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5화 (295/303)

이하영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팬티를 꽉 움켜쥔 채, 방안으로 들어오는 정성민을 보았다.

“이보다 더한 걸 해도 괜찮아. 다른 놈만 만나지 않다면.”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팬티를 보았다.

그리곤 조용히 눈을 감고는, 이를 으득 씹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이런 때가 있었어. 마음이 너무 궁지로 몰렸을 때, 그러니까 미스터 최 밑에 있던 시절. 나도 이런 적이 있었어.”

미스터 최에게 이하영을 빼앗겼을 때, 오나홀에 자지를 박으며 자신의 마음을 달랬던 정성민.

그는 절망하고 있는 이하영을 위해, 자신의 흑역사를 말하며 정성민 1호를 가리켰다.

“저런 섹스돌로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달래는 거? 그럴 수도 있어. 상관 안 해. 누구나 이렇게 초라해지는 순간이 있어.”

정성민은 이번엔 정성민 2호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이건 그냥 자위기구일 뿐이라며, 이게 얼마나 많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정성민 3호를 만졌을 때였다.

[씨발년아, 보지 벌려.]

예상치 못한 대사가, 정성민 3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씨발...? 뭘 벌리라고?’

그대로 굳어버린 정성민.

혹시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한번 정성민 3호의 가슴을 눌렀을 때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사가 흘러나왔다.

[변태년이 흠뻑 젖었군. 엎드려서 사죄해라. 네년의 음란함은 도저히 못 봐줄 지경이다.]

“.....”

고개를 숙인 이하영.

그대로 굳어버린 정성민.

정성민이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요, 요샌 이런 기능도 탑재되어 있군. 후, 훌륭한데?”

다만, 정성민이 대사를 내뱉을수록 한없이 초라해지는 이하영.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난 끝났어...”

겨우 재회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나 싶었는데, 다시 절망에 빠지고만 그녀.

정성민은 크흠- 헛기침을 하곤, 정성민 3호에 붙어있는 자신의 사진을 떼며 말했다.

“신경쓰지마. 어차피 이건 자위기구고, 좀 더 생생한 느낌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걸 녹음했을 거 아냐. 뭐, 이런 종류로 따지자면 나도 온갖 플레이 다 해봤어. 5명과 동시에 해보기도 하고, 걔들끼리 경쟁시켜보기도 했지. 목을 조르거나, 발로 짓밟거나, 뺨을 때리거나. 아무튼 나도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이하영.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나처럼 이렇게 한심하진 않았을 거 아냐. 너, 너한테 아무 도움도 못 되고. 네 트라우마만 자극하고... 널 힘들게만 만들고...”

“.....”

분명히 그건 맞는 말이다.

모든 건 미스터 최로 인해 시작되었지만, 이하영이 악행을 벌인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자신을 배신하는 바람에 자신은 망가졌었고, 그 여파가 퍼져 가족까지 빼앗겼었다.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면 지금도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상관없어. 널 용서하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완성체가 된 그는, 이하영의 상황을 이해하기로 했다.

자신 또한 사람의 욕망을 들여다보아 자신의 의도대로 비틀 수 있기에,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사람이든 정신을 개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평범했던 과거의 이하영이 미스터 최에게 개조된 것은 불가항력이었음을 이해해주기로 했다.

“이하영. 이제는 나도 알아. 뒷세계의 심층부에 발을 담그고... 미스터 최의 특기인 ‘욕망을 비트는 힘’까지 손에 넣은 지금, 이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만들 수 있는지. 난 잘 알고 있어.”

그 당시엔 어쩔 수 없었던 이하영의 상황.

사실 그런 것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굳이 지금에 와서 이런 사실을 깨달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하영의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머리로는 그녀의 상황을 이해해도, 마음으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저지른 수많은 악행과 모욕적인 말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하영을 멀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과거로 돌리려는 그녀에게, 더더욱 거부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진 정성민은, 음울했던 과거의 잔재조차 완전히 초월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미스터 최로 인해 망가진 기억 때문에, 이하영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모두 버릴 순 없었다.

그녀와 함께 사랑을 키워가며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웠던 소중한 자신을 묻어둘 순 없었다.

그는 그 당시의 자신과 이하영이 어쩔 수 없는 재앙에 휘말린 것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복과 미래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미래를 향하는 길엔 이하영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하영. 다시 시작하자. 우리 함께 하기로 했던 거. 하나하나 다시 시작해보자. 난 이제, 널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

흐릿하게 번지는 정성민의 형상.

이하영의 두 눈엔 물기가 가득 고여있었다.

그 뜨거운 물기는 이내 한가득 고여, 그녀의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나는....더러운 여자야...너, 너를 수도 없이 배신하고...그래놓고도 뻔뻔하게 네 곁에 남으려 했는데....”

“상관없어.”

“이, 이렇게 한심하고 초라한데.... 이젠 여자로서의 매력도....”

“아니. 그게 너다운 거야. 넌 똑똑하기도 하지만, 멍청하기도 해. 기억 안 나? 아쿠아리움 갔을 때 티켓 빼먹고 온 거. 맛집 예약했다고 기대하고 갔는데 다른 음식점 예약한 거. 잘 먹지도 못하는 음식 나 맞춰준다고 같이 먹었다가 배탈 나서 모텔에서 거하게 똥 싼 거. 참고로 똥 싼 거는, 내가 모른 척했을 뿐이지 다 알고 있었어.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났는데.”

“아.”

“넌 원래 그랬어. 애가 어딘가 허술해. 일할 때는 정말 완벽한데, 머리가 똑똑한 것도 맞는데, 좀 결정적일 때 맹할 때가 있어. 지금도 봐. 이렇게 숨기고 싶은 비밀 공간을 허술하게 들키도록 해놨잖아.”

“.....”

“다 알고도 만난 거야. 난 솔직히... 그 당시의 나는, 운동도, 학업도, 미모도 뛰어난 네가, 그런 허술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았어. 그래서 딱히 거부감이 들진 않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는 이하영.

그러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정성민을 바라보는 그녀.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정말... 받아주는...거야? 이런... 이런 나라도....받아주는 거야? 정말?”

“그래.”

“...흐윽....흐으...”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던 만큼, 왈칵 눈물을 쏟는 그녀.

그녀는 엉금엉금 정성민에게 기어간 뒤,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거짓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심이 담긴 눈이었다.

“안아 봐도...돼?”

정성민에게 이별을 고하고 이곳에 온 뒤, 이하영은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했었다.

사실 정성민 1호나 2호 따위보단, 실제의 그를 안고 싶었다.

정말 미친 듯이 끌어안고 싶었다.

“그래.”

그렇기에, 이하영은 아무 주저함 없이 정성민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단단한 가슴과 드넓은 어깨. 그리고 따스한 체온을 느꼈다.

마치 고향에 온 듯 포근한 안정감이 퍼져나갔다.

“사랑해... 성민아.”

이하영은 오랫동안 담아왔던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상실감, 그리움, 아련함, 미안함, 절박함을 ‘사랑’이라는 말로 함축시켜, 그에게 전달했다.

이 마음이 그에게 전달되었을까.

-꾸우욱...

그러나 그때, 정성민을 안는 바람에 이하영의 체중이 실리며, 정성민의 등이 뒤로 밀려났다.

정성민의 등은 정성민 3호의 가슴을 누르게 되었고, 그 안에 녹음되었던 음성이 다시 한번 재생되고 말했다.

[씨발년아, 나도 사랑해...]

“.....”

씨발년아, 나도 사랑해.

어찌 보면 절절한 표현.

분명 그녀는 씨발년이나, 사랑하기는 사랑하니 말이다.

정성민은 대답 대신 이하영을 꼬옥 안아주었다.

***

그렇게, 7년이 지났다.

정성민의 딸 정예린과, 정성민의 아들 정시우가 킥킥 웃으며 소리쳤다.

“야! 투트랙 집에 놀러 가자!”

EP.297 (외전) 정성민의 아이들 1~4

세월은 빨리 지나가고,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흔히 어른들이 하는 말이, 정성민과 그의 부인에게도 해당하는 날이 왔다.

벌써 7년.

정성민과 엘레나의 딸 ‘정예린’이 9살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이희연의 아들 ‘정시우’도 같은 나이가 되었다.

서로 동갑인 정예린과 정시우는 자주 어울려 놀곤 했다.

“어이, 노란머리.”

“왔냐. 검은머리.”

엘레나의 금발을 물려받은 정예린.

예전부터 정예린의 노란머리를 신기해한 정시우는 정예린 보고 ‘노란머리’라고 부르곤 했다.

이에 질세라 정예린 또한 정시우를 검은머리라고 불렀고, 둘은 서로를 ‘노란머리’, ‘검은머리’라는 별명으로 불러댔다.

“오늘은 뭐 하고 놀지.”

“글쎄. 뭐 재미난 거 없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이 둘은 정성민의 대저택에서 가장 골칫거리이자 말썽쟁이로 자라게 되었다.

그들은 툭하면 사고를 치거나 말썽을 일으켰고, 왕의 자식들을 훈계할 사람은 극히 일부였기에, ‘신분 높은 잼민이’라는 최악의 빌런이 되고 말았다.

둘은 오늘도 누군갈 골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었다.

그때.

“킥킥! 야! 투트랙 집에 놀러 가자!”

투트랙.

예린과 시우는 하영 아줌마네 집을 그렇게 지칭하곤 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엄마들이 그렇게 부르니 그들도 그렇게 부르게 됐다.

“그래. 그 꼬맹이 놈, 이번엔 제대로 골려주겠어!”

“맞아. 저번엔 우리가 좀 당황해서 그래. 6살밖에 안 되는 주제에...”

최근 일주일 내내 시내에 있는 투트랙 아줌마네 집을 놀러 간 둘.

예린과 시우가 이토록 투트랙의 집에 자주 놀러 가는 이유는, 투트랙네 집이 외부에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고, 아버지의 다른 자식이 그곳에 있다는 소식 또한 최근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여 예린과 시우는 엄마들에게 졸라 이하영의 자식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고, 엄마들과 함께 아버지의 또 다른 자식, ‘정하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뭐야. 되게 귀엽게 생겼네?

-크흐흐 괴롭히기 좋게 생겼다.

아직 6살에 불과한 정하민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둘.

그들은 엄마들이 자리를 피하기만을 기다리며 때를 노렸다.

정하민의 기강을 잡을, 적절한 때를.

그때.

“엄마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하민이 잘 돌보고 있어.”

“넹”

“하민이도 언니 오빠들이랑 잘 놀고 있어~”

“녜 엄마~”

순둥순둥한 얼굴로 해맑게 미소를 짓는 정하민.

예린과 시우는 그런 하민을 보며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들이 나가자마자 당장 저 말랑말랑한 볼살을 잡아 늘어뜨릴 생각에 잔뜩 들뜬 그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오게 되었을 때.

“야.”

먼저 기강 잡기에 들어간 예린.

하민이 해맑은 얼굴로 예린을 보자, 예린이 하민의 손에 들린 퍼즐을 가리키며 말했다.

“넌 고작 그거 맞추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니? 언니 줘봐. 퍼즐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이미 퍼즐 맞추기는 진작에 뗀 정예린.

예린은 ‘나도 한때는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거들먹거리곤, 하민의 손에 있는 퍼즐 조각을 낚아챘다.

그러나 순간, 하민의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그리곤 입꼬리를 비릿하게 비틀며 말했다.

“그럼 노랭이 언니, 내기 할래? 퍼즐 누가 더 빨리 맞추는지?”

“노, 노랭이 언니!?”

“그럼 뭐라 불러. 나 이름 몰라”

“예린 언니라고 불러! 그리고...푸하하. 나랑 내기하자고? 퍼즐 천재인 나와?”

“별로 천재 같진 않은데.”

“너 싸가지가 밥 말아 먹었구나!”

“그거 드라마에서 본 대사지. 개유치해.”

엄마들이 있을 땐 순진한 척하고 있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정하민.

순진한 척하는 것은 자기들만이 아니었다.

저 순수해 보이는 정하민 또한, 속내를 감추고 있었던 셈.

“하. 참나. 좋아. 퍼즐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이들이 아니었다.

예린은 하민이 맞추고 있던 퍼즐을 거꾸로 들어 와르르 쏟은 다음,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와다다다- 퍼즐을 맞춰버렸다.

옆에 있던 정시우는 신기록을 세운 예린을 치켜세워주며 하민을 흘겨보았다.

“오~ 좀 치는데?”

“뭐, 이 정도쯤이야.”

찰랑이는 금발을 휙- 넘기며 으스대는 예린.

그때, 하민이 입가를 가리며 비아냥대는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

난데없는 비아냥에 당황한 시우와 예린

허나 애써 침착함을 되찾은 시우가, 최대한 화난 아빠의 표정을 흉내 내며 말했다.

“뭐야 그건? 설마 우리 비웃은 거야?”

“아니, 좀 웃겨서.”

“뭐가 웃긴데!”

“고작 그거 맞추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니까. 줘봐. 퍼즐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예린의 손에 들린 퍼즐조각을 낚아채는 하민.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역으로 당한 예린은 벙찐 얼굴로 하민을 보았다.

다만 그녀는 하민의 말이 허풍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저런 꼬맹이가 퍼즐 천재인 나를....?’

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와다다다다다-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는 하민.

좀 과장을 보태서 거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퍼즐을 맞추고만 그녀.

“와. 개쩐다.”

시우는 그런 하민의 퍼포먼스에 감탄했고, 예린은 아랫입술을 꾹 짓씹으며 시우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봤지? 내가 이긴 거. 내기에서 내가 이겼으니까, 언니 오빠들은 내 소원을 들어줘야 해. 맞지?”

“크읏....”

분하는 듯 주먹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이는 예린.

하지만 시우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여전히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에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묘수가 있었다.

“근데 하민아. 솔직히 이건 조금 불공평했어.”

그 묘수란 승복하지 않고 우기기.

이에 하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구차하게 변명하는 거야?”

“아니지. 잘 들어봐. 넌 매일 이 퍼즐을 맞춰봤을 거야. 그렇지? 하지만 예린이는 이 퍼즐이 처음이었다고. 예린이가 불리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받아들이지 못하겠단 거야?”

“아니. 네가 이긴 건 이긴 거야. 하지만 ‘완전한’ 승리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지. 네가 유리한 승부로 이긴 거니까.”

“.....”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만약 네가 나까지 이기면, 깔끔하게 인정할게. 네가 무슨 소원을 말하든 나와 예린이가 들어줄 거야. 하지만 내가 이기면, 그땐 네가 우리의 소원을 들어줘야 해. 어때?”

예린의 패배로 스코어는 1:0이 되었지만, 교묘하게 1:0을 제외하고 단판으로 승부를 보게끔 유도하는 정시우의 계략.

하지만 아이큐 상위 0.3%에 멘사 회원인 정하민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정시우이 속내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그의 꾐에 속아 넘어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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