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1화 (301/303)

그런데.

“흐아아아... 아빠. 흐으으... 나아... 민준이 오빠를... 빼앗겨 버렸어.”

“뭐라고?”

하민이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민준이를 빼앗기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흐으으...으으... 민준이 오빠... 민준이 오빠는... 내 운명의 짝인데....웬 이상한 여자애가....민준이 오빠와 키스를....”

“.....”

그토록 어른스럽고 듬직한 하민이가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런 모습은 갓난아이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역시 천재든 뭐든 실연의 아픔은 다 똑같이 겪는 것일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솔직히 놀랍다.

이제 하민이의 나이가 고작 11살인데, 벌써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다니.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아니, 그리고 왜 하필 연애감정을 가지는 대상이 민준이야?

둘이 자주 어울리는 건 알고 있다만, 그냥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 건 줄 알았는데.

“아빠. 민준이 오빠 내 걸로 만들고 싶어.... 아빠는 그런 거 전문이잖아. 빼앗고 지배하는 거... 그러니까 나도 알려줘...”

“.....”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시우와 예린이의 일을 겨우 일단락했는데, 이제는 하민이와 민준이라니.

“성민아.”

그때, 옆에 있던 엄마가 나를 불렀다.

엄마 쪽을 돌아보니, 하민이는 자신에게 맡겨보라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하민아. 잠시 할머니랑 얘기 나눠볼래? 할머니께서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구나.”

엄마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하민이.

예전부터 엄마와 하민이는 희한하게 죽이 잘 맞았다.

꼭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거 같아 하민이의 마음이 이해된다나.

‘엄마라면 문제없이 잘 타일러 주겠지.’

때문에 엄마라면 하민이의 어긋난 마음을 잘 잡아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1시간 뒤.

“아빠. 나 민준이 오빠에게 더 잘해주기로 했어. 그동안 일방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한 거 같애.”

“뭐라고?”

뭐지?

엄마가 잘 타일러서 민준이를 포기하게 만들 줄 알았는데

엄마의 얼굴을 보니 흐뭇하게 웃고 있기만 하다.

“할머니가 그러셨어. 내가 너무... 나만 재밌고 나만 아는 내용을 늘어놓느라... 민준이 오빠가 재미없었을 거라고. 그래서 이젠 민준이 오빠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서, 내가 맞춰줄 거야. 그렇게 민준이 오빠의 마음을 얻을 거야.”

“.....”

어린애들의 소꿉놀이라 봐야 할까, 아니면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하민이의 결정이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까.

하영이의 의견을 구하고 싶어 그녀를 바라보니, 하영이 역시 흐뭇하게 웃고 있기만 하다.

엄마도 그렇고, 하영이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마치 하민이의 사랑을 응원한다는 듯 미소 가득한 얼굴로 하민이를 바라볼 뿐이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내 가족은!’

왜 아무도 말리지 않는 거지?

둘은 이복남매잖아.

만약 둘이 이어지기라도 하면, 우선 개족보가 되는 것은 차지하더라도, 사회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고, 공식적으로 부부 등록을 할 수도 없고, 일반인에게 관계를 설명하기도 애매해지잖아.

그런데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우리 가족은 당연하다는 듯이.....

-딴~♬ 따라라 딴따~♬

그때, 내 상념을 깨트리는 휴대폰 벨소리.

난 곧바로 폰을 들어 발신인을 확인한 다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성아였다.

“어. 성아야.”

[후후...♥ 오빠♥ 지금 어디야?]

“응. 나 하민이네 왔지.”

[아. 하영 언니 보러 갔구나. 그,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어...♥]

“할 말?”

[응...♥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예전에 여행 갔을 때 기억나...? 2박 3일 동안 오빠네 별장에서...♥]

아아. 그때.

서로 엉망진창 땀투성이가 될 때까지 몸을 섞었던 그 날.

“하하. 기억하지.”

[응...♥ 아마 그때인 거 같아.]

“그때라니?”

[둘째가 생긴 날 말이야...♥]

“.....!!”

둘째.

나의 가장 소중한 혈육이자 사랑하는 연인이 품은 또 다른 아이.

저절로 환한 미소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 진짜야!?”

[응...♥]

터질 듯이 폭발하는 환희.

내 격앙된 반응에 온 가족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성아가 둘째를 임신했대!”

“어머. 축하해 여보. 아가씨가 둘째를!”

“저, 정말이니? 우리 딸이 임신했다고! 여보! 들었어?”

“하하하하하. 물론 들었지~ 우리 귀여운 손주가 또 늘어나는 건가.”

하하호호 화목한 웃음을 터트리며 임신 소식을 축하해주는 가족들.

오랜 시간 동안 임신 소식이 없다가 다른 며느리도 아닌 사랑하는 딸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 부모님은 크게 기뻐하셨다.

물론 나 또한, 사랑하는 내 여동생이 내 아이를 품은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어렸을 땐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이렇게 마침내 맺어져 우리 사랑의 결실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랑한다. 성아야.”

EP.301 (외전) 내 아내들은 이미 조교완료 되었다 (完)

민준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하민이의 충격적인 발언.

일단 난 하민이의 그 뒤틀린 욕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난 가족과 가족이 연애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하영이가 이에 찬성하고 있고, 성아도 딱히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아는 남매끼리도 이어졌는데 이복남매라고 안 될 게 뭐가 있냐며 하민이의 입장을 감싸고 있었다.

“하민이는 내게 맡겨보렴. 그 아인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또한, 하민을 올바르게 이끌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듣기로, 엄마 또한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하민이와 비슷하게 자라왔고,

그 때문에 하민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호언장담을 하니, 난 현명하게 우리 가정을 이끌어온 엄마에게 하민이를 맡겨보기로 했다.

물론 하영이도 이에 동의했으니 문제 될 건 없겠지.

‘그나마 시아와 진욱이는 말썽부릴 일이 없겠군.’

지연이의 아들 진욱이는 축구에 큰 재능을 보여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축구팀에 입단한 상태.

해외에 나가 있는 데다 오직 축구에 미쳐 사는 아이인 만큼 크게 말썽을 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다.

‘시아도 배우도 생활한다고 바쁘고.’

시아 또한 한국 연예계의 아이콘이자 대배우라 불리는 제 엄마를 동경해 아역 배우를 하고 있으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래. 시우와 예린이를 잘 감시하고, 하민이는 엄마에게 맡겨놓으면 잘 관리하겠지. 모든 건 그대로야.’

그러니 내 행복은 여전히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다.

나는 내 주변 사람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스스로 짊어진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고, 이로 인해 그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행복이다.

‘조직을 양지화시키는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물론 가정만큼이나 나는 내 조직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현재 나는 내 조직원들이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뒷세계를 양지화시키고 있고, 아마 이 작업은 내 생이 다 할 때까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진행될 것이다.

왜냐하면 급하게 이 뒷세계를 바꾸려 들면,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반드시 생겨날 테니까.

그러니 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아주 천천히 뒷세계를 양지화시켜야 한다.

마치 야생의 맹수를 가축화시키는 것처럼, 뒷세계라는 거대한 맹수를 길들여야 한다.

어차피 존재할 악이라면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시켜 민간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하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뒷세계와 민간 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하여 내가 추진하고 있는 대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약개발부서의 팀장에 맡겨놓은 ‘마약의 약화’.

즉, 마약의 쾌락은 그대로 보존하되, 의존성과 중독성을 약화시켜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중독 증상만 잡을 수 있다면 삶이 극도로 피폐해질 일은 없지.’

물론 마약은 쾌락을 주는 데 주목적이 있는 물건이라 의존성과 중독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나, 삶이 극도로 나락에 떨어질 만큼 치명적이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 양지로 진출하고 있는 ‘심리치료 사업부’에선 마약에 중독된 자들을 치료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으니, 마약으로 인한 피해도 최대한 수습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업은, 정부와의 협조.’

정부와 뒷세계.

둘은 필연적으로 적대 관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집단이고, 뒷세계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범법행위라도 저지를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도연 같은 인물이 나온 것.

그리고 국정원과 여러 기관의 합작 아래 ‘뒷세계 소멸’ 프로잭트가 시행된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어선 안 되지.’

현재 나의 지배 아래 뒷세계는 번성하고 있으나, 언젠가 정부에 패할 것이 뻔하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이지만 이래 봬도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고,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정부는 뒷세계 박멸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현재 전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도 ‘뒷세계 대거 진압’이라는 큰 공을 세워 국민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 아닌가.

이처럼 뒷세계가 민간에 입힌 피해는 막대하고, 그만큼 국민의 분노는 지지율로 바뀌여 전임 검찰청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는 내게 큰 기회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검찰청장과 나는, 협력 관계에 있으니까.

“자네의 청이 있어 이렇게 자리했네만, 우리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는 건 별로 좋지 않을 일일세. 그래, 무슨 일로 날 불렀는가.”

하지만 대선준비를 하는 검찰청장을 부르니, 그의 표정이 영 탐탁지 않았다.

아무래도 뒷세계의 왕인 나와, 뒷세계를 소탕한 영웅이 한자리에 있는 게 영 좋은 그림은 아니니 말이다.

특히 대선준비를 하는 이 기간엔.

“제안을 하나 드리고자 후보님을 불렀습니다. 후보님을 ’당선인‘으로 만들 제안을요.”

날카롭게 눈빛을 빛내며 흥미를 보이는 전임 검찰총장.

못 보는 사이에 아주 정치인 다 됐다.

“호오. 그래? 그 젊은 나이에 뒷세계의 왕이 된 자네를 인정하긴 하다만... 표심까지 어찌해보겠다는 건 자네의 패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만심이라 해야 할지, 애매하군 그래.”

내 계획이 뭔지 궁금하다는 말을 저렇게 빙 둘러서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검찰총장은 정치인이 다 됐다.

“그럼 이거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방송업계는, 제 아내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제 손안에 있습니다.”

“.....”

“또한 정보력도 국정원 못지않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상대 후보의 결점을 찾느라 애 많이 먹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 많은 전략관들이 머리를 맞대어도 쉽게 찾을 수 없었겠죠.”

“...흐음. 자네는 알고 있다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제겐 ’연옥‘이 있지 않습니까.”

“...자넨 너무 위험한 힘을 손에 넣었어.”

“그 힘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렸죠.”

“크큭... 자네는 그 힘을 옳게 다룰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착각하지 말게. 자네는 결코 정의라 할 수 없어. 결국 자네도 뒷세계의 일부야. 아니, 이제 뒷세계의 구심점이 되었지. 자넨 결국 ’절대악‘이 될 수밖에 없어.”

“.....”

“그러니 자네의 손을 잡는 건 독이 든 성배를 드는 것이나 다름없네. 내, 와이프가 저지른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네와 손을 잡았었네만, 이 이상 자네와 함께하는 건 내 정체성을 해치는 길임을 잘 알고 있네. 나는 어디까지나 뒷세계를 소탕한 검찰 출신 정치인이고, 자네는 뒷세계의 왕이니 말일세.”

결국 ’뒷세계를 소탕한 영웅‘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나와 손절하겠다는 뜻이다.

뒤이어 검찰총장이 내뱉은 말은 예상대로였다.

“그러니 우리 만남은 여기까지 하지.”

검찰총장은 자신이 할 말을 끝마친 뒤 일어섰다.

하지만 곧바로 내뱉은 나의 말에, 그는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제가 뒷세계의 소멸을 바란다면 어떻습니까.”

“.....뭐?”

“저의 숙원이, 뒷세계의 소멸을 바라는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큭....”

어이없다는 듯, 터져 나오는 웃음.

그러는 와중에도 내 의도를 알아내고자, 나를 훑어보는 정치인의 시선.

이윽고 그가 도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뒷세계의 왕이 뒷세계의 소멸을 바란다니.”

물론, 완전한 소멸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뒷세계의 양지화를 원하는 것이지.

“단어를 조금 바꿔야겠군요. 소멸이라기보단, ’개선‘이라고 해야겠군요. 정부와 뒷세계가 공생할 수 있도록, 뒷세계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지요.”

“...공생이라.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예.”

“도무지 믿기지 않네만. 너무 비현실적인 계획이네.”

“물론 지금은 그렇죠. 하지만 이 자료를 보시죠.”

나는 옆에 있던 파일더미를 검찰총장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이게 뭐냐는 듯 나를 힐끔 보았다.

“현재 뒷세계의 수익구조를 연도별로 표시한 자료입니다.”

“.....”

사락- 사락- 종이를 넘기며 파일을 유심히 훑는 검찰총장.

이윽고 그가 파일철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대단하군. 이 자료가 사실이라면, 자넨 강력범죄의 수익 비중을 10년 사이에 37%에서 3% 이하로 낮춘 셈일세.”

“물론 사실입니다. 뒷세계가 제 지배하에 있는 한, 납치, 인신매매, 살인 청부 같은 강력범죄는 꿈도 못 꿀 겁니다.”

“....하지만 마약의 비중은 늘어났군. 그런데 또 옆에 있는 비교자료는, 마약으로 인한 피해액가 확연히 줄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군. 이건 어떻게 된 건가?”

나는 검찰총장에게 ’마약의 약화‘에 대한 내 계획을 설명했다.

현재 내가 원하는 수준의 약화된 마약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 유통되고 있는 뒷세계의 마약은 계속해서 중독증과 의존증이 낮춰지고 있었다.

“...자네, 진심이군. 왜 이런 일은 하는 건가? 자네가 하는 일에,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 겐가?”

내 진심을 납득한 검찰총장이 내게 물은 질문.

내가 이런 일들을 벌이는 이유.

난 그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혹시, 자녀가 있습니까?”

“...물론이지. 자네만 한... 아들과 딸이 있네.”

“그럼 이해할 수 있겠군요. 내 자식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욕망을요.”

“.....”

“솔직히,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끼는 건 아닙니다. 전 이미 뒷세계의 사람입니다. 전 타락과 파괴에 흥분을 느끼며, 그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제 의지에 거스르려는 놈이 있다면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죽일 수도 있습니다.”

뒤바뀐 나의 분위기에 꿀꺽- 침을 삼키는 검찰총장.

나는 말했다.

“예. 제겐 분명 ’악의‘가 있습니다. 그 악의의 대표적인 희생자가 당신이 아끼던 부하, ’차도연‘이죠. 왜냐하면 차도연은, 저와 제 아내를 위협했으니까요. 자칫 잘못했다간 차도연 그년 때문에 제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년을...크크큭...”

“.....”

“제 성노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정의의 상징이던 그년을 완전히 타락시켜, 저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버렸죠. 솔직히 저는 그 과정을 즐겼습니다. 너무나 짜릿했고, 너무나 흥분됐죠.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습니다.”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는 검찰총장.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용한 부하이지만, 그도 사람이라면 그녀의 말로를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되어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이대로 뒷세계를 두어 내 배를 불리는 것이, 과연 내 자식들에게도 이로운 일인가?”

“.....”

“아니요. 이런 식으로 두었다간, 뒷세계는 정부와 또 부딪힐 게 뻔하고, 언젠간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제 자식들 또한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잔혹해지겠죠. 저처럼 악인으로 변하는 겁니다.”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검찰총장.

나는 말했다.

“이미 저는 악인입니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죠. 하지만 내 자식들은 아닙니다. 양지로 나가든 뒷세계에 남든 그 아이들의 자유지만, 적어도 내 자식들에겐 선택을 할 기회를 줄 겁니다.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네도 아버지구먼.”

“예. 그리고 한 조직의 총책임자이기도 하고요. 전 제 조직원들의 미래를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그들이 정부와 싸우다 한순간에 멸망하게 놔두기보단, 납득 가능한 방향으로 공존하게 바꿀 겁니다.”

“.....그게 자네가 말하는 뒷세계의 소멸이었군. 그럼 계획이 어떻게 되나?”

“우선, 후보님이 당선된다면, 성매매 합법화를 추진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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