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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Epilogue. 그것은 사랑이었다 (83/83)

외전 Epilogue. 그것은 사랑이었다

분명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유례없는 폭염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한국의 10월은 시헌이 생각했던 것보다 쌀쌀했다.

“올해 겨울은 춥겠군.”

시헌은 인근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산 뒤 마셨다. 몇 년 만에 오는 번화가 또한 여전했다. 군데군데 건물 몇 개가 새로 생기고, 많은 간판이 바뀌었다는 것 외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역 근처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번화가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다.

“흐음….”

커피 맛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뚜껑을 닫은 시헌은 커피를 샀던 가게로 들어와 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야, 박시헌. 너 어디야? 언제 올 건데?

― 커피랑 먹을 거 사 갈게. 몇 명 있어?

― 그냥 오지 뭘 또 사 와.

사 오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는 서진과 사 주겠다는데도 말이 많다는 시헌의 침묵 시위가 이어졌다. 되지도 않는 기 싸움은 한동안 이어졌고, 결국 서진이 백기를 들었다. 서진은 옆에 있는 의사에게 몇 명이냐며 인원수를 물었다. 휴대폰 너머의 대화를 들은 시헌이 줄을 서며 한마디 했다.

― 적당히 시켜.

― 네가 쏜다면서 인원 물어봤잖아.

― 인원만 물어봤지 다 쏜다고는 안 했어.

― 그 말이 그 말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그냥 오랬지?

서진이 왜 괜히 일을 벌이냐며 다시금 시헌을 향해 잔소리했다. 요즘은 엄마한테도 안 듣는 잔소리를 이젠 서진에게 들어야 했다. 시헌은 한숨을 쉬며 뒷사람에게 양보한 뒤 줄 밖으로 나왔다.

― 엔젤커피에 있어. 아무나 한 명 보내.

― 아, 3번 출구 건너편에 있는 거?

― 아마 그럴걸.

시헌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지하철 입구 표지판을 보며 대답했다.

― 금방 보낼게.

통화를 마친 시헌은 다시 줄에 섰다. 저도 모르게 내뱉은 영어에 입을 막으며 계산을 하기 위해 카드를 꺼냈다. 다시 한국말로 해 줘야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오지랖이었다. 여자는 영어로 한 주문보다 시헌이 말한 주문의 내용에 더 주목했다.

“아메리카노 아이스 20잔 하시는 거 맞으시죠?”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며 통화를 하는 시헌이 한국말로 떠들어 댔던 것을 들었던 여자라 눈치를 보며 한국말로 시헌에게 말을 했다. 시헌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카드를 건넸다. 계산하며 옆쪽에 붙어 있는 빌지를 흘끗댔다. 정신없이 커피를 만들고 있던 알바생과 직원도 갑자기 들어온 20잔이라는 양에 눈을 뒤 둥그레 뜨며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손님, 주문이 좀 밀려서 한 2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천천히 해도 됩니다.”

급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영수증을 주머니에 구겨 넣은 시헌은 근처에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을 만졌다. 오래 걸리는 만큼이나 심부름을 하는 의사 또한 늦을 것을 알고 있었다.

시헌이 픽업대에서 혼자 커피를 챙기고 있을 무렵 웬 청년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헌을 발견한 그가 허둥지둥 픽업대로 뛰어왔다.

“교수님, 제가 하겠습니다.”

“네가 여길 어떻게 왔어?”

“강 교수님이 단톡방에 여유 있는 사람이 좀 가라고 그러셔서……. 제가 왔어요.”

서진의 밑에서 일을 하는 H대 외과 레지던트 권효준이었다. 해외 생활을 했다고 해서 아주 한국에 안 들러 왔던 것―대부분 병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은 아니었다. 시헌은 효준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제 출근해?”

“예, 집에서 한숨 자다가요.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사신 겁니까?”

“강 교수한테 못 들었어? 내가 산다고.”

“듣긴 들었는데…….”

마시던 커피를 쓰레기통에 넣은 시헌은 효준과 함께 커피를 챙겨 들었다. 그 순간, 다시 누군가 시헌과 효준에게 다가왔다. 사복 차림인 효준과 달리 가운만 벗은 채 잠바만 걸치고 온 인턴은 시헌보다 효준을 먼저 알아보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 권 쌤. 강 교수님이 엔젤커피 심부름 좀 다녀오라고 해서 왔는데……. 제가 그 제대로 설명을 못 들어서요. 박 교수님이 누구신지 아직 잘…….”

“너 왜 온 거야?”

“네?”

“아니, 민혁이한테 말 못 들었……. 아오, 야! 우리 제발 소통 좀 하고 살자 소통 좀! 어?”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혼이 난 게 한두 번이 아닌 듯 그는 다급하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시헌은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효준의 등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누가 봐도 며칠 잠 못 잔 것 같은 얼굴에 수술복 차림으로 잠바 하나만 걸치고 나온 의사 하나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커피숍 한가운데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헌은 이 이상 이목이 쏠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라. 너 그렇게 욱하는 성격 아직도 못 고쳤냐?”

“죄송합니다. 야야, 뭐 해. 들어.”

효준은 인턴 의사를 보며 눈치를 줬다. 그가 시헌에게 다가와 자신이 들겠다며 시헌이 들고 있던 커피들을 가져갔다. 시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인턴에게 커피를 넘겨줬다.

“한가한가 보다?”

“그럴 리가요. 이번 주 진짜 끔찍했어요. 최 교수님 정퇴하시자마자 이게 뭔 난린지……. TO 자리 때문에 다들 예민해요. 저희야 누구든 솔직히 상관은 없긴 한데. 좀 인간다운 사람이 했으면 좋겠네요. 정작 이사회 쪽에서는 말이 없으니까 분위기도 싸해요.”

“나야.”

“네?”

“내가 간다고.”

“교, 교수님 우리 병원 오시는 겁니까? 그러면 설마 지금 TO 자리…….”

“아니야. 김 교수? 이 사람 올리기로 확정 났어. 조만간 정리 돼서 발표 날 거야.”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오시는 거예요?”

“부서 하나 팠어.”

“……네?”

“아직, 당장은 아니야. 나중에 얘기해 줄게. 강 교수는?”

예상치 못한 말에 인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차피 막는다고 해서 막아질 입이 아니라는 걸 알았던 시헌은 허공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옥상에 계세요. 안내해 드릴까요?”

“됐어, 어딘지 알아.”

“예. 교수님, 나중에 병원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커피를 넘긴 뒤 효준과 헤어진 시헌은 서진에게 줄 커피 하나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 구석에서 다른 교수와 대화를 하는 서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못 본 사이 완전히 교수가 다 되어 있었다. 시헌이 다가오자 그가 나중에 보자며 손을 흔들고 자리를 떴다. 시헌은 서진에게 커피를 건넸다.

“아, 고마워.”

짧아진 담배를 끈 서진은 시헌이 사 준 커피를 건네받았다. 손가락 사이에 작은 편의점 라이터와 담배가 껴져 있었다. 노란색 라이터를 가장 먼저 챙겨 오는 버릇은 여전했다. 서진의 옆에 선 시헌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 내뱉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저에게도, 그리고 서진에게도 말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여기까지 왔다. 괴로웠던 일도, 즐거웠던 일도 웃으면서 말할 수는 없어도 기억의 한편의 과거로 변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시헌은 가운 차림의 서진을 위아래로 훑었다.

“못 본 사이에 완전히 교수 다 됐네.”

“그러는 너는…… 여전하네. 임 교수님 전남대 가신 거 알고 있어?”

“지방이라고 듣긴 했는데, 거기 계셔?”

“고향이시잖아. 원래부터 고향에 있는 병원에서 교수로 일하는 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나 뭐, 그래.”

20살 때 혼자 서울로 올라와 반평생을 J대 병원에서 바친 사람의 마지막치고는 참으로 소박하다고 할 수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담배를 끈 시헌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고개를 들었다. 기욱의 죽음이 충격이 크긴 했는지, 시헌은 도망치듯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아프간으로 떠났다.

서진 또한 J대 병원에서 하고 있던 펠로우를 중단하고 한동안 잠수를 탔다고 들었다. 그 뒤 시헌이 들은 소식은 외과로 전향했다는 것뿐이었다. 남아 있던 정혁과 서진 사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시헌이 알 길은 없었다.

“그러는 넌 더블보드라며.”

“야! 트리플이야.”

“아 뭐, 그렇다 쳐. EM 전공한 재혁이 들으면 통곡을 하겠지만.”

“걔 벌써 과장이야. 좀 너무 이르지 않나 싶긴 한데…….”

“내가 추천했으니까. 새로 온 병원장님, 고모부야.”

시헌의 아닌 고백에 커피를 마시던 서진이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했다. 어쩐지 묘하게 시헌이라면 껌벅 죽고 환영한다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수상하긴 했는데, 설마 그럴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들은 게 없는데?”

“내가 말하지 말라고 그랬으니까. 아무도 몰라.”

“너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더 말해 뭐 하겠는가. 이래서야 시헌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제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자신이 시헌을 민 것도, 교수가 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재혁이 벌써 응급실 과장직을 달게 된 것도 전부 시헌의 계획 중 하나였다. 그렇게 잔머리를 쓰는 모습이 꼭 그 시절의 박기욱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나 이혼할까 생각 중이야.”

“푸웁…, 뭐? 현정이랑? 또 왜?”

“미안하잖아.”

아무리 서로의 필요 때문에 한 결혼이라고 해도 결혼한 지 삼 년도 채 되지 않아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의 보수적인 시선을 어떻게 견뎠을지 생각만 하면 미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순전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진에게는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한몫했다. 커피를 전부 마신 서진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안 피우려고 했는데, 안 피울 수가 없었다.

“현정이랑 잘 얘기해.”

서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시헌이 아무 생각도 고민도 없이 이런 말을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을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시헌의 결정을 이해해 줄 수는 없지만, 존중은 해 줄 수 있었다. 그것이 어렸을 때의 자신들과의 차이점이었다.

옆으로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가을이라 그런지 하늘이 무척이나 청량했다. 내뿜은 연기가 주변을 맴돌며 시야를 가렸다.

“납골당은?”

시헌은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대답했다.

“이제 슬슬 갔다 오게. 왜?”

“한결이도 퇴근하면 맞춰서 데리고 가라고.”

“퇴근이 아니라 하교겠지.”

초등학생밖에 안 된 애가 무슨 퇴근을 한단 말인가. 저도 모르게 나온 단어에 서진이 낭패라며 이마를 짚었다. 시헌도 서진도 서로 헛웃음이 다 나왔다.

언제부터인지 하교라는 단어보다 퇴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때는 그렇게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삶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다. 서진은 시헌의 휴대폰에 한결의 학교 주소를 찍어 보냈다. 주소를 확인한 시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결이, 초등학생 아니었어?”

“올해 중학교 들어갔어. 관심 좀 가져라.”

벌써 그렇게 됐다고? 서운하다며 중얼대는 서진에 시헌은 멍하니 휴대폰 화면에 뜬 주소를 바라봤다.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적어도 20대 때는 감당이라도 됐는데, 이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서진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인지 입을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빠르더라.”

그리고 평생이 아플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이제는 두 사람의 죽음도 가슴 한편이 뭉클하고 마는 정도의 상처로 남았다. 서진은 마지막 남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느 순간부터 박기욱이 피우던 담배와 똑같은 담배를 피우게 된 서진은 시헌만큼이나 저 역시 그에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진에게 기욱이란 제 어린 시절을 통째로 가지고 간 애증의 존재였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박기욱을 원망했지만, 이렇게 숨을 쉬며 눈을 감을 때마다 박기욱의 존재를 느꼈다.

그 시절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자신의 아픔이, 사고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굴었다. 뒤를 볼 여유도, 그럴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폭주한 열차를 멈출 방법은 없었다. 짧아진 담배를 버린 서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 인생은 언제나 박기욱의 그림자와도 같았다. 심리적으로도,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도 박기욱과 같은 위치에 서 본 적이 없었다.

중학교 시절 인턴이라는 박기욱을 처음 봤을 때 기욱은 너무나 멀었다. 기욱과 똑같은 인턴이 되면 세상 보는 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변한 게 하나 없었다. 서진이 병원 인턴이 되었을 때 기욱은 교수였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기욱은 늘 서진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네.”

가슴을 움켜쥐는 서진을 걱정한 시헌이 다가왔다. 서진은 그런 통증은 아니라며 시헌의 몸이 닿기를 거부했다.

매일 하늘을 우러러보던 자신이 기욱과 서윤이 죽은 지금 이 순간 그 자리에 섰다. 한결이 태어나고, 기욱과 서윤이 죽은 지 13년이 되던 해. 그것이 올해고, 13년은 정확하게 기욱과 자신의 나이 차이를 뜻했다.

그렇다 할 만한 결혼은 못 했지만, 교수의 위치에 서면 기욱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시헌은 슬슬 가 봐야 한다며 등을 돌렸다. 잘 지내나 얼굴 한번 보러 찾아온 건데, 찾아올 필요도 없었나 보다.

“담배 적당히 피워. 몸 상한다.”

시헌이 간다며 서진에게서 등을 돌렸다. 다급해진 서진이 시헌의 등을 조용히 안았다. 서진의 이마가 등에 닿으며 힘이 가해지는 게 느껴졌다. 서진은 예전부터 유독 밖에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썼다. 사귈 때 남들 신경 안 쓰고 뭔가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 시헌은 이런 식으로 기습을 당할 줄 몰라 당황했다. 만약 이게 그때였다면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렸을지 몰랐다. 어깨 위로 올라오는 서진의 손 위로 제 손을 올렸다. 사랑이라는 감정 대신 그저 안타까움에 가슴이 막혔다.

“시헌아.”

한동안 못 부를 줄 알았던 이름에 서진의 목이 타들어 갔다. 이런 식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건 이제 정말 마지막이었다. 시헌이 병원 교수로 오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마주 보고 다정한 이름으로 부를 수 없을 거라는 걸 서진도 모르지 않았다.

시헌의 이름을 부르는 서진의 목소리는 누구보다도 절절했다. 그리고 제가 박기욱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시절을 괴로워했던 것만큼이나 시헌 또한 그랬을 것이었다.

서진이 시헌에게 원하는 것은 한 번만 더, 마지막 같은 구차한 단어가 아니었다. 드문드문이 아닌 정말로 시헌이 돌아오면 눈앞에서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시헌이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 자신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로 사랑했었어.”

“…….”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줘.”

서진을 본 시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먼저 옥상을 내려갔다. 이젠 정말 모든 게 끝이었다. 그리고 끝은 서진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허무하고 덧이 없었다.

<『너를 위한 랩소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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