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좆같은 새끼. 로건이 네놈의 정체를 제때 알려줬다면, 널 죽일 수 있었는데. 그럼 내가 널 이 고문실에 매달아 놓고, 도태남 선언을 할 때까지ㅡ”
-화르르르륵!
“크흐으으으읏!!!”
이신아의 발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방사기.
정성민은 이를 까득 씹으며 불의 온도를 점점 올렸다.
그때마다 이신아의 비명이 점점 커져갔다.
“으아...으아아아아...!! 히이이익!!”
미스터 최는 연신 고통전가장치를 누르며 몸을 덜덜 떨어댔다.
그리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슈우웅...
그렇게 40초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까.
살 타는 냄새가 방안에 울려 퍼지자, 정성민은 화염방사기를 중지했다.
허나 이신아는 어깨를 들썩이며 큭큭 웃으며 말했다.
“씨발....네놈을 낳은 게 천추의 한이야. 너 같은 후레자식은 낳는 게 아니었는데.”
정성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이신아의 온몸에 전기장치를 연결시켰다.
“정신이 나가버렸나? 최근에 반성을 하는 것 같아 적당히 맛만 보여주고 풀어주려 했더니, 오히려 더 돌아버렸군.”
머리끝까지 화가 난 정성민.
그는 갑작스러운 이신아의 돌발행동에 딱히 의문을 품지 않았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또다시 민세라의 모습으로 돌변하니, 이 좆같은 모습을 지워주고 싶을 뿐이었다.
-치지지지지직!!!!
정성민은 강도 높은 전기고문을 실시했다.
이신아의 몸이 덜덜 떨리며 눈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게거품을 물기까지 했다.
허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끄우우우욱...끄으윽..저,..정성...정성민....이...끄우우욱....이 개새끼....끄으윽....”
정성민을 향한 증오의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허나 내뱉는 말과는 반대로, 그녀가 실제 하는 생각은 달랐다.
‘다... 다 쏟아내. 네 안의 울분, 다 쏟아내.’
완전히 망가지 미스터 최.
하지만 여전히 분노하고 있는 정성민.
그에겐 그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줄 악당이 아직 필요했다.
최대한 자극적이게, 최대한 통쾌한 방법으로 복수를 이루게 해야 했다.
그 본질이 너무 선한 그는 미스터 최마저 그의 여인들에게 내주었으니, 울분을 풀 대상이 자신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신아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이신아로 살아가서도 안 된다.
완벽한 민세라가 되어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끄그그그그그그그극.....”
-슈우우웅....
잠시 멈춘 전기고문.
이신아의 몸 전체에서 탄내가 났다.
정성민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다시 한번 지껄여봐. 뭐라고?”
분노한 듯하나, 즐거워 보이는 그의 얼굴.
자신의 배신 때문에 변한 아들의 모습.
“퉤!”
이신아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리곤 악독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씨이발... 모기 좆만 했던 새끼가.... 지, 지 여자친구...한테....조교나 받던....도태남 주제에.... 내, 내 사랑 로건에게....고개나 조아리던....”
-퍼억!
“으욱...!”
이신아의 배를 가격한 정성민.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오늘 네년이 말을 바꿀 때까지, 적당히라는 건 없어. 네 남편도 같은 꼴로 만들어주지.”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곤 부하들을 이곳으로 호출했다.
본격적인 고문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통 안에 가둬.”
통.
화염방사가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지옥의 통.
미스터 최가 정신줄을 놓고 미쳐버린 것도 이 격통의 강도를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는 것을 소망하게 되는, 지옥과도 같은 격통을 느낄 수 있는 게 통에 가둬놓고 화염을 쏴대는 것이었다.
“뭐해? 안 가두고.”
하여 부하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신아는 정성민의 생물학적 어머니였기 때문에.
“예, 옜!”
허나 하늘 같은 주인님의 명령이었다.
부하들은 바삐 움직여 이신아를 통 안에 가뒀다.
정성민은 이신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야.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를 해.”
인간의 정신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격통.
그럼에도 이신아는 정성민을 노려보며 독기 오른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낳아준 은혜도 모르는 개새끼...! 내가 이겼으면 어떻게 했을지 알려줄까? 우선 네 앞에서 로건과 결혼식을 올렸을 거야. 너는 개목걸이를 찬 채 내 손에 이끌려오는 거지! 1년 뒤엔 성아가 배부른 상태로 결혼을 하고, 너와 정현재는 사정관리나ㅡ”
-화르르르륵!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
이신아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며리카락이 타고, 살에서 진물이 나오고, 온몸에 격통이 일어났다.
“젠장!”
정성민은 스위치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급속냉각장치를 맞게 한 뒤 묶여있는 이신아를 보았다.
단 몇 초 만에 그녀는 온몸에 물집이 올라오고 머리카락이 대부분 타 다 죽어가는 송장 꼴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미스터 최가 전신 화염 방사를 버틴 것은 그만큼 그가 건강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버티기엔 고문의 강도가 너무 강했다.
“으우우우....으우....개, 개새끼가....”
다만 이신아는 혼미한 정신을 붙잡으면서 정성민을 욕했다.
자신이 그의 악당이 되어주어야, 그의 울분을 풀 대상이 되어줘야만 했다.
웬만한 거로는 그의 울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민세라. 고문은 1주 뒤에 다시 시작하겠다. 네년이 몸을 치료하면ㅡ”
“큭큭큭큭....”
웃음을 흘리는 민세라.
그녀가 정성민을 노려보며 말했다.
“도태남 정현재의 아들 아니랄까 봐, 존나게 스윗하네...병신 같은 놈. 고작한다는 고문이, 이게 전부인가?”
온 힘을 쥐어 짜내 내뱉은 그녀의 말.
정성민은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착각하나 본데, 치료를 받아야 오래 고문할 수 있는 거야. 이대로 뒈져버리면 제대로 즐길 수가 없잖아?”
이신아는 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민이 뒤돌아나가며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괘씸하니, 손톱 찌르기 고문시켜. 강도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고 와라. 끝나면 치료반에 데리고 가고.”
정성민은 그 말을 남기고 고문실을 빠져나왔다.
***
-쾅!
정성민은 샌드백을 크게 후려쳤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발산할 것이 필요했다.
그는 샌드백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숨이 차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분노를 쏟아부었다.
-끼익....끼익....끼익....
허공을 시계추처럼 맴도는 샌드백.
정성민은 체육관의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른세수를 하며 이신아의 처분에 대해 고문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그때, 머릿속에 재생되는 이신아의 비명.
지글지글 피부가 녹아내리고, 머리카락이 불태워지는 그녀의 모습.
정성민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그녀를 벌해야,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해야 모든 죄의 청산이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왜 자꾸 죄를 짓는 거야! 왜! 왜! 왜!’
잠깐이나마 청신호라고 생각했었다.
스스로 고문을 원하니, 그 의지를 확실히 테스트해본 뒤 진심이라고 느껴지면 서서히 풀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무리 죄를 많이 지은 이신아라도,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였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였다.
미스터 최를 만나 타락하기 전까지는, 이 세상 둘도 없는 어머니였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던 사람이었다.
“.....”
그때, 머릿속에 스치는 어떤 깨달음.
분노로 인해 보지 못했던, 그녀의 기만.
정성민은 왜 이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 스스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용서받을 생각을 버린 건가.”
분명 유언장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죗값을 치르려 하다니.”
감당할 수 없는 죄를 짊어진 이신아.
때문에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영원한 악인으로 남아 그 죄를 안고 가는 것이었다.
애초에 용서받을 수 없는 자신이기에, 평생 악인으로 남아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 어쩌면 그게 맞을 수도 있겠지.”
그럴 수 있다.
이신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과거의 만행이 떠오를 것이고, 그 때문에 화가 치솟아 오르고 우울해질 게 뻔했다.
차라리 영원한 악인으로 깔끔하게 사라지는 게 남은 가족들을 위해 좋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형벌일지도 모른다.
가족을 그리워하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최후를 맞이하는 것.
끝까지 악인을 연기하다 죽는 것.
그런 비참한 최후가 가족을 위해서도, 또 그녀를 위해서도 옳은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에겐 당신의 최후를 정할 자격조차 없어. 당신의 최후는 내가 정할 거야.’
허나 정성민은 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그가 설계한 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기를 원했다.
그는 이신아를 꾸준히 괴롭게 만든 뒤, 결국엔 그녀에게도 나름의 안식을 주고 싶었다. 물론 안식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을 견디는 것은, 그녀의 몫이겠지만.
-저벅 저벅 저벅.
하여 정성민은 이신아가 있는 고문실로 이동했다.
이신아가 자신의 추측대로 행동하는 게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요 한 달 사이 정신이 완전히 돌아버려 민세라로 돌아올 확률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정성민은 이신아의 비명이 터져나오는 고문실을 들어갔다.
그녀는 거의 반죽음 상태로 손톱이 찔리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당장 중지해.”
정성민은 부하들에게 고문 정지 명령을 내렸다.
부하들은 황급히 이신아의 손톱을 찌르던 바늘을 뺀 뒤, 그녀의 몸에 냉각 연기를 뿌려주었다.
전신 화상을 입은 탓에 정기적으로 냉각 연기를 뿌려줘야 했다.
“전부 나가.”
정성민의 명령에 부하들은 물러났다.
정성민은 의자를 끌고 와 앉은 뒤, 눈을 꿈-뻑, 꿈-뻑 뜨며 자신을 노려보는 이신아를 보았다.
“씨이...발....저...정성민....개....”
“엄마.”
ㅡ찰나, 흠칫 굳는 이신아.
악독했던 그녀의 표정이, 정성민이 내뱉은 단 한마디에 무너져버렸다.
정성민은 울먹이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역시, 얕은 꾀를 부린 거였군.”
“..흐으...흐으으으....흐으으....”
“당신은 이제 민세라가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이신아도 아니지.”
“흐으...하으으....”
“그러니 다음 단계로 갈 때야. 내가 인도하는 대로만 가면, 당신도 모든 죗값을 치를 수 있을 테니 따르도록 해.”
이신아는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민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그는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침묵했다.
“나라고 괴롭지 않은 게 아니야.”
이후, 오랜 정적을 깨는 정성민의 말.
이신아가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통쾌하지 않아. 내가 당신을, 당신을 그 꼴로 만드는게...”
흐느낌이 베인 정성민의 목소리.
그는 잠시 얼굴을 덮었다.
.....이윽고 감정 정리를 한 정성민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시는 그딴 생각 품지마. 당신이 죗값을 치르는 방식은, 내가 정해.”
이신아는 오랜 시간 고통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안락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성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신아에게 말했다.
“이제 다음 단계야. 당신에게 역할을 줄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아.
정성민이 말했다.
“정현재의 새로운 아내가 있어. 하지만 아직 불완전해.”
“.....”
“당신이 가르쳐줘. 당신이 그 사람을 완벽한 이신아로 만들어. 정현재가 정말 예전의 당신에게 사랑받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완벽한 이신아로 만들어. 당신의 버릇, 당신의 생각, 당신이 정현재를 사랑하던 방식. 그 모든 것을 전수해줘.”
이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민은 이신아를 보며 말했다.
“당신은 홀로 여생을 보내. 다만 우리 가족의 모습은 비디오로 찍어서 보내줄게. 그게 당신이 받을 벌이야.”
정성민은 그 말을 남기고 고문실 밖으로 나왔다.
이신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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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연은 반병신이 되어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미스터 최를 마주 보았다.
뒷세계의 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그의 모습.
믿기지 않았다.
‘이게....이게 그 미스터 최라고? 내 평생을 바친 숙적이라고?’
물론 사진과 동영상으론 봤었다.
이하영과 이희연. 그리고 백하윤이 자신이 미스터 최를 고문하는 영상을 보여줬었다.