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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10/83)

Chapter. 9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삐― 시끄러운 기계음이 수술실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수술을 집도한 담당 교수는 이미 수술실을 나간 지 오래였다. 옆에 있던 의사 한 명이 팔 끝으로 기욱을 건드렸다. 모든 시선이 기욱에게 닿았다. 떠넘기기였다. 눈치를 살피던 기욱이 입술을 깨물었다. 기욱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거렸다.

“환자 사망 시간. 오후 7:51.”

씨발, 옥상에 올라간 기욱이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무슨 맛인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수술복 차림 그대로였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밤바람이 칼바람이었다. 담배 하나를 다시 입에 물기도 전에 또다시 호출이 왔다. 기욱은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계단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은 기욱은 팔에 차인 시계를 바로 했다. 기욱이 사복 차림으로 나오자 자리에 있는 의사들이 힐끗거렸다. 막 출근한 의사들 또한 평소와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기욱은 말없이 밖으로 나왔다. 병동 복도로 간호사들의 대화가 들렸다.

“어떻게 되긴 뭘 돼. 눈 하나 끔벅 안 하고 얘기하는 거 있지? 아무리 그래도 정도란 게 있는 거잖아.”

“무섭더라, 진짜.”

“근데 잘못은 김 교수님이 하셨잖아.”

“그럼 뭐 해? 박 교수님이 다 뒤집어썼는데 별수 있어?”

“아무리 이사장님 아들이라 그래도……. 난 솔직히 박 교수님 좀 불쌍하더라.”

“야, 조용히 해. 조용히.”

기욱이 간호사들을 지나쳐 갔다. 기욱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했다. 엘리베이터는 바로 아래층에서 멈춰 있었다. 기욱이 계단을 내려갔다. 중간쯤에서 의사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급하게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기욱을 알아본 의사 한 명이 머뭇대며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본관으로 나온 기욱은 병원 건물 벽에 몸을 기대 휴대폰을 만졌다. 10시가 조금 넘었다. 기욱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씨발.”

기욱이 낮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세 번, 네 번째 전화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젠 욕을 넘어서 오기가 들었다. 기욱이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한참 만에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 너 저번 달에 우리 병원 실습 온 애들 번호 가지고 있지? 3학년.

― 아, 그거라면 컴퓨터에 있을걸요?

― 보내. 전부. 지금 당장.

― 네. 잠시만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여자는 묻지도 않고 대답했다. 기욱은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뒷좌석에 던져두었던 노트북을 켰다. 여자가 메일을 보내 두었다고 했다. 메일이 오기 무섭게 기욱은 전화를 끊었다. 기욱은 파일을 상세하게 살폈다. 기욱은 빠르게 남학생 몇 명을 추렸다.

막 전화를 걸려던 찰나 누군가 기욱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서윤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기욱이 한숨을 쉬더니 이내 수신 거부를 했다. 곧이어 문자가 여러 통 왔지만, 기욱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기욱은 답장 대신 노트북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기욱은 한동안 여러 번호로 통화했다.

한참 만에 통화 연결이 된 남자가 말했다.

― 아, 서진이요? 걔 K대 실습 간 애들이랑 술 마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딘진 저도 잘 몰라요.

* * *

번화가의 한 술집의 중앙에 서진과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다들 술에 약간 취해 있는 상태였다. 지난번 실습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친구 하나가 서진의 앞에 놓인 휴대폰을 손가락질했다. 한참 전부터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안 받아도 되냐? 너 전화 계속 오는 것 같던데.”

서진이 술병들 사이에 놓인 휴대폰 위로 손을 올렸다. 확실히 진동이 오고 있었다. 휴대폰을 뒤집을까 생각하던 서진은 이내 휴대폰에서 손을 뗐다. 때마침 진동이 끊겼다. 소주를 멋대로 따라 마신 서진이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누나겠지. 그리고 나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도 없다.”

서진이 신경 쓰지 않자 친구도 이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더 이상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한참 술을 마시고 서로 취해 갈 무렵 친구 하나가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났다. 막 화장실을 나온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서진을 포함한 친구들이 빨리 오라며 소리를 질렀다. 잠시만. 전화를 바로 잡은 그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 너네 지금 어디야.

그가 묻기도 전에 기욱이 먼저 물어 왔다. 술에 취한 그는 다짜고짜 묻는 기욱에 어이가 없었다.

― 누구세요?

그의 목소리를 들은 기욱은 그가 제법 술을 마셨음이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괜히 싸워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기욱은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했다.

― 서진이 형인데. 서진이랑 같이 있지?

― 네? 형이요? 걔 누나밖에 없는데요.

― 사촌 형이야. 됐고. 강서진 지금 어디야?

사촌 형이라는 말에 그는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또한 술을 꽤 마셔 판단이 흐려진 상태였다. 그는 가게 안을 살짝 훑었다. 친구들이 잔뜩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서진에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도 오늘 서진은 평소보다 술을 좀 많이 먹은 것 같았다. 어차피 제 발로 걸어가지도 못할 거 사촌 형이 온다면 그는 환영이었다.

― 주원역 술집인데요. 그 선룸이요.

― 사거리 2층에 있는 술집?

― 아, 아세요? 네네. 거기요. 근데 서진이는 왜…….

기욱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이미 꺼져 버린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날이 추웠다. 그는 서진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사이에 술을 더 먹은 건지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술을 따른 서진이 먼저 물어 왔다.

“뭔데 그렇게 전화를 오래 해?”

“네 사촌 형이라는데?”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뒤 근처에 있던 술을 마저 마셨다. 안으로 들어오자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근데 서진의 사촌 형이라는 사람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지? 뒤늦게 궁금증이 생겼다. 고개를 들자 술을 따르고 있던 서진의 손이 멈췄다. 허공에 들린 소주병이 잔을 가득 채우고 테이블 밑으로 흘러내렸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재빨리 서진을 말렸다.

“너 괜찮냐? 야! 강서진 너 어디…!”

서진이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이 전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침묵이 흐르더니 모든 친구들이 서진을 바라봤다. 서진의 눈동자가 떨렸다. 서진은 비틀거리며 방을 나갔다. 다른 친구가 쫓아가려 하자 근처에서 됐다며 말렸다.

“야야, 둬라 둬. 저거 취했다. 화장실이라도 갔다 오려나 보지.”

서진을 두라며 말린 남자는 서진이 앉아 있던 자리에 놓인 휴대폰과 지갑을 손가락질했다. 소주를 따라 마신 남자가 팔을 괴며 별일 없을 거라고 중얼거렸다.

“휴대폰이랑 지갑도 두고 어딜 간다고 그래.”

“그렇겠지.”

“금방 올 거야. 야! 마셔! 마셔.”

남자가 재빨리 잔을 들었다. 서진은 재빨리 복도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과 서진의 몸이 부딪혔다. 여자 하나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서진은 본 척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급하게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왔다.

한겨울의 밖은 추웠다. 잠바도 입지 않은 채 나온 서진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서진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등을 돌렸다. 또다시 지나가는 사람과 몸을 부딪쳤다.

기욱이었다. 술 냄새가 가득했다. 기욱은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나온 서진의 모습을 살폈다. 서진이 도망치려 하자 재빨리 손을 붙잡았다. 발밑으로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고여 있었다. 서진의 몸은 떨고 있었다. 그 떨림이 단순히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진의 팔을 붙잡은 기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진이 아픈지 인상을 찌푸렸다.

“아, 죄송….”

“내가.”

“…….”

“전화 받으라고 했지.”

“놔, 놔. 이거 노, 놓고……. 읏! 술 마시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서진이 이해해 달라며 변명했다. 그러나 서진을 내려다보는 기욱의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서진이 놓으라며 발버둥을 쳤다. 누군가 도와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쉽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서진이 취해서 그런 거로 생각했다. 누군가 가게 밖으로 나왔다. 서진이 걱정돼 나온 친구였다. 서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친구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서진의 팔을 붙잡은 기욱의 팔 위로 손을 올렸다. 나름 힘을 준다고 줬지만, 기욱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쯧, 기욱이 혀를 차며 서진의 팔을 붙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갑자기 풀린 힘에 서진이 휘청거렸다. 기욱이 재빨리 서진의 몸을 붙잡아 당겼다.

“당신 지금 뭐 하는 짓…!”

“우읍…!!”

난데없는 키스에 놀란 서진이 기욱의 가슴을 밀었다. 기욱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입안으로 강한 술 냄새가 풍겨 왔다. 서진의 친구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몰렸다. 서진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기욱은 끝까지 서진의 입안을 구석구석 탐했다.

한참 만에 숨이 막힌 서진이 기욱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술기운도 올라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서진을 안은 기욱은 놓아 주지 않겠다며 팔에 힘을 주었다. 서진이 간신히 고개만 돌렸다. 서진과 눈이 마주친 친구가 뒷목을 살짝 긁적였다.

“야, 미안하다. 난 그런 건 줄도 모르고.”

친구는 기욱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도망치듯 가게로 올라갔다.

* * *

모텔로 들어선 기욱이 서진을 침대 위로 내던졌다. 기욱은 기다릴 마음이 없는지 순식간에 윗옷을 벗었다. 바지 버클을 풀어 내리는 기욱의 모습에 서진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침대 위에서 더 이상의 갈 곳은 없었다.

기욱이 순식간에 서진의 위로 올라탔다. 똑같은 성인이지만 두 사람은 체격 조건부터가 달랐다. 서진이 아무리 발악한들 기욱을 이길 수는 없었다. 서진의 셔츠의 단추가 기욱의 손안에서 뜯겨 나갔다. 기욱이 서진의 턱을 살짝 들은 뒤 입을 맞췄다. 분명 좋은 냄새가 아닐 텐데 역겹기보다 오히려 달콤했다. 기욱은 서진의 턱을 들어 올렸다.

“네가 감히.”

“…했어요. 자, 잘못했어요…….”

“전화를 안 받아?”

서진은 본능적으로 손을 모으며 몸을 떨었다. 사실은, 전화가 왔을 때 기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봐주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서진의 오산이었다. 기욱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유독 서진에게 민감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화까지 받지 않았으니 기욱의 기분을 거슬렀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손을 붙잡은 서진이 침대 밖으로 손을 뻗었다. 침대를 벗어나게 놔둘 리 없었다. 기욱은 서진의 위에 올라탄 뒤 가벼운 추리닝복 차림의 바지를 벗겼다.

“아윽! 으읏… 읏! 하읍, 흐읏! 제발, 제발 그만… 그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기욱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흔들렸다. 하아, 기욱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사정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질적인 느낌이 서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욱이 서진의 다리를 옆으로 벌렸다. 깊숙이 박힌 페니스를 타고 희멀건 정액이 흘러내렸다. 등 뒤로 묶인 팔이 아파 왔다.

“아으윽!! 허윽…! 흐으윽….”

“후, 강서진. 읏….”

기욱이 서진의 안을 깊숙이 찔렀다. 몸이 멋대로 반응해 허리가 튀었다.

‘박 교수, 이 수술은 자네가 한 걸세. 알잖나.’

‘아버지가 이사장이잖아요. 어떻게든 되겠죠? 아아, 부럽다. 나도 부모님이 의사였으면.’

‘교수님! 괜찮으세요?’

목소리가 들렸다. 가식적적인 모습에 짜증이 나, 미칠 것 같았다. 단순한 방법으로는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았다. 벌써 몇 번째 사정인지 알 수 없는 건 기욱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욱은 앞으로 도망치려는 사진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그러고 보니.

“너 학교에서 게이라고 소문 다 났더라?”

“으읏! 으윽! 흐윽…… 허윽… 흑… 아으윽!!”

서진이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기욱의 행동은 최악이었다. 아무리 봐도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기욱이 서진의 몸을 돌렸다. 서진은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기욱의 몸을 발로 찼다.

퍽 소리와 함께 기욱의 몸이 살짝 뒤로 쏠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기욱이 다시 몸을 앞으로 내밀며 서진의 안을 휘저었다. 발로 찬 것에 대한 복수가 틀림없었다.

“아윽, 하아, 흐으읏!”

“후우. 어차피 소문난 거 아무래도 좋잖아. 어?”

“허윽… 윽… 이게 다… 흐윽… 누구 때문에…….”

“나 때문이야?”

“…끄윽… 끅… 흐으윽…….”

기욱의 말에 서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기욱은 대답하지 않는 서진의 허리를 잡아당겨 깊숙이 넣었다. 서진의 몸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같이 뒤틀렸다.

“허으윽!! 하윽… 윽….”

“말해.”

“…윽… 으윽… 자, 잘못했어요.”

“강서진. 말하라고.”

“하윽, 흐으윽… 제발…….”

“내 잘못이야? 어? 그게 내 잘못이냐고 묻잖아.”

잘못 걸렸다. 서진은 날이 잘못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기욱이 서진을 위로 올렸다. 벗어나려는 서진의 허리를 강하게 눌렀다. 엉덩이 깊숙이 박히는 기욱의 페니스에 서진은 미칠 것 같았다. 기욱이 서진의 엉덩이를 살짝 때렸다. 놀란 서진이 움찔거리며 기욱의 페니스를 조였다. 그 조임이 기욱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기욱은 그 상태로 서진의 목덜미며 귓가를 핥았다.

“네 잘못이지.”

“……흐윽… 허윽….”

“네가.”

“허으윽… 끅… 하윽!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그만…….”

“박시헌이랑 그런 짓만 안 했어도.”

“그만… 제발… 제발, 그만…!!! 흐읏…!”

서진은 신음을 참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상황에서. 도대체 왜 시헌의 이름이 나온단 말인가. 듣고 싶지 않았다. 기욱의 강간에 가까운 행위를 참아 내는 것보다, 그 이름을 듣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서진을 강제로 누른 기욱은 등 뒤로 묶인 팔을 잡아당기며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이런 일 없었잖아.”

“허으윽……! 허윽, 으윽…!”

말을 하고 싶었지만. 깊숙이 찔러 대는 페니스와 쾌락에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진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치욕스러웠다. 기욱은 그런 서진을 향해 못을 박았다.

“그러니 네 잘못이지.”

그래. 이건 다 네 잘못이었다. 기욱은 서진에게 할 만큼 해 줬다. 적어도 못 해준 것이 없는 것은 분명했다. 시헌이, 그러한 말이 전부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잊기 위한 변명과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기욱이 서진의 안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등 뒤로 묶인 팔이 미친 듯이 아팠다. 서진은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이어지는 자극은 서진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기욱이 서진의 페니스를 잡고 동시에 흔들었다.

“하응, 으응! 하으으읏!”

서진의 몸이 축 늘어지며 기욱의 품 안에 안겼다. 서진을 바로 눕힌 기욱의 페니스가 밖으로 나왔다. 목마름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기욱의 페니스를 머금은 구멍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흐음, 기욱은 페니스 끝으로 서진의 엉덩이 근처를 살살 간지럽혔다. 그때마다 서진의 허벅지며 허리가 조금씩 흔들렸다. 서진이 다시 기욱을 향해 발길질했다. 그러나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기욱은 예상했다는 듯 서진의 발을 붙잡아 허공으로 들었다.

“허윽! 하으으윽!”

기욱의 페니스가 예고도 없이 서진의 안을 찔렀다. 사정한 지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어. 응, 하읏. 박… 기욱… 으읏. 죽어!”

기욱이 선사하는 쾌락 가운데서 서진은 또박또박 한 자씩 입을 뗐다. 네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 도대체 왜. 어째서 저런 녀석이 시헌의 형인지 서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읏, 죽… 하으… 너 같은 거… 죽어 버려!!”

서진의 말을 알아들은 기욱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죽으라는 상대에게 하는 짓치고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서진을 안은 중간부터 병원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가신 뒤였다. 서진을 내려다본 기욱은 서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뻔히 눈에 보였다.

자신 같은 게 왜 시헌의 형일지에 대해서 생각했을 서진을 보면 참으로 우습기 그지없었다. 기욱은 서진을 놓아주지 않았다. 기욱의 움직임이 더욱더 빨라졌다. 절정에 달할 무렵 기욱은 웃음을 터트렸다. 기욱은 땀이 가득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하하! 그래! 죽여 봐! 죽일 수 있으면!”

“흐읏, 씨발… 읍, 으응… 하읍!”

“후우, 그런데 서진아. 그거 알아?”

기욱이 서진의 뺨을 쓸어 만졌다. 서진의 안을 찌르던 기욱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어 들어갔다. 서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낮은 신음 소리만 냈다.

“처음에 먼저 안긴 건 너야.”

“하아, 씨발 새끼. 좆까는 소리 하지…… 읏, 으으읏!!”

기욱은 더 이상 서진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멋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기욱이 허리를 움직여 안을 찌를 때마다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느낌이었다.

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버린 것일까. 서진은 할 수만 있다면 그날의 잘못된 기억들을 되돌리고 싶었다.

<『너를 위한 랩소디』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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