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2화 (302/303)

성매매 합법화.

강력범죄의 비중을 줄인 나의 조직체를 유지함과 동시에 양지로 끌어올리려면, 성매매 합법화가 필수이다.

“...시작부터 세군. 유교국가 한국에서 성매매 합법화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물론 현실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가를 장악하고 있는 하윤이의 힘을 빌리고, 정부의 협조를 얻는다면 언젠간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합니다. 제가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찬성 여론을 형성하면, 정부는 거기에 힘을 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찬성 여론을 형성해? 어떻게?”

“‘배우’를 써서 여러 사건을 만들 겁니다. 사회 구조적, 또는 유전적으로 연애 시장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남성의 삶을 각인시킬 겁니다.”

“.....흐음. 그것만으론 애매한데. 여론이 좋게 형성될지도 의문이군.”

“예. 물론이죠.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일단은 한평생 누구와도 섹스할 수 없는 그들의 비극을 비추는 것을 시작으로, 성매매 합법화가 된 유럽의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유튭 영상이나 방송으로 보여줄 것이고, 세금이 걷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알릴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약간의 ‘여론 조작’이 필요하겠죠.”

“.....그 여론조작을 정부가 묵인해달라는 건가.”

“예. 후보님. 어차피 매춘은, 고대시대부터 이어져 온 직업입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누군가는 성을 팔 것이고, 또 누군가는 성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것을 철저히 서비스화시켜 관리되게 해야 합니다. 제 조직에선 직업여성의 인권과 수입이 보장되도록 여러 제도와 복지를 만들 거고, 수익금의 일부도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물론 세금도 낼 거고요. 정부 입장에서도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좋지 않겠습니까.”

“.....흐음.”

“뒷세계의 제 조직원들이 먹고 살길은 그것뿐입니다. 양지로 끌어올려 그곳에 종사하게 만드는 거죠. 현재 성인방송국도 기획 중이긴 한데, 일단은 성매매 합법화가 제겐 우선입니다.”

“...끄응. 하지만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추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후보님의 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밀어주십시오.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차도연’을 후보님의 당에 입당시킬까 합니다.”

“...자넨 어디까지 도연이를 농락할 셈인가.”

“큭큭...아뇨. 이건 차도연이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

“자네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겠지.”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을 얼굴에 담은 채 나를 보는 검찰총장.

아무래도 차도연이 이미 ‘내 사람’임을 말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후보님. 제겐 6명의 아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그들과 아무 불화 없이 잘 지내오고 있죠. 그 비결이 뭔지 아십니까.”

‘6명’이란 언급에 멍하니 입을 벌리는 검찰총장.

내가 말했다.

“그들이 제게 ‘진심’을 보이면, 그러니까 저나 제 조직에 이익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하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이든, 제 시간이든, 다른 금전적인 것이든지 간에요.”

“.....”

“그간 차도연이 많은 일을 해줬습니다. 분명 저는 그녀를 ‘악의’를 가지고 취했으나, 이제 그녀는 제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는 잠시, 10년 전에 차도연과 나눴던 얘기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하민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차도연과 대화를 나눴던 그때를 말이다.

‘주인님....♥ 저... 아직은 조금 모자란 거 같아요. 주인님의 우수한 정액을...좀 더 제 안에...♥’

‘...차도연.’

‘네?’

‘너는 내가 원망스럽지 않나.’

‘...으음...’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되니 어깨가 무거워. 그러다 보니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군.’

‘.....’

‘너와 나의 관계는... 분명 나의 ‘악의’로 만들어진 관계다. 특히 너를 완전히 내 사람으로 품은 지금은, 더욱 너에게 악의를 가졌던 내가 떠오르는군.’

‘...후후. 혹시 제게 미안한 건가요?’

‘...큭큭.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군. 예전이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텐데. 그래. 그렇다고 해두지.’

그때, 차도연은 뒤돌아 앉은 나를 끌어 안아주었다.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젖이 내 등에 맞닿고,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내 뒷덜미를 간지럽혔다.

‘주인님. 만약 주인님께서 그 시절 그대로였으면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때의 주인님은, 분명 미스터 최와 판박이였거든요. ’

내가 ‘대학생 시절의 정성민’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때.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욱 악독해져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내가 나를 갉아먹고 가고 있던 그때.

‘하지만 주인님께선 변하셨죠. 제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요. 조직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주인님은 모를 거예요.’

‘.....’

‘주인님께서 부순 제 신념... 맞아요. 전 분명 주인님의 악의를 알고 있어요. 비록 복수라는 대의 아래 허울뿐인 정의였지만, 당신은 제 삶 그 자체였던 정의를 깨트리고 ‘악’으로 변모하도록 만들었죠. 분명 주인님께선 그때, 지독히도 악마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제가 주인님의 손에 떨어지는 그때요.’

‘.....’

‘후후. 하지만요. 얼마 전 주인님께서 ‘뒷세계의 체질 개선’에 대해 얘기했을 때, 전 확신할 수 있었어요. ‘우리’의 삶을 파괴했던 뒷세계를 완전히 소멸시킬 방법은,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체질 개선밖에 없는 거라고. 어차피 탄생할 수밖에 없는 악이라면, 절대자의 감시 아래 통제되게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래서 전, 당신의 사명에 감복했어요.’

‘...차도연. 내가 그 얘기를 꺼낸 이유는, 단지 내 사람들과 내 아이를 위해서...’

‘그 이유가 뭐든 간에요. 전 당신의 ‘악’으로 물든 지금이 원망스럽지 않아요. 평생 당신과 함께...우리의 삶을 파괴시켰던 악을... 조금씩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길들이고 싶어요. 그 일을 당신의 옆에서 보좌하고 싶어요.’

‘.....’

‘주인님. 그거 아세요? 전 어쩌면 예전부터...주인님을 사랑했을지도 몰라요.’

‘...그건 너무 의외인데.’

‘애증이라 해야 할까요. 제가 검사로 있던 시절, 전 당신이 계속 신경 쓰였어요. 분명 처단해야 할 악이지만, 당신의 인생이... 지독하도록 처절한 당신의 발버둥이... 너무 불쌍했거든요.’

‘.....’

‘그래서 더 독해진 거예요. 주인님은 악이다. 처단해야 할 대상이다. 마음에 두지 말자. 그 녀석은 전혀 불쌍하지 않다. 이미 악의 심층부에 있는 녀석이다. 수도 없이 제 스스로에게 되뇌었죠.’

‘...그랬었군.’

‘네. 똑같은 미스터 최의 희생자인 당신에게 끌림을 느꼈지만, 정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던 그 당시의 전 당신을 밀어내야만 했어요. 그리고... 전 지금도 주인님이 불쌍해요.’

‘....크크큭... 네게 동정을 받는 줄은 몰랐는데.’

‘사랑인 거죠. 그거 아세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아파요. 너무 짊어지고 있는 짐이 많아서, 그 많은 무게를 어떻게 다 감당하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

‘네 덕분에 짐을 덜고 있지. 네 활약엔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다.’

‘그러니까요. 평생 그 짐을 덜게 해주세요. 주인님을 사랑해요.’

‘...차도연. 난...’

‘알아요. 주인님께서 제게 ‘혼약’을 약속하지 못한다는 거. 저도 눈치는 있거든요. ‘부인’들께서 저를 좋게 보지 않으시죠? 당신을 몰락시킬 뻔했던, 저를.’

‘.....’

‘노력할게요. 주인님의 부인들께서도 저를 인정할 때까지, 제가 그분들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다가갈게요.’

‘고맙다. 네가... 힘이 되는군.’

‘후후... 그게 제 특권인 걸요. 제가 아니면 누가 주인님의 대의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큭큭. 그것도 맞는 말이군.’

‘후후... 그러니까 우리...♥ 좀 더 진하게 몸을 섞으며, 천천히 얘기를 나눠봐요. 완전히 엉망진창 녹초가 될 때까지 몸을 섞으며...당신의 뜻과 사상을 제게 주입해주세요...♥ 주인님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 따르겠습니다...♥’

‘크큭. 네가 나를 유혹하는 방법은... 언제나 신선하다니까.’

‘그리고 언제나 통했죠♥’

‘오늘 밤은 재우지 않겠다.’

‘바라던 바예요♥’

“.....푸하하 자네, 무슨 생각 하나? 갑자기 말하다 말고, 왜 혼자 웃고 있나.”

그때, 내 상념을 깨트리는 검찰총장의 말.

난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아까 하던 얘기를 이어갔다.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도연이가 이미 자네 사람이라고 했네만.”

“아. 그랬군요. 차도연은 이미 제 사람입니다. 그리고... 7년 전에 이미 혼약을 한 사이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제 아내입니다. ‘아직은’ 비공식적인, 일곱 번째 아내요.”

“.....”

“전 그녀를 사랑합니다. 차도연의 행복도 제 의무 중 하나이니, 그녀에 대한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확신에 찬 내 표정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검찰총장.

이후 나는 정부와 뒷세계가 손을 잡았을 때 여당과 정부가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득에 대해 설명했고, 그로 인해 정권연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내 모든 설명을 납득한 현 대선주자의 유력한 당선 후보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

3년 뒤, 정성민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우선 여당에 입당한 차도연은, ‘뒷세계를 쓸어버린 검찰의 실세’라는 경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었고, 백하윤을 비롯한 정성민의 부인들은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었다.

“도연아. 이제 슬슬 준비할 때가 됐어. ‘뒷세계를 소탕하며 뒷세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된’ 네가 성매매 합법화에 힘을 실어주면, 당론도 너를 따를 거야. 다른 의원들은 내가 잘 포섭해놨으니 추진만 하면 돼.”

“응 여보♥ 모든 건 당신의 뜻대로...♥”

그렇게 유튭이나 여러 방송으로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만들고,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한 뒤, 정성민은 법안 발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물론 야당과 여성계의 반대가 너무도 극심해 법안이 쉽게 통과될 수 없었지만, 뒷세계의 총력을 동원한 대업을 누구도 막을 순 없었다.

마침내 정성민이 원하던 성매매 합법화를 이뤄내고야 만 것이다.

“이미지를 잘 쌓아야 한다. 부작용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이후, 정성민은 ‘부작용 관리’와 ‘이미지 관리’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었다.

우선 성매매 합법화로 거둔 세금이 얼마나 국민에게 이득으로 돌아가는지 알리도록 하고, 성매매를 지원하는 정성민의 기업이 자선 사업을 벌여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철칙을 꾸준히 지켜온 결과,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합법화는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

물론 정성민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뒷세계의 구성원들이 먹고살 만한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가 일자리를 주었다.

그 결과 뒷세계는 서서히 양지화되기 시작했고, 강력범죄의 비율도 거의 0%에 수렴하게 되었다.

“좋아. 다음 단계다.”

이제 다음 단계는 ‘부정부패가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대통령의 공약 구호에 맞게, 오래된 악을 처벌하는 것.

하여 정성민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뒷세계의 변방에 대한 소식을 민찬기 검사에게 일부러 흘려주었고, 그는 그 공적으로 검찰계의 실세가 될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도 녀석에게 맡겨야겠군.”

이후 정성민은 이신아의 아버지. 즉, 이기수 회장의 ‘백산 그룹’이 저지른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정보도 민찬기에게 흘려주었다.

“이제 당신 차례야. 서서히 갉아 먹어주지.”

양지로 사업을 확대하며 더 큰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정성민의 뒷세계.

이제 그 위상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2위인 ‘백산 그룹’을 위협할 정도까지 올라왔다.

정성민은 그들을 무너트리는 일을 이신아와 함께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바빴군. 하지만 가정에 소홀할 순 없지.”

그렇게 지독히도 바쁜 3년을 보낸 정성민이지만, 그는 가정에 단 한 번도 소홀한 적이 없었다.

정성아, 이하영, 이희연, 백하윤, 안지연, 엘레나, 차도연과 일주일에 한 번씩 동침하며 그녀들을 사랑해주었고, 물론 그녀들의 자식과도 어울려 주었다.

그러면서도 자기관리도 놓치지 않는 그였다.

“모든 게 순탄하군. 이제... 예린이가 러시아로 떠날 때인가.”

순식간에 지난 3년.

하지만 정시우와 정예린에게는 더욱 찰나 같은 3년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이별의 유예기간이 벌써 끝이 났으니 말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지난 3년 동안, 정시우와 정예린은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다.

마치 영혼의 단짝처럼, 생각하는 것부터 사소한 습관, 행동 하나하나까지 서로를 닮은 그들이었다.

-똑.똑.

그렇게, 정성민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러시아로 떠나기 전, 예린이가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정성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예린이를 안으로 들였다.

“미안하구나.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지? 이제 예린이 너는 러시아로 가서, 마피아의 구조와 운영을 배울ㅡ”

“저, 임신했어요.”

“.....뭐라고?”

“시우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 러시아 안 가요.”

-쾅!

“정시이이이이우우우우우우우!!!!!!!!!!!!!!!! 네 이노오오오오오오오옴!!!!!!!!!!!!!!!!”

그렇게 정성민은, 강제 할아버지가 되었다.

***

“아빠. 나, 민준이 오빠랑 약혼식 올릴 거야.”

시우와 예린이의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금, 하민이의 연이은 폭탄 선언.

정성민은 마치 영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 그러니? 너희들도 결국 눈이 맞았구나.”

“응. 엄마랑 할머니도 응원해주셔.”

“하하하하. 참 우리 집안은 어떻게 되먹은 건지.”

하민이가 허튼 길로 새지 못하도록 이신아와 이하영에게 하민이를 부탁했더니, 오히려 민준이와의 관계를 응원하고 있는 둘.

정성민은 그나마 안지연의 아들인 진욱이와 백하윤의 딸인 시아가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현재 진욱이는 유소년 축구팀에서 유망주로 거듭나고 있고, 시아는 여러 작품을 찍으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2개월 뒤.

예린이의 배가 불러오기 전에 시우와 예린이의 결혼식이 열렸다.

뒷세계의 많은 이들이 그들의 결혼을 축하해주었으며, 그중에는 예린이의 베프 ‘니콜라이’도 있었다.

하지만 정시우의 아버지이자 장인어른이며, 정예린의 아버지이자 시아버지인 정성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시우와 예린이가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고.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둘을 받아주고 응원해준다면, 자신과 정성아처럼 그들도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

이후, 정성민의 집안에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시우와 예린이의 결혼식이 거행된 게 엊그제인데, 이번엔 정성민과 차도연의 ‘공식적인’ 결혼식이 열린 것이다.

차도연의 오랜 노력 끝에 정성민의 부인들이 그녀를 받아준 결과였다.

“사랑해...♥ 이제 영원히, 당신만을 섬길게요♥”

뜨거운 신혼 밤을 보낸 둘.

하지만 신혼을 끝내고 돌아왔을 땐, 하민이와 민준이의 약혼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민아. 진짜 해야 하는 거냐? 아빠는 네가 좀 더 정상적인 사랑을ㅡ”

“아빠는 고모랑 결혼했잖아.”

“.....”

시작부터 가불기를 꺼낸 정하민.

어리지만 똑똑한. 아니, 똑똑한 걸 넘어서 비상한 그녀가 말했다.

“아빠. 아빠는 나와 민준이 오빠의 사랑이 비정상적인 사랑이라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럼 아빠와 고모의 사랑도 비정상적인 사랑이라는 얘기네. 민준이 오빠는, 그 비정상적인 사랑으로 태어난 자식이고.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건가.”

“... 하민아. 그런 얘기가 아니잖니.”

“아빠. 난 이상하게, 태어날 때부터 독특했어. 세상 모든 사람이 멍청해 보일 정도로, 난 너무나 똑똑해. 기억나지? 한눈에 보고 고민도 하지 않고 퍼즐을 다 맞추던 거.”

물론, 정성민은 기억했다.

아무리 퍼즐을 흐트려 놓아도,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한 번에 모든 퍼즐을 맞추는 하민이의 천재성을.

“근데 아빠. 난 남들처럼 어디든 끼워 맞출 수 있는 퍼즐 조각이 아니야. 나는 특별하고 독특해. 그들처럼 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퍼즐을 잘 맞춰. 내가 보는 인생의 그림이 있어. 그 그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조각이 민준이 오빠야”

“.....”

“아빠. 아빠가 내게 남긴 최고의 유산은, 민준이 오빠야. 그 사람이 나의 선택이고, 나의 운명이며, 내 삶을 완성시켜 줄 한 조각이야. 그러니 부디, 내 퍼즐을 망치지 말아줘. 나, 내 사랑을 잘못 택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

“.....”

“아빠는 내가 소중해서 그렇잖아. 나도 내가 소중해.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 수 있어. 민준이 오빠, 내가 가질게. 응원해줘.”

“.....너는 참.”

“내가 민준이 오빠 행복하게 해줄게. 난 너무너무 오빠를 사랑하니까, 진짜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잠시간 침묵하는 정성민.

하지만 그는 이내, 하민이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평소 무뚝뚝하고 날카롭게 상대를 찌르던 하민이도, 민준이와 함께 있으면 순둥순둥한 소녀가 되니 말이다.

정민준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니, 정식으로 교제해 보거라.”

하여 정성민은 하민이와 민준이의 약혼을 허락해주었다.

흔히 통용되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순간이었다.

“사랑해 아빠. 역시 아빠는 최고야.”

“.....”

그렇게, 정하민과 정민준의 사랑을 허락하게 된 정성민.

“크크크크크큭....”

그렇게 4명이 자식이 서로 이어지는 바람에 반쯤 실성한 그이지만, 아직 정성민에겐 희망이 남아있었다.

바로 진욱&시아 코인.

현재 바르셀로나에 있는 진욱과,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시아가 만날 일은 없었고, 눈이 맞을 일도 없었다.

그렇게 정성민은 둘의 평범한 사랑을 응원하며, 다시 일상의 쳇바퀴 위에 올랐다.

자신이 정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자신의 가족을 돌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햇수가 3년째 되던 해였다.

“아빠... 말씀드릴 게 있어요.”

어디선가 많이 본 표정으로, 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 톤으로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정시아.

정성민이 말했다.

“하하하하. 아니지? 그거 아니지?”

“사실은.....”

“아... 아빠는 우리 시아 믿어.”

“진욱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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