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8화 (278/303)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이신아가 말했다.

“우리, 떠날래?”

“.....”

떠나자는 그녀의 제안.

정현재가 무슨 뜻이냐 물어보았다.

이신아가 답했다.

“말 그대로야. 우리끼리, 이 집을 나가자는 말이지.”

이신아의 말을 들었을 때, 정현재는 곧바로 정성민과 정성아를 떠올렸다.

그 둘을 이곳에 넘겨두는 것이 걱정되었다.

하지만ㅡ

‘걔들도 다 컸지...’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었다.

정성민은 가장이 되었고, 딸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비록 도덕적으로, 또는 사회 규범적으로 옳다 할 순 없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었다.

“그게 여행 끝에 내린 결론인가 보네.”

“응.”

“그래도, 이유가 뭐야? 이곳에 사랑하는 가족이 다 있는데. 손주도 여기 있고.”

남편의 질문에 이신아는 잠시 안았던 자세를 풀고 남편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을 똑바로 본 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이제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서.”

“.....”

내 인생.

‘엄마’로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 ‘이신아’로서 살아가는 인생.

이신아가 말했다.

“재벌가에서 쫓겨난 뒤, 난 다짐했어. 당신을 선택한 내 삶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증명하기로 하기로. 그래서 하루하루... 날 사랑하는 당신을 만끽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고 노력했어.”

가능성으로 가득했던 20대 초반의 이신아.

그 수많은 찬란한 선택지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에서, 결국 그녀가 택한 것은 평범한 남자의 ‘아내’였다.

아버지의 인형이 되어 살기 싫다는 그녀 나름의 반항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증명해야만 했다.

이 남자를 택한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정략결혼에 몸이 팔려가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사는 것보다, 평범할지언정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선택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때문에 그녀는 정현재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적어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남자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내조했다.

투쟁심이 없는 그에게 투쟁심을 심어주었으며, 외모를 꾸미는 데 관심이 없는 그에게 꾸미는 법을 알려주었다.

헤어스타일, 옷차림, 넥타이 색깔. 그 모든 게 그녀의 손끝에서 시작되었으며, ‘정현재’라는 잘생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또한 직장 내에 있었던 일, 그에 대한 대처,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처세술.

모두 꼼꼼히 들어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다.

성공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재벌가에서 살아온 그녀인 만큼, 그녀의 가이드라인은 정현재를 성공한 남자로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으면서도, 다정하고 가정적인 정현재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었다.

부족함 없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 계속 억눌러져 있었어. 과거의 아름답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가능성으로 가득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계속 억눌러져 있었어.”

억눌린 욕망.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반항적이고, 투쟁심이 넘쳤던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

이신아는 ‘행복한 가정이 자신의 꿈’이라는 자기최면 아래, 진정한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다.

애초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도, 아버지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된 욕망임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그 욕망이 가장 최악의 형태로 발현되어 버렸지. 다, 당신을 상처입히고, 내가 평생 일구어온 가족을... 내, 내가 쌓아온 가족을... 스스로 무너트려 버렸어...”

덜덜 몸을 떨며 괴로워하는 그녀.

정현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의존적인 성향이, 그녀를 겉돌게 한 것이라고.

가정의 중심이 되어야 할 자신이 나약하게 그녀에게 의지하니, 외간남자에게 아내를 빼앗긴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당신만의 책임만 있는 건 아니야. 나도 형편없이 약한 남자였지. 평생 당신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오다 보니, 당신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

“그래서 나도, 증명하고 싶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걸.”

아들의 모습에 자극받아 그동안 많이 바뀐 정현재의 모습.

이신아는 그런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응. 지금 엄청 멋져. 듬직하고.”

“.....”

“그러니까, 당신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 우리 단둘이서 떠나서, 모든 것을 새로 쌓고 싶어. 당신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연애하고 싶어. 당신의 여자가 되고 싶어.”

오랜 여행 끝에 이신아가 내린 결론.

그것은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올바르게 해소하는 것이었다.

젊은 날의 자신을 빼다 박은 아들을 잡아먹고 싶다는 뒤틀린 욕망을, 올바른 방향으로 틀어 해소하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여보. 나랑 떠나자. 우리 둘이서, 다시 시작하자.”

이신아의 절절한 마음이 정현재에게 와닿았다.

그는 과거, 이신아가 얼마나 야망 있고 꿈이 많던 여성이었는지 마침내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단둘이 얘기할 때면 그녀가 툭툭 던지듯 내뱉었던 사업 구상안이 대체 몇 개였던가.

비록 안정적인 가정을 위해 사업을 하는 일은 없었지만, 분명 그녀의 계획은 전도유망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계획이었다.

“그래. 떠나자.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는 거야.”

하여, 정현재는 그녀가 훨훨 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여전히 그녀 안에 남아 있다는 뒤틀린 욕망을 해소해주기로 했다.

***

은은한 불빛이 깔린 정성민의 집무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침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방금 이하영이 내뱉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행을 하던 중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

“정말... 정말 떠날 건가? 네가 이룩한 모든 걸 버리고, 떠나겠다는 말이야?”

정성민은 다시 한번 이하영의 의사를 물었다.

정녕 네가 나를 두고 떠날 수 있는 것인지.

나 없이는 1분 1초도 숨을 못 쉬는 네가, 나를 떠날 수 있는 건지.

“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것뿐입니다. 일도, 주인님에 대한 마음도요.”

“.....”

“주인님. 여행을 하던 중, 문득 주인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당신은 과거의 정성민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운 거죠?”

정성민은 이하영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전까지 그런 자각은 없었지만, 깊은 무의식의 내면엔 그런 생각이 밑바탕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한심하고 나약했던 자신을 증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 예전의 주인님이 그리워요. 왜냐하면, 우린... 우린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아무리...아무리 너를 주인님이라 불러도,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난 너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니까. 하지만 너는 과거의 너로 돌아가기 싫으니까.”

긴 여행 끝에 이하영이 깨달은 결론.

둘의 마음이 엇갈려 있어, 이어질 수 없다는 것.

그는 결코 남자친구로 돌아올 수 없고, 자신은 결코 과거의 그를 잊을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다 망친 거야. 너를 배신한 그 순간, 너와 이어지는 걸 바래선 안 됐던 거야.”

“.....”

“참 미련했어. 너를 주인님으로 모시며 내 마음을 멍들게 하는 것이, 속죄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속죄가 아니라, 언젠가 네가 나를 돌아봐 줄지도 모른다는 이기적인 마음이었어.”

이하영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다만 그녀는 부서질 듯 위태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인님으로 살아. 주인님으로서 네 사람을 품는 것이, 너의 행복이야. 그리고 나의 속죄는....”

뒷말을 흐리는 그녀.

먹먹하게 올라온 감정을 눌러담고, 침을 꿀꺽 삼키는 그녀.

그녀가 말했다.

“나를 가장 사랑해줬던,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너를, 내 행동으로 인해 잃었다는 것을 평생 후회하면서 사는 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너를 그리워하면서 사는 게. 그게 내가 짊어져야 할 일이야.”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정성민에게 큰 절을 했다.

그리곤 다시 일어서 고개를 깍듯하게 숙이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주인님’이란 말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

이후, 그녀가 다시 정성민의 대저택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마침내 질기고 긴 그들의 관계가 끝을 맞이한 것이다.

EP.280 (외전) 역전된 관계

“그게 네 답이라는 건가.”

이하영이 떠난 지 4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몇 시간이고 집무실 책상에 앉아 생각을 이어오던 나는, 마치 버퍼링이 잔뜩 걸렸던 동영상처럼 뒤늦은 답을 중얼거렸다.

허나 내 중얼거리듯 물어본 질문에 대답할 그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난 그녀가 없는 빈 공간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저 난 계속해서, 저 어둠 속을 바라보며 고장 난 동영상처럼 그녀가 잠시간 머물렀던 순간을 구간반복으로 재생을 할 뿐이었다.

“.....”

그렇게 얼마간 멍하니 뇌 속의 영상을 돌려봤을까.

마침내 해는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날이 새서야 그녀의 작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완전히 나를 떠날 결심을 했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 그게 네 답이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반드시 답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해답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 미스터 최의 노예로 길러지던 시절이 그러했다.

여자친구의 변절과 친구의 타락. 그리고 가정의 붕괴 속에서 나는, 그들이 망가지는 모습에 욕정하면서도, 그들을 간절히 구하고 싶다는 이율배반적인 욕망에 괴로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침내 내가 각성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욕망을 제대로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내 소중한 사람을 모두 내 손 아래 두어, 그들을 모두 내 지배하에 망가뜨리고 싶다는 자기주도적인 욕망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지금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하영은, 자신의 욕망과 내 욕망이 일치할 수 없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은 모양이다.

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더 이상 약해질 수 없음을,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그녀는 비로소 알게 된 모양이다.

그래. 결국 나와 이하영의 관계는 그것이 문제였다.

나는 과거의 나를 묻으려고 하는 반면, 그녀는 자꾸 과거의 나를 끄집어내려 한다.

그녀의 품에 안겨 한참을 오열했던 그 날처럼, 한심하고 나약했던 그 시절의 나를 자꾸 끌어내려 한다.

때문에 나는 그녀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가 내 역린 같은 존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나를 정신적으로 무너트릴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을 했던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찌그러트리고 망가뜨리고 짓밟고 파괴하고 조교를 해도, 결국은 내 여자친구가 되어 과거의 나를 보고싶어 하는, 오직 이하영만이 나를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나를 떠나는 선택을 한 것은, 우리 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내 조직, 내 가족, 내 아내, 내 자식, 내 운명 공동체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의 ‘주인님’이 되어야만 하고, 항상 날카로운 눈으로 아래를 굽어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 어디서 새로운 악이 창궐하여 내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이 음침한 뒷세계 어딘가에 나도 모르게 곰팡이가 자라나, 내 소중한 공간을 좀먹어갈지도 모르기에, 나는 반드시 절대자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압도적인 힘으로 뒷세계를 짓눌러, 감히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 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군림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권력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나의 의무이고, 내 가족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젠장.”

하지만 가슴 안쪽 어딘가 허전하다.

그녀를 도려내는 게 옳다는 이 생각이, 자꾸만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내 인생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공유하는 그녀가 사라진다는 게, 날 허망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든다.

“.....”

돌이켜 보면, 나는 이하영을 사랑했던 것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나 또한 사랑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수하게 꿈을 좇던 청년이었던 내가, 나는 사무치도록 그립다.

이하영과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려 부모님 같은 부부가 되고 싶던 내가 너무나도 그립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과거의 나를 놓아줘야만 한다.

내 순수한 모습을 기억하던 유일한 증인이 내 품에서 벗어났으니 말이다.

-삑.

아침 6시 42분.

난 하수인을 호출해 술을 가져오도록 시켰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이, 이 상실감을 달래줄 술을 모조리 가져오라 시켰다.

-벌컥 벌컥 벌컥.

이 상실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내 마음을 달래줄 이는 아무도 없다.

그 순수한 사랑을 했던 청년을 기억하는 이는 오직 그녀이기에, 나는 혼자 술을 마시며 스스로를 달랠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이제 이하영과는 영원히 작별이다.

***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이하영이 떠난 지 한 달 뒤, 이신아와 정현재 또한 정성민에게 작별을 고했다.

다만 정성민은 그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선 너무 갑작스러운 통보였고, 모든 편의가 다 갖춰져 있는 이곳을 떠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뭔가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이하영이 떠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족마저 자신을 떠난다니.

내가, 내가 어떻게 되찾은 가족인데.

어떤 개고생을 해오며, 얼마나 힘들게... 얼마나 처절하게 싸워오며 되찾은 가정인데, 제 발로 나가겠다고 하다니.

“우리들의 행복을 찾고 싶어서 그래. 보내주면 안 되겠니?”

하지만, 완고한 이신아의 입장에 정성민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헌신해온 그들이, 이제야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가겠다는데,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삑.

“술 가져와.”

이런 걸 원하던 게 아니었다.

가족을 모두 되찾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성아도 더 이상 예전의 성아가 아니고, 엄마도 더 이상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대나무처럼 한결같던 아빠도 더 이상 예전의 아빠가 아니었다.

이제 그 화목했던 가족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걸까.

-벌컥. 벌컥. 벌컥. 벌컥.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제 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고 말았다.

정성민은 매일 밤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점점 한계에 치닫고 있었다.

***

“하아...하아...하아...”

어두컴컴한 방.

두 남녀가 끈적하게 몸을 섞고 있었다.

다부진 몸의 남자는 여자의 비부에 성기를 집어넣고, 여자의 허리는 마치 활처럼 꺾였다.

“크흐으으읏!!”

-퍽!

“크혹!”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졸랐다.

꽈아아아악- 잔뜩 힘을 주어, 여자의 기도를 압박하며 피스톤질을 했다.

그러자 여자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나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름답던 그녀의 얼굴이 잔뜩 망가지며, 눈물이 고이고 침이 질질 새며 보지에서 애액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파앗!

하지만 여자가 절정에 이르기 직전, 남자는 조르던 손을 놓고 걱정 어린 눈으로 여자를 살펴본다.

발라당 침대에 나자빠진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눈물을 머금은 남자가 말한다.

“여보, 괜찮아? 이건 너무 심했지?”

땀으로 가득한 침대.

정현재는 반쯤 혀를 내밀고 있는 이신아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곧 망가진 표정을 수습하며 정현재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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