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나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이유는, 내가 그녀들을 정복했기 때문일 건데, 그녀들을 정복하지 못하는 나를 따르려 할까.
“성민아. 그녀들이 왜 너를 사랑하는 줄 알아? 네가 그녀들을 정복했기 때문에? 아니야.”
이하영은 잠시 숨을 골랐다.
말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호흡을 정돈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너는 걔들의 주인님이기 이전에, 인생의 구원자야. 넌 그저 네 방식대로 정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걔들은 너한테 인생을 구원받았어. 최면을 걸든 연옥을 쓰든 뭘 하든 결국 행복에 이르렀다고. 그러니까 개들도 네 인생을 구해주고 싶어해. 다시 완전무결한 ‘주인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어해. 얼마나... 얼마나 너를 구하고 싶었으면, 자존심 다 내려놓고 나를 찾아왔겠어? 이제 너의 아내는 걔들인데, 그 자격, 그 자존심 다 내다 던지고, 너를 설득해달라고 나한테 부탁했겠냐고. 걔들은 널 절대 배신하지 않아. 네가 약해질 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되돌리려 할 거야.”
이하영은 그렇게 말하며 정성민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리곤 어딘가로 그를 끌고 가려 힘을 주었다.
다만 정성민은 마치 태산 같았다.
이하영이 그를 돌아보며 답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
“부탁이야. 따라와 줘.”
정성민은 자신의 손을 잡은 이하영의 손을 보았다.
작고 연약한 그녀의 손에서 어떤 간절한 힘이 느껴졌다.
결국 정성민은 다리에 힘을 풀어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쿵. 쿵. 쿵. 쿵.
이하영이 향하는 그곳.
이희연, 백하윤, 안지연, 엘레나가 몰래 숨어 정성민을 지켜보는 곳.
당황한 그녀들이 속닥거렸다.
“뭐, 뭐야 쟤. 왜 여기 와?”
“온뉘 미춌오!”
“빨리 튀자!”
급히 몸을 숨기려는 정성민의 여인들.
하지만 팟- 팟- 팟- 팟- 빠르게 다가오는 이하영과 정성민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헉...!”
결국, 정성민과 눈이 마주친 나머지 여인들.
제 스스로 ‘훔쳐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대가리를 박는 안지연.
‘여보, 날씨가 참 좋네~ 호호..’라고 말하며 딴청을 피우는 엘레나.
‘조졌네’라고 중얼거리는 백하윤.
그리고 말없이 정성민을 올려다보는 이희연까지.
이하영은 각자 각양각색의 반응을 하는 정성민의 아내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아내들에게도 기회를 줘. 우리, 365일 내내 네 생각만 하는 여자들이야. 최근 일주일도 그랬어. 이 일을 꾸미려고 수도 없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연습하면서 준비했다고. 우린, 우린 맨날 네 생각밖에 하지 않는 여자들이야. 너만, 너만 생각하고 있다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온종일 정성민만을 생각하며 사는 여인들.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정성민을 만날 정도로, 24시간 내내 그만 생각하는 정성민의 아내들.
“그러니 굳이 통제하지 않으려 해도 돼. 그냥 가만히 놔둬도, 저것들은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너를 위한 해답을 찾아갈 거야. 네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네가 ‘주인님’으로서 가장 완벽한 형태가 될 수 있도록 내조할 거야.”
“.....”
생각에 잠긴 정성민.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그녀들의 생각.
정성민이 물었다.
“정말이야? 너희들도, 이하영과 의견이 같아?”
“.....응. 그렇게 의견을 모았어, 여보.”
차근, 차근 미스터 최의 길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던 정성민.
허나 미스터 최와 정성민의 결정적인 차이는, 사랑하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하영이가 했던 말 모두 사실이야. 사실 오늘 아침에도, 당신이 우리 중 누구를 제일 사랑하냐는 주제로 우리끼리 싸웠어. 저번에는 누가 제일 잠자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싸웠고, 또 저번엔 누가 제일 현모양처가 될 수 있는지, 누구의 자식의 여보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지, 지금 누구의 자식이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심지어... 여보가 우리에게 입봉사를 시킬 때, 누가 제일 그...흡입력이 좋고, 여, 여보가 만족하는 표정을 짓는지... 도촬해서 비교해보기로.... 아무튼 우린 매일 싸워.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싸울 거야. 우린 항상 여보에게 최선을 다하니까.”
별로 듣고 싶지 않던 것도 알게 됐으나, 요지는 자신에게 항상 진심이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도,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그녀들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 조직의 안녕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그들도 자신에게 사랑받고자, 또 사랑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의 보지가 제일 쫄깃할까라는 주제로도 싸웠어.”
다만, 뒤늦게 덧붙인 엘레나의 말은 무시됐다.
정성민은 자신의 아내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의 뜻은 잘 알겠어. 그래서 너희들은, 날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정성민의 말에 그의 여인들을 각자 준비한 것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의 행복을 위해 그녀들이 고뇌하여 준비한 것들은 모두 그녀들의 폰에 기록되어 있었다.
먼저 이희연이 말했다.
“그... 요리를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다시 대회도 준비해보고, 레시피도 연구해보고... 여보 요리할 때만큼은 진짜 행복해했잖아. 여보의 가장 오래된 취미를 놓고 살았으니까... 스트레스 풀 때도 없어 보이고.”
요리.
한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가장 좋아했던 일.
다만 뒷세계를 지배하는 덴 하등 도움 될 일이 없어 손 놓고 있었던 일.
이희연은 정성민이 다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전문 요리사용 주방실 건축과 요리대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심지어 뒷세계배 요리대회까지 기획하고 있는 그녀였다.
“나, 나는 뭘 준비했냐면...”
이희연이 준비한 요리 외에도, 다른 여인들이 준비한 건 많았다.
우선 엘레나는 정성민에게 다시 휴학했던 대학을 다니는 건 어떻냐고 말했다.
자신도 정성민이 다니던 대학의 신입생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자신과 같이 캠퍼스 생활을 즐겨보는 건 어떻냐고.
그렇게라도 기분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했다.
“난 당신이 일에 시달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좀 손보면 어떨까 해.”
백하윤은 정성민이 복지를 챙길 수 있도록 그에게 몰리는 일이 없게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보았다.
자신 또한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하느라 일에 치여 살았던 만큼, 정성민이 조금이라도 일을 덜 하고 삶을 즐겼으면 하는 게 백하윤의 마음이었다.
하여 그녀는 정성민에게 몰리는 일을 여러 사람에게 분배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었다.
“저는 주인님의 위대함을 선보이기 위해, 격투기 대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히 주인님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척살대’를 만들고 있고요.”
그리고 안지연은 군인으로 성장한 만큼, 그녀다운 강경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부산에 자리 잡고있는 신흥 범죄 세력을 굴복시키기 위해 ‘척살대’를 꾸리고 있었고, 동시에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정성민의 격투 실력을 뒷세계 전체에 알려 감히 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격투기 대회’도 준비하고 있었다.
정성민이 왜 뒷세계의 제왕인지 톡톡히 알리기 위해,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싸움’을 적극 이용하자는 것이 안지연의 생각이었다.
“.....”
결국 이 모든 것은, 정성민의 행복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의 일을 도와주고, 그의 위엄을 알리고, 그의 적을 제거하는 것.
이로 인해 그가 과거에 사랑했고 즐겼던 것을 다시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정성민이 행복에 다다를 수 있도록, 그녀들이 고심하여 세운 계획이었다.
“.....그래. 너희들의 뜻은 잘 알았어.”
그리고 정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생각하는 그녀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녀들이 제시한 방법이, 자신이 완전무결한 ‘주인님’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신 또한 사람이고, 그렇기에 휴식이 필요하고, 그 휴식이란 잠시라도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가는 것임을... 자신의 삶을 사랑했던, 그래서 꿈많던 청년이었던 자신으로 잠깐만이라도 돌아가는 것임을, 그는 깨닫기 시작했다.
“...이하영. 넌 어쩌고 싶은데.”
그렇게 모든 여인의 말을 수긍한 정성민은, 이하영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녀가 답했다.
“나는... 난 그저 네 아내들의 말을 대변해주러 왔을 뿐이야. 모든 답은 너를 가장 잘 아는 네 아내들에게 있고, 재들이 있는 한, 네가 쟤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한, 너는 완전한 주인님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이야.”
“.....”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전한 뒤,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 보이는 이하영.
그녀가 말했다.
“나는... 널 배신했지. 그 순수하고 꿈많던 너를, 네 스스로 증오하도록 만들었지. 그래놓고선 너를 다시 끌어내려 했어. 네 두려움을 알고도, 과거의 너를 보고 싶다는 내 이기심으로 너를 되돌리려 했어.”
“.....”
“그러니까, 뒷일은 나의 몫이 아니야. 네가 온전히 과거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려면, 네 과거를 망친 원흉인 내가 없어야 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이하영의 결론.
정성민의 행복을 위해선,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그녀의 깨달음.
이하영이 말했다.
“네 부모님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네겐 든든한 조력자들이 많잖아.”
그렇게, 모든 말을 전한 이하영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싱긋 미소를 짓고는, 마지막 한마디를 전했다.
석양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이제 진짜 마지막 작별이야. 행복해야 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섰다.
그리고 묵묵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저벅...저벅...저벅... 멀어지는 그녀의 발소리.
하지만 이번에도 정성민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좇는 그의 눈에 미련이 잔뜩 묻어있어도, 정성민은 그녀를 보내주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자신의 행복을 되찾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선 그녀를 보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 가라. 이하영.”
과거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공유했던 그녀.
죽을 만큼 사랑했고, 그렇기에 너무 큰 상처로 돌아온 그녀의 배신.
정성민은 이제 그만 그 지옥의 늪에서 헤어나오기로 다짐했다.
그녀와 함께한 아름다운 기억과 지옥 같은 기억 사이에서 자신을 혐오하는 짓을 그만두기로 했다.
“집에 가자.”
하여, 정성민은 뒤돌아섰다.
자신의 아내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 그는 행복해지기로 했다.
그녀들과 함께 뒷세계를 차지한 것처럼, 앞으로도 모든 일을 그녀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그녀들이 자신을 완전무결한 뒷세계의 왕으로 모실 수 있도록, 그녀들과 걸음을 나란히 맞추기로 했다.
‘엄마가 내게 욕정하고 있다고.’
그렇게 나란히 걸음을 맞춰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자신의 가족과 아내마저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가, 마침내 그 부담에서 벗어나자 모든 것이 명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신을 짓누르던 ‘권좌’의 무게가 덜어지자 그의 감각은 예전처럼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알콜로 흐려졌던 판단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람의 욕망을 읽고, 그 욕망을 자신의 뜻대로 비틀던 과거의 정성민이 돌아온 것이다.
‘나에 대한 욕정이라... 대충 이유는 알 거 같군.’
정성민은 이신아를 되돌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P.286 (외전) 욕망의 올바른 길 - 성욕 해방
나는 두려움을 받아들였다.
나 또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인간이며, 나 또한 나약해질 수 있음을.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처박아 놓은 ‘대학생 정성민’도 결국 나이고, 결코 버려선 안될 소중한 것임을.
나약한 자신도 나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오랜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늘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에 향상심이 차오르며, 의무가 아닌 의지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계획과 행동에 확신이 있었던 과거의 나로 돌아온 것이다.
이젠 더 이상 권좌의 무게가 두렵지 않았다.
‘이신아...’
하여, 나의 사고는 다시 사회적 규범와 도덕적 규범을 완전히 초월하게 되었다.
책임, 의무, 가족, 행복.
그러한 틀에 묶여있던 나의 사고는, 그것을 완전히 벗어나 인간 본연의 욕망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아들.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지탄.
난 그따위의 것을 완전히 초월하여, ‘이신아’라는 이름의 인간을 그저 하나의 개인으로 보고, 그 개인이 어떤 진득한 욕망에 빠져 있는지, 그것만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ㅡ.
“과연.”
그녀의 욕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욕망을 분쇄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돌고, 입꼬리가 비틀어 올라가고, 미친 듯이 성욕이 들끓어 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락과 배덕의 시간을 즐길 때가 온 것이다.
-삑.
생각하고, 판단한 뒤, 계획까지 세웠으니, 행동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난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한 뒤, 내 계획에 필요한 것을 준비시켰다.
단둘이 있을 수 있으면서도 최면을 걸만한 공간.
그리고 최면을 도와줄 약물들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필요한 ‘영상’은 비서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했다.
이 영상들로 다시 내 가족을 원위치시킬 것이다.
***
“하아...하아...하아...”
-탁. 탁. 탁. 탁. 탁. 탁. 탁.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를 흔들고 있는 한 남자.
오랜 기간 발기부전에 시달렸던 세월이 무색할 정도였다.
지금 정현재의 자지는 사춘기 청년의 그것처럼 힘이 넘쳤다.
강직도 또한 그 시절의 것을 보는 듯 굵고 딱딱했다.
그는 단단하게 선 자지를 꽉 쥐고서 스스로 흔들고 있었다.
“크흣...흐읏...!”
다만, 그의 자지를 단단하게 만든 근원은 육체적 향상이나 건강의 회복이 아닌, 미칠듯한 배덕감이었다.
자신의 딸을 더럽히고 싶다는 추악한 욕망이, 그녀를 순종적인 자신의 아내로 만들고 싶다는 더러운 상상이 그의 자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성아야...성아야...!”
딸의 동영상을 보며 자위를 하는 정현재.
그는 이렇듯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가장의 권위를 회복하고, 자신의 남성성을 입증하여 아내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아내를 다시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그의 야망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아내가 아들에게 욕정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는 순간, 그의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크읏...! 크읏...! 하아악!!”
-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
어찌 보면 아내의 발언은 촉발제였다.
그를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트리고, 딸에게 위로받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신호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들에게 욕정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자신 또한 딸에게 욕정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내는 자신을 핍박하는 동안, 딸만은 자신을 위로해줬으니 말이다.
“우, 우리 성아... 나의 성아... 내, 내 소중한...”
그래... 그 순수하고 착한 아이.
그 어여쁜 마음과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육감적인 몸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던가.
그 아이의 안에 내 것을 쏟아부을 때 얼마나 황홀한 쾌감을 누렸던가.
나는 그 순간이 있었기에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내게 사랑을 속삭이며 내 것을 듬뿍 받아준 그 아이가 있었기에, 난 여기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성아야....성아...”
하지만, 성아에겐 이미 남자가 있다.
아내도 그렇고, 성아도 그렇고. 성민이에게 욕정을 하고 있다.
내 소중한 모든 것은 아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정성민 이놈... 이놈이...! 이놈이!!”
분하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그에게 속박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분하다.
도대체... 도대체 나는 뭐란 말인가.
내 인생은 대체, 뭘 위해 살아왔단 말인가.
“성아만은... 성아만은...!”
아내는 이미 틀렸다.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기회를 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