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7화 (247/303)

분명 그때마다 자신도 희열을 느꼈고, 족쇄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해방되는 자유를 느꼈다.

다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또 느낌이 달랐다.

통쾌하기보단 허무한 감정이 들었다.

겨우 이런 놈을 위해서.

이 볼품없이 망가진 초라한 놈을 위해서, 내 지난 세월을 다 바치다니.

“으우우...자, 잘못 했슙니다...우우우....”

이젠 누가 앞에 서기만 해도 벌벌 떠는 그.

이런 놈을 고문해봤자 무슨 희열을 얻을 수 있을까.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데.

“그래도....! 그래도...! 난 당신을 용서 못 해!”

자그마치 20년이다.

사랑하는 언니는 이 개자식에게 강간당한 이유로 남자에게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지 못한 채 늙어버렸고, 자신 또한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벌써 자신의 나이가 33이지 않은가.

“가만 안 둬! 뭐라도! 뭐라도 해야겠어.”

이제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미스터 최가 아니다.

하잘 것 없는 병신폐인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 미스터 최였었고, 자신의 삶을 앗아갔었다.

복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라도 울분을 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위이이이이잉....

때문에 차도연은 소형 전기톱을 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손목까지만.

아주 잘게 잘게 조금씩 손목까지만 전기톱으로 갈아줄 것이다.

자신의 언니를 함부로 만지고 탐한 저 손을, 존기톱으로 조금씩 갈아줄 것이다.

“흐흐...조금만 참아.”

의자에 묶인 채 몸을 덜덜 떠는 미스터 최.

그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전가장치’를 마구 눌러댔다.

허나 삑- 삑- 삑- 거리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카가가가가가가!!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ㅡ!!!!!!”

이윽고 엄지 손마디를 갈기 시작하는 전기톱.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기고 뼈가 드러났다.

차도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스터 최의 손마디 뼈를 갈기 시작했다.

뚜둑-찌직-크긋 뼈가 갈리는 이상한 소리가 고문실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미스터 최의 비명 소리도 더욱 커졌다.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자, 잘못...! 잘못했습...! 죄송,...!”

얼굴 피부가 모두 녹아내리고, 머리카락이 완전히 타버리고, 눈 한쪽을 실명한 미스터 최.

그것도 모자라 부랄 한쪽이 파열되고, 자지 축소 수술로 인해 자지도 형편없이 작아졌으며, 이젠 오줌을 쌀 때마다 고통을 느껴야 하는 그.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오히려 차도연은 자신이 바친 세월에 비하면 작은 대가라 생각하고 있었다.

겨우 손목까지 조금씩 조금씩 손을 토막내는 게 전부이지 않은가.

“으아아아아아아아아ㅡ!!!!”

미스터 최의 비명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지난 3개월간 정성민은 도원결의 3자매가 미스터 최를 고문하는 영상을 봤었다.

비교적 미스터 최 고문에 적게 참여한 정성민으로선 그것으로 나름대로의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다.

그 어떠한 일말의 자비도 없이 시원하게 고문을 하는 그녀들이었다.

‘이제 대강 정리가 됐으니, 개혁을 시작해볼까.’

아직 남은 응어리를 더 풀어야겠지만, 이젠 확실히 많이 개운해졌다.

미스터 최도 착실히 고문을 받고 있고, 이신아 또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이름과 위치를 완전히 상실한 채, 혼자서 외롭게 늙어 죽기만 하면 돼. 그러면 모든 게 완성되는 거야.’

이신아가 받게 될 형벌.

그것은 다시는 이신아라는 이름과 정체성을 되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그에 딸려오는 모든 것을 저버렸기에, 이것은 합당한 벌이었다.

‘평생 그림자로 살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면서.’

정성민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정현재도, 성아도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결말이 아닐까.

다만 이 사실을 알면 정현재와 정성아가 괴로워할 것이 뻔하기에, 정성민은 둘의 기억을 연옥으로 틀어놨었다.

다행히 이신아에 대한 끔찍한 기억 때문에 기억을 비트는 것은 잘 먹혀들었다.

‘민세라’로 돌변한 이신아에 대한 공포를 극도로 올리니 그녀에 대한 거부반응이 강해져서 다른 사람을 이신아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이신아가 새로운 이신아를 잘 가르치기만 하면 돼.’

다만 가족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신아가 교육을 잘 해야 했다.

다행히 정성민은 예전의 이신아처럼 온화하고 총명한 여인을 구할 수 있었는데, 분위기도 비슷한데다 나이도 동갑이라 정현재와 정성아를 쉽게 속일 수 있었다.

이제 기억을 맞추고 디테일한 습관만 잘 맞춘다면 자신의 가족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치료가 우선이야.’

다만, 이신아가 새로운 이신아를 가르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

지금 그녀는 지옥화염 고문 때문에 몸이 많이 쇠해졌고, 지금은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정성민은 걸음을 옮겨 이신아가 있는 집중치료실로 갔다.

그리고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

입을 꾹 다문 채 이신아의 몸을 바라보는 정성민.

현재 이신아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머리가 완전히 타버려 빡빡머리가 된 데다, 눈썹도 타버리고 없었다.

얼굴을 포함한 몸 곳곳의 피부가 녹아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이제 달리기나 운동 같은 건 평생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져 버렸다.

-꾸우욱...

주먹을 움켜쥔 정성민.

이신아가 죽기로 작정하고 자신을 도발한 탓에, 불필요한 고문을 해버렸다.

아마 고문의 후유증은 죽기 전까지 고칠 수 없을 것이다.

“주인님.”

그때, 치료실의 최고 관리자가 자신을 맞이했다.

정성민은 그에게 치료의 진척도를 물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로 인해 변색된 피부와 녹은 피부도, 성형을 하면 복구할 수 있을 겁니다.”

“후유증은 여전히 안고 살아야 하나?”

“예. 이제 격한 운동은 못 할 겁니다. 그래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는 회복시켜 놓겠습니다.”

정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완벽히 치료를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물어보았다.

“최대한 빠르게 해서, 두달 안에 치료하겠습니다.”

두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애매한 시간.

정성민은 그동안 정현재와 정성아의 기억을 뒤트는 것을 더 강화하고, 아직 죄를 묻지 않은 자들에게 죄를 묻기로 했다.

‘그 역겨운 새끼들도 싸그리 치워버려야겠지. 이제 나에게 대항할 놈은 아무도 없으니.’

명실상부 뒷세계의 정점에 오른 자신.

게다가 정부와 입까지 맞춰둔 데다, 검찰청장과 손까지 잡았기에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 일은 없었다.

늙어 죽기 전까지 이 뒷세계는 자신의 의지대로 개혁될 것이다.

“그래. 그러면 수고해라. 최대한....”

정성민은 말끝을 흐리며 이신아를 보았다.

그리고 휙 몸을 돌리며 다음 말을 이었다.

“예전 모습으로 바꿔놔.”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치료실의 책임자는 정성민의 뒷모습을 보며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

정성민은 대회의를 열었다.

그의 오른팔인 이희연부터 향락소의 주인 이하영, 향락소 제2지부의 주인 백하윤이 그의 근처에 자리했고, 경호팀장 안지연의 그의 뒷자리를 지켰다.

러시아에서 전쟁의 여파를 뒷수습 중인 엘레나는 화상 회의로 대회의에 참석했다.

[언니들 촌나 판카워!]

오랜만에 보는 언니들의 모습에 들뜬 엘레나.

도원결의 세 자매와 안지연은 그런 엘레나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런 작은 웃음도 잠시뿐, 정성민이 묵직한 목소리로 회의를 열었다.

“일주일 뒤, 품평회를 개최하겠다.”

품평회.

뒷세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류사회가 온갖 기괴하고 더러운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모임.

정성민은 그 품평회가 다시 열리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지 이 추악한 연회의 참가자들을 싸그리 모은 뒤, 그들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품평회의 핵심인물들 파악하고, 처리할 방법 다 구해놔.”

다만 뒷세계가 아니라 저 윗세계에서 온 자들도 많았다.

뒷세계의 인물들이야 정성민이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지만, 기업가의 회장이나 외국계 회사의 CEO 같은 자들은 건드리기 곤란했다.

때문에 그런 자들을 확실하게 조질 대응책이 필요했다.

“걱정마십시오. 그런 거라면 이미 준비해오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희연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성민이 품평회의 돼지들을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한 선언을.

해서 이희연은 오랫동안 준비해왔었다.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이용하여, 그들을 짓뭉갤 방법을.

다시는 품평회 따위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나락으로 떨어뜨릴 방법을.

“마음에 드는군. 바로 진행해.”

정성민은 그 말을 남기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자신은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결정만 내려주면 된다.

나머지 디테일은 유능한 그의 여자들이 모두 처리해줄 터였다.

‘그 개새끼들. 표정 볼 만하겠군.’

정성민은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해보면 자신 또한 그 품평회의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가.

이하영이 돼지가 되어 품평회에 내세워졌을 때.

이하영의 노예가 된 자신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쳐지고, 품평회의 돼지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을 조롱했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보며 발기를 하는 남색 애호가도 있었다.

‘성아를 그 스테이지의 MC로 만들었어.’

타락한 아이돌이 되어 스테이지 MC로 선 정성아.

정성민은 그 일 또한 용서할 수 없었다.

정신이 나가버린 자신의 여동생이 그 스테이지 위에서 얼마나 많은 추태를 부렸던가.

얼마나 많은 악을 부추기며, 스스로 죄악을 저지르게 만들었던가.

심지어 그중에는 성아의 옛 남자친구인 남도현도 있었다.

‘씨발. 생각하기도 싫군.’

남도현이 살아남기 위해 벌인 추태.

자신이 키운 아이들과 말도 안 되는 대결을 하며, 조롱이 되어야 했던 그.

하지만 결국 남색 애호가에 팔려가 여성 호르몬 주사와 온갖 성형 수술을 받아 성 정체성을 잃어버린 그.

결국 그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성아의 부탁으로 연옥으로 바꿔보려고 했으나, 애초에 그는 성 정체성이 모호했다.

게다가 자신의 주인과 함께 있는 것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아이돌들도 마찬가지였지.’

남도현이 애지중지 키운 아이돌.

일명 3인조 걸그룹 ‘서포터즈’는 리더만 구원받을 수 있었다.

원래 그 아이의 정신이 강한 것도 있고, 미스터 최에게 조교 받았던 아이이기 때문이다.

미스터 최의 조교를 푸는 것이라면 자신이 전문가였다.

‘다만 나머지는...’

아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막내는 제정신으로 되돌렸으나, 자신의 악질 사생팬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그의 아이를 임신한 데다, 출산이 머지않아서 되돌리기엔 늦었기 때문이다.

아이만 낳고 그 오타구와 떨어지는 건 어떻냐고 권유해봤지만, 처음엔 싫었지만 자신만을 추앙하고 사랑해주는 오타쿠 돼지가 싫지는 않다고 답했다.

세상엔 별별 이상한 년놈들이 많은 것이다.

‘본인이 그러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뭐, 연옥을 써서 기억을 뒤틀거나 고문과 폭력까지 쓴다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타락한 그들을 되돌리려는 건 여동생의 부탁 때문이지,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의무도 아니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여 쾌락에 절어진 상태에서 보통 상태로 바꾼 뒤, 그 후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나, 나도 박사장이 필요해. 지금은 원하고 있어.

그리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타락의 길을 걷는 건 ‘지애’라는 이름의 아이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원래 자신을 음흉한 시선으로 관찰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박사장이라는 놈을 극도로 혐오했으나,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

자신의 음란한 몸이나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호응을 얻는 게, 그녀의 보람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냥 원래부터 그런 성향의 변태였는데 박사장이란 놈을 만나며 그것이 개화했을 뿐이었다.

‘어이가 없군. 그딴 식으로 천생연분이 나올 수도 있나.’

때로는 본인 스스로도 본인을 모를 때가 있다.

특히 가정적, 사회적, 도덕적 억압을 받아온 자라면 그것이 해방되기 전까진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평생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걸그룹 시스터즈의 막내 아영은 자신을 무한히 사랑해줄 사람을 원하면서도, 자신을 망가뜨려줬으면 하는 마조히즘이 있었다.

그래서 그 오타구 사상팬 새끼랑 같이 살겠다는 것이다.

지애 그년이 박사장이랑 붙어먹은 것도 그렇고.

하지만 이것은 극도로 희박한 희귀 케이스일 뿐, 대부분은 원하지 않는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그 품평회라는 빌어먹은 연회 때문에.

‘일주일 뒤라. 몸이 근질근질하군.’

가슴 속에서 파괴에 대한 욕구가 끓어올라 버틸 수 없었다.

하루 빨리 그 돼지 새끼들을 조지고, 그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정성민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어쩌면 나도 적성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지. 진정한 나를 찾은 것 같단 말이야.’

과거의 온화했던 자신과, 타락과 파괴에 욕정을 느끼는 자신.

애초에 자신은 이하영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며 흥분을 느꼈었다.

아름답고 빛나던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타락시키는 것에 이루 말하지 못할 쾌락을 느끼는 그였다.

‘하지만.’

하지만, 정성민은 다짐했다.

절대 미스터 최처럼 자신의 것을 버리지 않겠다고.

설령 찬란하고 빛나던 것을 가장 추악한 형태로 일그러뜨려도, 자신이 품에 안고 있는 이상 어떠한 형태로든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여성 UFC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어야 할 안지연이 살인을 하며 쾌락을 느끼는 살인귀로 타락했어도, 그녀가 행복을 느끼듯이 말이다.

***

일주일 뒤, 품평회가 열렸다.

정성민은 계획대로 단상에 올라 정상적으로 품평회를 개최한 뒤, 모두의 박수 세례를 받았다.

품평회에 참가한 모든 이들은 새로운 뒷세계의 왕을 찬양하며 앞으로도 계속 품평회를 개최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게 되겠나?”

하지만 정성민의 그 한마디와 함께, 건물 내부에 수면가스가 살포되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 처넣어.”

품평회에 참가한 120명의 돼지들.

정성민은 그들 모두를 각각의 방에 가두도록 명령을 내린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제 그들에게 응징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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