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5화 (255/303)

정성민의 대저택이 있는 부지.

그 정문에 정현재의 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이곳에 들어오는 차는 언제나 고가의 차였기에 경비원들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신분을 확인하러 다가갔다.

-지이잉...

그러나, 왼쪽 뒷좌석에서 내려가는 창문.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정성민.

“헉! 주, 주인님!”

“열어.”

신분 확인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경비원들은 황급히 정문을 개방했다.

정현재의 차가 대저택 안으로 진입했다.

“.....”

그리고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이희연, 백하윤, 안지연, 엘레나.

그녀들은 자신의 주인님이 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졸이며 주먹을 꼭 쥔다.

주인님에게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저벅...

이윽고, 차에서 내린 정성민이 걸어온다.

자신의 가족과 나란히 발걸음을 하여 걸어온다.

다만 정성민은 이희연과 백하윤. 그리고 안지연과 엘레나의 불안한 눈빛을 인지했다.

자신의 변화로 인해 그들이 불안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여전히 지배자였다.

다만 의지가 할 가족이 필요한, 지배자 말이다.

그러니 여전히 그녀들은 자신의 지배에 놓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 또한 가족으로 품어 사랑해줄 것이다.

언젠가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 대등한 가족의 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그들을 전리품으로 취한 자신의 책임이었다.

“먼저 들어가 있어.”

하여 정성민은 가족들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이희연 백하윤 안지연 엘레나를 보았다.

그가 말했다.

“일을 손에 놓은 지 너무 오래됐군.”

“.....?”

고개만 힐끔 들어 자신의 눈치를 보는 네 여자.

정성민이 말했다.

“이희연. 내가 없는 동안 스트리밍 사업의 현황은 어떻나. 설마 매출이 떨어지진 않았겠지.”

화들짝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이희연.

주인님께서 다시 돌아왔다.

변하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주, 주인님이 없는 동안, 관리가 소홀하여 25%가 급감하였습니다.”

“..... 많이도 떨어졌군. 당장 매출 복구부터 해결해놔. 처벌은 나중에 하도록 하지.”

“네!”

“그리고 백하윤.”

“으, 응?”

“언제까지 탱자탱자 놀기만 할 거야.”

“어, 어...?”

“네 최대 강점은 한국 연예계의 아이콘이라는 거야. 다시 방송가를 휘어잡아야지.”

정성민은 백하윤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송가를 접수해. 그 성과를 봐서, 내 여자로 인정해주지.”

“....!!!”

노예에서 여자로 신분 상승할 기회.

백하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계년들을 제치고 이 남자를 차지할 것이다!

“안지연”

그리고 정성민은 근육이 거의 다 빠진 안지연을 보았다.

그녀는 이제 누가 봐도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성민은 다시 돌아온 그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나중에 맞짱 뜨자.”

“.....!!”

맞짱.

주인님과 스파링을 할 수 있는 기회!

룰은 패배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강간을 당한다는 것.

안지연의 투기가 불타올랐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엘레나.”

정성민은 마지막으로 엘레나를 불렀다.

엘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우, 웅?”

“내 이름이 뭐지?”

“.....줭쉉민.”

“.....하아.”

긴 한숨을 내쉬는 정성민.

그가 엘레나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한국말부터 제대로 배워. 그러면, 내 여자로 받아주는 것을 고민해볼게.”

“.....!!”

사실상 정성민의 하렘군단에 제일 늦게 편입된 자신.

언니들에 비하면 너무 모자란 것 같았던 자신.

그래서 항상 불안했었다.

결국 정성민에게 버림받는 것은 아닌지.

“웅....욜쉼휘 할궤....”

“.....”

눈을 한번 감았다, 다시 뜨는 정성민.

그는 자신의 대저택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럼 각자 할 일 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며 안으로 들어가는 정성민.

결국 주인님은 주인님이란 것을 확인한 네 여자는, 싱긋 웃으며 각자의 할 일을 하러 갔다.

자신의 모든 것인 주인님을 위해서.

***

이신아는 정성민의 대저택에 들어왔다.

길게 늘어선 복도를 따라 탁 트인 거실로 향했다.

다만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가슴이 쿡쿡 쑤시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 받은 지난 상처 때문에.

하지만 과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느덧 저녁 7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

이신아는 가정부로 위장하여 설거지를 했던 그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된장, 고추장, 양파, 파, 애호박, 두부, 버섯 등을 꺼냈다.

양파와 파를 썰고 애호박을 한입 크기로 잘랐다.

두부도 적당히 잘라주었다.

-솨아아아아...

냄비에 적정량의 물을 받았다.

멸치와 다시마를 이용해 다신 물을 낸 뒤, 된장과 고추장을 적정 비율로 투하했다.

팔팔 끓을 때까지 잘 저어주었다.

-후두두둑...

도마 위의 재료를 모조리 투하했다.

후라이 펜 하나에 기름을 두르고 차돌박이를 초벌로 구워주었다.

그리고 된장찌개 위에 수북이 올려주었다.

-스윽.

주방용 장갑을 꼈다.

된장찌개의 냄비를 들고 식탁의 정중앙에 놓았다.

새하얀 고봉밥을 뜬 뒤 둥글게 배치했다.

수저와 밑반찬을 놓았다.

“.....”

정현재와 정성아는 요리하는 이신아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리웠던 그 광경에 목이 메어왔다.

이윽고 요리가 세팅되자, 그들은 가정의 향을 맡으며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저벅. 저벅. 저벅.

때마침 정성민이 일을 마치고 들어왔다.

그 또한 진한 그리움의 향에 이끌려 부엌으로 갔다.

가족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정성민이 자리에 앉았다.

네 가족이 모두 모여 식탁에 빙 둘러앉았다.

이윽고 정현재가 수저를 들자 모두가 수저를 들었다.

각자 된장찌개를 한 숟갈 뜬 다음 입으로 가져왔다.

정현재와 정성아가 먼저 시식을 했다.

“후루룹.”

맛봄과 동시에, 멈춰선 그들.

그대로 굳어버린 정현재와 정성아.

그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때 정성민 또한 한 술 떠 맛을 보았다.

이신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

약 2년 전, 그녀의 된장찌개를 모조리 내다 버렸던 자신.

허나 마침내 그 맛을 보자,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이며 올라왔다.

이 그리웠던 맛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지 그는 알게 되었다.

그가 이신아를 보며 말했다.

“정말 맛있네.”

그렇게 말하곤 다시 된장을 뜨는 정성민.

아무 말 없이 훌쩍이며 식사를 계속하는 가족들.

이신아는 눈물을 흘렸다.

하나 서러움의 눈물이 아닌, 북받쳐 오른 감동의 눈물이었다.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돌아온 감격의 눈물이었다.

“후루룹...”

이는 나머지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흐느끼면서도, 계속해서 밥을 먹었다.

이 정성이 들어간 밥을 먹음으로써, 비로소 실감하는 것이었다.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엄마가 돌아왔다는 것을.

“흡...후웁....흐으윽...”

정성민 또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제 그는 지배자가 아닌, 한 가족의 일원이 되어 밥을 먹었다.

마침내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을, 이곳에서 이뤘음을 실감했다.

‘드디어 끝났어.’

오랜 악몽이었다.

하영이를 시작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그것을 되찾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고통의 날을 견뎠다.

쉽지 않았다.

그 지옥 같은 나날 속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여자친구의 배신에, 자신의 나약함에, 뒷세계의 가혹함에, 가족의 배신에, 수도 없이 자신의 마음을 죽이고 또 죽여야 했다.

피투성이인 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 정성민의 분노는 마침내 사그라들게 되었다.

지금 흘리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에 그 모든 분노와 울분이 모두 녹아내렸다.

이제는 행복해질 때가 되었다.

마침내 네 가족이, 온전히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그는 행복했다.

EP.257 (외전) 네가 정실이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신아가 돌아온 뒤, 다시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성민과 그 가족들은 다시 예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애초에 그만한 일을 겪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정성민의 가족은 다소 막장 가족이었다.

우선 서로 간의 스킨십에 거침이 없었다.

거침이 없다 정도가 아니라 정성민과 정성아는 섹스를 했다.

그런데 이걸 또 정현재와 이신아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내성이 생긴 것이다.

뭐,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잖아?

남매가 서로 사랑할 수도 있지.

부부는 사이좋게 지내는 남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그들은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불행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윤리나 도덕관이 완전히 붕괴되니, 애정표현 방법에 거침이 없어졌다.

정현재와 이신아 또한 온갖 성생활을 즐겼는데, 정현재는 이전과 달라졌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매일 운동을 하여 몸을 키웠다.

심지어 수술까지 받아 크기도 키우고 해바라기도 박았다.

“간다아아앗ㅡ!!”

“여봇!”

정현재는 아들에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심지어 장태건과 안지연의 특훈을 받기까지 했다.

알파남으로 거듭나기 위한 그의 여정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이에 숫자에 불과할 뿐,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다시는 이신아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믿는 그였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유효했다.

“....당신 점점 멋있어지네...♥”

새삼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이신아였지만, 점점 발전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더욱 좋았다.

성욕이 끓어오르고, 그와 하는 섹스가 매일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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