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2화 (282/303)

이하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내겐 아무 자격이 없지. 그래서 떠난 거야. 과거의 그를 되돌리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고, 영영 그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기로 했어. 그것이 내가 짊어져야 할 죄야.”

“.....”

숙연해진 분위기.

확고한 이하영의 입장과, 반박할 수 없는 그녀의 말.

엘레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포기하기로 했으면, 그냥 여보 곁에 있어도 되자나.”

“...안돼. 성민이 곁에 있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길 거야. 성민이도 나를 불편해할 거고. 이렇게 떨어진 채... 서서히 잊어가는 게 맞아.”

“.....”

말없이 칵테일을 홀짝이는 정성민의 여인들.

야심 차게 이하영을 다시 데려오려 했으나, 그녀의 설명을 듣자 명분을 잃어버린 정성민의 여인들.

하지만 그때.

-쾅!

저 혼자가 칵테일을 원샷 해버린 이희연이, 테이블에 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말했다.

“내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

집중된 이목.

날카롭게 눈을 세우며, 이하영을 노려보는 이희연.

“진짜... 수도 없이 생각해봤어. 도대체 내가 뭐가 부족하길래, 남편이 알콜 따위에 의존하게 됐을까. 이하영. 네가 대체 뭐길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술을 곁에 두고 있을까.”

“.....”

이희연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들.

그녀들 또한 정성민의 알콜 의존증을 알고 있었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결해보려 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렸고, 이렇게 최후의 방법으로 이하영을 데려오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희연이 말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됐어. 내 남편이 왜 이렇게까지 회복을 못 하고 있는지.”

알콜 따위에 의존할 만큼 정성민의 마음에 뚫린 구멍.

모두가 그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할 때, 이희연만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오랫동안 정성민을 지켜봤던 만큼, 정성민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이희연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 이유는 간단해. 우리가 줄 수 없는 걸, 네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이하영. 오직 너만이 줄 수 있는 거.”

이하영만이 줄 수 있는 어떤 것.

모두가 이희연이 던진 화두에 흥미를 보였다.

저마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주제이니 말이다.

“...나한테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성민이에게 상처만 준 년일 뿐인데...”

다만, 이하영은 진심으로 자신이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향락소랑 사업체 운영하는 거? 그거 내 후임이 잘 하고 있지 않아? 성민이 밑에 얼마나 인재가 많은데. 굳이 내가 아니어도, 사업은 잘 돌아갈 거야.”

자신이 없어도 향락소와 사업체가 잘 운영되도록 완벽하게 인수인계를 마친 이하영.

때문에 그녀가 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엘레나처럼 거대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순결은 이미 잃어버린 지 한참 지났고... 하윤 언니처럼 명성을 쌓은 것도 아니고, 지연이처럼 무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하하... 희연이 너처럼 성민이의 사업에 꼭 필요한 존재도 아니고...”

자신이 쓸모없는 이유를 하나하나 나열하다, 이내 뒷말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는 이하영.

이윽고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 나만이 할 수 있는 거?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성민이에게 상처를 주는 거. 나로 인해 불행해진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성민이를 괴롭게 만드는 거. 참 추잡하고 미련하게도 찰거머리처럼 성민이에게 달라붙어서! 언젠간 용서받길 바라면서 성민이의 속을 자꾸만 긁는 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나 같은 년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그렇게 자기 할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는 이하영.

그녀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돌아가. 너희들이 도와줘. 성민이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저마다 고개를 떨구는 여인들.

다만, 이희연은 여전히 빳빳이 고개를 든 채 뒤돌아선 이하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까-득, 이를 갈고는 말했다.

“다 끝났어? 이 열등감 덩어리 년아? 네가 쓸모없는 이유, 그게 끝이야?”

노기 어린 이희연의 목소리.

그 도발적인 언성과 발언에, 표정을 구긴 채 다시 정면으로 돌아보는 이하영.

이하영이 말했다.

“그럼 뭐, 어쩌라고? 이젠 내가 있을 자리도 없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뭐 어쩌라고?”

“.....멍청한 년.”

“...뭐?”

“멍청한 년이라고. 너희 둘은 맨날 이랬어. 나도 아는 걸, 둘만 몰라.”

“.....그게 무슨 말이야.”

오랜 시간, 멀리서 정성민과 이하영의 연애를 지켜봐 온 이희연.

혹시라도 둘이 다투고 나면, 둘의 화해와 중재를 모두 도맡아온 그녀.

그렇기에 이희연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내 남편은, 네가 있어야 해. 네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내가 필요한 건데?”

이희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입으로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려니, 상당히 속이 쓰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최우선은 자신의 기분보다는 정성민의 행복이었다.

“이하영. 잘 들어. 넌 내 남편을 방해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네가 그이의 예전의 모습을 끌어내려 하는 건, 남편에겐 꼭 필요한 일이야. 무엇보다도 반드시.”

“.....”

멍한 표정으로 이희연의 말을 경청하는 이하영.

이희연이 말했다.

“왠 줄 알아? 지금 남편의 모습은, 미스터 최와 다를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야. 내 남편은 그 개자식을 이기기 위해 누구보다 그와 닮은 사람이 돼버렸어.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 자체가 돼버린 거지.”

미스터 최라는 괴물을 뛰어넘기 위해, 그와 똑같은 괴물이 되어버린 정성민.

잠시 숨을 고른 이희연이 말했다.

“단지 그와 차이점이 있다면, 자기 것을 지키겠다는 집념만 더 강할 뿐이야. 반드시 자기 것을 지키겠다는 그 집념 때문에, 아직까지 미치지 않고 술로나마 버틸 수 있는 거야.”

아직까지 미치지 않고 술로 버티고 있다.

그 말에 이하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기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그, 그럴 리가... 서, 성민이가 얼마나 강한데... 이제 성민이는 뒷세계의 왕이잖아. 아무도, 아무도 그를ㅡ”

“넌 아무것도 몰라.”

중얼거리듯 말하는 이하영의 말을 낚아챈 이희연.

그녀가 말했다.

“구원자와 미스터 최가 처음부터 악질이었는 줄 알아? 모두 권좌에 앉았기 때문에 그렇게 돼버린 거야. 권좌에 앉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데. 지금도 부산엔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고, 야쿠자와 연합을 하고 있어. 중국의 삼합회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미스터 최의 잔여세력이 새로운 조직을 만든 건 알고 있어? 성민이는 그 모든 도전을 감당해야 돼. 그 모든 도전을 짓누르려면 더욱 악랄해지고, 더욱 독해져야 하고. 그런 압박을 받다 보면 결국 미스터 최와 똑같아질 수밖에 없는 거야.”

“.....”

모르고 있었다.

이제 그는 왕이 되었으니,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신의 되찾은 가정을 돌보고, 각각의 아내가 이룬 가정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줄 알았다.

“너, 너희들이 도와주면 되잖아. 너희들은 모두 성민이의 여자잖아.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잖아.”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성민에겐 아내가 넷이나 되지 않는가.

뒷세계의 왕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잔악해졌던 그가, 딸을 볼 때면 실없이 미소를 짓지 않던가.

그래서 모두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래. 그래서 우리 모두 노력해봤지. 남편의 마음을 덜어주려고. 하지만 말이야. 우린 성민이를...그러니까 남편을... 뼛속까지 ‘주인님’이라 생각하고 있어. 호칭만 바뀌었을 뿐, 우리에겐 주인님은, 영원한 주인님이야. 그분은 절대적이고, 그분의 명령을 절대 거역할 수 없어. 변하지 않아.”

이하영과 다른 여인들의 절대적인 차이.

다른 여인들은 모두 정성민에게 ‘정복’된 반면, 이하영은 끝끝내 정복할 수 없었다.

그저 정복당한 것처럼 보였을 뿐, 결국 이하영은 정성민을 자신의 애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로선 한계가 있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

다시 고개를 떨군 채 생각을 정리하는 이하영.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다 망쳐버렸잖아. 성민이는 자신의 과거를 싫어하잖아. 내가 저지른 짓 때문에.”

“...과거를 싫어한다고? 아니.”

확신이 담긴 이희연의 표정.

그녀가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

“남편이 너와 사귀었던 시절... 그때 그 사람이 얼마나 빛났는지 알아? 그 사람이 얼마나 꿈이 많았던 사람인 줄 알아? 너와...너와 어떤 미래를 꿈꿨는지, 알기나 해?”

이희연은 먼 과거, 정성민과 함께 바다를 보던 날을 떠올렸다.

어쩌다 우연히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그가 그리는 찬란한 미래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그 미래를 말하는 정성민의 표정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

“넌 그 표정을 못 봐서 그래.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사랑했는지, 얼마만큼 너를 만난 것에 감사하며 살았는지, 몰라서 그래.”

오랜 시간, 정성민과 이하영의 조력자이자 든든한 말벗이 되어준 이희연.

그렇기에 오직 이희연만이 알고 있는 정성민의 이야기.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불러내.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했던 그 사람을, 다시 불러내. 내 남편... 내 주인님에게 그 기억마저 사라지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거야. 네가, 네가 망쳐버린 주인님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놔.”

격해진 감정에 따라,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이희연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하영을 보았다.

이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모두 전했으니, 답을 들을 차례였다.

이윽고-

-스윽.

이하영이, 떨구었던 고개를 들었다.

어떤 확신이 담긴 얼굴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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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과 여인들이 이하영을 설득한 그 날.

그녀들은 정성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많은 대화 끝에 원래의 정성민을 끄집어낼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계획의 첫 시작은 그를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가자고?”

“응. 우리 예전에 갔던데 있잖아. 그...대학 다닐 때 말이야.”

“...아. 거기.”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정성민.

이윽고 그가 이희연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래. 오랜만에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응. 요즘 너무 일만 했으니까.”

정성민과 약속을 잡는 데 성공한 이희연.

그녀는 정성민에게 일주일 뒤 바다에 가기로 확답을 받은 뒤, 곧바로 단톡방에 결과를 알렸다.

그러자 단톡방 맴버들이 저마다 할 수 있는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윤언니]

[알았어. 희연이 네가 무대 세팅만 해줘. 배우들은 내가 섭외할 테니 걱정 말고.]

[지연이]

[보안이나 경비는 내게 맡겨요. 접근하는 민간인이 없도록 철저히 할게요.]

[썅년]

[일주일 뒤라고? 알았어. 나도 준비하고 있을게.]

[엘레나]

[난 손이 비네. 부족한 쪽에 붙을게.]

저마다 각자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도맡아 하는 그녀들.

그렇게 정성민의 여인들은 이희연의 진두지휘 아래 철저히 계획을 준비했고, D-DAY는 단숨에 다가오게 되었다.

“여보, 준비 다 됐어?”

“어. 출발할까?”

이윽고 일주일 뒤, 아침 11시.

이희연과 정성민은 오랜만에 단둘이 대저택의 밖으로 나섰다.

그들의 최소한 경비만 데리고 바닷가로 갔으며, 운전도 정성민이 직접 했다.

이희연이 최대한 옛 기분을 내고 싶다고 조른 까닭이다.

-사랑해~♪ 난 너만을 사랑해~♬

차에선 5년 전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성민의 과거를 자극하여 추억에 잠기도록 하기 위해, 이희연이 고르고 고른 플레이리스트들이었다.

“이거 오랜만에 듣네. 옛날 생각난다.”

“응. 오랜만에 그때 기분 좀 내보려고.”

첫 소절을 듣자마자 곧바로 반응하는 정성민.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때에 들은 노래인 만큼, 정성민은 곧바로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희연이 최대한 고르고 고른 음악인 만큼, 5년 전 음악이라 해도 듣는 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오. 보인다. 저기 보여?”

그렇게 옛 추억을 회상하며 운전을 한 지 3시간쯤 지났을까.

마침내 그들은 무한히 펼쳐진 푸른색의 지평선을 볼 수 있었다.

바다였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그러게. 5년 전에 오고, 처음이지?”

“그렇지.”

“히히. 벌써 옛날 생각 나서 좋다. 아! 저기 입구 보인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가리키는 이희연.

정성민은 곧바로 차를 꺾어 입구로 진입했다.

바닷가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가 배인 건물들이 둘을 맞이했다.

“.....”

정성민은 차를 몰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해수욕장의 분위기도, 도로의 생김새도, 근처의 상가도, 거의 5년 전 그대로였다.

이희연이 거금을 들여 거의 5년 전과 비슷한 분위기를 맞춰뒀기 때문에, 정성민은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 여보! 저기 기억나? 우리 저기서 핫도그 사 먹었잖아”

그때, 이희연이 도로변에 주차되어있는 한 푸드트럭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성민은 다 함께 군것질을 하며 떠들었던 기억을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기억나지. 저기서 하나씩 사 먹었었잖아.”

“응. 그때 되게 맛있었는데. 하나씩 먹을까?”

“그럴래?”

정성민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차를 몰아 푸드트럭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푸드트럭 근처에 주차한 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이희연을 데리고 푸드트럭으로 가 대표 메뉴를 주문했다.

“선남선녀 커플이구먼. 잠깐만 기다려요~”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꼬치에 소시지를 끼우는 주인아저씨.

정성민은 주인아저씨의 변함없는 모습에 5년 전 그날로 회귀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자글자글 핫도그를 튀기는 소리도, 선선히 부는 바람도, 푸드트럭 안쪽에 딸린 작은 tv도, 서비스로 주는 요구르트도.

그 모든 것이 정성민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를 자꾸만 과거로 되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둘이서만 왔어요?”

그때, 주인아저씨가 던지는 의미심장한 질문.

‘둘만’ 왔냐는 그의 질문에, 정성민의 표정이 멍-하게 풀린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그 시절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어떤 사람을 떠올린다.

“...와. 사장님. 혹시 우리 기억하세요?”

때문에, 당황하는 정성민을 대신해 이희연이 답했다.

주인아저씨가 허-허-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암. 기억나죠~ 몇 년 전인가...? 하도 눈에 띄는 외모들이라 까먹을 수 없지.”

핫도그를 튀기며 미소를 짓는 주인아저씨.

이희연이 큭큭 웃으며 답했다.

“크흐흐. 되게 기억력 좋으시네. 벌써 5년 전 일인데.”

“에이~ 기억력 좋기는. 단지 그때, 이쪽 손님이 너무 부러워서, 양옆에 미인을 끼고 있는 게 인상적이서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하.”

정성민을 콕- 집어 가리키며 부러움을 표하는 푸드트럭 사장.

다만 정성민은 여전히 과거를 회상하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분위기가 무안해질 때쯤 이희연이 정성민의 손을 덥석 잡고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지금 걔랑은 끝났어요. 대신 우리 둘이 결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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