신히 진정하며 음식을 삼킨 사냥꾼의 말에 시빌의 눈썹이 슬쩍 치켜 올라갔다.
“동료 사냥꾼?”
“레이븐 씨를 노리는 남자들이 좀 많았다고 해두죠. 미인에 솜씨도 좋고, 또 숲지기고. 게다가 애인이라면 아시겠지만 거 있잖습니까. 하하! 본인 앞에서 말하긴 참 쑥스럽지만 되게 야한 분위기랄까. 와하하핫!”
레이븐은 도끼눈을 뜨는 시빌의 모습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단단히 따지고 들어가서는 사냥꾼과 그 동료들을 도륙이라도 낼 것 같은 기색에 레이븐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약은 전의 그 약이면 되겠습니까? 모자라지는 않았죠?”
“아, 네! 요새는 가죽의 수요가 늘어서 사냥보다는 가죽 손질들을 주로 합니다. 소가죽이나 사슴 가죽 같은 게 잘 나가요. 다칠 일이 별로 없으니 약이 많이 남네요.”
“가죽이요?”
“동부의 영주들이 심상찮은 기세던데.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말들이 많습니다.”
레이븐은 시빌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그는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빵을 쪼개고 있었다.
“전쟁이라니 갑자기 왜.”
“왕이 실종됐대요. 마이언은 지금 암살이다 납치다 난리가 났고 주변에선 다들 눈치 보는 모양이던데. 가죽을 사들이는 것도 전쟁 준비 아니냐고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죠.”
짧은 꼬리는 조금 가라앉은 기색으로 들고 있던 고기를 깨작거렸다.
“전쟁 나면 영지민들 중에선 사냥꾼이 제일 먼저 징집되잖아요? 근데 짐승이나 잡아 죽이던 활이랑 칼로 사람 죽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쫙 올라서, 원. 동네 분위기도 안 좋고 그러니 약이나 받으러 숲에 온 거죠.”
“그렇군요.”
그 이후로는 조용히 식사가 진행되었다. 배불리 먹은 사냥꾼은 감사의 인사를 하며 레이븐의 약을 가져갔다. 대가로 내려놓은 가죽 한 두루마리를 쓰다듬으며 레이븐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약이 이렇게 비싼가? 가죽 양이 꽤 되는데.”
“봄에 약값을 좀 덜 지불했거든요. 대신 이번엔 많이 가져온 것 같네요.”
레이븐은 가죽을 들어 창고로 옮겼다. 시빌은 조금 뿔이 난 표정으로 패던 장작은 내팽개치고 레이븐을 따라 움직였다.
“대체 뭐야 저 새끼는? 미인에 야해? 죽이려다 말았네!”
“그냥 농담 같은 거에 뭐 그리 신경 씁니까? 애인이라니. 맙소사. 소문 다 나겠네.”
식사 중에 있었던 시빌의 말을 떠올린 레이븐이 다시 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그놈들 어디서 살아? 가서 버릇을 확 고쳐줘야지!”
“그러다가 정체라도 들키시면 어쩌시려고요?”
“적당히 손만 볼 거야. 적당히 손만.”
레이븐은 으르렁대는 시빌을 향해 폭 한숨 쉬었다. 적당히 손만 본다 하더라도 불쌍한 사냥꾼들은 어디 한 군데가 부러질 터였다.
“그보다 괜찮으신 겁니까?”
시빌은 무슨 말이냐는 듯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마이언이 전쟁에 휩쓸려도….”
“괜찮아.”
시빌은 딱 잘라 말했다. 그 차갑기 그지없는 반응에 레이븐은 놀랐다. 시빌은 단호한 어조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온 거야. 밥을 떠먹여 줄 순 없잖아? 난 기반을 닦았고 앞으로는 알아서들 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온 땅인데요.”
“난 룬강에도 오랫동안 있었어. 정말로 그 강을 사랑했다. 하지만 버릴 때는 주저하지 않았지.”
레이븐은 순간 두려워졌다. 그가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이렇게 가차 없이 버린 것처럼 자신 또한 버려질 수 있지 않을까? 레이븐은 저도 모르게 시빌을 외면하며 창고의 곳곳을 뒤적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뇨. 별로 아무 생각도 안 했습니다.”
얼버무리며 도망치려던 레이븐은 시빌의 커다란 손에 잡혀 그의 얼굴을 돌아보게 되었다.
“뭘 생각하는 거야?”
화가 난 목소리였다. 레이븐은 자신도 모르게 등을 살짝 굽히며 시빌의 눈치를 봤다. 그 움츠러든 모습에 시빌의 얼굴이 더 냉랭해졌다.
“말해 레이븐. 화내지 않을 테니까.”
“벼, 별것 아닙니다. 그냥‥, 당신에게 버려진 왕국이 조금 가엾다는 생각을 했어요. 만일 제가 그렇게 버려지면 견디기 힘들 테니까.”
시빌은 레이븐이 작은 소리로 덧붙인 마지막 말에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했다. 시빌은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그런 걱정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 되질 않았다.
“그런 일은 없어. 내가 널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니. 맙소사…….”
시빌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멈췄다. 말하던 도중 깨달은 것이다. 자신은 벌써 한 번 레이븐을 버리고 이 산을 떠났던 것을.
“빌어먹을!”
시빌은 상처 입은 맹수마냥 창고 안을 빙빙 돌았다. 그런 시빌을 레이븐은 우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시빌이 찾아와줘서 좋았다. 같이 지내는 매일이 행복해서 나쁜 생각은 아예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가능성은 언제나 그들의 옆에 있었다.
침묵이 한참이나 흐른 후였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날 죽여.”
창고 구석에서 시무룩하게 처져 있던 레이븐은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가 너보다 더 소중한 것을 갖게 하지 마.”
레이븐은 멍하니 시빌을 바라보았다. 시빌의 얼굴에선 웃음기도, 분노도, 누군가를 감동시키려는 가식이나 진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땅히 해야 할 사실을 말할 때 인간은 가끔 그러한 상태가 된다. 메마른 건초처럼 바싹 말라서는 자신이 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스한 온기조차 없다고 무시했다간 작은 불씨에 몸을 던진 한 장의 풀잎 때문에 숲을 태우고 만다. 지금 시빌의 말은 그러한 종류의 말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날 죽여줘. 레이븐.”
레이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레이븐은 미소 지으며 시빌의 손을 잡아 창고 밖으로 이끌었다.
“나가죠. 여기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응.”
“어쨌거나 사냥꾼들 마을에 가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으음.”
시빌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레이븐을 두 팔로 안아 올렸다.
“사냥꾼들 버릇도 못 고치게 됐으니, 그럼 대신 우리 까마귀가 얼마나 야한지 좀 봐야겠네.”
“사냥꾼들의 마을은 바레아 동쪽 길로 쭉 올라가면 있을 겁니…. 악! 놔요 놔! 이 변태가!”
시빌은 악마처럼 웃으며 레이븐을 침실로 납치했다. 하늘은 아름답고 날씨는 따스했다. 시빌은 레이븐의 쇄골에 이를 박으며 욕심껏 그 향기를 들이마셨다.
반항하던 레이븐은 눈 바로 밑을 어지럽히는 화려한 금발의 색채에 넋을 잃었다. 그는 시빌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움켜쥐고는 곧 몸 안을 흐르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