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8화 (24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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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평회에 참가한 120명의 돼지 새끼들.

정성민은 그들 하나하나를 독방에 가둔 뒤, 고문을 실시했다.

약 2주에 걸쳐서 진득히.

정성민은 이희연이 준비한 솔루션대로 그들의 약점을 쥐고 흔들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했다.

한 기업의 수장이든 외국에서 온 CEO든 뭐든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이었고, 그들도 저지른 죄가 많기 때문에 그들은 모조리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받을 죄는 간단해. 앞으로 쾌락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지.”

정성민은 품평회의 120명 전원에게 같은 형벌을 내렸다.

간단하게 말해 발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벌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ㅡ!”

이하영이 미스터 최를 고문할 때 고안한 방법.

요도에 약물을 투입하여, 발기할 때마다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것.

정성민은 품평회의 돼지들이 항상 그 상태가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흥분을 채울 수 있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될 것이다.

“후-우...”

그렇게 정성민은 품평회 맴버들을 싸그리 정리했다.

이제 저들이 추악한 욕망을 품고 또다시 재기할 일은 없으니, 다시는 이 같은 연회가 열리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놔두지도 않을 거고.

“그래도 한 달 넘게 남았네.”

하지만 품평회 맴버들을 싸그리 쓸어버렸음에도, 이신아가 완치되는 데까진 1달이 넘게 남았다.

“진척도를 확인해봐야겠어.”

그래도 3주가 지났으니 많이 호전되지 않았을까.

그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으니, 많이 호전된 모습이 기대가 됐다.

정성민은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스튜디오의 치료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전히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이신아를 들여다보았다.

“.....”

허나, 여전했다.

피부가 녹아 일그러진 얼굴이나, 듬성듬성 자란 머리나, 몸 곳곳에 화상의 자국이 있는 것까지 여전했다.

정성민은 이곳의 최고 책임자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치료되고 있는 거 맞는 거야? 왜 그대로지?”

“예. 치료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외관을 바꾸려면 기다려야 합니다. 피부가 완전히 재생되어 안정을 찾고 나면, 그때 성형을 통해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겁니다. 건강의 회복이 우선입니다.”

정성민은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최고 책임자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하아...”

정성민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받친 채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터 최를 병신으로 만들고, 구원자를 조지고, 품평회의 돼지새끼들을 모두 처리한 지금, 정성민의 분노는 많이 사그라들어 있었다.

다만 심판자로 행해야 할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

특히 정현재가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지도록 방치하고 스스로 미스터 최에게 넘어가 자신의 세력을 전복시키려 온 힘을 다했던 이신아는, 그 죗값을 톡톡히 받아야 한다.

그나마 이하영은 미스터 최와 구원자에게 돌려지는 와중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 덕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이신아는 아니었다.

성아 또한 진심으로 자신을 망치려 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참작해줄 것이 있었고, 그녀는 무엇보다 정현재를 살뜰히 챙겼다.

이신아가 그를 학대하고 수치심을 줄 동안 성아만큼은 정현재를 챙긴 것이다.

그러니 이신아는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호구 같은 정현재나 마음이 약한 정성아는 용서해주라고 하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정현재가 받았을 고통을 잊으면 안 된다.

이신아는 반드시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알맞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당신은, 너무 멀리 와버린 거야.’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큼은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줄 줄 알았다.

자신이 아는 어머니 중에 최고가 그 사람이었으며, 마땅히 존경해야 할 사람도, 나중에 성공하면 가장 잘 해주고 싶은 사람도 그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더욱 큰 배신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자신을 자식 취급도 하지 않는 그녀의 말과, 자신을 진심으로 패배시키려 화학 부대까지 만들어 온갖 발악을 해댔던 그녀.

거기에 모자라, 정현재를 조롱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만들고, 그런 그의 병실 앞에서 자위쇼를 하며 그를 다시 한번 조롱한 그녀였다.

‘죽을 수도 있었어! 죽을 수도 있었다고!’

교통사고.

자칫 잘못하면 정현재는 그 사고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큰 사고를 당했는데, 이신아는 그를 보며 다시 한번 조롱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정현재가 실제로 바람을 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데도 쾌락에 굴복하여 미스터 최에게 달려가 노예가 되길 자처했다.

그리고 미스터 최의 제자가 된 자신과, 인륜을 저버린 섹스를 했고.

‘벌을 받아 마땅해.... 정현재가 할 수 없는 걸, 내가 대신 해야 해.’

때문에 괴롭더라도 해야 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의무이며,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였다.

정성민은 그렇게 다짐하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요즘은 어때요? 행복해요?”

이하영은 눈앞의 중년 여자에게 그렇게 질문했다.

예전의 이신아를 쏙 빼닮은 중년의 그녀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이하영의 물음에 답했다.

“그럼요. 더 바랄 게 없을 정도예요. 마치 가족 품으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이신아를 닮은 온화한 인상의 그녀.

정현재의 짝이 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그녀.

지금 이하영의 눈앞에 있는 46살의 박미진은, 마치 이신아의 분신을 보는 듯했다.

물론 자세히 보면 이신아가 아닌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지만, 얼핏 보기엔 분위기도,생김새도 예전의 이신아를 보는 듯했다.

“다행이네요.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잘 해낼 거고요.”

이하영은 자신이 물색하여 찾은 박미진의 손을 꼭 쥐었다.

그녀는 박미진이 이신아 대신이 잘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녀가 앞으로 받게 될 교육에 대해 알려주었다.

“일주일 뒤에 ‘그 사람’이 깨어날 거예요. 교육이 끝날 때까진 박미진씨를 미진씨라 호칭하고, 그 사람은 여전히 신이라고 호칭하면 돼요. 다만 교육이 끝나면 그 사람은 이름을 바꾸고 잠적할 테니 이신아라는 이름을 쓰시면 되고요.”

박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의 이름을 빼앗는 것 같아 내키진 않지만, 필요한 과정이니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아주 잘 해주고 있어요. 아버님. 아니, 정현재씨도 미진씨를 이신아라고 인식하고 있고요.”

“네. ‘그 사람’이 저와 비슷했나봐요. 성격이나 그런 게.”

“그렇죠. 앞으로 더 비슷해질 수 있을 거예요.”

싱긋 웃는 박미진.

이하영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계약에 관해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들리세요.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릴게요.”

“후후. 고마워요. 좋은 가정에 정착할 수 있게 해줘서. 그럼 다음에 궁금한 게 있으면 들릴게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하영은 자신의 집무실 밖으로 나가는 박미진을 배웅했다.

이후 이하영은 자신의 부하를 시켜 박미진을 배웅한 뒤, 집에 데려다 달라고 지시했다.

“후.....”

이하영은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뒤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저절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성민이 떠올랐다.

-꾸욱.

괜히 눈물이 나오려 해서 눈 주위를 꾹 눌렀다.

이렇게 잠깐 떠올린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만큼 주인님이 쓰러졌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충격이었다.

-과로입니다.

주인님께서 쓰러진 이유는 과로.

하지만 웃긴 일이었다.

이보다 더 한 일을 할 때도, 잠을 3시간 4시간 잘 때도 팔팔하던 주인님이었다.

그런데 그런 주인님이 쓰러지다니.

-식사를 제대로 안 하십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듯합니다.

뒷세계의 모든 세력을 평정했다.

만악의 근원이었던 미스터 최도 완벽하게 처벌했다.

그럼에도 주인님이 쓰러진 이유는, 아마도 이신아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벌해야 한다는 강박에 심신에 무리가 오는 것이다.

‘주인님에게 그런 건 어울리지 않아요.’

이하영은 원래의 정성민이 얼마나 선한지 잘 알고 있었다.

주변을 끔찍하게 챙기고, 잔정이 많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빈 깡통도 제대로 못 버리는 사람이었어.’

그런 일이 있었다.

그와 한창 데이트를 하던 중, 그가 보고 싶어 집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정성민이 깡통 하나를 차며 오고 있지 않은가.

-성민아!

-어? 하영아. 웬일이야.

-보고 싶어서 서프라이즈. 그런데 그 깡통은 뭐야?

-아. 그냥 심심해서 발로 차면서 왔어.

-흐흐. 애도 아니고. 들어가자~ 밥해줘.

-응

그는 그렇게 답하며 자신이 발로 차던 깡통을 주웠다.

당연히 버리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그대로 들고 올라오려는 게 아닌가.

이상해서 물었다.

-그건 왜 들고 와?

-아... 같이 오다 보니 정들어서.

-푸하하 깡통이랑 정이 들어?

-찌그러져 있는 게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정성민은 분명 선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악의가 하나도 없는 인간을 이하영은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순수한 동물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자신에게 찝쩍거리는 남자가 나타나거나, 수작을 걸려는 남자가 있으면 맹수처럼 돌변하는 그였다.

자기 주위 사람 만큼은 아낌없이 챙기는 그였다.

때문에 이하영은 그를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걸 자신이 떠안고 살아가려는 그를, 구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행복이 최우선이에요.’

하여 이하영은 다시 한번 멋대로 굴기로 했다.

러시아에 있을 적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신의 임의로 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었다.

비록 그 결과가 주인님에게 완전히 내쳐지는 것이라도.

그것이 자신이 주인님을 망쳐버리고, 그로 인해 가족까지 끌어들인 것에 대한, 마지막 사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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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이신아는 마침내 퇴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거의 예전 모습으로 복귀된 자신의 얼굴을 보곤 화들짝 놀랐다.

이제 다시는 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현대 의학의 힘은 대단했다.

“흐으....흐으으으....”

그럼에도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정성민에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또 너무 미안했다.

“일어나셨네요.”

그때 자신에게 말을 거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고개를 돌리니 이하영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

아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최초의 원흉.

다만 자신 또한 잘잘못을 따질 형편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하영을 넘어서 더욱 악질적인 짓을 저지른 게 자신이 아니던가.

“오랜만이네... 하영아.”

“그렇네요. 음... 얘기는 들었죠? 어머님이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이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민에게 듣기로, 자신의 대역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복사 붙여넣기 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신아는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이하영에게 말했다.

“잘 숙지하고 있네요. 그럼 바로 가시죠.”

이신아는 머리에 비니를 쓰고 이동했다.

오랜만에 근육을 쓰는 것이라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했지만, 이내 스스로 걸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얼마 후, 이신아는 마침내 자신의 대역을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자신을 쏙 빼닮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아아....”

문득 사무치는 감정.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자신의 모습.

과거의 영광, 대비되는 현재.

“안녕하세요. 김미진이라고 해요. 이신아씨...맞으시죠?”

당당히 서서 손을 내미는 김미진.

이신아는 손을 덜덜 떨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마치 되찾고 싶은 자신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그녀는 다른 사람이고, 앞으로 더욱 과거의 자신과 닮아가야 할 사람이었다.

이 사람을 보며 욕심을 내선 안 된다.

이 사람이 완벽한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반가...워요. 저는 그냥...담당자라고 불러주세요. 앞으로 과거의 저를 가르칠 사람이니까.”

이신아는 이름으로 불러지길 원하지 않았다.

이신아라는 이름으로 불러지면, 과거의 자신을 욕심낼 것만 같았다.

“자. 그러면 교육 시작해주세요. 앞으로 매일 4시간씩하도록 하실 거예요”

하루에 4시간씩 이 사람에게 자신을 옮기는 행위.

이신아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녀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

-보글보글보글보글

팔팔 끓는 된장찌개.

나는 황급히 주방용 장갑을 끼고 냄비를 잡은 다음 식탁의 중앙으로 옮겼다.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이 수저를 쿵쿵 두드리며 자신의 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그! 미안미안! 빨리 밥 먹자!”

바쁜 아침 시간.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밥 하는 게 좀 늦었다.

원래 이렇게 늦잠을 자는 일은 없었는데, 어제 꿈을 잘못 꿔서 그런가.

“성민이. 이번 대회는 어떨 거 같니?”

그때, 된장찌개를 한 숟갈 후루룩 뜨고는 남편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아들 또한 된장찌개를 한 숟갈 후루룩 뜨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다.

“1등하겠죠 뭐.”

“허이구. 흐흐흐. 자만하다 큰코다친다?”

“에이 진짜 자신있어요.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상금 타면 용돈 줘.”

당당한 아들과, 그런 아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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