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4화 (294/303)

“그럼, 오늘도 혜정이로 하는 건가?”

“후후...♥ 당신이 원한다면 어떤 여자든 연기할 수 있지♥”

“흥분되는데. 혜정이면 네 번도 할 수 있지.”

정성민은 그대로 뒤돌아서 백하윤을 장난스레 덮쳤다.

그녀를 번쩍 든 그는 백하윤을 침대에 던진 뒤, 곧바로 그녀의 옷을 찢기듯 벗기기 시작했다.

“흐아아앙!♥”

이후, 둘은 잔뜩 메챠쿠챠했다.

***

“보지”

이하영의 공허한 혼잣말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지금, 그녀만의 비밀 공간 안에서 정성민의 팬티를 뒤집어쓴 채 ‘정성민 1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한번 말했다.

“내 보지가 그립진 않아? 아직 그리운 거지? 응?”

내 보지가 그립진 않느냐는 그녀의 혼잣말.

현재 그녀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정신분열증 초기증상을 겪고 있는 그녀는, 눈앞에 있는 ‘정성민 1호’에게 기댈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아. 역시 그리웠구나. 그럴 줄 알았어.”

지이잉—지이잉— 작동하는 정성민 1호의 딜도를 보며 싱긋 웃는 이하영.

그녀는 리모콘을 눌러 딜도에서 러브젤이 분비되도록 조작했다.

-울컥... 울컥...

마치 사람의 그것처럼 움찔움찔 진동하며 러브젤을 분비하는 딜도.

그 광경을 보며 야릇하게 미소를 흘리는 이하영.

“역시... 너도 흥분했구나.”

이런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현실.

이하영은 애액으로 젖은 딜도의 귀두를 보며 야릇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정성민의 얼굴 사진이 붙은 정성민 1호에게 다가가, 딜도의 귀두가 자신의 보지 입구로 향하도록 맞췄다.

“흐으으읏...!♥”

그리곤 그대로 삽입.

그녀는 질내를 꽉 채우는 내용물을 느끼자마자 오른손에 들린 리모콘을 눌러 정성민 1호를 조작했다.

그러자 정성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따라한 음성이 정성민 1호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으읏! 하영이 보지 최고!]

전문 성우조차 현타를 느낄 만큼 유치하고 어이없는 대사.

하지만 막대한 거금을 받은 만큼 완벽한 정성민의 목소리톤으로 대사가 흘러나왔다.

[크읏! 흐으읏! 넌 완벽해... 이하영 너는... 최고의 여자야.]

이후, 이하영이 아래위로 피스톤질을 할 때마다 이하영을 칭찬해주는 정성민 1호.

이하영은 끊임없이 자신을 칭찬해주는 정성민 1호를 부서질 듯 끌어안은 채, 땀으로 흠뻑 젖은 자신의 엉덩이를 거침없이 내려찍었다.

이윽고 정성민 1호가 정액 비스무리한 것을 분출하며 대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오옷! 하영아! 부디 내 정자를 받아서 임신해줘!]

-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

이하영의 질내에 침투하는 정성민 1호의 위조 정액.

다만 위조 정액의 끈적임과 뜨거움은 사람의 그것과 거의 동일했고, 딜도의 온도와 감촉, 단단함 또한 사람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하여 이하영은 실제로 정성민에게 사정받는 것 같은 쾌감을 누릴 수 있었다.

“응읏....♥”

정성민 1호를 끌어안은 채 절정의 여운을 느끼는 이하영.

이윽고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려 자신의 내부를 채우는 딜도를 빼냈다.

그녀의 애액과 위조 정액이 뒤섞인 혼합물이 실처럼 주욱- 늘어났다.

“후-우...”

하지만 그녀의 성욕은 그칠 줄 몰랐다.

그녀의 음부와 항문은 아직 굶주린 성욕을 채우지 못했다는 듯 움찔거리고 있었고, 그녀에겐 정성민 1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성민아...♥”

하여 그녀는 2호를 돌아보았다.

1호가 순한 버전의 정성민이라면, 2호는 좀 더 거칠어진 정성민이었다.

“흐으읏!!♥”

그녀는 곧바로 2호와 섹스했다.

정성민 2호는 [오늘 밤 너를 망가뜨려주지]와 같은 1호에 비해선 과격한 대사를 내뱉어 댔다.

그렇게 20분 뒤, 2호와의 섹스가 끝나자.

“아직 더 남았잖아...♥”

그녀는 곧바로 3호와 섹스를 했다.

3호는 정성민의 ‘주인님’버전으로, [씨발년이 꼴리는군] 같은 가학적인 멘트를 주로 했고 딜도의 움직임도 좀 더 거칠었다.

“하아...하아...아직 더 남았어♥”

그렇게 ‘주인님’ 버전이 장착된 정성민 3호와의 섹스가 끝나자, 이하영은 4호를 보았다.

4호는 그녀가 익히 알고 있던 오리지널 정성민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가장 되찾고 싶어했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하지만 자신의 배신으로 영영 볼 수 없게 된 그 모습이, 바로 4호였다.

이하영은 사랑하는 4호를 끌어안았다.

***

한편, 같은 시각.

정성민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있었다.

머리 스타일부터 옷차림까지 8년 전의 모습을 하고 있어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익숙했던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나도 많이 변했군.”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정성민.

1년 전만 해도 여자를 도구 취급하던 자신이, 이렇게 한 여자를 위해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을 신경 쓰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 정도는 준비해야겠지.”

하지만 떠나간 이하영의 마음을 돌리려면,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려면 이 정도 준비는 필요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녀로 인해 받은 상처들이, 그 상처가 곪아 쌓인 독들이 여전히 자신에게 상처로 남을 거라 생각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성민은 예전의 상처를 극복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꿈많은 청년이었던 자신의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가, 둘이서 함께 그려나갔던 아름다운 미래를 다시 그려보자 제안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하영을 사랑했던 자신이야말로, 그가 가장 사랑했던 과거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하영을 사랑했던 만큼, 그녀와 함께 아름다운 순간을 나눴던 자신 또한 정성민은 사랑했다.

하여 정성민은 모든 것을 다 묻어두고,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는 출중한 능력과 소유욕이 남다른 이신아를 닮기도 했지만, 따스하고 온화한 정현재의 면모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현재의 면모를 가진 자신의 모습으로 이하영과 다시 시작하고싶었다.

“크흠. 그럼, 가볼까.”

살짝 긴장되는 마음 탓에 괜히 혼잣말을 중얼거려본 정성민.

그렇게 그는 자신의 운전기사도 부르지 않은 채, 자차를 몰아 이하영이 운영하고 있는 빌딩으로 이동했다.

그는 지하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주차한 뒤, 조수석에 놓여있는 종이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 5층으로 이동했다.

5층은 이하영이 운영하고 있는 칵테일 바가 있는 곳이었다.

-띵.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뚜벅- 뚜벅- 걸음을 옮겨 칵테일바의 문을 여는 정성민.

다만 그가 기대하는 풍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시끌벅적해야 할 칵테일바는 너무나도 고요했고, 항상 매장을 꽉 채우던 손님도 아무도 없었다.

정성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사장이 있어야 할 긴 테이블로 고개를 돌렸다.

“.....”

하지만 그곳에도 여사장. 즉, 이하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곳엔 왼쪽 구석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매장 직원 셋만 보일 뿐이었다.

“너희들.”

다만 매장 직원 셋은 정성민도 아는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이하영이 향락소의 주인으로 있던 시절, 그녀가 가까이하는 심복 3인방이 그들이었다.

“어! 주, 주인님!?”

자신을 부르는 정성민에 고개를 든 그들은, 곧바로 정성민을 알아봤다.

그들은 다급히 청소 도구를 모두 내려놓고 다-다-다 뛰어와 정성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주, 주인님을 뵙습니다!””

뒷세계의 정점이자, 한때 자신이 모시는 이하영의 주인이었던 그.

다만 정성민의 모습과 분위기는 그들이 알던 모습과 달랐다.

분명 잘생긴 얼굴도, 날이 서 있는 눈빛도, 극도로 단련된 몸도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분위기가 유해졌다고 할까.

그때ㅡ.

“하영이는 어디 있어?”

뒷세계의 왕이 그들의 주인을 찾았다.

그들은 올 게 왔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하영이 있는 곳을 순순히 불렀다.

“그, 매장 안의 별채에 있습니다.”

“...별채?”

“예. 오늘 같은 일요일 밤엔 좀 이른 시간에 영업을 종료하고, 별채에 들어가 쉬곤 합니다.”

이하영의 비밀 공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녀의 부하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이하영이 주기적으로 들르는 비밀 공간의 위치였다.

정성민은 당장 그곳의 위치를 알려달라 명령했다.

“따라오시면 됩니다!”

부하들은 곧바로 정성민에게 길을 안내했다.

우선 칵테일 바의 주류 저장고에 들어간 그들은, 빈 술통에 넣어 놓은 키를 꺼낸 다음 비밀 공간으로 갈 수 있는 문을 열었다.

열린 문 너머로 길게 이어진 복도가 보였다.

“이 복도를 따라 가장 안쪽에 가면 방 하나가 있는데, 아마 그곳에 있을 겁니다.”

복도 끝에 있는 방.

정성민은 그 말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조명 삼아 길게 늘어선 복도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엔 문이 하나 있었다.

아마 이 문이 이하영의 부하들이 말한 ‘별채’의 문인 듯싶었다.

-덜컥.

정성민은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제 이 손잡이를 돌려 열기만 하면, 잃어버린 그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손잡이를 돌리려던 그때.

“흐아아앙!♥”

신음을 흘리는 그녀의 음성이, 방문 너머로 들려왔다.

그 소리에 정성민이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있어?’

-벌컥!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문을 연 정성민.

그렇게 그는 이하영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항문을 움찔움찔거리며, 자신의 팬티를 뒤집어쓰고 있는 뒷모습을.

“어?”

EP.296 (외전) 결합

“.....”

정성민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았다.

웬 여성용 섹스돌을 끌어안고, 엉덩이를 열심히 위아래로 흔들고 있는 이하영의 모습.

움찔거리는 항문과, 음부에 가득 묻은 애액과 위조 정액의 혼합물.

솔직히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정성민이 느낀 감정은 흥분이라기보단 당황스러움이었다.

문 너머로 그녀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응하앗...! 흐응...! 으응...♥ 성민아아...♥”

그런데 그 남자의 정체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붙여놓은 여성용 섹스돌이었다니.

그것도 자신의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그것을 끌어안고 열렬히 사랑을 속삭이더니.

‘어떡해야 하지?’

뒷세계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항상 최상의 판단을 내려야만 했던 그.

하지만 이 어이없는 상황에선 도무지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모른 체해줘야 할까?

보아하니,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어도 그녀는 ‘정성민 4호’와 섹스를 하느라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게, 정성민 4호의 입에선 ‘사랑해 하영아’, ‘내게 너뿐이야. 내게 돌아와 줘서 고마워’ 같은 녹음된 음성이 수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은 물러나자.’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듯했다.

뭔가... 열어선 안 될 문을 열어버린 기분이었다.

마치 성아가 중2병에 빠졌을 때, 온갖 섹시한 포즈를 다 잡으며 ‘우~’ 이 지랄 하고 있을 때 방문을 벌컥 열어버린 그 느낌이라 해야 할까.

한동안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기만 했던, 그때의 그 뻘쭘함이 다시 실감되는 기분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하영이의 취향이 저러니, 존중은 해주자.

세상엔 저것보다 더한 온갖 섹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을 테니.

저 정도면 뭐, 양호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다른 남자가 아닌 자신에게 집착을 하는 거니 상관없지 않은가?

-스으윽...

정성민은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이하영에게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뒤로 물러서며, 그녀를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그때.

-까톡!

자신의 주머니에서, 메신저의 알림음이 울렸다.

그것도 하필 ‘정성민 4호’가 아무 대사도 내뱉지 않을 때 말이다.

정성민은 황급히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은 다음 음량을 최대한 줄였다.

하지만ㅡ

“.....어?”

이미 이하영은, 자신을 향해 뒤돌아보고 있었다.

꿈벅- 꿈벅- 두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

서로를 마주 본 채 굳은 둘.

그들 사이에 흐르는 정적.

이하영은 수영모 벗듯 자신의 머리에 씌워진 정성민의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그 팬티를 슥 내밀며 말했다.

“이 팬티의...주인?”

사고가 경직되어 되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만 이하영.

허나 이하영만큼 당황한 정성민은, 이하영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댔다.

이하영이 털썩 팬티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난 끝났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만남이 이루어졌다.

하필 이 순간, 이곳에서 말이다.

인생 최대의 흑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가 나를 여자라고 생각하기는 할까?

아니, 도저히 무리일 것이다.

분명 추잡하고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할 게 뻔했다.

이런 꼴불견인 모습에 질려버렸을지도 모른다.

‘하필, 이럴 때에...’

수도 없이 상상했었다.

정성민과 다시 재회하여, 그와 이어지는 순간을.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습으로, 아름답고 극적이게 그와 재회하고 싶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말이다.

“괜찮아.”

그때, 자리를 비키지 않고 오히려 한발 앞으로 다가서는 정성민.

그는 자신의 신발을 벗고는, 이하영의 비밀 공간 안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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