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5화 (275/303)

현재 그녀는 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출산만을 위해 쉬고 있는 중이다.

“응 여보.”

이윽고 전화를 받는 이희연.

정성민은 그녀에게 ‘종교팀’에 대해 질문했다.

“아... 알게 됐구나. 그렇게 됐어. 허락해 줄 거지?”

“.....”

성민교.

그 사이비교의 정식 팀이 생긴다?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여보.

정성민은 이마를 짚으며 답했다.

“...그래. 일단은 두고 보지 뭐.”

“후후...♥ 당신도 만족할 거야. 위대한 당신의 탄생전기와 성스러운 말씀을ㅡ”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쉬고 있어. 회의 진행해야 해서.”

“응♥ 사랑해♥”

“그래. 나도.”

-삑.

통화를 끓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정성민.

이윽고 그는 고개를 든 뒤 종교팀장 박우혁을 보며 말했다.

“그래. 일단 들어보기나 하자. 왜 네 팀이 파견단에 편성돼야 하지?”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환하게 웃는 박우혁.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참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인님의 위대함을 타국의 땅에도 널리 알려 형제자매님들을 늘리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기도 하고, 이 세상의 진리ㅡ”

“나가.”

허나, 가차 없이 선을 긋는 정성민.

그럼에도 박우혁은 열정적으로 열변을 토해냈다.

“주인님! 주인님은 신입니다! 신께서 현신했다는 것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끔, 저희가 이렇게...”

“나가라고.”

“성복도 준비했습니다! 보십시오!”

막무가내로 휘황찬란한 성복을 꺼낸 박우혁.

문득 저 좆같은 옷들을 입고 ‘이곳에 신이 왔다!’라고 스스로 외치던 흑역사가 떠오른 정성민은 얼굴을 붉혔다.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와 신도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지 않았던가.

저 좆 같은 옷뿐만 아니라 성모, 성화, 성갑, 성지팡이 등 별 희안한 아이템을 풀세트로 착용한 뒤 인신(人神)을 연기하지 않았던가.

“하아... 나가. 빨리 나가.”

“기억나십니까!? 그때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하는 겁니다! 신랑 입장을 외치는 순간! 주인님께서 와이어를 타고 하늘에서 등장을...”

“빨리 꺼져. 누가 쟤 좀 말려봐.”

“그러면 저희가 빛을 쏘아주어, 주인님의 등장에 극적인...! 뭐, 뭐야? 이, 이거 놔라! 주인님! 그 성스러운 순간을 다시......”

정성민의 경호원에게 연행되어 밖으로 끌려나가는 박우혁.

정성민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여보...♥”

자신을 옆에서 쿡- 찌르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 엘레나.

그녀가 말했다.

“쟤도 데리고 가자. 아까 쟤가 말했던 거. 재밌을 거 같아♥”

EP.277 (외전) 피로연에서 벌어진 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두 달 뒤, 파견단을 꾸린 정성민은 결혼식 이틀 전날 전용기를 이용해 러시아로 출국했고, 다시 이틀 뒤 그곳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열 수 있었다.

다행히 박우혁이 말했던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등장씬은 하지 않았다.

마피아와 한국의 뒷세계가 혈명관계로 맺어지는 그 자리에서, 그딴 천박한 짓거리를 도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놈이 정성민?

-보기보단 너무 젊군

-저런 애송이에게 우리 공주님을 빼앗기다니.

다만, 모두가 정성민과 엘레나의 결혼을 축복해주진 않았다.

분명 마피아 내부엔 정성민을 탐탁게 여기지 않는 자들 또한 존재했다.

특히 마피아의 전신인 ‘석유회사’의 간부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이미 기득권이 된 그들은 자신들의 위로 올라서는 타국의 젊은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 그들은 피로연 파티에서 정성민에게 망신을 주고자, 그의 테이블에 들러 술을 제안하게 된다.

‘맥주’를 음료로 분류하는 불곰국 답게, 자신이 사내임을 입증하려면 술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라는 뜻이었다.

“술이라. 좋지요.”

그리고 정성민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석유회사의 간부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소주 같은 애들이나 마시는 술을 마신다지. 제대로 망신을 주마.’

‘올 때는 걸어왔지만, 갈 때는 기어가게 되겠군.’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

그들은 정성민의 유리잔에 보드카을 가득 따른 뒤, 자신의 유리잔에도 보드카를 가득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입에 원샷을 한 다음, 정성민을 보며 씨익 웃었다.

어디 할 테면 해보라는 의도의 도발이었다.

-벌컥 벌컥 벌컥

그리고 이에 맞불을 놓는 정성민.

그는 유리잔을 가득 채원 보드가를 한 번에 원샷해버렸다.

석유회사의 간부들은 입꼬리를 올렸다.

‘도발에 걸려들었군. 역시 애송이야’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볼까’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그들은 곧바로 정성민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은근슬쩍 정성민을 띄워주었다.

“술을 좀 하시나 보군요. 하하하. 놀랐습니다. 그걸 원샷하시다니”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다만, 그렇게 마시다간 어느 순간 쓰러질지도 모르니, 적당히 끊어 마셔도 괜찮습니다. 한국인들은 물 같은 술을 마셔도 금방 취하니 말입니다. 크하하하하.”

명백한 도발의 발언들.

그리곤 다시 보드카를 원샷하는 이들.

만약 술을 원샷하지 않으면 사나이로서의 기개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고, 술을 원샷한다 하더라도 얼마 안 가서 쓰러질 것이 뻔하기에, 이 게임은 그들의 승리로 확정된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생적으로 술을 잘 마실 수 있도록 타고난 데다, 오랜 기간 도수 높은 술에 단련된 그들을 정성민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정성민은 이번에도 보드카를 원샷했다.

심지어 원샷을 한 뒤 ‘제 주량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자신감까지 내보였다.

간부들은 눈빛을 빛냈다.

‘호오.’

‘허세부리기는’

‘한번 제대로 죽여줘볼까?’

이후, 간부들은 제대로 판을 벌렸다.

그들은 정성민에게 ‘내전’의 영웅담을 듣고 싶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정성민은 자신이 죽인 ‘드미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술 또한 쭉쭉 넘어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드미트리 놈! 내 앞에서 온갖 시건방을 떨더니, 최후는 아주 형편없군 그래.”

“엘레나님을 다 가진 것처럼 말하더니, 되려 당했을 줄이야 큭큭.”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자 흥이 오르기 시작하는 간부들.

다만, 이 정도로 술을 먹였음에도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정성민의 반응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자신들도 이렇게 취기가 오르고 있는데, 정성민은 그런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주량에 대한 자신을 보일만 했다.

‘좀 하는군’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건가?’

‘끝까지 간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그들은 정성민에게 ‘블라디미르’와 결전을 치른 날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며, 정성민의 잔을 채워주었다.

본디 사내란 것은 자신의 강함에 대해 얘기할 때 저절로 흥이 돋아 과음을 하기 마련이니, 정성민에게 무용담을 해달라 요청한 것은 석유회사 간부들의 계산이 깔린 요청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정성민은 자신이 죽인 자들에 대해 얘기하며 연거푸 술을 들이마셨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정성민을 쓰러트리고 싶은 석유회사 간부들이었다.

‘아니, 왜 멀쩡하지?’

‘그렇게나 마셨는데?’

하지만 정성민은 멀쩡했다.

도대체 신장이 어떻게 되먹은 것인지, 술을 그 정도로 들이부었는데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취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크히히히... 거, 술 좀 하는구먼,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 주제에.”

정성민과 술파티를 벌인지 어느덧 2시간째.

결국 석유회사의 12간부 중 주량이 가장 약한 자가 실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술에 완전히 만취하여 정성민에게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 버리고 만 것이다.

“하하. 과찬입니다.”

허나 정성민은 오히려 유연하게 넘어갔다.

술에 만취한 간부를 애 달래듯이 달래며 부드럽게 상황을 넘어가는 정성민이었다.

‘젠장. 우리가 역으로 당하다니.’

‘원래는 반대로 하려 했는데...’

석유회사의 간부들은 조용히 침음을 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들이 술에 취한 정성민을 애 달래듯이 달래고, 보란 듯이 망신을 주고 싶었다.

허나 지금 이 그림은 자신들이 역으로 당하는 그림이 아닌가.

‘이렇게 된 이상 다음 작전이다.’

허나 이대로 넘어갈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힘 좀 쓴다는 부하들을 몰래 호출해, 정성민과 힘겨루기를 시키도록 유도했다.

하여 가장 먼저 나선 건 키 192cm에 몸무게 105kg의 장사였다.

그는 정성민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인 뒤,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정성민에게 팔씨름을 제안했다.

“당신의 무용담을 듣다 보니 피가 끓어올라서 말이오. 한 수 배워도 되겠습니까?”

“큭큭. 얼마든지.”

이윽고 팔씨름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피로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후끈하게 달아오르며, 정성민과 ‘불도저’를 중심으로 인파가 모이게 되었다.

‘불도저’는 현재 정성민과 팔씨름을 겨루는 자의 별명으로, 그는 마피아의 5대 괴물로 통하는 자 중 하나였다.

때문에 이곳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안드레이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쿵!

순식간에 안드레이의 팔을 꺾어버리는 정성민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이곳에 몰린 인파들은 술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꼼수를 쓴 건가?

-순식간이었어.

뭘 해보기도 전에 패배를 당한 불도저.

그는 살벌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번엔 다른 손으로 팔씨름을 제안했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은 자신의 위신에 금이 가는 것은 절대 원치않는 그였다.

‘아까는 방심했다! 이번엔 절대 쉽게 지지 않아.’

불도저는 이를 뿌득 갈며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하지만 그의 손을 맞잡은 정성민의 손아귀 힘은 참 대단하다 할 만했다.

꼼수 따위로 이긴 것이 아니었다.

“시-작!”

그렇게 시작된 2차전.

안드레이는 뿌득 뿌득 혈관이 돋아날 정도로 팔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재빠르게 팔을 안쪽으로 끌어당긴 정성민을 이길 수는 없었다.

‘역시 힘만 믿고 나대는 녀석은 이래서 상대하기 쉬워.’

여유롭게 팔을 안쪽으로 꺾으며 불도저의 단순무식함에 미소를 짓는 정성민.

단순히 힘만 세다고 자신이 이길 것이라 착각하는 자들을 수십, 수백은 해치운 정성민이었기에, 그는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릴 수 있었다.

힘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한 기술과 요령 또한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는 삐쩍 말라 보이는 노가다꾼 아저씨는 몇 시간을 일해도 지치지 않는 반면, 하루종일 헬스장에서 단련을 해온 헬창은 금세 지쳐 쓰러지는 것과 비슷한 경우였다.

-쿵!

하여 ‘불도저’는 이번에도 패배하고 말았다.

그것도 시종일관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있는 정성민에게 말이다.

“.....허풍이 아니었군. 크크큭... 당신이라면 엘레나님을 충분히 지켜줄 수 있을 것 같구만.”

다만, 불도저는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받아들였다.

약자를 멸시하고 강자를 경외하는 이 짐승들의 세계에서, 승자의 권위는 그 누구도 훼손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였다.

“크하하하. 불도저놈.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군!”

하지만 그때, 불도저보다 상위랭크에 있는 또 다른 괴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는 ‘철주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Top.2의 장사였다.

불도저는 철주먹을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안드레이.”

“비켜라. 내가 무너진 마피아의 자존심을 되찾아주지.”

“크큭.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퇴장하는 불도저.

그리고 불도저가 앉았던 자리에 앉는 철주먹.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멀쩡한 표정의 정성민을 보며 말했다.

“경기가 시시했던 것에 대해 사과드리지. 불도저 놈이 너무 과음했던지라”

‘과음’을 핑계로 불도저의 명예를 은근슬쩍 챙겨주는 철주먹.

하지만 정성민의 곁에 있던 엘레나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우리 여보도 만만치 않게 마셨는데? 족히 보드카 20잔은 넘을걸?”

엘레나에 말에 휘둥그레 눈을 뜨는 철주먹.

그가 말했다.

“사실이오?”

“뭐, 어쩌다 보니.”

“.....”

조용히 침음을 삼키는 철주먹.

다만, 이내 표정을 살벌하게 한 뒤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는 그였다.

마치 제대로 적수를 만났다는 듯한, 싸움꾼의 표정이었다.

“그렇게 마셔 놓고도 불도저놈을 그렇게 쉽게 이겼다라. 크하하하하! 이거 아주 재밌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자신의 오른팔을 얹었다.

정성민은 곧바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서로의 손아귀 힘을 느꼈다.

‘강하다! 이놈, 미친 듯이 강하다!’

전율하는 철주먹.

그에 반해, 무표정한 정성민.

‘좀 치네.’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철주먹, 이놈은 힘쓰는 요령을 아는 놈이었다.

정성민은 살짝 긴장을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철주먹 또한 침을 꿀꺽 삼키며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시-작!”

그렇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중개인.

두 괴물의 팔에 우락부락한 힘줄이 돋아났다.

꽈아악- 진심을 다한 두 괴물의 힘이 격돌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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