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최를 혼내던 일꾼이 감독관을 향해 인사를 했다.
감독관은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일의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 저 새끼가 하극상을 하지 뭡니까.”
“뭐?”
“안타까워 보여서 챙겨주려 했는데, 되려 소리를 지르잖습니까. 필요없다면서.”
교묘하게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말을 하는 일꾼.
미스터 최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감독관에게 말했다.
“그, 그게...! 촬영 중이던 핸드폰을 건드려서... 저, 저도 모르게 그만.”
“하. 이 새끼가...”
EP.271 (외전) 미스터 최의 일상 2
허나, 감독관은 미스터 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마침 건수를 잡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미스터 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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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 새끼가...”
허나, 감독관은 미스터 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마침 건수를 잡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미스터 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야. 대가리 모자라냐? 엉? 나한테 하극상하려고 해서 벌을 세웠더니, 그새 또 하극상을 저지르려고 해?”
그렇게 말하며 미스터 최의 왼손을 꾸욱- 밟는 감독관.
그가 말했다.
“안 되겠다. 고문실로 가자. 남은 왼손도 마저 갈려야 정신을 차리지.”
“아, 안됩니다! 한 번만 봐주십쇼! 제발 한 번만!”
“늦었어 이 새끼야. 상관에게 하극상 두 번. 고문실을 건의하기에 충분하겠지. 안 그러냐?”
“지당한 말씀입니다.”
입꼬리를 올리며 감독관의 의견에 동조하는 일꾼.
감독관이 말했다.
“거기서 계속 엎드려 뻗치고 있어. 구속구 가져와서 연행할 테니까. 킥킥. 손가락 한 두 개쯤 잘리면 정신 좀 차리려나?”
그 말을 남기고 일꾼들과 함께 사라지는 감독관.
미스터 최는 감독관이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주먹을 꽉 쥔 채 조용히 신음을 흘렸다.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죽였어야 했어. 정성민을 죽였어야 했어...’
허나, 그의 후회는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단지 오만방자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할 뿐이지, 결국 회개하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모진 고문으로 정신이 붕괴되어버린 그라고 하지만, 결국 그의 근본은 지배자였으며, 남을 짓밟으며 올라가는 정복자였다.
그는 결코 자신의 가학적인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 지경까지 내몰리도록 정성민을 방치한 것에 대해 후회할 뿐이었다.
‘난 대체 왜, 대체 왜 그 녀석을....’
대체 왜 그랬을까.
너무나도 오만방자했던 자신이었다.
거의 신이나 마찬가지인 권력을 얻은 탓에, 정성민이 이룬 것을 한입에 집어삼키려는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타락한 여자친구에게 사정관리나 받던 녀석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설령 성장하더라도 쉽게 짓밟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언제나처럼 짓밟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뒷세계를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크큭...크크큭....크흐흐흐...크흐흐흐...”
미스터 최는 흐느끼듯 울었다.
지난 몇 년간 몇 번이고 했던 후회를, 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 몇만 번이고 했던 후회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렇게 운다고 하여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울분을 삼키며 분노한다고 하여 정성민처럼 일어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신에겐 그처럼 일어설 힘이 없었고, 이미 패배감에 잔뜩 찌든 자신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이 상태에서 그러한 제국을 다시 세우라니, 감히 업두도 낼 수 없었다.
-꽈아아악....
허나, 미스터 최에겐 강렬한 욕망이 있었다.
정성민에게 복수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는 그였지만, 지난 몇 년간 자신을 괴롭힌 감독관만은 꼭 죽이고 싶은 그였다.
‘그래. 그 새끼만은 꼭 죽이자. 그 새끼만은...’
결국 미스터 최에게 남은 대의란 일개 감독관 하나를 죽이는 것이 전부였다.
갈리고, 찢기고, 뭉개진 그의 정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일개 감독관 하나를 죽이는 것이 전부였다.
하여 미스터 최는 일꾼이 두고 간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곳에서 망치 하나를 꺼낸 그는, 입구 옆에 숨어 감독관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여튼 이 병신새끼는....응?”
그렇게 감독관이 공용 화장실로 들어왔을 때, 미스터 최는 왼손에 쥔 망치를 힘껏 내려찍었다.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감독관의 머리를 연속으로 내려찍었다.
-퍽! 퍽! 퍽! 퍽!
단 네 번의 망치질로 줄줄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은 감독관.
하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으아아...으아아!!”
순식간에 당한 감독관을 바라보며 당황하는 일꾼.
미스터 최는 온 힘을 다해 녀석에게 덤벼들어,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몸싸움이 오갔지만, 과거 수많은 단련을 해온 데다, 타고난 피지컬을 지녔던 미스터 최를 막을 순 없었다.
결국 일자형 드라이브가 목에 꽂힌 일꾼은, 컥컥대며 바닥을 기어가다 이내 몸을 축- 늘어트렸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미스터 최는 화장실 바닥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감독관을 마무리했다.
아니, 마무리라기보단 그것은 분풀이에 가까웠다.
지난 몇 년간 자신을 학대한 감독관에 대한 분노를, 곤죽이 되도록 다진 머리통으로 되갚아주는 그였다.
-팅그르르르...
그렇게 한바탕 날뛴 미스터 최는, 망치를 떨구곤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찬란했던 자신이 되살아난 듯한 기분이었다.
이것이 정성민도 겪었던 ‘각성’이라는 것일까.
“타, 탈출한다. 이곳을 탈출한다!”
온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왠지 다리도 절뚝이는 것 같지 않고, 몸집도 커진 것 같았다.
연장을 든 왼손엔 힘이 넘쳐흘렀다.
마치 온 세상을 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절뚝. 절뚝. 절뚝. 절뚝.
미스터 최는 빠른 걸음으로 신설 합숙소를 빠져나왔다.
이곳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정성민의 대저택 부지를 항시 순찰하고 있는 경비원들이었다.
“뭐야? 너 최하급 노예 아니냐? 왜 여기까지 나왔어?”
예상대로,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경비원.
미스터 최는 연장을 쥔 손을 뒤로 숨긴 채 비굴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그게. 심부름하러 가는 길입니다.”
“심부름?”
“예. 공구함을 가져오라고 해서요.”
“흠. 그래?”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경비원.
허나 뒤로 숨긴 미스터 최의 손을 보고는, 눈썹을 꿈틀거리는 그.
그가 말했다.
“야. 손은 왜 뒤로 하고 있어? 뭐냐?”
“아. 이거 말입니까? 사실 이게....”
미스터 최는 뒷말을 흐리며 망치를 꼭 쥐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휙!
경비병의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며 외쳤다.
“너를 죽일ㅡ! 커헉!”
허나, 곧바로 반응한 경비원의 발길질에 차이는 미스터 최.
바닥에 쓰러진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절뚝절뚝 경비원에게 돌진했다.
허나 경비원은 어린애 상대하듯 미스터 최를 가지고 놀 뿐이었다.
“병신이 돌았나.”
-퍽! 퍽! 퍽!
단 세 합 만에 턱을 맞아 바닥에 다운된 미스터 최.
경비원이 그의 목을 짓밟으며 말했다.
“뭐하냐 너? 드디어 미친 건가?”
“끄으으윽....”
구둣발에 힘을 주며 미스터 최의 기도를 압박하는 경비병.
그러던 그의 눈에 미스터 최가 들고 있던 망치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 망치에 피 뭐냐? 너 사고 쳤냐?”
우락부락한 몸의 경비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곤 말썽을 일으킨 사촌동생을 보는 듯한 눈으로 미스터 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씨발. 왜 하필 나야. 오늘 야근하게 생겼네”
누군가의 큰 결심이, 누군가에겐 겨우 야근 거리가 되는 이 순간.
미스터 최는 자신이 뭔가를 단단히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 자신을 학대했던 감독관을 손쉽게 죽인 탓에, 예전의 힘을 되찾은 것이라고 망상질을 했던 것이다.
“예 주인님. 예... 아 그게, 그 노예 놈이 소란을 일으켜서요.”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이어가던 와중, 정성민과 통화를 나누고 있는 경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그는 머리를 긁저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벌한 말을 내뱉었다.
“손목이든 발목이든 알아서 하시라구요? 음..... 손목은 이제 하나밖에 없는데. 일단 알겠습니다. 예. 예. 그럼 쉬십시오.”
-삑.
손목이든 발목이든?
미스터 최를 숨을 가쁘게 내쉬며 경비원을 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간절히 바라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맞다. 너 사람 죽인 거 보고 안 했네.”
허나 그는, 자신이 놓친 보고를 떠올리곤 다시 정성민에게 통화를 걸 뿐이었다.
과거, 정성민의 특수부대 출신이었던 그는 정성민과 스스럼없이 통화하는 몇 안되는 부하 중 하나였다.
“예. 주인님. 그게 말이죠. 이 새끼 이거 사람 죽인 거 같습니다. 예. 아마 일꾼들 아닐까요? 아니면 감독관이거나. 음... 예.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 예. 그럼 조사해 보고, 사실로 확인되면 실행하겠습니다. 예.”
-삑.
다시 통화를 끊은 뒤 한 숨을 내쉬는 경비원.
그는 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귀를 후비며 미스터 최에게 말했다.
“야. 몇 명 죽였어?”
“.....”
“대답 안 하면 고문 강도 올라간다? 3...2...”
“두, 두명...입니다.”
“두 명? 확실해?”
“예...”
“음...”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는 그.
이윽고 그가 답했다.
“두 명이면 뭐, 어쩔 수 없네. 전신 화염방사기 맞아야지 뭐.”
전신 화염방사기.
단 1초라도 겪고 싶지 않은 극에 달한 격통이 이어지는 처벌.
자신의 정신을 무너트린 최악의 형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지옥의 불길.
“끄허어어...”
직접 맛보지 않으면, 그 고통이 어떠한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
미스터 최는 그 순간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눈을 까뒤집으며 졸도했다.
그는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랐지만, 눈을 떴을 땐 이미 고문실에 결박되어 있는 그였다.
경비원이 깨어난 그를 보며 말했다.
“화염방사 3분씩 3번, 발목 하나만 자르고 끝내자.”
“.....”
미스터 최는 또다시 졸도했다.
EP.272 (외전) 남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싸늘하게 읊조린 이하영의 음성이 그녀의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날카롭게 세운 눈으로 허공의 한 지점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이대론 안 돼.”
아무래도 안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현재 이하영의 머릿속엔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엔 그녀의 일은 잘 풀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구원자의 ‘향락소’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등급제를 개혁하여 모든 노예를 자유민으로 풀어주었고, 그 효과로 매출 70% 상승을 맛보고 있는 그녀였다.
또한 정성민이 지시해놓던 양지 진출 사업도 계속해서 번창 중이었고, 현재는 뒷세계와 양지 사업의 수입 비중을 50:50으로 맞춰놓을 정도로 균등 있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렇듯 그녀가 이룬 업적은 대단하다 할 만했고, 수시로 ‘주인님’의 칭찬도 받았다.
‘일적으로’는 단연 독보적인 성과를 올리는 이하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ㅡ.
“나만 임신 못 했어.”
너무 바쁘다 보니, 주인님에게 안길 틈이 없었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는 묘하게 주인님께서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었다.
왜일까.
분명 난 정실감이 될 만한 업적을 세웠는데!
주인님을 위해 개같이 일했고! 주인님의 어머니도 구했다!
하지만 주인님을 배신한 최초의 썅년이 자신이었지!
어머님과 성아를 끌어들인 것도 자신이었지!
젠장!
“크윽...”
아직 과거의 감정을 못 털어내신 걸까.
그래. 그럴 만하긴 하다.
지금보다 더, 훨씬 더 많은 것들로 보상을 해야... 겨우 화를 푸실 수 있을 것이다.
“하아.....”
이하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님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러다가 자신만 혼자 남겨지는 것은 아닐까.
벌써 이희연의 배는 불러오고 있고, 안지연도 최근에 임신했다는데.
뭐였더라? 격투 섹스?
이기는 쪽이 상대를 강간한다는, 정신 나간 룰을 걸고 맞짱을 뜨는 거?
그걸로 패배 강간당해서 임신을 했다고 하던데, 참 안지연다운 야만스러운 방식이긴 하나, 어찌 됐든 주인님의 아이를 가졌으니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부럽다. 나도 강간당하고 싶다.”
사실상 말이 강간이지, 마조적인 성욕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격한 섹스일 것이다.
아마 안지연의 사고방식을 추측해 보건데, 아무리 몸을 단련하고 훈련을 했더라도, 결국은 ‘강인한 수컷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암컷’이라는 자각을 주인님을 통해 느끼고 싶은 것일 거다.
즉, 오직 ‘주인님만이 자신을 암컷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주인님께 범해지는 것이다.
극도로 단련된 자신을 굴복시킬 수 있는 존재는 주인님밖에 없을 테니까.
“하아... 부러워. 너무 부러워!!!”
부러웠다.
미치도록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